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인터넷상에서 보이는 조선까들의 주장을 요약하자면 이런 결론이 나온다.

 

[조선은 그 오백년 역사동안 강대국에게 종속하는 것밖에 못했고, 정치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중국의 속국에 불과한 국가였다.]

 

[중국 황제 연호 쓰고 신미양요 등을 보면 미국 쳐들어올때 진이 털리는 등 군사적으로도 부실하고, 다른 나라들이 베르사유 등의 화려한 건축물을 세울때 그런것도 못세우는 등 문화적으로도 뒤쳐지고 맨날 얻어맞던 나라였다]

  

뭐 저런 양반들 보면 가끔씩 [조선까가 아니라 탈민족주의 하자는거다!] 라고 주장할지 모르겠는데 탈민족주의 하겠답시고 자국의 역사를 저딴식으로 깔아뭉게는건 어떻게 봐도 오버액션하는거로밖에 안보이고, 오히려 탈민족주의를 핑계삼아 무의미한 국까질을 하려는 게 아닌가 조심스레 추측해 본다.

 

저들의 주장이 나를 놀라게 하는 게 뭐냐면,

 

동아시아식 조공-책봉 관계를 동아시아 지역의 특수한 외교 시스템으로 이해하려는 생각은 일절 않고 무슨 근대 시기 서구 열강이 식민지 지배하는 거랑 동급으로 생각하고 있는 그 게으름에 한번 놀랐다. 네이버 백과사전 검색만 해봐도 저런 소린 절대로 못할텐데!

게다가 조공-책봉 관계에 매여있다고 해서 [자주적이지 못했다, 명분상이라도 신하를 자처한건 사실 아니냐] 하면서 자주성이 약간 결여됐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조선의 역사, 심하면 한국사 전체를 순식간에 근본없는 놈들의 역사로 몰아세운다. 남들은 웅장한 건물 막 짓고 남의 나라 군사적으로 침략하고 그러는데 우린 이게 뭐냐~이런 식의 무지막지한 문화적, 역사적 사대주의는 보너스.

 

이런 것들이, 환빠들이 하는 짓이랑 아주 유사하다는 생각이 드는건 기분탓일까?

 

1. 환빠들도 [우리는 이 좁은 반도에 갇혀있으니 안된다] 운운하면서 신라와 조선을 엄청나게 욕하고 고구려를 엄청 띄워준다. 환빠의 눈에는 신라는 비겁하게 당과 손잡고 고구려를 멸망시킨 외세 의존의 비굴한 국가, 조선도 비굴하게 명에게 사대나 하고 만주지역으로 진출 못한 겁쟁이가 된다. 동아시아 책봉관계 같은건 알지도 못하고 그저 '중국과 당당하게 맞짱뜬 고구려 vs 중국에게 숙이기나 한 신라와 조선'의 이분법으로 판단하는 환빠나, '오백년간 사대나 한 조선'을 내세우는 조선까들이나 '자주성'에 편집증적 집착을 보이는 건 매한가지다.

 

2. 그렇다고 환빠들이 대안이 있는 것도 아니다. 고구려의 땅, 만주의 고토를 되찾자면서 뭔가 의미있는 외교활동을 하는것도 아니고 고조선과 고구려에 대해 진지하게 연구하는것도 아니다. 그저 숭례문이 불탈때 '이조의 더러운 유산이 없어졌다'고 좋아라 하는 몰지각한 행동이나 보여주지 않나, 환단고기, 단기고사 같은 사이비 역사서나 붙잡고 대안 없는 망상에 취해 주위 사람들을 괴롭힌다.

조선까? '오백년간 조공이나 바친 나라' 운운하며 비하한다. 물론 그러면 그때 조선은 어떻게 나갔어야 했나, 당신이 왕이면 어떻게 할래? 라고 물어보면 어버버. 이게 환빠와 다를게 뭔가?

 

3. 환빠들의 제일 큰 문제는, 이런 행동이 오히려 민족의 자주성을 해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는 것이다. 애초에 환단고기 자체가 이유립이라는 친일파 부스러기가 배설한 것이니까. 왜 친일파 이유립이 환단고기라는 책을 써서(어쨌든 겉으로는) 한국사를 띄워줬을까? 그야말로 간단하다. 식민사관의 한 소스로 악용하기 위해서. (환단고기 주장대로라면) '동아시아 전체가 환국이란 대제국으로 과거에 뭉쳤고, 한국 민족에게서 일본, 중국, 흉노가 나왔으니, 이제 일본이 과거 환국의 방대한 영토를 잃고 반도에 처박힌 조선을 식민지삼는건 당연한 것이다, 과거에 우린 같은 민족 같은 환국 백성이었으니까' 라는 식으로 식민사관 중 하나인 '일선동조론'을 정당화하는 이데올로기로 악용되기도 했다. 즉, 환단고기와 환빠들의 주장은 한국사를 치켜세우는것 같지만 사실은 '과거의 방대한 영토와 영광을 잃어버리고 반도에 처박힌, 쇠퇴에 쇠퇴를 거듭한 한심한 한국사' 라는 역사, 문화적 사대주의의 정수에 불과한 것이다. 이런 '한심한 한국사'를 같은 조상을 둔 일본이 구원한다는 핑계로 식민화 한다면 이것보다 더 좋은 선전수단이 어딨을까? 그리고 조선까들이 걸핏하면 중얼대는 '오백년동안 정체된 조선사' 운운하는 문화, 역사적 사대주의와 환빠가 뭐가 다른가?

 

 

환빠들의 (겉보기에는)극성맞은 자국역사 띄우기가 싫다고 반대로 한국사 전체에 똥칠을 하는 걸 보면 결국 조선까들은 환빠와 다를게 없다. 그렇게 환빠들의 극성맞은 민족주의가 싫고 자국역사가 싫으면 제대로 알고서 비판해라. 예송논쟁을 비판한답시고 내놓는 게 [고작 옷 입는 걸로 싸운 한심한 정쟁] 따위면 너님들이 더 한심하고 없어보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