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레이드 임무를 부여받았다. 보통 이런 임무는 로저스 레인저나 코만도식 작전, 숲속의 인디언처럼 어릴 때부터 동경해 온 이미지들을 떠올리게 했기에 대원들에게 일종의 위안을 주곤 했다. 하지만 우리가 여기서 얻을 수 있는 유일한 위안은 훈련을 위해 2주간의 시간을 벌었다는 사실뿐이었다. 그 말은 2주 동안은 임무 수행 명단에 오르지 않을 거라는 뜻이고, 심장이 입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은 공포 속에서 총 맞을 걱정 없이 지낼 수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훈련이 시작되었다. 최근 우리는 신형 RPG-7 몇 정을 지급받았고, 그것들을 연습해 볼 계획이었다. 해병대가 시 북서쪽에 있는 자신들의 사격장과 주변 시설을 우리에게 빌려주기로 했다. 그들이 월남군 해병대와 공동으로 사용하는 사격 시설을 빌림으로써, 우리는 모든 화기들을 마음껏 쏠 수 있는 충분한 공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
사격장에는 수많은 병사들을 거느린 부사관 몇 명과 그에 상응하는 수의 월남군 해병대원들이 있었다. 해병대는 자신들의 전통과 자부심, 기술을 월남 카운터파트들에게 전수할 줄 아는 유일한 집단처럼 보였다. 사실 월남 해병대원과 미 해병대원은 상호 교환 가능한 부품과도 같았다. 물론 이러한 월남화 성공 사례가 그들뿐만은 아니었다. 우리에게는 몽타냐드들이라는 복사판이 있으니까 말이다. 해병대의 슬로건이 '소수 정예, 강한 해병'이라면, 우리들의 기괴한 유랑극단은 '기상천외, 광기, 중무장'에 가까웠다.
우리가 각종 장비와 탄약을 하역하던 중, 부사관들은 마치 우리가 하찮은 쓰레기라도 되는 양 쳐다보았다. 아마 이전에 미군 고문과 함께 온 월남군들을 보며 경멸감을 느꼈던 모양인데, 이해는 갔다. 하지만 짐을 다 내릴 때쯤, 나는 두 부사관들이 우리가 가져온 무기의 종류와 상태, 개조된 형태, 그리고 그 엄청난 수량을 보며 눈빛이 바뀌는 걸 보았다.
우리는 3개 팀, 약 30명 정도였지만, 3개 중대 분량의 탄약과 무기를 가져왔다. 사격장 이용을 돕기 위해 해병대원들이 나와 있었다. 우리는 두 부사관들에게 표적은 우리가 직접 설치하겠다고 말했고, 그들은 우리에게 사격장 배치가 어떻게 되어 있는지 알려주었다. 참 기특한 녀석들이었다. 해병대는 여전히 사격술을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소총 사격장뿐만 아니라 폐차 및 벙커를 표적으로 둔 M-79 및 대전차화기 사격장도 갖추고 있었다. 또한 106mm 무반동총과 박격포 사격장도 있었다. 우리에게는 그 모든 게 필요했다.
해병대 부사관들은 마땅치 않아 하는 기색이었지만, '본부에서 사격장 사용을 허가했으니 사로 밖의 것들만 쏘지 않는다면 자기들 방식대로 하게 두자'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우리는 실루엣 표적을 설치하는 간단한 작업부터 시작했다. 그러고는 대원들끼리 가볍게 손발을 맞춘 뒤, 우리는 평소의 선형 대형에서 전방, 후방, 양측면 IA 드릴을 시작했다.
해병대도 이 훈련을 알고 있었지만, 해군이 총탄 한 발 한 발에 인색하기 때문인지 규모가 작았다. 해군은 그렇게 함으로써 하얀 리넨을 사고, 필리핀인 식당 관리인을 고용해 해군 상류층의 품위를 유지했다. 물론 여기에 해군 파일럿들은 해당되지 않았다. 사생아 같은 놈들이란 것과 계산자를 쓸 줄 안다는 점만 빼면 그린베레가 됐거나, 적어도 마음만은 정직한 해병이 되었어야 할 이들이었다. 우리가 본격적으로 팀 훈련을 시작하자, 마치 2개 중대가 교전을 벌이는 듯한 굉음이 울려 퍼졌다. 우리에겐 탄약 사용 제한이 전혀 없었다. 사실 탄약을 너무 많이 가져와서 트럭 한 대가 추가로 불러야 했을 정도였고, 우리가 타고 온 트럭에도 탄약이 가득했다.
우리의 다음 '대죄'는 소총 사격장에서 소총만 쏘는 게 아니라 소드 오프 M-60, 러시아제 RPD, M-79 유탄발사기, 산탄총, 권총을 쏴대며, 동시에 수류탄까지 던진 것이었다. 이것이 우리가 적과의 접촉을 끊고, 응우옌 녀석들을 뭉개버린 뒤 현장을 빠져나가는 방식이었다. 그 두 해병대 부사관들도 인정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들은 곧 존중 어린 용인과 진심 어린 흥미를 보이기 시작했다.
나머지 해병대원들은 '와아아, 상사님...'하는 표정으로 멍하니 서 있었다. 우리는 각 팀당 4~5번의 IA 드릴을 마치고 트럭으로 돌아와 탄약을 재장전했다. 총질로 아무리 오래 먹고살았어도, 연사로 총을 갈겨대며 손안에서 그 생생함을 느끼고 그 굉음을 듣는 것은 내면의 어린아이를 즐겁게 하는 짜릿함이 있었다.
우리는 탄약 상자를 더 뜯어 수류탄과 온갖 이국적인 무기들을 꺼냈고, 본격적인 훈련 전에 한 번 더 갈겨보기로 했다. 그때 두 부사관들이 슬그머니 다가와서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탄약과 무기 더미를 훑어보며 정중하게 이것저것 물었다. 나도 오랫동안 부사관이었고, 물건을 슬쩍하는 데는 더 일가견이 있는지라, 저들이 지금 이용료 차원에서 챙겨갈 물건들을 정찰 중이라는 걸 바로 눈치챘다. 장비들은 차고 넘쳤기에 나눠주는 건 일도 아니었지만, 나는 두 사람을 불러내어 '현지 대원들이 장비 분실에 무지 민감하다'고 귀띔해 주었다. 이 말을 정중하게 번역하자면, 칼이나 총, 장신구 같은 게 없어지면 저들은 월남군의 소행으로 생각하고 그들을 죽여버릴지도 모른다는 뜻이었다. 몽타냐드는 도둑질을 하지 않았다. 몽타냐드 마을에 100달러짜리 지폐를 두고 오면, 주인을 찾아 돌려주려고 전령을 보내고, 정 안 되면 다른 미군에게라도 돌려준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였다. 그들은 우리를 자신들과 같은 하나의 부족 연맹체로 여겼다. 다행히 두 부사관들은 내 말을 알아들었다. 도둑놈이라고 부르지 않으면서 어떤 절도 행위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정중한 경고를 보낸 것이었다. 월남군을 핑계 삼은 이런 부사관 사이의 예법은 장교들이 이해하기엔 너무 복잡했다. 그들이라면 아마 서면으로나 해결하려고 들 것이다.
해병들은 이국적인 무기에 매료되었다. 마침 휴식 시간이었기에 나는 그들에게 원한다면 뭐든 쏴보라고 말했다. 나는 내 CAR-15를 빌려주고는 RPD, 소드 오프 M-60, 소드 오프 M-79를 가져왔다. 각 무기에 맞는 탄약을 산더미처럼 쌓아주고는 마음껏 갈겨보라고 했다.
보통의 정중한 예법이라면 연사 한두 번 할 정도의 탄약과 유탄 몇 발을 주는 게 고작이겠지만, 나는 아예 탄약 더미를 가리키며 즐겨보라고 말했다. 덕분에 두 부사관들은 신나게 총질을 할 수 있었고, 병사들 앞에서도 위신을 세울 수 있었다. 이건 아주 중요한 부사관들 간의 정치술이었다. 여기에 덤으로 우리는 CAR-15 몇 정을 더 건네주며, 병사들이나 월남군 해병대원들 중에 쏴보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그러라고 했다. 우리는 30분 정도 쉬기로 했다. 날이 너무 더웠다.
눈치가 느린 사람들을 위해 설명하자면, 이 행동은 그 부사관들에게 주도권을 쥐여준 것이었다. 우리는 동등한 관계가 되었고, 우리 장비를 빌려줌으로써 우리는 '한패'가 되었다. 이제 그들은 자격이 있다고 생각되는 병사들에게 그 특권을 하사할 수 있게 되었다. 이건 전형적인 거친 남자들의 서열 정리 같은 것이었다. 매우 강력한 테스토스테론과 원시적인 언어가 오가는, 일종의 영역 표시를 위한 냄새 맡기와 비슷한 것이었다. 부사관 계급장 단 알파 메일들의 생리는 여자나 장교들이 이해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었다.
나는 팀원들에게 돌아갔고, 맥이 헤이건 중위와 함께 걸어왔다. 그들은 해병 부사관들에게 소드 오프 M-79에 대한 몇 가지 조언을 해주고는 다시 사라졌다. 우리는 트럭 그늘에 앉아 물을 마시며 열을 식히고 다음 훈련 단계를 계획했다. 이제 벙커와 폐차를 표적으로 삼아 일반 M-60, RPG, 미니 박격포를 사용하는 지원 사격 훈련을 할 것이었다. 그다음엔 팀 단위로 '지원 사격을 동반한 사격 및 기동'과 '엄호하 돌격 훈련'을 하며 화력 전환(lifting and shifting fire) 연습을 할 예정이었다. 해병대원들이 체험 사격을 거의 마칠 때쯤, 우리는 훈련을 시작할 준비를 했다. '선별된' 월남군 해병대원들과 미 해병대원들도 우리 무기를 직접 다뤄본 뒤였다. 이 무기들은 당분간 쓸 일이 없을 테니, 일단 기름칠을 해두고 다른 장비들로 넘어가기로 했다. 해병대원들이 총을 닦아주겠다고 제안했지만, 그건 절대 안 될 일이었다. 우리는 우리 장비를 스스로 손질했다. 이 무기들은 우리의 목숨이나 다름없었다. CAR-15 탄창 10~15개 정도 쏘게 해주는 건 괜찮지만, 이 괴물을 분해하고, 닦고, 재조립하는 것은 반드시 내 손으로 해야 했다.
우리는 사로에 섰고, 5~6정의 RPG-2와 그와 비슷한 수의 더 큰 RPG-7을 준비했다. RPG는 로켓 추진 유탄으로, 탱크 킬러이자 벙커 버스터이며, 적을 기절시키고 충격을 주며 살상하기 때문에 공격이나 방어 모두에 탁월했다. 그 거대한 88mm 탄두가 터지면 누구든 숨을 구멍부터 찾게 될 것이었다. 구형 로켓(RPG-2)은 네 부분으로 나뉘었다. 맨 앞에 풋볼 공 크기의 탄두가 있고, 탄두 바닥과 로켓 모터 사이에 가스 캡처럼 생긴 은색 신관이 들어갔으며, 그다음은 로켓 모터, 그리고 모터 바닥에 나사처럼 끼우는 추진체가 있었다. 로켓은 날개로 안정화되는 방식이었다. 모터 아래쪽에 4~6개의 날개가 있는데, 펼쳐져 있다면 손으로 비틀어 넣으며 발사관에 밀어 넣으면 됐다. 대개 발사 시 떨어져 나가는 고정 링이 달려 있었다. 발사관은 총구에서 약 20인치 떨어진 곳에 권총 손잡이 모양의 방아쇠 뭉치가 달린 튜브 형태였다. 발사관은 오른손잡이용으로 설계되어 있는데, 발사관 오른쪽에 가스 배출구가 있기 때문이었다. 왼손잡이가 왼쪽 어깨에 대고 쏘았다간, 발사 후 얼굴이 녹아내린 밀랍처럼 변해버릴 것이었다.
신형 모델(RPG-7)은 기본적으로 무반동 화기라는 점에서 구형과 같았지만, 기계식 조준기 대신 거리 측정용 눈금과 온갖 화려한 것들이 달린 광학 조준경이 부착되어 있었다. 발사관 위에는 단단한 플라스틱 방열판들이 덮여 있고, 뒷부분은 가스 분산을 돕기 위해 나팔 모양으로 되어 있었다. 이 로켓 역시 날개 안정화 방식이었는데, 이 날개들은 평소엔 로켓 몸체에 앞쪽으로 접혀 있다가 발사되는 순간 추진력에 의해 뒤로 펼쳐지며 고정됐다.
신형 RPG-7은 탄두도 달랐다. 곧 알게 되겠지만, 구형과는 달리 발사 시 가속도를 받아야 활성화됐다. 우리는 사로에 서서 각자 RPG-2로 벙커와 폐차를 향해 네다섯 발씩 발사했다. 그러고 나서 RPG-7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듣고, 첫 번째 조가 사로로 나갔다. 반동은 없었지만, 발사될 때 엄청난 굉음과 함께 밝은 화염이 뿜어져 나왔고, 로켓은 마치 빛의 속도처럼 빠르게 날아갔다.
누구나 발사 순간 움츠러드는 경향이 있는데, 바로 그 때문에 우리가 여기 온 것이었다. 모두가 이 무기에 익숙해지고 숙달되게 하려는 것이다. 처음 네 명이 발사관을 장전하고 차례대로 발사했다. 그때 RT 캔자스의 신참 하나가 반동을 예상하고 움찔하는 바람에 총구가 살짝 아래로 처졌고, 로켓이 약 30m 앞의 흙바닥에 부딪혔다. 그 순간 추진체가 점화되더니 로켓이 회전하며 우리 쪽으로 곧장 되돌아왔다. 모두가 근처의 엄폐물로 몸을 날렸다. 구멍, 구덩이, 차량 등 눈에 보이는 곳이면 어디든 처박혔다. 나는 오른쪽 참호로 몸을 날렸는데, 지면에 닿기도 전에 몽타냐드 3명과 해병 2명이 내 등을 밟고 지나가 참호 속으로 먼저 들어갔다. 로켓은 내 뒤쪽 약 20m 지점에 떨어졌고, 다시 로켓 모터가 작동하더니 약 70야드 정도를 더 날아가 표적 창고에 명중했다. 엄청난 폭발과 함께 그 창고는 문자 그대로 공중분해 되었고, 종잇조각과 널빤지 파편들이 사방에서 비처럼 쏟아졌다. 세상에, 정말 장관이었다. 내가 몸을 일으키자, 해병대 부사관 한 명도 흙을 털어내며 일어났다.
그는 나를 보고 씩 웃으며 물었다. "비밀 무기입니까?"
"예,"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제 생각엔 해군이 설계한 것 같습니다. 해병대가 도입하지 않으니, 우리가 월맹군들에게 이게 아주 특별한 무기라고 속여서 넘겨줬죠." 말할 필요도 없이 이 소동에 다들 간담이 서늘해졌다. 우리는 무전으로 확인한 끝에, 이 신형 로켓의 신관에 회전식 활성화 시스템이 있고 몇 가지 특이한 '문제점'이 있다는 걸 알아냈다. 문제점이라고? 우리는 결국 이 빌어먹을 무기를 익히느라 두 시간을 더 연습했다. 좋은 무기긴 하지만, 나는 구형인 B-40이 더 좋았다. 이번 레이드 임무에는 둘 다 가져갈 것이었다. 우리는 팀원 중 누가 이 무기를 다루는 데 소질이 있는지 파악했고, 그들이 RPG 전담 사수가 될 것이었다.
다음은 미니 60mm 박격포로 엄호 사격을 하는 연습이었다. 우리는 일반 60mm 박격포의 포신을 짧게 잘라서 포신과 정글용 포판만 들고 다녔다. 더 튼튼한 포판이 필요하면 헬멧에 모래나 진흙을 채워 넣고 포신을 꽂으면 됐다. 몽타냐드들과 우리 대부분은 첫 번째 포탄이 표적에 착탄하기도 전에 세 발을 연달아 쏠 수 있었다. 보통은 기본 장약만 써도 충분했지만, 여기서는 300m 정도를 쏴야 해서 '치즈' 장약을 조절하며 사거리를 맞췄다. 우리는 박격포로 백린탄과 고폭,탄을 발사하고, 기관총과 RPG까지 총동원하여 벙커 몇 개를 완전히 증발시켜 버렸다. 그런 다음 팀원들을 투입해 지원조의 엄호하에 사격 및 기동 훈련을 실시했다. 마지막으로는 지원조가 사격 방향을 전환시키는 가운데, 사격 및 기동을 거쳐 벙커로 돌격하는 연습을 했다. 대원 몇 명이 파편상을 입었지만 경미한 수준이었다.
이게 우리가 훈련하는 방식이었다. 해병대원들은 이 광경을 아주 좋아했다. 우리는 그들이 훈련을 구경하게 놔두다가 중화기를 직접 쏴보게 해줬고, 마지막엔 우리가 본격적인 돌격 훈련을 하는 동안 그들에게 60mm 박격포 사격을 맡겼다. 덕분에 우리 화력반은 돌격 중 추가 화력이 필요한 상황에 대비해 화력을 집중시키는 데 전념할 수 있었다. 훈련은 아주 잘 진행되었다. 1500시쯤 훈련이 마무리됐다. 쿡과 나는 트럭으로 가서 아이스박스를 꺼냈다. 해병들은 우리가 차가운 맥주를 가져올 생각을 했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뭐, 겉으로는 놀란 척했지만 아까 두 부사관들이 '사전 정찰'을 하며 진작에 발견했을 게 뻔했다. 다들 그늘에 앉아 쉬는 동안 우리는 정리 작업을 시작했다. 우리는 해병대원들에게 맥주 한 상자를 줬다. 아마 일과 후에 마실 것이다. 우리가 사격장을 떠나자마자 일과가 끝날 테지만 말이다. 짐을 싣는 동안 두 부사관이 트럭 옆에 서서 미니 수류탄과 미니 CS탄을 갈구하는 듯한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맥과 나는 각각 한 상자씩과 연막탄, 백린탄을 몇 개 내줬고, B-40 한 정과 로켓 20발도 '분실' 처리해 주었다. 이제 진정한 전우가 된 그들은, 나중에 우리가 필요한 게 생기면 무엇이든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부사관 중 한 명이 가끔 네이비씰이 이 사격장에 오는데, 모든 걸 비밀로 부치며 유난을 떤다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뭐, 우리도 씰에 관한 모든 것이 비밀이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게다가 총 든 수병이라는 개념 자체가 근본적으로 결함이 있다는 데도 동의했다. 수병들은 스패너나 휘두르는 부류의 인간들이었다. 그들은 바다라는 커다란 푸른 욕조에서 폭스바겐 크기만 한 포탄을 쏘아대는 거대한 강철 배를 타고 다니며, 상대편 녀석들을 고철과 물고기 밥으로 만들어버리는 존재였다. 그들은 육상전의 미학을 이해하지 못하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었다. 그들은 바다 생물이니까 말이다. 그래서 씰이 모든 걸 비밀로 하는 것이었다. 자기들도 뭐가 뭔지 파악하느라 바쁘기 때문이다. 나에겐 언제나 해병대가 최고였다. 최소한 그들은 '소총수'니까 말이다. 우리는 장비를 싣고 캠프로 돌아갔다.
이번 레이드 임무 계획은 4개 팀을 하나의 소대처럼 운용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스트랩행어들이 추가되고 모두 대규모 팀이었기 때문에, 실제로는 약 50명 규모의 팀이 될 것이었다. 이 정도면 임무를 완수하기에 충분한 규모였다. 또한 포로 확보 임무를 맡을 생포팀에는 추가 인원들이 배치되었다. 우리 모두 미군 포로를 구출하는 임무이기를 바라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아무런 정보도 듣지 못했다. 그저 각 팀 내에 포로 확보를 담당할 인원을 최소 2명씩 편성하도록 하고, 그 외에도 해당 임무만을 전담할 별도의 특별팀을 구성하라는 지시만 받았을 뿐이었다.
캠프로 돌아온 우리들은 각자 무기 및 장비 정비에 들어갔다. 탄약과 화기 일부는 보급창고에 반납하고 나머지는 막사로 가져갔다. 일반 부대라면 경악할 일이었다. 우리 막사 안에는 실수라도 불이 붙었다간 거대한 구덩이가 생겨날 정도의 탄약과 폭발물이 쌓여 있었다. 1968년에 적들이 투척한 배낭 폭,탄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한 적은 있었지만, CCN이 이곳에 주둔한 이래로 그런 사고는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다.
메인스 대위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이번 작전의 총지휘관으로, 일주일 넘게 사이공과 '비밀 대화'를 나눠왔다. 우리는 여전히 목표가 무엇인지, 어떤 종류의 포로인지는 알지 못했지만, 적 사령부를 쳐서 고위 장교를 잡아 오거나 미군 포로를 구출하는 것 중 하나일 거라고 추측했다. 모두가 후자이기를 바라고 있었다. 쌀겨와 바퀴벌레를 먹으며 연명하면서, 햄버거와 예쁜 여자 생각만 하며 언젠가 동료들이 구하러 오기만을 기다려온 불쌍한 전우들을 구해내는 것은 정말 뜻깊은 일일 테니까 말이다.
물론 다른 가능성도 있었다. 빌리 워가 갓 찍어낸 달러 뭉치(월맹군이 남쪽의 요원들에게 달러로 보수를 준다는 보고가 있었다)가 숨겨진 곳을 알아냈고, 우리가 '그 문서(돈다발)'들을 확보하러 가는 것이라는 시나리오였다. 라마는 한술 더 떠서, 래리가 '로우 팻(Low Fat)'이라는 중국인 사채업자에게 빚을 졌고, 우리가 그와의 계약을 파기시키러 가는 것이 아니냐는 농담을 던졌다. 개인적으로는 마지막 가설이 마음에 들었다. 빌리 워는 이미 돈을 충분히 벌고 있었고, 메인스에게 '로우 팻'이라는 숙적이 있다는 설정이 아주 흥미로웠다.
메인스 대위가 내려왔고, 우리는 이번 임무에 투입될 모든 미군 대원들과 회의를 가졌다. 우리는 새벽녘에 다낭 공군기지로 이동해 남쪽의 나트랑으로 향할 예정이었다. 그곳에서 하룻밤 묵은 뒤, LST(전차상륙함)를 타고 혼쩨섬으로 갈 것이었다. 그 섬에는 육군이 COC(Combat Orientation Course/전투 적응 훈련 과정)니 뭐니 하는 프로그램들을 만들어 놓았는데, 새로 온 신병들에게 진짜 교전 지역에 와 있다는 기분을 심어주기 위한 것이었다. 신병들에게 기초를 가르친다는 점에선 괜찮은 곳이지만, 우리가 그곳을 훈련장으로 쓰는 동안에는 모든 시설들이 폐쇄될 것이었다. 메인스 대위와 함께 무인도에서 보내는 낭만적인 며칠이라니. 이건 마치 하룻밤 숙박권을 따냈는데, 알고 보니 동행자가 연쇄 살인범인 격이었다.
나는 예전에 정직하게 먹고 살겠다고 애쓰던 건전한 청년 시절에 COC 과정을 경험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 섬에 대해 기억나는 것들은 상류층들을 유혹할 만한 여행 책자에 실릴 법한 내용은 아니었다. 내가 기억으론 그 섬의 모든 생명체는 한쪽에는 이빨이, 반대쪽에는 침이 달려 있었다. 식물들은 독, 가시, 날카로운 모서리로 무장한 자연의 생체 실험장 같았다. 사람을 퉁퉁 붓게 만드는 풀, 가렵게 만드는 것들, 심지어 체온에 반응해 달려드는 흥미로운 곤충까지 있었다. 아, 정말 재미있겠군. 내가 다른 대원들에게 이 이야기를 해주고 있던 중, 나는 메인스라는 괴물이 나를 다음 희생양으로 점찍은 듯한 눈빛으로 노려보는 걸 눈치챘다. 군중들 사이로 몸을 숨겨야 할 시간이었다. 메인스는 연단 위에 서 있을 때, 즉 입이 움직이고 있을 때면 인내심이라곤 눈곱만큼도 없는 인간이니까 말이다. 우리는 또한 EMMTW(Early Manes Murder Threat Warning, 메인스의 조기 살인 예고 경보)도 받았다. 내용은 뻔했다. 사고 치거나, 술에 취하거나, REMF를 괴롭히거나, 본부 주변을 서성이는 백인 여자를 건드리는 놈은 자기 손에 죽을 줄 알라는 장광설이었다. 그는 범인의 머리를 잘 익은 8월의 토마토처럼 비틀어 떼어내 버리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저 규칙들을 가장 먼저 어길 사람이 저 땅딸보 본인일 확률이 훨씬 높기 때문이었다.
나트랑, 나는 그곳을 사랑했다. 거기 스트리머 바에는 반쯤 단골인 애인이 있었다. 내가 그 동네에 나타나면 그녀는 고객 명단을 제쳐두고 나를 맞아줬다. 그녀는 주로 장교들하고만 놀기 때문에 나름 '사용감'도 적은 편이었다. 그녀는 가슴이 큰 캄보디아-프랑스 혼혈이었다. 키는 5피트 10인치 정도에 칠흑 같은 긴 머리와 녹색 눈을 가졌다. 내 심장은 격렬한 육체 활동에 대한 기대감으로 벌써부터 요동치고 있었다. 그녀는 영어도 거의 완벽했고 유머 감각도 있었다. 우리는 근사한 식당에 가고, 쇼핑도 좀 하고, *마스터스 앤 존슨'의 연구 대상이라도 된 것처럼 미친 듯이 사랑을 나눌 것이었다. 그렇게 3~4일 신나게 놀고 나면 다시 전장으로 돌아가야 했는데, 그게 오히려 신경계에는 덜 자극적일 것이었다.
*인간의 성적 본능에 관한 연구를 했던 연구자들
나트랑에는 '샐리 석 뎀 실리스(Sally Suck 'em Silly's)' 같은 유흥가부터 거대한 불상, 프랑수아 바이 더 씨(Francois by the Sea), R&R 센터 등 온갖 명소가 있었다. 세련되면서도 광기 어린 다문화와, 성욕에 굶주린 미군들이 뒤섞인 묘한 곳이었다. 게다가 우리 같은 패거리들이 떼거지로 몰려다니니 심심할 틈이 없었다. 나트랑의 REMF들은 분명 우리가 이 환상적인 곳에서 머무는 시간을 며칠이 아니라 몇 분 단위로 줄일 방법만 궁리하고 있을 게 뻔했다. 나는 나트랑의 *SFOB를 지나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오해하지 않길 바란다. 거기에도 좋은 친구들은 많지만, SFOB는 그린베레 사령부의 깃대 같은 곳이었다. SOG는 사이공 관할이고 다른 지휘 계통을 가지고 있었기에 우리 사령부는 아니었지만 다른 모든 그린베레 관련 업무들은 나트랑에서 처리되었다.
*Special Forces Operations Base
우리 같은 '씻지도 못하는 하층민'들을 지휘하는 REMF들의 사고방식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A팀 캠프, *MGF 또는 마이크 포스, MACV-SOG 같은 특수 프로젝트에 배치된 그린베레 대원들이었고, 전쟁의 블루칼라 노동자들이었다. 반면 나트랑과 사이공은 모든 서류 작업, 병참, 전략 작전 계획 등을 담당하는 곳이었다.
*Mobile Guerilla Forces, 적진 후방에서 장기적으로 체류하며 사보타주 등을 행하던 부대
결과적으로 몸에 총구멍이 나고 실제 임무를 수행하는 건 우리들이었고, 그들은 우리가 있는 곳으로 전출되지 않기 위해 어떻게든 중요해 보이려고 애쓸 뿐이었다. 나트랑에는 파병을 세 번씩이나 오고도 분노는커녕 두려움과 공포 속에서 총 한 번 쏴본 적 없는 놈들이 수두룩했다. 연약한 얼간이들, 꾀병쟁이들, 끼리끼리 어울리는 고위 장교들로 가득한 곳이었으며, 다들 모두 자기들이 아직 포트 브래그에 있는 줄 알았다.
이러한 얼치기들 중에서도 특히나 역겨운 집단이 있는데, 우리는 그들을 '알파인 병역기피자'들이라고 불렀다. 그들은 독일 바트톨츠에 주둔했던 제10 특전단 출신의 부사관들로, 마침내 바이에른에서 쫓겨나 실제 전장으로 오게 된 놈들이었다. 놈들은 자기들만의 편안한 보직을 마련해 놓았고, 한 명이 떠나면 미리 짜놓은 다른 한 명이 그 자리를 채웠다. 물론 제10 특전단 출신 중에 진짜 전투원들이 있긴 하지만, 여기 있는 놈들은 예외였다. 그중 한 상사는 나중에 육군 최연소 원사가 될 놈이었는데, 무려 아이스크림 가게를 운영하고 있었다. 그것까진 봐줄 수 있었으나, 자기가 진짜 전투병인 줄 안다는 게 문제였다. 가끔 근처에 로켓이나 박격포탄이라도 한 발 떨어지면, 다음 날 아침 상훈 담당 계원들은 전투 보병 휘장 신청서를 작성하느라 초과 근무를 해야 했다. 프로젝트 델타가 존재했을 때 그들은 이 게으르고 멍청한 녀석들에게 마땅히 받아야 할 코피와 멍을 선사해 주곤 했다. 프로젝트 델타가 종료된 지금은, 우리가 기꺼이 그 역할을 대신해 줄 것이었다.
짐작하건대 메인스는 우리에게 경고를 해두려는 것 같았다. 반대로 우리는 그가 어떤 REMF를 때려눕히기까지 하룻밤이나 버틸 수 있을지에 내기를 걸었다. 보통 우리는 도착하면 임시 막사에 짐을 던져두고, 바로 정문을 빠져나가 복귀해야 할 때까지 시내에 먹고 마시며 지냈다. 그 동네의 얼간이들도 우리가 온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덕분에 우리가 일으킬 대혼란에 대한 기대감은 한층 고조되어 있었다.
우리는 일찍 공항에 도착해 6일간의 훈련과 며칠간의 나트랑 체류에 필요한 모든 짐들을 실었다. 평소 같았으면 REMF들은 돌길에 페인트칠이나 하고, 전투화에 광이나 내는 자기들만의 깨끗한 세상에 몽타냐드들을 들여보내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엔 사이공에서 우리 모두가 같은 구역에 머물러야 한다고 못을 박아버렸다. 놈들의 심기가 매우 불편해질 게 뻔히 보였다.
그날 늦게 나트랑에 도착하니 트럭들과 운전병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정말 멋진 트럭들이었는데, 아마 왁스칠까지 한 모양이었다. 우리는 짧은 거리를 이동한 후 기지에 도착해 짐을 풀었다. 몽타냐드들은 수영장 너머 뒷쪽 막사에 배치됐고, 우리는 수영장 바로 옆에 있는 숙소에 자리를 잡았다. 다들 침대를 정하자마자, 장비를 지킬 사람을 세웠다. 우리는 오늘 밤 시내로 나갈 계획이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불행히도, 우리가 짐을 다 풀기도 전에 웬 형편없는 상사가 들어오더니 주임원사가 우리와 면담을 원하니 대기하라고 말했다. 메인스는 다른 대위들과 함께 나가고 없었지만, 우리들은 헤이건 중위를 비롯한 다른 장교들과 함께 편히 쉬고 있었다. 다들 계급장이 없었기 때문에 대충 보면 그냥 부사관 무리처럼 보였다. 그때 어떤 재치 있는 녀석이 소리쳤다. "원사가 우리랑 대화하고 싶으시다면 좋지, 그런데 그 양반더러 직접 이리로 오라고 해! 우리는 오늘 밤 시내로 나갈 거니까!"
그 상사는 거의 실신할 듯한 표정을 지었다. 여기서는 아무도 이 얼간이들에게 그런 식으로 말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가장 재미있던 건 헤이건 중위와 우리 쪽의 상사 대원이 "가서 그 높으신 분 모셔 오라"고 한마디씩 거든 것이었다. 그는 씩씩거리며 나갔고, 약 15분 후에 원사를 데려왔다. 키가 크고, 깡마른 데다, 독설가처럼 생긴 양반이었다. 우리 단번에 그가 '꿀보직 패거리' 중 하나라는 걸 알아챘다. 그는 포트 브래그나 바트톨츠에서 온 '알박기 전문가'가 분명했다. 풀 먹인 군복, 광택 나는 군화, 옆머리를 바짝 밀어버린 꼴이 딱 전형적인 후방 샌님 스타일이었다. 그는 우리의 용모, 군인답지 못한 태도 등, 자기들이 생각하는 완벽한 특수부대의 이미지에 어긋나는 모든 것에 대해 잔소리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배리 새들러의 'Garret Trooper'라는 노래가 딱 이런 종류의 벌레 같은 인간을 묘사했다.
나는 칫솔과 치약만 챙겨 들고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토니, 제시와 나는 시내로 나갈 준비를 하려고 막 씻고 나오던 참이었다. 원사는 뒤를 돌아보더니, 자기 브리핑 중에 우리가 알몸으로 있다는 사실에 경악하며 우리를 쳐다보았다. 마침내 토니가 침묵을 깼다. "원사님! 제 거시기를 뚫어지게 쳐다보시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다들 웃기다고 생각했지만, 그와 함께 온 상사는 "열중쉬어!"라는 딱딱한 명령만 내릴 뿐이었다. 이런 빌어먹을 자식, 편하게 좀 살아라. 불행히도, 우리가 자신의 고귀한 계급을 무시한다는 생각에 원사는 일종의 광분 상태에 빠졌다. 그는 펄쩍 뛰며 지금부터 우리를 부대 내에 구금시키겠다고 떠들어댔다. 또한 그는 경계 근무자 명단을 가져오라고 했으며, 처벌로 오늘 밤 동안 담장의 한 구역의 경계를 우리가 맡게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하느님께 맹세코," 원사가 말했다. "너희들은 여기에 있는 동안 군인처럼 행동해야 할 것이다!" 웃기시네, 이 쓰레기들아. 우리가 니들 여자 친구를 빼앗거나, 너희 샌님들을 때려눕힐까 봐 그러는 거겠지. 동료들을 보니 다들 똑같은 생각을 하는 눈치였다. 우리는 완벽한 침묵 속에서 원사를 노려보았고, 그때 우리처럼 반쯤 옷을 벗고 서 있던 헤이건 중위가 침묵을 깼다.
"싫은데요." 헤이건이 말했다. 이에 원사는 미쳐 날뛰며 군법 회의니, "네가 뭔데 그러냐"고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그러다 헤이건 중위가 몸을 돌리려 하자 원사는 그의 어깨를 움켜쥐는 실수를 범하고 말았다. 헤이건은 키 6피트에 금발, 푸른 눈을 가진 195파운드 정도 나가는 거구였다. 우리는 그를 '그링고'라고 불렀다. 게다가 그는 자파타 스타일의 콧수염을 기르고 있어서 인상이 아주 험악했다. 헤이건은 몸을 홱 틀더니 원사의 손목을 잡고 바닥에 꽂아버렸다.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저는 장교입니다. 그리고 원사님께서는 방금 저에게 폭행을 가하려 하신 것 같군요. 제가 지금 당장 입만 산 당신의 엉덩이를 걷어찬다 해도, 당신이 먼저 공격하려고 했고 저는 정당방위를 했다고 말해줄 증인이 20명이나 있습니다. 우리는 경계 근무를 서지 않을 것입니다. 막사에 처박혀 있지도 않을 거요. 당신들이랑 장난이나 치러 여기 온 게 아니니까."
원사의 부하는 문쪽으로 도망치려 했다. 아마 톰슨이 그를 쓰러뜨린 것 같았다. 그가 바닥에 고꾸라지기 전에 여러 대 맞았기 때문에 확실하지는 않았다. 헤이건이 말을 이어갔다. "우리는 오늘 푹 쉬고 내일 아침에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러 갈 뿐, 그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을 거요. 그 사이에 한 번만 더 헛소리가 나왔다간 정식으로 고발장을 제출해 주지. 그러면 당신의 군 경력도 아주 지저분하게 끝날 테고 말이야." 헤이건이 손을 놓자 원사가 일어났다. 그는 더 이상 할 말이 없는 눈치였다. 불리한 싸움에서는 맞설 수 없으니까 말이다. 게다가 그는 여기 있는 모두가 병사들이라고 설쳤다가 자기 발등을 찍은 것이었다. 그와 그의 부하는 문밖으로 사라졌다. 그러자 우리는 다시 외출 준비를 시작했다.
카스티요가 샤워를 마치고 어슬렁거리며 나오더니 주변을 둘러보고 물었다. "무슨 일 있었어?"
"부대 원사가 널 찾았어" 토니가 말했다. "내일 진급 심사가 있다더군. 시내로 나가기 전에 보자고 하더라."
잠시 후 메인스가 돌아왔다. 그는 몽타냐드들에게 필요한 게 있는지 확인하고 맥주를 주되,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 만큼만 주라고 지시했다. 우리는 내일 0530시에 출발 준비를 마쳐야 했다. 그는 원사와의 소동 이야기를 듣고는 인상을 찌푸렸다. 그리고 누군가가 오늘 밤 여기에 꼭 머물러야 하냐고 그에게 묻자 그가 말했다. "여기 머물고 싶냐? 그럼 그렇게 해라. 나는 여자들이 있는 시내로 갈 거다. 너희 모두 저 호모 녀석들하고 어울리고 싶다면, 어디 가서 내 밑에서 일한다고 말하지 마라!" 이는 공식적으로 확인된 것이었다. 메인스 대위 본인이 직접 우리에게 시내로 가라고 명령한 것이었다.
우리는 부사관 식당에서 훌륭한 스테이크 저녁을 먹었다. 우리 모두 다낭을 떠나기 전에 제대로 된 부대 패치가 부착된 전투복을 챙겨오라는 지시를 받았었다. 부대 패치가 없다면 최소한 이름표와 'US ARMY' 패치가 부착된 군복이라도 챙겨야 했다. 덕분에 식당에는 스미스와 존스라는 이름표를 단 대원들이 수두룩했다.
클럽에서 약 한 시간 동안 술을 마시며 놀다가, 우리는 시내로 가기로 했다. 정문으로 나가 사이클릭샤를 두세 대 잡아타고, 축제가 한창인 시내로 향했다. 그렇게 동양의 풍경과 냄새, 맛이 어우러진 환락의 밤이 지나갔다. 역시 나트랑은 최고였다.
2300시쯤, 나는 충분히 즐겼다고 생각했다. 섬으로 가기 전에 몇 시간이라도 잠을 자두려고 복귀하는 인원들이 몇 명 있었다. 6명이 택시 한 대에 타고 돌아가는 길이었다. 정문 근처에 다다르자, 찰리 제이가 보였다. 그는 물소를 타고 있었다. 사실 별로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아마 그는 탈것을 찾지 못해서 그냥 물소를 빌린 모양이었다. 찰리의 아버지는 외교관이었고, 찰리는 어렸을 때부터 월남어를 할 줄 알았다. 그 와중에 물소가 수영장 냄새를 맡았다.
그 물소는 몸을 흔들어 제이를 도로 위로 내던지고는 쿵쾅거리며 물 쪽으로 달려갔다. 녀석은 울타리 앞에서 속도를 늦추고 킁킁거리더니, 울타리 따위는 방해물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린 듯 머리를 숙이고 뿔로 능숙하게 울타리를 뒤틀린 잔해 더미로 만들었다. 그러고는 수영장 가장자리로 가서 아무렇지도 않게 얕은 곳으로 몸을 던졌다. 그래, 물소야, 그 안에 들어가서 벌레 방해 없이 푹 쉬어라. 우리는 그 광경을 다 지켜보고는 막사로 걸어가 침대 위로 쓰러졌다. 내일은 '오즈의 땅'에서 또 다른 즐거운 모험이 시작될 것이었다.
0530시는 너무나도 빨리 찾아왔다. 바미바 맥주와 코냑을 너무 많이 마신 탓에 숙취가 심했다. 게다가 머리 앞쪽이 꼬이는 듯한 끔찍한 두통이 몰려왔다. 나는 일어나 샤워를 했고, 몽타냐드들을 깨운 뒤 아침을 먹으러 식당으로 향했다. 뱃속에서 소용돌이치는 소화불량을 달래줄 무언가와 커피 한두 주전자가 필요했다. 놀랍게도 그곳에는 페이스트리가 있었다. 그렇다. 아주 섬세한 작은 페이스트리와 온갖 곁들임 음식들이 있었다. 이 멍청이들은 정말 호화롭게도 살고 있었다. 다낭에서도 음식이 잘 나오긴 했지만, 발진기지에서 한 달 내내 쇠고기를 곁들인 자우어크라우트 통조림만 먹어야 할 때도 있었다. 이건 정말 맛있었다. 다들 나중에 먹으려고 이 작은 별미를 여섯 개 넘게 챙겨 배낭에 쑤셔 넣었다. 앞으로 6일 동안은 PIR 식량만 먹어야 할 테니까 말이다.
태양이 우리 머리를 달구기 시작할 무렵, 우리는 떠나기 위해 트럭에 올라탔다. 그때 원사가 막사에서 나왔다. 그의 막사는 잘 관리된 수영장 바로 옆이었다. 그는 가게에서 산 듯한 벨루어 목욕 가운을 걸치고 청록색 샤워 캡을 쓰고 있었다. 그는 울타리가 둘러진 수영장 문을 통과해 걸어 들어갔는데, 뒤쪽 울타리가 처참하게 찌그러져 있는 건 눈치채지 못했다. 우리 눈에는 검은 그림자만 보였는데, 물소는 여전히 수영장에 머물고 있다는 뜻이었다. 원사가 수영장 옆에 있는 자기 전용 의자로 유유히 걸어가자 우리 모두 옆 사람을 쿡쿡 찔러댔다. 그는 가운을 벗어 의자 위에 가지런히 개어놓았고, 수영장의 깊은 쪽 가장자리로 걸어가 물속으로 뛰어들 준비를 했다. 그때 우리가 탄 트럭이 출발하기 시작했지만, 우리는 상황이 전개되는 것을 생생하게 목격할 수 있었다.
주임원사가 칼처럼 공중으로 솟아오르는 순간, 물소가 얕은 쪽에서 수면 위로 머리를 내밀었다. 사람이 물리 법칙을 거스르기 위해 그토록 필사적으로 애쓰는 모습은 처음 봤다. 거의 뒤로 돌아오는 데 성공할 뻔했다. 그는 팔다리가 뒤엉킨 채 물속으로 처박혔고, 물소 바로 앞에서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들 사이의 거리는 약 2피트 정도였고, 원사는 충혈된 눈을 한 열대 지방의 물소와 눈을 마주치고 있었다. 물소가 콧바람을 세게 불자, 녹색과 노란색이 섞인 콧물 덩어리가 원사를 향해 대포알처럼 날아갔다. 그가 샤워 캡을 쓰고 있던 것이 정말 다행이었다. 거의 2쿼트에 달하는 미끈거리는 액체가 그의 머리 한쪽을 타고 흘러내렸다. 하지만 우리 트럭이 모퉁이를 도는 바람에 그 불행한 장면의 결말은 볼 수 없었다.
우리가 배꼽을 잡고 웃고 있던 중, 메인스가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나도 저 새끼가 싫었어. 우린 예전에 하사 동기였지. 대체 어떤 놈이 저런 짓을 한 거야?" 동료 쥐새끼를 밀고하지 마라. 그것이 우리 세계의 철칙이었다. 사실 이건 제1원칙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잠시 침묵하다가, 동시에 외쳤다. "찰리 제이입니다!" 제이는 몸을 움츠렸지만, 이 비정한 전장에 자비란 없었다.
몽타냐드들은 수영장이라는 개념 자체는 잘 몰랐지만, 이 상황이 웃기다는 건 이해했다. 그들에게 충분한 양의 물이란 마시거나, 씻거나, 보통은 잡아먹을 수 있는 무언가가 사는 곳을 의미했다. 그래서 그들은 수영장 사건을 보고도 '물소가 물 있는 곳에 있는 건 바보도 아는 당연한 일' 정도의 반응만 보였다.
우리가 탄 4대의 트럭은 나트랑 시내를 가로질러 부두에 도착했다. 해군이 제공한 LST 한 척이 기다리고 있었고, 우리는 우르르 올라타 섬까지 가는 동안 편히 쉴 자리를 찾았다. 마침내 해군들이 닻, 문, 램프 등 모든 것들을 올리고 잠그기 시작했다. 이 모든 과정에는 좌현(port)이니 우현(starboard)니 뭐니 하는 외계어 같은 구호들이 뒤따랐다. 그리고 디젤 배기가스를 뿜어내며 LST가 후진하더니 곧 바다를 향해 기수를 돌렸다.
한 시간 뒤, 우리는 남중국해에 있었다. 햇살은 눈 부시고 바다는 잔잔한 아름다운 날이었다. 우리는 LST에 트럭 두 대를 실었는데, 섬에서 베이스캠프로 쓸 예정이었다. 이 트럭들에는 여분의 탄약과 식량, 그리고 훈련 시간을 좀 더 견딜만하게 해줄 물품들이 실려 있었다. 맥주도 몇 상자 숨겨두었는데, 이건 마지막 날 본토로 돌아가는 두 시간 동안 마시기 위해 아껴둘 것이었다. 지금은 다들 배 곳곳에 알몸이나 반 알몸 상태로 널브러져 일광욕을 즐기고 있었다. 몽타냐드들도 이 분위기에 전염됐는지 몇몇은 로인클로스나 보급받은 속옷만 입고 있었다. 나는 첫 번째 파병 이후로 속옷을 입지 않았다. 속옷을 입는 건 아주 고통스러운 병에 걸리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었다. 제정신인 사람은 아무도 속옷을 입지 않았다. 정글에서 살아남으며 배우게 되는 상식 중 하나였다. 내가 속옷을 입었던 유일한 기억은 이질에 걸렸을 때뿐인데, 그마저도 나중에 잘라내 버리고 몸을 씻기 편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때문에 나는 헨리 왕의 보병들, 특히 그와 함께 프랑스를 누볐던 아일랜드 병사들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이질은 누구에게나 재앙이었다. 전투 상황에서 이질에 걸리면 대부분은 그냥 바지를 잘라내 버릴 것이다.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기운 빠지는 병이었다. 또한 이곳의 이질은 아메바성인데, 멕시코판 이질이 유당 불내증 수준으로 보일 정도로 강력했다.
나는 램프가 있는 뱃머리에 서서 머리에 크라바트를 묶고 그 끝자락을 휘날리고 있었다. 나는 '롱 존 실버' 같은 목소리로 'Sixteen Men on a Dead Man's Chest'를 내 멋대로 편곡해 불렀다. 나는 크라바트와 로인클로스만 걸친 채 정글화를 신고 있었다. 맥과 내가 혼파이프 춤을 한바탕 추자 몽타냐드들은 자지러지게 웃어댔다.
해군 승조원들은 함교와 기관실 안으로 숨어버렸다. 그들은 처음 우리가 탔을 때부터 불안한 눈초리로 우리를 살폈는데, 이제는 누군가가 우리 앞 200m 지점에 떠 있는 55갤런 드럼통과 플라스틱 컨테이너들을 표적 삼아 M-79 사격 연습을 시작하자 아예 겁에 질려버렸다. 다른 누군가가 M-60까지 들고 가세하자 소란은 더욱 커졌다. 대원들이 더 몰려들어 드럼통과 컨테이너, 부유물들을 고철과 해초로 만들어버리자, '함장'인 어떤 위관급 장교가 사람을 보내 우리 지휘관을 만나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그는 M-79를 쏴대고 있던 사람이 다름 아닌 우리의 '존경스러운 지휘관'이라는 사실을 알고 경악했다. 뿐만 아니라 메인스 대위로부터 "빌어먹을 배나 운전하십쇼! 내가 뭘 쏘든 그건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라는 말을 듣고는 더 큰 충격을 받았다. 내 생각엔 그 함장은 메인스 대위가 배를 조종하는 것을 '운전(drive)'이라고 표현한 것에 가장 큰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해군은 모든 것에 자기들만의 용어를 썼다. 화장실(latrine)은 '헤드(the head)'라고 부르고, 밥 먹는 건 '메스(mess)'라고 불렀다. 왼쪽은 포트(port), 오른쪽은 스타보드(starboard), 그리고 리(lee), 애프트(aft), 어스턴(astern) 같은 용어도 있었다. 이런 말들은 해병대나 되어야 알아들었다.
LST는 섬에 접근하며 속도를 줄였고, 하역용 램프와 부두가 보였다. 그때쯤 우리는 모두 옷을 갖춰 입었다. 해군은 전통대로 배를 해변에 들이받듯 댔고, 램프가 내려갔다. 우리는 "반자이! 반자이!"를 외치며 해변으로 약 50야드 정도 달려 나갔다. 우리에게는 아주 즐거운 놀이였다. 해군들은 우리가 배에서 내리자 안도하는 표정이었다. 트럭들이 덜컹거리며 내려왔고, 우리는 흙길을 따라 몇백 미터 이동하여 베이스캠프로 쓸 공터에 도착했다. 팀별로 잠을 잘 막사와 간이 쉼터를 짓기 시작하자, 곧 이곳은 영화 '남태평양'의 세트장처럼 변했다. COC 스쿨에서 멀지 않은 곳에 담수 급수원이 있었지만, 우리는 그 구역 근처엔 가지 않기로 했다. 다만 그곳의 '가상 월남 마을'은 훈련용으로 사용할 계획이었다. 앞으로 6일 동안 이 섬은 우리 세상이었다.
-to be continued-
오랜만에 올라왔네~ 반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