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이맘 때 어느 가을날의 일이다.



우리 대대는 그날도 어김없이 북진통일을 위한 전술전기 연마를 위해 연병장에 집합해 배수로 청소를 하고 있었다.


그때 사단장이 예고도 없이 연대장을 데리고 불쑥 등장해 사열대에 우뚝 서서,



'수고가 많군 허허허.'



하며 인자하게 웃으니 대대원들은 패닉상태에 빠져 어쩔줄을 몰라했다.


그때 어디선가 사색이 되어 뛰어온 대대장이 병력을 사분오열로 도열시키고 사단장을 향해 목이 터져라 경례를 붙였다.


내가 이병 2호봉이 다 되도록 그렇게 큰 '충성!' 소리는 들어본 적이 없었다.



'그래 그래 허허허 자네도 이번엔 진급해야지? 허허'



너그럽게 웃으며 대대장에게 농짓거리를 하던 사단장이 문득 고개를 들어 부대 앞산을 보았다.



'그런데 말이야...자네 대대에 올 때마다 저 앞산이 거슬려. 아무래도 거...어험.'


'아이고 예예 허허허 그놈의 산이 왜 거기...하하하'



사단장의 한마디에 대대 고참들의 얼굴은 하얗게 사색이 되었고 개중에는 삼삼오오 모여 탈영을 모의하는 자들도 있었다.


나는 영문을 몰라 곁에 있던 맞고참에게 물었다.



'김 이병님, 고참들이 왜 저러는 겁니까?'


'닥쳐 눈치없는 시바라. 사단장이 지금 앞산을 다 삽으로 떠서 없애라고 명령한 거자너. 시바랄 아 뒤졌네 진짜'



사태를 파악한 나는 분연히 일어서 사열대로 가서 사단장의 귀쌰대기를 날렸다.


그리고 일갈하기를,



'너는 사단장이 되어 사단장병을 자식같이 여기고 전시에 단 하나의 생명도 쉬이 낭비되지 않도록 전술전기 연마에 힘쓰게 지도하지는 못할망정,


네 개인의 취향에 따라 쓸데없는 사역을 시킬 궁리만 하니, 나라의 녹을 먹는 장수로서 부끄럽지도 않으냐!'



라 하였다.



나는 또한 연대장의 쌍쌰대귀를 날리며 일갈하기를,



'너는 연대장이 된 자로 마땅히 상관을 제대로 보필하며 그른 일에는 직언하기를 두려워하지 말아야 하거늘,


늘 꽁무니 따라다니며 딸랑이 노릇이나 하기 바쁘니 이 죄를 어찌 물어야 하겠느냐!'



하니 나의 박력과 정론에 감복한 사단장과 연대장은 쌍코피를 훔치며 백배 사죄하고 내 휘하에 들어와 충성을 맹세하였다.


이에 내가 다소 화를 누그리고 사단장과 연대장, 대대장에게 이르기를,


'내 지금 너희들을 참해야 마땅하나, 단 한 번만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이면 용서하겠노라!'


하며 삽을 던져주고 앞산을 가리키니 사단장과 연대장, 대대장이 앞산으로 부리나케 뛰어가 삽질하였다.



나는 거기서 그치지 않고 그간 괘씸했던 부사단장, 참모장, 다른 연대장들과 참모, 직할대장 등 열놈을 더 불러 이르기를,


'너희도 그동안 나라의 녹을 헛 먹었으니 피나는 반성을 해야 마땅하리라!'


하며 야삽을 던져 주었다.



그렇게 열 세놈이 삽질하니 해질녘이 되자 앞산 200고지가 평지로 바뀌었다.



나는 피땀을 흘리며 돌아온 간부놈들을 모아놓고 앞으로는 부하들을 위하며 솔선수범하도록 훈시하여 돌려보냈다.



그날의 사건 이후 사단장은 나를 이병 3호봉으로 특진시키고 사단 지휘권을 넘겨주었다.


그리하여 나의 전역 전까지 사단장이하 전 장병이 나의 지휘하에 태평성대를 누렸따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