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처음에는 특전사의 멋에 지원하는 줄 알았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특전사에 가고 싶은 열망이 컸기에 단순히 멋있다에서 끝나지 않았다.

이곳은 무엇을 하는 곳인가?
이곳에 가기 위해 필요한 체력은 어느 정도인가?
아니 입대할수있는 체력이 아니라 가서 버틸 수 있는 체력은 어느 정도인가?

이런 것들을 끊임없이 고민했다.

특전사 안에서 벌어지는 부조리나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도 그것이 나를 막지는 못했다. 
오히려 나는 그 부조리를 견디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체력이 필요할지를 먼저 생각했다.

그리고 체력이 아직 부족한 것 같아도 일단 도전해보자는 마음을 가졌다. 
그래야 남들보다 한 발이라도 앞서 나갈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는 특전사를 지원했고 입대했다.

특전부사관 후보생이라는 이름으로 약 3개월을 버텼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동기들이 모두 나와 같은 마음인 줄 알았다.

기본공수 3주가 끝나고 신분화 기간이 되자 조교들도 우리에게 경례를 하기 시작했다. 
더 이상 단풍하사가 아니라 임관을 앞둔 하사로 대해주기 시작한 것이다.

별것 아닌 일이었지만 어린 우리들에게는 그것조차 기뻤다.

넌 몇 여단 가고 싶냐? 어떤 특수교육 받고 싶냐?

임관도 하기 전에 이미 미래를 이야기하며 설레어하던 나와 동기들이었다.

하루하루 힘들었지만 동경하던 특전부사관이 되기 위해 버텼고 임관식이 있는 그날까지 우리는 함께 견뎌냈다.

통신 주특기를 받은 동기, 지방 여단으로 배치된 동기, 모두 잠깐의 아쉬움은 있었지만 결국에는 자신이 가서 무엇을 할지만 생각했다.

나는 그것이 특전사 선배, 후배, 동기들, 즉 전우들의 공통된 마음가짐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특전사의 이상과 현실은 달랐다.

흑복을 입고 CQB를 하고, 구름 위에서 고공강하를 하는 우리의 이상은 소수에게만 주어지는 것이었다.

많은 전우들이 이상과 현실의 괴리 속에서 좌절했다.

그리고 소방 붐이 일어났고, 많은 전우들이 소방으로 떠났다. 
누군가는 야전으로 갔고, 누군가는 전역을 준비했다.

그리고 한때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임관했던 전우들의 입에서 특전사 탈출은 지능순이다.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마음이 아팠다.

나는 아직도 그 열정이 꺼지지 않게 하기 위해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있다.

내가 바라던 것은 거창한 것이 아니었다.

그저 전우들이 서로를 밀어주고 당겨주며 함께 성장하는 것이었다.

나 자신을 발전시키고, 팀원을 발전시키고, 그렇게 모두가 조금씩 더 나아지는 팀 그것을 바랐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런 모습이 희미해지고 있다.

새로 들어오는 후배들 역시 특전사를 꿈의 종착지가 아닌 하나의 발판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물론 발판으로 삼는 것을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떠나기 전에 한 번쯤은 스스로에게 물어봤으면 좋겠다.

나는 이 조직에서 인정받을 만큼 최선을 다했는가?

나는 이곳에 무언가를 남겼는가?

이제는 특전사가 멋만 보고 오는 곳은 아닌 것 같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원초적인 동경과 열망이 있어야 오랫동안 마음을 붙들고 버틸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나 역시 아직 그 마음 하나로 버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