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전문하사로 처음 임관했던 부대 영내 BEQ는 정말 옛날에 쓰던 1층짜리 작은 독립 구형 막사를 엉성하게 개조해서 만든 곳이였음.
개조한지도 정말 오래되서 벽은 곰팡이 천지고 벽지는 반쯤 내려와있고 천장에 붙어있는 텍스는 군데군데 구멍이 뚫려있어서
쥐와 곱등이가 가끔 떨어졌음. 화장실과 샤워장은 공용으로 사용하고 방마다 2명에서 3명정도 생활하는데 유일하게 존재하는 1인실은 가장 왕고인 BEQ장이 사용했음. 각 방마다 있는 도어락은 고장난지 오래고 멀쩡하더라도 건전지를 다 빼놨었는데 왜 못쓰게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암튼 분위기가 그랬음 당연히 후임들이 선임들 방에 맘대로 들어갈순 없지만 반대로 선임들은 후임들방에 불쑥불쑥 맘대로 들어감. 원래는 처음오는 간부들은 다 여기서 생활했었지만
주임원사가 장교들은 다 영외에 있는 군인아파트로 내보내고 어느샌가 부사관들만 지냈는데 아마 그래서인지 부조리가 좀 심했음
억울하고 좆같은일도 많았지만 돌이켜보면 추억이 가장 많은곳도 그 숙소였는데 그때 겪었던 일들 몇개 풀어보려고 함.

1. 사람들이 옷을 안입고 다님. 빤쓰만 입고 다닌다는 뜻이 아니라 그냥 샤워하러 갈때나 그냥 자기방에 있다가도 알몸으로 복도를 돌아다님 처음 볼때는 진짜 충격이였는데 나중가면 적응되서 고추 덜렁거리면서 내 방문 불쑥 열어도 오셨습니까 하면서 아무 생각도 안듬 당연히 짬찌는 못한다 중사(진) 정도 되야지 할수 있는데 그러고 싶은 맘도 없었음

2. 흡연은 순전히 지 자유임 본인 방에서 펴도 되고 나가서 펴도 되는데 진짜 문제는 지 방에서는 피기 싫고 밖에 나가기도 귀찮아하는 새끼들임. 그럼 어디가겠냐? 후임 방에 갑자기 들어가서 담배에 불 붙이는거임. 잘 쉬고 있다가 갑자기 선임들어와서 흡연하면 벌떡 일어나서 말동무 해줘야 하는데 이런새끼들 특징이 말이 또 존나게 많아서 그자리에서 연속으로 3개피는 펴야지 돌아감

3. 저녁식사는 무조건 함께 해야함. 혼자 영내급식 신청해서 식당에서 먹는다?? 공동체 생활을 저해하는 악동분자임.
항상 왕고가 좋아하는 메뉴를 배달시켜서 막내방에 술상펴놓고 먹어야하는데 나때 왕고는 묵은지김치찜을 너무나 좋아해서 6개월동안 애미뒤진묵은지김치찜을 먹어야했음. 그때 너무 많이먹고 물려서 10년이 지났는데도 아직도 묵은지김치찜 안먹어
한가지 좋은점은 후임한테는 절대 돈 쓰게 안했다는거임
쓰레기같은 새끼들이여도 선임으로서의 가오는 살아있어서 곧죽어도 자기들끼리 모아서 돈내지 후임은 시다짓만 하면 됐음

4. 난 거기서 지내다가 쥐는 3마리를 잡아봤고 어느날은 자고 있는데 뭔가 내 얼굴을 쓸어내리는 기분인거야 잠결에 손으로 툭 쳐내고 불켰는데 방바닥에 곱등이 있더라ㅅㅂ;;;; 진짜 기분 좆같고 잠 다깼음

5. 아까 저녁식사는 함께 해야한다고 했는데 진짜 어쩌다가 같이 먹지 않는날이 생겨도 술자리 치우는건 후임이 해야함. 난 진짜 이럴줄은 몰랐는데 그날따라 몸이 안좋아서 저녁 진짜 못먹겠다고 하고 걍 자고 있는데 00시쯤 깨우더니 뒷처리 하라고 하더라

6. 밤에 깨우는 경우가 또 있는데 바로 담배심부름임
위병소 나가서 5분쯤 걸어가면 허름한 편의점 하나 있는데 밤이고 낮이고 자기들 담배 떨어지면 전화걸어서 담배 사오게함
근데 그냥 담배만 사오게는 안하고 나 먹고싶은것도 고르라고 해서
이것저것 골라서 몇개는 그 선임주고 나머지는 내방 가져오고 다시 잠

7. 샤워장과 화장실은 공용으로 사용한다고 했는데 청소는 당연히 막내들이 함. 매일 하는건 아니고 주에 한번이였는데 코로나 이전에는 나같은 짬찌새끼들이 3박4일을 초과하는 휴가를 쓴다는것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였음 알다시피 주말에는 연가소모가 안되잖아 그럼 항상 휴가가 목금토일 또는 토일월화 였으니까 수요일에는 무조건 부대에 있다는거 아니야 그래서 매주 수요일은 청소하는 날이였음. 물론 미흡하면 뒤지게 혼남
샤워장 앞에 세탁기 있는데 이새끼들이 넣는건 지들이 하는데 회수하는건 막내들이 해야했음

8. 주임원사가 툭하면 영내간부들을 집합시켰는데 내가 겪어본 가장 황당한 사유는 주임원사가 부대 순찰을 돌다가 어쩌다보니 영내숙소로 발길이 닿았는데 무심코 문고리를 돌려보니 아 문이 안잠겨 있더라 문이 안잠겨 있길래 할수없이 슥 들어가봤더니 아니 방 청소가 안되어있더라 이러면서 영내간부들 다 집합시켜가지고 갈궜음

난 거기서 지낸지 2년밖에 안됐는데 오래 산 사람은 6년까지 있었다더라 연대 내에서 영내숙소가 있는 부대는 우리 대대밖에 없었는데 나머지 대대간부들은 다 영외아파트로 나가고 그나마 우리부대에 떨어지는 공실은 다 장교들로 채우니까 부사관들은 항상 영내에 살아야했음. 진짜 좆같고 억울하고 가끔 혼자 울기도 했는데
그러면서도 서로 정이 있고 끈끈한 느낌이 가장 많이 든건 또 그 영내숙소였음 아직까지 자주 연락하는 선임도 있고 뭐하고 있는지 궁금하지도 않는 선임도 있는데 다시 거기로 들아가라면 난 아마 못갈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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