분대원들이 건물 앞에서 한 줄로, 조용히 걷고 있다. 방 상병은 선두였고 있었고 뒤에는 윤 병장이 있었다. 나는 끄트머리에 천천히 걷고 있었다. 곽 이병은 여전히 조정간을 만지작거렸다. 최 이병은 이를 드러내고 벌벌 떨고 있었다. 그나마 짬이 있는 조경구 일병은 덜했다. 자기는 훈련소에 있을 때, KCTC에서 만점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그였지만, 큰 숨을 쉬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아니 대부분이 그랬다. 방 상병은 수류탄을 눌러서 터트릴 것 마냥 쥐고 있었다. 윤 병장은 조그만 생채기만 나도 터질 것 같았다. 낡고 낡은 건물이었다. 대부분의 건물이 무너져 내리기 직전이었다. 방 상병이 문 주변에 다다르자, 윤 병장은 수신호를 보냈다. 우리는 들어갈 준비를 거의 다했다. 방 상병이 힘껏 수류탄을 던졌다. 그러나 수류탄은 튕겨 돌아 왔다.
“씨발!” 단말마였다.
방 상병이었는지, 윤 병장이었는지 모르겠다. 일단 고개를 숙였다,
안 그런 폭탄은 없지만 터지자마 지축을 흔들었다. 곽 이병은 울부짖었다.
“엄마~!” 너무나 정형적이었다. 그는 벽에 기댄 체 주저앉았다.
방 상병과 윤 병장은 고깃덩어리라고 부를 수 없는 것이 되어버렸다. 나는 조 일병에게 말했다. “올림픽감이야.”
도망가던 최 이병은 수많은 총탄에 맞아서 죽었다. 엎드려 쓰러진 그의 군복은 붉은 색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발걸음이 들리자, 우리들은 재빨리 도망쳤다. 뒤도 안돌아 보고 말이다. 시간을 벌고자 했던 적들을 향해 총을 쏘았던 병사들은 그 자리에서 죽었다,
길 한 복판에 서서 숨을 골랐다. 저격수의 위험이 있었지만 신경은 쓰지 않았다.
숨을 좀 고르고 뒤로 돌아 봤다.
곽 이병과 조 일병이 뒤에 있었다. 우스꽝스러웠다. 곽 이병은 바자가 너무나도 축축해서 지린내가 올라오는 듯 했고, 조경구 일병은 총이 보이지 않았다.
“어디에 버린 거야?” 너무 핵핵거려서 재대로 전달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모르겠습니다.” 마찬가지로 핵핵거렸다. 나는 고함을 질었다.
“니 놈들이 군인이야? 훈련소에서 뭐라고 그랬지?”
“죄송합니다.”만 반복했다. 두 병사는, 그저,
나중에 생각하면 웃긴 장면이었다. 내가 무슨 꼴에서 이런 짓거리를 보이는 것일까? 동료들이 죽어가는 와중에 도망친 네가?
우리가 중대에 도착했을 때는 노을이 지고 그랬다. 돌아온 우리에게 소대장은 무슨 일이라고 물었다. 나는 내 상상력을 총 동원해서 거짓말을 했다. 참 뻔뻔하게도, 조 일병은 거기에 맞장구를 쳤다. 소대장은 믿어주는 것 같았다. 일단은,
분대원이 돌아오는 것이 기다렸다. 하지만 일주일이 지나도 그들은 돌아오지 않았다.
2학년 1학기를 마치고 휴학을 했다.
오랫동안 학교를 안다녀서 그런지 공부가 잘 안되었다.
지금은 그저 늘어진 체, 티비를 보는 백수일 뿐이다.
어머니는 이런 모습을 보고 많이 실망을 하신 듯하다. 가끔 식 뭐라고 구시렁거리지만 나는 캔 맥주를 마실 뿐이었다. 전역 후에 탄탄했던 몸은 사라지고 늘어진 비개덩어리만 남았다.
한참을 늘어져 있자. 익숙한 소리가 들려왔다. 웅장한 소리, 경쾌한 소리,
아나운서는 한창 방송 준비를 하고 있었다. 준비하는 장면이 끝나자 슬라이드 형식으로 속보를 소개했다.
자유사단 단원이 진보정당을 상대로 백색테러를 저질렀다든지, 전쟁범죄혐의로 재판을 받던 중대장이 직위해제 후 사형을 선고받았다든지, 인민군 소장 중 한명이 우리 정부를 상대로 성명을 냈다든지, 포로로 잡힌 우리 측 병사들이 사살당한 상태로 발견되었다든지, 다양한 내용이었다.
뉴스가 시작되자 첫 번째 소식을 알렸다.
중화인민민주주의공화국 대변인이 말했다. 명백한 주권 국가를 향해 제국주의적 침탈을 하지 말라고 더 이상 침략을 하면 평화를 위해 대규모 군사적 행위를 하겠다고,
그 다음은 주한미군 사령관의 발표가 이어졌다. 한반도 문제에 당사자가 아닌 중국의 개입을 하면 그것은 세계 3차 대전의 시작이라는 것을 알렸다.
이를 듣던 어머니는 “외국 놈들이 우리 문제에 왜 이리 관심이 많아. 지들만 잘 먹고 살면 되지.”라고 혼잣말이 아닌 혼잣말을 했다.
이들의 발표가 끝나자 정부대변인의 말이 있었다.
청와대 비서실장은 한반도의 문제에 무단으로 개입을 할 경우, 어떤 수단으로도 저지하겠다는 정석적인 내용이었다. 맨 마지막으로는 대학교에서 교수직을 맡고 있는 어느 정치학자의 애기였다. 별로 중요하지는 않았다.
나는 뉴스를 보면서 낄낄거렸다.
“뭐가 웃겨? 이 놈아. 뭐가 웃기냐고?” 살짝 짜증이 난 목소리였다. 나는 답을 하지 않았다. 그저 웃었다. 소파 밑에 누워있던 엄마는 이런 나를 보고 황당했다.
“갔다 오면 철 들 줄 알았는데, 애새끼처럼 사람 패고 그러고...”
그런 거야, 그런 거라고.
윤 병장이 죽은 지, 삼일이 지났다.
중대 내에서 청소부 일을 하고 있던 우리들은 새로운 분대에 들어갔다.
조회가 끝나자 우리들은 모여서 서로 통성명을 나누었다.
새로 들어온 분대의 분대장은 마동균 상병이었다. 딱 봐도 성질이 급해보였다. 얼마 전에 대부분의 분대원이 급조폭발물에 의해 죽었다고 했다.
나머지도 사정을 들어보니 같았다. 무리하게 돌격하다가 우연히 지뢰를 밞아서 어디선가 날아오는 소총탄 때문에...
다짐을 하고 우리는 다시 평양 시가지로 들어갔다. 전과 다르게 대규모로,
낡을 대로 낢은 군복과 상할 대로 상한 군화를 신은 군인들의 행색은 패전병과 같았다. 여기저기 상처가 났지만, 연고도 재대로 바르지 못해 깊은 흉을 남기었다. 여기저기 상한 대가 없는 건물과 잘 어울렸다. 여전히 하늘은 깊은 짖은 회색이었다. 선전물이 그려진 간판은 예전의 영광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어슬렁거리며 장갑차 주변을 배회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모두들 긴장된 상태다. 어떤 병사는 방탄 헬멧에 이제 곧 있으면 제대한다고 적어 놓았다. 그러니깐 쏘지 말라고,
예전부터 그런 건지 몰라도 아스팔트는 부스러졌다. 그 위에는 수많은 종이가 흩뿌려졌다.
코팅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우리는 그렇게 동포에게 잔혹하지 않다고, 투항하면, 국제법대로 대하겠다고,
회색 빛깔이 도는 종이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다함께 주석을 위해 총포탄이 되자고, 그렇지 않으면 모두들 역겨운 미제의 노예가 된다고,
모두들 거짓말이다. 뻔뻔스럽고 가증스럽다. 어디선가 북괴 놈이 기어 나왔다. 뭐라 뭐라고 중얼거리고 있었다. 옷은 입었다보다는 걸쳤다가 어울리는 표현이었다. 손을 들며 나오는 그는 총에 맞아 쓰러졌다.
조 일병이 말했다. “너무 배가 고파서 쓰러졌나 봅니다.” 모두들 웃을 참지 못했다. 곽 이병은 그러지 말든지 고개를 숙인 체 걷고 있었다.
널브려진 시체는 마치 한겨울이 낙엽과 같았다. 이곳저곳, 줏대 없이 흩어진 것은 아직은 고약함을 풍기지 않았다. 그저 파리 때만 윙윙거릴 뿐이다. 방금 전만 하더라도 분명히 사람이었는데. 그렇게 깊은 인상을 주지는 못했다. 장갑차는 불타고 궤도는 시체를 짓뭉갰다.
우리는 건물 모퉁이에서 쭈그려 앉아서 폭격을 기다리고 있었다. 유 이병은 무전기에 대고 핏줄을 보이며 소리쳤다. 그러나 오지 않았다. 아직도,
총성과 포성은 여기저기서 튀어나왔지만 말이다.
곽 이병은 조정간을 요란히 움직이고 있었으나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았고 마 상병은 열심히 욕을 웅얼거렸다. 모퉁이를 나가면 바로 있는 저 벙커는 일어나기 전엔 무엇이었을까? 지금 중요하지 않다. 퀴퀴하고 낡은 모래포대로 보강된 구조물에서 버티고 있는 저 병사 놈도 마찬가지다.
“부분대장, 돌격할까?” 분대장은 마 상병이 나에게 물었다.
나는 마 상병은 하라고 하면 할 생각이다. 분대장은 마 상병이니까. 그러나 마 상병은 곽 이병처럼 초초한 것 같았다.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지휘자인 자신이 나쁜 모습을 보이면 안 좋은 영향을 준다고 생각을 했을까? 평양 하늘을 가로지르는 높고 높은 원뿔 모양 건물은 아직도 무너지지 않고, 견뎌내며 포탄을 뱉고 있었다.
언제 전쟁이 끝날까?
처음 지원을 요청한지 30분이 지났다. 어디선가 들려왔다. 로터가 공기와 부딪치며 내는 로터소리가,
헬기는 갑자기 옥상에 기관포를 갈긴 다음에 미사일을 뿜었다.
몇몇만이 건물에 빠져나왔다. 그러나 쏟아지는 건물 파편과 우리가 쏜 총알에 맞아서 죽었다. 우렁찬 소리와 함께 사라진 벙커를 사라졌다. 오로지 뻔뻔스럽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폐허, 불과 함께 타고 퀴퀴한 콘크리트뿐이었다. 그 앞을 지나가니 보이는 것은 산산이 조각이 난 시체였다. 그 중에는 어린 소년의 것으로 보이는 것도 있었다. 갑자기 권 이병이 떠올랐다. -내가 이병 때, 소녀에게 총을 맞아서 죽은 그 사람-
어디선가 웃음이 새어나고 있었다. 가솔린 엔진의 피스톤이 돌아갈 준비를 하는 것 같은 소리가, 한 몇 분간 내에게 고개를 향하는 분대원들의 얼굴은 마치 미치광이를 볼 때 보이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점점 튀어나오는 북괴 놈들이 줄어들 무렵과 함께 류경 호텔은 무너지고 있었다. 한쪽 밑에서 뿌연 먼지를 일으키며 그쪽으로 기우려지면서 말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