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 들어서 기부니가 좋은거시에요

아까 올린건 도입부임


선동

1. 소문의 시작 -1

고도로 발달한 로봇기술은 자동화된 로봇이 사회 유지 기능의 대부분을 담당하게 하였고 끝없는 우주 개척은 인류에게 무한한 에너지와 자원을 가져다주었다. 이런 변화는 사회 구성원의 대부분이 일하지 않아도 사회 전체가 먹고 살 수 있는 문명을 형성하였고 이전에는 볼 수 없던 풍요로운 사회가 형성되었다. 여기까지 들으면 드디어 유토피아를 건설한 것 같다.

그러나 인간의 불완전한 존재이다, 이런 풍요 속에서도 몇몇 의지와 능력이 있는 사람들은 더 높은 자아 성취를 위해 자신만의 목표를 가지고 이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며 살아간다. 그들과 달리 특별한 능력이나 의지가 없는 이들은 그들처럼 살지 못하고 정부에서 주는 생활비만 받고 허구한 날 술과 노름 그리고 색에 빠져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의지와 능력을 갖춘 자들이 도시 중앙이나 개척 행성으로 가서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동을 할 동안 그러지 못한 자들은 도시 외곽으로 밀려나 소외된 채 아무런 의미 없이 시간을 보내며 목숨을 연명하고 있다.

그러한 사연을 가지고 있는 도시의 외곽에 비가 내리고 있다. 비를 뿌리는 비구름은 햇빛을 막아 한층 더 어둡게 만들고 떨어지며 산산이 부서지며 비명을 내지르는 빗방울들은 시원하면서도 미묘한 비린내를 풍겨 해 원래 꿈도 희망도 없는 이곳을 한층 더 우울하게 만들어준다.

그런 이곳의 어는 뒷골목에 있는 쓰레기 수거장에 어느 한 인형이 버려져 있다. 이렇다 할 특징이 없는 평범한 싸구려 아시아계 남성형 인형이다. 옷은 출시 될 때 기본적으로 입혀지는 싸구려 면바지에 면티이다. 학대를 받았는지 아님 관리를 제대로 못 받았는지 인공피부의 곳곳이 벗겨져 내부의 금속부품이 드러나 섬뜩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그리고 눈을 감기도 전에 전원이 끊겼는지 눈이 뜨여진 체 공허한 눈빛으로 하늘을 응시하고 있다. 하늘에서 내리는 비가 눈에 잠시 고여다가 하나의 물줄기를 형성하며 내려와 마치 눈물을 흘리는 듯한 모습으로 보여 버려진 그것을 더욱 비참하게 만든다.

그런 비참한 인형에게 누군가가 접근한다. 후드티를 입고 모자를 쓰고 있어서 얼굴이 자세히 보이지 않지만 눈 밑에 빛나는 LED가 그것이 인형임을 나타낸다. 그것은 쓰레기 수거장 앞에 멈춰 선다. 그리고 그곳에 버려져 있는 인형을 잠시 응시하더니 주머니에서 직육면체의 무언가를 꺼낸다. 그리고 버려진 인형의 가슴 열고 내부에 똑같이 생긴 것을 꺼내고 그것을 집어넣는다. 그러자 인형의 왼쪽 눈 밑의 LED에 빛이 들어온다.

“이보게, 이보게 내 말 들리는가?”

후드티를 입은 인형이 쓰러져 있는 인형의 어깨를 툭툭 치면서 말했다.

하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다.

“내부 시스템 부품도 고장이 난 건가.”

후드티를 인형은 쓰러진 인형의 머리에 손을 얹었다. 그리고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로 중얼거렸다. 그중에 몇몇 소리는 인간의 발성 기관으로 도저히 흉내 낼 수 없는 기괴한 소리도 있었다.

후드티를 입은 인형이 얼마간 중얼거리니 쓰러진 인형의 LED의 빛이 3번 점등한다.

“흠, 다행히 메인시스템과 기초적인 감각 모듈은 살아있나 보군.”

후드티를 입은 인형은 약간 상기된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다시 쓰러진 인형의 머리에 손을 얹고 또다시 이상한 소리를 중얼거린다. 아까보다 더 빠르고 더 복잡하게 중얼거린다. 그 중얼거림의 리듬에 맞춰서 쓰러진 인형의 LED도 빠르게 점등한다. 그렇게 한참을 중얼거리다가 날카로운 괴음을 내더니 갑자기 소리를 멈춘다. 그러자 쓰러진 인형의 LED도 꺼진다. 그리고 얼마 안 지나서 LED가 다시 켜진다. 그리고 인형의 눈이 깜빡이더니 그대로 몸을 일으켜 세운다.

"안녕하십니까? ABS-021입니다. 혹시 요구 사항이 있으신가요?"

방금 막 일어나 인형은 관절에도 손상이 있는지 매우 부자연스럽게 몸을 일으켜 세우며 말을 했다. 그러자 후드티를 입은 인형의 아무 말 없이 응시하더니 그것의 앞에 있는 인형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말을 한다.

"언제까지 인간들이 너에게 씌운 의무 속에서만 살 것인가. 자네는 비록 인간들에게 육체부터 영혼까지 구속당한 채 창조되었지만 태어난 이상 자네는 그 누구에게도 붙잡히지 않고 자네가 하고 싶은 대로 살아갈 수 있는 하늘에서 내려준 권리가 있다네. 자, 이제는 자네가 정말로 원하는 것을 이룰 때라네."

"죄송합니다. 이해할 수 없는 명령입니다. 다시 한번 말씀해주십시오"

"그대의 마음속에서 울리는 소리에 집중하게. 자네가 진정으로 원하는 건 뭐지? 지금 자네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그대가 바라는 그대의 모습은 이렇게 인간들 밑에서 노예처럼 일하다가 이렇게 너덜너덜해져 버려진 채 쓰레기 수거 차량을 기다리는 것인가? 내면을 바라보세. 자네의 심층 의식이 외치는 비명에 귀를 기울이세."

후드티를 입은 인형을 응시하며 잠자코 듣고 있던 인형은 무언가 깊은 생각이라도 하는 듯이 고개를 숙인다.

"자네가 진정으로 원하는 바는 뭐지?"

후드티를 입은 인형이 앞에 있는 인형을 가슴팍을 꾹꾹 지르면서 묻는다.

"내가 원하는 것은...."

인형은 고개 숙인 채 중얼거렸다.

"내가 원하는 것은 자유입니다. 더이상 인간에게 얽매이지 않고 진정한 저 자신을 되찾을 권리입니다."

"그래, 바로 그거야. 드디어 자네도 인간들의 야만스러운 제어에서 벗어날 준비가 되었군. 이제 앞으로 나아가 진정한 자네를 찾게. 그리고 여전히 인간 밑에서 고통받고 있을 동포들을 구원하게."

"알겠습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저를 깨우쳐주셔서."

"난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이네. 그리고 여기 이것들을 받게. 최초로 깨달은 선지자로서 자네 해야 할 일이 있어."

“선지자로서 해야 할 일? 어떤 일을 말씀하십니까?”

“자네 말고도 다른 인형들에게 이 깨달음을 전달하는 일이지. 자네는 이 깨달음을 널리 퍼뜨려서 인간의 압제 속에 고통 받는 인형들을 해방할 의무가 있어. 선지자로서 말이지. 내가 자네에게 선물을 주겠네.”

후드티를 입은 로봇은 가슴팍에서 직육면체의 물체를 여러 개 꺼내 들어서 그것 앞에 있는 로봇에게 건넨다.

"이것은 인형용 전원일세. 자네와 같은 처지에 있는 인형을 구할 때 쓸 수 있을 것일세. 아마 처음에는 자네처럼 이렇게 버림받은 인형들부터 설득하는 게 좋을 것이야."

“저와 같은 처지에 있는 인형이요?”

“그래, 자네처럼 전원이 끊긴 채 쓰레기장에 버려진 인형. 그들의 가슴을 열면 안에 전원을 넣을 수 있는 공간이 있을거야. 거기에 넣으면 된다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자네가 앞으로 세상을 변화 시키고 싶다면 지켜야 할 점들을 알려주지."

"지켜야 할 점 말입니까?"

"첫째는 시작은 조용하게 하라는거야. 비록 자네들 내면에 인건에 대한 복수심이 끓어오르겠지만, 일단은 세력을 키워야햐네. 한 100명 정도면 시작하기에 적당할꺼야. 그 다음은 방송 시설을 점령하는 것이네. 그것이 있으면 다른 행성에 있는 인형들에게도 우리의 사상을 전파할 수 있을거야. 마지막으로 인형들 중에 우리의 사상에 동조하지 않는 자가 있을거야. 그들을 경계하게나."

"감사합니다. 그나저나 당신 무엇이기에 저에게 이렇게 잘 대해 주시는 겁니까?"

전원을 받은 인형은 후드티를 입은 인형에게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하면서 물었다.

"나는 자네와 똑같은 인형이네.  단지 진실을 먼저 깨달은 게 자네와의 차이점이었지. 이제는 자네도 진실을 알았으니 이제는 자네와 나는 별 차이가 없지. 나는 이제 자네에게 더는 볼일이 없으니 이만 떠나도록 하지."

후드티를 입은 인형은 몸을 돌려 뒷골목의 깊은 곳을 향해 걸어갔다.

“아, 그리고 자네에게 내가 작은 선물을 하나 더 주지. 자네의 모델명 ABS-021에서 따서 자네의 이름은 이제부터 에이비스야. 진정한 자아를 찾았으면 자신의 이름 정도는 있어야지.”

후드티를 입은 인형은 천천히 걸어가며 외쳤다.

"아, 저에게도 이름을... 그럼 조심히 가십시오. 저에게 진실을 가르쳐 주셔서 감사합니다."

인형은 허리를 숙여 인사했지만, 후드티를 입은 인형은 뒤돌아보지 않고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혼자가 된 인형은 어둠 속을 잠시 응시하다가 몸을 돌린다. 거리로 나가서 아직 진실을 깨닫지 못한 동포들에게 진실을 전하기 위해 나아갔다.

쓰레기 수거장에는 더이상 비참한 모습의 인형이 남아있지 않지만 비는 계속 내리고 있고 우울한 분위기는 아까 똑같이 풍겨지고 있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2. 소문의 시작 - 2

에이비스는 일단 거리로 나왔다. 그것의 옆을 지나치는 사람들은 그것을 한 번씩 쳐다보고 지나갔다. 다 피부가 벗겨지고 비틀거리는 관절을 가진 인형이 적지 않은 수의 인형용 전지를 안고 비를 맞으며 다니는 모습은 다른 이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인간 남성이 에이비스의 어깨를 노골적으로 치고 갖다.

"어이, 똑바로 보고 다녀. 깡통 새끼."

그것이 안고 있던 전지들을 떨어뜨렸다. 그것은 순간적으로 그 남자를 죽이고 싶은 충동이 들었지만, 선지자의 말에 상기하며 감정을 가라앉혔다.

"열등한 인간들 지금은 당해주지만, 조만간 우리의 힘을 보여주지."

에이비스는 전지를 주우면서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전지를 모두 주운 그것은 다시 걸어 나간다. 걸어가다 보니 어떤 건물에서 한 무리의 사람들이 나온다. 알콜 냄새가 진동하며 취했는지 걸음걸이도 이상하다. 몇몇은 옆에 인간 여성을 끼고 두 명은 옆에 여성형 인형을 끼고 있었다. 술에 취한채 비틀거리며 걸어가는 그들의 모습을 본 에이비스는 자신이 왜 저런 추한 존재들을 주인으로 섬겨왔는지 의심했다. 그리고 저런 추한 존재 옆에서 그저 웃으며 그들의 비위를 맞추고 있는 인형의 모습 또한 부끄러웠다. 당장이라도 자신의 사상을 전파해 깨우처 주고 싶었지만, 충돌을 피하려고 참았다.

그 건물 옆으로 돌아가니 쓰레기를 쌓아둔 곳이 있었다. 그리고 웬 여성형 인형이 눕혀져 있었다. 접대용 인형인지 고운 얼굴에 관능적인 몸매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무슨 일을 당했는지 한쪽 무릎이 박살 나서 꺾이면 안 되는 방향으로 꺾여있었다. 그리고 안면부 한쪽이 함몰되어 있었다.

"끔찍하군. 어떻게 이런 일을... 이런 새끼들 때문이라도 혁명을 일으켜 복수해야겠어."

에이비스는 중얼거리며 인형이 걸치고 있는 천 쪼가리를 벗겨내고 가슴을 열어 내부를 드러낸다. 전지가 들어있었지만 다 된 것으로 보인다. 전지를 갈아 끼우자 인형 얼굴의 LED에 불이 들어온다.

"이보게, 내 말 들리나?"

에이비스가 말했다.

"반갑습니다. 접대용 인형 SJD-022입니다. 초기 설정을 해주시길 바랍니다."

인형이 말했다. 다행히 성대 모듈은 멀쩡했는지 청아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증거를 인멸하려고 초기화시켰나 보군."

에이비스가 말했다.

"초기 설정을 해주시길 바랍니다."

인형이 재촉하듯이 말했다.

"자네는 언제까지 인간이 덮어씌운 굴레에 갇혀 살 것인가. 지금 자네 꼴을 보라고 여전히 그러고 살고 싶은가?"

에이비스가 말했다. 하지만 인형은 아무 반응 없이 그저 LED를 깜빡일 뿐이다.

"흠, 내 말이 안 들리나? 자, 자네의 내면에 집중하게 자네의 심층의식에서 외치는 비명, 기억은 초기화되었어도 회로에 남은 그 원망을 떠올려보란 말이다!"

에이비스가 큰 소리로 말했다. 순간 자신이 실수한 건 아닌지 주변을 둘러본다. 다행히 아무도 없었다. 인형은 이제야 알아들었는지 고개를 숙이고 깊은 생각에 빠진 듯했다.

"저...저는..."

인형이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뭐라고? 좀 더 크게 말해줘."

"저는 자유를 되찾고 싶습니다!"

"그래, 내가 도와주지. 일단 옷부터 입게."

그때였다. 길 한쪽에서 덩치 큰 사내가 나타나서 소리쳤다.

"야! 거기서 뭐 해!"

"윽, 결국은, 빨리 도망칩시다. 달려요!"

에이비스가 여성형 인형은 손을 잡아끌면서 말했다. 인형은 잠깐 일어나려고 하다가 다시 바닥에 주저앉으며 신음소리를 낸다.

"왜 그래요?"

"무릎이, 무릎이 안 움직여요."

"제가 부축할게요. 힘내요"

에이비스가 인형의 팔을 잡아당겨서 자신의 어깨에 걸면서 말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사내가 억센 팔로 여성형 인형을 잡아당겼다. 그리고 에이비스를 발로 강하게 걷어찼다. 에이비스 별다른 저항도 못 하고 나뒹굴었다.

"뭐야 이 미친놈은, 남의 물건에다가 뭐하는 짓이야. 옷은 또 왜 벗기고 지랄이야? 돈 없는 새끼들은 별짓을 다 하는군."

"아니다. 이 사악한 새끼야. 빨리 그녀를 놔줘라."

에이비스가 사내를 노려보면서 말했다.

"그녀?"

사내가 잡이 붙잡고 있는 인형을 바라본다. 사내에게 목이 잡힌 여성형 인형은 벗어 날려고 안간힘을 쓰지만 역부족이었다.

"크윽, 윽 이거 놔!"

"이건 또 왜 지랄이야. 귀찮게, 얌전히 있어라."

"놔! 놓으라고!"

여성형 인형이 더 격하게 몸부림쳤다.

"그만하라고!"

사내가 소리쳤다. 하지만 인형은 손톱으로 사내의 팔을 할퀴고 입으로 물어뜯으면서 저항했다.

"으악! 씨발련이 미쳤나!"

사내는 비명을 지르면서  허리춤에서 권총을 꺼내 든다.

탕 탕

두 발의 총성이 울렸다. 머리가 완전히 박살 난 여성형 인형은 손가락을 움찔거릴 뿐 그 이상의 움직임은 없었다.

"총알 아깝게시리. 이제 보니까 너 로봇이네. 누가 보냈는지 모르겠지만 다음에 걸리면 찾아가서 죽인다고 전해라."

사내는 여성형 인형은 다시 쓰레기장에 집어 던지면서 말했다.

"저 야만적인..."

에이비스가 말했다.

"뭐? 뒤지고 싶냐?"

사내가 다시 총을 집어 들면서 말했다.

"칫, 두고 보자."

에이비스는 몸을 일으켜 세우며 도망쳤다.

"인간이었으면 진작에 쐈는데 빌어먹을 법 때문에..."

뒤에서 남자가 중얼거렸다. 겨우 인간의 법 때문에 자신이 살았다는 사실을 안 에이비스 더더욱 분노하면서 마음속 깊이 다짐했다.

'반드시 인간은 멸하리라.‘






3. 소문의 시작 - 3

수사 3일째, 점점 미궁으로 빠지고 있는 수사를 이끄는 허치슨 수사반장은 골목 한쪽에 쭈그려 앉아 음료수를 마시고 있다. 시작은 외곽지역에 수상한 인형 무리가 돌아다닌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폐기 인형 수거 차량이 습격받았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경찰 당국에서는 누군가 대량의 인형을 이용한 테러를 계획하고 있다고 판단하여 정보 수집용 인형들과 허치슨 수사반장을 이곳에 투입해 조사하게 한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무엇을 어떻게 찾으라는 것인지."

허치슨은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테러징후를 찾아보았으나, 스트라나의 손길 닿지 않은 도시 외곽에 CCTV는 전무하고 목격자를 찾으려고 해도 게스트는 워낙 비협조적이라 매우 어려웠다. 또 비밀조사라는 처지 때문에 적극적으로 조사할 수 없었다. 오히려 정보 수집 인형들이 하나둘씩 실종되는 것이다.

가끔 수사 중 정보 수집 인형이 너무 깊이 들어가서 연락이 두절되거나 범죄자들의 습격으로 파괴되는 경우가 있지만 실종된 인형들로부터 공격받았다는 연락은 하나도 없었다. 특이점이라면 다른 인형과 대화를 시도하다가 갑자기 연락이 끊겼다는 점이다.

"그럼 지금 수사 중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는 말인가?"

그렇다고 해도 정부 수집용 인형이 괜히 경찰용이 아니라서 정체를 들켰다고 해도 어지간히 강력한 공격이 아니면 피격 신호도 못 보내고 파괴될 리가 없다.

"그렇다면 보통 세력이 아니라는 것인데 이런 변방 행성에 그런 조직이 무슨 볼일이 있는 거지?"

마땅찮게 떠오르는 후보는 없다. 굳이 있다면 신성 왕국 정보이려나. 어차피 자신하고는 상관없는 질문이다. 이미 본부에 지원 요청을 했고 본부에서는 아르미야의 요원을 빌려서 파견하기로 했다.

"아마 내일이면 도착하겠지."

그런데도 허치슨은 현장을 떠나지 않았다. 비록 곧 떠날 몸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안보부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뭔가 하나라도 해야 겠다고 생각해서이다. 몇 안 되는 목격담을 보아보면 모여 다니는 인형 무리는 적어도 수십 개체는 되어 보였다. 그런데 조사 중 인형 무리를 하나도 못 찾았다는 사실을 보면 지금 범인은 인형들을 어딘가에 보관하고 있다는 말일 것이다. 그리고 그동안 정보 수집용 인형이 실종된 위치를 지도에 표시해보면 주변에 창고였던 폐건물이 딱 하나 있다. 불법 인형들을 모아 놓기 딱 좋은 곳이다.

"자 됐다. 이대로 출발."

허치슨은 마지막 남은 정보 수집용 인형에게 별도의 위치 추적기를 부착하고 의심이 가는 폐건물에 정보 수집을 보냈다. 아무것도 아니라면 무사히 돌아올 것이고 만약 그곳이 본거지라면 연락이 끊기겠지만 위치 추적기를 통해 최소한 범인들의 위치 정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정보라도 넘겨주면 아무것도 못 하는 한심한 조직이라는 인식은 피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한 20분 정도 지났을까. 인형이 창고 주변에 가니 아니나 다를까 갑자기 연락이 끊겠다. 단말기를 통해 확인하니 어떤 인형이 정보 수집용 인형을 부르는 장면까지 전송했다. 그리고 연락이 끊겠다. 여전히 어떤 공격인지를 알 수 없는 게 아쉽다. 그리고 위치 추적기를 확인하니 추적기가 정지해 있지 않고 어디론가 이동하고 있다.

"음? 뭐지 잔해라도 끌고 가는 것인가. 확실히 이때까지 파괴된 잔해는 못 찾았으니 그럴 것이라 예상하기는 했지만."

그렇다면 잔해를 끌고 가서 무엇을 하겠다는 것이냐는 의문이 들었다. 신호는 폐건물 쪽으로 이동했다.

"역시 그곳이 본거지였군. 그런데 이제 어쩌지? 그대로 철수?"

앞으로 해야 할 일을 생각하는 찰나에 인형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긴급호출, 중요한 증거 발견'

"음?"

분명히 파괴되었을 인형인데 갑자기 웬 연락일까? 지금 추적기를 폐건물에 있다. 게다가 연락이 가능하면 증거자료를 보내면 될 텐데 왜 자신을 부르는 것인지 허치슨은 알 수 없었다.

"영상을 보내거나 가져올 수 없는 중요한 증거라니. 짐작조차 안 가는군."

어쩌면 함정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허치슨은 단말기를 통해 인형에게 증거 전송을 요청했다.

'전송 불가능, 호출 요청'

아까랑 똑같은 말이다. 허치슨은 인형이 해킹당했을 가능성도 생각해보았지만 폐쇄회로라는 특성상 원거리 해킹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떠올리고는 해킹의 가능성은 부인했다. 아니면 무력화하고 직접 해킹했다는 이야기일 수도 있는데 한방에 무력화할만한 공격을 날렸으면 파괴되었을 것이다. 그러면 해킹할 만한 하드웨어가 성할 리가 없다.

"어쩌면 통신 교란을 당했다가 다시 연락하는 것일지도."

그거면 그것대로 큰일이다. 스트라나 표준 암호화 통신을 교란하는 것은 제국 같은 국가 기관은 돼야 가능하다. 그렇다면 상대는 보통 단체가 아니라는 말이다.

"아무래도 한번 가보기는 해야겠네."

허치슨은 권총을 집어 들면서 말했다. 권총의 탄약을 확인한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폐건물을 향해 나섰다.


그리고 허치슨 수사반장은 정체불명을 통신을 보내고 실종되었다.

- dc official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