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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순환로는 꽉 막혀 있었다. 가난한 나라에 살면서도 다들 차는 가지고 있는 모양이다. 노인의 혈압을 다시 측정하고 나서 인적 사항을 기록했다.

어색한 침묵끝에 나는 말문을 열었다.

"저희 조부님도 국립묘지에 안장되셨어요. 재작년에서야. 일찍 돌아가셔서 저는 얼굴도 못 뵀지만. 6.25에 참전하셨거든요."

노인이 처음으로 고개를 돌려 나를 본다. 그 시선이 민망해 얼른 말을 이었다.

"21연대 소속이셨다고. 아버지께 들었습니다. 7월 중공군 공세 때 어느 전투에서 다치셨다고....."

노인은 힘겹게, 그러나 맥박 뛰듯 분명한 목소리로 말했다.

"금성지구 전투"

깜짝 놀라 노인을 바라봤다.

그다음 순간, 나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노인의 눈에 생기가 띠었다. 그는 처음으로 몸을 움직여 천천히 오른손을 들었고 우측 미간에 가져다 댔다. 노인은, 아니 한 노병은 나에게 그리고 내 이야기 속 또 다른 노병에게 거수경례를 하고 있었다.

왈칵, 뜨거운 무언가가 내 가슴속에 밀려들었다. 나는 자세를 바로 하고 거수경례를 붙였다.

"저희 할아버지께서도 자랑스러워하실 겁니다."

노인은 천천히 팔을 내리고 다시 먼 곳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나는 마른침을 삼켰다.


이 나라는 저 눈빛으로 지켜낸 것이구나.


구급차는 넓은 보훈병원 부지를 돌아 응급실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응급실 안에는 수많은 노인들이 누워 있었다.

이 나라의 얼마나 많은 노병들이 전장에서 얻은 부상과 후유증을 안고 힘겹게 사는 걸까.

구급 출동 중이거나 귀소 중에 간혹 보훈병원으로 향하는 서울 전역 구급대원들의 이송 보고를 들을 때가 있다. 가까운 강동이나 송파 소재의 소방서가 아닌 이상, 대부분 구급 차량들이 먼 길을 돌아 모여들기 때문에 각 관할 구역은 오랫동안 빌 것이다.

관할 구역에 남은 사람도 보훈병원까지 이송하지 못 하는 사람도 돌볼 수 없는 건 매한거지다.

수많은 이들이 생명을 던져 지켜낸 나라는 어디에 있는가.

우리는 가난한 나라에 살고 있다. 목숨을 던져 나라를 지킨 군인조차 보살필 수 없는, 우리는 여전히 너무도 가난한 나라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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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소방관의 기도 144p.  오병환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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