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제인간이든 인공배양이든 아무리 멍청하고 못생겼든

난 어떻게 생겼고 목소리는 이렇고 누구랑 친하고 자기는 이런 놈이라는 자의식이 있었을거 아냐

완전 무섭지 않았을까

걔네도 분명 징그러운 회색빛 살덩이와 그 안에 건포도처럼 박힌 빨간색 종양 비스무리한걸 봤겠지

살아서 돌아갈거라 생각했는데

내가 곧 저 냄새나는 덩어리들에 휩싸인다니

난 어떻게 되는거지, 이성의 끈을 붙잡으면 조금 더 버틸수 있지 않을까.

난 죽는걸까, 아님 본능적이고 멍청한 동물이 되는걸까. 어쩌면 상상도 못했던 뭔가가 우리를 조종할지도 몰라

조금 뒤에는 아직 안전한 동료들이 복잡해 터질것 같은 마음으로 우리들을 지켜보고 있있고

바로 옆 자신과 같은 운명을 맞이한 전우들은

말없이 서로를 보거나 멍하니 세상을 저주하겠지

오만 가지 생각이 든다. 마냥 불공평해.

내가 텐노였다면 이깟 감염체들은 아무것도 아니었겠지

절대로 이렇게 허무하게 인생이 끝나버리지는 않았을거야

말단 졸병은 더더욱 아니었을 거고.

뒤에선 희미하게 생존자는 후퇴하라는 무전이 들려와

머뭇거리는 것 같던 발소리들은 점점 멀어지고

그렇게 낙오된 몇몇은 자기 머리에 총을 쏘거나, 웅크려 앉아 남은 시간을 붙잡고 생각을 정리할거야


씨발 불쌍해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