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안에는 흙이 가득했고 온몸은 죽을 것처럼 아팠다. 눈을 뜨려고 애써보지만 떠지지 않았다. 깊은 잠에서 깨어나려 발버둥 치는 기분이었다. 깨어나고 싶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았고, 마치 각성이라는 강둑 위에서 파닥거리는 물고기처럼 허우적대고 있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일단 입안에 있는 흙이라도 뱉어내는 것뿐이었다. 어떻게 뱉어낼지 궁리하는 동안 청각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누군가 비명을 지르는 웅성거림과 근처에 포탄이 떨어지는 둔탁한 소리가 들렸다. 무엇보다도 소화기 총성이 끊임없이 들려왔다. 혼미한 정신 속에서 두 사람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누구의 목소리인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내려 애썼다.


"살아 있나?" 첫 번째 목소리가 물었다.


"그런 것 같아." 두 번째 목소리가 대답했다. "눈은 뜨고 있는데 초점이 없어. 일단 일으켜 세우자." 내 얘기를 하는 건가? 도대체 누구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그리고 저 비명 지르는 놈이 제발 좀 닥쳤으면 좋겠다. 혼란스럽고 무서웠다. 누군가의 손이 엎드려 있던 나를 땅바닥에서 일으켜 세웠다. 시야가 빙글빙글 돌았다. 파헤쳐진 흙바닥과 모래주머니들이 스쳐 지나갔고, 무릎 아래가 잘려 나간 다리 하나가 보였다. 전투복과 정글화를 신고 있었다. 먼지와 검은 연기가 뒤섞인 하늘이 시야에 들어왔다. 하지만 그 빙빙 도는 시야 속 어딘가에서 아름답고 푸른 하늘이 보였다. 그런데 방금 본 그 다리 이미지가 나를 공포에 빠뜨렸다. 내 다리인가? 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지? 머릿속에 명확한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나는 두 다리가 온전한지 확인하려고 여기저기 더듬어보았다. 손이 닿는 곳마다 아팠고, 입안에서는 피 맛이 났다. 남아 있는 흙먼지와 피가 섞인 맛이었다. 누군가의 얼굴이 내 앞에 나타나더니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는 수통을 꺼내 내 얼굴에 물을 들이붓고는 크라바트로 닦아주었다. 이제 조금 더 잘 보였다. 아는 얼굴이었다.


그는 고개를 돌려 왼쪽을 향해 소리쳤다. "살아있긴 한데, 퀴즈 쇼 나갈 정신은 아니야." 그러고는 나를 보며 살짝 미소 짓더니, 총을 챙기고 내 오른쪽으로 달려갔다. 너무 빨리 움직여서 눈으로 좇을 수가 없었다.


그는 모래주머니 참호선 잔해와 벙커처럼 보이는 곳 너머로 사라졌다. 나는 또 다른 벙커로 보이는 곳에 기대어 있었는데, 머리 위를 가려줄 엄폐물은 없었다. 아까 비명을 지르던 게 누군지 보였다. 몽타냐드였다. 그는 이제 비명조차 지르지 못했다. 배가 갈라진 채 누워 있는 그는 쏟아져 나오는 내장을 붙잡으려 안간힘을 쓰며 복부를 움켜쥐고 있다. 너덜너덜해진 셔츠 사이로 보이는 복부에는 압박 붕대가 감겨 있었는데, 그는 마치 죽음을 멈춰줄 수 있기라도 한 듯 필사적으로 부상을 움켜쥐고 있었다. 붕대는 피에 흠뻑 젖어서 그 주변으로 삐져나온 살점이나 내장들의 일부처럼 보였다. 나는 그의 얼굴을 보았다. 눈은 뜨고 있지만 아무것도 보지 못하고 있었고, 온몸을 떨고 있었다. 나는 그 떨림을 안다. 신체에 가해진 고통과 괴로움이 너무 극심해서 신경계가 단락되었을 때 나타나는 마지막 반응이었다. 그의 뺨에는 모르핀 주사가 꽂혀 있었다. 완전히 다 사용되어 있었다. 누군가 옳은 일을 해 준 것이었다. 우리는 몽타냐드들이 모르핀 하나를 전부 다 투여받으면 죽을 수도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의 상태를 보아 남은 시간이 얼마 없어 보였다. 복부 부상의 경우 증상을 가릴 수 있으니 모르핀을 쓰지 말라고 교육받았지만, 그런 소리를 지껄인 놈은 몸이 찢겨 나간 사람 곁에 있어 본 적이 없는 게 분명했다.


왼쪽에서 기관총 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렸다. 아까 그 다리가 내 왼쪽 앞 참호에 놓여 있는 게 다시 보였다. 다른 신체 부위는 보이지 않아 이질적이었다. 내 다리인가? 아니다, 내 다리는 둘 다 붙어 있는 게 보였다. 왼쪽으로 시선을 돌리니 몽타냐드 두 명이 M-60을 잡고 있었다. 그들은 아래쪽을 향해 길고 절제된 연사로 총탄을 퍼붓고 있었다. 사수는 집중한 채 사격을 가할 때마다 총구의 방향을 계속 바꾸고 있었다. 총을 움직일 때마다 새로운 표적을 조준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총성에는 일정한 리듬이 있었다. 5~6발 연사, 총신 이동, 다시 5~6발 사격 후 이동. 그때 M-60에서 튀어나온 탄피 하나가 내 머리로 날아들어서 왼팔을 휘저으려고 했지만, 팔과 손이 모두 흐물거렸다. 탄피는 끊임없이 쏟아져 나와 내 머리 왼쪽과 내가 기대고 있는 모래주머니에 부딪혔다.


나는 탄피를 피하기 위해 오른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그때 옆에서 탄띠 송탄을 맡고 있던 다른 몽타냐드가 송탄을 잠시 멈추더니, 뒤로 손을 뻗으며 수류탄의 안전핀을 뽑는 게 보였다. 그 순간 AK 몇 정이 길게 연사를 가하는 소리가 들렸다. 내 앞의 모래주머니들이 총에 맞을 때마다 들썩거렸고, 총탄이 박힌 모래주머니 윗부분에서 흙과 모래가 뿜어져 나왔다. 누군가 우리 기관총을 제압하려 하고 있었다. 사수가 왼쪽을 향해 사격하는 동안, 다른 몽타냐드가 수류탄을 오른쪽 아래 경사면으로 던졌다. 그러고는 다시 몸을 돌리며 또 다른 수류탄을 다시 던졌다. 두 번째 수류탄을 같은 방향으로 던지는 동안 첫 번째 수류탄의 폭발음이 들렸다. 그리고 또 다른 날카로운 폭발음이 들렸고, 누군가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AK 총성은 멈췄지만, M-60은 멈추지 않았다. 그들의 발치에는 버려진 탄통 몇 개가 굴러다니고 있었다. 두 번째 몽타냐드가 대여섯 개 쌓인 탄통 더미에서 새것을 하나 꺼내 뚜껑을 땄고, 사각 박스를 꺼내더니 이미 총에 걸려 있는 탄띠에 새 탄띠를 연결했다. 그는 탄띠가 총에 잘 들어갈 수 있도록 각도를 맞추고 왼손으로 받치며 과정을 반복했다. 그의 CAR-15는 참호 벽에 기대어져 있었는데, 총열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열기 때문에 윤활유가 타고 있었다.


너무 몽롱해서 약에 취한 것 같았다. 혹시 모르핀 주사가 꽂혀 있는지 뺨이나 옷깃을 더듬어보며 확인해 보았다. 주사는 없었다. 그렇다면 부상이나 뇌진탕 때문에 정신이 멍한 것임이 틀림없었다. 내 왼쪽 몸 전체가 피칠갑이었고, 무릎 근처에는 살점 같은 것들이 보였다. 부상이 느껴지지 않는 걸 보니 다른 사람의 피인 모양이었다. 내 마음은 이 싸움에 다시 뛰어들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여기가 어디인지, 우리가 여기서 뭘 하고 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내 무기를 찾으려 했지만, 근처 어디에도 없었다. 뒤로 손을 뻗자 등 쪽으로 찌르는 듯한 통증이 느껴졌다. 마침내 허리 뒤쪽 나일론 파우치에 넣어둔 소드 오프 산탄총을 찾아냈다. 몇 번 잡아당겨 보지만 빠지지 않았다. 그러다 총 뒤쪽을 고정하고 있던 고무줄을 풀어야 한다는 게 기억났다. 총을 꺼낸 나는 벅샷과 슬러그 탄 25발이 든 파우치를 더듬어 두 발을 꺼냈다.


나는 총신을 꺾어 내부를 확인했다. 이미 두 발이 장전되어 있었다. 왼쪽 총열에 슬러그, 오른쪽 총열에 벅샷이 들어 있었다. 내려다보니 내 왼손에도 똑같이 각각 한 발씩 들려 있었다. 평소 내가 챙겨 넣던 방식 그대로였다. 재장전할 때 굳이 눈으로 확인하지 않아도 되게끔 늘 이렇게 해왔다. 여전히 몸이 미친 듯이 떨리고 있었지만 나는 내 CAR-15를 찾아야 했고, 스스로를 보호할 무기도 없이 기어다니며 총을 찾아다닐 수는 없었다. 여기선 절대 안 될 일이었다. 우리가 어디에 있든, 수많은 놈들이 우리를 박살 내려고 안달이 난 모양이었다. 기관총 사격이 잦아들 때쯤 나는 몽타냐드들을 바라봤다. 내 팀원들이 아니었다. 아까 본 그 얼굴은 도대체 누구였지? 아는 얼굴이었지만 여전히 제대로 된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몽타냐드들은 나를 한 번 보고는 다시 경사면 아래를 내려다봤다.


언덕 너머에서 더 많은 총성이 들렸다. 여러 종류의 무기 소리가 섞여 있었다. CAR-15 몇 정과 최소 한 정의 M-60 소리를 식별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의심할 여지 없이 AK 총성도 들렸다. AK 총성은 좀 더 멀리서 들렸고, 사격도 점점 잦아들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그 얼굴이 누구였는지 기억났다. 데이비슨! 나는 데이비슨이 정말 싫었다. 그는 만화 "Li'l Abner"에 나오는, 머리 위에 먹구름을 달고 다니는 조 브트플스플크(Joe Btfsplk)보다도 운이 없는 놈이었다. 데이비슨은 사격장의 오리 인형보다 더 자주 표적이 되는 녀석이었다. 그 녀석은 말 그대로 '총알 자석'이었다. 도대체 내가 왜 데이비슨과 같이 있는 거지? 맥은 어디 있지? 우리가 무슨 큰 죄를 지었길래 데이비슨과 함께 임무에 투입된 걸까? 데이비슨 녀석과 함께 이 언덕 꼭대기에 있다면, 우리는 정말 좆된 것이었다.


나는 일어나려 애썼다. 지금 당장 총을 찾아야 했다. 간신히 손과 무릎을 짚고 기어가는 자세를 취했고, 산탄총을 품에 안았다. 적들이 당장이라도 방벽 너머로 들이닥칠 것만 같았다. 뒤쪽에서 누군가가 달려오는 소리가 들려 몸을 굴리며 총구를 치켜드는 순간, 엘든이 벙커 잔해 속으로 빠르게 들어왔다. 그에게 키스라도 해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엘든이 여기에 있다면 난 안전했다. 적어도 저 정신 나간 난쟁이 꼬맹이 데이비슨과 단둘이 있는 건 아니니까 말이다. 엘든은 나를 다시 앉히고는 상태를 살폈다.


"괜찮아?" 그가 나를 유심히 들여다보며 물었다.


"괜찮아." 하지만 입에서는 "고애애애애앤 츠아아아않아아"처럼 들렸다.


그는 고개를 저으며 내 웹기어를 붙잡았다. "말하려고 하지 마. 내 말 알아듣겠으면 고개만 끄덕여."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헬기가 오고 있어. 다른 부상자들과 함께 첫 번째 헬기에 태울 거야." 부상자? 나는 멀쩡했다. 이미 확인까지 다 했는데 말이다. 내가 뭘 놓쳤지? 확실히 하기 위해 나는 다시 몸을 살피기 시작했다. 엘든은 마치 공공장소에서 성기라도 내놓은 사람을 보듯 나를 쳐다보며 쪼그려 앉아 있었다. 바보같이 쳐다보며 쪼그려 앉아만 있지 말라고. 데이비슨이 이 언덕 위에 있다면, 우리는 월맹군이 처음으로 시험해 보는 비밀 병기에 곧 당하게 될지도 몰랐다. 당장 가서 그 녀석을 찾아내서 숨기든, 땅에 파묻든, 산에서 던져버리든, 뭐든지 해야 했다. 그 녀석을 우리한테서 떨어뜨려 놓지 않으면 우린 다 끝장이었다. 속으론 이런 생각들을 하고 있었지만, 엘든은 그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계속 쳐다볼 뿐이었다.


"내 말 알아듣겠어?" 엘든이 나를 빤히 들여다보았다. 내 상태가 영 좋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는 총성이 조금 덜한 쪽을 향해 소리쳤다. 허둥지둥 달려오는 소리가 들리더니, 데이비슨이 이곳으로 굴러들어 왔다. 엘든은 데이비슨을 보며 말했다. "얘랑 같이 여기 있어. 아직 정신이 안 돌아왔어. 첫 번째 헬기가 오면 얘랑 저기 M-60 반대편에 있는 몽타냐드부터 태워, 알았어?" 역시 엘든이었다. 일 처리가 확실했다. 그를 본 게 너무 기쁜 나머지 그가 방금 한 말의 의미를 잠시 잊었다. 그가 나를 저 빌어먹을 해충 같은 놈이랑 여기에 두고 가려 했다.


"가지 마, 엘든! 차라리 날 쏴버려. 그냥 끝내달라고. 저 총알 자석 같은 놈이랑 날 여기 두고 가면 난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다고." 나는 필사적으로 내 우려를 소리치려 했지만, 입 밖으로 나오는 건 괴상한 중얼거림 뿐이었다. 부상에 대한 찝찝한 생각이 여전히 머릿속 한구석을 맴돌았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나는 옮겨지고 있었다. "잠깐만, 나 아직 싸울 수 있어. 봐, 나 12게이지 산탄총도 들고 있다고. 날 후송시키면 다른 녀석들이 날 겁쟁이라고 생각할 거라고. 그럴 수는 없어." 나는 안 가겠다고 말하려 애썼지만, 입에서는 이로쿼이족 언어 같은 외계어만 흘러나왔다.


데이비슨이 나를 보더니 엘든에게 말했다. "이 자식 지금 화성어라도 씨부리는 건가? 아까 그 폭발에 맛탱이가 제대로 갔나 본데. 이 녀석 손에 무기가 있어도 될까? 실수로 자기 몸을 쏠지도 모르겠는데." 데이비슨이 씩 웃었고, 엘든도 살짝 웃었다. 이 멍청이들아, 내 총을 뺏기만 해봐라. 너희 둘 다 쏴 버릴 테다.


엘든은 잠시 무전을 듣더니 데이비슨에게 말했다. "5분 정도 남았다." 그는 잠시 멈췄다가 말을 이어갔다. "첫 번째 헬기에 얘 태우고, 반대편에 있는 부상자 둘도 동시에 태워. 그다음에 너랑 네 팀원들이 철수하고, 내가 내 팀원들이 마지막으로 철수하지." 데이비슨이 고개를 끄덕였고, 엘든은 몸을 웅크린 채 언덕 너머로 달려갔다. 데이비슨은 오른쪽 어딘가를 향해 부상자들 준비시키라고 소리쳤다. 안 돼, 엘든! 저 '요세미티 샘' 녀석이랑 날 두고 가지 말라고! DMZ부터 *우민 숲까지, 저 녀석이 총구에서 나가는 모든 걸 끌어당기는 인간 자석이라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었다. 정작 본인은 절대 안 맞으면서, 주변에 있는 사람들만 다 맞게 했다. 데이비슨이 내 손에서 12게이지 산탄총을 뺏더니 내 등 뒤에 있는 홀스터에 쑤셔 넣었다. 그러고는 특유의 야성적인 미소를 지으며 다 괜찮아질 거라고 말했다.


*월남 본토 최남단에 있는 숲


그래, 여기서 철수하기만 하면 괜찮아지겠지. 너랑 같은 헬기만 안 탄다면 말이야. 저 녀석이 같이 탄다면, 곰이 숲에서 볼일을 본다는 사실만큼이나 확실하게 우리는 격추될 것이다. 아까 그 폭발이 뭐였든, 어디에서 발생했든, 그 폭발이 일어났을 때 분명 데이비슨이 내 옆에 있었을 게 뻔했다. 헬기가 오는 소리가 들렸다. 코브라 건쉽 한 대가 휙 지나가더니, 시야에서 사라지자마자 미니건 소리가 들려왔다. 적의 총성이 들리지 않는 걸 보니, 적들이 다시 공격할 엄두도 못 내게 제압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휴이가 최종 접근을 하는 그 익숙한 '휙, 휙, 휙' 거리는 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데이비슨과 기관총 사수 한 명이 나를 붙잡아 거의 끌다시피 해서 헬기로 데려갔다. 두 다리에 총상을 입은 몽타냐드 한 명이 내가 타게 될 쪽으로 먼저 실렸다. 그러고 나서 나도 들어 올려지며 안으로 밀어 넣어졌고, 반대편 문으로 다른 몽타냐드 두 명도 밀어 넣어졌다. 한 명은 상태가 꽤 심각했고, 다른 한 명은 등에 파편상을 입은 듯했다. 크루치프가 모두를 살폈다. 다른 사람들은 부상이 명확했지만, 나는 왼쪽 몸 전체에 피칠갑인 것치고는 상태가 덜 심해 보였을 것이다.


그는 데이비슨을 보며 물었다. "저 친구 어디 맞았어?" 아마 복귀 도중 내 붕대를 확인해야 할 수도 있으니 물어본 모양이었다.


그러자 데이비슨은 "잘 좀 지켜봐 줘, 이 녀석 완전히 취했어."라고 말했다. 그러고는 헬기가 좁은 능선 꼭대기에서 이륙하며 선회하는 사이에 뛰어내렸다. 헬기 아래로 낡은 벙커와 참호선의 잔해가 보였다. 최소 두 팀이 벙커들 사이에 흩어져 있었다. 내가 있었던 곳 뒤쪽으로 검은 그을음이 보였다. 대원들이 그 근처에서 시신 한 구, 아니면 그 이상을 수습하고 있었다. 오른쪽 아래 경사면에는 카키색 군복을 입은 시신이 대여섯 구가 널브러져 있었다. 전투 현장을 아주 잠깐 훑어본 뒤, 우리는 곧바로 철수했다. 크루치프는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계속 쳐다보았다. 그래, 데이비슨 이 자식아, 참 재미있기도 하겠다. 크루치프는 아마 내가 진짜 술에 취한 줄 알 것이다. 차라리 술이라도 취했으면 좋았을 텐데 말이다. 도대체 내가 무슨 생각이었을까? 엘든의 긍정적인 기운이 주변에 흐르고 있었다 해도, 내가 왜 저 웨이코 출신 꼬맹이와 함께 온 걸까? 어쩌면 진짜 술에 취해서 여기까지 온 건지도 몰랐다. 그런 일이 종종 있긴 했다. 임무에 필요한 게 있는데 안 내놓으면, 납치해서 같이 임무에 끌고 가기도 했다. 나도 예전에 카스티요에게 그런 적이 있었다. 헬기에 탄 몽타냐드들은 고통과 안도감이 섞인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도 아마 같은 표정이었을 것이다. 나는 크루치프에게 "담배 있어?"를 뜻하는 만국 공용 수신호를 보냈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군납 성냥과 카멜 담배 한 갑을 건넸다. 나는 한 개비에 불을 붙인 뒤, 기대어 앉아 있던 몽타냐드에게 담배를 건넸고, 그는 몸을 숙여 동료의 입에 물려주었다. 나는 그에게 또 다른 한 개비를 건네주었고, 그는 담배를 받아 물고 미소를 지었다. 내 담배와 내 옆에 있는 몽타냐드에게 불을 붙여주려 했지만, 손이 너무 심하게 떨려서 도저히 할 수가 없었다. 그러자 도어거너가 손을 뻗어 두 개비에 불을 붙이더니, 하나는 나에게 주고 다른 하나는 우리 사이에 누워있던 몽타냐드의 입술 사이에 꽂아주었다. 그 몽타냐드는 손을 뻗어 내 다리를 툭툭 치며 "다 괜찮아, 쭝시"라고 말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문밖으로 지형을 내다보았다. 머리는 여전히 멍했고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우리가 어디에 있었던 건지 전혀 감이 오지 않았다. 주변 지형도 전혀 기억나지 않았고, 묻고 싶어도 말을 제대로 할 자신이 없었다. 크루치프가 헤드셋과 마이크를 쓰겠냐고 몸짓으로 물었지만, 나는 고개를 저었다. 횡설수설하다가 내가 취했다는 그의 의심을 확신으로 바꿔주고 싶지 않았다.


마침내 CCN 기지를 포함한 거대한 군사 기지들과 코발트 빛의 남중국해가 보였다. 헬기는 빠르게 하강했고, 공기는 점점 따뜻해졌다. 지면에서 100피트 높이로 쓰레기장 위를 빠르게 지나가자, 쓰레기를 뒤지던 사람들이 흩어지는 것이 보였다. 곧 헬기는 플레어를 하며 착륙장에 내려앉았다. 대원들이 헬기로 달려왔고, 부드러운 손길로 몽타냐드들을 옮겼다. 누군가가 나를 도우려 했지만, 나는 내 발로 내리겠다는 생각으로 그들을 뿌리쳤다. 하지만 다리에 힘이 풀리며, 나는 그대로 바닥에 고꾸라졌다.


사람들이 나를 들어 들것에 눕혔고, 다시 바퀴 달린 침대로 옮겨져 천천히 의무실로 향했다. 옮겨지는 동안 부상 등급을 나누는 군의관인 왕(Wang)의 모습이 보였고, 아는 얼굴들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여전히 귀가 잘 안 들려서 웅얼거리는 소리만 들릴 뿐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었다. 우리는 의무실 안으로 옮겨졌다.


의무실에 도착했을 때 몽타냐드들은 이미 링거를 맞고 있었다. 내가 안쪽으로 옮겨지자 간호사 한 명과 의무병 한 명이 내 웹기어를 벗기고, 부상을 확인하기 위해 옷을 자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왕의 얼굴이 시야에 들어왔다. 팔에 따끔한 감각이 느껴지더니, 나는 곧 정신을 잃고 네버랜드로 떠났다.




역자 주: 사건의 전말은 16장에서 공개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