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역하기 일주일 전쯤으로 기억함.
말출도 다 나갔던 탓에 근무나 일과 모두 빠지면서, 말 그대로 부대내에서 틀어박혀 조용히 보내던 때였다.
열명 남짓했던 동기들도 대부분이 전역하고 떠나간, 말년병장 그 자체였음.
암튼 그리 생활하던 어느날, 주말 브런치를 먹고 침대에 누워 휴대폰이나 하며 뒹굴거리고 있는 데.
대뜸 종이비행기 하나고 내 위를 지나가는 거임,
뭐지? 하고 일어나는 데 맞은편에 앉은 동기가 실실 웃고 있었음. 연습하던 기타를 딸랑딸랑거리며,
"뭐냐?"
"ㅋㅋ 봐바"
갑자기 뭐하는 거냐, 그리 생각하며 종이 비행기를 살피는데 뭐가 적혀 있었다.
"뭔데 이게..."
**
당신의 전역증이 사라졌습니다.
전역증이 없는 당신은 전역을 할 수 없습니다.
만약 전역증을 찾고 싶다면 후임 xxx의 관물대로 향하십시오.
관물대에 다음 힌트가 있을 것 입니다.
서두르십시오. Good luck
**
"? 뭐냐, 이거?"
"난 모르지 ㅋㅋㅋ 화이팅!"
"아 씨 장난치지 말고."
"난 진짜 모른다니까."
"아, ㅆㅂ! xxx!"
거기 적혀있던 후임은 이미 복도를 달리며 도망치고 있었음.
알고 보니 나랑 한달차이 군번인 동기와 후임들 몇명이 작당하고 전역증을 숨겨뒀었다.
본인들 딴에는 군생활 마지막 추억을 만들어주고 싶었다는데, 덕분에 나는 반강제로 군대판 방탈출을 했다.
패턴도 다양했는데,
행전반 컴퓨터 내 파일 뒤지기(30분 걸림)
여분 편지봉투들에 힌트 넣어놓기(수십장 일일이 뒤졌음)
창고내 훈련물품(혹한기 관련 물품 박스인데 당시 7월 말)
열쇠 하나 던져주고 각 생활관 여분 관물대 살피기(좀 많았음)
등등등.
진짜 방탈출처럼 짜임새 있게도 해놔서 중대 내부를 몆번이고 돌았음.
"형, 나 전역할 때까지 기다려준다며. 약속 했잖아."
"꺼져, 나 진짜 힘드니까."
"Xxx 병장님, 전역하십니까? 계속 계시는 줄?"
"전역하려고 이러고 있는 거 아니야, 지금! 주말에!"
"xxx 병장님 전역하시면 저 너무 서운할 것 같습니다."
"아니! 내가 전역하는 게 왜 널 서운하게 해!?"
"못됐다, 전역하면 바로 연락 씹겄네."
"전역하고 면회 온다니까?"
"그래, 나 전역할 때까지 전역 미루라니까. 한달이면 돼."
"넌 가서 기타나 쳐, 이 배짱이 새끼야."
행정반, 창고, 생활관, 곳곳에서 미션?을 깨고 있는 나에게 후임들이랑 동기 놈이 오고 가며 한마디 던지는 게 진짜 진 빠졌음.
그렇게 1시간 반에서 2시간 반 정도, 부대에서 보내는 주말은 바빠졌고 할 게 많아서 그런지 금방 지나감.
그렇게 고생해서 겨우겨우 얻은 전역증으로 다음주에 무사히 전역함.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지루한 말년에 재밌는 하루를 만들어준 것 같아 동기랑 후임들에게 고마움.
개네들이 맞춰준 전역모랑 챙겨온 힌트들 보면 가장 먼저 드는 군시절 추억임.
3줄 요약
동기랑 후임들이 전역모를 걸고 방탈출 만듬.
진짜 방탈출처럼 머리 굴려가며 간신히 깸.
나름 재밌었음.
당시 힌트들. 종이비행기는 찾아도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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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생활 마지막 도파민 ㅋㅋ
와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군생활 바로 보이네 중대원들이 진짜 좋아했을듯...
ㅋㅋㅋㅋㅋㅋ 군생활 잘했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