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황석영은 고등학생 때 처녀작 『입석 부근』을 발표한 뒤 입대하여 베트남전에 참전, 1970년에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탑』을 발표하여 본격적인 소설가의 길을 걸었습니다.
『탑』은 저자의 베트남전 경험에서 나온 단편으로 불교 탑 하나를 심리전에 써야 한다고 작중 화자가 포함된 1개 분대 병력이 방어하는 이야기입니다. 고등학생 시절에 독후감 쓰려고 처음 읽은 건데, 그 묘사의 박진감과 사실성이 뛰어나서 여러 차례 읽었던 단편입니다. 여기서 탑은 "알포인트"로 지칭되는데, 그렇습니다. 이 소설은 공포영화 알포인트(2004)에 지대한 영향을 준 소설입니다.
황석영이 보여준 전투묘사는 다음과 같습니다.
분대는 초소 주위의 배수로를 최후 저항선으로 정하고 적의 기습을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밤 적은 틀림없이 결전을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황혼녘에 보급대대 부근의 마을 사람들이 간단한 짐을 짊어지고 국도의 남쪽으로 피난 가는 게 보였다. 그들은 적의 어떤 작전계획을 알아차린 것이 분명했다. 중대 병력쯤의 집결은 관내 정규군과 지방 게릴라 몇 사람이면 충분하니까, 아무 때나 우리를 공격할 수가 있을 것이다. 일곱 사람이 중대 병력을 상대한다는 것은 이미 승산 없는 싸움이며, 며칠 전부터 같은 장소에 배치되어 있었던 우리의 위치와 화력이 이미 노출되었으므로 몇 시간 못 가서 탑은 점령될 것이다. 우리가 시간을 지연시킬 가능성을 믿고 있는 것은 본대 에서 지원될 81밀리 박격포의 포격과, 적이 탑을 파괴하지 않으려고 소화기로서만 우리를 공격할 것이라는 점이었다. 무전 수신을 하고 있던 통신병이 소리를 질렀다.
「작전이 변경된다구 합니다.」
「철수 명령이냐?」
「우리를 내버리는 건 아니겠지.」
제각기 떠드는 우리들을 묵살하고 통신병이 하사에게 수신 내용을 보고했다.
「정부군은 예정과 달리 훨씬 남쪽으로 공격해 들어가고 있습니다. 미군 교체 병력이 명일 09시까지 여단본부를 접수합니다. 후발 중대는 미군에게 작전권을 인계하고 헬리콥터로 이동 지역에 공수된다는 하달입니다. 그리고 적의 구정 공세가 전 남부 월남에 걸쳐 개시되었습니다.」
「좋아, 모두 들었나? 하루 앞당겨졌다. 오늘이 전투의 마지막 밤이다.」
「기분 나쁜데.」
「R 전원에게 무공훈장을 내리도록, 그리고 보상금과 조위금은… 」
「재수없는 소리 지껄이지 말아.」
북쪽에서 포성이 계속 들려왔고, 하늘 위 사방으로 떠오른 조명탄의 불꽃들이 보였다. 편대를 지어 날아가는 무장 헬리콥터들의 프로펠러 소리가 먼솟에서 들려왔다.
「작전 명령만 없다면 저 따위 탑 같은 건 수류탄으로 당장 날려 버렸으면 좋겠다.」
부사수가 말했고,
「사기당하는 건 우리뿐이다.」
하면서 선임조장이 말했다.
「마지막 전투라… 」
도로의 남쪽을 향해 철조망을 치고 클레이모어 지뢰 두 대를 매설했고, 도로 건너편을 비스듬히 가로질러 철조망을 친 다음 세대의 클레이모어를 묻었다. 또 측면의 낙화생 밭 앞에도 철조망과 클레이모어로 차단하고 탑 뒤의 바나나밭 쪽으로는 참호를 팠다. 사수와 2조장은 바나나밭 앞의 참호에 배치되었다. 나는 배수로 왼쪽 끝에서 낙화생밭을 경계했다. 낙화생밭 너머로 높다란 담장 같은 대나무 숲이 보였다. 구멍을 기어나온 도마뱀들이 음산하게 울고 있었다. 도로 남쪽의 마을을 향해서 M79 유탄발사기를 가진 분대장과 통신병이, 도로 건너편 대대 방향은 선임조장과 부사수가 맡았다 우리는 여덟 개들이 수류탄 띠를 차고 1가수의 탄띠가 다섯 탄띠씩 들어있는 실탄통을 각자 가지고 있었다. 만일 우리의 화력이 제대로 발휘된다면 적의 중대 병력쯤은 두 시간 동안 방어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 다음엔, 여단본부를 향해서 수단껏 탈출하는 게 상수이리라.
22시에 적의 사격이 대대 지역에서 날아왔다. 탈환이 블로크 벽을 부수며 튀었다. 그들은 연이어 쏘지 않고 한 발 한 발씩, 우리를 건드려 보았다. 우리는 응사하지 않았다. 대대 지역 뒤에서 호각 소리가, 마을 쪽에서는 목탁 때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본대에 조명탄을 청했다. 아득한 곳에서 박격포가 조명탄을 쏘아올리는 둔중한 소리가 들렸고, 달걀을 깨는 것 같은 경쾌한 소리로 점화된 5만 촉광의 조명탄이 우리 머리 위로 천천히 낙하했다. 조명탄은 간격을 두어 연달아 떠올라왔다. 낙하하는 조명탄의 섬광에 비친 나무 그림자가 길게 늘어나 잠깐 캄캄해졌다가 다시 대낮처럼 드러나곤 했다. 대대의 벙커들과 건물들 사이를 다녔다. 먹이를 요리하려는 야수처럼 그들은 자신만만했다. 적이 샌드백 가까이 접근해 왔다. 박격포의 뒷날개가 바람을 헤치는 소리가 들렸고, 포탄이 대대 지역 위에 떨어져 작렬했다. 목조건물 위에 떨어진 백린탄이 불결을 올리며 요란하게 타올랐다. 호각 소리가 짧게 두 번 들리자. 적이 일제히 방벽에 바짝 붙어서 쏘았다.
「우측사격 .」
하사가 나직하게 말했다. 선임조장과 부사수가 자동소총으로 사격하기 시작했다. 적의 배후에서는 박격포가 계속해서 터지고 있었으나 적의 사격이 점점 치열해졌다. 그들을 수류탄 투척 거리에까지 접근시킨다면 우리는 마지막이다. 적이 양끝에 자동화기를 설치하고 배수로에다 대고 집중 사격을 했다. 실탄이 배수로 앞에 쌓아올린 모래주머니를 찢고 드디어 몇 개를 넘어뜨릴 정도였다. 하사가 방벽 너머로 유탄을 날려보냈다. 이곳 저곳에서 터진 유탄의 파편이 우박처럼 흩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통신병은 계속해서 포를 유도했다. 적과 아군이 탄착점에 너무 가까이 있어서 곤란하다고 전해왔다. 하사가 송수화기를 빼앗아 들고 소리쳤다.
「야 HQ 개새끼들아, 포 하나 갖구 깔작거리면서 재는 거냐? 계속해서 쏘지 않으면 우린 전멸한단 말이다.」
포탄이 조금 더 가까와졌고, 귀청이 찢어지는 것 같은 소리와 함께 흙덩이가 전신에 쏟아져 내렸다. 아슬아슬하게도 포탄은 배수로 댓 발짝 앞에 떨어진 것이다. 통신병이 욕지거리를 퍼붓고 있었다. HQ에서도 매우 절망적인 쌍소리로 회답해 왔다. 적은 드디어 방벽을 넘기 시작했다. 검은 파자마를 입은 작은 몸들이 날렵하게 샌드백을 뛰어넘으면서 소리치고 있었다. 따이한 라이라이, 따이한 라이라이. 나는 배수로를 기어 돌아 하사의 옆에 붙어서 사격했고 탑 뒤의 참호 속에서 사수와 2조장이 사격했다. 하사가 외쳤다.
「전원 침착하게, 접근시키지 말구……」
도로 건너편을 차단한 철조망 위에서 수류탄이 터졌다. 동강난 철조망들이 사방으로 헤쳐졌다. 대대의 샌드백을 기어넘어온 적들이 치열한 사격에 쓰러지면서도 옆구리총을 하고 사격하면서 우리에게 똑바로 달려왔다. 그들은 소리쳤다. 철조망을 뛰어넘고 있었다.
「A탄 눌러.」
급박해진 하사의 갈라진 고함 소리. 여러 개의 드럼통이 한꺼번에 굴러가는 듯한 소리로 클레이모어가 터지고, 돌격하던 게릴라들의 몸이 이로 펄쩍 솟았다가 떨어졌다. 방벽을 넘으려던 게릴라들도 직선으로 날아간 파편에 맞아 굴러 떨어진다. 호각 소리가 길게 한 번 들리면서 적의 사격이 멎었다. 차가운 정적이 이 소강 상태 속으로 스며들었다. 두개골 속이 곧 터져나가기 직전인 것처럼 각자의 맥박 소리만이 들렸고, 갑작스런 고요함 때문에 나는 피부의 땀구멍들이 모두 막혀 버릴 것 같았다. 남의 땅, 남의 어둠 속에 있는 우리는 뭐냐. 도대체 우리는 무엇이냐. 도피로가 차단된 일곱 마리의 쥐새끼였다.
「손님을 죽여 버립시다.」
부사수가 말했다.
「분대장, 총살합시다. 저 새끼는 이용가치도 없잖소.」
「포로를 도로 가운데 묶어 놓자.」
결국 선임조장의 말대로 포로는 길 가운데 교통 표지판에 묶어 놓기로 했다. 우측 대대 지역으로 침투했던 적의 분대는 크게 타격을 받은 것 같았다. 적들은 우리의 완강한 저항에 신중해진 모양이었다. 어둠 속에서 부상당한 게릴라의 생존자가 뭐라고 소리를 질러대고 있었다.
「보내 줘라.」
「수류탄 한 방 날려버려.」
선임조장이 방벽 앞으로 수류탄을 까 던졌다. 모래먼지가 일어났고, 곧 조용해졌다. 부사수가 초소 안에서 포로를 끌고 나왔다. 그는 밖으로 끌려 나오자 허공을 향해서 뭐라고 긴 고함을 질렀다. 어둠 속에서 포로의 눈이 번들거렸다. 부사수가 그의 몸을 방패삼아 도로 가운데로 걸어갔다. 교통 표지 앞에 앉혀 놓고 붙들어 맸다. 길 옆을 따라 포복하고 있는 적의 분대 병력이 보였다. 그리고 그들을 엄호하기 위해서 좌측 대숲 속으로 적들이 몸을 낮추어 달려가고 있었다. 우리의 화력과 지원포의 탄착점을 여러 방향으로 분산시키려는 것이다. 하사가 말했다.
「이젠 정면을 포로가 막아 준다. 시간을 좀 끌 수 있을 거야.」
「적은 저놈을 사살할지도 모릅니다.」
「시간이 걸릴걸. 저 쪽두 명령계통이 있을 테니까.」
적의 통신 신호로 여겨지는 목탁 소리가 사방에서 들리다가 그쳤다. 좌측 대숲의 적들도 잠잠해졌다. 포로가 길 가운데서 숲을 향해 뭐라고 자꾸만 소리쳤다. 하사가 말했다.
「저자가 뭐라는 거야?」
「아마, 자길 쏘라구 그러는 모양이오.」
선임조장이 말했다. 조명탄이 떠올랐는데 환한 빛에 노출된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민가 쪽에서 두 사람이 걸어오고 있었다. 앞에는 발가벗기운 소총수가 절뚝거리며 걸어왔고, 뒤에 적이 바싹 따르고 있었다. 소총수는 몇 번이나 쓰러지려고 했고, 그때마다 뒤에 붙어선 자가 부축해 올렸다. 우리는 눈앞에 포로된 동료가 다가오는 것을 무력하게 지켜 보았다.
「교환하죠. 살려야 합니다.」
뒤의 참호 속에서 사수가 말했다. 선임조장이 고개를 흔들었다.
「적은 다만 침투하려는 거야.」
단발로 쏘아대는 총성이 대숲 쪽에서 들려왔다. 뭔가 드높게 외치면서 표지판 앞의 포로가 쓰러졌다. 소총수를 앞에 끌어안고 다가오던 게릴라의 팔이 번쩍 치켜졌다. 우리 쪽에서 잠깐 사격했다. 적과 소총수가 함께 쓰러졌고, 던져졌으나 못 미친 수류탄이 배수로 앞에서 터졌다. 비명 소리가 들렸다. 매캐한 화약 연기가 배수로 안에 가득찼다. 통신병이 얼굴을 감싸쥐고 흙바닥에 뒹굴고 있었다. 침투해온 적이 아직 절명하지 않고 철조망 가에서 움직였다. 클레이모어의 살상판을 우리쪽으로 돌려 놓으려는 모양이다. 그는 우리의 자동소총의 집중 사격을 받았다. 그러나 두 대의 클레이모어가 이쪽으로 돌려져 있었다. 안면에 파편상을 입은 통신병이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쥐고 고통에 찬 신음을 질렀다. 하사가 말했다.
「참아라 날만 새면 우리는 살아 남는다.」
「틀렸어. 클레이모어를 쓸 수 없습니다.」
부사수가 말했다. 하사가 부사수의 어깨를 잡아 흔들면서 부르짖었다.
「우리 정면이 뚫어지면, 뒤로 퇴각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퇴각하면 우리는 전멸한다. 모두 죽는 거야.」
「아직 결판은 안 났소.」
하며 선임조장이 말했다.
「저 클레이모어의 살상 방향을 바깥쪽으로 돌려 놓으면, 아직 방어할 수 있으니까.」
「누가, 뛰어가 돌려 놓겠나?」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적이 십자화력에 벌집이 될 것이다. 세 사람의 시체가 철조망 주변에 뒹굴고 있었다.
「분대장 네가 가라!」
참호 속에서 사수가 말했다.
「이 개새끼야, 지금 보여줘. 큰소리만 치지 말구.」
대숲 속에서 적의 BAR 기관총이 배수로를 훑으며 날아왔다. 우리들이 머리를 박고 잠깐 움츠린 동안 국도 연변의 분대병력이 침투 포복을 해왔다.
「씨팔 좋아.」
하사가 이빨 사이로 씹어내며 총을 던지고 일어섰다.
「말려라.」
선임조장이 외쳤다. 하사는 도로 가운데로 뛰어나갔다. 적의 BAR가 도로 위로 두 줄의 먼지를 일으키면서 질타했다. 하사가 돌에 걸린 듯이 주춤했다가 앞으로 곤두박질쳐 넘어지는 게 보였다. 우리는 건너편 대숲 속과 도로에 대고 응사했다. 아군의 박격포탄이 이따금 생각났다는 듯이 한 발씩 날아와서 대숲 후방과 도로 위에서 터졌다. 나는 통신병을 잡아 일으키며 소리쳤다.
「싸울 수 없으면 포라두 유도해라.」
「안 보여, 보이질 않아.」
신병은 무전기를 껴안고 있었다. 적이 계속 포복해 왔다. 하사가 철조망 가에까지 바짝 기어가 있었다. 그는 클레이모어를 돌렸고, 다시 일어나지 않았다. 대나무 숲에서 나온 적들이 낙화생밭을 건너오고 있었다. 대대의 방벽 너머로는 수류탄만을 양손에 쥔 게릴라들이 뛰어왔다. 참호 속에서 사수와 2조장이 대대쪽에 사격했다. 수류탄이 날아왔고, 적들은 넘어졌다. 참호 곁에서 수류탄이 터졌다. 계속해서 연달아 터졌다. 우리의 방탄조끼 위로 후두둑거리며 날아와 박히는 파편조각의 소리가 들렸다. 참호에서의 사격이 멎어 버리고 팔뚝에 파편상을 입은 사수가 혼자서 배수로 쪽에서 건너왔다. 낙화생밭을 건넌 적의 분대가 수류탄으로 철조망을 제거하고 달려들었다. 도로 정면에서 포복하던 게릴라들이 들개처럼 몸을 숙이고 달려왔다. 선임조장이 외쳤다.
「정면 A탄, B탄.」
부사수가 접선시켰다.
「좌측 A탄.」
나는 클레이모어의 접선기를 손아귀에 쥐고 힘껏 눌렀다. 도로 위에, 밭을 향해서 방향성 지뢰의 푸른빛이 번쩍였다. 정면을 돌파하려던 적의 주공이 거의 꺾였고, 좌측으로는 뒤에 쳐져 있던 제 2파 공격조가 밀려왔다. 우리는 수류탄을 연거푸 까 던졌다. 배수로 가까이로 뛰어왔던 자들이 사격에 얻어맞고 나뒹굴었다.
「착검!」
선임조장이 외쳤다. 자동소총에 대검을 꽂고, 화력망을 뚫고 배수로 속으로 뛰어든 몇 명의 게릴라들을 맞았다. 어둠 속의 눈, 그들의 장총과 자동소총 끝에 꽂힌 날카로운 알미늄의 창끝. 마주치는 첫 순간에 적을 제압해 버리지 못하면 죽는다. 적의 창끝을 위로 쳐올리면서 개머리를 휘둘러 가슴을 강타한다. 적이 뒤로 넘어진다. 군화발로 그의 면상을 차면서 다른 자를 맞는다. 최초의 공격에 적을 찌르지 못하면…… 나는 몸을 맞추어 적의 옆구리로 파고들며 대검을 내밀어 육박해 들어간다. 총대로 그의 총검을 막아 올리고 발로 급소를 올려찬다.
우리 주위가 조명을 받은 듯이 환해졌다. 커다란 탐조등의 원반이 땅바닥을 핥으면서 지나갔다. 두 대의 건십이 대숲과 도로 위에 기총소사를 내리 갈겼다. 저항선을 계속 넘으려던 적들이 일제히 퇴각하기 시작했다. 헬리콥터가 한 곳에 머물러 빙빙 돌면서 유탄과 로케트포탄을 내쏘았다. 적의 배후에 있던 지원병력이 흩어져 밀림으로 쫒기고 있었다. 선임조장이 배수로 밖으로 뛰어나갔다. 네 사람은 모두 도로 양측으로 전진하면서 쫓겨가는 적을 사격했다. 사수가 미처 달아나지 못한 적의 부상자들을 철저히 사살했다. 우리는 도로가에 머물러 적의 퇴각을 확인한 다음, 초소로 되돌왔다. 통신병은 배수로 속에서 무전기를 끌어안고 죽어 있었다. 우리는 모두 넋이 빠져 미친 사람이 되어 있었다. 사람다운 모든 것이 탈진되어 의식이 흐려졌다. 나는 배수로 속에 꿇어앉아 토했다. 전투가 끝나버렸는지, 아니면 다시 끝없이 시작되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우리는 서로 누가 남았는지 바라보기조차 귀찮았다. 그래서는 죽은 자들의 굳어진 몸뚱이 사이에 넘어져 졸기 시작했다.
스포일러를 하자면, 소설은 결말부에서 상당한 허무함과 반전의식을 느끼도록 구성되어 끝납니다. 어떤 결말인지는 찾아 보시오.
책의 전투묘사를 보면 황석영 소설가는 군사소설가로 활동했어도 이름을 떨쳤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참전자이자 문학가로서 전쟁을 상업적 소비의 대상으로는 절대 볼 수 없을 것이기에 기대는 할 수 없겠지만요. 베트남전에 대한 황석영의 문제의식은 장편 『무기의 그늘』에서 더더욱 심화되어 나타난다는데 아직 읽어보지는 못했네요.
민음사에서 펴낸 황석영 선생 단편집을 읽었는데 거기서 읽은 것 같네요. 그거 읽고 황석영 소설을 좋아하게 됐었음 - dc App
전 입석부근을 보면서 확성영이라는 소설가를 알게 되었지요. 이 탑이라는 소설도 단편집에 포함되었던걸로 기억하는데 다시 읽어보니 전투묘사가 뛰어나네요.
말씀하신대로 무기의 그늘을 읽어보신다면 작가의 베트남 전쟁에 대한 생각 (허무,냉소적인 시각)이 극명하게 들어납니다. 암시장, 군인을 동원한 계피수확,부패...
무기의 그늘 재밌긴 합디다. 베트콩 하면 떠오르는 정글속 게릴라보다는 도시내 공작원의 모습도 나름 생소하고... - dc Ap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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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의 그늘도 허무함이 장난 아님. 그거 읽고 한동안 황석영 작가 책 찾아읽음
이거 결말에 불도저 나오는거 맞던가?
황석영 별명이 김구라 예명 어원인 황구라 잖어. 난 저 사람 소설 잘 안와닿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