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증조부는 임정에 돈 부치다가 거려서 감옥을 갔다 오셨다. 몰락해가는 임정이 뭐라고. 하지만 지역사 서적에 남겨진 이 사실을 나는 자랑스레 여긴다.

내 증조부는 독립운동을 한답시고 감옥이 들락거렸고 집안은 가난해졌다. 조부는 별다른 공부를 하지 못하고 소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가정을 책임졌다. 그 가난은 여전히 우리 집안을 옮아매고 있다. 나는 이 사실을 부끄럽게 여긴다.


아는 선배는 친일파의 후손으로 이를 부끄럽게 생각한다. 친일인명사전에 적힌 그 선조의 이름을 지우고싶다 말한다.

그는 그의 선조가 나라를 팔아 먹은 자산으로 호의호식한다. 외국에서 태어나 몇 개 외국어를 할 줄 알며 자신이 사는 지역의 주민들이 모두 부자이고 교육받은 사람들임을 넌지시 말한다.


나는 그가 부럽다. 그는 자부심을 겉으로 드러낼 수 있지만 나의 자부심은 그렇지 않다. 그는 선조의 치부를 반성하여 지울 수 있지만 나의 가난은 그렇지 않다. 그래. 나의 가난은 그렇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