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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외교관이 러시아에서 쫓겨났다. 스웨덴 정부는 3일(현지시간) “러시아 정부가 모스크바 주재 외교관을 추방한 사실을 알려왔다”고 발표했다. 

외교관을 쫓아낸 것은 스웨덴이 먼저다. 스웨덴은 “최근 러시아 외교관이 외교관의 의무를 규정한 ‘빈조약’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돼 추방했다”며 “러시아도 이번 추방 결정이 자국 외교관이 추방당한 것에 대한 맞대응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양국은 정확한 추방시점과 외교관의 신원은 공개하지 않았다. 

나라를 대표하는 외교관을 추방하는 것은 해당국과의 관계가 틀어질 것을 각오하고 내리는 외교적 결정이다. 특정 사안을 두고 외교관을 불러 항의하는 일은 많지만 외교관 추방은 드물다. 스웨덴과 러시아는 어쩌다 ‘외교관 맞추방’이라는 흔치 않은 역사를 만들었을까. 양국의 갈등은 발트해를 사이에 두고 수년째 격화되고 있다. 

■북유럽·발트 3국 ‘공공의 적’ 된 러시아

러시아와 스웨덴의 갈등관계를 이해하려면 먼저 지난해 3월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병합한 사건부터 짚어야 한다. 스웨덴과 발트해를 사이에 두고 있는 발트 3국(리투아니아, 라트비아, 에스토니아)은 13세기 초부터 스웨덴과 덴마크, 독일 등의 지배를 받다가 18세기 말 러시아 영토로 편입됐다. 1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1918년 독립했지만 독일과 소련의 협정에 따라 1940년 다시 소련의 통치를 받게 된다. 세 나라는 1991년 소련이 붕괴하면서 독립에 성공했다. 

발트해를 사이에 두고 국경을 맞대고 있는 스웨덴과 발트 3국, 러시아 /구글 지도
소련은 사라졌지만 러시아는 50년 넘게 소련의 영토였던 발트 3국을 계속 그늘 아래에 두려고 애써왔고, 발트 3국은 언제 다시 러시아에 합병될지 모른다는 우려 속에 2004년 유럽연합(EU)과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에 가입하면서 방어벽을 세웠다. 러시아에 대한 우려는 지난해 3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남부 크림반도를 합병하면서 더욱 극대화됐다. 러시아 정부는 “러시아계 주민이 다수인 크림반도의 여론은 러시아와 하나가 되기를 원했다”고 강조했다. ‘러시아계 주민보호’라는 논리는 발트 3국에도 언제든 적용될 수 있다. 세 나라를 모두 합쳐도 인구 1000만이 되지 않는 발트 3국은 러시아계 주민들의 수가 절반을 넘는다. 

우크라이나 내전이 한참 진행중이던 지난 9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마음만 먹으면 발트 3국은 사흘 안에 합병할 수 있다”고 말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러시아 정부는 공식적으로는 ‘무력합병설’을 부인하지만, 발트 연안에서 단거리탄도미사일과 군함을 동원해 강도높은 군사훈련을 실시하며 긴장감을 높였다. 

■러시아·스웨덴 쌓여가는 갈등 
발트 3국에 대한 야욕을 숨기지 않는 러시아의 군사행동은 북유럽 국가들에도 골치거리가 됐다. 특히 스웨덴과 러시아는 공개적인 비난과 협박을 주고받으며 군사적 대응 수위도 높여가고 있다. 우크라이나 내전 발발 후 러시아와 서방의 긴장감이 높아지면서 러시아는 위협적인 비행 빈도를 늘려갔다. 지난해 7월에는 러시아 항공기가 스웨덴 정찰기의 항로에 침입해 불과 10m 거리를 두고 지나가는 아슬아슬한 일도 벌어졌다. 지난해 10월에는 러시아잠수함으로 추정되는 물체가 스톡홀름 인근에서 발견돼 스웨덴 정부가 추적에 나서기도 했다. 스웨덴은 “발트해 밑에서 러시아의 것으로 의심되는 잠수함이 포착됐고, 러시아 군용기가 스웨덴 영공을 침범해 불법적인 군사훈련까지 했다”며 “국경을 침해하는 군사훈련은 심각한 도발행위”라고 비난했다. 

스웨덴의 인권단체 ‘스웨덴평화중재협회(SPAS)’는 지난 5월 발트해 아래 스웨덴과 러시아 영해 경계지점에 특별한 경고장치를 만들었다. 하얀 속옷을 입고 엉덩이를 흔드는 남자 선원의 모습이 그려진 핑크색 네온사인이 부착된 이 장치는 “동성애자라면 이쪽으로 건너오세요”라는 모스 부호를 송신하도록 고안됐다. 스웨덴이 동성애를 합법화한 반면 러시아가 2013년 동성애를 금지한 것을 비꼬면서 러시아의 잦은 영해 침공을 비판하려는 의도였다. 

스웨덴의 인권단체 SPAS가 만든 수중음향시스템 출처:SPAS

스웨덴 정부는 러시아가 가장 예민하게 경계하는 ‘나토 가입 카드’도 꺼내 들었다. 스웨덴은 “러시아가 계속 도발할 경우 나토에 가입하는 방안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미국이 이끄는 나토의 영역 확장에 예민하다. 러시아는 “스웨덴은 러시아의 목표가 아니다”라며 “나토에 가입할 경우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맞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