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콩 출신 전직 경감 등 2명, 신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유죄 판결

- 가짜 수사관 동원해 망명객 유인 및 감시... MI5 추적 끝에 검거

영국 내에서 활동하며 홍콩 민주화 운동가와 망명객들을 불법적으로 감시하고 위협해온 이른바 '그림자 경찰(Shadow Police)' 운영 조직이 영국 정보당국에 의해 적발됐다.

런던 중앙형사재판소는 최근 중국을 위해 스파이 활동을 벌인 혐의로 기소된 홍콩 출신 전직 경찰 경감 빌 웬(Bill Wen, 65)과 전직 영국 경찰관 피터 와이(Peter Wai, 38)에게 유죄 판결을 내렸다. 이는 영국의 신국가보안법(National Security Act)이 제정된 이후 해당 법이 적용되어 유죄가 선고된 첫 사례다.

■ 가짜 가스 누출 점검까지… 집요한 유인 작전
검찰 조사 결과, 이들은 서부 요크셔의 한 아파트에 은신 중이던 홍콩 출신 여성 모니카 쿠앙(Monica Kuang)을 체포하기 위해 조직적인 작전을 펼쳤다. 공개된 영상에 따르면, 이들은 수사관 복장을 하고 "가스 누출 조사가 필요하니 문을 열라"고 외치며 여성을 유인하려 시도했다.

심지어 가짜 배달 기사를 동원하거나 문틈 사이로 소형 카메라를 밀어 넣어 내부를 살피고, 여성을 밖으로 끌어내기 위해 문 아래로 물을 들이붓는 등 불법적인 수단을 가리지 않았다. 이들은 영국 법에 따른 어떠한 권한도 없는 '비공식 요원'들이었다.

■ 영국 전직 군인·경찰 포섭해 홈오피스 DB 접근
이 조직의 총책인 빌 웬은 런던 소재 홍콩 경제무역대표부(HKETO)에서 근무하며 중국 정부의 지시를 받아 스파이망을 운영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전직 영국 경찰인 피터 와이와 영국 해병대 출신인 매슈 트릭킷(Matthew Trickett)을 포섭했다. 특히 트릭킷은 출입국 관리 업무 경력을 이용해 영국 내무부(Home Office) 데이터베이스에 무단 접근하여 표적들의 정보를 수집한 것으로 밝혀졌다. 매슈 트릭킷은 재판 시작 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 민주화 인사들 "영국에서도 불안… 보호 대책 절실"
이들의 감시 대상에는 홍콩 민주화 운동의 상징적 인물인 네이선 로(Nathan Law)와 노동 인권 활동가 크리스토퍼 멍(Christopher Mung)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홍콩 당국은 멍에게 10만 파운드(약 1억 7천만 원)의 현상금을 걸어둔 상태다.

피해자인 크리스토퍼 멍은 인터뷰에서 "영국에 살고 있음에도 안전하다고 느끼지 못한다"며 "외출할 때마다 호신용 알람을 지녀야 하고 주변의 수상한 사람들을 경계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이번 판결에 대해 인권 단체와 망명객들은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도, 영국 정부가 영국을 제2의 고향으로 삼은 홍콩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더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