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마디로 존나 우울한 다큐였음,. 가볍게 보려고 틀었다가 마음 무거워져서 엔딩 크레딧을 본 그런 다큐.. 보면서는 굉장히 다양한 생각을 했던 것 같은데, 시간 순서대로 되짚어 대충 기억해내면서 짧은 감상평 남겨보려고 함.


초반부에는 저기도 결국 군대구나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음. ODA 팀이 주요 발표를 지휘부의 전파가 아니라 뉴스로 먼저 접하고, 국가 지도부와 현장의 생각이 다르며 서로 소통이 되지 않는 게 딱 우리를 보는 것 같아서. '저기도 결국 군대구나' 싶었음. ODA 팀 회의에서 팀장이 잔여 무기나 탄약을 협력군에게 넘겨주지 말고 다 파괴하라는 지침을 전달할 때 나도 모르게 "씨발 무슨 소리야 이게"하고 욕했는데, 화면 속 팀원이 벌떡 일어나면서 욕하는 타이밍이랑 우연하게 겹치더라. 군인들이란 어느 정도 같은 생각을 하면서 사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


미군 철수가 발표되고 나서부터 (일부러 그렇게 보이도록 편집했겠지만) 아프간군 병영에는 비관주의가 퍼지기 시작했음. 미군의 장비와 미군의 훈련을 받으며 미군 옆에서 20년간 배웠지만, 아프간군이 얻은 건 별로 없었던 것 같아. 미군은 '저새끼들 우리 없으면 좆될 것 같은데' 하는 분위기, 아프간군은 '우리 니네 없으면 좆되는데..'하는 분위기. 이런 비관주의가 사다트 장군과 참모들의 말 한마디, 통화내용과 무전내용 하나에서도 느껴지더라. 결국에는 게임용어로 '모랄빵'이 나서, 휘하 부대들이 사다트 장군의 명령도 따르지 않고 투항하거나 도망치기 바빴고. 미국의 장비도 미군의 훈련도 아니라면, 아프간이 탈레반과 잘 싸우기 위해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후반부에선 사다트 장군이 정부 인사와 통화하면서 "자꾸 이런 식이면 저도 못해먹습니다" 하던 장면이 떠오름. 가뭄에 콩 나듯 있는 유능한 인재가 뭐라도 좀 해보려고 몸 비틀고 있는데 위에서는 제대로 된 지원도 없는 상황에서 충분히 나올 수 있는 말이었다고 봄. 이 장면에서는 아이러니하게 우리 군이 떠오르더라. 간부 처우는 노예보다 조금 나은 수준이고 간부 충원률 좆망, 장비 좆망, 교육훈련도 좆망인 상황에서 뭐라도 해보려고 몸 비틀던 에이스 간부들은 귀중한 필드노트 하나 남기고 전역하는 현 상황. 깨어있는 간부들 입에서 "못해먹겠습니다 시발" 소리가 어떻게 안 나오고 베기냐.


마지막 장면을 보면서는 시대가 많이 변했구나 싶었음. 1, 2차대전을 보면, 아니 비교적 최근(?)인 이스라엘 전쟁까지만 해도 모국에 전쟁이 나면 해외에 있다가도 귀국해서 총을 드는 모습을 봤고 그게 일반적이라고 생각했음. 그런데 이번 다큐에서 어떻게든 탈출하려는 아프간 시민들을 보면서 '이제는 그렇지 않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됨. 이제는 '이념'이나 '국가' 따위의 개념이, 사람을 죽음 앞에서 도망치지 않게 만들 수 없구나 싶었음. 옛날에 내가 유럽 난민문제를 바라보는 생각이 굉장히 부정적이었거든. 니네 나라 망할 위기이고 사람들은 남아서 싸우고 있는데 너 혼자 도망쳐놓고 다른 나라에서 잘 살길 바라냐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음. 근데 이제는 그 모습이 뉴 노말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실제 전쟁이 나서 동원령이 발령됐을 때 과연 얼마나 소집장소에 나타날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


지나치듯 본 군인들의 장비. 정예병일수록 미군과 가까운 장비를 쓰는 모습이었고, 사다트 장군 경호팀의 무장이 제일 잘 되어있었음. 미국 물 제일 빡세게 먹은듯? 근데 얘네 마이크 달린 헤드셋 쓰고 있으면서도 무전기를 직접 파우치에서 꺼내 입에 갖다대고 무전하더라. 우리 작은뭉치처럼 상용 헤드셋이랑 잘 안 맞나? 예상치 못한 동병상련 On,,그나저나 이제 저거너트 케이스는 안 들어가는갑네.. 다들 KAGWERKS 케이스로 ATAK 운용하던데



탈레반 무전을 실시간 도청할 수 있는 전자전 역량, 탈레반을 실시간 항공정찰하면서 미사일 먹일 수 있는 역량을 갖춘 미군에 놀라는 건 당연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