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선전포고하고 “요이땅” 하며 쳐들어가곤 했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습니다.


베트남 전쟁을 보면 알 수 있듯, 20년에 걸친 그 전쟁은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돌격·고지 점령 장면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주로 베트콩 게릴라 소탕이나 침투 세력 제거 같은 형태로 전개되었습니다.


반면 북베트남은 사회·경제·시민·군대·경찰·언론 등 각 분야에 간첩을 심어 월남 사회에 대해 인지전(心理戰)을 펼쳤습니다. 예컨대 “북베트남의 침공을 대비해야 한다”라는 말이 나오면 “전쟁광”으로 매도되는 식이었고, 호치민에 우호적인 방송을 계속 내보내면서도 정작 군대나 경찰에 대해선 부정적 시선을 조장했습니다.


그리고 적과 싸울 대비를 하고 나라를 지키자는 주장들을 지속하던 정치·경제계의 주요 인물들이 이상하게도 차례로 사망하는 일들이 생기자, 사람들은 암묵적으로 침묵하게 됩니다. 게다가 군 내부의 부패도 결정타였습니다. 미국이 제공한 무기를 중간에서 빼돌려 적에게 팔아넘기는 장교들이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이 모든 것을 종합해 보면, 북베트남 본부는 월남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내부 분열과 혼란으로 스스로 무너질 것이라고 판단했을 겁니다. 그리고 결국 1975년 4월 말, 북베트남 탱크가 사이공 대통령궁에 들어섰습니다.


KCTC에서 대항군 탱크가 우리 본부에 들어올 때 느낀 그 굴욕감이 떠오릅니다. (물론 대항군 분들이 패배자에게도 위로를 해주긴 했지요.)


다른 이념을 가진 적에게 점령당하는 일이 얼마나 서글픈 일인지 상상해 보십시오. 분명 각자는 각자의 생각과 지향이 있고, 다양성은 존중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적들이 우리 사회·경제·언론 등을 흔들어 선동을 일으키고, 국민 일부가 그에 넘어갈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군인 개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국민들이 안보 의식을 갖고 군을 신뢰하는것을 기대해보는 것뿐입니다.


 설령 적의 인지전으로 민간 영역이 붕괴 직전까지 가더라도, 선동된 국민들이 우리에게 등을돌리어도.. 우리가 전단전투에서 적을 쏴죽이고 후방 사보타주  특작군 세력을 패죽이고 군사적 승리를 거둘 수 있다면 그래도 결국 이 모든것의 붕괴를 막고 다시 역전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최후의 카드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강인함과 결단 하나로 모든 것을 되돌릴 수 있습니다. 가끔 가슴속으로 우리의 힘과 위대함을 떠올려 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