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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떨어졌다.
눈을 낮추어서 지원했다. 주변 말대로,
그래도 변한 것은 없다. 악몽에서 깨어나면 세수를 한 다음 휴대폰을 보지만,, 오로지 이런 글만이 남아 있다.
아쉽다고, 인재지만, 우리와 방향성이 맞지 않는다고 다음을 기대하라고,
신경을 써주는 것 같지만, 오히려 비참하게 만들고 있다.
전혀 기분이 나아지지 않는다.
멍하니 보다가 시선을 거울로 돌린다.
번번하지 않은 몸이다. 지방에 근육은 가려졌고 팔뚝은 가느다랗다. 그다지 뚱뚱한 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말랐다고 할 수 없다. 간단히 헹구고 화장실이 나왔다. 구석에 있는 훈장은 금칠이 여기저기 파이고 떨어져 나가 활씬 오래된 것 같았다. 나는 다리를 절며 문밖으로 나왔다.
내가 아직 잘 모를 때, 평화를 위해 싸왔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없다. 쌓일 대로 쌓였지만,, 이제는 모두 타버리고, 새까맣게 재가 되었다. 지칠 대로 지쳐서 누더기가 된 마음과 상처만 남은 기억을 잊기 위해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
몇몇은 식히고 썩혀, 울분에 이끌려 방향을 잃어버린 감정을 정신없이 토해내고
몇몇은 죽었다. 네 명은 가드레일을 박고 여섯 명은 목을 매어, 한 명은 물에 뛰어들어, 세 명은 총을 쏘아서, 그렇게 다양하게 죽었다.
훈장을 받을 때는 받들어 줄 알았다. 하지만, 싸구려, 삼류조차 되지 못한 배우가 내려오면 오로지 냉소만 남는다. 관객들은 보고 나오면 비웃으며 잊어버린다. 하나 우리는 그렇지 않다.
아마도 육 년쯤일 거다.
별 볼일 없는 이병 중 하나였다. 휴대폰을 돌려받자마자, 친구에게 문자를 보내고 유튜브를 보며 낄낄거리던,
이어폰 너머로 "쇼죠-젠선"이라는 경쾌한 소리가 들렸다. 몇 번이고 주의주고 그랬지만 저 박민수, 패급 새끼는 들은 척도 안한다. 하지만 뭐 별 수 있냐? 다구리를 치면 우리가 잡혀가는데.
어찌되었든 모두가 늘어질 대로 늘어지고 해는 저물 대로 저물었다. 내일이 시작하려 움틀 준비를 했다.
이제 곧 있으면, 잠잘 시간이 될 거고, 다시 시침이 오전 6시 반을 가리키면 기상 후 점호를 하고, 그 다음엔 아침을 할 것이다. 그러가다 민수 놈이 사고 치면 우리가 수습하러 가야겠지...
그러나 쏟아 오르던 내일은 짓밟아졌다. 요란한 사이렌과 함께.
모두들 반쯤 일어선 상태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이어지는 방송은 다음과 같았다. 모두들 군장을 준비하고 밖으로 나오라고, 전쟁이 일어났다고,
모도들 군장을 차고 밖으로 나왔다. 이 과정은 그리 신속하지 않았다.
나는 들고 있던 스마트 폰을 잠깐 보았다.
뉴스 속보가 있었다. 서울이 불바다가 되었다고, 좀 더 자세히 보려고 했다.
그때 갑자기 고함소리가 들렸다. 굼벵이 새끼도 이보다는 빠르겠다면서,
검은 아스팔트를 따라 행군 중이다. 우리 옆으로 요란한 무한궤도 소리와 함께 전차와 장갑차가 스쳐간다. 병사들은 걷는 와중에는 열심히 웅성거리고 있다.
이게 훈련하는 거 아니냐며,
설마 전쟁이 일어났겠냐며,
우리 이제 어떻게 되는 거냐며,
부산히 애기했다. 수많은 대화의 파편들은 컴컴한 암흑 속으로 잠기고 있었다.
사관 중 한명이 침착하라고 했다. 하지만 아무도 그러지 않았다. 장교들도 이 상황이 익숙하지 않은지, 말실수를 하거나 발을 헛딛거나 그랬다.
이 상황이 전혀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보통 전쟁이 났다하면, 분노와 투지가 샘 쏟을 것 같은 데, 전혀 그러지 않았다.
하지만 몇몇은 그러지 않은 것 같다. 이미 공황상태에 빠져 쓰러져 우는 놈도 있었고, "어떻게 하지?"를 수없이 반복하는 놈도 있었다. 그런 놈들에게 그만하라고 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긴장한 목소리로 그래봐야 의미가 없다는 것을, 자기 자신도 똑똑히 깨닫고 있을 것이다.
내 등 뒤로는 수없이 이어진 행렬이 보였고, 여전히 병사들은 구시렁거렸다.
우리가 향하는 곳은 산 너머에 있었다. 조명탄은 쏟아 오르다가 천천히 떨어지고, 포성과 총성이 들려왔다.
전쟁이 일어난 것이다.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
머리가 멍해졌다. 하양에 두들겨 맞은 것 같다. 그저 열심히 달렸다. 두발로 분명히 땅을 딛고 있지만 촉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해엄치는 것 같다.
한동안 그렇게 있었다.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리기 전까지,
"...어떻게 하죠? 어떻게 하죠?..."역시나 민수의 목소리다. 거의 땅에 누운 체로 같은 말을 빠르게 반복하고 있었다.
어둠을 몰아내기 위해 조명탄을 쏘고, 곳곳에 핀 화염은 어둠을 먹고 있었지만. 여전히 진하게 남았다. 불그스름한 빛이 사정없이 얼굴을 후려갈기었다.
눈앞에 보이는 풍경은 다음과 같았다.
축 늘어진 사람을 부여잡고 사람을 향해 격렬히 입을 닫았다 열었다 하다가 풀썩 쓰러지는 놈,
총으로 목을 짓누르며 얼굴을 후려 패는 병사,
숨은 병사들에게 나오라고 소리를 지르고 엄폐물 밖으로 나오자마자 쓰러지는 장교,
그 와중에 보이는 깊게 음영이 진 참호 속으로 들어갔다. 모래는 들썩거린다. 떨어지는 광음과 함께,
흙이 사정없이 눈에 박힌다. 눈을 다시 뜨자 눈에 새로운 구덩이가 생겼다. 검정과 붉음으로 맹렬히 타올랐다. 포성에 맞서는 목소리가 어디선가 들려왔다. "전진해, 전진해"
겨우 알아들었다. 잽싸게 다른 구덩이로 기어들어 갔다.
구덩이 안에 자리를 잡자마자 누군가 말했다.
"애새끼들과 함께 전쟁이라니," 분대지원화기를 쏘는 누군가의 말이었다. "뭐 하고 있어, 돕지 않고."
이게 처음인 건 비슷할 건데, 베테랑인 척을 했다. 나는 그의 말을 씹고 방아쇠를 당겼다.
놈들은 어둠 속에서 나오자마자 풀썩 쓰러졌다.
어디선가 요란한 엔진소리와 쇠가 부딪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전차다!" 나는 소리를 치며 벌떡 고개를 들었다.
"적 전차야?" 옆에서 기관총을 쏘는 놈이 나를 올려보았다.
정확히는 잘 안 보였지만 그림자를 보니 확실했다.
"아군이야!"
어느새 전차는 우리 옆을 지나가고 있다. 나는 재빨리 전차의 꼬리를 밟았다.
무심히 총탄을 튕기며 전진을 했고 요란한 포구 화염을 뿜었다.
뿜은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멀리서 섬광이 일어났다.
빛이 쏟아지자 내 등 뒤에 있던 이의 명찰과 얼굴이 보였다.
임중철, 심하게 얽은 피부가 인상적인 남자, 나와 같은 나이지만 군대를 좀 일직 들어왔다. 아마 만기 병장전역을 하면 그걸 인생 최대 업적으로 삼을 양반이었다.
"뭘 봐?" 얼굴을 보인 그가 나에게 건넨 첫마디였다."아까 도와달라고 할 떼는 씹더니만,"
조금 전-전차가 뒤로 숨기 전-일이 마음에 남나보다.
매연을 뿜던 전차는 어느새 철조망을 으깨고 있었고,
우리는 별 생각 없이 고개를 숙인 체 따라갔다. 등 뒤로는 수많은 병사들이 쏟아져 나왔다.
어디선가 날카로운 휘파람 소리가 들리더니, 우리 앞에 있던 전차가 불타기 시작했다. 전차 승무원들은 몸에 불을 붙인 채로 기어 나왔으나, 총알 세례를 맞고 쓰러졌다.
그렇게 망연자실 서 있던 와중 오른쪽에서 쏟아지는 파편과 함께 왼쪽으로 쓰러졌다.
구역질하며 일어서기 위해 발버둥 치는 안중철 상병이 보였다.
그러나 병사들은 그러든지 말든지 빛과 어둠 사이로 돌격하기 바빴다.
그렇게 시작했다.
....
이거 가지고 몇 번을 우려먹는 지 모르갰네
이게 진짜 마지막이다. 한 분량은 12편 정도 나올 것 같음
스토리 전개는 그대로 고, 고구마가 심할 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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