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 장소, 조직, 단체와 그 밖의 일체의 명칭, 그리고 사건 등은 전부 작가의 상상력에 기반을 둔 허구의 창작이며 실제와 같거나 비슷한 예가 있더라도 우연에 의한 것입니다.



곤운 하사 박아영은 중사 진급 심사를 앞두고 초조했다. 그녀는 곤운 뚜껑대가 뚜껑머머로 개편되고 확장될 때 지원한 몇 안되는 여군이었으며, 그 중에서 유일하게 선발 과정을 통과했다. 82년 7월4일에 창설되어 8274부대라고도 불리는 정체성 애매모호한 이 곳은 부대 존속 및 예산 확보를 위한 수년간 이뤄진 다방면의 노력 끝에 머테러 임무가 추가되었으며, 그 과정에서 부대가 확장되고 여군을 한 명 선발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녀가 맡은 것은 지원반의 군수 행정이었다. 


"감독관님, 이번에 팀에 티오 생기면 지원할 수 있습니까?"


그녀는 복도에서 마주친 팀장에게 물어봤다. 매부리코만 봐도 사나워보이는 팀장은 부대가 똑사복을 입던 시절부터 있었던 부대 역사의 산 증인이자, 유일하게 육해공 특수전 입교 교육을 전부 받은 인물이었다. 몸 담고 있는 운곤 뚜껑머의 선발양성은 물론이고, 해군의 비쌕스 과정부터 현재는 타군을 안받는 곤뇽 머테러 튀김대대의 큐코스까지. 그의 공군 보급용 턱전 돼지털 위장복에 날개가 안쪽으로 휘어있는 파란색 월계 공수윙, 명찰 위의 해군 특수전 휘장, 그리고 가슴에 달린 낙하산, 번개, 횃불 등이 교차된 운공 뚜껑 흉장에 화룡점정으로 옷깃의 황금색 계급장까지. 


"글쎄다, 올해 모병에도 쟁쟁한 지원자들이 많아서."


"아잉 이번에 머테러 위탁교육도 갔다왔잖아용, 어떻게 안될까용?"


그녀가 앙탈을 부렸다. 곤뇽 튀김대대는 초동조치 머테러라는 수탁교육 과정을 열어서 타부대원들을 2주 동안 뺑뺑이 돌렸고, 그녀의 부대에 머테러 임무가 추가되며 부대 전입온 앗쎄이들은 무조건 경기도 팡주에 갔다와야했다. 그리고 박아영 하사는 CQB 훈련에 앞선 대테러 사격 과정 중, 소총에서 권총으로 병기교환을 하다가 권총을 앞으로 던져버리는 찐빠를 저질러서 십자로 뺑뺑이를 수없이 돌았다. 용케 퇴교는 안당하고 수료 했지만, 정작 부대에서는 Cell 방식보다는 Bump 기동을 주로 써서 훈련했다. 


"에휴, 하반기에 새로 충원할 때 고려해볼게."


"꼭 부탁드립니다!"


감독관은 혀를 쯧쯧 찼다. 그가 군생활 시작할 땐 감히 군대에, 그것도 특수 작전 부대에 여자가 온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그의 팀 열두 명 중 두 명이 내년에 전역할 예정이었지만, 민간에서 지원한 사람과 전투탐색구조부대에서 지원한 사람으로 채우려고 이미 결심했다.  




박아영 하사는 18시 칼퇴근을 했다. 그녀는 자주가는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샵에 가서 짬밥 한끼보다 비싼 음료를 마시며 노트북을 켰다. 그리고 원래 디지털 사진/영상 동호회로 시작된 인터넷 커뮤니티 '디지털 베스트' 일명 DB싸이트에 접속했다. 그리고 DB싸이트의 수많은 게시판 중, 전술이나 장비, 특수작전을 주로 다루는 '보인스카 플랏포르마' 게시판을 클릭했다. 


그녀는 정말보병교육머머에서 근무하다 뚜껑머에 지원하여 전출을 갔고 얼떨결에 군수과에 배치되어 각종 장비, 장구류나 전투 스킬 등에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로 부대에 오게 되었다. 그녀가 교육대에 있을 때 알게된 생환 교관 운공 상사도 뚜껑대에 지원했다. 그는 그녀에게 인터넷에 민간인 전문가가 많다면서 온라인 커뮤니티 몇개를 알려줬다. 그리고 그곳에서 눈팅하다가 어떨결에 게시판의 운영자, 일명 주딱(주황딱지)을 맡게 되었다. 


"꺅 깜짝이야. 아 뭐에요?"


그녀는 어느새 자신의 뒤에 귀신 같이 접근한 남자를 보고 놀랐다. 남자는 딱 벌어진 어깨와 햇빛에 그을린 피부, 멀티캠 블랙 볼캡에 얹은 가토즈 선글라스. 그리고 검은색 언더아머 티셔츠와 국방색 카고 반바지를 입고 검은색 살로몬 xa 프로 3d 단화에 사막색 가민 솔라인스팅트 시계를 차고 있었다. 


"아, 놀래켜서 미안합니다. 사실 마음에 들어서 그런데 혹시 폰번호 주실수 있으실까요?"


"아...죄송한데 저 남친 있어요."


그녀는 거절하며 노트북을 닫고 가방에 넣었다. 커피도 다 마셨겠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언더아머를 입은 남자는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뒷모습을 쳐다봤다. 딱 붙는 청바지에 단련된 하체와 둔부가 도드라졌다. 그는 연기처럼 사라졌다. 



그녀는 지하철역을 향해 걸어갔다. 그리고 인적이 드물어졌을 때, 골목의 그림자에서 손이 하나 번개처럼 튀어나와 그녀의 팔목을 낚아채서 끌고 들어갔다. 그녀가 소리를 지르려했으나, 굳은살이 박힌 두툼한 손이 그녀의 입을 막았다. 두툼한 남자는 다른 한 손으로 그녀의 팔을 뒤로 꺾어 그녀를 벽에 밀어붙였다.


"소리 안지르겠다고 하면 놔주지."


그녀는 공포에 질러 끄덕거렸다. 손이 떨어졌다.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작게 물었다. 


"대체 무엇을 원하는 것이에요? 돈이라면 드릴게요."


그러자 남자 피식 웃더니 말했다.


"너, 군인이지? 아까 공무원증 삐져나온거 봤어. 현역이 DB,  그것도 밀빠들과 정보전사들 모이는 보플게(보인스카 플랏포르마 게시판) 주딱을 한다? 이거이거 인사고과에 큰 흠이 되겠는걸?"


그녀는 목소리를 알아볼수 있었다. 


"제발, 뭐든지 할테니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아주세요."


그녀는 눈을 감고 고개를 푹숙이며 빌었다. 무의식적으로 범인의 얼굴을 안보려고 했다.  


"빨아."


"네?"


(중략)



그녀는 공중화장실에 가서 수도꼭지에 입을 대고 물을 들이킨 뒤 분노 섞인 가글을 했다.


"퉤퉤퉤, 나쁜 자식. 죽여버릴거야."


그 놈은 대담하게도 얼굴도 가리지 않고 오히려 그녀의 연락처까지 강제로 받아갔다. 생긴걸로 봐서는 군인 같았다. 하지만 어느 부대의 누구인지 감이 안잡혔다. 누군지 찾아서 치욕적인 영상이 담긴 스마트폰을 뺏고 영원히 묻어버려야만 했다. 


그 새끼는 잊을만하면 전화가 왔다. 


"신고하면 알지? 나 혼자 죽는게 아니라고. 인터넷 유명인사 되고 싶지 않으면 처신 잘하라고." 


그녀는 인사 시즌에 조금이라도 트집잡힐 일이 생기면 안되었다.


'하, 내가 왜 공공장소에서 인터넷을 한 것이지.'


그녀 나름대로는 ip 추적을 막기 위해 공공 와이파이를 쓰려고 한 것이었지만, 너무나도 안일했다. 스마트폰이 또 울렸다. '개씨발새끼'라는 이름이 떴다. 그녀는 이제 전화벨소리만 들어도 경기를 일으킬 것 같았다.



(대충 모텔로 불러내서 군복 상의만 입히고...장면)



그녀는 나름대로 추리를 했다. 단련된 몸과 옷차림을 봐서는 보통 군인은 아닌 것 같았다. 그러나 해군 특수전여단 CQB 훈련장에서 제1 특전대대 제 69작전대와의 합동훈련할 때 그곳의 대원들을 전부 눈여겨 봤으나 그 때 그 놈은 안보였다. 


"대체 어떤 새끼지. 와꾸 봐서는 특수부대 같은데."


그리고 그녀는 그 새끼를 떠올릴 때마다 화가나면서 동시에 가랑이가 움찔움찔한 느낌이 들어서 수치심이 더 크게 들었다. 자신의 몸과 마음이 따로 놀았다. 그녀는 반드시 이 놈을 잡아다가 영원히 '실종' 시켜버려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어느새 시간이 흘러 그 해 크리스마스.


"개새끼! 씨발새끼! 죽여버릴거야!"


"헉, 헉 자기야. 쌀거 같애"


"참아! 지금 싸면 죽여버릴거야!"



그녀는 오랜만 남자친구를 만나서 스트레스를 풀었다. 그녀 밑에 깔린 그녀의 남자친구는 제대로 말도 못하고 침대와 함께 격하게 흔들리다가 금방 퍼져버렸다. 


"자기 요즘 스트레스 많이 받나봐?"


박아영의 애인이 조곤조곤 말했다. 그녀는 남자친구에게 어떤 죄책감을 느꼈다. 하지만 동시에 진급도 물건너가고 원하던 실무 작전팀으로의 배치도 성사되지 않은 것에 대한 분노가 치밀었다.


"하...내가 이럴려고 입대했나."


그녀는 중얼거렸다. 그녀의 속마음도 모르고 남자친구는 그녀를 뒤에서 안으며 위로했다. 


"힘내. 그래도 자기 같은 사람 덕분에 우리 민간인들이 발뻗고 자는거 아니겠어? 어딜가나 직장생활은 다 힘들지 뭐."


그녀는 남자친구가 자신의 젖을 주물럭거리는 것을 무시하며 깊은 생각에 빠졌다. 그리고 그녀는 결심을 내렸다. 




그녀는 장비 관리 부서에 있다보니 무기고 출입이 자유로웠다. 오랜만에 당직 사관을 하면서 새벽에 슬쩍 무기고에 갔다. 그녀는 우선 장비 보관함에 있는 남는 사막색 몸통에 파란색 대물렌즈가 달린 쌍안 야투경이 담긴 가방을 집었다. 그리고 옵스코어 Sf 방탄헬멧도 챙겼다. 마지막으로 무기고 구석으로 갔다.


운곤 뚜껑대 이전에 운곤에서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사라진 부대가 하나 있었다. 뚜껑머가 부대 개편에 노력을 한 이유중 하나는 똑같은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였다. 그 부대가 해체되고 기지가 있던 땅이 아파트로 재개발되면서 운공의 다른 부대들로 흩어진 수많은 장비와 부속품들. 그녀는 유지보수용 부품들을 조립하여 만든 수십년 된 MP5SD3를 집어올렸다. 이 총은 부품으로 만들어낸거라 재고에도 안잡혔다. 그래서 부대원들이 가끔 사격장에 가져가서 재미삼아 쏘는 일종의 장난감 같은 총이었다. 


탄창은 하나만 가져가려다가, 혹시 모른다는 생각에 두개를 더 챙겼다. 그리고 부속품 밑에 깔려있던 십년은 넘은 듯한 라푸아제 9mm 비관통탄도 몇 박스 챙겨갔다. 그녀는 위치이동 시킨 장비들을 스포츠용 더플백에 때려 담은 뒤 다시 행정반에 돌아왔다. 



그녀는 퇴근하자마자 처음으로 먼저 그 새끼한테 전화를 걸었다. 


"오올 피할수 없으면 즐겨라 이거야? 왠일로 먼저 전화를 다주네? 솔직히 이젠 너 몸이 내 꼬추를 원하는 거지? 이 음란한 년."


"...너는 내 신분을 아는데, 나는 너가 어디 부대인지조차 모르는거 불공평한거 같애. 이번엔 내가 너 있는데로 갈래."


"나 있는데? 지금 혹한기 시즌이라 황병산인데? 니네는 혹한기 안하냐? 역시 운공 꿀빠네. 아 말 나온김에 혹한기 끝나고 만날 땐 내가 꿀을 준비해놓을게, 새로운걸 해보자고. 가래떡에 꿀발라 먹어봤어?"


그녀는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스포츠 더플백을 들고 긴빠이한 동기의 운전면허증으로 빌린 렌트카를 타고 강원도를 향해 운전했다. 거의 반나절 지나서 도착한 그녀는 공영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가방을 들고 내렸다. 



얼마나 걸었을까, 그녀는 살을 베는 듯한 칼바람에 바로 집에 가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고, 오직 원한과 독기 하나로 버텼다. 보플게에서 추천해줘서 산 스너그팩의 멀티캠 무늬 패딩의 보온 효과는 매우 좋았지만, 목토시와 비니 사이로 노출된 피부는 칼바람에 잘려나갈것 같았다. 


"윈터 식스, 고잉 다크."


그녀는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는데 혼자 헬멧을 쓰고 야투경을 켜며 말했다. 하얀 설원이 빛을 반사한 덕분에 청백색 백린 증폭관으로 보여지는 세상은 너무나도 밝았다. 그녀는 MP5SD를 꺼내 장전손잡이를 당겨 홈에 끼우고 30발이 가득 담긴 바나나형 탄창을 꼽은뒤 원통형의 총열덮개를 잡으며 엄지로 장전손잡이를 내렸다. 철커덕 하는 금속성 소음과 함께 노리쇠가 앞으로 전진하며 약실을 한발 물었다. 그녀는 하얀 설산에 발자국을 남기며 숲으로 들어갔다.





몇 일 뒤 뉴스


"탈영한 여군 하사가 혹한기 훈련중인 특수부대를 습격하여 총격전이 발생, 1명이 사망, 두 명이 중상을 입는 초유의 사건이 발생하였습니다."


"사체에 확인 사살을 위해 수십발을 쏜 것을 보면 원한에 의한 것으로 추정되며..."


"피해자와 피의자의 스마트폰을 포렌식한 결과, 피해자는 피의자를 상대로 불법촬영물을 찍고 협박한 정황이..."


"피의자는 유해 매체가 올라오는 것으로 유명한 인터넷 모 커뮤니티 운영자로 밝혀졌습니다."


"지나친 인터넷 중독과 폭력 게임 중독이 원인이라는 전문가 의견을 들어보겠..."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