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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꽁 언 손에 입김을 불었다. 입술을 떠나자마자 얼어붙은 숨결이 양손을 스쳤다.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하전사 조강백은 손끝까지 따뜻한 피를 보내기 위해 주먹을 쥐었다 폈다. 그는 양손을 맞붙잡고 불안한 눈빛으로 멀리 보이는 야트막한 산 너머를 주시했다.
남조선 땅에서 모락모락 검은 연기가 하늘로 올라갔다. 강백은 막사에 붙어있던 사상교육 용지가 떠올랐다. 크게 쓴 연평도에서의 혁명적 승리라는 제목 아래에 남조선 신문에 실렸다는 사진 한 장이 있었다. 연기가 치솟는 섬과 섬을 바라보는 사람들. 처음 그 사진을 봤을 땐 그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그저 흐릿하게 짐작만 할 뿐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달랐다. 끊임없이 들려오는 포성과 총성, 전투기의 엔진 소리는 세상을 완전히 뒤집어버렸다. 굶주림이나 추위와는 전혀 다른 형태의 위협이 그의 사방에서 울려 퍼졌다. 뒤쪽 어딘가에서 천둥소리가 났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몸을 움츠렸다. 가슴팍이 뜨거워지고 등골은 서늘해졌다. 우군의 포사격인가. 참호벽에 등을 기댔다. 차갑고 울퉁불퉁한 구덩이일 뿐인 이 참호가 유일한 안전지대였다.
“강백아.”
“예, 분대장 동지.”
그는 허리를 꼿꼿하게 세우며 왼편에 앉아있는 전익현 하사의 눈치를 살폈다.
“너 지금 총을 어떻게 메고 있니?”
강백의 눈이 허리께에서 덜렁거리는 88식 자동보총으로 향했다.
“우로 메어입니다.”
“이 새끼,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구만! 야, 여기가 어디야?”
전 하사가 소리를 빽 지르자 강백은 포탄 소리를 들었을 때처럼 몸이 움츠러들었다.
“여기는…… 개성특급시…….”
“이 새끼가…. 이리 오라, 이 새끼야.”
강백이 슬금슬금 전 하사에게 다가갔다. 전 하사는 오른손을 들어 뭔가 붙잡으려는 듯 구부린 손가락을 벌리고 있었다. 강백은 곧 다가올 고통에 대비하며 얼굴을 그의 손으로 가져다 댔다. 억눌린 신음소리가 강백의 입을 비집고 나왔다. 전 하사의 손이 그의 볼살을 꼬집고 있었다.
“여기는 전쟁터야, 전쟁터. 알겠나? 따라 하라. 전쟁터.”
“즌쟁트.”
“전쟁터에서 총을 아니 들고 있으면 어찌게 되겠니?”
“죽슴니다.”
“알고 있는데 왜 총을 그따위로 들었니?”
전 하사의 손에 힘이 더 들어가자 이를 악물고 참던 강백의 인내심이 바닥났다.
“아이고, 분대장 동지, 잘못했습니다. 이것 좀 놔 주시라요.”
“잘못을 빌 일을 왜 하니? 응? 이 죽탕놓을 놈아.”
그의 손은 풀어줄 기미가 안 보였다. 질끈 감은 강백의 눈에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이제 그만 놔주시오, 분대장 동지. 강백이새끼 말라붙은 따귀 살 다 늘어지겠습니다.”
참호 오른쪽에 앉아있던 상급병사 최필구가 전 하사를 말렸다. 전 하사는 강백의 얼굴을 밀어내며 볼을 놔줬다. 강백은 비쩍 말라 움푹 들어간 볼따구니를 문질렀다. 고여 있던 눈물이 흐르려 하자 얼른 소매로 훔쳐냈다. 눈물까지 보이면 사람 취급도 받을 수 없었다.
“이 새끼야, 너 그따위로 해선 저 조준경에 눈알도 못 가져다 대.”
하사가 위쪽에 있는 불새-3 대전차로켓을 가리켰다. 참호 한가운데 언덕처럼 위로 솟아나 있는 꼭대기에 불새-3가 올라 앉아있었다. 두 달 전, 강백과 동기가 반땅크중대에 들어온 날 처음 봤던 광경은 열심히 사격훈련 중인 부대원들의 모습이었다. 일제히 달려나가 각자가 짊어진 로켓 부품을 땅에 내려놓고 조립하는 부대원들이 그렇게 늠름해 보일 수가 없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빠르게 발사준비를 끝낸 분대는 전익현 하사의 2분대였다. 2분대에 배치된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강백은 속으로 대단히 기뻐했다. 그가 한 달에 한 번씩 담배 세 갑을 바칠 수 없는 형편임이 알려지기 전까지는.
상납을 받지 못하게 된 전 하사는 강백이 여섯 시간 동안 야간 경계 임무에 배치되도록 손을 썼다. 수면을 박탈당한 지 3일째 되던 날, 그는 근무를 서다 말고 민가에 들어가 토끼 두 마리를 훔쳐냈다. 다음날부터 강백은 분대원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 저 조준경을 들여다보는 사수 임무를 수행하려면 얼마나 많은 수업료를 바쳐야 할지 그는 궁금했다.
“알겠습니다. 노력하겠습니다.”
또렷한 목소리로 대답하며 강백은 보총을 손에 들었다. 전 하사는 여전히 마음에 들지 않는 눈치였다. 오른손에 쥔 보총손잡이의 단단함이 느껴졌다. 탄창에 가득 찬 탄알 서른 발의 묵직함도. 총구를 전 하사에게 겨누고 방아쇠를 당기면 더 이상의 수모는 당하지 않아도 됐다. 서른 발을 다 쓸 필요도 없이, 단 한 발이라도 제대로 된 곳에 맞추면 충분했다.
쏴버릴까? 막상 쏠 생각을 하니 두려움에 팔이 굳었다. 강백은 마을 사람들의 죽음을 보며 커왔다. 허벅지보다 무릎이 두꺼울 만큼 야위었던 시체는, 너무 굶어서 푹 꺼진 눈꺼풀을 움직일 힘도 없었는지 뜬 눈이었다. 그러나 그들이 세상을 떠난 그 장소에 핏자국은 없었다. 죽음을 목격하는 일과 죽음을 만드는 일은 차원이 다른 문제였다. 무엇보다 아군을 향해 방아쇠를 당기면 자신도 목숨을 포기해야 했다.
“반땅크 일소대 이분대, 밥 받아가라.”
능선 아래쪽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참호에 있던 세 사람 모두의 고개가 소리 나는 쪽으로 돌아갔다. 강백이 전 하사를 쳐다보자 전 하사는 고개를 끄덕했다.
“신이 났구만, 조강백이. 같이 가자.”
필구가 엉거주춤 일어섰다.
“야, 네가 뭣 하러 움직이니? 공연히 배 꺼뜨리지 말고 앉아 쉬어라.”
전 하사가 의아한 눈으로 그를 쳐다봤다.
“국방군놈들하고 한바탕 붙기 전에 몸 좀 덥히고 오겠습니다.”
그가 서글서글하게 웃어 보였다. 전 하사는 싱겁다는 듯 콧방귀를 뀌고는 총성과 폭음이 울려오는 남녘 땅으로 몸을 돌렸다. 강백과 필구는 산 뒤쪽 사면으로 이어지는 교통호를 따라 내려갔다. 다른 참호에서 나온 병사들이 띄엄띄엄 보였다. 이 야트막한 산을 비롯해 도로와 인접한 개성의 고지에는 온통 개미굴처럼 참호와 교통호가 구축되어 있었다. 강백은 어쩌면 공화국에 깔린 도로보다 파놓은 참호 길이가 더 길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따귀 살은 일 없니?”
필구가 물었다.
“일 없습니다.”
사실은 아직도 얼얼했다.
“전 하사가 저래도 알고 보면 의리 깊은 사람이야. 네가 조금만 더 참으라. 이 전쟁통에 셋이서 단단히 뭉쳐야지 않겠어?”
“옳습니다. 저도 하사 동지에게 감정 없습 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 의리는 오로지 형편이 핀 사람에게 이어지는 것이라고 강백은 생각했다. 최필구는 전 하사뿐 아니라 중대에 있는 군관 모두에게 뇌물을 고이는 사람이었다. 정치지도원과 보위지도원 모두 필구를 당 간부의 아들 대하듯이 할 정도니, 전 하사로서는 의리를 넘어선 애정이 생겨도 모자라지 않았다.
“동지는 초모 전에 무슨 일 하셨습니까?”
“그거 알아서 어디에 국 끓여 먹으려고?”
“궁금해서 그렇습니다. 나중에 탄광이나 배치돼 봐야 별 볼 일 없을 텐데, 장가들고 식솔 이끌려면 장사하는 법이라도 알아야 하지 아니하겠습니까?”
“새끼, 그거야 전쟁 끝나고 목숨 부지했을 때 얘기지.”
필구는 잠시 허공을 응시했다. 뭔가 생각하는 눈빛이었다.
“공화국이 이 전쟁에서 살아남을지가 더…….”
그가 갑자기 입을 다물었다. 이상함을 느낀 강백은 그를 쳐다봤다. 필구의 시선이 향하는 곳에 한 무리의 병사들이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반역행위 단속 그루빠였다. 대대기관총을 메고 담배를 태우던 하사 한 명이 그들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강백은 왠지 그와 눈이 마주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자신이 지금 똑바로 걷고 있는지 괜스레 걸음걸이가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단속 그루빠 대원들은 보위국이 부대에 심어놓은 두더지로 구성됐을 게 틀림없었다. 강백은 그들에게 뭐라도 하나 책잡히고 싶지 않았다. 필구가 걷는 속도를 높여 그루빠 부대원들에게 다가갔다. 강백이 상황파악을 하지 못하고 멍청하게 있는 사이, 그는 이미 그루빠 대원들 사이에 끼어들 만큼 가까워졌다. 대화가 끊어지고 갑자기 들이닥친 하전사에게 모두의 관심이 쏠렸다. 의심하는 눈동자는 필구와 일행인 강백에게도 이따금 향해왔다. 그는 제자리에 서서 굳어버렸다.
“이야, 로동당 일꾼들이 다 여기 계시였습니까?”
필구가 천연덕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누비 군복 품에 손을 넣고 뒤적거렸다.
“여기, 이거 하나씩들 받으시오.”
품에서 나온 그의 손에는 황금색 포장지에 파란색 띠가 둘린 담배 다섯 갑이 들려있었다. 의심 가득했던 얼굴들에 호기심이 번져나갔다.
“이거 황학루라고, 중국서도 아주 고급으로 치는 담배요. 나눠 가지시오들.”
담배는 순식간에 대원들 호주머니 속으로 사라졌다. 곧 미소가 만개한 면면에서 참다운 동무네, 배운 동무네, 하는 칭찬들이 쏟아져 나왔다.
“우리 저 위에 있는 반땅크분대 사람들인데, 이왕 만난 김에 인사나 하려고 들렸소.”
“아주 반갑소, 동무들. 참 손도 크시구만.”
필구와 악수를 나눈 하사가 강백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강백은 삐걱거리는 얼굴 근육으로 미소를 지으며 마주 손을 흔들었다.
“이제 밥 좀 가지러 가보겠소. 야, 가자, 강백아.”
강백은 얼른 달려 내려갔다.
“부사수 동지는 어찌 그리 수완도 좋습니까?”
그루빠 대원들을 돌아보던 강백이 말했다. 그들은 주머니에서 고급 담뱃갑을 꺼내 살펴보고 있었다. 황금색 포장지가 햇빛을 받아 반짝였다.
“인민학교 졸업하고부터 장사하는 우리 아바이 따라다녔지. 아바이 보고 많이 배웠다. 장사도, 면 트는 것도.”
덤덤하게 이야기하는 필구를 그는 반짝이는 눈으로 바라봤다. 백날 외워봐야 쌀 배급도 안 나오는 수령 동지의 교시보다 더 값진 이야기가 이 사내에게서 나올 것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산비탈을 내려가는 길에 몇 번 말을 붙여봤지만, 필구는 입을 열지 않았다. 약간 의기소침해진 강백은 조용히 그를 따라 중대 보급지점까지 걸어갔다.
야트막한 산 밑에 있는 보급지점에는 식사를 가지러 온 병사들로 붐볐다. 두 사람은 식사를 싣고 온 트럭 뒤로 늘어선 줄 끝에 섰다. 줄 선 병사들의 얼굴은 추위 때문에 발갛게 물들어있었다. 그들은 들뜬 표정으로 두런두런 얘기하며 보급을 기다렸다.
“아니, 이게 뭐야!”
줄 앞쪽에서 누군가 소리 질렀다.
“란리가 났는데 속성국수를 주면 어찌하자는 거야?”
병사들의 관심이 앞쪽으로 쏠렸다. 강백은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더 잘 보기 위해 줄에서 잠깐 빠져나왔다. 한 병사가 손에 라면 봉지를 들고 흔들었다.
“이 겨울에 더운물은 어떻게 구하니? 네가 덥혀올 거야? 말해보라!”
“이호 창고에 그것밖에 없는데 날 더러 어찌하라는 겁니까? 불만 있으면 창고장한테 가서 따지시오.”
트럭에서 식량을 나눠주던 병사가 대꾸했다.
“이런 쌍놈의 공화국. 나라도 아냐.”
병사는 돌아서며 불만을 늘어놨다. 그가 내딛던 발걸음을 멈췄다. 줄 선 모두의 시선이 그를 향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죽어가는 짐승을 보듯 동정하는 얼굴들이 병사와 그 뒤쪽 무언가를 번갈아 가며 쳐다봤다.
“이리오라.”
병사는 두려움에 천천히 뒤를 돌아봤다. 허리춤에 권총을 찬 군관 한 명이 서 있었다.
“소속.”
군관이 권총집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사대대 일중대…….”
군관의 권총이 병사의 턱을 후려치면서 관등성명은 끊어졌다.
“이 새끼, 감히 공화국을 모욕해?”
턱을 부여잡고 웅크린 병사는 배에 발차기를 얻어맞고는 그대로 땅바닥에 쓰러졌다.
“먹여주고 키워준 은혜를 모르고……수령님의 공화국을……이 개놈의 새끼!”
연달아 날려대는 발길질에 숨이 찬 와중에도 군관은 매도를 멈추지 않았다. 병사는 억억하고 숨넘어가는 소리를 내며 한겨울 마당에 내놓은 개 마냥 몸을 동그랗게 말았다. 병사를 내려다보던 군관이 고개를 들었다. 그는 보란 듯이 서서 다른 병사들을 하나하나 노려봤고, 병사들은 차례차례 시선을 피했다. 강백은 더더욱 입조심을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 순간, 군관과 눈이 마주쳤다. 그를 본 군관이 이리오라며 손짓했다. 영문을 모르고 어리둥절하고 있는 강백의 팔뚝을 누군가가 잡았다. 깜짝 놀란 강백이 돌아보자 필구의 웃는 얼굴이 보였다. 그는 강백을 잡아끌며 군관에게 달라다시피 걸어갔다.
“중좌 동지, 오랜만입니다.”
그러나 군관은 대꾸도 없이 등을 돌렸다. 그의 뒷모습을 보던 필구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가셨다. 트럭 앞쪽으로 걸어가는 중좌를 두 사람은 따라갔다. 조금 떨어진 곳에 중좌의 것으로 보이는 갱생85가 서 있었다. 그가 차 문을 열고 뭔가를 꺼내 두 사람에게 나눠줬다. 강백은 손에 들린 물건을 내려다봤다. 건빵 두 봉지였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여기까지다.”
필구가 멍한 눈으로 군관을 바라봤다.
“그게 무슨….”
“신 상위! 어디 갔어?”
그의 물음을 듣지도 않고 중좌는 누군가를 불렀다. 잠시 후, 손에 캠코더를 든 상위 한 명이 차량 뒤편에서 나타났다.
“빨리 올라가라. 시간 다 됐다.”
“무슨 시간이……. ”
필구의 질문이 끝날 새도 없이 상위가 두 사람을 끌고 산 위로 향했다.
“이제 배급 마무리하라! 병력들 돌려보내!”
중좌가 지시하자 트럭 뒤에 줄 서서 기다리던 인원들에게 라면이 마구 뿌려졌다. 땅에 떨어진 라면을 하나라도 더 갖기 위한 투쟁으로 난장판이 벌어졌다. 모두 허리를 숙이고 떨어진 라면을 주우려 허겁지겁 땅바닥을 훑었다. 라면을 향해 뻗은 손이 다른 사람의 군화에 짓밟히고, 그 라면도 누군가의 뒷걸음질에 밟혀 박살 났다.
“배급이 끝난 인원들은 당장 참호로 돌아가라!”
한 무리의 병사들이 라면을 품에 안은 다른 병사들을 되돌려보냈다. 필구에게 담배를 받았던 그루빠 대원들이었다. 라면을 손에 들었으면서 더 주우려는 병사들은 그루빠 대원들에게 얻어맞고 쫓겨났다.
아수라장에서 뒹굴던 군인들의 움직임이 갑자기 멈췄다. 가까운 곳에서 폭탄이 터지는 폭발음이 연속해서 들려왔다. 사람들은 몸을 숙이고 소리의 근원을 찾아 이쪽저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압도적인 소음에 강백의 몸이 굳었다.
“괴뢰놈들 공격준비사격이다. 너희들 참호가 어디야? 빨리빨리 움직이라!”
상위가 몰아세워서야 그는 움직일 수 있었다. 참호로 향하는 오르막길에서 아래쪽을 내려다봤다. 고양이를 피해 도망치는 쥐 떼처럼 병사들은 뿔뿔이 흩어져 산비탈을 올랐다.
“이게 대체 무슨 란리입니까?”
필구가 물었다. 그는 여전히 혼란스러운 표정이었다.
“전쟁이지 무슨 란리야. 괴뢰군 무리가 예상보다 빨리 반공격에 나섰어. 이제 우리가 있는 곳이 방어전연이다.”
강백은 오금에서 힘이 빠졌다. 그동안 주변에서 포성만 울려대던 전쟁이 코앞까지 다가왔다. 집에 있던 가족들 얼굴이 떠올랐다. 한 2년만 늦게 태어났으면 이런 곳에서 총을 들고 두려움에 떨 필요도 없는데 왜 이리 나를 일찍 낳으신 걸까, 하며 괜히 어머니를 원망했다. 공포로 다리의 감각이 점차 희미해져 갔다. 능선 위에 보이는 불새-3미사일이 가까워졌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능선에 다다르자 참호 안에 홀로 있는 전 하사가 보였다. 그는 참호벽에 바싹 붙어 망원경을 들고 산 아래 남조선 방향을 살피고 있었다. 인기척을 느낀 전 하사가 몸을 돌렸다.
“뭐 하다 이렇게 늦었어? 이….”
한 소리 퍼부으려던 그는 상위를 보고 말을 삼켰다.
“정치지도원 동지가 무슨 일입니까?”
“괴뢰군놈들 쳐부수는 영상 찍어서 올려보내야 한다.”
상위가 캠코더를 점검하며 말했다. 캠코더의 가죽 손잡이에는 SONY가 하얀 글자로 선명하게 프린트되어 있었다.
“야, 조강백이 정신 안 차려? 제 위치로 가라!”
전 하사의 손바닥이 강백의 방탄모에 날아들었다. 그는 갑작스러운 충격에 정신이 빠졌다가 돌아왔다. 비뚤어진 방탄모를 고쳐 쓰고 필구의 뒤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불새-3를 가운데에 놓고 전 하사는 로켓 왼편에서 조준경에 고개를 가져다 대고, 필구와 강백은 오른편에 자리 잡았다.
“지도원 동지, 로케트 뒤에 있지 마십시오. 발사 폭풍으로 죽을 겁니다.”
전 하사의 주의에 상위가 움찔하더니 전 하사 뒤쪽으로 물러났다. 망원경으로 전방을 관측하는 필구의 등 뒤에서 강백도 앞쪽을 살폈다.
그들의 참호가 위치한 산에서 500미터쯤 떨어진 곳에 작은 언덕이 있었다. 언덕은 4차선 도로를 마주 보고 있어서, 산에 형성된 방어선과 함께 이동하는 적을 감시하기 좋았다. 도로는 도라산역에서 시작해 개성공단과 개성시 시내를 통과했고, 멀리 평양까지 이어졌다. 강백은 자신들이 국방군의 예봉을 꺾을 중요한 위치에 있다고 연설하던 중대장이 떠올랐다. 그의 말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강백은 벌써 쉽지 않은 일이 될 것이란 직감이 들었다. 작은 언덕에서 피어난 거대한 먼지구름이 공중으로 흩어지고 있었다. 산 밑에서 들었던 폭발음은 국방군의 포탄이 저 언덕을 때리면서 난 소리였다.
“저기에 반땅크포 갱도가 있었는데……. 저 반땅크포들 어찌 됐습니까, 분대장 동지?”
필구가 망원경을 계속 들여다보며 물었다.
“내가 어떻게 아니? 우리는 명령이 오면 쏘면 되는 거야. 도로 감시나 잘 하라.”
강백은 눈을 가늘게 뜨고 먼지구름에 가린 도로를 열심히 훑었다.
“괴뢰군이다!”
팔부능선에 있던 보병들이 외쳤다. 강백은 미간을 찌푸리며 더 자세히 들여다봤다. 먼지구름 사이로 네모난 차량들이 다가오고 있었다.
-꼐속
중간중간에 사진이나 그림 들어가는 게 볼 때 더 좋을 거 같음?
선개추 후감상 빨리적어라 하싼 - 光復香港! 時代革命!
아 빨리 다음편 가져오라고ㅡㅡ
결혼해주십시오 동지
7일 1편 말고 7시간 1편합시다
몰입력 쩔고 넘 재밋습니다 동무
하사놈 헥소고지도 안봤네 ㅉㅉ
아 진짜 겁나재밌네
아 진짜 빨리빨리 올려주세요 이게뭐야 1주에하나? 1일에 하나해도 죽을꺼같은데
재밌추
역시 카메라는 일제 ㄷㄷ - dc App
묘사 충분해서 사진 없어도 될듯 그시간에 분량이나 더 뽑아라 린민 동무!
싸움 나버리면 오늘 나온 사람들 다 주거버릴텐데 그럼 이 전쟁 전의 흥미를 더는 볼수 없다 이거 아닌가ㅠㅠ
?? 무슨 의미임?
지금같은 전쟁전 떨리는 감정을 묘사하는게 전쟁나버리면 끝나버리니 아쉽다 이거
대충 전쟁 직전 불안한 상황에서의 다양한 인간군상을 보는 게 즐거웠는데 교전시작하면 그 미묘함을 더는 못 볼까봐 아쉽다, 라는거 같은데.
아 그렇구만. 가능한 다른 즐거움도 찾을 수 있게 쓰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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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내 평생 소원이 이거 실사 드라마 보는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