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잎이 속삭일 때, 사자는 대지를 배회한다....
아샨티 속담
석양빛에 물든 남중국해의 고요함이 내 사색의 배경이 되어주었다. 나는 다낭 기지의 해안가에 있는 벙커 중 한 곳에 맥주 한 케이스를 들고 앉아, 가끔씩 CO2 소화기로 맥주를 시원하게 만든 후 한 병씩 땄다. 내 머릿속의 악마를 정리하기 위해 나만의 시간이 필요했다.
우리가 이 일을 한 지 거의 1년이 되어갔고, 이제 내 생각은 고향이나 생존이 아니라 여기 있는 '가족'들에게 쏠려 있었다. 이 미친 집단, 살인에 재능이 있는 이 무리의 구성원들은 이제 내 형제이자 내 친척이 되었다.
우리는 막 휴가를 마치고 돌아왔다. 우리가 없는 동안 북쪽에서는 폭격이 더욱 심화되었다. 게다가 쿡 녀석의 무분별한 행동으로 우리는 두 배의 위험에 처하게 됐다.
가랑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다낭 남쪽 습지 너머 내륙에서 불어오는 폭풍을 앞두고 특유의 전기적 긴장감이 공기에 감돌았다. 과거를 떠올리며 다시 힘을 내야겠다는 다짐을 하는 내 기분과 딱 맞아떨어지는, 고요하면서도 전율적인 기운이 느껴졌다. 과거는 그저 과거일 뿐이다. 나는 모든 것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며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려고 노력했다.
벙커 위에서 기관총을 맡은 두 명의 몽타냐드가 우그모(캠프에서 키우는 개)에 대해 브루족 말로 웃으며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우그모는 중국 견종과 다른 한두 종이 더 섞인 여러 품종의 잡종견이었으며, 그야말로 주름투성이였다. 우그모는 다리가 짧은 마스티프처럼 생겼고, 성욕이 지나치게 왕성했다. 기계만 아니면 무엇이든 교미를 시도했다. 고개를 돌려 보니, 우그모가 캠프의 오리 한 마리를 쫓아가서 짝짓기를 시도하고 있었다. 오리는 자기방어를 위해 개의 소중이를 계속 쪼아댔으며, 몽타냐드는 이 모습을 매우 재밌어하며 오리에게 응원을 보냈다. 나는 이 모습이 왠지 철학적으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저 오리이며, 우리가 처한 상황은 자기 마음대로 하려는 저 크고 못생긴 개에 빗댈 수 있었다.
***
격동의 R&R을 마친 우리는 월남에 있는 "우리 집"인 마블 마운틴으로 돌아왔다. 이곳은 또한 15~20개의 정찰팀의 집이기도 했는데, 모두가 나 같은 불쌍한 필멸자는 아직 모르는 어두운 비밀을 알고 있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었다. 아마도 쿡이 사이공에서 휴가를 보내는 동안 저지른 '사회적 만행'이 정확히 무엇인지에 대한 비밀일 것이었다. 이제 우리는 그게 뭔지 드러나기를 기다릴 뿐이었다.
내 팀원들로는 맥(18개월 가까이 정찰 임무 수행)과 '신입'인 쿡(거의 5개월 동안 팀에 있었다)이 있었는데, 그는 언젠가 도움이 될 억눌린 군인 정신의 결정체 같은 녀석이었으나, 이번 사이공 R&R에서 우리를 사회적 문둥병자로 낙인찍히게 만들 정도로 끔찍한 위반 행위를 저질렀다. 그 잘못이 파문이나 거세를 당할 만한 수준이었는지, 우리 팀 위에는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군의 법칙에 따르면, 우리는 질서에 반한 공동의 죄에 대해 모두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었다.
마땅히 받아야 할 휴가였기에 우리는 이번 휴가를 받았다. 매년 우리는 한 번의 국내 휴가와 한 번의 국외 휴가를 허가받았는데, 우리는 이를 "I & I", 즉 음주(Intoxication)와 성관계(Intercourse)라고 불렀다. 사이공의 사무쟁이가 아닌 이상, 1년에 한 번 R&R을 받는 것만으로도 행운이었다. 국내 R&R은 보통 3일이었지만, 일주일 전에 다낭에서 캠프로 돌아오는 길에 벌어진 소동으로 부상자가 발생하여 3일을 더 얻어냈다. 당시 3/4톤 트럭에 탄 탈영병과 쓰레기 같은 녀석들이 우리 뒤에 나타나 추월을 시도했고, 공간이 나지 않자 뒤로 물러나서 우리 지프를 향해 M-79 유탄을 발사했다. 이 전쟁에서 진정한 도피처란 없었다.
유탄이 쿡이 앉아 있던 좌석 등받이로 날아든 바람에 쿡은 갈비뼈가 부러졌다. 다행히도 유탄은 터지지 않았고, 맥은 손목과 허리에 염좌가 발생했다. 나는 부상을 입지 않았지만, 회복될 때까지 팀이 임무를 수행할 수는 없었으며, 다른 팀에서 스트랩행어로 활동하느니 사이공에서 거사를 치르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하여 팀원들을 따라나섰다. 돌이켜보면 그냥 기지에 남았어야 했는데 말이다.
우리는 정찰 및 브라이트 라이트 임무로부터 벗어나 거의 일주일 정도의 시간을 가졌다. 맥은 휴가 초반까지는 쿡과 함께 사이공에 있었지만 나는 오래된 프랑스 해안 휴양지인 붕따우에 가기로 했다. 해변, 술, 맛있는 음식, 새로운 지인들과 함께 행복한 4일을 보냈으나, 맥이 나타나 다낭으로 돌아가야 하며 가는 길에 쿡을 픽업할 거라고 말하면서 그 행복도 깨졌다.
붕따우에서의 마지막 날, 카페에서 휴식을 취하던 중 나는 폭,탄 테러를 목격했다. 먼지가 걷힌 후, 나는 새로운 친구 중 한 명을 잃었고 다른 한 명은 다리를 잃었다. 그렇게 나는 위협이 어디에서 닥칠지 알 수 있으며 살육에 대비가 되어 있는 북쪽으로 돌아갈 준비를 했다.
계획대로 맥과 나는 붕따우에서 돌아오는 길에 쿡을 태웠다. 쿡은 사이공에서 록키와 함께 어울리고 있었다. 록키는 오지 어딘가에 있는 A팀 캠프에 소속된 또 다른 그린베레 대원이었다. 모바일 게릴라 또는 마이크 포스 출신인 록키는 주변에 두기에 매우 위험한 인물이었는데, 폭발물이나 규정대로만 살려는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는 특히나 더 위험했다.
우리가 사이공의 중추이자 안전 가옥인 "하우스 10"으로 돌아왔을 때, 쿡과 로키는 이미 주변에 있어선 안 될 위험인물로 간주되고 있었다. 그들은 사이공에서 워낙 큰 문제를 일으킨 탓에, 그들을 찾아내 심문하고 처벌한 뒤, 즉각 투옥하려는 대대적인 수사망이 가동되고 있었다. 사이공의 헌병들은 하우스 10을 감시하며 그들을 끌어내기 위해 벌써 두 차례나 급습을 감행했었다. 하지만 그들은 두 번 모두 운좋게 빠져나가 법의 손길을 피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하우스 10의 직원들은 이제 그들과 엮이기를 거부했으며, 그들을 감시로부터 숨겨주고는 있지만, 계속되는 기만적인 생활에 점점 지쳐가고 있었다.
록키는 이제 자신이 일으킨 소란에 대한 즐거운 추억을 품은 채 어디론가로 도망쳤다. 그는 분명 유배지 같은 전초기지에 처박혀 편안히, 그리고 안전하게 숨어 있을 것이었다. 그와 그의 A팀 대원들은 아마 매우 외딴 지역에 있어서, 그들은 월맹군에게 포위당하는 것조차 말동무가 생겼다며 반가워할 것이었다.
우리는 쿡과 재회하자마자 짐과 가방을 들린 채 하우스 10의 문밖으로 서둘러 쫓겨났다. 우리는 앞으로 6개월 동안은 올 생각도 말라는 경고와 함께 비행장으로 끌려갔다.
다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맥과 나는 쿡이 '세련되게 편집한' 추악한 사건에 대한 이야기의 전말을 들었다. 심지어 항공 승무원조차도 우리를 의도적으로 피했다. 분명 그들도 쿡이 우리에게 말해주지 않은 어떤 끔찍한 진실을 들었거나, 우리가 기피 대상이 되었다는 사실만은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 나는 사회적 매독 환자가 된 듯한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보아하니 록키는 상식의 굴레를 단단히 벗어난 듯했고, 쿡조차도 사이공에서 그를 버리고 도망갈 생각을 했을 정도였다. 함께 어울릴 또 다른 레인저 친구를 찾았다는 그의 설렘은 완전히 사라진 상태였다.
쿡과 록키는 둘 다 도심 휴양지 관리인인 마마 비크로부터 영구히 출입을 금지당했다. 그 자체로도 기록적인 일이었다. 이전에는 이런 일이 없던 것으로 알고 있다.
***
비행기로 다낭까지 가는 데는 약 90분이 걸렸으며 기내 소음 때문에 대화는 제한적이었다. 나는 사색의 시간을 가졌다. 집단으로서 그린베레는 군의 이동식 정신 병원과 같았다. 분노 조절 장애, 전처, 폭력 성향이 있는 A형 성격의 사람들로 가득했다. 또한 이곳에 너무 오랫동안 머물러온 부류의 사람들도 있었다. 이들은 인력 부족이라는 상황과 제정신인 사람들이 죽음이나 다름없는 프로젝트에 발을 들이길 꺼린다는 점을 어떻게 이용해야 하는지 꿰뚫고 있었다. 이들은 30일간의 복무 연장 휴가 외에는 휴식도 없이 여러 프로젝트를 옮겨 다니며, 매번 다음 파병을 견뎌내곤 했다. 때문에 A팀 캠프나 마이크 포스, 또는 다른 프로젝트에 있는 그들은 항상 신병을 반갑게 맞이했다. 수송창에서 무단이탈을 시도할 때쯤이면 이미 임무에 너무 귀중하고 필수적인 존재가 돼서 풀려날 수 없게 되었다. 이때 사이공은 임무를 수행할 의지가 있는 한 거의 모든 죄를 용서해 줄 것이었다.
하지만 한계를 시험해 보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본보기가 될만한 사례들도 많다. 제리 '매드 독' 슈라이버가 대표적인 예시다. 그는 별난 구석이 있고 내성적이었지만 정글에서는 무시무시할 정도로 유능했다. 하지만 그는 완전히 지쳐 있었다. 그는 자신의 명운이 다했으며 생존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그만두고 싶어 했지만 그러지 않았다. 어느 날 그는 CCS의 해칫포스 중대의 스트랩행어로 임무에 투입됐으나 결국 돌아오지 못했다. 그는 적들을 향해 돌격하는 모습이 마지막으로 목격되었으며, 현재는 공식적으로 실종 상태다. 이제 그는 이 전쟁을 떠도는 신화이자 전설이 되었다. '정글'이 그를 삼켜버린 것이었다.
나는 그렇게 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이 전쟁을 개인적인 일로 받아들이기 시작하면, 냉정하게 명령을 따르도록 해주던 그 끈이 끊어지게 된다. 그렇게 되면 마치 불꽃에 이끌리는 불나방 같은 꼴이 되는데, 파멸을 자처하는 꼴이지만 이러한 생각은 이성의 언저리를 떠돌 뿐이며, 어느덧 전쟁을 일반 사회보다 훨씬 더 선명한 '현실'로 여기게 되었다.
나는 나와 함께 이곳에 온 일곱 명의 얼굴과 이름을 기억해 보려 애써보았다. 우리 중 세 명만이 여전히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고, 나머지는 죽거나 너무 심하게 다쳐서 미국으로 보내졌다. 나는 그들의 이름을 기억할 수 없었고, 얼굴도 조금만 기억날 뿐이었다. 하지만 그만두겠다는 생각은 할 수 없었다. 이는 육군이나 그린베레에 대한 배신이 아니라, 이 섬뜩한 전장에 함께 있는 동료들에 대한 배신처럼 느껴지기 때문이었다. 이들은 나의 형제이자, 나의 혈육이었다.
내 몽상은 다낭에 착륙하면서 깨졌고, 이제 우리는 차를 타고 마블 마운틴에 있는 기지로 이동할 것이었다. 공군 기지로 우리를 데리러 나온 사람은 "유독 정신 나간" 부류의 인물 중 한 명이자,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유능한 동시에 정서적으로 뒤틀린 롭 대위였다.
우리는 항공 통제실 쪽으로 향하던 중에 롭 대위가 우리에게 차에 타라고 손짓하는 것을 보았다. 우리는 2차 대전에서 겨우 살아남은 것처럼 보이는 그의 낡아빠진 랜드로버 뒷좌석에 짐을 실었다. 그가 어디서 이런 차를 얻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표면이 움푹 파이지 않은 곳이 없었고, 차체에는 선명한 총알구멍들도 나 있었다. 한쪽 문짝에는 USAID의 '바다를 가로지르는 손' 엠블럼 흔적이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외관상 폐차 직전이었지만 달리는 기세만큼은 무시무시했다.
롭 대위는 대위 계급장을 달고 있었지만, 정찰 중대의 뒤틀린 동료들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그와 엮이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라고 나는 확신한다. 그는 이미 4년 동안 월남에 있었다. 그는 베트콩 조직을 뿌리 뽑기 위해 고안된 피닉스 프로그램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이 프로그램은 주로 선택적 암살을 통해 이루어졌다. 일반적으로 암살자라고 하면 양복을 입은 이탈리아 신사 이미지를 떠올리고는 하지만, 롭 대위는 그 눈을 들여다보기 전까지는 마치 뉴잉글랜드의 교사처럼 보였다. 또한 그는 자신을 비롯한 타인의 존재가 찰나에 불과하다는 생각에 완벽히 적응한 몇 안 되는 사람 중 한 명이었다.
그는 말을 많이 하지 않았고, 마치 자기만 아는 비밀스러운 농담이라도 알고 있는 듯 우리를 바라보며 혼자 낄낄거렸다. 쿡과 나는 뒷좌석에 앉았고, 맥은 롭 대위와 함께 앞좌석에 앉았다. 롭은 백미러로 우리를 힐끗 보며 계속 낄낄거렸다. 그는 다낭의 거대한 공군 기지인 '건파이터'의 게이트를 빠져나와 저녁 교통 흐름 속으로 차를 몰았다. 아무도 사건의 세부 사항을 입에 올리고 싶어 하지 않는 걸 보니, 확실히 쿡은 우리에게 아직 말하지 않은 어떤 끔찍한 짓을 저지른 게 분명했다.
나에겐 변명거리가 있었기 때문에 문책이 별로 걱정되지 않았다. 나는 사건이 터지기 전에 붕따우에 있었다. 하지만 팀 전체가 결국 일종의 '상담'을 받게 될 것이었다. 맥도 일부 연루됐지만, 그 역시 세부 사항에 대해서는 점점 모호하게 굴며 쿡과 거리를 두려고 애쓰는 것이 보였다. 롭 대위는 맥과 내가 쿡을 주요 용의자로 지목할 수 있도록 밑 작업을 하는 이야기를 잠자코 듣고 있었다. 그는 백미러로 나를 바라보며 우리를 태운 이후 처음으로 말을 꺼냈다.(반쯤 조롱조였다)
"너희들, 누구 죽였냐?" 그 생각이 그를 즐겁게 한 듯 그는 웃음을 터뜨렸다. 맥과 나는 성가대 소년들 같은 얼굴로 그를 바라보며 거의 한목소리로 대답했다.
"우린 아니죠, 대위님. 하지만 쿡이 무슨 짓을 했을지는 알 수 없습니다." 우리는 그의 이름을 강조했다. 그리고 롭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그래봐야 소용없어." 그가 경고했다. "그 친구는 너희 팀원이잖아."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한숨을 쉬며 덧붙였다. "적어도 너희들은 서로가 있잖냐." 참으로 절제된 표현이었다. 롭은 항상 외톨이였다. 그는 임무를 수행했을 때조차도 가볍게 네 명의 현지 대원들하고만 움직였다. 그가 NKP로 옮겨졌을 때, 그의 현지대원들은 모두 임무를 그만두었다. 그들은 그냥 제대 후 부대 정문을 걸어 나갔다. 그들은 이 미친 대위와 함께 임무를 수행할 수 없다면 아예 임무를 수행하지 않기를 택하였다. 운명, 또는 누군가는 운이라고 부르는 그것은 우리 모두가 헤엄치는 강물과 같았다. 나는 어쩔 수 없이 그의 고립감을 화제 삼아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대위님은 기본적으로 사랑을 못 받기 때문에 곁에 아무도 없잖습니까." 그러자 그는 그저 낄낄거렸다. 그러고는 핸들을 홱 돌렸고, 우리는 진흙투성이 창문 너머로 겁에 질린 얼굴들이 내비치는 미니버스를 스쳐 지나갔다. 맥은 롭 대위와 나를 바라보며 한마디 던졌다.
"대위님, 소문에 따르면 대위님이 무기에 여자 이름을 붙이기 시작해서 현지 대원들이 그만뒀다고 하더군요." 우리 둘이 그 말에 웃던 중에 쿡이 뒷좌석에서 끼어들었다.
"난 가끔 수류탄에 이름을 붙여."
"뭐?!" 우리 둘 다 한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마치 그게 흔한 일인 양, 우리도 그러지 않냐는 듯한 표정으로 우리를 응시했다. 나는 기지로 돌아가면 그의 장비를 확인하여 2차 대전 때의 괴상한 폭,탄 예술처럼 수류탄에다 분필로 뭔가를 그렸는지 확인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맥은 그저 나를 바라보며 오른쪽 귀 옆에 손가락을 대고 맛이 갔다는 듯이 손가락을 돌리는 동작을 했다.
롭은 기어를 낮추고 코너를 돌아 외곽 벙커 라인과 경비 중대의 몽타냐드들이 지키는 부대 정문으로 향했다. 몽타냐드들은 계속 개코원숭이들처럼 웃으며 달려 나와 차단벽을 치워주었다. 몽타냐드는 롭을 좋아했다. 그들에게 롭은 걸어다니는 유령 같은 존재였으며, 그를 마치 부족의 원로처럼 대했다. 우리가 철조망이 치워지기를 기다리는 동안 롭 대위는 우리를 향해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이제 너희들은 돌아왔고, 위에서는 너희들 셋을 위한 특별한 계획을 세워놨을 거야. 회복 시간이 따로 없을 테니 너희들이 이미 회복되었기를 바라." 롭 대위는 다시 웃으며 마지막 100m를 달리며 부대 정문과 벙커 라인으로 향했다.
"사실, 지금 너희 셋과 너희들의 당장의 미래에 대한 대화가 진행 중이야." 그가 늑대 같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원래는 족쇄와 수갑이 포함된 특별한 환영식이 준비되어 있었는데, 메인스 대위와 빌리 워 원사는 더 재미있는 일에 집중하고 있었고, 내가 대신 너희들을 데리러 가서 너희와 육군 모두의 창피를 덜어주기로 했지. 더 중요한 일이 생긴 모양이야. 전쟁이 어떤지는 알잖아." 롭 대위는 이어서 '새로운 임무'의 가능성에 대한 몇 가지 흥미로운 관찰 결과를 덧붙였다.
사령부는 레이드, 매복, 포로 생포, 목숨을 건 도주극 외에 또 무엇을 생각하고 있을까? 내가 이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던 중 롭이 스트랩행어가 필요하다면 본인을 부르라고 말했다. 마치 장비 목록 속 추가 품목처럼 말이다. 우리가 저지른 일의 심각성을 상기시켜 줄 핵폭,탄이라니, 우리에게 퍽이나 필요한 것 아니겠는가. 우리는 정찰 중대 구역 앞에 멈춰 섰다. 롭 대위는 우리를 내려주고는 낄낄거리며 로버를 몰고 떠났다.
막사로 걸어가면서 나는 우리가 지금 사회적으로 너무 고립되어서 롭 대위만이 우리와 어울리고 싶어 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우리가 막사에 짐을 푸는 동안 맥과 나는 동시에 쿡을 쳐다보았다. 기이한 것에 도가 튼 나로서도 쿡이 도대체 무슨 짓을 해서 이런 관심을 끌었는지는 도저히 짐작할 수가 없었다. 우리는 짐 정리를 끝내고 쿡 녀석을 들볶아 클럽으로 데려가기로 했지만, 그 전에 그의 웹기어를 뒤져 수류탄 옆에 분필로 이름이나 슬로건을 썼는지 확인했다. 아니나 다를까 정말로 적혀있었다.
클럽은 비교적 한산했고, 15명 정도만 있었다. 클럽은 우리가 하는 일의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는 우리만의 휴식처였다. 싸구려 술집과 바이커 바가 뒤섞인 분위기에, 당구대와 전쟁 관련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안쪽에는 스탠딩 바와 감자튀김, 버거, 의문의 요리를 내놓는 주방이 있었다. 바 뒤쪽에는 죽음을 막아주는 부적처럼 나체 여인의 벨벳 그림이 걸려 있었다. 우리가 들어가자 모두가 조용해지더니, 이내 다들 웃기 시작했다.
로렌트가 나타나더니 우리에게 "너희들 정말 못됐군!"이라고 소리쳤다. 마치 가톨릭교회의 계시라도 받은 양 떠들어댔다. 나는 그를 바라보았고, 그는 취한 상태였다. 그는 마치 남동생을 금속 헛간에 맨발로 서게 한 다음 전기 울타리에 오줌을 누게 했을 때의 반응처럼 "못됐다"를 강조했다. 로렌트는 모두가 생각하는 전형적인 남동생의 모습이었기에 도저히 싫어할 수가 없는 친구였다. 로렌트의 뒤에는 그의 단짝인 버니가 있었다. 버니가 술을 먹인 게 분명했다. 로렌트는 술 한 잔에도 취했기 때문에 버니로부터 '알코올 훈련 프로그램'을 받았다. 그 결과 로렌트는 지난 몇 달 동안 온 사방에다 토를 해댔다.
심지어 어느 날 밤에는 메인스 대위에게 토하기도 했다. 꽤 볼만한 광경이었다. 로렌트는 토를 '발사'하는 것으로 악명이 높았기 때문에 맥과 나는 사선에서 벗어나 비스듬히 그를 피했다. 그때 버니가 뒤쪽 주방에서 감자튀김 통을 들어 보였다. 세상에, 너무 기름져서 기관총에 기름칠을 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리고 버니는 로렌트가 일발 장전된 상태라는 것을 알,리는 수신호를 보냈다.
로렌트가 우리 쪽으로 비틀거리며 다가왔지만, 그의 반응 속도와 거리 감각이 나무늘보 수준이었기 때문에 우리는 능숙하게 그를 피했다. 쿡은 로렌트가 우리를 향해 토하게 만들 거라며 중얼거렸지만 우리는 쿡이 그 기회를 잡기도 전에 이미 빠져나왔다. 우리가 바에 가는 동안 뒤에서 토하는 소리가 들렸다. 참 다행이었다.
클리프가 바에서 일하고 있었다. 그는 총상으로 인해 임무 수행을 그만두었다. 그는 가장 경험이 많은 1-0 중 한 명이었고, 어떤 임무의 공로로 탐나는 브라우닝 하이 파워 권총을 받기도 했었다. 지금 그는 적절한 보직이 날 때까지 클럽을 운영하며 일손을 돕고 있었다. 이는 재능 보존을 위해 기지 내에서 요양하게 하는 특별 보직 같은 개념이었다. 우리는 바에 다가갔고, 그는 우리 셋을 보더니 맥과 나에게 무엇을 원하느냐고 물었다. 그는 철저히 쿡을 무시했다.
"너희 둘," 그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너희 둘은 술을 많이 마셔둬. 소문에 따르면," 그는 손가락으로 쿡을 가리키며 덧붙였다. "저 녀석이 너희까지 강제노동형에 처하게 만들거나, 몇 년 동안 술이 금지된 곳으로 보낼 어떤 짓을 저질렀다고 하거든." 클리프가 술을 내주었고, 마침내 쿡에게도 한 잔을 줬지만, 우리 돈은 받지 않았다. 그는 "이건 가게에서 쏘는 거야. 언젠가 손주들에게 말해주고 싶거든. 너희 셋이 연옥으로 끌려가기 전의 마지막 모습을 실제로 봤다고 말이야."라고 말했다.
우리는 다시 쿡에게서 자초지종을 캐내려 시도했지만, 쿡은 여전히 우리가 자기 웹기어에서 이름을 적은 수류탄을 확인한 일에 대해 삐쳐 있었다. 그는 한 시간쯤 후에 자리를 떠났다. 그러자 클럽에 남은 나머지 동료 녀석들이 마치 게슈타포 심문이라도 하듯 우리를 에워싸고는 세부 사항을 캐내려 들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건 우리뿐만이 아니었으며, 지휘부만이 무언가를 아는 것 같았다. 우리는 상황을 조금씩 파악하기 위해 말을 지어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무리 말해도 우리를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다들 우리가 쿡을 감싸주려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몇 시간 후에 우리는 막사로 돌아갔다. 쿡은 침낭 속에 몸을 웅크리고 누워 있었는데, 마치 평화와 안정의 교단의 수사와도 같은 표정으로 잠들어 있었다. 나는 쿡에게 라이터 기름을 붓고 불을 붙이고 싶었다. 그가 정신을 차리기 전 그 찰나의 시간에 진실을 털어놓지 않을까 하는 희망 때문이었다. 맥은 그 계획의 허점들을 지적했고, 우리 둘도 곧 수면을 취했다.
쿡이 무슨 짓을 했든, 그 사건은 아마 월남전에서 여전히 비밀로 남아 있는 유일한 사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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