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도 좋지, 우리는 또 다른 DMZ 목표를 맡게 되었다. 하지만 이번 표적은 교량이었고, 새로운 기술을 시도해 볼 예정이었다. 그동안 공군은 DMZ 북쪽 경계에 아주 가까운 협곡을 가로지르는 철교를 폭격하려고 애써왔다. 우리는 몇 개의 비컨을 설치하여 항공기의 컴퓨터가 표적을 추적할 수 있도록 유도할 계획이었다. 이론상으로는 이 비컨이 항공기에 표적 제원을 제공해, 소위 폭,탄을 엉덩이 구멍까지 맞힐 정도의 정밀도로 투하하게 해준다고 했다. 뭐, 이론상으로는 그렇다는 얘기다.


우리는 '어쩌고저쩌고 우주 사령부'에서 온 어떤 대령으로부터 브리핑을 받았다. 그는 작은 상자를 몇 개 가져왔고, 전형적인 고참 기술자들처럼 생긴 하사 두 명을 동반했다. 사실 좋은 친구들이었다. 그들은 며칠간 머물며 우리와 함께 격리 구역에 들어와 이 장치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보여줬다. 거의 유인원들도 다룰 수 있을 정도로 간단했다.


비컨은 약 5인치 x 3인치 x 3인치 크기로, 벽돌 하나 정도의 크기였다. 두 개의 조절 장치와 편향 같은 것을 조정하는 무슨 장치 같은 것이 있었으며, 위쪽에는 안테나 역할을 하는 둥근 물체를 나사처럼 돌려 끼우게 되어 있었다.


두 하사는 '전선'에 이렇게 가까이 왔다는 사실에 완전히 경외감에 사로잡혀 있었다. 나는 좀 당황스러웠는데, 이 전쟁에 '전선'이라는 게 있는 줄도 전혀 몰랐기 때문이다. 모든 게 그렇듯, 이것도 상대적인 모양이었다. 지난주만 해도 그들은 플로리다의 이글린 공군 기지에 있었다. 그들에게 이번 파견이 그리 큰 문화 충격은 아니었을 것이다. 플로리다 북부의 촌놈들도 베트콩의 특성을 다 갖췄기 때문이다. 낮에는 농부나 상인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지만, 밤에는 미군들을 노렸다. 게다가 두 집단 다 무서운 세포 조직을 이루었다. 플로리다 북부 레드넥의 가계도를 본 적 있는가? 노르웨이 민속 무도회보다 키스를 나누는 사촌들이 더 많을 것이다. 아마 우리도 '남부 전선'을 열어야 할지도 몰랐다. 꽤 괜찮은 아이디어이지 않은가. 주말 동안 집에 갈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그쪽 사람들도 우리가 이기지는 못하겠지만 말이다.


두 하사 중 선임이 리튬, 브롬화, 알카셀처 배터리로 구동되는 이 장치의 복잡한 구조와, 메모리 현상이 생기기 때문에 완전히 방전시키지 않으면 살아 있는데도 방전된 것으로 인식한다는 등의 내용을 장황하게 설명했다. 대체 제조 업계의 어떤 '거물'이 이딴 걸 만들어냈는지 궁금해졌다. 장담컨대 군은 작년 한 해 동안 우리 모두에게 준 봉급보다 이 기계 하나에 더 많은 돈을 지불했을 것이다. 그 답은 금방 나왔다. 그 선임 기술사가 말하길, 이 장치가 적의 손에 넘어가지 않는 것이 지극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멍청아, 내가 적의 손에 넘어가지 않는 것도 지극히 중요하다고. 나는 벌써 계획을 짜고 있었다. 만약 적들이 그 교량 위 언덕에서 우리를 포위하면, 나는 벌떡 일어나 이 망할 것에다 총을 들이대고, 우리를 보내주지 않으면 쏴버리겠다고 협박할 것이었다. 어쩌면 쿠바행 비행기, 쌈짓돈 수십만 달러, 그리고 영어 알파벳에서 'm'을 없애달라고 요구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야 나중에 카스트로의 낙원이 지겨워질 때쯤 심신미약으로 무죄를 주장할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한편 두 번째 공군 기술자는 쿡이 그의 .22 구경 하이 스탠다드 권총의 소음기를 닦는 모습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그가 플로리다로 돌아갔을 때, 진짜 '살인 병기' 곁에 있었다는 무용담은 아마 여자들을 꼬시기에 충분한 보증수표가 될 것이었다. 가능하다면 그는 쿡에게 같이 사진 한 장 찍자고 부탁하고 싶을 것이다. 잠깐, 좋은 생각이지 않은가. 저 녀석에게 쿡과 사진을 찍어주는 대가로 100달러 정도는 뜯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몽타냐드 몇 명 끼워주면 50달러 추가, .22구경 권총까지 들게 해주면 깔끔하게 200달러까지도 벌 수 있을 것이었다. 나는 AST에게 장치 사진을 찍어야 하니 폴라로이드 카메라가 필요하다고 말할 작정이었다. 필름과 카메라를 구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그냥 그럴듯한 이유만 있으면 됐다. 그렇다, 우리 셋이 장치를 연구하려면 사진을 찍어둬야 한다고 말하면 됐다. 천재적인 아이디어였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어슬렁거리며 AST에게 가서, 최대한 전문적인 어조로 폴라로이드 카메라와 필름 두 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가 나를 쳐다보자, 나는 "장치 때문이야."라고 속삭였다. AST는 우리가 뭔가 꾸미고 있다는 걸 의심하면서도 호기심에 이끌려 자리를 떴다.


나는 쿡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 계획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는 일자 눈썹을 찌푸리며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의 얼굴에 '좋은 생각, 나쁜 생각, 글쎄...' 하다가 마침내 '한탕 해보자' 하는 그의 범죄 본능이 발동하는 과정이 영화처럼 지나갔다. 그는 총기 손질을 마치더니, 공군 녀석을 쳐다보며 오줌 누러 갈 테니 자기 총을 잘 감시하라고 말했다. 그러고는 "절대 손대지 마라."라고 덧붙였다. 


나는 미니 수류탄 몇 개를 꺼내 쿡이 쓰던 기름걸레로 닦았다. 아무 치명적인 광택이 흐르도록 말이다. 제기랄, 지미 리브스가 발톱 다듬을 때나 쓰는 거버 미니 매그넘 코만도 나이프가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그 '전투용 나이프'라는 물건은 발톱 다듬는 데나 쓸모 있었지만, 생긴 거 하나는 끝내줬다. 선임 공군 하사가 설명을 마칠 때쯤 쿡이 돌아왔다. 장교들이 퇴장하고, 질문이 있을 경우를 대비해 두 하사들만 남았다. 나는 질문 따위 없었다. 어차피 우리는 이 물건을 들고 갈 테고, 아마 총을 가진 모든 놈들이 우리를 쏘려 들 것이다. 우리는 목숨을 걸겠지만, 저 장치는 위치타의 공장에 있는 누군가가 열대 지방에서는 배선을 파란색에서 흰색이 아니라 녹색에서 빨간색으로 연결해야 한다는 사실을 깜빡하는 바람에 작동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쿡과 나는 행동을 개시할 준비가 되었다. 지금 시점에는 맥을 끌어들이지 않는 게 최선이었다. 그는 계획 수립이나, 항공 자산 요청 등 중요한 일들을 해야 했다. 십중팔구, 그는 우리가 이런 지저분한 일에 자신을 엮지 않은 것에 대해 무지하게 고마워할 것이다. AST가 카메라와 필름 팩을 들고 나타났다. 나는 그것들을 뺏다시피 챙기고 그를 문밖으로 밀어냈다. 카메라에 필름을 넣고, 선임 공군 하사가 보는 앞에서 장치 사진을 몇 장 찍었다. 그는 내가 이 사진들을 주머니에 넣은 채 월맹군의 품으로 뛰어들까 봐 벌써 걱정하는 눈치였다. 우리가 붙잡히기라도 하면 적들이 이 초극비 브롬 배터리 비컨 장치와 그 정보를 손에 넣게 될 것이고, 자기가 사진을 찍는 것을 막지 못해 서구 문명이 붕괴될 거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나는 그에게 미소를 보이며, 이 사진들은 금고에 보관될 파일에 들어갈 것이니 안심하라고 말했다. '금고'라는 단어만으로도 그의 머릿속에는 콜로라도 산맥 깊숙이 묻힌 NORAD의 이미지가 떠올랐을 것이다. 현실은 AST가 목표 폴더에 처박아두거나 우편 담당병에게 팔아넘기겠지만 말이다.


이제, 폴라로이드 카메라가 있고 몽타냐드들이 주변에 있으니 즉시 "내 사진 찍어줘" 시간이 됐다. 그들은 묻지도 않고, 관심을 끌기 위해 익살을 떨기 시작했다. 카메라를 그들에게 향하면, 비행사 선글라스를 가진 녀석이 다른 녀석들에게도 빌려주며 폼을 잡게 해주었다. 선글라스가 나오고 몽타냐드들이 몸단장을 시작하는 게 보였다.


나는 장치 사진 두 장을 마치 공식 요구 사항인 것처럼 목표 폴더 왼쪽 상단에 클립으로 정성스럽게 끼워 넣었다. 이래야 공군 녀석들이 안심했다. 공군에게서 돈을 뜯어낼 때는 이런 게 아주 중요했다. 그들이 일상적으로 보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했다. 이 친구들은 화장실 휴지 하나를 요청할 때도 양식을 3장씩 쓰는 녀석들이었다. 그때 쿡이 레인저의 심성을 발휘해, 'MACV-SOG 규정 제18조, 제5항, 행정 명령 제1231호에 따라 팀원이 찍힌 사진들은 모두 보안 조치해야 한다'며 거들었다.


"이봐, 쿡. 나도 그건 알아. 어차피 이 사진들은 전부 폐기할 건데, 그냥 필름 남은 거나 다 써버리자고" 나는 몽타냐드 몇 명이 포즈를 취한 사진 몇 장과 쿡의 사진을 몇 장 더 찍었다. 그러고는 필름이 한 팩 더 있다는 사실을 '방금 발견한 척'했다. 세상에 이런 일이!


공군 2호가 말했다. "저, 실례지만... 저희는 여러분들이 복귀하시는 대로 바로 미국으로 돌아갈 겁니다. 그러니 혹시 괜찮으시다면..."


선임병은 후임병을 쳐다보며 상황을 지켜보았다.


공군 녀석들이 미끼를 물었다. 지금 낚아챌 수도 있지만, 두 녀석 모두 확실히 유인해야 했다. 쿡은 공군 2호가 무슨 생각을 하든 '절대 안 된다'며 쐐기를 박았다. 그러자 나는 권위 따위는 개나 주라며, 여기서 돈이나 좀 벌어보자고 꼬드기는 '나쁜 녀석' 역할을 자처했다. 그렇게 10분 정도 실랑이를 벌인 끝에 결국 쿡이 '져주는' 척했다. "젠장, 누가 오기 전에 빨리 찍자고."


우리는 본격적으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쿡과 찍고, 나와 찍고, 몽타냐드들과 찍고, 총을 들고 찍고, 지도를 들여다보는 모습 등 온갖 사진을 다 찍었다. 나는 그들에게 이 사진을 잘 챙겨가서, 다낭 공군 기지에 도착하면 꼭 '처리'하라고 신신당부했다. 맥이 돌아올 때쯤 우리는 100달러를 벌었다. 가장 좋은 건, 이 공군 녀석들이 미국에서 와서 군표가 아닌 진짜 미국 달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진짜 달러는 환전하면 군표를 더 많이 받을 수 있었다. 완벽했다.


두 공군 하사들은 서둘러 자리를 떴다. 우리가 '소령'이라고 지칭한 맥이 이런 일에 아주 민감하다고 일러두었기 때문이다. 이 두 녀석은 도둑질은 절대 못 할 것이었다. 그들이 문을 나서기도 전에 맥이 우리를 돌아보며 물었다. "저놈들이 뭘 훔쳐 갔어?"


즐거움은 스스로 찾아야 하는 법이었다. 번 돈의 절반은 몽타냐드들을 위한 선물용 기금으로 쓰고, 나머지 절반은 우리 자신을 위해 펑펑 쓸 것이었다. 비밀스러운 일을 하면서 이런 떡고물도 못 챙긴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들도 행복하고, 우리도 행복했다. 비밀 장치 사진은 한 장도 유출되지 않았고, 그저 후방 요원 두 명이 '진짜 사나이'들과 며칠 보낸 추억을 가져갔을 뿐이었다. 그 사진들로 그들이 여자라도 한 명 꼬실 수 있기를 바랐다. 군 생활은 길고, 언제 어디서 그들을 다시 만날지 알 수 없는 법이니까 말이다. 그때쯤이면 그들이 보급창 같은 돈 되는 곳에 있을지도 몰랐다.


다음 날 이른 아침, 우리는 꽝찌로 향하기 위해 트럭을 타고 비행장으로 향했다. 늘 그렇듯 다낭 시내를 지나 거대한 공군 기지까지 시끌벅적한 여정이 이어졌고, 다낭 공군 기지에 도착하자 우리를 태울 C-123이 이미 와 있었다. 메인스 대위와 몇몇 대원들이 잘 다녀오라며 배웅을 나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공군이 자기네 장난감에 대해 지나칠 정도로 엄격한 규칙을 따지는 결벽증 환자들이라고 생각한다. 기체 밖에는 크루치프와 로드마스터 모두 소화기를 들고 서 있었고, 근처에는 소방차까지 대기 중이었다. 공군의 전형적인 답변은 "수년간의 경험을 통해 모든 돌발 상황에 대비하는 법을 배웠을 뿐, 걱정할 건 아무것도 없다. 이 항공기는 군사 규격에 따라 제작되었다"였다. 웃기시네! 이 비행기들은 분명 재스퍼라는 이름의 어느 국회의원의 바보 사촌쯤 되는 놈이 최저가 입찰로 만든 물건일 것이다. 병(부사관)들은 속일 수 없었다. 그래서 소화기를 들고 밖에 나와 있는 건 죄다 병사들이고, 솜털 보송보송한 장교 녀석들은 저 많은 연료 근처에서 엔진을 돌리고 있는 것이었다. 장교들이 엔진 RPM을 올리는 동안 병사들이 비행기 옆에 서 있는 것을 본 적 있을 것이다. 또한 병사가 파일럿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고, 파일럿이 맞대응해 줄 때까지 기다리는 이유가 뭔지 아는가? 그건 이륙할 때 장교 녀석이 양쪽 엄지손가락을 제 항문에 처박고 있지 않은지 확인하려는 것이었다. 


항공기 탑승 허가가 떨어지자마자, 우리는 터벅터벅 올라탔다. 히코리에 배치될 통신병 몇 명과 함께 몽타냐드들이 먼저 탔다. 우리는 다른 대원들이 다 탈 때까지 기다렸다가 마지막에 올라타려 했다. 다들 조금 머뭇거렸는데, 메인스가 우리를 배웅하러 여기까지 나오는 일은 절대 없었기 때문이었다. 뭔가 특별한 '격려의 말'이라고 해주려는 모양인가 싶었다.


"덜떨어진 놈들아, 뭘 쳐다보고 있는 거야? 질문 있어도 난 대답 안 해준다. 너희 아버지 버드로우나 만나러 당장 북쪽으로 꺼져. 그리고 만약 실수해서 그 장치를 잃어버리는 날엔, 차라리 보응우옌잡 장군 밑으로 재입대하는 게 좋을 거다. 내 모가지도 달아날 거고, 그렇게 되면 윗선의 지랄들이 어디로 쏟아질지는 너희들도 알지?" 아무래도 비행기에 타기 전에 저 인간에게 부상이라도 입혀놔야 할 것 같았다.


비행기가 북쪽으로 날아가는 동안, 우리 셋은 임무 계획을 짰다. 이 비컨들을 서로의 오차를 보정할 수 있도록 경사면에 배치해야 했다. 지침에 따르면 비컨 하나로도 충분했지만 두 개면 더 좋다고 했다. 따라서 하나는 높은 고도에, 다른 하나는 서로 수백 미터 떨어진 낮은 곳에 설치하기로 했다. 그 정도면 공군이 그 빌어먹을 교량을 날려버리는 데 필요한 모든 수치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었다. 물론 우리 중 누구도 공군이 1년 넘게 그 교량을 파괴하려고 애써왔다는 사실은 몰랐다. 아크 라이트, 저공 폭격, 고공 폭격, 심지어 해군 친구들을 불러다가 뉴저지 전함의 함포 사격까지 퍼부었다. 하지만 그 다리는 공군 작전 기록의 치부처럼 꿋꿋이 서 있었다. ANGLICO 팀이 남긴 코멘트를 기억한다. '양옆이 험준한 지형으로 가려져 있고, 협곡이 너무 급격하게 굽이쳐 있어서 측면 각도를 잡거나, 사선에서 벗어나 포격을 유도하기도 어렵다'라고 말했다. 16인치 함포가 발사될 때는 확실히 사선에서 벗어나는 게 좋았다. 정확하긴 했지만, 만약 포술장이 컨디션이 안 좋아서 해군에서 말하는 소위 '약간의 고도 오차'라도 내는 날에는 폭스바겐 무게만 한 포탄이 머리 위로 떨어질 테니까 말이다. 게다가 16인치 포탄의 살상 반경은 무려 1km에 달했다.


또한 적 병력들이 득실거리는 곳이라 공군은 한 번도 정확한 화력 지원 요청을 할 수 없었다. 문득 그 철로를 따라 실제로 얼마나 많은 물자가 내려오고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월맹군이 그런 병목 지점을 그냥 방치할 리가 없기 때문이었다. 어쩌면 놈들은 그 교량을 일부러 지키고 있는 걸지도 몰랐다. 우리가 폭파에 실패할 때마다 그들에게는 선전 도구가 되니까 말이다. 하지만 우리 쪽 견해는 완전히 다를 게 분명했다. '교량을 잿더미로 만들어버리고, 다른 중요한 지점의 발전소를 타격할 능력을 테스트해 보자'는 식일 것이었다. 이유가 어찌 됐든, 우리는 이 임무를 해낼 수 있을지 지켜볼 것이다. 살아서 돌아오는 것만이 우리의 관심사였고, 이 경험을 어떻게 활용할지는 칵테일 파티나 즐기는 저 높으신 분들 소관이었다.


우리는 꽝찌에 착륙하여 발진기지로 이동했다. 우리가 탄 두돈반은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상태가 꽤 괜찮았는데, 지금은 짐칸에 커다란 구멍이 뚫려 PSP 철판으로 겨우 덮어놓은 상태였다. 마치 사격장에서 표적으로 쓰인 것 같았다. 자세히 보니 예전 트럭이 아니었다. 알고 보니 고기 한 냉장고 분량과 맞바꿔 제5 기계화 사단에서 받아온 차였다. 상관없었다. 우리가 꽝찌에 있는 동안 다른 트럭을 훔쳐 오면 됐다. 사실 뭐, 적어도 굴러가기는 했다. 세렝게티를 횡단해야 하는 것도 아니니 굳이 나설 필요는 없었다.


발진기지에 도착해 팀원들을 휴식시켰다. 기상 상태와 가용 자산이 맞아떨어지려면 하루이틀은 걸릴 것이었다. 그때까지 우리는 브라이트 라이트 임무를 맡아, 임무를 마치고 돌아온 팀이 다낭으로 복귀할 수 있게 교대해 줄 것이었다. 적어도 우리 생각은 그랬다. 하지만 TOC에 가 보니 우리가 첫 번째 투입 순번이었다. 놀랍게도 상부는 이 비컨 장치를 빨리 테스트하고 싶어 했다. 아마 공군 녀석들이 일당을 최대치로 받아 챙기고 있어서 예산이 하루에 수백 달러씩 깨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버드로우가 특유의 '분위기'를 풍기며 나타나, 대원들 식량을 확보하기 위해 멀쩡한 트럭 하나를 희생시켰으며, 자산이 확보되는 대로 우리를 투입할 거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4일 안에 떠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래야 남은 스테이크로 '진짜 군인처럼 행동하는 레인저 정찰팀' 같은 쓸모 있는 것들과 맞바꿀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아, 즐거운 나의 집 같으니라고.


우리는 작전 계획, SOI를 비롯한 모든 사항들을 n번째 반복해서 검토한 뒤, 저녁 식사와 함께 가볍게 술을 마셨다. 비틀거릴 정도로 취하지는 않았다. 투입 직전까지 몸이 떨리는 것만큼 최악인 것은 없으니까 말이다. 게다가 숙취 없이도 전쟁터는 충분히 시끄러웠다. 다른 두 팀은 만약 우리가 벌집을 건드렸을 때를 대비해 브라이트 라이트 팀 역할을 해줄 것이었다. 우리는 다른 팀 대원들에게 목표 지점의 적 부대의 유형과 배치 상황을 알려주었다. 브리핑 도중 한 팀이 무사히 철수했다. 그들은 운이 좋았다. 3일 동안 교전 없이 임무를 수행했으니까 말이다. 이를 '드라이 홀'이라고 하는데, 이 근방에서는 매우 드문 일이었다.


작전 통제실에서 자산들을 준비시키기 시작했고, 기상 예보관들은 모레쯤 구름이 걷힐 것 같다고 말했다. '비컨 유도 폭격'을 수행할 F-111은 구름 속에서도 비행할 수 있었지만, 우리가 투입, 철수, 생존 등을 위해 사용하는 항공 자산들은 맑은 날씨가 필요했다. 우리 투입이 지연된 덕분에 방금 돌아온 팀은 우리가 투입되기 전까지 숨을 돌릴 기회를 얻었다. 그들은 이 상황을 참 '좋아할' 것이다. 우리의 브라이트 라이트 팀이 될 테니까 말이다. 신이 잠시 휴식 시간을 줬으나, 그 축복을 헤아리려는 순간에 악마가 나타나는 격이었다.


20분쯤 뒤에 그 팀이 복귀했다. 그들은 헬기에서 내리고 사후 보고를 진행했다. 미군 대원 두 명이 어슬렁거리며 들어왔을 때, 우리는 이미 브라이트 라이트 팀 활용 계획을 거의 다 세운 상태였다. 그들에게는 내일 브리핑해 주기로 했다. 오늘 밤은 편하게 맥주나 몇 잔 마시며, 그들의 '즐거운 휴가' 이야기를 들어줄 생각이었다. 그러고 나서 그들에게 '좋은 소식'을 전해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우리를 마치 문둔병 환자 보듯 쳐다보며 들어왔다. 누군가가 이미 입을 놀린 게 분명했다.


밤이 깊었고 우리는 교량에 관해 이야기했다. 나는 내 의식을 휘감은 안개 속에서, 다리에 관한 무언가를 떠올리려 애썼다. 뭐, 당장 급한 건 아니니 나중에 떠올리기로 했다. 맥주 네 잔을 마시니 졸음이 쏟아졌다. 나는 팀 숙소로 가서 군화와 옷을 벗었다. 내일은 발진 기지 인원들과 세부 사항을 조율하고 코비와 이야기를 나눠야 하니 일단 푹 자두기로 했다.


우리의 코비 라이더로 데이브 체니가 배정됐다. 데이브는 키가 큰 인디언 출신으로, 유능한 1-0였지만 코비 라이더로서 진정한 천직을 찾은 친구였다. 그의 침착함과 항공 자산을 다루는 능력은 거의 마법에 가까웠다. 세상에는 모든 것들을 하나로 모으는 재주를 타고나는 사람들이 있는 법이다. 이들은 우리에게 있어서 '어미 닭'과 같았다. 외부와 우리를 이어주는 생명줄이자, 우리 목숨을 구하기 위한 모든 것들을 배치해 주는 존재였다.


공포에 질린 채 RON에서 하룻밤을 보낸 뒤, 상공에서 코비의 엔진 소리, 즉 어미가 새끼들을 살피러 돌아왔음을 알,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만큼 위안이 되는 건 없었다. 이들은 좁디좁은 조종석에 몸을 구겨 넣은 채 비행기 안에서 긴 시간을 보냈다. 그것도 적시에 적재적소에 적절한 자산을 배치해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을 짊어진 채 말이다. 그들의 임무 역시 안전하지 않았다. 지면 바로 위를 저공비행 했으며, 현장에 항공 자산이 없을 때는 직접 백린 로켓을 발사하여 우리를 엄호해 주는 일도 허다했다. 지상 사격에 격추되거나, 너무 낮게 날다 산비탈에 부딪히거나, 사람과 장비를 극한까지 밀어붙이다 발생하는 수많은 사고로 우리는 많은 동료들을 잃었다.


새벽이 밝아왔다. 우리는 0500시에 일어나 아침을 먹었다. 우리는 임무 브리핑을 마친 뒤 이 골치 아픈 임무를 어떻게 수행할지 발진기지 인원들과 협의하기 시작할 것이었다. 우리가 임무 계획의 윤곽을 잡고 나면, 버드로우가 최종 결정을 내릴 것이다. 지원 요소들을 조율하는 데 있어서 버드로우는 완벽한 전문가였다.


우리는 코비가 NKP 및 월남에서 출격한 패스트 무버들과 SPAD들을 동원해 협곡 양쪽을 완전히 다져놓은 뒤에 투입될 것이었다. 이 항공 자산들은 우리가 도착하기 전까지 우리가 점찍어둔 두 개의 산꼭대기를 죽음의 지대로 만들어 놓을 것이었다. 자산들의 무장은 일반 폭,탄과 네이팜탄이었다. 월맹군이 지하로 숨더라도, 네이팜탄이 산소를 모두 빨아들여 깊이 숨지 못한 놈들은 모조리 질식시켜 버릴 것이었다. 심지어 우리는 '프로판 폭,탄'이라는 비교적 새로운 무기도 준비했다. 투하되는 순간 연쇄 반응이 일어나는 물건이었다. 폭탄이 지면에 닿아 터지면 가스가 퍼지고, 수백 개의 소형 지연 점화 폭약들이 사방에 흩뿌려졌다. 프로판 가스는 공기보다 무겁기 때문에 저지대나 벙커 및 터널 안으로 스며드는데, 그러고 나서 점화 폭약들이 작동했다. 그러면 '펑'하는 소리와 함께 거대한 화염구가 치솟으며 벙커를 무너뜨리고 사람들의 폐를 파괴했다. 매우 효과적이지만, 지형이 너무 가파르면 가스가 흘러내려 버려 효과가 없을 수도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일반 폭,탄에 충격 신관과 지연 신관을 섞어서 사용하기로 했다. 어떤 건 나무 위에서 터지고, 어떤 건 땅속 깊이 박힌 뒤에 폭발할 것이다. 이런 방식은 대공포가 숨어 있는 교량 진입로 주변을 정리하는 데 아주 중요했다. 그러고 나서 네이팜탄이 모든 것들을 바삭하게 튀겨버릴 것이다. 이 준비 과정의 충격과 위력이 우리가 진입할 시간을 벌어줄 것이었다. 그 사이에 우리는 트랜스폰더를 가동하고 대기 중인 F-111 편대에 신호를 보낼 것이었다. 그러면 F-111들이 낮고 빠르게 날아와, 신호를 포착하고, 컴퓨터가 정밀 계산을 다 끝내면 신호에 맞춰 폭,탄을 투하할 것이다. 그러면 다리는 안녕이었다.


우리는 그 다리에서 '*호라티우스' 놀이를 할 정도의 화력을 갖추지는 못했다. 그러니 공군 녀석들에게는 단 한 번의 기회만 주어지고, 버드로우가 바로 임무를 종료시킬 것이었다. 상황이 잘 돌아간다면, 우리가 지상에 머무는 시간은 약 한 시간 정도일 것이었다. 우리가 압도적인 제압 사격을 받지 않거나, 월맹군이 가스 침입을 막기 위해 물받이까지 준비한 정교한 터널들을 산속에 만들지 않았거나, 다음 언덕 너머에 8백만 명의 병력들이 대기하고 있지 않거나, 우리가 격추되지 않는 등 이러한 수백 가지의 '만약의 상황들'이 생기지 않았을 때의 얘기였다.


*로마의 장판파


우리는 CN 가스가 든 CBU-39(번호가 맞을지는 모르겠다) 가스탄을 쓸지 말지 논쟁했다. 이 가스탄은 구토를 유발하고 사람을 무력화시켰다. 우리에게 작은 방독면이 있긴 했지만, 필터를 언제 갈았는지 아무도 몰랐고, 브라이트 라이트 팀을 포함한 모두에게 충분할지는 알 수 없었다. 게다가 이 가스를 백린탄과 함께 사용하면 원시적인 독가스인 '포스겐'이 생성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헤이그 및 제네바 협정에 위반되는 짓이니 사용할 수 없었다. 물론 내가 전술 핵무기를 훔칠 수만 있다면, 기꺼이 F-111에 탑재시킬 것이고, 돌아온 파일럿에게는 샴페인을 대접할 용의도 있었다. 뿐만 아니라 그 '대화재'가 아이들이 성냥으로 불장난을 하다가 발생했음을 맹세하는 진술서에 거리낌없이 서명할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곳엔 이러한 핑계가 먹힐 정도로 대나무가 많지 않았다.


대나무! 어젯밤에 생각하려고 했던 것이 바로 그거였다. 다른 모 대원도 다리 폭파 임무를 수행해서 성공했었다. 카스티요! 그 쿠바 족제비 같은 녀석 말이다. 분명 그 녀석은 이런 일이 생길 걸 미리 알고 NKP 브라이트 라이트 임무를 맡아 쏙 빠져나갔을 것이다. 녀석을 좀 손봐주고, 사이공에 녀석이 필요하다고 보고해야 했다. 이번 목표에 관심이 쏠려 있는 만큼, 녀석이 어떤 꿀 빠는 자리에 숨어 있든 강제로 끌어낼 수 있을 것이었다. 세부 내용들까지 기억해 내려 했지만 도통 기억이 나지 않았다. 결국 나는 쿡과 맥을 불러 모았고, 우리는 각자의 기억을 더듬어 전말을 완성해 나갔다.


사실 정말 훌륭한 임무였다. 영리하고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필요하다면 쿠바인 한두 명을 사지로 밀어 넣으면 됐다. 그 임무의 목표는 '우리가 절대 가서는 안 되는 그 나라'의 국경 너머, 트레일의 병목 지점에 있는 대나무와 목재, 돌로 만들어진 다리 구조물을 날려버리는 것이었다. 그들은 핑크 팀의 엄호를 받으며 도로와 평행하게 이동했고, 로치 헬기는 카스티요의 머리 바로 위에서 그들을 지켜줬다. 그 녀석 성격상 아마 스키드에 매달렸거나 파일럿의 고환에 줄이라도 묶어서 옆에 꼭 붙여놨을 것이다. 이야기가 샜으니 다시 본론으로 들어가겠다. 그들은 다리로 달려가 배낭에 미리 조립해 둔 폭약을 설치했다. 적절한 위치에 놓기만 하면 됐다.


핑크 팀이 구경꾼들을 제압하는 동안 카스티요의 팀은 배낭을 던져두고 비전기식 시한 신관을 점화했다. 이를 통해 그들은 다리가 날아가기 전에 철수 지점까지 이동할 시간을 벌었다. 게다가 녀석은 벙커 중 하나에 흑색 심리전 물품까지 남겨두고 왔다. 이는 사이공에서 인쇄된 것들로, 월맹 방언으로 작성되어 있고, 종이 질과 승전 기념우표까지 완벽한 데다, 심지어 하노이에서만 살 수 있는 싸구려 향수 냄새까지 풍기는 물건이었다. 내용은 대략 이랬다. 응우옌 녀석의 여자 친구가 편지를 보내, "당신이 너무 오랫동안 자리를 비운 탓에 나는 인민 공동체 45호(월맹군의 바타 군화를 만드는 곳)에 다니는 '호'라는 남자와 눈이 맞았다. 그는 당 관료인 아버지 덕분에 징집을 면제받았고, 밤마다 나를 만족시켜 주고 있다. 그는 제국주의자의 앞잡이들과 싸우러 간 모든 남자들의 여자들도 건드리고 다닌다"라는 내용이었다. 


이는 월맹군의 사기를 꺾기 위해 고안된 것이었다. ASA의 심리전 전문가 녀석들이 보내준 정보에 따르면, 통신 감청 결과 자기 여자 친구가 바람을 피우는지 확인하려던 녀석들이 있었고, 어떤 대대는 이 선전물 때문에 폭동이 일어나 정치 장교가 살해당하기도 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보병 인력 충원을 막기 위해 ASA 녀석들이 지어낸 이야기가 아닌가 싶었다.


카스티요는 그 성공적인 임무의 마무리로 이 편지를 남겨두고 온 것이었다. 그리고 핑크 팀을 이용한다는 아이디어는 이번에도 먹힐 것 같았다. 때문에 우리는 연료 탑재량 문제를 두고 코비와 논의했다. 아슬아슬하긴 했지만 우리에게 우위를 가져다줄 것이었다. 나는 여전히 '파멸의 팔'을 뻗어 숨어 있는 카스티요 녀석을 끌고 오고 싶었다. 녀석은 우리 동료니까 말이다. 친구 좋다는 게 뭐겠는가?


낮은 빠르게 지나갔고 밤은 더 빨리 흘러, 마침내 결전의 날 새벽이 밝았다. 한 팀은 우리의 브라이트 라이트 팀을 맡고, 다른 팀은 격추되는 항공기를 구조할 것이었다. 우리가 퍼부을 타격이 워낙 강력해서 조직적인 저항이 없기를 바랄 뿐이었다. 항공 자산들이 엔진을 가동하자 우리도 장비를 갖추고 헬기에 탑승했다. 동쪽에서 장밋빛 여명이 밝아오기 시작하는 아름다운 날이었다. 타이밍 좋게 코비는 이미 상공에서 선회 지점 위로 폭격기와 전투기들을 집결시키고 있었다. 그 교량 주변에 있는 놈들에겐 이제 30분간의 생지옥이 펼쳐질 것이다. 우리가 선회 지점에 도착할 때쯤이면, 실제 투입까지는 몇 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일 것이다.


우리는 깃대 위를 날아갔다. DMZ에 있는 아주 높은 깃대인데, 월맹 깃발이 펄럭이고 있었다. 이는 놈들의 저항 의지를 보여주는 또 다른 선전물이었다. 세상 모든 비행사들이 저 깃대 위를 날아다니며 총격을 가하고, 폭,탄을 투하하여 깃대를 쓰러뜨리려 애썼다. 몇 번 넘어지긴 했지만, 며칠이면 다시 세워지곤 했다. 언젠가 여기 다시 오면 저 깃대가 우리 목표가 될 것이다. 저 깃대를 날려버리고, 잔해 사진을 찍고, 깃발 조각을 챙겨온다면, 삼중 국경 지대에 있는 모든 비행사들에게 그 깃발 조각을 계속해서 팔아치워 수백만 달러를 벌 수 있을 것이었다. 또한 다낭에 있는 필리핀 기술자들에게 의뢰해 멋진 기념패를 디자인하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중앙에 깃발 조각이 있고, 벨벳에 깃대 파괴 장면을 재현한 멋진 기념패 말이다. 개당 500달러에 팔아도 불티나게 팔릴 것이다. 게다가 깃발이 크니 아마 5~6천 개는 만들 수 있을 것이었다. 자, 5천 개에 개당 500달러면 250만 달러....


"이봐, 이제 진입 준비 중이야!" 헤드셋 너머로 도어거너가 소리쳤다. 이에 내 정신이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헬기가 하강하기 시작하자, 협곡 양쪽이 연기가 자욱한 폐허로 변한 것이 보였다. 하지만 다리는 여전히 서 있었다.


코비가 폭격기들이 섣불리 교량을 폭격하지 못하도록 막느라 애를 먹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가벼운 대공 사격이 날아 오고 있었지만, 산발적인 수준이었다. F-4 팬텀 두 대가 교량 오른쪽 위를 쏜살같이 지나갔다. 은색 네이팜탄이 투하되는 것이 보였고, 곧 지옥의 입구를 들여다보는 것 같은 광경이 펼쳐졌다. 왼쪽 편에서는 굉음과 함께 충격파가 발생했다. 250파운드 및 500파운드 폭,탄들이거나, 아니면 벙커에 가스 폭,탄을 투하한 모양이었다. 우리는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는 첫 번째 봉우리의 정상에 다다랐다. 나를 포함한 우리 용감한 팀의 절반이 여기서 내려 첫 번째 비컨을 설치할 것이다. 두 번째 비컨 설치 지점은 능선을 따라 약 200m 더 높은 곳이었다. 만약 공격이나 압박을 받는다면, 우리는 맥이 있는 위쪽으로 싸우며 올라갈 것이었다. 맥에겐 두 명의 대원이 더 있었고, 지원 사격을 해줄 M-60 기관총 두 정도 있었다.


하늘엔 몽골군을 막아내고도 남을 만큼의 항공 자산들이 떠 있었다. 오늘 아침 월남에 있는 모든 파일럿들이 무장을 하고 출격한 것 같았다. 항공기들이 어찌나 많은지, 저 사이에 사진이나 찍으러 온 관광객들을 가득 태운 에어 느억맘 비행기까지 끼어 있을지도 모를 지경이었다.


해군 항공기 두 대가 협곡을 따라 회피 기동을 하며 하강하자, 곧이어 쌍열 37mm 대공포가 그들을 향해 사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제트기 위로 연기구름이 생겨나는 게 보였는데, 적들이 신관 너무 길게 설정한 모양이었다. 그러다 암벽에서 연이은 폭발이 일어났는데, 응우옌 녀석들이 신관을 충격식으로 바꿨다가 기체를 맞히지 못하고 벽을 맞힌 것이었다. 제트기들이 폭,탄을 투하했지만, 목표를 지나쳐버렸다.


지상에 내리자마자 나는 마법의 상자를 꺼내 전파가 잘 방출될 만한 곳에 놓고 전원을 켰다. 맥에게 준비가 됐다고 알렸고, 잠시 후 그가 코비에게 "문이 열렸고, 잠금도 해제됐다"고 보고하는 것이 들렸다. 이제 우리는 그저 기다리기만 하면 됐다. 스마트 폭,탄을 실은 녀석들이 올 때까지 버티기만 하면 됐다.


협곡 건너편에서 제압 사격이 조금씩 날아오고 있었다. 서서히 영점을 맞추고 있었기에 곧 성가신 수준을 넘어설 것이었다. 12.5mm 기관총이 '펑펑'거리는 굵고 낮은 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총탄이 지면으로 날아들기 시작하자 우리는 몸을 숨길 구덩이를 찾았다. 기관총을 쏴대고 있는 저놈들은 버스만큼 큰 배짱을 가진 게 분명했다. 놈들이 있는 강 건너편은 패스트 무버들이 온갖 무장을 쏟아붓고, 심지어 네이팜탄까지 투하된 곳이었다. 온통 검게 타고, 연기가 자욱한데도, 저 녀석들은 여전히 싸울 의지가 남아 있었다. 저 정도면 하노이에서 6주간 휴가를 보내줘야 했다. 내가 맥주랑 여자들까지 사줄 용의가 있었다.


우리는 코비와 교신하여 기관총의 위치를 알려주었다. 코비가 날아와 백린 로켓 한 발을 발사했고, 곧바로 패스트 무버들이 해당 위치에 폭,탄을 쏟아붓고 사라졌다. 하지만 다시 '쿵, 쿵, 쿵' 하는소리와 함께 기관총이 다시 사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다음은 거대한 프로펠러 전투기인 A1-E 두 대의 차례였다. 그들은 하강하며 기총소사를 퍼부었다. 세상에, 표적 주변의 산비탈을 완전히 갈아엎고 있었다. 그러고는 폭,탄을 투하하고 기수를 올려 빠져나갔다. 허나 그 기관총은 정말 절묘한 위치에 있었다. 협곡이 워낙 구불구불한 데다, 사수가 낮은 곳에 위치해 있어서, 폭,탄들이 죄다 양옆이나 위쪽으로 비껴 나갔다.


잠깐, 기관총은 한 개가 아니라 두 개였다. 협곡에서 울려오는 메아리가 달랐다. 만약 놈들이 4연장 대공포를 설치했다면 항공기들을 격추시키는 데 성공했을 것이다. 실제로 몇몇 항공기가 놈들을 공격하려다 피격을 당했다. 그때 코비가 맥에게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패스트 무버 편대 하나가 기지로 돌아가는데, 피격당하지 않은 한 대가 배면 비행을 하며 남은 폭,탄을 다 쏟아붓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폭격 준비에 들어간 상태였다. 폭,탄을 비우려고 무슨 화려한 '곡예비행'을 보여줄 모양인 것 같았다. 성공하면 다행이고, 실패하면 윙맨과 함께 기지로 돌아갈 것이다. 그가 루프 기동을 하며 진입하는 게 보였지만, 나는 우리에게 즉각적인 위험이 될 만한 게 있는지 살피느라 바빴다. 다시 51구경 기관총의 '쿵, 쿵, 쿵'하는 소리가 들렸다. 경사면의 흙과 자갈이 튀어 오르기 시작하더니, 마지막 탄환이 내 바로 뒤편에 있는 바위에 맞고 튕겨 나갔다. 젠장, 너무 가까웠다. 산 위쪽 어딘가에 사격을 지시하는 관측병이 있는 게 분명했다.


이 기관총은 점점 골칫거리가 되어가고 있었다. 우리가 철수할 때쯤에는 정말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었다. 그때 코비가 "F-111 편대가 진입 중이니 관측하라"고 말했다. 관측? 뭘 관측하라는 거지? 다리의 1/3 정도밖에 볼 수 없는데 말이다. '다리 전문가'인 카스티요가 여기 있었다면 좋았을 것이다. 관측 요령이라도 알려줬을 텐데 말이다.


항공기들이 여전히 적 기관총을 폭격하려 애쓰고 있을 때, 코비가 "적들이 남쪽 능선을 타고 우리 쪽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알려왔다. 이 위로 오고 있다고? 내가 무슨 짓을 했다고 그러는 건데? 안 돼, 안 돼, 안 돼, 저리로 가서 저 멋진 비행기들한테나 총을 쏘란 말이다.


공군 녀석들은 꼭 이렇게 늦었다. 아마 출발하기 전에 페디큐어나 받고 카푸치노라도 한 잔 더 마시느라 남의 하루를 망치러 오는 게 늦어진 모양이었다. 녀석들이 마침내 도착하면 나까지 총을 몇 발 쏴버릴지도 몰랐다. 그러자 신호라도 받은 듯 녀석들이 나타났다. 모두 지면에 낮게 붙은 채, 치명적인 기세를 뿜어내며, 마치 누군가 줄로 조종하는 듯이 정교하게 날아왔다. 코비가 '핫 피클'이나 뭐 그런 신호를 보내자, 작고 검은 물체가 기체에서 분리되어 우아한 곡선을 그리며 떨어지더니 곧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엄청난 폭발이 일어났다. 협곡에서 거대한 물기둥이 솟구쳐 우리 머리 위로 쏟아졌다. 돌덩이와 파편들이 비처럼 내렸다. 동시에 '퍽' 하는 묵직한 소리가 들렸고, 나는 커다란 파편이 누군가를 덮친 건가 싶어 그쪽을 돌아보았다. 내 발치에서 5피트도 안 되는 곳에 거대한 개구리 한 마리가 떨어져 있었다. 내가 명문가 여자와 데이트할 확률보다 더 확실하게 죽어있었다. 새들이 먹이로 삼는 작고 앙증맞은 개구리가 아니었다. 메기를 애피타이저로 잡아먹을 법한 미시시피강 황소개구리처럼 생겼다.


폭발음 때문에 귀가 먹먹했다. 코비가 "무엇이 보이냐"고 묻는 소리가 겨우 들렸다. 이에 맥이 남부 억양으로 보고했다. "물살이 소용돌이치는 건 보이지만, 놈들이 매우 솜씨 좋은 기술자들을 둬서 순식간에 재건한 게 아닌 이상... 다리는 맞지 않았다". 다리는 여전히 서 있었다. 환각이 아니었다. 이 협곡에 쏟아부은 쇳덩이만 합쳐도 댐을 쌓았을 텐데 말이다.


우리는 이제 철수해야 했다. 이 극비 소형 비컨으로 다리를 맞히려면 조정이 좀 필요하다는 게 자명해졌다. 그리고 여기는 그런 작업을 할 장소가 아니었다. 당장 여기서 나가야 했다. 코비가 SPAD들이 우리 아래쪽 경사면을 쓸어버리게 하겠다고 말했고, 그사이 패스트 무버 편대가 기관총 진지로 다시 한번 폭격을 가했다. 커다란 굉음이 들리더니 기관총 총성이 멈췄다. 이어서 SPAD 두 대가 날아와 내 아래쪽 경사면에 집속탄을 투하했다. 바로 이거지. 내가 손 하나 까딱 안 하고 헬기 타고 철수할 수 있게 모든 무장을 다 쏟아부으라고.


그 꾀병쟁이 쿠바 녀석 같은 교량 전문가를 보냈어야 했다. 그랬다면 폭약이 가득 든 배낭을 메고 내려가서 교량을 다음 달까지 못 쓰게 날려버리고, 보너스로 '이별 편지'와 성인 잡지 몇 권을 뿌려두고 왔을 텐데 말이다. 돈도 아꼈을 것이다. 돌아가면 그렇게 건의할 생각이었다.


헬기들이 플레어를 하며 진입했고, 우리들은 빛의 속도로 올라탔다. 우리는 한계 속도까지 비행하며 DMZ를 가로질러 빠져나왔다. 그 깃대가 다시 보였다. 맥과 내가 로프를 매달고 내려가서 볼트 커터로 저걸 끊어올 수 있을 것 같았다. 우리는 발진기지로 복귀했고, 임무는 종료되었다. 본부에서는 우리가 이 비컨들을 가지고 다낭으로 돌아가야 할 거라고 말했다. 당연히 그렇겠지. 분명 누군가에게 책임을 물으려 할 텐데, 우리가 그 독박을 쓰기에 딱 좋은 호구들이었다. 때문에 나는 작동 매뉴얼을 통째로 외워버리기로 했다. 그러면 지금은 기억도 안 나는 것들, 예를 들어 내가 뭘 했는지 등을 아는 척할 수 있을 것이었다.


카스티요 같은 녀석이 한두 명 필요한 또 다른 이유가 이거였다. 그들은 일종의 소모품이었다. 녀석의 아버지가 공군 소속이니 녀석은 아마 전출이나 갈 것이다. 하지만 맥과 나 같은 녀석들은 언젠가 임무에 내보내 놓고는 다시는 데리러 오지 않을지도 몰랐다.


전반적으로 이번 임무는 꽤 괜찮았다. 사망자도 없었고, 파편상 몇 개 외에는 부상자도 없었다. 그 빌어먹을 개구리라도 가져올 걸 그랬다. 거의 개만 한 크기였다. 뭐, 가져왔어도 소용없었을 것이다. 돌아오는 길에 몽타냐드들이 다 먹어 치웠을 테니까 말이다. 사실 쿠만은 내가 그 개구리를 줍지 않아서 잔뜩 화가 나 있었다. 그는 "멍청한 세당족 녀석이라도 그런 별미는 챙겼을 것"이라며 나를 나무랐다. 우리가 목숨 걸고 싸운 상황도 아니었으니까 말이다. 다음번에는 꼭 기억하기로 했다. 대원들이 내가 눈치가 없다고 생각하는 건 원치 않았다.


오늘 밤에는 또 무슨 사고를 쳐볼까? 쿡을 간호사들에게 노리개로 팔아넘겨 볼까 싶었다. 꽤 돈이 될 테니까 말이다.




그놈의 카스티요가 수행한 임무에 관해서는 아래의 링크 참고 바람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warriorplatform&no=664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