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5년 전의 이야기임
헬스 = 풍선근육이라는 그 시기의 일반적인 헬스혐오자들의 의견에 휩쓸려 크로스핏을 시작했음
저녁 시간대마다 모여서 집단으로 운동을 시작하는 곳이었는데, 팔굽혀펴기, 풀업 100개를 해도 먼저 끝낸 사람이 안끝난 사람 곁에서 같이 팔굽혀펴기하며 고래고래 소리칠 정도로 열정적인 분위기였음
그렇게 한 시간 정도 불태우고나면 그 다음 시간대의 사람들이 들어오는데, 그들은 훨씬 정적이고 개인적이며 전문적인 사람들이었음
말 없이 단백질 쉐이크를 흔들며 들어와서는 천장에 달린 로프를 잡고 올라갔다 내려오기를 준비운동으로 하는 근육질 고릴라들
그리고 거기에 빌런이 있었음
그는 군인이거나, 아니면 최소한 그쪽 계통의 일을 하는 사람처럼 보였음. 짧은 머리, 살짝 탄 피부, 자기 몸뚱아리가 재산인 사람 특유의 곤조가 있었음
사실 빌런은 아니고 그냥 특이한 사람일 뿐인데, 어그로 끌고 싶어서 빌런이라고 부름
세상의 고민이란 고민은 다 짊어진 듯한 철학자적인 45도 각도의 시선처리가 인상깊은 남자였는데, 심지어 로잉머신을 당기면서도 천장을 보는 일이 없는 사람이었음
대체 뭘 그렇게 고민하는걸까, 하고 궁금했지만 시간대도 다르고, 온몸을 조져서 빨리 샤워하고 집에 가고 싶은 마음에 말을 건 적은 없었음
다만 샤워를 끝마치고 후달달 떨리는 다리로 출구로 가다보면 그의 운동을 구경할 수 있었는데, 그 기괴한 운동루틴은 다음과 같았음
로잉머신, 풀업, 천장 로프, 박스 뛰기, 맨몸 버피를 순서 상관없이 미친듯한 속도로 달린 다음, 데스크의 책상으로 달려가서 펼쳐놓은 책과 나침반, 펜을 들고 무언가를 푸는 것이었음
그는 극한의 상황에서 침착하게 문제를 풀어내는, 두뇌와 몸 양쪽을 골고루 단련하는 이 시대의 진정한 철인의 길을 걷고 있었음...
대체 뭘 푼건지 난 잘 모르겠지만 아마 독도법 문제집 같은게 아니었을까?
시간이 제법 지났지만 아직도 숨을 몰아쉬며 데스크로 달려오던 그 떡대가 눈 앞에 선명하다.
그는 잘 지내고 있을까?
그 권투하다 체스하는 그거랑 뭔 차이지... - dc App
힘든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문제 해결하는걸 트레이닝 하는건가ㅋㅋ
300워리어인가 그거 준비하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개귀엽네발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