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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장
[일방적인 전쟁]
[풀과 모래밭 위의 신더만]
[쥬발]
'황제'의 죽음과 오래된 중앙 정부의 몰락을 기점으로, 반란군들은 행성 남반구의 산지로 도망쳐, 현지어로 '위스퍼헤드(머리 속의 속삭임)'이라 불리우는 산맥에 있는 요새를 점거하였다. 산맥의 고도는 매우 높아 대기가 옅었다. 새벽이 다가오고 있었고, 산봉우리들은 마치 햇빛을 반사하는 황량하고 안개낀 창백한 녹색 얼음의 첨탑들처럼 어렴풋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스톰버드들은 우주의 가장자리에서부터 떨어져내려, 하늘의 짙은 파란색 맨틀을 벗어나며 단열재 장갑에서부터 금빛 불꽃 줄기의 흔적을 남겼다. 신화와 미신으로 가득 찬 문화 안에서 태어난 산기슭 구릉의 가난한 부락들과 마을들의 거주민들은, 새벽 하늘에 나타난 불꽃의 흔적을 하나의 징조로 보았다. 많은 주민들은 무릎을 꿇고 통곡하며 애가를 부르거나, 마을의 신전들로 서둘러 달려갔다. 6319 행성의 종교적 믿음은 수도와 주요 도시들 사이에서 강세를 보였고, 이곳에서는 그 강도가 순화되어 미신과 섞여가며, 더 그럴싸한 혼합물이 되어 있었다. 그 마을들은 최저 수준의 생활 양식과 수준낮은 교육 수준으로 인해 한층 더 착오적으로 변한 신앙의 사회였고, 활력을 잃고 시대에 뒤쳐진 침체된 지역이었다. 제국군은 이미 마을들을 점령하는 동안 이 미개한 광신자들을 억누르는 데에 애를 먹었었다. 화염 줄기들이 하늘을 가로지르는 동안, 제국군은 증가해가는 마을들의 동요와 흥분을 통제하기에 애를 먹고 있었다.
엔진이 비명을 지르는 소리와 함께, 스톰버드들은 반란군 요새가 있는 산맥 최고봉의 꼭대기로부터 오천 미터 아래에 있는, 건조한 백색 화산암 고원 위에 착륙하였다. 스톰버드들은 바스락거리고 지면을 긁으며, 제트 엔진으로 부석 알맹이들을 자욱하게 휘감아 올렸다. 하늘은 하얀 색이었고, 그에 맞서듯 산봉우리들도 하얀 색이었으며, 하얀 구름들이 대기를 부드럽게 만들었다. 일련의 단층 절벽들과 얼음 협곡들이 화재의 구름에 휩싸인 고원 뒷편으로 깎아지른듯 나있었고, 낮은 봉우리들은 떠오르는 햇빛에 희미하게 반짝이고 있었다.
10중대는 무장을 갖춘 채, 쌀쌀하고 희박한 공기 중으로 달가닥거리며 걸어나왔다. 그들은 스톰버드에서 걸어나오며 이미 전투 태세를 갖추고 있었고, 로켄이 바랬던 것만큼이나 매끄러운 동작으로 하선하였다. 하지만 복스는 여전히 혼란스러웠다. 수 분마다 한번씩, '사무스'가 산바람에 섞인 한숨처럼 다시 떠들어대었다.
로켄은 그가 착륙하자마자 곧바로 상급 분대의 지휘관들을 호출하였다. 로케이스타 분대의 바이푸스, 헬보어 분대의 쥬발, 터미네이터 분대의 라섹, 피쓰래 분대의 탈로누스, 왈큐레 분대의 카이루스, 그리고 그외에도 8명이 있었다. 그들 모두는 자비에르 쥬발의 주변으로 모여서서 로켄에게 경의를 표했다. 언제나 지휘관으로써 부하들을 잘 이끌어왔던 로켄은, 그의 연마된 리더십의 기량을 발휘할 것도 없이, 쥬발이 바이푸스의 승진을 좀처럼 달갑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로켄은 자기자신의 직감을 따라, 자신이 10중대를 떠나 있을 때에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그를 대신해 복무하도록 네로 바이푸스를 그의 지휘관 대리로 임명하였다. 바이푸스는 중대원들 사이에서 인기가 좋았지만, 쥬발은 제 1분대의 분대장으로써 모욕감을 느꼈다. 중대 1분대의 분대장이 자동적으로 연공에 따라 승진한다는 법칙이 따로 쓰여있는 것은 아니었다. 분대의 넘버링은 단순히 숫자로 구분을 짓는 것 뿐이지만, 거기에는 정해진 위계 질서가 있었고, 쥬발은 분개하였다. 쥬발은 몇번이고 로켄에게 그와 같이 얘기를 했었다. 로켄은 小 호루스의 말을 기억하고 있었다.
「네가 바이푸스를 신뢰한다면, 바이푸스를 네 대리인으로 삼아. 절대 타협하지 마라. 쥬발은 다 큰 어른이야. 녀석도 이해할 거다.」
"이제 시작한다. 빨리 끝내도록 하지."
로켄은 그의 장교들에게 말했다.
"터미네이터 분대가 이곳의 선봉에 선다. 라섹?"
"제 분대는 준비를 마쳤습니다, 중대장님."
라섹은 무뚝뚝히 대답했다. 그의 특수 분대에 속한 모든 부하들과 마찬가지로, 서전트 라섹은 아스타르테스들의 병기고에 최근들어 새로이 도입된 변형 파워 아머, 거대한 터미네이터 아머를 입고 있었다. 그들의 탁월한 능력과, 그들의 프라이마크가 워마스터라는 사실로 인해, 루나 울프 군단은 터미네이터 아머의 보급 과정에서 가장 먼저 이득을 본 군단들 중 하나가 되었다. 몇몇 군단은 아직까지도 단 한명의 군단원도 터미네이터 아머를 보급받지 못하고 있었다.
터미네이터 아머는 중무장 강습을 위해 만들어졌다. 두꺼운 장갑과 그에 비례하게 비대한 용적을 지닌 터미네이터 슈트는, 아스타르테스 전사를 느리고 둔중하지만, 결코 멈출 수 없는 인간 전차로 탈바꿈시켰다. 터미네이터 아머를 입은 아스타르테스는 자신의 모든 속도, 민첩함, 기민함과 행동 반경을 포기해야 했지만, 그 대신 거의 모든 탄도 공격을 대수롭지 않게 무시할 수 있는 힘을 얻었다.
터미네이터 아머를 입은 라섹은 동료들의 머리 위로 우뚝 솟아, 그들을 프라이마크가 아스타르테스를 작아보이게 만들듯이, 혹은 아스타르테스가 보통 인간을 작아보이게 만들듯이 하였다. 육중한 병기 시스템들이 그의 양어깨와 양팔, 그리고 건틀렛에 설치되어 있었다.
"교량들에서 분산하여 진입해 길을 트도록."
로켄은 말했다. 그는 잠시 숨을 돌렸다. 이제는 달래주는 외교 전술을 구사할 때였다.
"쥬발. 헬보어 분대를 이끌고 터미네이터 분대를 따라 이동하여 선발 타격대로써 적들을 압박해주게."
쥬발은 명백히 기뻐하는 기색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몇주 동안이나 짓고 있던 불만으로 찡그려진 얼굴이 이제야 잠시나마 밝아졌다. 비록 대기가 인간의 기준으로는 숨도 쉬기 힘들 정도로 옅었지만, 브리핑에 참여한 모든 장교들은 머리를 그대로 공기 중에 드러내놓고 있었다. 그들의 향상된 폐 조직들은 그런 악환경에 조금도 괴로워하지 않았다. 로켄은 미소짓는 네로 바이푸스를 보았고, 그가 이 명령의 의미를 이해했다는 것을 알았다. 로켄은 그가 쥬발을 잊어버린 것이 아님을 재확인시켜주기 위하여 그에게 어느 정도의 영예를 내어주는 것이었다.
"그럼 시작하자!"
로켄은 외쳤다.
"루퍼칼!"
""루퍼칼!""
장교들이 답했다. 그들은 자신들의 헬멧을 제 위치에 고정시켰다. 중대의 일부가 자연 형성된 바위 다리들과, 고원과 상부 지형을 잇는 공도를 향해 앞으로 전진하기 시작했다. 차갑고 옅은 대기에 맞서 두꺼운 코트로 몸을 감싸고 재호흡기를 쓰고 있는 제국군 연대들이 그들과 합류하기 위하여 골짜기 아래의 카셰리 마을에서부터 고원으로 올라왔다.
"카셰리 마을은 순종적입니다, 중대장님."
한 장교가 로켄에게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마스크로 인해 작게 들렸고, 그의 숨은 병자처럼 거칠었다.
"적들은 고지대의 요새로 철수했습니다."
로켄은 하얀 빛에 어렴풋이 드러난 선명한 기암괴석들을 올려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부턴 우리가 맡겠다."
"적들은 잘 무장하고 있습니다, 중대장님."
장교는 경고했다.
"저희가 저 바위 다리들을 점거하려 나아갔을 때마다, 놈들은 대포로 저희들을 살육했습니다. 놈들의 수가 많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만, 놈들은 지형에서 이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곳은 학살장입니다, 중대장님. 더욱이 놈들은 저희에게 십자 포격을 가할 수 있는 위치에 있습니다. 저희가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반군들은 라이쿠스 혹은 라이커라고 불리는 인비저블의 지휘를 받고 있다고 합니다. 저희는──"
"여기부터는 우리가 맡는다."
로켄은 다시 말했다.
"내가 놈을 죽이기 전까지 적의 이름을 알 필요는 없다."
로켄은 몸을 돌렸다.
"쥬발. 바이푸스. 분대를 정렬한 뒤 전진하라!"
"그것 뿐입니까?"
제국군 장교가 불편한듯 물었다.
"저희는 6주 동안이나 이곳에 진을 치면서 혈투를 벌였습니다. 당신께서 믿을 수 없으실 정도의 사상자를 내가면서 말입니다. 그런데 당신께서는──"
"우리는 아스타르테스다."
로켄은 말했다.
"이젠 안심하도록."
장교는 쓴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는 숨을 내쉬며 무어라 중얼거렸다. 로켄은 뒤로 돌아 그를 향해 한발짝 앞으로 다가갔고, 장교는 그제서야 두려움을 되찾기 시작했다. 그 어떤 인간도 루나 울프의 냉담한 바이저에 난 매서운 눈구멍이 자신을 향해 돌려지는 것은 좋아하지 않으리라.
"지금 뭐라고 했지?"
로켄은 물었다.
"저.... 그게....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중대장님."
"뭐라고 했나?"
"그것이.... "이곳은 귀신이 들렸다," 라고 했습니다, 중대장님."
"만일 자네가 이곳에 귀신이 들렸다고 믿는다면, 친구여."
로켄은 말했다.
"자네는 영들과 악마들에 대한 믿음을 인정하는 것이 된다네."
"아닙니다, 중대장님! 정말 아닙니다!"
"그래야지."
로켄은 말했다.
"우리는 야만인이 아니다."
"제 말은."
그 군인은 헐떡이며 말했다. 호흡기 마스크 뒷편에 있는 그의 땀투성이 얼굴은 흥분으로 홍조를 띠고 있었다.
"이곳에 무언가가 있다는 뜻입니다. 이 산들 말입니다. 이 산들은 '머리 속의 속삭임'이라고 불린다는데, 카쎄리 마을의 원주민들로부터 거기에 대해 조금 들었던 것이 있습니다. 그 이름은 오래됐다고 합니다, 중대장님. 아주 오래된 이름입니다. 원주민들은 이곳에서 주위에 아무도 없는데도 불구하고 누군가를 부르는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믿는답니다. 오래된 이야기라고 했습니다."
"미신일 뿐이다. 우리는 이 행성에 신전들과 사원들이 있다는 것을 알잖나. 그 무지함에 빛을 가져오는 것이 우리가 이곳에 온 이유 중 하나이다."
"그럼 그 목소리는 무엇입니까?"
"뭐라고?"
"이곳에 온 이후로, 전투를 치러가며 저 골짜기 위쪽으로 올라가는 와중에, 저희 모두 그 목소리들을 들었습니다. 저 또한 들었습니다. 그 속삭임들 말입니다. 밤중에, 그리고 가끔씩은 밝은 대낮에도. 아무도 없을 때면, 그리고 복스를 통해서도요. 사무스가 말을 하고 있었습니다."
로켄은 장교를 바라보았다. 로켄의 견갑에 고정된 순간의 맹세서가 산바람에 펄럭였다.
"사무스가 누구지?"
"저인들 알겠습니까."
장교는 어깨를 으쓱였다.
"제가 확실하게 아는건 모든 복스─넷이 최근 며칠동안 이상해졌었다는 겁니다. 연결망을 타고 들어온 목소리가 항상 똑같은 것들을 말합니다. 협박을 해옵니다."
"반란군 놈들이 우리에게 겁을 주려고 하는 것 뿐이다."
로켄은 말했다.
"그럼 제대로 먹혔군요. 안그렇습니까?"
.
.
.
.
로켄은 주차된 스톰버드들 사이를 지나, 살을 에는 바람을 맞으며 고원을 가로질렀다. 사무스가 또다시 중얼거리고 있었고, 그의 목소리가 로켄의 공개 복스 링크에 배경음처럼 탁탁, 마른 소리를 내었다.
[사무스. 그것이 네가 들을 유일한 이름. 나는 사무스라. 사무스는 네 도처에 있노라. 사무스는 네 곁의 사람이라. 사무스는 네 뼈들을 갉아먹으리라.]
로켄은 적들의 선전이 훌륭함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그것은 그 신비와 속삭임 속에서 사람을 동요케 했다. 아마 이 전술은 6319 행성이 과거에 다른 국가들과 문명들을 상대하는 데에는 매우 효과적이었을 것이다. '황제'는 분명 이 악의에 찬 속삭임과, 투명한 전사들을 기반으로 이 세계의 권력을 얻었으리라. 진정한 황제의 아스타르테스는 그런 단순한 도구들에 속아 용기가 꺾이지는 않을 것이다. 로켄 주변의 루나 울프 군단원들은 제자리에 가만히 선 채, 그들의 투구의 수신기로 들려오는 중얼거림을 듣고 있었다.
"무시해라."
로켄은 그들에게 말했다.
"놈들의 장난질일 뿐이다. 이제 돌입한다."
라섹의 육중한 터미네이터 분대가 바위 교랑들로 다가갔다. 다리들은 고원과 험악한 기후의 깎아지른듯한 봉우리들의 수직면을 이어주는, 화강암과 굳은 용암으로 만들어진 아치였다.
그것들은 고대 빙하의 움직임으로 인해 자연적으로 생겨난 다리였다.
시체들은 일부가 고도차로 인해 바짝 마른 미이라가 되어버린 채, 선반 같은 형태를 한 고원과 바위 다리에 어지러이 널려있었다. 장교는 거짓말을 한 것이 아니었다. 수백에 이르는 제국군 병사들이 고지대의 요새를 휩쓸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보다가 쓰러졌다. 적들의 사격 범위는 너무도 밀집되어 있었고, 그 시신의 주인들의 동지들에게는 그들의 시신들을 되찾는 것조차도 불가능했다.
"전진하라!"
로켄이 명령했다. 터미네이터 분대는 스톰 볼터를 들어올리고, 커다란 두발로 하얀 백골과 썩은 튜닉들을 다리 위에서 몰아내며 바위 다리 위를 가로질러 전진하기 시작했다. 즉시 포화가 그들을 반기며, 울퉁불퉁한 바위 위의 보이지 않는 위치에서부터 쏟아져내렸다. 총탄들이 그 특수한 파워 아머를 때리며 끽끽거렸다. 헬멧을 쓴 터미네이터들은 강풍 속으로 걸어들어가는 사람들처럼, 포화를 무시하고 그대로 걸음을 옮겼다. 제국군을 몇주 동안이나 궁지에 몰아넣고 커다란 대가를 치르게 만들었던 포화는, 군단의 전사들에게는 그저 간지럽기만 한 것이었다.
로켄은 이 임무가 빠르게 끝나리라는 것을 직감했다. 그는 충성스러운 피가 이곳에서 필요없이 버려졌음에 후회하였다. 이 임무는 처음부터 아스타르테스를 위한 것이었다. 다리를 반쯤 건넌 터미네이터 분대의 전열이 사격을 개시했다. 스톰 볼터와 연옥에서부터 보내져온 내장 중화기 체계들은 라스 포탄들과 폭발성 탄환의 폭풍을 윗쪽의 비탈에 쏟아부었다. 반군이 숨은 장소들과 방비 시설들이 폭발하고, 축 늘어져 한데 뒤얽힌 시체들이 눈보라 속에서 바위와 얼음의 협곡 속으로 굴러 떨어졌다.
[사무스.]
성가신 목소리가 또다시 시작되었다.
[사무스. 그것이 네가 들을 유일한 이름. 사무스. 그 의미는 종말과 죽음. 사무스. 나는 사무스라. 사무스는 네 도처에 있노라. 사무스는 네 곁의 사람이라. 사무스는 네 뼈들을 갉아먹으리라. 보아라! 사무스가 여기에 있다.]
"전진!"
로켄이 외쳤다.
"그리고 제발, 누구라도 좋으니, 저 개자식이 입을 닥치게 만들어!"
.
.
.
.
"근데 사무스가 누구야?"
보로딘 플로라가 물었다.
제국군 병사들과 서비터들의 경호를 받으며, 리멤브란서들은 이제 막 착륙기에서 하선하여 카셰리라는 이름의 혹독하게 추운 날씨의 마을에 내려선 참이었다. 추운 산맥은 그들 너머에서 안개 사이로 가파르게 솟아올라 있었다. 그 지역은 바르바라스의 병사들과 전쟁 병기들로 엄중하게 점거되어 있었다.
리멤브란서 일행은 빛 속으로 발을 내디뎠는데, 그들 모두는 높은 고도로 인해 현기증과 호흡 곤란을 겪고 있었다. 킬러는 지나치게 밝은 빛을 등지고 그녀의 픽터를 조정하며, 지나치게 빠른 호흡을 늦추려 하였다. 그녀는 짜증이 나있었다. 그녀들은 실제 전투 지역과는 한참 떨어진 안전 지역에 내려놓아졌다. 이곳에는 볼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었다. 그녀들은 통제를 받고 있었다.
카셰리 마을은 산봉우리 아래의 골짜기에 늘어서있는 롱하우스들의 을씨년스러운 노출부들이었다. 이 마을은 마치 수세기 동안 거의 바뀐 것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소박한 주택들이나 주차된 제국군의 전쟁 병기들을 찍을 기회들은 있었지만, 그것들 중 정말로 중요한 것들은 하나도 없었다. 눈부신 빛 덕분에 깨끗하고 질 좋은 사진들이 찍히기는 했지만 말이다.
마을에는 가는 비가 내렸다. 몇몇 서비터들은 리멤브란서들의 가방들을 옮기라는 지시를 받았지만, 나머지 서비터들은 옆바람에 맞서 일행의 머리 위로 파라솔 캐노피를 똑바로 들고 있는 데에 애를 먹고 있었다. 킬러는 그녀들 모두가 순회 여행을 나온 게으른 깡패들이나 귀족들 같다고 느꼈다. 자신들을 진짜 목숨의 위협이 아닌, 막연하게 꾸며진 위험에 노출시키고 있는 것처럼.
"아스타르테스들은 어디에 있죠?"
킬러는 물었다.
"우리는 언제 전투 지역에 접근하나요?"
"그건 신경 끄고."
플로라가 훼방을 놓으며 끼어들었다.
"사무스가 누구죠?"
"사무스라고?"
신더만은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그는 착륙기 옆쪽에 모여있는 리멤브란서들의 그룹으로부터 약간 떨어져, 비가 휩쓸고 간 골짜기의 안개낀 깊은 틈새를 내려다볼 수 있는, 관목이 무성하고 하얀 풀과 모래로 되어있는 길을 걷고 있었다.
"계속 목소리가 들려와요."
플로라는 그의 뒤를 따라가며 강하게 주장했다. 그는 숨을 쉬는데에 곤란을 겪고 있었다. 플로라는 귀마개를 쓰고 있어서 군용 복스 전파를 들을 수가 있었다.
"저도 들었습니다."
경호 분대의 병사들 중 하나가 안개로 뿌옇게 된 재호흡기 너머로 말했다.
"복스가 말썽을 부리던데요."
다른 병사가 말했다.
"지면까지 내려오는 내내 말이지."
분대를 담당한 장교가 말했다.
"무시해. 방해 공작이다."
"벌써 며칠전부터 여기서 계속 이런 일이 있었다던데 말이오."
반 크라스텐이 말했다.
"아무것도 아니오."
신더만이 말했다. 그는 금방이라도 공기 부족으로 혼절하기라도 할 것 같이 창백하고 허약해 보였다.
"중대장님의 말씀으로는 공포 전술이라고 하셨습니다."
병사들 중 하나가 말했다.
"그분의 말이 과연 옳소."
신더만이 말했다. 그는 데이터 슬레이트를 꺼내 함대 기록 보관소 베이스와 연결시켰다. 그는 그제서야 생각이 났는지 그의 재호흡기 마스크를 풀어 얼굴에 가져다 대고는, 그의 엉덩이께에 묶여있는 소형 산소 탱크로부터 산소를 빨아들였다. 신더만은 잠시 함대의 기록 보관소에서 자문을 얻은 후 말했다.
"오, 이거 흥미롭구먼."
"뭐가요?"
킬러가 물었다.
"아무것도. 아무것도 아니라오. 중대장께서 옳으셨지. 자, 부디 흩어지시오.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시오. 이곳의 병사들이 어떤 질문에든지 기꺼이 대답해줄 거요. 마음껏 병기들을 살펴들 보시오."
리멤브란서들은 서로를 힐끗 쳐다보더니 뿔뿔이 흩어지기 시작했다. 그들 각각에게는 파라솔을 든 충실한 서비터와 언짢아하는 병사 두 명이 따라붙었다.
"우리도 오지 말걸 그랬어."
킬러가 말했다.
"적어도 산맥은 멋지잖아."
사르크가 말했다.
"산맥 따위 엿이나 먹으라고 해. 다른 행성들에도 산맥은 있다고. 들어봐."
그들은 귀를 기울였다. 저 멀리서부터 우르렁 울리는 깊은 소리가 골짜기를 타고 그들에게로 내려왔다. 전투의 소리가 다른 어딘가에서 생겨나고 있었다. 킬러는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고개를 까딱거렸다.
"저기가 우리가 있어야 할 곳이라고. 저 석학에게 가서 왜 우리가 여기에 쳐박혀 있어야 하는건지 물어봐야겠어."
"행운을 빈다."
사르크가 말했다.
신더만은 리멤브란서들의 그룹으로부터 떨어져, 산동네의 허술한 롱하우스들 중 하나의 처마 아래에 서있었다. 그는 계속해서 자신의 데이터 슬레이트를 살펴보고 있었다. 산바람에 그의 발치 주변의 하얀 모래에서 자라고 있는 마른 풀의 엄니들이 나부꼈다.
비가 후두둑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킬러는 신더만을 향해 다가갔다. 두 명의 병사와 파라솔을 든 서비터 하나가 그녀를 따라붙기 시작했다.
킬러는 몸을 돌려 그들을 마주보았다.
"신경 안쓰셔도 돼요."
킬러는 말했다. 그들은 걸음을 멈추고 그녀가 혼자 걸어가게 내버려두었다. 킬러가 석학에게 다다랐을 즈음, 킬러는 그녀의 산소통에 담긴 산소를 빨아들이고 있었다. 신더만은 그의 데이터 슬레이트에 완전히 빠져있었다.
킬러는 호기심에 불평은 접어두었다.
"뭔가 문제가 있는거죠. 아닌가요?"
킬러는 조용히 물었다.
"아니. 아무것도 아니오."
신더만은 말했다.
"사무스가 무엇인지 알아내신 거 아닌가요?"
신더만은 킬러를 바라보고 미소지었다.
"그렇소. 집착이 심하시구려, 유프라티 양."
"천성이죠. 그래서 사무스가 뭐죠?"
신더만은 어깨를 으쓱였다.
"어리석은 것이오."
신더만은 킬러에게 데이터 슬레이트의 스크린을 보여주며 말했다.
"우리가 이 행성에서 획득할 수 있었던 이 행성의 역사서에는 '사무스'라는 이름과 '위스퍼헤드'에 대한 얘기가 있소. 이곳은 6319 행성의 사람들에게는 성지였던 모양이오. 현계와 영계 사이의 상상 속 경계가 가장 쉽게 통과되는, 성스러운 유령에 사로잡힌 곳으로 말이오. 흥미로운 주제지. 사실 나는 원시 행성들의 신앙 체계와 미신들에 깊이 매료되어 있다오."
"당신의 데이터 슬레이트는 뭐라고 말해주던가요?"
킬러는 물었다.
"그것이.... 퍽 우습더구려. 만일 이런 종류의 것들을 정말로 믿는 사람이라면, 아마 무서울 수도 있을 것이오. 여기에 따르자면 '위스퍼헤드'는 혼령들이 거닐고 말을 하는 이 행성 유일의 장소라고 하오. '사무스'는 그 혼령들의 수장이라고 언급이 되어 있소. 현지인들, 그리고 이 행성의 아주 오래된 전설은 어떻게 이 행성의 황제들 중 한 명이 이 악랄한 곳의 악몽 같은 권세들과 싸우고, 그것들을 봉인했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소. 바로 그 악마가 사무스라고 불렸다 하오. 현지인들의 신화들 중에 있는 이름이지. 보이시오? 우리도 아주 오랜 옛날, '세이탄,' 혹은 '티아메트'라고 불렸던 우리들만의 악마가 있었지. 사무스도 그와 같은 것이라오."
"그러니까, 사무스는 혼령이란 거죠?"
킬러는 불쾌한 현기증을 느끼며 중얼거렸다.
"그렇소. 그건 왜 물어보시오?"
"왜냐면──"
킬러는 말했다.
"우리가 착륙한 순간부터 그가 제게 속삭이는 소리를 들었거든요. 저한테는 복스가 없는데도 말이죠."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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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 다리 건너편에서, 반군들은 돌과 금속으로 방패 벽을 올렸다. 반군은 그들의 요새로 이어지는 협곡을 사정범위에 둔 대포들과, 좁은 골짜기 길에 설치해둔 유선 폭약 기폭 장치, 전류가 흐르는 날카로운 금속이 달린 철조선, 빗장이 걸린 덧문들, 록크리트 블록들과 묵직한 쇠기둥들로 이루어진 바리케이드들을 갖추고 있었다. 반군은 적은 수의 자동화 센트리 장치들을 가지고 있었고, 깎아지른듯한 급경사와 사방으로 깔린 기어오르는 것이 불가능한 얼음들 위에서 지리적 이점을 취하고 있었다. 신앙과 그들의 신이 그들과 함께 하고 있었다.
반군은 바라바라스의 연대들을 6주 동안이나 막아내었다. 그러나 그들이 얼마나 분투했건간에, 처음부터 그들에게 희망이란 없었다. 그들이 가한 어떤 공격도 루나 울프의 전진을 지연시키지조차 못했다. 포탄과 폭발의 여파를 아무렇지도 않게 견뎌내며, 터미네이터 분대는 방패벽을 헤집어 길을 열고, 덧문들을 터트리고 부수어 넘어트렸다. 그들은 막강한 라이트닝 클로로 센트리 드론들의 내연 장치를 부수어 그 전기적 생명을 앗아가고, 무더기로 쌓아 올려진 바리케이드를 어깨로 밀쳐 넘어트렸다. 루나 울프 10중대가 터미네이터 분대의 뒤로 쏟아져 들어오며, 피어오르는 연기 속으로 사격을 가했다.
그 요새는 산봉우리 내부에 지어져 있었다. 지붕과 흉벽의 일부는 외부에서도 볼 수 있었지만, 대부분의 구조는 내부에 숨겨져 있었고, 수백 미터의 암벽에 의해 두껍게 보호되고 있었다.
루나 울프는 보강된 문들을 뚫고 쏟아져 들어갔다. 어썰트 분대는 점프 팩으로 산의 암벽 위로 솟아올라, 마치 하얀 새 떼처럼 노출된 지붕 위에 내려앉은 뒤, 입구를 만들기 위해 지붕을 난도질하고 위에서부터 요새 내부로 진입했다.
폭발이 요새 내부의 방들을 찢어발기며 그것들을 공기 중으로 드러내었고, 무너진 얼음과 바위 더미를 골짜기 아래로 내려보내었다. 요새 내부는 축축하고 검은 바위 터널들과 오래된 타일들로 이루어진 미로였고, 좁은 통로로 쏟아져 들어오는 바람은 마치 과호흡증에 시달리는 숨결처럼 매우 격렬했다.
구부정히 쓰러져 뒤틀리고, 으스러져 큰대자로 드러누운 채, 살해당한 시체들이 도처에 널려 있었다. 로켄은 시체들 위를 넘어가며, 그들을 불쌍히 여겼다. 그들의 문화는 그들을 속여 이처럼 저항하도록 만들었고, 그들의 저항은 아스타르테스의 분노를 그들의 머리 위로 떨어져 내리게 만들었다. 이 비참한 파멸은, 그들 스스로가 자초한 것이었다.
끔찍한 비명 소리가 바람부는 바위 터널에 울려퍼졌고, 볼터 탄이 폭발하는 소리와 문이 열어 젖혀지는 소리가 그 사이로 끼어들었다. 로켄은 자신이 죽인 적의 수를 세지조차 않았다. 이 임무에 영광은 적었고, 이것은 그저 의무일 뿐이었다. 그것은 황제의 전쟁 도구에 의한 국부 공격이었다.
총격이 그의 파워 아머에 얕고 작은 구멍을 내었고, 그는 무심히 몸을 돌려 공격자들을 죽였다. 쇠사슬 셔츠를 입은 절박한 표정의 두 병사가 그의 사격에 허물어져 내리며, 맞은 편의 벽에 피를 흩뿌렸다.
로켄은 어째서 그 병사들이 여전히 싸우고 있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만일 그들이 투항을 감행했다면, 그는 그것을 받아들였을 것이다.
"저쪽으로."
로켄이 명령하자, 일개 분대가 그를 지나쳐 다음 방들로 이동해 들어갔다. 그들을 따라가던 중, 로켄의 발치 아래 바닥에 쓰러진 시체가 꿈틀거리며 신음했다. 중상을 입어 자신의 피로 얼룩진 반군 병사는 로켄을 생기 없는 눈으로 올려보았다.
병사는 뭔가를 속삭였다. 로켄은 무릎을 굽히고 적병의 머리를 거대한 손으로 받쳐 주었다.
"뭐라고 했나?"
"절 축복해 주십시오...."
병사는 속삭였다.
"그럴 수는 없다."
"제발, 기도를 해서 저를 신들께 천거해주십시오."
"그럴 수 없다. 신들 따위는 없다."
"제발.... 만일 제가 기도 없이 죽으면 저승이 저를 피해갈 겁니다."
"미안하다만."
로켄은 말했다.
"넌 죽는다. 오로지 그것 뿐이다."
"도와주십시오...."
병사는 헐떡이며 말했다.
"그러지."
로켄은 말했다. 그는 자신의 컴뱃 소드를 뽑았다. 그것은 표준 길이의 찌르기용 검이었다. 로켄은 파워 셀을 작동시켰다. 잿빛 날이 역장으로 빛을 내었다. 로켄은 검을 내리베고, 다시 민첩하게 올려베어 최후의 일격을 가한 뒤, 병사의 분리된 머리를 정중히 땅 위에 올려놓았다.
그 다음 방은 광활하고도 이례적이었다. 얼음이 녹은 물이 검은 천장으로부터 떨어져내리며, 은빛 수염 같이 반짝이는 광물의 맥을 만들었다. 그 광맥은 바위들 위를 따라 이어지고 있었다. 방바닥의 중심에는 웅덩이가 파여 있어 얼음이 녹은 물을 모으고 있었는데, 아마 이 요새의 원시적인 형태의 물 저장소인듯했다.
로켄이 선행해 보냈던 분대는 방의 입구 주변에 멈춰서있었다.
"보고하라."
로켄이 말했다. 루나 울프 군단원 중 한명이 주변을 빙 둘러보았다.
"이곳은 무엇입니까, 중대장님?"
그 군단원이 물었다.
로켄은 앞으로 걸어가 그들과 합류하였다.
수많은 병들과 유리 플라스크들이 웅덩이 주변에 놓여 있었는데, 그것들 중 대다수는 위로부터 똑똑 떨어져 내리는 물방울의 경로에 있었다. 로켄은 처음에는 그것들이 물을 모으기 위한 것이리라고 추측했지만, 그곳에는 다른 물건들도 있었다. 동전들, 브로치들, 작은 포유류나 도마뱀들의 두개골이 달린 이상한 점토 인형 같은 것들. 튀긴 물방울들은 그것들 위로 떨어졌는데, 로켄은 대다수의 병들과 다른 물건들이 광물의 침전물로 반짝이며 비틀어져 있는 것을 보고, 그것들이 얼마 전부터 물방울을 계속해서 맞아 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웅덩이 위의 돌출된 바위 위에는, 오래되고 마모된 손글씨가 새겨져 있었다. 로켄은 그 글자을 읽을 수 없었을 뿐더러, 읽고 싶지도 않았다. 그곳에는, 그를 이상하도록 거북하게 만드는 상징들이 있었다.
"이것은 신전이다."
로켄은 평이한 어조로 말했다.
"이곳의 원주민들이 어떤 부류인지는 자네들도 알고 있겠지. 그들은 혼령들을 믿고, 이것들은 그를 위한 제물들이다."
분대원들은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듯, 서로를 힐끗거렸다.
"실재하지도 않는 것들을 믿는단 말입니까?"
한 분대원이 물었다.
"그들은 속아왔던 것이다."
로켄은 말했다.
"그래서 우리가 이곳에 있는 것이지. 이 사원을 파괴하라."
로켄은 명령을 내리곤, 몸을 돌려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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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습은 그것이 시작해서부터 끝날 때까지 총 68분간 이어졌다. 강습이 끝나갈 즈음, 요새는 많은 부분들이 터져나가 넓게 벌려진 채, 따가운 햇살과 산바람을 맞고 있었다. 요새는 이제 폐허가 되어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단 한명의 루나 울프 군단원도 죽지 않았다. 단 한명의 반군도 살아남지 못했다.
"얼마나 많이 죽였지?"
로켄은 라섹에게 물었다.
"아직도 시체 수를 세는 중입니다, 중대장님."
라섹은 답했다.
"현재, 972구까지 세었습니다."
강습 과정에서 제물들로 둘러싸인 웅덩이 형식의 얼음 녹은 물을 받는 사원 약 서른개가 이 미로같은 요새 안에서 발견되었다. 로켄은 그것들 모두를 파괴하라고 명령을 내렸다.
"놈들은 자기들 신앙의 마지막 전초지를 지키고 있었던 모양이군요."
네로 바이푸스가 간단히 평하였다.
"그런 모양이군."
로켄은 답했다.
"별로 맘에 안드시는 모양이군요, 가비?"
바이푸스는 물었다.
"나는 인간이 아무 이유도 없이 죽는 것을 보는 것이 싫네. 인간이 자신들의 목숨을 이런, 아무것도 아닌 것을 위해 바치는 모습을 보는 것이 싫어. 아무것도 아닌 것을 향한 신앙 때문에 말일세. 정말 넌덜머리가 나네. 이게 과거의 우리의 모습일세, 네로. 광신도, 심령주의자, 우리 스스로가 만들어낸 거짓말들을 믿는 자들 말이네. 황제 폐하께선 우리에게 이 광기에서 벗어나는 길을 보여주셨지."
"그렇다면 우리가 그 길을 받아들였음에 기뻐하십시오."
바이푸스는 말했다.
"그리고 그들의 피를 흘리기는 했지만, 이곳의 잃어버렸던 우리의 형제들에게 우리가 마침내 진리를 가져다 주었음에 마음을 가라앉히십시오."
로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에겐 미안할 따름일세."
로켄은 말했다.
"분명 굉장히 두려웠었겠지."
"저희가 말입니까?"
"물론 그렇기도 하겠지만, 그런 뜻으로 말한게 아닐세. 우리가 가져오는 진리에 겁을 먹었을 것이란 뜻이었지. 우리는 그들에게 빛과 중력, 그리고 인간의 의지보다 더 강하게 작용하는 힘은 이 은하계에 없다는 것을 가르치려 하고 있지. 저들이 자신들의 신들과 혼령들에게 매달리는 것도 놀랄 일은 아니네. 우리는 저들의 무지가 의지하는 마지막 하나의 대상까지 제거하고 있네. 저들은 우리가 오기 전까진 걱정없이 살고 있었겠지. 자신들을 굽어보고 있다고 믿었던 혼령들 보호 아래에서 근심 없이. 내세와 저승이 있다는 생각 안에서 안심하고 말일세. 저들은 자신들이 육신을 넘어 불멸할 것이라고 생각했겠지."
"그리고 이제 진정한 불멸자들을 만났죠."
바이푸스는 빈정거렸다.
"고되게 얻어낸 교훈이긴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앞으로 저들은 더 발전할 수 있을 겁니다."
로켄은 어깨를 으쓱였다.
"내가 너무 감정 이입을 한 모양이군. 저들의 삶은 신비에 의해 위로를 받아왔고, 우리가 그 위로를 빼앗아갔지. 우리가 저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것은 오직 저들의 삶은 짧고, 더 큰 목적도 없다는 가혹하고 용서없는 진실 뿐일세."
"더 큰 목적 하시니 말씀드리는 겁니다만."
바이푸스는 말했다.
"함대에 신호를 보내어 우리가 임무를 마쳤다고 보고하셔야 합니다. 석학들이 저희에게 복스 통신을 보냈었습니다. 관찰자들을 여기 이 현장으로 데리고 올라올 수 있도록 허가를 요청했습니다."
"허가하게. 함대엔 내가 신호를 보내어 희소식을 전해주도록 하지."
바이푸스는 몸을 돌리더니, 자리에 멈춰섰다.
"적어도 그 목소리는 입을 다물었군요."
바이푸스는 말했다.
로켄은 고개를 끄덕였다. 비록 강습대가 모종의 복스 시스템이나 방송 장비를 찾아내는 데에는 실패하였지만, '사무스'는 그 횡설수설하는 넋두리를 약 30분 전부터 그치고 있었다.
로켄의 내선 복스가 불똥 튀기는 소리를 내었다.
"중대장님?"
"쥬발인가? 말하게."
"중대장님, 제가...."
"뭐? 자네가 뭐라고? 다시 말해보게, 쥬발."
"죄송합니다 중대장님. 중대장님께서 이걸 보셔야 합니다. 제가.... 제 말은, 이걸 직접 보셔야 합니다. '사무스'입니다."
"뭐라고? 쥬발, 자네 어디 있나?"
"제 위치 추적기를 따라 오십시오. 제가 뭔가를 찾았습니다. 전.... 제가 뭔가를 찾았습니다. 사무스. 그 뜻은 종말과 죽음입니다."
"뭘 찾았단건가, 쥬발?"
"전.... 제가 찾았습니다.... 중대장님, 사무스가 여기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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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켄은 바이푸스에게 마무리 작업의 지휘를 맡기고, 쥬발의 위치 추적기의 점 표시를 따라 7분대와 함께 요새의 중심부로 내려갔다. 7분대, 브레이케스푸르 택티컬 분대는, 로켄 휘하의 가장 믿음직한 전사들 중 하나인 서전트 우돈에 의해 지휘되고 있었다.
위치 추적기는 그들을 산의 심장부 깊숙한 곳, 요새의 맨 지하층에 있는 거대한 돌 우물로 이끌었다. 그들은 검은 돌의 음푹 파인 부분에 설치된 부식된 철문을 통해 그곳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문 건너편의 축축한 방은, 산의 암반에 자연적으로 형성된 수직의 균열로 만들어진, 오직 암흑만을 느낄 수 있는 깊은 단층이 내려다보이는 기울어진 동굴이었다. 오래된 돌계단으로 된 잔교가 산의 바닥 끝까지 이어진 심연 위로 호를 그리며 이어져 있었다. 얼음이 녹은 물이 동굴 샘의 반짝이는 벽들을 따라 흩뿌려져 내렸다.
바람이 보이지 않는 균열과 배출구를 통해 쌩쌩거리며 불어들어왔다. 자비에르 쥬발은 가파른 비탈의 가장자리에 홀로 서있었다. 로켄은 7분대와 함께 쥬발에게로 다가가며, 다른 헬보어 분대원들이 어디로 간 것인지 의아해 했다.
"자비에르?"
로켄이 그를 불렀다. 쥬발은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중대장님."
쥬발이 말했다.
"제가 놀라운 것을 찾아냈습니다."
"무엇인가, 그게?"
"보이십니까?"
쥬발이 말했다.
"저 글자들이 보이십니까?"
로켄은 쥬발이 가리키고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그에게 보이는 것은 오직, 석회화된 바위 부벽을 따라 흘러내리고 있는 물이 전부였다.
"안보이네. 무슨 글자들 말인가?"
"저기! 바로 저기 말입니다!"
"내겐 오직 물만이 보이네."
로켄은 말했다.
"떨어지고 있는 물만."
"그래요, 그겁니다! 글자들은 물 속에 써있습니다! 떨어지는 물 속에요! 왔다 갔다, 왔다 갔다, 보이십니까? 물이 글자들을 만들고 흘러내려가지만, 그 글자들은 되돌아옵니다."
"자비에르? 자네 제정신 맞나? 염려가 되네만──"
"보십시오, 가비엘! 저 글자들을 보시라고요! 물들이 말하는 소리가 들리지 않으십니까?"
"말을 한다고?"
"똑똑똑. 하나의 이름. '사무스.' 그것이 당신이 들을 유일한 이름입니다."
"사무스라고?"
"사무스. 그 뜻은 종말과 죽음입니다. 저는...."
로켄은 우돈과 그의 부하들을 바라보았다.
"그를 제압하라."
로켄은 조용히 말했다. 우돈은 고개를 끄덕였다. 우돈과 그의 부하 네명은 볼터를 어깨에 걸쳐매고 앞으로 걸어나갔다.
"뭘 하시는 거지요?"
쥬발은 웃었다.
"절 협박하시는 겁니까? 테라여, 가비엘, 보이지 않으십니까?! 사무스는 당신의 도처에 있단 말입니다!"
"헬보어 분대는 어디 있나, 쥬발?"
로켄은 매섭게 말했다.
"자네의 나머지 분대원들은 어디에 있지?"
쥬발은 어깨를 으쓱였다.
"놈들도 보지 못했지."
쥬발은 벼랑의 가장자리를 힐끗 쳐다보며 말했다.
"아마 그놈들은 볼 수 없었던 모양이야. 내게는 너무도 확실히 보여. 사무스는 네 곁의 사람이다."
"우돈."
로켄은 고개를 끄덕였다. 우돈은 쥬발을 향해 걸어갔다.
"가세, 형제여."
우돈이 부드럽게 말했다. 쥬발의 볼터가 돌연 들려 올려졌다. 경고는 없었다. 쥬발은 우돈의 안면을 쏘았고, 우돈의 터져나간 투구 뒷편을 뚫고 선혈과 가루가 된 두개골 파편들이 뿜어져 나왔다. 우돈은 앞으로 쓰러졌다. 우돈의 부하 두명이 앞으로 돌진하자, 쥬발의 볼터가 또다시 표효하며 두사람의 흉갑에 구멍들을 뚫고 그들을 뒤로 튕겨내버렸다.
쥬발의 바이저가 홱 돌아가며 로켄을 바라보았다.
"나는 사무스다!"
쥬발은 낄낄대며 말했다.
"보아라! 사무스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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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사정이 좀 생겨서 제 시간에 못올렸습니다. 개인적으로 호루스 라이징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파트들 중 하나입니다. 즐감하세요.
p.s. 이 부분은 진짜 영상화 좀 됐으면 좋겠다.
와잼잏네여이거.
로켄이 처음으로 악마와 만나는 순간이군요 좋은번역감사합니다
기뮤식은 주작막는다고 해외유저는 추천도 못하게 하고..... 사무스는진짜 워프디몬인가....
귀신들린 스페이스 마린이라니.. 쵸큼 무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