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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츠 오브 그레일’는 제국의 신실한 칼이요 경건한 방패인 아스타르테스 챕터다.


그들은 자신들의 역할에 걸맞은 무장인 검과 방패로 오늘도 제국을 위협하는 더러운 제노와 이단을 쳐부수어 신민들을 지킨다-지키지 못할 때도 있긴 하지만 그럴 때엔 익스터미나투스로 오점을 확실히 지우니 다른 신민들은 안심할 지어다-.


다만 한 가지 크나큰 슬픔이 있으니, 그들은 오래 전에 있었던 기록의 소실로 자신들의 기원이 어디인지 알지 못하게 되었다. 검술을 숭상하는 문화와 서코트 차림으로 추측해볼 때 아무래도 그 영광스러운 퍼스트 파운딩 챕터인 다크엔젤에서 비롯된 게 아닌가 하고 믿는 이들이 많지만, 기이하게도 다크엔젤 측에서는 이들에 대한 파운딩 기록이 없다고 단언했다-많은 이들이 실망했지만 몇몇은 안도했다. 그들의 하위 챕터들이 뭣 때문인지도 모를 시시콜콜한 일로 시도 때도 없이 불려가는 걸 보라. 게다가 요즘엔 더 락에서 하루 종일 문서분쇄기가 돌아간다는 요상한 소문도 떠돌지 않는가-.


때문에 나이츠 오브 그레일은 위대하고도 험난한 여정에 나섰다. 포트리스 모나스테리의 기록보관소를 밑바닥까지 샅샅이 뒤져 얻은 얼마 안 되는 단서를 통해, 그들은 그 유명한 블러드 레이븐의 형제들-최근 그들은 그라이아 전역에서 상당한 전과를 올렸던 모양이다. 하지만 그 많은 워기어가 갑자기 생겨난 건 어째서일까? 황제의 도우심인가?-처럼 알려지지 않은 프라이마크와 챕터를 찾아 나서기로 한 것이다.


기록에 따르면, 챕터의 기원과 관련된 프라이마크의 유물인 ‘성배’가 아이 오브 테러 근처의 어느 행성에 보관되어 있다고 했다. 기록 자체의 진실성이 의심되지만 그 외엔 다른 단서가 없었기에, 그러나 역시 불확실한 정보에 모든 걸 걸 수는 없다는 판단 하에 챕터는 소규모 정예로 구성된 원정대를 구성했다.


챕터마스터 아서를 필두로 ‘강인한’ 란슬롯 형제,


‘순결한’ 갤러해드 형제, ‘현명한’ 베디비어 형제-그는 평범한 인간이었을 적에 카오스 마녀를 재판정에 세워 불로써 정화한 업적이 있다. 그 판정 수단이 조금 열악했던 점(가령 오리와 마녀의 무게를 비교해본다든가)에 대해서는 넘어가자-,


‘조금 덜 용맹한’ 로빈 형제-그는 감당키 힘든 적에 대해서는 주저 없이 ‘전략적 후퇴’를 사용하곤 했다. 절대로 적전 도주가 아니다. 아스타르테스에게 적전 도주란 개념은 없다-,


등등을 비롯하여 십 수 명의 인원이 차출되어, 아이 오브 테러를 향한 끝 모를 여정을 시작한 것이다. 부디 황제폐하께서 이들의 행보를 굽어 살피시기를.



***



“저기가 바로 카에르-베뇽의 아가리다, 몬-케이여.”


거만한 엘다의 마녀가 지표면의 동굴을 가리켰다. 아스타르테스로서 아서는 당장이라도 그 마녀의 머리통을 보기 좋게 썰어버리고 싶었으나 협력을 약속한 이상 일단은 넘어가기로 했다.


그러니까, 여기까지 이르기에 앞서 나이츠 오브 그레일의 ‘성배 원정대’는 참으로 많은 일을 겪었다. 잔인무도한 카오스의 투사 ‘흑기사’를 제압하거나-챕터마스터 아서가 친히 놈의 사지를 잘랐다. 그러고도 놈은 몸뚱이를 펄떡이며 끝까지 덤볐다. 정말이지 지독한 카오스의 종자였다!-카오스의 이단에게 둘러싸인 성인을 란슬롯 형제가 구출하거나-그 이단자들이 실은 단순히 축제를 준비하던 신민들이었다는 사실은 그리 중요치 않다. 오해는 애석하지만, 모두 죽었으므로-갤러해드 형제가 슬라네쉬의 시녀로 가득한 소굴에서 탈출한다든가-거의 유혹당할 뻔했지만 란슬롯 형제가 제때 구출했으니 안심하도록-머리가 셋 달린 코른의 악마와 대적한다든가-로빈 형제는 이번에도 ‘전략적 후퇴’를 구사했다. 그는 이후 10일간 철야기도를 선고받았다-하는 일을 겪은 끝에, 그들은 카에르-베뇽이란 행성에 성배에 대한 단서가 있다는 정보를 입수한 것이다.


거기서 그들은 저 가증스런 크래프트월드 울쓰웨의 파시어-이름이 팀인지 티모시인지 헷갈리는 마녀였다. 어차피 곧 죽을 제노스의 이름 따윈 아무래도 좋으므로 그냥 엘다 마녀라 부르자-와 마주쳤다. 마침 그 엘다 마녀도 모종의 일로 동굴 안에 볼일이 있었다. 그러나 거길 단신으로 돌파하는 건 지금으로선 힘든 모양이었다.


“네놈들의 시체 황제의 아들 중에 한 명이 저기에 자신의 보물을 숨겼다고 하더군. 하지만 저기는 흉악한 카오스의 데몬에게 점령당했다. 누구도 저기를 돌파하지 못했지…….”


십 수 명의 아스타르테스들은 동굴 입구 앞의 바위투성이 언덕에 은폐한 채 엘다 마녀의 설명을 듣고 있었다. 정보는 귀중한 것이다. 누군가가 말했듯 지식은 곧 힘이므로, 때로는 적에게도 얻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엘다놈들 특유의 뽐내는 말투에 대원들은 지친 참이었다.


“챕터마스터여, 이제 그만 이 제노스의 목을 베어버리고 달려가서 데몬의 목도 베어버리면 되지 않겠습니까?”


란슬롯 형제가 파워소드를 치켜들었다. 엘다 마녀의 표정도 험악해졌다. 그런 표정을 짓는 건 매우 무례한 일이었는데, 왜냐면 란슬롯 형제로서는 최대한의 인내심과 배려심을 발휘한 상태에서 꺼낸 말이었기 때문이다-다른 때 같았으면 말하기 전에 실행했을 것이다. 성인 구출 때도 그랬다. ‘저기 저 사람들 축제 연다고 차려입은 꼬락서니 마치 이단 같…’ 까지 성인이 말했을 때 란슬롯 형제는 이미 10여 명의 목을 베고 있었다!-. 그러나 그 전에 지적인 베디비어 형제가 끼어들었다.


“일단 라이노를 타고 동굴 입구까지 접근하는 건 어떻습니까? 놈이 덮치면 우리 형제들이 한꺼번에 나와서 역습하는 겁니다.”


“그 라이노 저번에 반역자놈들 요새에 진입하겠다고 써먹다가 부숴먹었잖나.”


“그 엉터리 같은 쇠상자로는 놈을 당해낼 수 없다, 몬-케이여.”


엘다 마녀의 핀잔에 아서는 순간 란슬롯 형제의 의견에 동참할까 하는 생각을 품었다. 그러나 챕터와 원정대를 이끄는 몸으로서 감정에 의한 판단은 함부로 내릴 수 없었다. 아서는 일단 정보부터 더 캐기로 마음먹었다.


“그래서, 그 데몬놈은 어떻게 생겨먹었나? 어느 신의 잡졸이지?”


그러자 엘다 마녀는 대놓고 겁이라도 먹으라는 마냥 손짓을 섞어가며 말하기 시작했다.


“놈은 매우 민첩하지. 적의 목을 따는 게 마치 비밀의 수호자인 듯하다네. 교활하기로는 변화의 군주도 혀를 내두를 정도고, 난폭하기로는 피에 목마른 자의 피를 탐할 수준이지. 놈이 마셔온 피 때문에 나는 악취란 거대한 불결자와 자웅을 겨를 지경이라네. 이런 놈을 너희들은 감당할 수 있겠는가? 그 연약한 칼로는 흠집 내는 것조차 어렵고, 조잡한 방패는 도약 한 번에 산산이 쪼개질 터…….”


검을 숭상하는 그들에게 있어 엘다 마녀의 조롱은 분명 챕터의 역린을 건드리는 수준이었다. 챕터마스터를 비롯하여 아스타르테스 모두가 란슬롯 형제처럼 파워소드의 역장을 활성화시켰을 때쯤, 엘다 마녀가 몸을 숨기며 갑작스레 외쳤다.


“저기!”


반쯤 몸을 일으켰던 모두가 그 외침에 다시 은폐에 들어갔다. 그리고 그들은 그토록 강력하고 위협적인 데몬의 모습을 두 눈으로 보게 되었다.


그것은 작고 하얀 털북숭이 짐승이었다.


“저 짐승 뒤에 있나?”


“아니, 바로 저거다!”


“저거라고?”


아서는 다시 엘다 마녀가 가리키는 방향을 보았다. 아무리 봐도 무해해 보이는 작고 하얀 털북숭이 짐승이었다.


아서는 란슬롯 형제처럼 생각하기 전에 칼을 휘두를 정도로 행동력이 투철하진 않았다. 그러나 그와 반대되는 수준만큼의 인내심을 갖춘 것도 아니었다.


결국 그는 폭발했다.


“이 엉터리 같은 제노의 마녀 같으니!”


“방금 뭐라고 했나, 몬-케이?”


“네년의 거짓부렁 때문에 얼마나 긴장했는지 아는가!”


“저건 평범한 짐승이 아니야. 네놈이 지금껏 본 적 없을 정도로 악랄하고 잔인하고 성질 더러운 데몬이라고. 저 데몬에 대한 소문이 1광년 밖의 성계까지 났지. 생명체는 뭐든 죽인다고!”


“말이 되는 소릴 해라, 마녀!”


“저 데몬이 너흴 잘 대접해줄걸.”


“이 케케묵은 울쓰웨 마녀가…….”


“난 경고하는 거야, 몬-케이.”


“저 짐승이 뭘 할 수 있다는 거지? 네년들 레이스본이라도 갉아먹나?”


“저놈의 날카롭고 거대한 송곳니를 좀…… 아니, 그 전에 저기 널린 뼈들이 안 보이나?”


아서는 더 이상 들어줄 것도 없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가장 가까이 있던 형제에게 지시했다.


“볼스 형제, 저 짐승의 목을 베도록.”


“네, 챕터마스터. 저 어리석고 하찮은 짐승을 바로 도륙내겠습니다!”


볼스 형제는 파워소드를 들고 용맹스럽게 그 작은 짐승에게로 돌진했다. 솔직히 평범한 인간의 머리통보다도 작은 그 짐승이 뭘 얼마나 할 수 있겠는가? 솔직한 심정으로 말하자면 그런 짐승에게 다가가는 일에 용맹스럽다거나 돌진한다는 표현을 쓰는 것도 지나친 낭비처럼 느껴지는 일이었다. 모두가 그렇다고 생각했다. 한 명을 제외하고는.


“봐라!”


엘다 마녀의 외침과 함께 그 짐승이 움직였다. 놈은 순식간에 아스타르테스의 목까지 튀어 오르더니 파워아머와 함께 그대로 목을 절단해버렸다. 목을 잃은 볼스 형제는 잠시 서 있더니 곧 맥없이 쓰러져버렸다.


“맙소사, 테라의 황금옥좌여!”


아스타르테스들은 놀랐다-겁먹었다, 라고 표현하는 자는 간교한 반역자들뿐이다. 아스타르테스는 결코 공포를 모른다! 지금은 예상외의 상황에 잠시 놀랐을 뿐이다! 신민들은 알아두도록!-.










알 사람은 다 아는 그 영화 패러디


오늘은 졸려서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