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짐 버틀러 대위
1-1 레슬리 채프먼 하사
1971년에 이르러서 새로운 메타가 된 임무인 만큼 설명할 필요가 있어서 올림
월남 북서부, 라오스 국경을 따라 뻗어 있는 아샤우 계곡은 길이 25마일, 폭 1마일에 달하는 지형이다. 이 계곡은 높은 코끼리풀로 뒤덮여 있으며, 양옆으로는 3,000~6,000피트 높이의 험준하고 울창한 정글 산맥이 솟아 있다.
월남전 당시, 이곳은 월맹에서 호치민 트레일을 통해 병력과 물자가 유입되는 핵심 관문이었다. 이 때문에 미군 개입 초기부터 종전까지 수많은 전투가 치러졌는데, 그중 가장 유명한 것은 아마도 1969년 5월, 제101공수사단이 엄청난 사상자를 내며 937 고지를 점령했던 '햄버거 힐 전투'일 것이다.
하지만 그전부터 이미 이 지역은 '죽음의 계곡'이라는 적절한 별명을 얻고 있었다. 아군과 적군 모두 이 지역에 발을 들이는 순간, 부대 규모와 상관없이 처절한 혈투를 각오해야 했다. 이 때문에 어느 쪽도 아샤우를 장기간 점령하지 못했다. 이곳에 머물고자 했던 부대들은 최소 대대급 이상의 규모여야 했으며, 그마저도 결국 막대한 피해를 입고 철수해야 했다.
(아샤우 계곡)
미군의 경우, 대규모 부대를 투입하여 소탕 작전을 벌이지 못할 때는 레인저나 그린베레 인원을 투입해 수많은 정찰 임무를 실시함으로써 적 병력과 움직임을 최대한 감시했다. 소수의 대원들로 구성된 이 팀들은 늘 사선을 넘나들었으며, 착륙 직후 바로 철수하거나, 며칠간 정보를 수집한 뒤 간신히 빠져나오기도 했다.
어느 경우든, 적에게 포위당할 위험 때문에 누구도 단 1분이라도 필요 이상으로 계곡에 머물려 하지 않았다. 하지만 단 한 팀, 산 정상에 투입되어 스스로 미끼가 되기를 자처한 팀이 있었다. 그들은 이틀 동안 끊임없이 이어진 적의 공세와 포격에도 굴하지 않고 단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들의 이름은 RT 파이튼이었다.
비밀 부대인 SOG 소속이었던 RT 파이튼은 1971년 2월 8일, 월맹군의 물자를 파괴하고 호치민 트레일을 차단하기 위해 월남군 3개 사단이 라오스를 침공한 작전인 람손 719를 지원하기 위해 선발된 6개 팀 중 하나였다. 이들의 임무는 아샤우 계곡에 착륙하여 월맹군의 주의를 분산시키는 것이었다.
정보에 따르면, 그곳에 주둔하던 대규모 적 병력 중에는 SOG의 그린베레 대원 및 현지 대원들을 사냥하기 위해 특별 훈련을 받은 대정찰팀이 다수 포함되어 있었다. 월맹군은 수년간 SOG의 치명적인 작전 능력을 높이 평가하여 매우 위협적인 존재로 간주해 왔으며, SOG 정찰팀을 전멸시키거나 생포하는 행운을 거머쥔 자들에게는 막대한 포상금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는 곧 세계 최고의 정글 전사들을 이겼다는 증거였기에, 아샤우 계곡의 적들은 그 어느 곳에서보다 자신들의 실력을 증명해 보이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었다.
1-0인 짐 버틀러 대위와 1-1인 레슬리 채프먼 하사가 이끄는 14명의 RT 파이튼 대원들은 2월 18일 아침, 두 대의 휴이에 몸을 싣고 죽음의 AO로 향했다. 그들은 만반의 준비를 갖췄고, 약간의 추가 장비까지 준비했다. 짧은 총열의 CAR-15 카빈, M-79 유탄 발사기, 수류탄, 크레모아 외에도 M-60 기관총 4정과 5,000발의 탄약, 그리고 60mm 박격포까지 챙겼다. 그들은 '토르(Thor)'라고 불리던 작은 화력 기지의 옛터가 있는 산 정상에 이 무기들을 배치할 계획이었다.
대원들 모두 착륙 전부터 교전을 예상했다. 전쟁 후반기에 이르러서는 미군 지상군 대부분이 철수하면서 헬기가 공격받을 확률이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져 있었다. 아샤우와 같은 지역들은 이제 아무런 방해 없이 활동하는 '새로운 주인'들에 의해 모든 위협에 대비한 요새화가 진행된 상태였다. 월맹군에게 있어서 월남군의 공세는 별 위협이 되지 못했고, 그들이 진정으로 두려워하는 것은 오직 미국의 공군력과 SOG 대원들뿐이었다.
일련의 봉우리에 다다르자, 파일럿들은 토르 기지의 잔해를 발견하고 헬기를 착륙시켰다. RT 파이튼의 대원들은 모래주머니와 빈 포 진지 위로 뛰어내렸고, 헬기가 떠나는 동안 먼지구름을 뚫고 각자의 위치로 흩어졌다. 버틀러 대위는 월맹군이 이미 무언가가 벌어지고 있음을 눈치챘다는 사실을 직감했다. 하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주머니에서 성조기를 꺼내 펼친 뒤 나무 기둥에 게양했고, 성조기는 미풍에 자랑스럽게 펄럭였다. 이는 마치 "우리는 여기 있다. 어디 한번 와봐라"라고 외치는 선전포고와도 같았다.
버틀러의 예상대로 월맹군은 팀의 착륙을 지켜보고 있었다. 여러 순찰대가 산 정상을 샅샅이 수색하라는 명령을 받았고, RT 파이튼은 기지 주변에 57개의 크레모아를 설치하고 동서남북 4개 방향에 M-60 기관총을 배치하며 그들을 맞이할 준비를 했다.
(토르 화력 기지)
일몰 몇 시간 후, RT 파이튼이 월맹군 경계선 주변으로 접근하는 소리를 감지하며 첫 접전이 벌어졌다. 대원들은 보이지 않는 소리를 향해 첫 번째 크레모아를 격발시켜 여러 명의 적들을 사살했고, 자동화기 사격을 퍼부어 나머지 적들을 격퇴했다. 당황한 월맹군들은 몇 발의 총격만 가한 채 다시 계곡 아래로 퇴각했다.
몇 시간 뒤, 산발적인 박격포 사격으로 대원 2명이 부상을 입었다. RT 파이튼은 후송 헬기를 요청했으나, 다른 SOG 임무 때문에 헬기를 보낼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대원들은 스스로 부상을 처치하는 동안, 산 아래 계곡 바닥에서 차량 전조등과 그 양옆으로 늘어선 손전등 불빛들이 움직이는 것을 목격했다. 평소와 다를 바 없이 월남으로 물자와 병력이 끝없이 이동하는 광경이었지만, 대원들은 적들이 다시 돌아올 것임을 직감했다. 하지만 RT 파이튼은 미처 알지 못했다. 월맹군이 다음 날 밤 그들을 산에서 쓸어버리기 위해 수백 명의 대대 병력과 박격포, 무반동총을 준비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다음 날, 토르 화력 기지에는 섬뜩한 정적이 감돌았다. 가끔 박격포탄 몇 발이 날아왔지만 부상자는 없었다. 버틀러 대위는 강력한 화력을 지닌 AC-130 '스펙터'가 그날 밤 지원을 올 것이라는 소식을 전달받았다. 그날 밤 월맹군이 돌아올 때 '퍼프 더 매직 드래곤'보다 훨씬 더 강력한 그 후예가 상공을 선회하고 있을 것이라는 소식은 RT 파이튼에게 큰 위안이 되었다.
해가 지자 수백 명의 월맹군들이 산을 오르기 시작했고, 그들은 산 정상을 포위한 뒤 일제히 돌격해 왔다. 적들의 진격을 엄호하기 위해 훨씬 더 격렬한 박격포 포화가 RT 파이튼의 머리 위로 날아들었다. 수많은 크레모아가 격발됐고, M-60의 둔직한 총성과 CAR-15 및 AK-47의 날카로운 총성이 뒤섞였다. 60mm 박격포는 근거리의 적들을 향해 거의 수직으로 포탄을 날렸고, 상공의 스펙터는 RT 파이튼 주변의 정글로 20mm와 40mm 기관포를 쏟아부어 초목과 정상을 향해 돌진해 오던 적들을 쓸어버렸다. 적들은 매번 RT 파이튼으로부터 불과 몇 미터 앞 지점에서 저지당했고, 수많은 전사자들만 남긴 채 후퇴하기를 반복했다. 아침이 밝아오자 월맹군은 다시 포격에 의존하기 시작했다. 한편 산의 풍경은 완전히 변해 있었다. 스펙터의 맹렬한 사격으로 인해 산 정상의 황폐한 모습이 산비탈을 따라 수백 야드 아래까지 뻗어나가 있었다. 이는 더 많은 포탄들이 쏟아지면서 산이 겪게 될 변화의 시작에 불과했다.
이튿날 해가 뜨자, SOG 그린베레 대원이기도 한 코비 라이더(FAC, 전방항공통제관)가 상공에 나타나 산비탈을 다시 오르려는 월맹군 대열을 향해 전술 공습을 유도했다. 프로펠러 추진 방식의 근접 항공 지원기인 A-1 스카이레이더가 굉음을 내며 날아와 기총소사와 함께 네이팜탄을 투하했고, 산 대부분이 곧 화염과 검은 연기에 휩싸였다. 정상부를 제외한 산 전체가 몇 시간 동안 연기 속으로 사라졌고, 그동안 지형 전체가 뒤바뀌었다. 화망을 뚫고 올라온 소수의 적들은 RT 파이튼에 의해 순식간에 섬멸되었다.
(근접 항공 지원을 수행하는 A-1 스카이레이더)
일대의 차량 통행이 완전히 차단되었고, 계속해서 터져 나오는 네이팜이 이미 죽었거나, 죽어가는 적군들 사이로 흘러내리면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산은 마치 용암이 흘러나오는 화산처럼 보였다.
적 대대의 잔존 병력은 추가 증원군을 받고 그 어느 때보다 격렬한 포격을 퍼부었다. RT 파이튼 대원 여러 명이 부상을 입었지만, 그럼에도 철수한 이는 없었다. 코비 라이더는 코브라 건쉽을 포함한 추가 항공 지원을 요청하며 월맹군의 다음 공세에 대비했다.
오전 8시 30분경, 네이팜탄의 가솔린 냄새와 연기 속에서 월맹군이 최대 규모의 공격을 감행했다. 수백 명의 적들이 함성을 지르며 지향사격으로 AK를 쏘아대기 시작했고, RT 파이튼도 일제히 사격을 가했다. 수많은 적들이 쓰러졌지만, 더 많은 적들이 가까이 다가왔다. 그때 채프먼 하사는 몽타냐드 대원 한 명이 총에 맞아 비탈 아래로 굴러떨어지는 것을 목격했다. 그는 즉시 자신의 위치에서 일어나 경사면 아래로 몸을 던졌고, 경사면을 타고 미끄러져 내려가면서 불과 몇 피트 앞에 갑자기 나타난 4명의 월맹군을 CAR-15로 사살했다. 그는 부상당한 몽타냐드를 찾아 어깨에 들쳐 메고 안전한 곳으로 올라온 뒤, 다시 사격을 재개했다.
버틀러 대위는 이제 한계에 다다랐음을 직감했다. 그는 깃발을 내리고 철수를 요청했으며, 헬기 두 대가 접근 중이라는 연락을 받았다. 코브라 건쉽들은 산 정상 주변으로 점점 더 넓은 원을 그리듯 선회하면서 로켓포와 기총소사를 퍼부었고, 파일럿들은 정상에 있는 소수의 대원들이 끝없이 몰려오는 적들을 향해 사방에서 용감하게 반격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한 방향에서 월맹군이 불과 몇 야드 앞까지 돌격해 왔고, 이번에는 RT 파이튼을 제압한 뒤 마지막 공격을 감행하여 정상을 점령하려 했다. 대원들은 수류탄과 자동 화기를 퍼부으며 적들의 접근을 겨우 저지했고, 그 틈을 타 연기 속에서 헬기들이 나타나 대원들의 머리 위를 스치듯 날아와 지면 위로 내려앉았다. 월맹군이 산 정상으로 들이닥치던 찰나, RT 파이튼의 대원들은 기록적인 속도로 헬기에 올라탔다.
그때 코비 라이더는 누구도 듣고 싶어 하지 않았던 소리를 들었다.
"아직 한 명이 지상에 남았다!"
코비 라이더는 즉시 기체를 몰아 기총소사와 폭격 기동 흉내를 내며 적들을 교란했고, 그 틈에 다른 휴이 한 대가 남겨진 대원을 구출하기 위해 급강하했다. 기체 측면에 총탄이 빗발치는 와중에도 남겨졌던 대원은 무사히 헬기에 기어 올라탔고, 파일럿은 기수를 앞으로 기울이며 연기를 뚫고 상승했다. 산 정상은 곧 대원들의 시야에서 사라졌고, 격노한 적들은 산 정상을 점령했지만 그들에게는 훼손할 시체도, 고문할 부상자도 남아 있지 않았다.
RT 파이튼 전원이 '죽음의 계곡'에서 살아남았다. 더 나아가, 그들은 잠시나마 그곳을 지배했다고 말할 수 있었다. 그 증거는 토르 화력 기지 주변을 에워싸고 쓰러져 있던 300구가 넘는 적군의 시체 더미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또한 RT 파이튼이 머물렀던 48시간 동안 팀이 단독으로 사살한 적만 42명에 달한다는 사실도 확인되었다. 정확한 수는 알 수 없지만, 실제 사살된 적군의 수는 훨씬 더 많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몇 주 후, 채프먼 하사가 적의 포화 속에서 부상당한 몽타냐드를 구출했다는 소식을 접한 본부는 그를 부대원들 앞에서 세우고 수훈십자장을 수여했다.
안타깝게도 RT 파이튼의 유인 작전은 성공했지만, 람손 719 대공세는 실패로 돌아갔고, 월남군이 홀로서기를 시도한 이 첫 번째 시험은 참담한 실패로 판명되었다. 이 시련은 4년여 후 월남에 닥칠 비극적인 미래를 예고하는 암울한 예고편이 되었다.
도로 차단 작전 자체는 기존에 존재하던 임무였지만 이러한 방식은 이후 새로운 메타가 되어 1972년까지 자주 써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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