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그가 거닐었던 영광스러운 복도는 이제 없다.

승전을 치하하는 불멸자들도, 그들을 지키는 닥스들도, 찬란히 빛나는 과거의 영광속에 묻혔다.

그는 고요한 복도를 천천히 거닐며 얼마 전 있었던 패배를 되새겼다.

황금빛으로 찬란히 빛나던 오로킨을 파괴하고 무책임하게 동면에 든 역겨운 놈들.

하늘의 자궁, 샘에서 본 텐노놈의 실체는 나약하디 나약한 아이였다.

지금까지 내가 사냥한 놈들은 아이에 의해 조종당하는 강철의 꼭두각시였단말인가?

공포, 절망, 증오로 벼려낸 칼날이 허공을 베어내고만 있었단 말인가?

나 또한 저놈들처럼 누군가에 의해 조종당하는 꼭두각시가 아닌가?

떠오른 수많은 생각은 내 눈을 가리던 증오가 잠시나마 사그러들게했고, 놈을 처치할 기회를 잃도록했다.

헌하우는 내게 후퇴를 명했고, 그 명령에 따랐다.

그는 내가 멍청하게 기회를 잃었음에도, 화내지않고 말했다.

"아이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그 놈이 너의 오로킨을 파괴했음을 기억해라. 놈의 내면에는 악마의 싹이 자라고있다."

그는 이어서 말했다.

"미치광이 세팔론 오디스가 이끄는 착륙정의 목적지는 정해져있다. 오비터에 잠입해 놈을 단죄하라."

현명한 선택이었다. 놈은 약한 육체를 어떻게는 뉘일 장소가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놈에게 가장 안전한 장소는 오비터였다.

오비터에 잠입했다. 아니, 잠입한 줄 알았다.

세팔론 오디스는 몸이 두개라도 되는지 착륙정을 이끌고 있음에도 오비터에 침입한 나를 눈치챘다.

오디스는 오비터를 조종해 나를 기절시켰다. 

내가 정신을 차렸을때는, 사지가 단단한 사슬로 결박되어 있었다.

"정신이 들었나요?"

남색과 보라색을 적절히 사용한 복장과 풍만한 가슴, 하관만을 내놓은 여성, 로터스가 말했다.

역겨운 년. 오로킨의 명령을 거부하고 전쟁을 일으킨 기계가 인간행세를 하고있다니.

"나를 어떻게 할 생각이지?"

"경계를 푸세요. 나는 당신을 해칠 생각이 없습니다."

그녀는 나를 자극하지않겠다는 듯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수많은 텐노들의 대가리를 깨왔거늘, 텐노들의 보모나 다름없는 네가 나를 해치지않는다고? 지나가던 쿠브로가 웃겠군."

"해칠 생각이 있었다면 이렇게 대화를 나누지도 않았을것입니다. 분노를 잠시만 가라앉히십시오."

인정하고싶진 않지만 그녀의 말이 옳았다. 지금까지 텐노놈들이 그리니어,코퍼스에서 납치해간 놈들은 다시는 돌아가지못했다.

나를 죽이려고했다면 기절한 사이에 죽이고도 남았을것이다.

나는 분노를 잠재우며 주변을 돌아봤다.

헌하우가 하사한 의장들은 내 몸에 남아있었지만,

드레드와 디스페어는 사라졌고, 워는 두쪽이 난 상태로 한쪽은 사라져있었다.

"명예라곤 모르는 도둑놈들. 주인의 목덜미를 물어 죽인것도 모자라서, 무기까지 훔쳐가는군."

"패자가 말이 많군요."

"나를 털어갔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살려놓은건 아닐테고, 목적이 뭐지?"

"그건 이제부터 알게될겁니다."

그녀가 작게 웃었다.

텐노가 오로킨들을 멸망시킬때 느꼈던 공포를, 그녀에게서 느낀 것은 착각일까?


***


"제 정보력으로도 그 정체를 알아내기 힘들었던 암살자가 사실은 기계의 가짜 가슴으로 느끼는 이상성욕자였다니.. 부끄럽지도않나요?"

그녀는 풍만한 가슴으로 내 새로운 워를 감쌌다.

"허..어억...윽..."

내게 쾌락이란 자극은 너무나도 새로웠다. 기나긴 시간동안 나는 텐노와의 전투만 벌이며

고통이라는 자극만을 받아들이며 그 자극에 익숙해지려했다.

그리고 쾌락이라는 익숙하지않은 자극은 나를 무너뜨리기에 충분했다.

젖탱이. 그 두개의 커다랗고 풍만한 지방덩어리는 나를 상냥하게 감쌌고

어머니라는 것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로터스 만큼은 아니었지만 어린 나를 따뜻하게 감싸던

풍만하고 하얀 젖... 그 젖을 떠올리고 있노라면...

고결한 전사.. 테신 닥스가 떠오른다...



테신 닥스... 고결한 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