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갤러리에서는 7부가 자꾸 잘려서 부득이하게 다른 갤러리에 올린 게시물로 대체함. 


8부: FRAGO (3) 



해가 슬슬 저물기 시작하는 오후 5시쯤이었다. 크리스로부터 조금 떨어진 곳에 있던 바쉬르가 갑자기 소말리어로 부하들에게 지시를 내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PDF 병사들이 일어나 움직이기 시작했다. 크리스는 안 좋은 예감이 들었다. 


“아, 젠장.”


“뭐야? 무슨 일인데?” 조금 떨어진 곳에서 브래디가 여전히 언덕 방향을 경계하면서 얼굴을 돌리지 않은 채 물어봤다.


크리스가 움직이기도 전에 바쉬르가 와서 그에게 선언했다.


“나는 내 병사들을 데리고 언덕으로 가서 저 아랍 놈들을 죽여버리고 오기로 결정했소.”


바쉬르가 이어서 말했다.


“거, 싸우는게 두렵지 않으면 자네들도 따라 오시던가.”


응? ‘싸우는게 두렵지 않으면 따라 오라’ 고?

‘푸흡-’


크리스는 최대한 진지한 얼굴을 유지하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맞습니다. 여기서 언제까지고 기다릴 수는 없죠. 이해합니다. 그런데 말이죠, 우리들끼리 논의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까요? 어... 한 5분만 주면 빨리 계획을 세우고 합류하겠습니다.”


“최대한 빨리 결정하고 오시오.”


바쉬르는 다시 그의 병사들한테 돌아갔다.




브래디, 필이 있는 곳으로 돌아온 크리스는 웃음을 참지 못하며 바쉬르와 어떤 대화를 나누었는지 설명했다. 


“바쉬르가 방금 나한테 뭐라고 한 지 알아? 지금 자기 병사들을 데리고 타겟을 치러 갈건데, 우리를 보고는 ‘싸우는게 두렵지 않으면 같이 따라와도 좋다’ 라는데?”


“허, 뭐라고?”


크리스는 몇 년 전에 통과한 SFQC의 마지막 과정이 생각났다. SFQC의 마지막 페이즈인 비정규전 훈련 ‘로빈 세이지’는, 그린 베레 후보생들이 이전 과정에서 배웠던 모든 기술을 실전에서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는지 테스트하는 기간이다. 


여기서 그린 베레 출신 베테랑 교관들은 후보생들과 함께 게릴라전을 펼치는 현지 민병대 리더, 일명 ‘G-chief’를 연기하면서 민병대원(실제로는 ROTC 생도들이다) 들을 데리고 제멋대로 전투를 하러 나가거나 전쟁범죄인 포로 처형을 연출하는 등의 온갖 생고집을 부리며 베레 후보생들의 인내심을 시험한다. 


크리스와 후보생들은 이것이 다 실전에서의 연합 작전 능력을 테스트하기 위함이라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속으로는 군생활을 하면서 저딴 삼류 게릴라 리더와 작전을 하는 일은 절대 없으리라 굳게 믿었다.


그러나, 불과 2년 뒤, 소말리아에서의 기밀 임무에서, 크리스와 AFO 팀원들은 G-치프의 프로필에 딱 맞는 고집불통 민병대 리더를 맞닥뜨렸다. 


웃는 건 이쯤하고, 오퍼레이터들은 다시 진지한 대화를 시작했다. 


“잘 생각해봐. PDF는 이래봐도 우리를 보호할 유일한 병력들이야. 우리가 저들의 신임을 잃으면? 다섯 시간 거리의 비행기를 기다릴 거야, 아니면 상어가 들끓는 소말리아 앞바다를 헤엄쳐서 채이피 호로 도망가기라도 할 거야?” 필이 말했다.


“그 말도 맞는 말이야. 저들이 계속 우리 편에 있도록 해야해.” 크리스가 거들었다.


“그런데 우리가 쟤네들을 믿을 수 있어야지. 아까 저 중에 하나가 자꾸 우리한테 총구 겨누는거 봤어?” 브래디가 불평했다. 


“일부러 그런 건 아닌 거 알잖아. 그냥-”


“-훈련이 너무 덜 되어 있다는 거지.”


“어쩔 수 없어. 우리가 가진 귀중한 자산들이니, 최대한 잘 써먹어 보자고.”


논의 끝에, 오퍼레이터들은 바쉬르를 데려와 계획을 설명했다. 


“기본적으로 우리가 할 것은 ‘교대 전진’이라고 하는 기술입니다. 아군을 세 개의 팀으로 나누었을 때를 가정하여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먼저, 나머지 두 팀의 엄호 하에 첫번째 팀이 전진합니다. 전진한 첫번째 팀은 적을 잘 감시할 수 있는 좋은 위치를 확보하고 뒤따라올 팀들을 엄호할 거에요. 그 사이, 두번째 팀이 이동하여 첫번째 팀이 전진한 위치만큼 전진하고 자리를 확보하면 세번째 팀을 엄호합니다. 


세 번째 팀이 나머지 팀이 있는 곳까지 전진하여 자리를 잡으면 다시 첫번째 팀이 나머지 팀의 엄호 하에 더 좋은 자리를 찾아 전진합니다. 이렇게 세 팀이 역할을 교대해 가며 전진을 반복할 겁니다.”


오퍼레이터들의 설명을 들은 바쉬르는 다시 소말리어로 병사들에게 전술을 설명했다. 그렇게 약간 어설픈 대형이 만들어졌다. 오퍼레이터들은 전체 대원 열댓명을 세 개의 팀으로 나눠서 왼쪽에 1개 팀, 오른쪽에 1개 팀, 중앙에 1개 팀을 배치했다. 


제일 먼저 전진하는 것은 오른쪽 팀이었다. 그 다음에 중앙 팀이, 그 다음에 왼쪽 팀이 따라서 전진하는 순서였다. 


오퍼레이터들은 자신들을 중앙 팀에 포함시켰다. 교대 전진 전술에 따라서라기보다는, PDF 병사들을 자신들에게 너무 가까이 두면 혼란스러운 전투 중에 어떤 오발사고가 발생할 지 몰라 일부러 현지인 병사들과 거리를 두려는 셈이었다. 


그리고 오퍼레이터들은 바쉬르도 중앙 팀에 포함시켰다. 바쉬르와 PDF 병사들은 휴대하고 있는 조그만 무전기로 통신을 주고받을 수 있었다. 따라서 현지인 병사들을 수월하게 통제하려면 바쉬르를 중앙 팀에 배치하는 것이 현명했다. 


PDF와 오퍼레이터들은 순찰 거점에서 출발하여 언덕 지대를 향해 교대 전진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왼쪽 팀을 마지막으로 모든 팀이 교대 전진하여 마을 북쪽 언덕 지대에 진입했다. 오퍼레이터들의 지시 하에 바쉬르가 오른쪽 팀에게 전진 명령을 내렸다. 오른쪽 팀은 언덕 지대 입구의 첫 번째 언덕을 지나 더 높은 고지로 이동하여 자리를 잡았다. 


잠시 뒤 오른쪽 팀으로부터 올라와도 좋다는 무전을 받았다. 중앙 팀이 첫 번째 언덕을 넘어가려는 찰나, 기관총 소리가 울려 퍼졌다. 숨어있던 알 카에다 전투원들이 모습을 드러내 오른쪽 팀에게 공격을 개시한 것이었다. 


중앙 팀의 크리스에게는 알 카에다 기관총수의 위치가 보이지 않았다. 총알이 날아오는 소리만 듣고 판단하건대 북쪽에서 아군을 노리는 것 같았다. 


“이 언덕까지는 먹어야지 뭐가 보이겠어!” 필이 소리쳤다. 


“그러게!” 크리스가 말했다.


“바쉬르, 계속 전진해요!” 필이 말했다. 


필과 같이 있던 바쉬르가 병사들에게 언덕을 계속 올라가라고 명령했다. 오른쪽 팀이 북쪽의 알 카에다 무리들과 교전을 벌이는 사이, 총소리에 긴장한 PDF 병사들 뒤로 오퍼레이터들이 아까보다 더 바짝 달라붙어 따라 올라갔다. 


오퍼레이터들은 산마루에 있던 커다란 돌 뒤에 엄폐했다. 바쉬르가 왼쪽 팀도 따라 전진하도록 무전으로 명령하는 사이 오퍼레이터들은 소총과 함께 고개를 살짝 내밀어 공격의 근원지를 찾았다. 


북쪽의 알 카에다 전투원들은 중앙 팀이 숨은 언덕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았다. “크리스, 2시 방향에 적 전투원 셋!” 브래디가 외치며 알 카에다 기관총수의 위치에 단발 속사로 사격했다. 크리스도 따라서 총을 쏘았다.


그 순간, 중앙 팀이 엄폐해 있는 언덕 너머에서 엄청난 양의 총알 세례가 아래에서 위를 향해 이들을 덮쳤다. 


바쉬르는 상반신에 소총탄 세 발을 맞고 언덕 한복판에 쓰러졌다. 중앙 팀원 중 부상을 입지 않은 PDF 병사들 몇 명이 허둥지둥 대응 사격을 하는 사이에 바쉬르의 바로 옆에 있던 필이 그를 질질 끌고 엄폐물 뒤로 데려왔다. 


엄폐물 뒤에서 필은 바쉬르의 리그와 셔츠를 벗기고 컬릭스 거즈를 총상 부위에 밀어넣었다. 필의 회색 셔츠가 바쉬르의 총상을 치료하면서 묻은 피로 온통 검은색이 되어 있었다.


많은 적 전투원들. 아군보다 훨씬 많은 것 같았다. AFO 팀이 보고받은 첩보 그대로였다. 스무 명쯤 되는 잘 훈련된 알 카에다 테러리스트들과 탄띠 급탄식 기관총 여러 정. 


필에게 치료를 받으면서 간신히 무전기를 들고 양쪽 팀의 병사들과 무전을 주고받은 바쉬르가 오퍼레이터들에게 말했다.


“쿨럭, 왼쪽과 오른쪽 팀에서 모두 부상자가 발생했소.” 


제일 먼저 공격당한 오른쪽 팀의 소말리아 병사 둘은 부상당해 전투가 불가능했다. 중앙 팀과 뒤따라온 왼쪽 팀이 숨은 능선 너머에서는 더 많은 알 카에다 전투원들이 머리도 들지 못하게 맹렬하게 소총과 기관총을 쏘아대고 있었다.


알 카에다 전투원들의 마구잡이 사격은 엄폐한 돌에 튕기거나 머리 위로 날아가서 산등성이의 커다란 돌들 뒤에 숨어있으면 위험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맹렬한 사격에 머리를 도저히 들지를 못하여 알 카에다 무리들의 위치를 파악하기가 어려웠다.


언덕 너머로 수류탄을 던질 수만 있다면 몸을 노출하지 않고 쉽게 적을 제압할 수 있을 것이었다. 하지만 아군 중에 수류탄을 휴대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총 소리와 부상자의 신음 소리가 귀를 덮는 가운데 크리스는 언덕 너머의 정확히 어디서 알 카에다 전투원들이 포진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몸을 낮춘 채 다시 산마루 근처로 이동했다. 


크리스와 브래디, 그리고 이 둘보다 더 왼쪽에 있는 필, 바쉬르, PDF 병사 두 명이 있는 위치 사이에 시야 확보에 용이한 엄폐물이 있었다. 크리스와 브래디가 그 엄폐물로 이동하는 순간, 두 명은 동시에 언덕 정상으로 올라오는 알 카에다 전투원 다섯 명을 발견했다. 크리스는 보자 마자 사격을 가했고 숙련된 알 카에다 전투원들은 빠르게 반격했다. 


크리스는 계속 사격을 하면서 오른쪽 엄폐물로 돌아가 자리를 다시 잡았다. 


“엄호 사격 중! 브래디, 내 쪽으로 와!”


“가는 중!” 브래디가 사격을 멈추고 달려왔다. 


총알이 브래디를 따라서 돌과 땅바닥에 꽂히면서 먼지가 일었다. 브래디와 자기를 노리고 올라온 알 카에다 전투원들과 교전하면서 곁눈질로 보니 크리스의 오른쪽에서 엄폐한 소말리아 병사 둘은 겁을 잔뜩 먹고 돌 뒤에 웅크린 채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었다. 


‘뭐, 최소한 쟤네가 우리를 쏠 일은 없겠지...’ 


크리스는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계속 전투했다. 알 카에다 전투원들의 한 무리는 왼쪽 팀과 계속 교전하고 있었고, 나머지 다섯명은 언덕을 올라와서 중앙 팀의 크리스와 브래디를 상대하고 있었다.


두더지 잡기 게임처럼, 오퍼레이터들과 알 카에다 전투원들은 서로 돌 뒤에 엄폐한 채로 상대가 모습을 보일 때마다 맹렬하게 총알을 주고받았다. 크리스와 브래디는 수적으로 열세였지만 침착하게 사격해 그들을 노리는 알 카에다 전투원들을 하나 둘 처치해 나갔다. 


적과의 전투가 시작된 이후 현재까지 유일하게 영어로 소통이 가능한 바쉬르를 포함해 다섯 명이 부상당했다. 남겨진 것은 중앙 팀의 오퍼레이터 세 명과 중앙 및 왼쪽 팀의 PDF 병사 대여섯 명이었다. 


크리스와 브래디는 언덕을 올라오려고 하는 적들을 모두 제거했다. 다행히 더 이상 언덕을 넘어오려고 시도하는 적 전투원들은 없어서 한시름 놓았다. 그러나 여전히 남은 알 카에다 전투원들은 반대편에서 아군에게 공격을 가하고 있었다. 


오퍼레이터들에겐 남은 선택지가 별로 없었다. 


“솔직히, 이제 우리에게 남은 수가 뭐가 있는지 모르겠네,” 크리스가 말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브래디가 잠깐 멈칫하더니 웃음기를 띠고 입을 열었다.


“해군이 있잖아, 채이피 호에 함포 지원 사격 요청은 어때?” 


크리스, 브래디, 필 셋은 서로를 쳐다보았다. 가능성이 있어 보였다. 마을에 도착하기 전에 필의 제안으로 브래디가 이미 USS 채이피에 미군이 작전 중이라는 사실과 적들의 무전 도청으로 파악한 위치에 기반하여 TRP까지 통보했었다. 


“적들이 여전히 TRP 근처에 뭉쳐 있으니 함포 사격이 효과적으로 들어갈 수 있을 거야. 나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봐.” 필이 대답했다.

 

“좋아. 브래디, 채이피에 연락해서 함포 지원 요청해줘. 그동안 나는 본부에 상황을 알려야겠어.” 크리스가 말했다. 


그렇게 셋은 지상 병력으로서는 1991년 걸프 전쟁 이후 최초로 함포 지원 사격을 요청하기로 결정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