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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보고하라.”
두 번째 신호음이 울리기도 전에 장택 소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예, 모란봉 구역 대피 준비는 완전히 끝났습니다. 현재 각 방어 거점마다 특화점과 저지선을 설치하고 있습니다.”
“완료까지 얼마나 남았나?”
“못해도 이틀은 더 있어야겠습니다. 후방부에서 물자 공급이 늦어져서 철조망도 충분치 않고, 탄알도 부족해서 빈 총으로 싸울 판입니다.”
“강남 구역에 우선적으로 배분해서 그래. 모란봉 구역 교도대들도 아직 빈총이야.”
“교도대 소집은 다 끝난 겁니까?”
“소집도 지지부진하다. 난리통에 인민반, 기업소가 생산인력 부족하다고 인원을 안 내주고 버티는 중이라 골치 썩고 있어.”
“전연 상황은 어드렇게 됐습니까?”
그는 가장 궁금했던 것을 물었다. 서평양백화점에서 상위에게 받았던 질문은 자신도 답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곽 대좌가 가장 최근 회의에서 들었던 내용은 전연군단의 총공세가 지속 중이라는 것이었다. 국방군에게 기습을 받았음에도, 전연군단들은 오히려 공세로 맞서 남조선 영토를 향해 진격하는 상태였다. 곽 대좌의 지휘통제용 컴퓨터에는 갱신된 전장 상황이 나타나 있었다.
서부 전선 제1 집단군의 경우, 휴전선 경계를 맡던 병력은 화력전 중에 거의 전멸했으나 비교적 후방에 있던 예비병력으로 반격을 개시해 임진강 도하에 성공했다. 교두보를 구축하던 2군단 예하 공병부대는 강 남안에서 국방군이 폭파한 통일대교의 사진을 찍어 군 연결망을 통해 보내왔다.
동부전선을 담당한 제2 집단군은 속도가 느렸다. 강원도의 산세 때문에 전차의 기동로가 제한적이어서 특수작전부대가 선행 침투해 방어 거점을 확실하게 파괴하는 것이 먼저였다. 거점 제거 이후에는 적의 예상 기동로 근처에 은닉해서 화력유도를 해야 하는데, 상당수 병력이 침투 중에, 또는 침투 이후에 목숨을 잃어 작전에 차질이 생겼다.
“그렇게 좋지는 않다. 이따 십육 시에 지휘관 회의 있을 거니, 그때 자세히 알려 주겠어.”
“알겠습니다.”
전화가 끊어졌다. 벌써 한계가 드러나는 것인지 곽 대좌는 불안했다. 국방군의 질적 수준이 인민군보다 앞선다는 점은 다들 아는 사실이었다. 국방군과 인민군 둘 다 속전속결을 추구하는 것 또한 모두가 알았다. 전쟁이 시작된 이상 살아남거나, 그렇지 못하거나, 둘 중 하나의 결과만이 두 나라를 기다리고 있었다.
불바다가 된 평양은 멸망의 징조일지도 몰랐다. 총정치국에서는 연일 남조선 민족반역도당의 항공기들이 추풍낙엽처럼 땅으로 곤두박질친다고 스피커를 울려댔지만, 평양에서의 폭음은 멈추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하는 행동에 의미가 있는지 곱씹었다. 어차피 전부 끝날 것이라면 이 모든 작전은 그저 사람 목숨만 내다 버리는 짓에 불과했다. 국방군에 직접 맞서 싸워야 하는 하전사부터 피난 중에 생명을 위협받을 수많은 민간인까지, 누군가가 감당하기엔 너무나 많은 인명이 달려있었다. 대체 누가 그들의 생명에 책임을 지는가? 평양방어사령관인가, 총참모부인가?
답은 하나였다. 2천만 인민의 머리 위에서 모든 일을 관리하고 조정하는 사람이자, 태양보다도 빛나는 총명함과 자애로움을 갖춘, 전 인민의 위대한 영도자인 총사령관 동지. 하지만 그에게 2천만 인민의 목숨을 매다는 것이 현명한 일인지, 곽 대좌는 다시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요?”
그가 깜짝 놀라 뒤돌아봤다. 교무실 입구에 키가 크고 호리호리한 사내 한 명이 서 있었다. 사내가 대좌를 향해 걸어왔다.
“예비 방어 계획을 짜고 있었습니다, 보위부장 동지.”
곽 대좌가 책상 위의 평양 지도로 눈을 돌리며 말했다. 연대 보위부장인 김민학 대좌는 대단히 예의 바른 사람이었으나, 그와 면을 맞대면 목에 뭐가 걸린 것처럼 불편해졌다. 김 대좌는 보위부장으로 배치된 이후 회의와 같이 반드시 필요한 자리가 아니면 군의 군관들과 접촉하지 않았다. 자신의 집무실에 틀어박힌 채로 연대에 퍼진 정보원들에게서 올라오는 보고만 듣고 있다가 사건이 터지면 곧장 현장으로 달려가서 당사자를 처리했다. 그 때문에 연대의 군관들 사이에선 거미라는 별명이 퍼져있었다.
“련대장 동무, 괴뢰군의 항공이 계속되면서 군의 기강이 점점 해이해지고 있소.”
김 대좌가 그의 옆으로 와서 앉았다. 그 곁에 전령으로 보이는 어린 하전사 한 명이 부동자세로 섰다.
“그런고로, 보위국에서 특별 명령이 내려왔소.”
김 대좌가 손짓하자 전령은 매고 있던 가방에서 파일을 꺼내 곽 대좌 앞에 펼쳤다. 파일에는 명령서 한 장이 들어있었다.
“각 대대별로 보위부 휘하 반역행위 단속 그루빠를 조직하라는 명령이오, 동무. 이 중차대한 시국에 반공화국, 반혁명, 반당적인 모든 행동을 철저하게 추려내서 사회주의 조국을 결사옹위하라는 지시가, 그 명령서에 나와 있을 거요.”
“얼마나 차출해야 합니까?”
곽 대좌는 명령서에서 눈을 떼지 않고 말했다.
“탐지조, 수색조, 집행조 세 개 조에 각 다섯 명씩, 총 열다섯 명이 모여야 하오. 거기 그루빠 구성까지 나와 있으니 잘 살펴보시오.”
명령서를 자세히 읽던 곽 대좌의 눈이 커졌다.
“경기사수까지 동원해야 합니까? 분대 화력에 공백이 생길 겁니다.”
그는 고개를 들어 의아한 눈으로 대좌를 쳐다봤다. 대좌의 새카만 눈동자는 미동도 없이 곽 대좌를 바라보고 있었다.
“총소리를 내서라도 반역분자를 솎아내라는 의미요.”
대좌는 명령서로 시선을 떨궜다. 이제 전선은 두 개로 늘어났다. 국방군에 맞서기도 버거운 일인데, 부하들에게까지 총부리를 겨누기는 더욱 쉽지 않았다.
“너무 걱정 마시오, 동지. 말했듯이 그루빠는 보위부가 지휘할 거요.”
“그루빠를 조직하는 데에 반대는 전혀 없지만…, 우리 전사들의 기강과 사상은 문제 삼을 곳이 없습니다.”
곽 대좌는 조심스럽게 조직의 효용성에 대해 의문을 표했다.
“조만간 그렇지 않을 거요.”
김 대좌가 잘라 말했다. 조만간 이라니. 대좌는 단어에 담긴 속뜻을 헤아렸다. 반항공군이 거의 전멸한 상황에서 미군의 항모전단까지 가세하면 평양 방어는 확실히 힘들어질 것이다. 거리에 설치한 철조망 하나하나마다 폭탄이 떨어질지도 몰랐다. 힘든 방어전이 될 테지만 그 정도 상황은 다들 예상한 바였다.
다른 건 몰라도 정신전력에서는 인민군이 국방군보다 우월하다고 곽 대좌는 자신했다. 조금 못 먹고, 중장비에 쓸 기름이 부족할지라도 인민군의 병사들은 적에게 등을 보이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내릴 수 있는 결론은 단 하나뿐이었다.
전연군단들이 무너져내리고 있다. 그것도 내부로부터.
어쩌면 접경지의 주민 전체가 국방군을 향해 손을 흔드는 중일지도 몰랐다. 역시 일은 겪어봐야 아는 것인가. 내복 밑의 피부에서 소름이 돋아났다. 그의 결론이 맞다면 이중 전선의 형성은 필수적인 조치였다.
“지나친 상상은 아니 했기를 바라오, 동무. 우리 위대한 수령 동지의 군대는 그리 쉽게 무너지지 않소.”
김 대좌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정치지도원 동무에게는 내가 전달하겠소. 용무 보시오.”
곽 대좌는 자리에서 일어나 김 대좌와 그의 전령이 교무실을 나갈 때까지 차렷 자세로 있었다.
뱀. 김 대좌의 별명으로 거미보다는 뱀이 더 어울린다고 그는 생각했다. 새까맣고 차가운 눈동자에서 방사선을 내뿜는 건지, 대좌와 대화할 때마다 꿰뚫리는 느낌을 받았다. 비늘이라도 덮인 듯 표정 없는 얼굴은 말하는 사람이 자꾸만 눈치를 보게 했다. 그러나 김 대좌는 일 처리 하나만큼은 기가 막히게 해내는 사람이었고, 이번 과업에 필요한 무자비함까지 충만하게 갖추고 있었다.
대좌는 수령의 중요성에 대해 생각하고 있던 자신을 돌이켜봤다. 의심은 곧 독이다. 지휘관으로서 총폭탄 정신으로 수령과 공화국을 결사옹위하겠다는 결의를 마음 깊이 새겨 모범을 보여야 했다. 그편이 목숨을 부지하는 길이었다. 머릿속에서 피어난 불손한 생각이 한 치라도 입 밖으로 튀어나가는 순간, 가지고 있던 모든 것을 잃는 곳이 바로 인민군대였다. 그는 생각을 비웠다. 비워낸 머릿속에 김씨 3대의 초상화를 넣어뒀다. 그리고 인공기도. 그 네 가지만 생각하며 말하고 행동해야 했다.
“혁명의 수도 평양을 지키는 모든 인민과 군관, 장병들에게.”
어디선가 확성기로 잔뜩 증폭된 여자 목소리가 들렸다. 메아리와 스피커의 울림 때문에 약간 변했지만 익숙한 목소리였다.
“지금 자랑스런 인민의 군대는 남조선 역적패당과 미제국주의의 망동을 혁명적이고 사상적인 불주먹으로 때려눕히고 있다. 위대하신 김일성 장군님이 창안해내신 김일성 전법으로 괴뢰가 강점한 경기도 파주, 강원도 철원지역에 형성된 역적패당무리의 방어선을 깨부수고 들어가…….”
목소리의 주인은 전성희 아나운서였다. 귀담아 들을만한 이야기는 없었다. 일반에 공개해도 상관없는 작전 내용이 수령가문 찬양과 뒤섞여 퍼져나갈 뿐이었다. 대좌는 평양시가지 지도를 살피며 방어 계획을 재점검했다.
평양 중심부에 가까운 모란봉 지구는 신문방송시설, 문화시설과 백화점, 인민병원 등 각종 편의시설에 식료, 피복 공장까지 갖춰서 돈 많은 당 간부들이 모여 사는 노른자위 땅이었다. 개선문을 지나 북쪽으로 올라가면 서북지방으로 연결되는 도로와 동북지방으로 뻗어 나가는 도로가 바로 시작되기 때문에 전략상으로도 중요했다. 이곳이 뚫리면 남조선에게 통일의 문을 열어 젖혀주는 꼴이었다.
대좌는 국방군 무리가 개선문을 통과해 행진하는 모습을 상상해봤다. 분노로 귓바퀴가 뜨거워졌다. 그런 일이 일어나게 둘 수는 없었다. 같은 민족이건 뭐건, 남조선은 미국과 함께 공화국을 향한 군사도발과 위협을 일삼아온 원수였다. 그는 지도에 표시한 특화점과 차단선을 들여다보며 더 보강할 부분은 없는지,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면 어떻게 병력을 운용할지 고민했다. 작전참모들이 함께 있으면 좋겠지만 다들 각자 해야 할 일이 있어서 어쩔 수 없었다.
갑자기 유선전화가 울렸다. 사단장과 연결된 회선이었다. 곽 대좌는 바로 수화기를 낚아챘다.
“백사십구 연대장입니다.”
“당장 사단 지휘소로 오라.”
전화가 끊어졌다. 그는 잠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수화기를 들고 있다가 내려놓았다. 혹시 하는 마음에 컴퓨터의 전술지도를 살펴봤다. 아군의 위치를 표시하는 단대호의 배치가 아까 전과는 달라졌다. 그의 눈이 커다래졌다.
“야, 통신병, 부련대장 동무 어딨니?”
“지금 식료공장 경비배치 검열하러 인흥동에…….”
“참모장은? 야, 현수, 너는 지금 가서 차 시동걸으라.”
그의 눈은 전술지도에 붙박여있었다.
“참모장 동지는….”
“참모장 연결하라.”
대좌가 서두르는 모양새를 지켜보던 통신병은 덩달아 허둥대며 통신기기를 조작했다. 참모장과 통신이 연결되자 그는 지금 당장 지휘소로 달려오라고 명령했다. 수화기를 통신병에게 넘긴 곽 대좌는 갱생85에 올라타 지하철 개선역을 향해 출발했다. 개선역 방향으로 가는 승리거리는 피난민과 수송차량으로 북적거렸다. 운전병이 교통정리원에게 빨리 길을 터놓으라고 소리를 질러댔지만 소용이 없었다.
개선고등중학교부터 개선역까지는 500미터 거리였다. 대좌는 걸어가는 게 더 빠르겠다고 판단하고 차량에서 내렸다. 매연과 사람들의 입김을 헤치고 나아가면서 그는 최신 정보에 따라 재조정된 병력배치 현황을 떠올렸다. 회의내용이 무엇일지도.
멀리에 개선역 지상 역사인 2층 건물이 보였다. 소총을 든 병사들이 건물을 둘러싸고 경계 중이었다. 그는 지상 역사로 곧장 가지 않고 뒤쪽에 솟아난 모란봉 쪽으로 달리다시피 걸어갔다. 누렇게 마른 풀과 소나무들 한가운데에 철문 하나만 달려있는 작은 건물이 튀어나와 있었다. 그 조그만 건물 앞에도 소총을 든 병사 세 명이 경계를 서고 있었다. 대좌는 수하 절차를 거치고 문을 열었다.
끝없이 내려가는 계단이 나타났다. 한 층 밑에 밝은 녹색으로 칠한 엘리베이터 문이 보였다. 그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1분 정도 내려갔다. 문이 열리고 차가운 콘크리트 냄새가 끼쳐 들어왔다. 문 앞으로 좁고 긴 복도가 뻗어 있었다. 양옆의 벽면을 따라 굵직한 전선묶음이 반대편 복도 끝으로 이어졌다. 복도에 모래주머니를 쌓아 만든 바리케이드가 겹겹이 구축되어 있었고, 경비소대 병력이 이미 자기 위치에서 임무를 수행 중이었다. 복도 끝에는 열려있는 두꺼운 방폭문이 보였다. 대좌는 바리케이드를 통과해 방폭문 너머로 들어갔다.
방폭문 안쪽은 사단 지휘소가 있는 벙커였다. 사단 지휘소답게 널찍한 벙커 내부는 통신장비와 참모, 병사들로 북적였다. 대좌는 사단장이 앉아있는 테이블로 다가가 경례했다.
“앉아보라.”
장택 중장이 테이블 한쪽에 있는 의자를 가리켰다.
“전연 상황이 어드렇게 된 겁니까?”
곽 대좌가 의자에 앉으며 물었다.
“항공군이 꺾인 탓이 크다.”
장 중장의 얼굴은 어두웠다.
“화력전에서 괴뢰군 놈들 기세는 때려쳐부쉈는데, 적 항공에 육이공 훈련소 포병들이 못 쓰게 돼버렸다. 류경수 사단 주력도 개성을 못 가고 모조리 깨졌어.”
“땅크군단 전체가 말입니까?”
곽 대좌는 잠시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과거 820 훈련소라는 위장 명칭으로도 불렸던 근위 서울 류경수 제105 땅크사단은, 땅크사단이라는 이름과 달리 군단급 규모로 400대가 넘는 전차들을 운용했다. 남조선 전차보다 성능이 달리긴 해도 국방군이 보유한 전차 전력의 20%에 해당하는 물량이 한 개의 군단에 몰려 있는 것이다. 따라서 땅크사단은 경기도 북부에 형성된 남조선 국방군의 방어선을 뚫고 서울로 내려가야 할 핵심적인 부대였다. 사단의 공세역량이 꺾였다는 이야기는 곧, 서울로 가는 길이 막혔다는 의미였다.
“아직 피해 상황은 수집 중이야. 괴뢰놈들 전파방해 때문에 제대로 된 통신이 어려워. 여하간, 장비랑 유생력량도 문젠데 기동로까지 엉망이다. 땅크 잔해, 폭탄구덩이로 도로를 쓸 수가 없어. 군단 공병들 장비는 제대로 굴러가는 게 없어서 그걸 어떻게 하지도 못한다.”
사단장은 분한 얼굴로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양손을 번갈아 가며 주무르고 있었다.
“총사령부에서는 빠르게 방어 작전으로 돌리라는 명령인데 괴뢰놈들 항공이 미쳐 날뛰니 장비 이동이 제한적일 것이다. 연대장 동무는 방어구역 점검 확실히 하라. 사리원에서 괴뢰 특작부대들 준동이 감지되였다. 놈들이 평양에 발끝도 못 들이밀게 해. 알겠나?”
“알겠습니다, 사단장 동지. 모란봉 구역은 철옹성 같이 경비 중입니다.”
곽 대좌는 허리를 꼿꼿이 세우며 대답했다. 언제나 과장된 행동과 목소리가 중요했다. 피난민 때문에 병력배치가 완전하지 않다는 점을 사단장도, 곽 대좌 본인도 잘 알고 있었으나 사령부 안에 있는 보위국 군관의 눈빛이 닿는 곳에서는 모든 일이 완벽하게 처리되는 모습을 보여야 했다. 보위국 군관 자신도 그것이 연출이라는 사실을 알겠지만, 평양에서는 눈속임이 중요하다는 사실 또한 알았다. 실리 없는 겉 포장을 싫어하는 곽 대좌도 보위국 앞에선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근데, 중국이 어찌 입도 벙끗 아니 합니까?”
대좌가 작은 소리로 물었다. 공습사이렌이 울린 이후부터 계속된 의문이었다. 그는 전쟁이 시작됐다는 공포와 함께 베이징에서 올 적극적인 지원에 대한 기대로 안도감 또한 느꼈었다. 그러나 남조선의 침공이 알려진 지 3일이 지나도록 중국의 지원은 없었고, 외부에서 들어오는 모든 소식이 끊겼다.
“그건……똥되놈들 교활한 속내가 드러난 것이지. 존경하는 최고사령관 동지께서 일본놈들이 백 년의 적이라면 되놈들은 천 년의 적이라고 하신 것이 딱 맞는 말씀이다.”
“하지만 괴뢰놈들이 미제와 손잡고 공화국에 선제타격을 가했는데 부대자루 마냥 우두커니 있는 건 이상합니다.”
“야, 연대장 동무, 생각해보라. 중국이 아무리 컸다 한들, 미제 승냥이만 한 덩치 되려면 반백 년은 멀었다. 안 그랬으면 미제놈들이 일삼는 제제 강박에 꼬리를 말고 찬동하지는 아니했겠지.”
곽 대좌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지만 이해하기는 힘들었다. 중국이 순망치한이라는 고사성어를 잊었을 리가 없었다. 외부와의 소통이 완전히 끊긴 현재 상황을 볼 때, 다른 무언가가 있는 게 분명했다. 하지만 대좌는 그 의문을 풀기 위해 조사하기도, 입 밖에 내어 보는 일도 불가능했다. 중국 없이 이 상황을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지 방도를 찾는 것만이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이었다.
“개성에서 얼마나 시간을 확보하느냐에 공화국의 운명이 걸렸다.”
사단장이 테이블에 깔린 북한 전도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곽 대좌의 눈도 지도를 향했다. 남조선과 바로 붙어있는 개성은 국방군이 확보해야 할 가장 중요한 도시였다. 개성이 남조선 손에 넘어간다면 개성-평양 고속도로를 타고 국방군의 7기동군단이 순식간에 북진해올 것이다. 인민군은 분지 안에 있는 개성의 지형적 특성을 최대한 이용해 방어에 나서야 했다.
시간이 지나자 다른 연대장들이 지휘소에 도착했다. 그들은 현재 사단의 방어선 구축 상황과 방어 작전 계획을 점검했다. 곽 상좌의 머릿속에는 과연 얼마나 많은 시간을 벌 수 있을지, 시간을 벌어서 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의문이 가시지 않았다. 회의는 어떻게든 평양을 지켜낸다는 내용의 제자리걸음일 뿐이었다.
이전과 별로 달라진 게 없는 작전이 수립되고 연대장들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사람과 기계로 가득 찬 지하 지휘소의 한쪽 벽면에는 어김없이 김씨 3대의 초상화가 걸려 있었다. 곽 대좌는 세 초상화를 멍하니 쳐다봤다. 2천만 인민 위에 군림하는 수령에게 무슨 대책이 있는지 대좌는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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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추
평양의 봄이란 제목을 왜 붙이실까? 국군과 국군장성에 대한 온갖 모욕 조롱 욕설이 넘치는 군갤이 바로 이미 평양인데 말이다.소설 더 쓸 필요 없을듯.
혼자 불타노;;
임진강 도하한 애들도 발리고 오히려 개성 따일려고 하는중이지??
애두르지말고 직선하라 작가동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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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빨리빨리 쓰지 못하겠소 동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