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 장소, 조직, 단체와 그 밖의 일체의 명칭, 그리고 사건 등은 전부 작가의 상상력에 기반을 둔 허구의 창작이며 실제와 같거나 비슷한 예가 있더라도 우연에 의한 것입니다.
지난 이야기: 공군 특수부대 출신 로그 에이젼트를 잡기 위해 기관원은 자신의 해병대 동기를 고용하여 다른 대테러 현역들과 함께 흑색으로 해외 파견을 했다가 생포당하는데...
김유정은 총구에 찔리며 걸어가다가 어느 순간 멈추게 되었다. 그리고 안대와 재갈이 벗겨졌다. 뒤에서 칼로 케이블 타이를 거칠게 잘라내며 손이 살짝 베였다. 양팔이 자유로워졌만, 뒤에서 곧바로 발로 찼다. 앞으로 고꾸라지자마자 철창이 닫혔다.
“허허, 빠삐용 했다 반성실에 갇혔을 때가 생각나는구만. 그래도 여기는 옷은 안벗기네.”
박 경사가 중얼거렸다.
“한국인이오? 혹시 속초에서 왔음메?”
“아뇨, 경찰인데요.”
어둠 속에서 다른 포로가 말을 걸었다. 박 경사는 그의 질문에 부정하는 답변을 했다. 그는 진짜로 속초에서 군 생활하지 않았다. 그가 복무했던 지역대는 본대가 편제 개편을 거치며 진작에 사라졌다.
“구출팀입니까?”
포로가 묻자, 손 상사가 대답했다.
“뭐...대충 그렇다고 칩시다. 우리도 잡혔지만.”
“경찰 아저씨는 산 사람 출신 같으니 그냥 다 말하겠습니다. 저는 첩보사령부 999부대 3대 13팀 김무식 과ㅈ...아니 대위입니다.”
물론 그 해군 대위가 말한 이름은 가명이었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저희는 변절자 황병산 74호를 제거하기 위해 단둥에 파견되었으나, 역으로 매복에 당했습니다. 팀원 넷이 죽고 하나가 크게 다쳤습니다. 그녀는 이미 중국과 몽골을 오가며 회사 사람들을 여럿 포섭했는데 정보원으로 쓰던 탈북자나 조선족들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한참을 이동하고 눈을 떠보니 여기였습니다.”
“언제 잡혔죠?”
“한 달 정도 되었을겁니다. 심문하려고 하면 청산가리 캡술 쓰려고 했는데, 아무것도 안묻고 그냥 가둬두고 끌고만 다녔습니다. 그래도 대충 보니까 우리뿐 아니라 현지인들도 포섭하고 고용해서 쓰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유럽에 관광 온 한국인들, 특히 젊은 여자들도 납치해서 뭔가를 하는 것 같더군요.”
김유정이 입을 열었다.
“포로로 잡혔으면서 많이 알아내셨네요.”
“납치당한 한국인 관광객 하나도 여기 있었고, 그가 말해줬습니다. 그러나 그는 1주 전부터 안 보이는데 아마도 죽었을 것 같습니다.”
그 순간, 어둠의 한구석에서 문이 열렸다. 갑자기 밝은 빛이 쏟아지자 눈을 뜨기 힘들었다. AKM으로 무장하고 멀티캠 군복을 입고 벨트킷 군장을 찬 아스토츠카 여인 7명이 들어왔다. 그녀들은 슈어파이어 후레쉬를 손에 들고 유치장을 비췄다. 좌우를 한참 살피던 여자는 뭐라고 말하더니 유치장 문을 열고 손 상사를 끌고 나왔다.
“이거 놔! 이 코쟁이 씨발년들앜!”
뒤통수를 개머리판에 가격당하자 그는 조용해졌고 몸이 축 늘어졌다. 손 상사는 180 정도 되는 키에 호리호리하지만 체지방률 낮은 근육질 몸이라 무게가 꽤 나갔다. 아스토츠카 여자 넷이서 손 상사의 사지를 하나씩 잡고 낑낑거리며 끌고 갔다.
“고문해서 심문하려고 하나보네요. 그가 씨어 훈련을 잘 받았기를 빌어봅시다.”
이 중사가 긴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손 상사가 눈을 떴을 때는 발가벗겨져서 침대의 네 귀퉁이에 팔다리가 묶여 있었다. 그리고 아스토츠카 여자 산적들은 무장을 해제하고 옷을 벗기 시작했다. 손 상사는 결혼하기 전까지는 주말마다 여군 중대나 데이팅 어플로 만난 민간인 여자들을 만났었다. 그는 나름 자신 있었지만 오산이었다.
(중략)
덩치가 유독 큰 한국인 보초가 유치장에 왔다. 그의 키는 190센티미터에 몸무게도 100킬로그램에 육박할 것 같은 근육질 몸이었다.
“어이, 너. 그래 너 말야. 유치장 문 앞에 서.”
그는 김유정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더니 말했다. 김유정이 유치장 문 앞에 서자, 그가 수갑과 안대를 건내주며 스스로 채우라고 말했다. 김유정은 머뭇거리다가 손을 앞으로 가게 해서 수갑을 차고 안대를 얼굴에 둘렀다. 아카보총으로 무장한 떡대의 감시를 받으며 그는 어디론가 옮겨졌다. 그는 속으로 몇 걸음을 걸었는지 세었다.
‘스물하나. 그리고 오른쪽으로 꺾어서 또 하나, 둘, 셋, 넷...’
그가 100미터 정도 걸었다고 짐작할 때 즈음, 이상한 야리꾸리한 냄새를 느꼈다. 그리고 안대가 벗겨졌다.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수갑 풀어줘라.”
“하지만...”
“괜찮으니 풀어.”
앞을 보자, 사진으로만 봤던 제거 대상, 목표물이 있었다.
“박아영...하사?”
“이병으로 강등되었다고 그들이 말 안해주던가? 아니, 공식적으로 죽었으니 일병 특진인가? 호호호. 그들이 준 내 새 여권에는 노미현이라는 이름이 써있었지.”
그녀는 멀티캠 패턴의 아크테릭스 소프트셀 자켓을 걸치고 있었는데 남성용 사이즈라 그녀의 몸 전체를 가릴수 있었다. 그리고 자켓 밑으로는 맨다리와 맨살이 있었다. 그의 옆에 아스토츠카인들이 ‘한국인 대위’라고 부른 더벅머리 남자가 아카보총을 어깨매어 하고 서 있었다.
“아, 까삐딴 리. 오랜만에 큰 공을 세웠군요. 오늘 밤을 함께 보낼테니 면도하고 깨끗하게 씻고 기다리세요.”
“감사합니다, 주인님.”
더벅머리는 고개를 숙여 예를 표하더니 밖으로 나갔다.
“조현재, 당신도 나가서 대기하세요. 단 둘이서 이야기 해보고 싶군요.”
조현재라 불린 190의 떡대도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갔다. 부하들이 나가자, 박아영은 목소리 톤이 바뀌었다.
“너는 뭐지? 군인? 장교? 해병? 스파이?”
“나는 나다.”
“다 틀렸어. 너는 외상값 받으러 심부름 온 꼬마일 뿐. 전쟁을 안다고 생각해?”
“여기까지 오면서 볼 건 다 본 거 같은데.”
“틀렸어. 나는 국가에서 버림받거나, 버림 받을 예정이던 자들을 모아서 부대를 만들었다. 그리고 먹고 살 길을 찾으러 이곳 내전 지역까지 왔지. 우리는 이곳 군 정보부와 접촉해서 특수 정찰 팀을 꾸렸어.”
김유정은 속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세르게이가 그녀를 아는 거였고, 그도 같은 목표를 쫓던 것이었군.’
“우리는 마을을 돌며 반군에 대한 첩보를 수집하고 있었어. 지금도 기억나. 고등학생 정도 나이 밖에 안되는 여자아이가 나에게 선물이랍시고 꽃으로 엮은 화관을 주더군. 그런데 다음 날, 그 마을은 불탔고 주민들은 한 명도 안보였어. 우리는 흔적을 쫓다가 결국 마을을 습격한 반군 캠프를 찾았지. 그리고 그 여자애를 찾았어. 그녀는 발가벗겨져서 팔다리 잘린 상태로 꼬챙이에 끼워져 입구를 장식하고 있더군. 그래서 우리와 우리가 배속된 아스토츠카 정보부대는 반군은 물론이고 반군과 협조하고 있던 마을의 민간인들을 전부 잡아다가 십자가에 매달고 산채로 불태워버렸지. 그리고 그 광경을 영상으로 찍어서 고의로 인터넷에 퍼뜨렸어. 심리전의 일환이었지.”
김유정은 말없이 듣기만 했다.
“그랬더니 우리를 고용한 놈들이 우릴 해고하겠데. 선을 넘었다고. 선? 언제부터 그런 게 있었지? 그딴건 넘은지 오래야. 내가 여기 오기 전부터 선은 없었어. 결국, 나는 고용주를 참수하고, 나를 따르는 부대원들을 이끌고 이곳에 숨어들었지. 이 곳은 우리들만의 낙원이야. 우리는 모든 것에서 벗어나서 인간의 본질을 추구하기로 결심했지.”
“그 인간의 본질이 무엇이지?”
그녀는 김유정의 대답에 비웃기만 하며 어떤 물질에 라이터로 불을 피웠다. 이상한 냄새가 더 강해졌다. 김유정은 정신이 몽롱해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박아영은 멀티캠 자켓을 벗었다. 그녀의 몸은 알몸이었다. 어느새 알몸의 아스토츠카 여인 둘이 와서 김유정의 옷을 벗겼다. 옷이 다 벗겨지자 박아영이 김유정의 손을 잡아서 어디론가 끌고 갔다.
“이건 우리의 돈벌이 중 하나다. 불티나게 팔리고 있지.”
김유정은 그것이 매우 강력한 중독성 향정신성 물질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냄새만 맡아도 약빨이 올랐다. 박아영은 푹식푹신한 거대한 방석 같은 것에 앉았다. 그리고 다리를 벌리더니 양 발로 김유정의 둔부를 감싸서 끌어당겼다. 김유정은 정신을 집중하려고 했으나 안되었다. 그의 물건에는 이미 피가 몰려 해면체가 커지고 단단해졌다. 그가 고개를 돌아보자 그의 옷을 벗긴 아스토츠카 여인 둘은 바닥에 앉아 서로 끌어안고 애무하고 있었다.
“나의 왕국에 함께 하자. 이 세상 어느 것도 부럽지 않은 부와 쾌락을 주마. 더 이상 남의 밑에서 개처럼 일하지 말고, 진정한 자유를 함께 누리자.”
약에 취한 그의 귀에 그녀의 목소리가 메아리쳐 울리는 기분이 들었다. 그의 몸이 앞으로 한발자국 전진했다. 그는 자신의 거북이 대가리에 축축하고 따듯한 뭔가가 느껴지고 어느새 미끄러져 들어간다는 것을 느꼈다.
“따흐흑.”
박아영이 순간적인 고통에 신음했다. 김유정의 하반신이 앞뒤 왕복 운동을 하는 것과 별개로 그의 뇌는 이성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자신의 오기, 악과 깡이 가득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리고 번득 그가 해병대 병 시절 아쎄이 시절의 견상섭 오장이 떠올랐다.
악기바리, 해병대 아쎄이들의 악기를 키우는 전통. 실무배치받고나서 선임들앞에서 과자나 냉동식품을 그냥 입에넣고 제대로 씹을새도없이 악으로 몇봉지씩 삼켜야 한다.
(중략)
그는 선임들이 럭키금성25 편의점에서 사다 준 비스뜨라 치킨 20봉지를 다 먹었다.
“이 새끼 기합이네.”
선임들은 김유정이 다 먹는 것을 보고 놀랐다. 그러나 그와 같은 소대에 배치된 동기는 그러하지 못하였다. 하리마오 견상섭 오장이 호랑이처럼 달려와서 김유정의 가슴팍을 걷어차고 귀싸대기를 올려붙였다.
“동기가 힘들어하는데 너 몫만 다 먹었다고 끝이야? 전쟁터에서 너만 살거야? 이 이기적인 새끼!”
어째서인지 그때의 기억이 떠오르며 김유정은 잠깐이나마 정신을 차렸다. 그는 주변을 살폈다. 진로 소주병이 보였다. 병목을 잡은 그는 그대로 소주병을 박아영의 머리통에 내리쳤다.
“따블탭! 씨발년아!”
그는 한번 더 소주병을 휘둘렀다. 영화와 달리 병은 깨지지 않았다. 박아영은 피가 흐르는 머리를 붙잡고 뒷문으로 뛰쳐 나갔다.
“공포..공포다!”
그녀가 소리 질렀다.
김유정이 박아영과 대면하기 약 10분 전.
아스토츠카 남자 반디트들이 김무식 대위와 그의 부하 고호영 중사, 이 중사, 그리고 박 경사를 끌고 나갔다. 그들은 박아영의 아스토츠카인 부하들이었는데 그녀의 한국인 측근들과 달리 돈으로 고용된 관계였다. 한국인 네 명은 아스토츠카인들의 휴게실 비슷한 장소의 어느 테이블에 앉혀졌다. 휴게실 구석에서는 군복 바지춤만 풀고 아스토츠카 여자를 후배위로 하고 있는 놈이 하나 있었고, 옆에서 다른 놈이 신경질 내고 있었다.
“자킨치티 슈비드코! 따바이! 따바이!”
“니에트, 야 슈체 네 자킨치프.”
여자는 거칠게 헐떡거리고 있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다른 아스토츠카인들이 한국인들에게 탄약 한발만 장전된 리볼버를 건냈다.
“씨발, 러시안 룰렛 시키려나 본데?”
박 경사가 말하자마자, 한 놈이 그의 뺨을 쎄게 때렸다.
“자끄니쌰! 스뽀끼노!”
구석에서 매춘부와 간음 하는 아스토츠카인 둘을 제외한 나머지 다섯 명이 가까이 왔다. 그들은 서로 웃으며 유로화나 달러화를 꺼내서 내기를 했다. 그들의 지휘자로 보이는 자가 뺨을 때리며 빨리 쏘라고 닦달했다.
‘딸깍’
김무식 대위가 당긴 첫발은 불발이었다. 그 다음엔 고호영 중사였다. 운이 나빴다. 총성이 크게 울리며 총구 반대편 관자놀이에 구멍이 크게 생기며 내용물이 쏟아지고 탄두는 어딘가의 벽에 박혔다. 벽에는 운게른 슈테른베르크의 초상화, 티베트 불교의 탱화 등이 걸려있는 이상한 분위기였다.
러시안 룰렛을 시키는 아스토츠카인들은 박장대소하며 서로 돈을 건냈다.
“씨발.”
김무식 대위가 조용히 읇조렸다. 아스토츠카인이 새롭게 탄약을 장전한 뒤에 책상에 올리고 권총을 돌렸다. 총구가 이번에는 이 중사를 향했다. 이 중사는 권총에 차마 손을 대지 못했으나, 주변에 아스토츠카인들이 소총을 겨누고 있고, 이들의 지휘자는 빨리 쏘라며 그의 뺨을 계속 때렸다. 뺨이 붉어지고 부어올랐다. 맞는 것은 익숙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서 오는 공포는 정신을 아득하게 했다. 주마등이 스쳐갔다. 방아쇠를 힘겹게 당겼다. 딸깍하는 금속성 소리. 그는 긴장이 풀려 순간 지릴 뻔했다. 그리고 그는 문득 어떤 생각이 떠올랐다.
“웨잇! 원 모어 라운드, 그러니까 원 모어 불렛! 모어 뻔!”
이 중사는 갑자기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뭐하는거야?”
김무식 대위가 정색했다.
“저한테 생각이 있습니다.”
두 발이 들어간 리볼버. 운이 좋게도 세명 다 공격발이 되었다. 아스토츠카인은 놀랍다는 표정으로 탄창을 다시 돌렸다.
“에브리따임 노바디 다이, 원 모어 불렛 플러스. 오케이?”
이 중사가 엉터리 영어로 또 이상한 제안을 했다. 영어를 못하는 아스토츠카인들은 오히려 이걸 더 쉽게 알아들었다. 그들은 웃으며 탄약을 더 꺼냈다. 이제는 6발 탄창에 세발의 실탄이 들어있었다. 죽을 확률은 더 올라갓다.
“뭔 짓을 하려는거야?”
“저기 두놈은 떡치느라 정신없고, 나머지 다섯 중 하나는 총 안들고 있고, 옆구리에 권총 차고 있어요. 세발로 세놈 잡고 다른 하나는 총 뺏어서 죽이죠.”
“현실이 영화인줄 알아? 다 죽을거야.”
“어차피 죽을거면 뭐라도 해야죠.”
이 중사와 김 대위가 대화를 나누자 다시 아스토츠카인이 뺨을 때렸다.
“노 톡! 유 슛 야포니치, 유 슛!”
박 경사가 방아쇠를 당길 차례였다. 이번에도 공격발이었다.
“다음 번은 발사될겁니다.”
“안되면?”
그러자 또 뺨에 충격이 왔다. 눈에 별이 번쩍이고, 입에 쇠맛이 느껴졌다.
“야 스카자브, 네 프로 슈초!”
아스토츠카인이 화를 냈다. 김무식은 자신의 관자놀이에 총구를 갖다대었다. 차가운 총구의 촉감. 엄지로 격철을 당겼다. 그리고 그는 인상을 찡그리다가 팔을 뻗어 총구를 겨누고 있는 놈의 얼굴에 쐈다. 얼굴과 뒤통수에 구멍이 생긴 그는 반사적으로 방아쇠에 건 손가락을 움켜쥐었다. 조정간이 단발에 놓여있어 한발만 나갔는데, 운 좋게도 매춘부의 둔부에 열심히 피스톤질 하던 놈의 척추를 뚫었다. 그는 바로 연달아 한발씩 쏴서 두 명을 더 제압했다. 동시에 이 중사와 박 경사도 벌떡 일어나며 놀란 아스토츠카인의 소총 총구를 팔로 치며 뒤돌았다. 격발된 눈먼 총탄이 천장이나 벽에 날아갔다. 그 둘은 육박전을 벌여 총을 뺏고 남은 놈들을 죽였다. 매춘부와 놀던 다른 아스토츠카인은 자신의 소총을 들어 올리려고 했으나 한국인들이 더 빨랐다. 순식간에 7명의 아스토츠카인들이 죽었다. 먼저 총을 맞고 쓰러진 놈들에게 확인 사살을 했다. 매춘부가 죽은 시체에서 총을 집어 올려 쏘려다가 역시 집중사격을 받고 쓰러졌다.
“저년도 한 패인가보네요.”
“더 늦기 전에 동료들 데리고 탈출하죠.”
그들은 유치장에 돌아와서 허벅지 총상으로 제대로 걷지 못하는 김무식 대위의 또 다른 부하를 부축하며 밖으로 나갔다. 그들은 복도에서 알몸 위에 군복을 대충 걸치고 총을 들고 헐레벌떡 뛰어나온 아스토츠카인 여성들을 봤다. 그녀들은 갑자기 마주친 한국인들에 놀라서 멈칫했다. 그리고 총을 쏠 준비를 하기엔 이미 늦었다. 7명이 복도에서 순식간에 쓰러졌다. AK74로 무장한 김무식과 박 경사, 그리고 이 중사는 방금 사살한 적들이 나온 방에 들어갔다. 침대에 알몸으로 묶여 눈 밑이 퀭한 손 상사가 보였다. 그들은 손 상사를 풀어주고 부축해서 다시 복도로 나왔다.
“어, 살아있었군요.”
김유정이 바지만 입고 상반신은 피범벅이 된 상태로 나타났다. 그의 오른 손에는 거대한 권총이 들려 있었다.
“피 많이 흘렸는데?”
“제 피가 아닙니다. 그보다 목표물이 도망쳤습니다. 쫓아가서 죽이죠.”
“지금 부상자가 있어서 힘듭니다.”
이 중사가 말했다. 그러나 김무식 대위가 동의했다.
“맞습니다. 임무가 우선입니다. 이번이 아니면 언제 잡을 수 있을지 모릅니다.”
그 순간 밖에서 헬리콥터 엔진에 시동 거는 소리가 들려왔다. 뛸 수 있는 김유정과 김무식이 먼저 밖으로 나갔다. 박 경사는 손 상사와 부상자를 부축하며 천천히 따라갔다. 김유정이 밖에 나가자 MI-8 헬리콥터의 로터가 힘차게 회전하고 흙먼지를 피어오르며 날아오르는 광경을 봤다.
“와...헬기도 있네.”
김유정은 주변을 둘러보다가 뭔가를 발견했다.
“저기 하인드가 있습니다. 우리가 긴빠이치죠.”
“그런데 조종 가능해요?”
“조종사도 긴빠이하죠.”
마침 아스토츠카인 조종사 둘이 헐레벌떡 뛰어나오다가 멈칫하는 광경을 봤다. 조종사는 하나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한 김유정이 탈출 과정에서 노획한 슈테츠킨 권총을 들어 올려 한발 쐈다. 그는 아스토츠카어로 말했다. 조종사 하나가 쓰러졌다.
“시키는데로 조종하면, 살려는 준다.”
겁에 질린 용병 조종사는 끄덕거렸다. 부상자를 뒤에 태우고, 박 경사도 뒤에 탑승해서 조종석에 앉은 조종사의 뒤통수에 총을 겨눴다. 김유정은 무기 관제를 위해 앞에 사수석에 탔다. 하인드의 비좁은 병력 탑승칸을 보면서 박 경사는 해경과 합동 훈련 때 탔던 카모프가 떠올랐다.
하인드는 박아영과 그녀의 측근들이 타고 있는 헬리콥터를 금방 추적했다. 그리고 김유정의 미숙한 조작으로 양 날개의 로켓과 12.7 미리 개틀링건의 탄약을 거의 다 소진하고서야 겨우 명중시켜 격추시켰다. 추락한 잔해에 남은 로켓과 탄약을 다 쏘고 나서 하인드는 남쪽으로 기수를 돌렸다.
폴란드 주재 한국 영사관에서 지근철은 초조해했다.
“연락이 왔습니다!”
무전기 앞에 앉은 함주리 요원이 외쳤다. 암호문으로 구성된 전문을 해독했다.
“마파두부 배달 완료, 서비스 군만두 있음”
실종된 특수팀도 구했다는 뜻이었다. 지근철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병원에서 응급처치를 받고 몇 가지 검사를 마친 김유정, 손 상사, 박 경사, 그리고 김무식과 그의 부하는 현지 정보기관의 경호를 받으며 공항으로 이송되어 출국하였다. 정부 특별 전세기에 몸을 실은 그들은 한국으로 출발하였다.
“고생 많았다. 혹시 계속 같이 일할 생각 있어?”
지근철이 김유정에게 물었다. 그는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아니, 이런거 다시는 겪고 싶지 않다.”
“뭐, 그나저나 앞으로 뭐할거야?”
“딱히 생각은 안해봤어. 그냥 쉬고 싶다.”
“그래. 그래도 안전하게 용돈 벌이 하나 할만한 거 있는데, 혹시 인터넷 게시판 관리 해볼 생각 있음? 앉아서 쉽게 애국할 수 있는데?”
지근철은 귀국하고 약 1주 뒤에 김유정에게 사례금으로 봉투에 담긴 현금 이백만원을 줬다. 그리고 지근철의 설득 끝에 김유정은 그와 함께 어느 인터넷 게시판의 공동관리인이 되었다. 김유정은 구인 구직 싸이트를 돌아다니며 여기저기 이력서는 보내고 나면 인터넷 게시판을 모니터링하다 수상한 놈은 지근철에게 제보했고 가끔 시계를 선물로 받았다.
손 상사는 성병 치료를 위해 수도통합병원에 입원하였다. 김무식 대위와 그의 살아남은 부하는 고강도의 심문을 거쳤다. 그는 제대하고 경력직 군무원으로 본사에서 근무하게 되었다. 박 경사는 다시 복직했다가 다른 지방청에 새로 특공대를 창설하는 곳으로 전출 가서 경위로 진급하는데 이는 몇 년 지난 후의 일이다.
그리고 약 5개월 뒤, 경기도 외곽 어느 납골당
하늘에서 눈이 떨어졌다. 눈이 점점 쌓여 모든 것이 하얗게 지워지는 것 같았다. 숨을 쉴 때마다 하얀 입김이 나왔다. 남자는 관용차로 쓰는 검정 SM5에서 내려 건물 내부로 들어갔다.
“어느새 벌써 1년이 지났구만.”
지근철은 실제로는 텅 비어있는 유골함과 그 앞에 짙은 남색의 마의와 하늘색 남방, 그리고 넥타이로 구성된 공군 정복을 입은 연예인 닮은 여군 하사의 영정 사진을 보며 중얼거렸다. 그 때는 위장된 죽음이었지만, 몇 달 뒤에는 진짜로 죽었다. 다만 유해를 수습하지 못한 것이 찜찜했다. 회사 생활을 하며 양심이 위치 이동한지는 오래였으나, 그의 마음 한구석에 양심 일부가 남아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는 다시 밖으로 나가려고 몸을 옆으로 돌렸다가 귀신처럼 접근한 소녀를 보고 놀랐다.
“박아영?”
“네? 저희 언니를 아세요?”
그가 정신을 차리고 그녀의 몸 위아래를 훑었다. 멀티캠 색상의 레벨7 프리마로프트 패딩 자켓의 벌어진 지퍼 사이로 교복과 명찰이 보였다. 교복에 쓰여진 이름은 ‘박아라’였다. 지근철은 1년 전 박아영의 가짜 장례식에서 상복을 입은 그녀를 얼핏 봤던 기억이 났다. 그리고 박아영의 신상정보에서 여동생이 있었던 것도 기억났다. 아마 올해 고3이었던가?
“아, 아 크흠. 예전에 같이 일한 적 있었단다.”
“그러면 저희 언니의 죽음의 진실을 아시죠? 언니는 누구보다 군에 진심이었는데. 갑자기 탈영하고 다른 군인을 죽이고 죽었다니. 말이 안 돼요. 군대 갔다 온 성당 오빠가 그러는데, 군대에서 의문사 당하는 사람 많고 뉴스에 안 나오는 게 많다 했어요.”
“미안하다, 나도 아는 게 없구나.”
그가 빠르게 돌아섰다. 삶에 긴빠이 당하고 남은 약간의 양심이 그 자리에 있는 것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박아라가 말했다.
“저도 언니를 따라서 공군 특공대에 들어갈 거에요. 그래서 언니의 죽음의 진실을 밝히고, 그 죽음에 책임 있는 자들을 찾아내서 심판받게 할 것이에요.”
지근철이 발걸음을 멈췄다. 그는 수첩과 펜을 꺼내서 뭔가를 적더니 뜯어서 박아라에게 건냈다.
“이게 뭐에요?”
“니 언니가 쓰던 인터넷 계정이란다. 박아영 이ㅂ...아니 하사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참고가 될수도 있겠구나.”
그녀는 수첩의 종이를 읽었다.
“보인스카 플랏포르마 게시판...이게 뭐에요?”
그녀가 고개를 들어 질문을 했다. 그러나 복도에는 아무도 없었다.
지근철은 계단을 내려오다가 눈이 쌓인 계단에 미끄러졌다. 엉덩방아를 찌었으나 양 손바닥으로 바닥을 치며 낙법 비슷하게 되어 생각보다 아프지 않았다.
“역시 로바를 사는게 아니었는데.”
그는 계단에 기대 누워서 하늘을 올려다봤다. 잿빛 하늘에서 하얀 눈송이가 끝없이 떨어지고 있었다.
끝
필력 수준이 전문가 수준입니다
아영이 씨발년아 사랑했다
돌았네 온갖 것을 절묘하게 비볐네. 역시 비빔밥 민족
1부 어디갔노?
대체 세계관이 어디까지 확장되는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