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저는 육군 예비역 병장1인데 그냥 사견 한번 주저리 주저리 써보려고 함.

저는 병 복무 중 맡은 바 임무에 충실했다고 자부함. 간부들이 온갖 일정에 쫓겨 훈련이 코앞인데도 주특기 교육을 제대로 시켜주지 못할 때, 저는 교범 보고 공부하고 정리해서 후임들 교육해주기도 했음. 선임들에게서 “그렇게까지 한다고 누가 알아주겠냐 설렁설렁해라”고 고마운 걱정을 받기도 했음.

나는 그런 일들이 내 위치에서 해야 하는 일이라는 걸 이해하고 있었기에 어떠한 보상이 주어지지 않아도 불만을 가지지 않았음. 스스로 애국심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또 병역을 이행하는 한 명의 시민으로서, 군인으로서의 책무를 충분히 납득하고 있었음.

하지만 선,후임,동기 구별없이 다른 병들에게서 느낀 것은 공통적으로 '끌려왔는데 굳이 이런 걸 해야 하나'라는 마인드가 내재되어 있다는 점임, 설사 그게 쓸데없는 작업이 아니라 군인으로서 당연히 수행해야 하는 일인 경우 마저도. 다른 부대를 가봐도 비슷한 현상이 있었고, 이는 병들에게 지배적인 정서일 수밖에 없었음. 심지어 이런 이야기를 잘 하지 않던 애들도 나중에는 물들게 됨.

나는 다른 사람들도 나와 같은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음. 다른 사람들이 나처럼 할 생각이 없다는 것도 알고 있고, 그게 이상하거나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음. 사실 나도 그 생각을 이해하기도 하고. 그렇기에 저런 궁시렁거림에 일일이 태클을 걸지도 않았음. 하지만 이 부정적인 정서가 실제 훈련과업에 악영향을 미치는 건 문제시 됨.

이건 개인이 일을 잘하고 못하고와는 별개라고 생각함. 사회에서부터 탑재해 온 마인드이기 때문에, 선임자로서 후임들이 전입을 오면 주특기와 훈련에 대해 나름의 타당성과 당위성을 부여해주고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열의를 보이는 인원들에게는 보상 격으로 PX를 쏴 주거나 휴가 복귀 때 선물도 사오기도 해주었는데 그런 후임들도 짬이 차면 다시 그 마인드가 튀어나오는 것을 목격할 수 있었음. 그래서 결국에는 나와 비슷하게라도 행위에 대한 동기를 얻을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음.

대한민국의 안보 환경이 나날이 악화되어가는 이 시점에서 징병제를 포기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음. 앞으로도 억지로라도 징병률을 채워가며 20대 남성들이 군복무를 할 것임. 그렇다고 이대로 현상을 방치하면 병들의 질적 저하는 끝없이 계속될 거고.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사회적 제도 차원의 보상이 병행되는 것이 그나마 해결책인 것 같음. 병 봉급을 올리는 것만으로 군복무에 대한 보상으로서 자각되어 병들의 복무태도 개선이나 사기진작에 기여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생각함.

병장 월급을 200만 원까지 올리는 것보다는, 실제 사회적 차원에서의 군인 신분에 대한 처우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함. 그래야만 종래에는 병들이 본인 임무와 위치에 대한 중요성과 책임감을 자각하고 성실하게 군 복무에 임하는 자세가 보편화되지 않을까?


3줄요약

1. 요즘 병 복무자들에게 무조건적인 헌신과 충성을 기대하기는 불가능에 가까움
2. 그게 잘못된 건 아니지만 훈련과업과 사기,군기에 악영향이 있음
3. 복무태도 개선에 대한 유인책으로 봉급 인상만으로는 부족하며 군인의 사회적 처우와 인식 개선이 더 핵심일 것 같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