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k와 마약 카르텔

"나는 우리가 계속 러시아 무기를 해외시장에서 판촉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이 무기들은 국가들 사이의 평화와 친선을 지켜줄 테니까요."


니카라과의 수도 마나과의 무너진 건물들(1972년 대지진이 일어난 뒤 많은 구조물이 여전히 폐허로 남아 있다) 한가운데에 도시에서 가장 큰 동상이 서 있다. 도전적으로 꽉 쥔 AK를 하늘 위로 치켜들고 선 철제 조각상이다.

이 산디니스타 게릴라 동상은 과장되게 울퉁불퉁한 가슴 근육 때문에 현지인들이 헐크라는 이름을 붙였다. 현지인들은 관광객에게 만화책 영웅의 이름을 얘기하면서 길을 알려준다. "헐크 있는 데서 오른쪽으로 가세요."

소모사 일가의 독재자들을 몰아낸 자유의 투사들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이 랜드마크의 기단에는 산디니스타라는 이름의 기원이 된 아우구스토 산디노Augusto Sandino 장군의 말이 새겨져 있다. "결국 노동자와 농민만이 남을 것이다."

산디노의 예언은 부분적으로만 실현되었다. 40년 동안 이어지면서 이웃한 온두라스와 엘살바도르까지 흘러넘친 니카라과의 싸움에서 노동자, 농민과 나란히 용도 불명의 AK 수만 정이 남았고, 그 결과로 페루와 콜롬비아, 베네수엘라에서도 '칼라시니코프 문화'가 생겨났다.

중동과 마찬가지로 '칼라시니코프 문화'는 뿌리 깊이 새겨져서 치명적인 결과를 낳았다. 정부가 시민들의 총기를 회수하여 폐기하는 사업을 벌이고 있지만, 대다수 총기가 여전히 돌아다닌다. 또 세계 각지에서 날마다 이 지역으로 새로운 무기가 쏟아져 들어오면서 중앙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의 몇몇 나라는 지금도 총기가 넘쳐나서 위험한 상황이다.

아프리카에서 AK를 든 무질서한 무리들이 시시한 생계형 약탈을 하면서 마을을 습격하고 총기와 피의 다이아몬드 거래를 하는 찰스 테일러 같은 독재자를 지지한 것과 달리, 라틴아메리카의 상황은 반군 집단과 정부군 사이의 폭력적인 내전에서 정치 이데올로기의 가면 아래 움직이는 강력하고 잘 훈련되고 규율 잡힌 마약 카르텔로 진화했다. 이 집단들은 대단히 부유하고 강력하기 때문에 작은 나라를 흉내 낼 정도다.

근거지에서 질서를 유지하면서 마약 농민들에게 세금을 부과하고 정부군의 접근을 막는다. 우파와 좌파를 망라하는 마약 카르텔의 정치 이데올로기는 주로 코카인과 헤로인 같은 불법 마약을 재배하고 밀수해서 수입을 얻는 데 초점을 맞추는 사회·경제··문화 기반 시설을 지탱하는 접착지 역할을 한다.(아프가니스탄은 여전히 헤로인의 최대 생산지이며, 그 수출품은 남아메리카 마약 카르텔이 만들어서 보호하는 마약 밀수 경로를 통해 미국으로 간다).

이 집단들이 점점 강해지면서 더 큰 무기를 구매할 수 있었지만, (콜롬비아의 한 마약 카르텔은 코카인을 밀수하기 위해 잠수함 구매를 고려하기도 했다), 그들의 주력 무기는 여전히 AK다. 종종 돈  대신 마약으로 AK 대금을 지급한다. 이런 물물교환이 워낙 제도화되었기 때문에 황산염코카인 1Kg에 AK 한 자루가 실질적인 교환 비율로 굳어졌다. (황산염코카인은 희석한 황산과 물에 코카 잎을 짓이겨서 만든다. 이렇게 하면 운반이 쉬운 반죽 형태가 되는데, 이 반죽은 염산코카인-흔한 길거리 코카인-을 생산하기 위한 중간 단계다.)

1990년대 들어 전투원이 고갈된 탓에 니카라과와 엘살바도르, 과테말라 등지에서 내전이 점차 끝났지만, AK를 중심으로 한 소형화기 수만 정이 옛 반군과 정부군 병사의 수중에 남았다. 그들은 총기를 사용해서 강도와 살인부터 남아메리카 마약 카르텔 보호에 이르기까지 갖가지 범죄를 저질렀다.

마약 카르텔은 중앙아메리카를 북쪽 미국으로 향하는 밀매의 중간 지점으로 활용했다. 미국 마약단속국Drug Enforcement Administration, DEA에 따르면, 현재 미국으로 들어가는 코카인의 70퍼센트 이상이 중앙에미랔-멕시코 국경을 통과하는데, 내전과 그에 이은 국내 폭력 사태 때문에 약해진 정부들은 밀거래를 막을 힘이 없다.두 초강대국이 공급한 AK 덕분에 부추겨진 이 내전들 때문에 중앙아메리카는 세계에서 폭력이 가장 횡행하는 지역으로 남았고, 범죄율은 세계 평균의 2배가 넘는다. 이런 범죄율은 민주화 과정에 방해가 될 뿐 아니라, 지역 전체를 광범위한 빈곤에서 헤어나기 어렵게 만들었다.

미주개발은행 Inter-American Development Bank은 범죄율이 세계 평균과 비슷해지기만 하면 라틴아메리카의 1인당 국내총생산이 25퍼센트 증가할 것으로 추산한다.




AK47 - 래리 커내허 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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