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서를 이곳저곳 던졌지만 아직도 백수신세다.

1년 전에 백 전 원사 주체로 전우회를 열렸다. 대부도에 있는 리조트에서 6시간동안 진행을 한다고 했다.

콘도 안에 있는 행사장은 제법 세련되었다. 바닥에 깔린 카펫은 튀지 않을 정도로 화려했으며 천장에 달린 전등은 흔히 볼 수 있는 것이었다.

단상 양옆 쪽 벽에는 기다란 탁자가 있었다. 위에는 수많은 음식이 올려져있다.

둥그런 탁자가 제법 규칙적으로 배열되어 있었고, 여섯 개 정도의 의자가 탁자 주변을 빙 둘러져 있었다. 시간이 다되어도 준비된 좌석에 사람들이 다 앉지는 않았다. 그래도 사람은 생각보다 많았고 행사는 진행이 되었다.

백 전 원사는 오랜 기간 동안 행보관을 하신 분이다. 길을 가다가 지뢰를 밞아서 한쪽 다리를 잃었다고 했다. 지금은 모은 돈과 연금을 가지고 카페 사장을 하고 있다고 했다. 취미 삼아서 말이다. 그는 한동안 이런저런 이야기와 농담을 했다. 그렇게 흥미 있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그렇게 이야기를 하다가 시간이 되자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누라는 말로 끝났다.

내가 자리를 잡은 탁자에는 마동균과 평양 전투 당시 이병이었던 곽상준과 유상철이 있었다.

마동균은 전보다도 훨씬 탄 얼굴을 지니고 있었다. 스파게티를 게걸스럽게 입으로 밀어 넣고 있었다. 많이 배가 고팠던 것 같다. 유상철은 그나마 차분히 먹었지만, 없어 보이기는 마찬가지였다.

곽상준은 연설이 끝나자 기도를 했다. 전에는 보지 못했던 모습이다. 무신론자인 내가 봐도 쓸모없고 장황하게 기도를 늘어놓았다. 나는 한동안 육회를 휘적거리고 있었다.

이렇게 많이 달라질 줄이야.

숨 쉬려고 그랬는지 유상철이 말을 걸었다.

“이 병장님, 왜 안 먹고 그럽니까?”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 자리는 단지 먹는 자리가 아니다.

“야, 너도 병장인데. 왜 그러냐? 말 놓아라.” 음식을 볼에 가득 넣은 채, 마동균이 말했다.

나는 여전히 휘적거리면서 말했다. “입맛이 없어서...그래.”

여기는 전우회인데, 5년 동안 쌓인 애기가 없을까? 다시 입을 열었다.

“전역을 하고... 그 동안 뭐하고 지냈어? 다들.” 쑥스러움으로 가득한 한 마디였다.

한동안 탁자 위는 쩝쩝거리는 소리로 가득했다. 전과 같이,

그러다가 마동균이 입을 열었다.

“뭐... 나는 전역을 하고 한동안 집에 늘어져 있었지.”

침 씹는 소리로 점철된 목소리는 이외로 차분했다.

“그러다가 나라를 위해 다시 한 번 뭘 할까. 생각을 하다가 다시 나라를 위해 일하고 있어. 보람차고 그래.”

“전역을 하고 나서 저는 복학을 했어요. 그렇게 학교를 다니다가 취업을 하려고 하는 데, 잘 안되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은 뭐... 평범히 지내요.”

“야, 그럼 너도 내가 있는 곳에서 일할래?”

“뭐 좀 생각을 해야 할 것 같은 데요?” 어색한 웃음으로 문장을 끝냈다.

“거기 좋은 곳이야. 사람들도 친절하고 그래.”

“그래도 그렇지 잘 모르는 곳에서는...”

“뭐가 모르는 곳이야. 거기서 요직을 하고 있는 데.”

“그래도 저에게는...”좀 뜸을 들린 다음에 “그럼 다른 사람 이야기 듣고 하죠? 상철야?”

묵묵히 밥을 먹던 유상철은 질문이 들어오자 기다렸다는 듯이 말했다.

“저는 알바하면서 지내요.”

여기에 앉은 사람들 중에서 유일하게 먹물 먹었다고 할 수 있는 상철도?

궁금해서 물었다. “야, 그럼 취업은?”

“취업은 고사하고 졸업도 하지 못했죠.” 유상철은 웃으면서 말했다.

“복학하고 나서 수업을 듣는 데, 집중이 잘 안되더라고요. 그래서 학점도 날아갔고...”여전히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써보였다.

“뭐 그래도 문제는 없어요. 번지르르한 4년제 나와 봤자. 취업 안 되는 것은 마찬가지고, 차라리 사회 경험을 쌓는 게 중요하죠.”

“야, 그럼 넌 자유사단 알아?” 한동안 말할 틈을 찾는 티가 환히 보이던 마동균이 입을 열었다.

“알죠.” 이와 반대로 유상철의 얼굴은 약간 찌푸려졌다. 하지만 술에 취했는지 그냥 넘어가는 듯 했다.

“알지? 내가 거기서 요직을 맡고 있어.”

“그렇다면 어떤 직책을 맡고 계신 대요?” 곽상준이 말했다. 한동안 음식에만 관심을 가지던,

마동균은 흠칫하더니 “어, 뭐... 거시서 분대장을 하고 있어. 잘 몰라도 돼.”

저놈은 사회 나와서도 분대장 짓거리라니 웃기는 일이다.

“그럼 너는 뭐하고 있는 데?” 얼버무리기 위해 말을 돌렸다.

“저는 평범하게 지냅니다. 자랑할 거리도 안돼요.”

“야, 그래도 전역하고 나서 좀 변한 것 같지 않냐? 변한 게 하나도 없어? 나 전역하고 나서 어떻게 지냈어?” 마동균은 참 뻔뻔한 사람인 것 같다.

“잘 지냈죠. 잘,” 좀 침울하면서 신경질이 서 있는 목소리였다. 하지만 마동균은 일를 가지고 시비를 걸긴커녕 호쾌한 웃음으로 보냈다.

“그래도 변했긴 변했네, 내가 너를 교정시켜주었는데.” 이런 말을 들었는데도 곽상준은 미소를 지었다.

“야. 그럼 너희들 다 무직인거 네, 그치?”

“그렇다고 볼 수 있죠.” 내가 말했다.

“아, 전 제외시켜 주세요.” 곽상준이 답했다.

마동균은 곽상준을 보았다. “니가?” 이 한마디에는 수많은 뜻이 담겨져 있었다. 그럼에도 불쾌함을 표하지 않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네, 주임까지 올라갔어요.” 군대에 있을 때는 전혀 보지 못했던 태도였다. 활기차고 희망이 가득했다.

“그래?” 마동균은 놀란 듯이 말했다. “무슨 회사인데?”

“그렇게 유명한 회사는 아니지만 건실한 곳이에요.”

“그렇다면 나머지 둘은 들어와 볼 생각 없어?”

이제 더 이상은 말을 돌릴 수가 없었다. 저놈은 아마도 우리를 집어넣으려고 온 것 같았다.

“안될까? 생각을 좀 하고,” 들어가고 싶지 않다. 솔직히 이런 정치 깡패 조직에는,

하지만 여전히 마동균은 말했다. “월급도 빵빵하게 주는 데?”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유상철이 말했다.

“그다지 들어가고 싶지 않아요. 저도 마찬가지에요.”

“뭐? 임마?” 갑자기 성을 내었다. 하긴 그 성깔이 5년이 지나도 바뀔 리가 있나.

“그런 정치깡패 조직은 좀 그렇습니다.”

“너 정치 성향이 어때? 좌파야?”

“거기에 대해서 생각을 한 적은 없습니다. 하지만...”

마동균은 유상철이 말을 끊었다. “그럼 너 빨갱이야?”

5년에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이때도 이렇게 시작했지. 근데 이모부는 지금 뭐하고 지내고 있을까?

“진정 좀 해. 오랜만에 보는 건 데. 싸워야하겠어?” 나는 말리려고 했지만,

“빨갱이들에게 죽어나간 전우들이 안 불쌍해?”신경을 쓰지 않았다.

곽상준은 나를 보면서 마치 어떻게 하면 좋지요? 하는 표정을 지었지만, 나도 몰랐다.

유상철이 답을 하지 않았다.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거기에 회가 났는지. 마동균은 소리를 키웠다. “안 불쌍하냐고?”

일어나서 미간을 좁힌 체, 눈물이 흐릿하게 흘렸다. 모두가 우리를 향해 눈을 돌리고 있다. 여기저기에서 웅성거림이 들려온다. 특히 구석에 있는 백 전 원사는 사람이 당황했을 때 보이는 표정이 극한을 보는 것 같았다.

한 동안 예식장은 냉기가 돌았다.

유상철이 입을 열었다. “불쌍하죠. 그래요... 불쌍해요.”

언제부터 시작했는지 모르지만 점점 목소리를 키우며 같은 문장을 반복했다.

“말이 그것뿐이 안 나와? 유 일병?” 아까보단 줄었지만 말투가 변한 것은 아니었다. 전부터 마동균이 말투를 평하면 철부지를 혼내는 아버지와 같았다.

“그래서 불쌍하니깐, 저도 나가고 그러는 것 아니겠어요!” 만만치 않게 목소리를 올렸다.

“니 세끼가 뭘 했는데!” 모두들 안절부절 못했다. 그들은 목숨을 나눈 사람들끼리 싸운다는 것을 생각이나 해보았을까?

“너보다는 잘난 짓 했어요.”

“빨갱이 새끼가!” 단말마였다. 접시를 머리에 내려쳤다.


주차장에 나가 담배를 피고 있었다.

하늘은 그저 아름다웠다. 그러나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뿌연 연기가 파랑과 주황에 섞여 들어가고 있을 때, 백 전 원사가 내 옆에 와 있었다.

“많이 놀라고 그랬나?” 내 상태를 묻는 것 같지 않았다.

나는 한 모금을 구강에 넣고 말했다. “이런 일이 있을 줄을 몰랐어요.”

“필요하십니까?”

“몸도 안 좋고 그래서...” 백 전 원사가 답했다.

“그 친구가 나쁜 친구는 아니야.” 이어서 말했다.

“행사 망처서 죄송합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자내 탓 아니야. 내가 너무 미숙했던 탓이지. 반전 시위하는 저런 좌빨을 들어 놓으면 안 되는 일이 었는 데.”

아마도 차회 전우회부터 정치성향을 고려할 모양인 것 같았다.

“빨갱이들이 철저히 말살을 해야 한다고, 그런 데 동포라는 이유로 살려주자니? 낭만적인 소리인가?”

나는 뻣뻣이 빨고 뱉고를 반복했다.“

“어른이 있는 앞에서 무슨 버르장머리인가?”

“죄송합니다.” 재빨리 담배를 던지고 뭉갰다.

“나도 전에는 몰랐어. 저렇게 야비한 놈들은 것은” 하늘을 보며 말했다.

“우리들이 충분히 자비를 주어도 거기에 맞는 예의를 보일 줄 모르는 놈이야. 독가스를 풀어서 학살을 해버려야 한다고,” 그는 부들부들 떨었다. 텅 빈 왼쪽 다리를 매운 흔적이 강렬하게 드러났다.

“내가 다리를 왜 잃었는지 말해줄까?” 찔끔찔끔 고개를 돌리며 보던 것이 안 좋았나보다.

“죄송합니다.”

“됐어. 됐어. 궁금하면 자세히 말해줄 수 있어.”

“별로 궁금하지 않습니다. 행사 초반에 말하지 않았나요?”

그러거나 말거나 백 전 원사는 주저리를 시작했다.


별로 군 생활을 활기차게 한 것은 아닌 것 같다. 하지만 벌서 말년 병장이다. 멀어보였던 전역일이 눈앞이다. 이제 장교들도 우리에게 무언가를 시키는 무척 꺼려한다. 중대 기지가 있는 곳은 북한의 깡촌 중 깡촌이다. 사령부에서는 휴가는 보내줄 망정 외박은 잘 주지 않았다. 그래서 무척 무료했다. 말동무가 되어주는 병사들은 없다.

동기들은 대부분이 죽었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신경질적인 반응을 많이 보였다. 짬이 비스무리한 마 병장은 하사 지원을 했다. 나머지는 열심히 순찰을 돌거나 소탕 작전에 나갔다. 수많은 일정 때문에 지쳐 녹초가 된다.

신병들은 시간이 널널한 편이지만 대화하거나 놀기 힘들었다. 놀고 있을 때, 내가 다가오면 슬금슬금 피했다. 짬 차이 때문인가 싶었다. 하사와 소위와 대화를 하려고 해도 그들은 여러 뭐로 바빠 보였다.

휴대폰 사용이 금지되었다. 4 계월 전부터,

이를 전하면서 보안 문제라고 했지만 평양전투 때는 휴대폰 사용이 가능했다.

차를 타고 들어오는 신병들이 얼굴은 예술이다.

억울함과 분노에 찰 때로 찬 얼굴, 너무나 볼만했다.

그렇게 무료한 나날이었다.

짬을 먹고 나서 숙소를 돌아오는 길이었다.

헌병들이 4명 정도 한 곳에 모여 있었다. 신병들이 흘끔 보며 보기 싫은 티를 냈다. 대부분은 그냥 지나쳤다. 아마도 또 상관 살해거나 자살 중 하나겠지. 중요한 일은 아니다.

별 다를 것 없는 하루였다.

어슬렁거리다가 행보관이 뭐 시키는 거 하는 나날이다.

차이가 있다면 저녁이었다. 병영이로 돌아오는 나에게 중위가 찾아왔다. 뭐 일이 있어서 그런 줄 알았는데. 대단한 일은 아니었다.

조경구 상병이 자살을 했다는 것이다.

중위는 형식에 맞추어서 일했다. 조경구 상병과 친했다고 했는데, 슬프지 않냐고, 괴로우면 말하라고, 무슨 증세를 보이지 않았냐고.

난 이 모든 답변에 건성으로 답했다. 왜냐면 중위도 그랬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볼일은 없었지만, 좋은 친구였던 것 같다. 조경구 상병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