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워붕이가 일병 2호봉시절선임들의 사소한 칭찬 하나에 목숨 걸던 시절이다.


먼저 gop부대의 이해할 수 없는 시스템 하나를 설명하겠다다른 부대의 경우는 잘 모르겠지만 우리 부대의 경우 주기적으로 대대 주관으로 각 소대별로 몇 명씩 중화기 실습인원을 각출해갔다

엥 그거 걍 가서 신나게 총 쏘고 오면 되는거 아니냐하겠지만아니다.

이름만 기깔나는 경계작전 부대인 덕분에우리는 24시간 3교대로 근무 로테이션을 돌려야한다그럼 예비인원이 가면 되겠네하는 합리적인 결론이 나오지만, 인원이 없었다진짜루. 3교대 근무인원이 겨우 어떻게 턱걸이로 걸치는 수준이었다이게 거의 군생활 내내 그랬다.


그럼 이제 누가 가느냐주간 근무인원이 갈까아니사격훈련은 주간에 이루어지므로 주간근무인원은 근무 서야한다그럼 결국 야간근무조에서 짬 낮은순으로 밤엔 근무서고 낮엔 사격하러 끌려나가는 것이었다그게 당시 전반야 근무서던 나였다.

전반야는 취침시간이 02시이고 사격인원 기상시간은 0430분인가였다일병 2호봉에게 아주 합당한 여건보장이라고 볼 수 있다.

사실 그 당시 일병 군붕이는 닥쳐올 고통도 모르고 내심 신나있었다남들에게 내보이지 않아왔던 밀덕자아가 쾌재를 부르고 있던 탓이었다그래내가 살면서 중기관총 쏴볼일이 몇번이나 있으랴.


체감상 눈을 감음과 동시에 상황병 투고가 툭 건드려 날 깨웠다사격갈 준비하라고. 일어나서 취사장 밥통에 있던 주먹밥을 맞후임(얘는 유탄사수로 끌려감)과 먹고 내려와서 대기했다.


한시간쯤 지나 포차가 날 데리러 왔다포차를 타고 뽈뽈뽈 민통선으로 내려갔다민통선에 내려서 또 대기했다또 한참지나 큰 버스가 우릴 데리러 왔다갑자기 몇 달만에 버스를 타보니 뭔가 급식시절 소풍가는 기분이 들었다내가 잠을 두어시간밖에 못잔것도 사실 소풍이 설레어서가 아니었을까 하고 잠깐 생각해보았다버스가 우릴 또 어딘가에 내렸다그리곤 누군지도 모르는 간부를 따라 산을 개같이 기어 올라갔다. 그때 좀 높은 간부들은 험비타고 올라가는게 꼴받았던 기억이 있다.


유튜브에서 사격시연같은거 할 때 보이는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뭐 못해도 축구장 크기 정도는 되지 않았을까 싶다(관중석까지 포함한크기)

그때가 열시를 한참 넘었던걸로 기억한다그리고 뭘하느냐대기했다뭘 위해서 언제까지 대기하는지 알지 못했다아니 군생활 내내 대기란걸 하면서 그런걸 알았던 기억이 별로 없다점심도 대충 편의점 빵같은거 하나로 때웠다


군대 가면 잠은 재워주고 밥 세끼는 제대로 챙겨준다는거 다 구라였다.


뭐 앉아서 멍을때렸는지 기절을 한건지 헷갈릴때쯤 뭔가 되기 시작했다막 어디서 기관총을 설치하더니 주섬주섬 탄을 끼우고 있더라그간의 고생은 까먹고 또 어디서 밀덕자아가 깨어나서 설레고있었다앞에서 주섬주섬 만지던 화기중대장이 장전하더니 k6를 쏘기 시작했다그래도 그 광경을 보자니 가슴이 웅장해졌다펑 하고 총이 나가면 탄착지에 쾅 하고 탄착했다이걸 총이라고 부르는게 과연 맞을까 하고 감격하고 있었는데분위기가 또 심상치 않게 돌아갔다.

탄이 한발나가고 한번씩 걸리더라기관총이 볼트액션이 되는 순간이었다. 간부 셋이 달라붙어서 총을 이리저리 만지고 뭐 별짓을 다하더니결국 떱디만 들이붓듯이 뿌리더라. 몇십분을 간부들이 씨름을 했지만 결국 볼트액션을 기관총으로 진화시키는데에는 실패했다.

하지만 간부들이 괜히 간부던가다 백업플랜이 있었다. K6를 철거하고 스페어로 챙겨온 mg50을 주섬주섬 설치했다그리고 장전을 마친 화기중대장은 사격을 개시했다.

펑!펑!철컥철컥... 펑! 철컥철컥

그래도 장족의 발전이 있었다한번에 한발쏘던 총을 치우고 한번에 두발쏘는 총을 설치했으니 말이다또 간부들이 달라붙어서 몇십분을 씨름하다가 결국 또 떱띠나 한통 들이붓고 실패하고 나서는 결론을 내렸다.

그냥 우리 한발씩 쏘게해주고 돌려보내기로 말이다결국 사격온 병사들은 돌아가면서 mg50방아쇠나 한번씩 눌러보고 비키고 돌아가면서 했다진짜 실시간으로 멍청해지는 기분이었다내가 속한 조직의 뛰어난 신뢰도에 가슴이 웅장해졌다북괴군과의 훈련 차이점은 진중하게 고민해본 시점이기도 했다아니 걔네도 기관총 연발정도는 제대로 갈겨보지 않았으려나?

주섬주섬 뒷정리하던 화기중대장의 뒷모습은 어딘가 안쓰러웠다-.

또 대기하다 버스타고또 대기하다 포차타고해서 막사엔 대충 16시쯤 도착했다.


이것보다 창조적으로 시간낭비하기도 쉽지 않다고 느꼈다.

 


야간 근무때 초소에서 희미한 정신줄 힘겹게 붙들고있는 내게 사수이던 김 모 상병이 물어보았다

"어 그래 워붕아 사격은 어땠어 기관총 연사 개쩔지?"


...나는 차마 한발만 쏘고 돌아왔다고는 대답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