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바 야짤로 달린다’
떨리는 마음을 간신히 부여잡고 클릭. 그곳에 그녀가 있다.
웃는 얼굴. 화난 얼굴. 슬퍼하는 얼굴. 살짝 토라진 얼굴. 무관심한 표정까지.
그 모든게.
너무나 아름답다.
프콩프콩 - 미친 이상성애자 ㅅㄲ
윙간 - 시발 이상성애자 끝판왕 여장남자 좋아하는새끼보다 더 그켬
지금은 배덕의 시간.
아이디는 ㅇㅇ. 비밀번호는 언제나처럼 노바짱최고.
ㅇㅇ - 미친놈
이것은 본심이다. 그녀는, 아니 여신님은 오직 나만을 위한 것. 너 따위 하찮은 텐노가 넘볼 대상이 아니다.
아름다움을 판별할 좋은 눈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그 고결함을 가질 수는 없는 법이니까.
몇 가지 하찮은 글을 읽고 마음껏 욕을 하고, 내 몸에 남아있던 모든 부정한 기운을 쏟아 낸다.
그리고 마침내, 모든 부정함이 사라진 지금. 나는 비로써.
그녀를 영접 할 자격이 생겼다.
두 눈을 감는다. 잠깐 사이에도 부정한 기운이 두 눈 사이로 파고 들 수도 있기 때문에.
오른 손을 뻗어 마우스에 손을 올린다. 왼쪽으로 3cm, 위로 1.3cm. 그리고 더블 클릭.
익숙한 소리가 나온다. 바로 오른쪽으로 3.8cm. 클릭.
이제 로딩의 시간이다. 1초, 2초, 3초. 초조하다. 이제 두 눈을 떠도 되지 않을까? 아니. 아직은 아니다.
그 끔찍하고, 추하기 짝이 없는 보어의 얼굴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 모습만으로도 부정으로 가득찬 놈을 마주한 눈으로 그녀를 영접 할 수는 없다.
4초. 5초. 음악이 바뀌었다. 드디어 시간이 되었다. 눈을 뜨자 순백의 그녀가 환한 미소로 답을 한다. 청아하다.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저 환한 미소. 뿌옇게 변한 시야에 애써 정신을 차려본다. 그녀를 앞에 두고 추하게 울 수는 없지.
“노바 짱.”
오른 손을 뻗어 그녀의 보드라운 볼을 살며시 쓰다듬는다. 그녀의 미소가 더 짙어진다.
너무나도.
행복하다.
‘꼬르륵’
수치스럽다. 모든게 완벽한 그녀와 다르게 나는, 너무나 미숙하다.
그녀와의 즐거운 대화에 너무 빠져 식사 때를 놓치고 말았다. 그리고 이런 모습을 보이다니.
“죄송합니다. 한번만 용서해주세요.”
몇 번이나 힘껏 책상에 머리를 부딪쳤다. 머리가 아프다.
그리고 상냥한 그녀는 나에게 걱정스레 말했다. 머리, 아프지 않냐고. 화가 나지 않았다고.
그 모습이 너무나 사랑스러워 나는 힘껏 그녀를 안았다. 팔이 으스러질 정도로.
‘지지직.’
응? 팔이? 아닌데 멀쩡한데? 이 소리는?
팔을 풀고 그녀를 봤다. 금이 가있다.
“뭐야야야?”
비명이, 괴성이 흘러나왔다. 그녀에게 금이 갔어? 완벽한 그녀에게?
내가, 더러운 내가 안았기 때문인가? 이 불결한 놈이 감히 그녀를 넘봐서?
아니다. 그럴 리가 없다. 나야 말로 그녀의 짝. 절대로.
심호흡을 하고,
그녀의 몸에 난 금을 살펴봤다. 그 금이 그녀의 살 바깥을 지나 검은색 까지 번져있다.
응? 번져있어?
자세히 보니 그 금은 그녀의 몸에 난 것이 아니다. 모니터에 난 금이다.
그래. 그녀를 향한 내 마음을 이 하찮은 모니터가 시기한 것이다.
다행이다.
그리고 화가 난다.
이것이 감히.
한낱 미물 주제에.
나와 그녀의 사랑을 시기해?
오른손에 힘을주고 힘껏 그놈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그리고 거기에는 그녀가 놀란 눈으로 나를 본다.
내 주먹은 추악한 그 놈을 향해 날아간다. 추악한 모니터 속에 그녀가 있다. 내 주먹은 그녀를 향해...
필사적으로 꺽었다. 그리고 다행이 내 주먹은 그녀를 비껴가 모니터의 오른쪽 상단을 강하게 때렸다.
추악한 모니터는 비명을 질러댄다. 그리고 그녀는 다행이도 무사하다.
나도 모르게 숨이 거칠어지고, 식은땀이 난다. 지금 내 모습 추하겠지.
“괜찮아.”
걱정하는 그녀에게 웃어 보이고, 인사를 한다.
“나 좀 쉴게. 있다가 보자.”
더 이상 그녀에게 걱정을 끼칠 수는 없지. 그녀와 함께 있는 시간이 소중한 만큼, 이런 추한 모습을 보일 수는 없다.
그녀와 짧은 이별의 시간. 괴롭다. 그리고 이 추악한 놈이 밉다. 이놈이 나와 그녀의 사랑을 시기 하지만 않았어도.
부정이다. 이러한 생각. 이 추악한 모니터에 대한 미움. 이 모든 것이.
그녀를 다시 보기 위해서라도 나는 이 모든걸 털어내야 한다.
찰칵.
추악한 모니터의 사진을 찍고, 글을 올린다.
‘아 ㅋㅋ 워프레임 강제로 접게 됐네 ㅋㅋ'
예상대로 온갖 비아냥과 욕설이 올라온다.
그 틈에.
아이디 ㅇㅇ. 비밀번호 노바짱최고.
ㅇㅇ- 자기 가 분노조절장애라는것을 알리는글
ㅇㅇ- 븅신
ㅇㅇ- 아 존나 꼴좋다 빙신새낔ㅋㅋㅋㅋㅋㅋㅋㅋ
ㅇㅇ- 게임하다가 왜 빡침? 정신병자세오...?
부정한 감정을 쏟아낸다. 나에게 하는 욕. 이것은 자기비하가 아니다. 이것은 정화의 의식. 순백의 그녀를 온전하게 지키기 위한 소중한 의식이다.
아아, 정화된다. 나는 다시 그녀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아직, 조금은 부족할지도?
다음 글을 보고, 욕을 한다.
다음 글을 보고, 비아냥 거린다.
다음 글을 보고, 피식 거린다.
다음 글을 보고...
어느 순간 내 사고는 정지한다.
‘[그림]노바 신규 도색파츠와 시질모바일에서 작성’
떨린다. 지금의 나는 순수한가? 모든 부정을 털어 냈는가?
지금의 나는 그녀를 마주해도 괜찮은가?
......
몰라. 그딴건. 내 모습이 어떻더라도 그녀는, 순백의 그녀는 언제나 나를 받아 줄 것이다.
‘딸칵’ 나도 모르게 클릭해 버렸다. 그리고 나타난 사진. 그녀의 청아한
이것은 모욕이다. 그녀에 대한. 아니 유일한 여신에 대한 모독. 그래 신성 모독이다.
작성자를 확인한다.
도항.
이놈은 악 그 자체다. 아니, 여신을 모욕하고 범하려는 악마. 살아서는 안되는 짐승.
존재 자체가 해악인 놈. 이놈을 처단해야 한다.
구글. 도항. 없다. 작성글 검색. 글은 많지만 정보가 없다. 댓글 검색. 최근 글만 보인다.
찾는다. 끝까지.
‘포번 뿌린다. 30분 까지 아이디 남겨라.’
도항 - BSM18
찾았다. 구글. 검색.
있다. 이곳. 운 좋게도, 가깝다.
자리에 일어나 부엌으로 향한다. 쓸만한 무기가 제법 된다. 품에 숨기기에 적당한, 그리고 충분히 위협적인 놈을 골랐다.
잠시 망설였지만, 다시 워프레임을 실행시켰다. 지지직거리는 화면 속에서 그녀는 나를 여전히 반겨준다.
너무 아름답다. 너무나도 아름답기에 내가, 이 손으로 그녀를 지켜야한다.
“정의로운 처단자가 되는 것을 허락해줘.”
그녀의 표정이 다급해진다. 내게 무언가 말을 하려한다.
그러나.
추악한 모니터. 내가 정화된 모니터가 그 수명을 다하고 꺼진다.
그녀가 다급하게 하려던 말은 무엇일까. 혹시...
순간 손에 쥐어진 칼에 빛이 어린다. 빛. 그래. 이건 그녀가 내려준 축복이야.
이것은 성검이다.
나는 이 성검으로 악을 멸할 것이다.
오늘따라 유난히 밝은 형광등을 끄고 집을 나선다.
새벽 공기가 유난히 상쾌하다.
발걸음이 유난히 가볍다.
지금이라면 쉽고, 빠르게.
악을 멸 할 수 있을 것 같다.
Outlier3
사진출처
1. 아 ㅋㅋ 워프레임 강제로 접게됐네 ㅋㅋ - http://gall.dcinside.com/board/view/?id=warframe&no=112423
2 [그림]노바 신규 도색파츠와 시질 - http://gall.dcinside.com/board/view/?id=warframe&no=114024&page=1&search_pos=&s_type=search_all&s_keyword=그림
글만봐도 화가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