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폭격 흔적 위로 자라난 초목들이 습기를 잔뜩 머금고 물방울을 흘려대고 있었다. 그곳에서 나는 정글 지면에 엎드려 머리를 숙이고 주위를 살폈다. 내가 자리를 잡은 이 작은 땅덩어리를 적시고 있는 습기 때문에 눈가와 코끝에는 땀방울이 맺혔다. 심장 소리는 귓가에서 마치 베이스 드럼처럼 울렸으며, 이는 뛰어서 그런 것이 아니었다. 나는 완전히 미동조차 하지 않고 숨을 참으며 존재하지 않는 존재가 되려고 애썼다. 내가 들키지 않으려 애쓰는 대상은 나로부터 약 45m 떨어진 곳에 있는 월맹군 병사였다. 그는 3인조 트레일 감시팀의 일원이었고, 그들은 하루에 두 번씩 정해진 길을 따라 걸으며 순찰했다. 그들은 트레일을 점검하고 있었고, 더 중요하게는 트레일과 평행하게 놓인 통신선을 주기적으로 살피고 있었다.
그들은 내 아래쪽으로 난 트레일의 굽잇길을 돌아 나타났고, 나는 URC-10 무전기에서 세 차례의 딸깍 소리를 들었다. 그들이 가까이 다가오자 나는 움직임을 멈추고 얼어붙었다. 내가 적을 볼 수 있다면 적도 나를 볼 수 있다는 옛말이 떠올랐다. 나는 가능한 한 움직이지 않으려고 애썼다. 이 정도의 공포를 느끼게 되면, 모든 감각이 뇌 수용체에 비명을 질러댈 정도로 예민해지고, 뇌는 아예 척수에서 떨어져 나가려고 할 정도가 됐다. 나는 고개를 움직이지 않으려 애쓰며, 곁눈질로 가장 가까이 있는 녀석을 지켜보았다. 맥과 쿡, 그리고 나머지 팀원들은 내 뒤로 약 40m 떨어진 경사면의 울창한 나무들 사이에 있었다. 내가 있는 곳은 위쪽 캐노피 아래가 모두 잘려 나가 비교적 개방되어 있었고, 약 2m 높이의 작은 덤불들이 자라있었다. 그리고 내가 엎드린 곳은 아마 2년 정도 된 오래된 폭격 흔적이었다. 자연에 감사할 뿐이었다. 이곳에서는 몇 달 만에 수풀이 재생됐다. 멍청이들이 고엽제를 사용한 곳만 빼고 말이다. 그 빌어먹을 것이 뿌려진 곳에는 아무것도 자라려 하지 않았고, 숲은 암에 걸린 듯한 모습으로 변했다.
만약 월맹군이 나를 발견하면 나는 정말 좆된 것이었다. 엄폐물은 없고, 몸을 숨길 만한 덤불이 겨우 있을 뿐이었다. 유일한 위안은 지금 당장 8정의 총이 저 3명의 월맹군을 노리고 있다는 것이었지만, 내가 흙인 척하며 탁 트인 곳에 홀로 엎드려 있는 이 상황에서는 별로 위안이 되지 않았다.
이 임무는 사령부가 이 언덕과 협곡에 숨겨져 있다고 추정하는 병참 인프라를 찾기 위한 대규모 노력의 일부였다. 병참 기지를 건설하고 유지하는 데는 수많은 건설 및 유지 보수 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 주변에는 침입자들을 찾아다니는 독이 잔뜩 오른 데다 경계심 강하고 위험한 녀석들이 떼거리로 돌아다녔다. 그리고 그 침입자가 바로 우리였다. 우리는 그들의 통신선에 도청 장치를 설치하고 통신 내용을 녹음하기 위해 이곳에 왔다. 정보 사냥꾼이자 채집가인 우리는 도청 내용을 직접 듣지는 않았다. 그저 몰래 기어가 통신선에 도청 장치를 설치하고, 연결선을 빼낸 뒤, 모든 것을 위장하고 돌아오면 됐다. 아, 그리고 24시간마다 테이프를 교체해야 했다. 나는 방금 그 작업을 마쳤고, 나머지 팀원들이 후방 경계 2명과 함께 방어 태세를 갖추고 대기 중인 은신처로 조용히 복귀하기 시작하려던 참이었다.
우리가 격리 구역에서 처음 받았던 정보 뭉치들은 해당 지역에 대한 각종 첩보 및 최근 정찰 보고서, 병력 밀집 추정도 등이 난잡하게 뒤섞인 잡탕이었다. 그리고 당연히, 제대로 작동하는 도청 장치를 찾기 위해 보급 창고를 뒤져야 했다. 하지만 이 도청기들은 모두 어떤 식으로든 결함이 있었기에 우리는 카스티요 녀석에게서 하나를 구했다. 그 쿠바 녀석은 언제나 온갖 장비의 여분을 어딘가에 숨겨두고 있었다. 나는 도청 장치를 설치해 본 적이 없었고, 맥도 몇 달 전에 한 번 옆에서 거들어준 정도가 끝이었다. 우리 셋 모두 어둠 속에서도 도청기를 다룰 수 있게 될 때까지 우리는 이틀 동안 그 장치를 붙잡고 씨름했다.
우리는 반나절 동안 통신선을 지켜본 뒤, 맥과 내가 함께 내려가 도청 장치를 설치했었다. 그러다 이제 테이프를 교체할 시간이 되었다. 우리가 통신선을 점검하는 이들의 시간을 파악해 두었기에, 나는 테이프를 교체하고 복귀하기에 충분한 시간이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이 녀석들이 예고 없이 나타난 것이었다. 그동안 나는 패키지와 함께 있던 '팁'들을 잘 따랐는지 기억해 내려고 했다. 순서만 올바르게 따른다면 부하 손실이 발생하지 않아서, 하노이의 그 누구도 의심하지 않을 것이었다. 나는 이 멍청이들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며 죽은 듯이 엎드려 있었다.
녀석들이 왔던 방향에서 더 많은 목소리가 들렸다. 아주 많은 목소리였다. 그나마 바지에 지리지 않을 수 있었던 건, 그 목소리가 여느 미군들처럼 장난치고 담배 피우며 노닥거리는 것처럼 들렸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적어도 "이봐, 여기 미국인이다!" 같은 긴박한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나는 그저 거기에 누워서 주변 풍경의 일부가 되려 애쓸 뿐이었다.
두 번째 무리가 처음 세 명이 멈춰 선 곳까지 올라왔다. 우리가 장치에 연결해 둔 전선들은 그들로부터 트레일 위쪽으로 약 75m 떨어진 지점에 있었다. 먼저 와있던 세 명이 긴장을 풀고 새로 온 더 큰 무리에 주의를 돌리는 동안, 나는 아주 살짝 머리를 움직였다. 내가 있는 곳에서는 전체 인원 중 약 8명만 보였지만, 트레일을 따라 뒤쪽으로 줄지어 있는 인원들은 그 두 배는 될 것 같았다. 그들은 올라오자마자 작은 배낭을 벗고 그 위에 걸터앉았다.
한 남자가 헤드셋이 달린 구식 지뢰 탐지기처럼 보이는 것을 들고 있었다. 그가 베트남어로 말하기 시작하자 나는 무슨 상황인지 깨달았다. 제기랄, 이건 일종의 수업이었다. 무슨 말인지 알아듣거나 이해할 수는 없지만, 나 역시 많은 야외 교육에 받아 봤기 때문에 이것이 뭔지는 바로 알 수 있었다. 대열 뒤쪽에 있는 몇몇 이등병들은 이미 졸린 눈빛을 하고 있었다.
그 남자는 장치의 올바른 작동법 및 배치 방식에 대해 약 10분 동안 계속 설명했다. 그동안 그의 두 동료 중 한 명은 통신선의 일부를 파내어 전선에 연결선과 계측기처럼 보이는 물건을 연결했다. 주 교관은 이제 장치의 오디오를 켰다. 그가 주 통신선에서 계측기로 이어지는 두 연결선 위를 지나가자 신호음이 들렸다. 계측기에 뭔가가 표시된 모양이었지만 나는 볼 수 없었고, 바지에 지려서 모든 것을 망칠까 봐 더 걱정됐다. 기가 막힌 일이었다. 월맹군 야전 훈련소 한가운데에 있다니 말이다. 최근 우리 행실에 조금 화가 난 신의 경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비누 접시 크레모아 하나를 꺼낼까 생각했지만 크레모아는 저 언덕 위 내 배낭 안에 있었다. 나에게 있는 건 CAR-15 소총과 기본 군장뿐이었다. 월맹군 기술병이 내 아래에서 지루하게 설명하는 동안 나는 총을 사용할 수 있는 위치로 총을 천천히 옮겼다. 입이 너무 말라서 침조차 제대로 삼킬 수 없었으며, 마치 잘못된 시간에 잘못된 장소에 있는 바보 같은 내 처지에 딱 어울리는 것 같았다.
갑자기 누군가가 무언가를 때리는 소리가 크게 들리더니 잠시 정적이 흘렀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는 볼 수 없었다. 내가 알 수 있는 것은 모든 것이 조용해졌다는 것뿐이었다. 이어서 권위적인 목소리로 누군가가 호통을 치는 소리가 들렸고, 그다음에는 다른 두 명이 주눅이 든 채 충실하게 문구와 정답을 줄줄 외는 소리가 이어졌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전혀 알 수 없었지만, 나는 그저 누군가가 이 언덕 위로 소변을 보러 오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그랬다가는 내가 두 번째 훈련 보조 도구가 될 것이었다.
이 짧은 막간극이 끝난 뒤, 10분~15분 동안 암기식 교육 같은 것이 이어졌고, 병사들이 앞으로 나와서 이런저런 과제를 수행한다. 보조 교관 두 명은 이제 계측기를 챙기고 파헤쳤던 통신선을 다시 묻느라 바빴다. 전체 훈련은 약 20분 동안 지속되었지만, 체감상으로는 몇 시간처럼 느껴졌다.
왼쪽 편에서 또 다른 목소리가 들리더니, 눈에 보이는 모든 월맹군들이 일어나 배낭을 챙기고 왔던 방향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들이 움직이면서 내는 딸깍거리는 소리와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남쪽으로 점점 멀어져 갔다. 나는 정글이 평소의 소리로 돌아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조심스럽게 팀원들이 기다리고 있는 언덕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제자리로 돌아오는 데 약 15분이 걸렸다. 우리 중 누군가가 다시 이 길을 지나야 할 텐데, 장님도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다져진 길을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가장 어려운 부분은 역시 정글을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것이었다. 한 곳으로 너무 많이 오가면 흔적을 남기게 된다. 트레일 감시병들을 상대할 때는 이게 문제였다. 그들은 자신들이 맡은 구간의 세부 사항을 모두 알고 있었다. 만약 트레일 옆의 식물을 건드리기라도 했다가는 귀신같이 알아챌 것이었다.
나는 팀 경계선 안으로 조용히 돌아왔고, 로이가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나를 맞이해 주었다. 나는 맥에게 다가가 그의 옆에 자리를 잡았다. 나는 무전기 배터리 포장지로 만든 밀봉 팩에 테이프를 넣었고, 이를 보여주며 맥에게 오래된 테이프를 새것으로 교체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나를 끌어당기며 속삭였다. "녀석들이 너무 빨리 나타나서 우리가 경고해 줄 틈도 없었어."
"URC-10에서 딸깍 소리가 났을 때 이미 눈치챘어.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놈들이 처음에 다가왔을 때 완전히 끝장나는 줄 알았다고." 나는 수통을 꺼내 몇 모금 마시며 시간과 공포로 잃어버린 수분을 보충했다.
"내가 파악한 바로 병사들에게 일종의 통신선 점검 교육을 하던 것 같더군. 처음 세 명은 간부였고, 장교와 함께 온 그룹에는 약 25명이 있었어." 그는 크라바트로 얼굴을 닦았다. 우리는 모두 한증막 같은 날씨 속에서 땀을 흘리고 있었다. "그 녀석들과 그들이 가지고 있던 장치 사진을 10장 정도 찍었어. 참고로 네 사진은 제대로 못 찍었어. 노출된 발과 다리 일부만 찍혔거든. 녀석들 중 한 명이 고개를 들어 널 발견할까 봐 정말 걱정했다고."
"중간쯤에 그 소란은 도대체 뭐였어?" 나는 수통 뚜껑을 다시 닫으면서 맥에게 물었다. 나는 몸을 일으켜 설 수 있는 곳으로 천천히 자리를 옮겼고 맥도 똑같이 자리를 옮겼다. 여기서 보니 현지 대원 팀장인 쿠만과 나머지 몽타냐드들이 좌우로, 그리고 약간 앞쪽으로 퍼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들 모두 트레일 쪽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맥은 나를 보고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간부 중 한 명이 뒤에서 떠들던 병사 두 놈의 뺨을 후리고 교육이 끝날 때까지 차렷 자세로 세워뒀어. 멍청이들을 혼쭐낸 거지. 아무래도 상황이 안 좋아. 녀석들이 다시 돌아오면 결국 도청 장치를 찾아낼 거야. 이 '빨갱이 학교'보다 더 나은 곳으로 장소를 옮겨야 할 것 같아."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 작업의 실행 계획을 생각했다. 위험을 무릅쓰고 통신선을 계속 따라가거나, 근거 없는 자신감을 믿고 서쪽에서 통신선을 다시 찾거나 해야 했다. 어느 쪽이든 어두워지기 직전에 철수하거나 지금 철수해서 RON 지점을 찾는 것이 최선이었다. 어젯밤 우리는 뒤쪽으로 약 75m 떨어진 울창한 덤불 속에서 밤을 보냈다. 우리는 같은 은신처를 두 번 사용하는 것을 꺼렸지만 도청 임무 특성상 선택의 폭이 좁았다. 적의 이동을 감시할 수 있을 만큼 가까이 접근하되, 수풀을 건드릴 정도로 너무 가까워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동감해, 맥. 방금 건 너무 위험했어. 내일 일출 직전까지 기다렸다가 장치를 회수하고 서쪽으로 가보자고." 맥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주머니에서 지도를 꺼냈다. 그러고는 간선이 뻗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지점을 나뭇가지로 가리켰다.
"이쪽으로 이동해 볼 수도 있겠어. 아마 본부가 있는 곳이라 병력들이 들끓겠지만, 하나의 선택지이긴 해. 다만 지형이 개떡 같고, 놈들이 우리를 막다른 곳으로 몰아넣을 수 있지. 문제는 저 통신선에 통신량이 가장 많을 거라는 점이야." 그가 말을 끝맺기도 전에 쿡이 손가락을 튕겨 우리의 주의를 끌었고, 쿡은 전방에 움직임이 있다는 수신호를 보내며, 단순한 산책 수준이 아님을 암시했다. 우리는 즉시 쓰러진 나무 뒤로 몸을 낮추고 쪼그려 앉았다.
맥과 나는 트레일을 볼 수 있는 곳까지 조심스럽게 이동했다. 몽타냐드들은 모두 긴장했다. 내 눈에 들어온 트레일의 광경은 매우 불길했다. 통신선 점검병 세 명이 돌아온 데다, 다른 무리까지 데리고 왔다. 이 무리는 훈련생들이 아니었다. 이들은 경계 태세를 갖추고 트레일 양쪽의 수풀을 수색하고 있었으며, 특히 우리가 있는 방향을 집중적으로 수색했다. 장비를 든 병사가 내가 있던 지점 언저리를 가리켰고, 그는 1개 분대의 호위를 받으며 트레일을 따라 도청 장치가 있는 방향을 향해 통신선 점검을 하기 시작했다.
맥은 조용히 우리의 항공 자산인 코비와 무전을 시도하려 애썼다. 적들이 완전히 전투태세를 갖췄기 때문에 정말 조용히 시도했다. 나는 저 망할 놈들이 어떻게 알아챘는지, 아니면 단순한 우연인 건지 생각하며 숨을 죽였다. 트레일을 따라 올라오던 무리가 우리가 도청 장치를 설치한 지점에 이르렀고, 나는 그들이 덤불을 그냥 지나치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그리고 두 가지 일이 동시에 벌어졌다. 우리 전방에 있던 분대가 언덕을 올라오기 시작하더니, 내가 도청 장치를 떠나면서 남긴 미세한 흔적을 발견하고는, 내가 숨죽이고 기다리다 9개 중 8개의 목숨을 잃었던 그 지점을 찾고야 말았다. 또한 도청 장치가 있던 곳에서 쾅 하는 폭발음이 들렸다. 그 폭발음은 장치가 발각될 경우를 대비해 우리가 주변에 설치해 둔 두 개의 발목 지뢰가 터지는 소리였다. 이제 확실히 발각된 것이었다.
언덕 위로 올라오려던 무리는 잠시 얼어붙더니, 즉시 우리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들은 프로였고, 그 흔적이 최근에 생겼다는 것을 알아낼 것이었다. 그들은 몸을 낮췄다. 한편 맥은 마침내 코비와 교신에 성공했다. 그때 우리 아래쪽에 있던 분대가 올라오기 시작했고, 쿡은 그들이 약 10m 정도 접근하도록 놔둔 다음 크레모아를 격발했다. 그의 양쪽에 있던 몽타냐드들도 수류탄을 두 개씩 던졌다. 아래쪽에 있던 무리의 대부분이 쓰러지는 것이 보였다.
"가자!" 맥이 말했다. "공중 지원이 올 때까지 버틸 수 있는 지점을 확보해야 해!"
"맥, 저 아래서 부상자 한 놈 데려올까?" 쿡이 아래쪽에서 들려오는 신음 소리 너머로 외쳤다. 맥은 고개를 저으며 쿠만에게 팀원들을 일으키고 언덕 위쪽으로 이동하라는 수신호를 보냈다. 우리는 이전에 몇 군데의 집결지를 확인해 두었는데, 모두 한정된 시간 동안은 방어가 가능한 곳이었다. 나는 팀이 움직이기를 기다렸다. 그때 아래쪽에서 갑자기 자동 사격이 쏟아졌지만, AK 소총 몇 정뿐이었고, 총탄은 사방으로 흩뿌려지고 있었다. 우리가 총을 쏘지 않고 수류탄과 크레모아만 사용했기 때문에 놈들은 아직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확신하지 못했지만, 곧 나머지 무리들이 부상자들을 돕기 위해 달려올 것이었다. 나는 크레모아가 만들어낸 참혹한 광경을 잠시 엿보았다. 덤불이 완전히 짓이겨져 있었으며, 시체가 몇 구인지는 보이지 않았지만, 위로 올라오던 분대가 모두 전멸했다. 몇몇은 웅크린 채 그저 주변 지역으로 사격을 가하고 있었다. 우리는 최대한 소음을 내지 않으면서 빠르게 빠져나갔다.
첫 번째 집결지에 도착하는 데 약 20분이 걸렸다. 우리는 방어 태세를 갖추고 셋이서 짧게 회의를 가졌다. 우리가 발각되었다는 사실에는 이견이 없었다. 도청은 물 건너갔다. 두 개의 발목 지뢰와 도폭선이 도청 장치를 파괴하여 파편으로 만들어버렸다. 놈들이 발견할 수 있는 건 연결선뿐일 것이며, 어찌 됐든 적들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내는 데 굳이 포렌식 팀이 필요하지는 않을 것이었다. 우리는 아직 총 한 발도 쏘지 않았지만, 한 시간도 안 되어 우리 꽁무니에 추적병이 따라붙을 것이었다. 지금 당장 비가 내리더라도 추적병을 따돌리고 비를 이용해 흔적을 지울 만큼의 시간적 여유는 없었고, 우리가 이 목표 지역에 머무를 희망은 없었다. 이 시점에서 임무는 취소되었으며,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헬기가 올 때까지 살아남는 것이었다. 이 첫 번째 집결지는 능선 위 더 높은 곳에 있는 두 번째 집결지만큼 좋지는 않았다. 우리는 지체 없이 다시 일어나 더 높은 곳에 있는 집결지를 향해 이동했다. 그동안 계곡 아래와 남쪽에서 신호 총성 소리가 들렸다.
두 번째 집결지에 도착하는 데 한 시간 정도 걸렸다. 우리가 그곳에 도착했을 때쯤, 코비가 나타났고, 그는 우리 동쪽 약 1km 지점을 비행하고 있었다. 지상에서 녹색 예광탄이 코비를 향해 날아들자 코비는 왼쪽으로 급선회하며 급강하하더니 백린 로켓을 발사하고 다시 고도를 높여 사라졌다. 그러자 곧바로 패스트 무버들이 거의 수직으로 내려오며 폭,탄을 투하했다.
고된 등반 끝에 나는 맥 옆에 털썩 주저앉았고, 그가 코비와 나누던 무전을 들을 수 있었다. 내가 숨을 고르는 동안, 코비가 맥에게 헬기가 오고 있으며 많은 수의 적들이 우리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보고하는 것을 들었다. 이 시점에서 기만행위는 의미 없었다. 적들은 우리가 여기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코비가 나타나자, 적들은 우리가 아직 현장에 있다는 것을 확신했을 것이었다. 나는 일어나 몽타냐드들을 내가 원하는 위치에 배치하기 시작했고, 쿡은 나머지 절반을 데리고 방어선을 구축했다. 이곳은 버티기에 좋은 장소였다. 양옆으로 나무와 빽빽한 수풀이 우거진 가파른 경사면이 있었고, 우리 뒤쪽 언덕 위로는 자동차 크기만 한 바위들이 버티고 있었다. 우리가 아는 한 우리 위쪽으로는 트레일이 없었으므로 놈들이 우리 위로 올라오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이었다. 이 정도면 최상의 상황이었다.
월맹군은 피해를 입고 잔뜩 독이 오른 상태였으며, 우리를 압박하고 죽이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것이었다. 공중 지원이 대기 중인 상황에선 그리 쉽지 않겠지만, 그렇다고 안심할 수는 없었다. 월맹군은 그런 어려운 일을 해내는 데 특화된 녀석들이었다. 그들은 우리를 몰아넣고 고립시킨 뒤, 항공 자산들이 대거 몰려오기 전에 수적으로 몰아붙여 우리를 제압하려 할 것이다. 우리는 그저 항공 자산이 도착할 때까지 버텨야 했다. 따라서 우리는 크레모아를 설치하며 방어 태세를 강화했다.
한편, 철수 LZ가 없어서 골치였다. 코비가 폭,탄으로 LZ를 만들어주거나, 우리가 가진 폭약으로 나무 몇 그루를 쓰러뜨려야 했다. 나무들이 너무 빽빽해서 그리 효과적이지는 않을 것 같았지만, 약간 위치를 옮겨 큰 나무 두 그루를 쓰러뜨린다면 헬기가 들어올 공간은 확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우리는 방어에 필요할 경우를 대비해 크레모아를 제외한 폭약들로 어떤 나무를 날려버릴지 살펴보았다. 그때 코비가 무전으로 작은 공터가 있다고 알려주며 우리 위치를 확인하기 위해 상공을 비행했다. 맥은 거울로 신호를 보내 코비가 공터를 기준으로 우리 위치를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그 공터는 우리가 있는 능선 줄기를 따라 북쪽으로 약 75m 떨어진 곳에 있었다. 방어 지점으로서는 최악이었지만, 코비는 우리를 철수시킬 수 있을 만큼 충분한 화력을 퍼부어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 우리는 이동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가 그 공터에 도착함과 동시에 월맹군도 도착했다. 놈들은 이 주변의 모든 공터를 알고 있었고, LZ가 될 만한 곳들을 봉쇄하기 위해 병력을 보냈다. 불행히도 놈들은 충분한 병력을 보내지 않았다. 우리는 능선을 올라오느라 숨이 턱 끝까지 찬 네 명과 마주쳤다. 두 명을 사살하자, 나머지들은 언덕 아래로 허겁지겁 도망치고는 조준 사격으로 우리에게 총탄을 퍼붓기 시작했다. 우리는 아까와 같은 절차를 반복하여 경계선을 구축하고 방어 태세를 강화했다. 나는 폭약을 설치하여 언덕 위쪽의 큰 나무 한 그루를 쓰러뜨렸고, 나무가 쓰러지면서 헬기 로터가 들어올 공간이 생겼다. LZ는 헬기 한 대가 겨우 들어올 만한 크기였고, 지형상 우리는 적들이 몰려오는 동쪽 대신 북쪽으로 빠져나갈 수 있었다.
이제 더 이상 조용히 움직일 필요가 없었다. 놈들은 우리가 여기 있다는 것과 정확한 위치까지 다 알고 있었다. 이제는 적 병력들이 몰려오기 전에 우리가 철수할 수 있을지 없을지의 시간 싸움이었다. 코비가 다시 돌아와 경사면 아래쪽의 몇몇 표적들을 표시하자, 패스트 무버 편대가 날아와 아래쪽 경사면으로 250파운드 폭,탄처럼 보이는 것들을 투하했다. AK 소총 총성이 거세지는 것을 보니, 더 많은 병력들이 우리 쪽으로 이동해 오며 돌격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병력이 충분해지면 놈들은 우리에게 돌격해 올 것이었다. 그리고 그 시작은 아마 RPG일 것이다.
A-1E들이 날아와 우리 아래쪽으로 네이팜탄을 투하하더니, 다시 돌아와 우리 위쪽 경사면에도 똑같이 네이팜탄을 투하했다. 우리 위쪽에도 적의 움직임이 있는 모양이었다. 한국전쟁 때부터 쓰이던 이 거대한 프로펠러 유물들은 제트기들이 연료를 다 소진하여 떠난 뒤에도 한참을 머물 수 있었다.
맥이 항공 자산들이 5분 후에 도착할 테니 첫 번째로 철수할 조들부터 준비하라고 소리쳤다. 고도 때문에 팀원들이 모두 철수하는 데는 세 대의 헬기가 필요했고, 코비는 선회 지점에 헬기들을 대기시키고 있었다. 건쉽의 로터 소리가 들릴 때쯤 지상 사격이 거세졌다. 헬기들이 도착하자 고정익 자산들은 물러났고, 코브라 건쉽 한 대가 우리 정면을 가로지르며 40mm 유탄을 쏟아냈다. 유탄은 날아든 곳을 고기 분쇄기처럼 갈아버렸고, 첫 번째 철수 헬기가 도착하자 지상 사격이 잦아들었다. 쿡과 두 명의 몽타냐드가 아래쪽으로 쓰러진 나무줄기를 타고 올라가, 첫 번째 헬기에 신속하게 탑승했고, 헬기는 곧바로 이륙하여 고도를 높였다.
헬기에 타려면 내가 쓰러뜨린 나무의 수평으로 누운 몸통 위로 올라가야 했다. 다음은 내 차례였다. 코브라 한 대가 다시 한번 날아오며 기관총과 로켓을 퍼부었고, 그 과정에서 엄청난 지상 사격을 받았다. 그리고 두 번째 철수 헬기가 날아와 통나무 위에 한쪽 스키드를 걸치고 균형을 잡았다. 나는 세 명의 몽타냐드와 함께 재빨리 탑승했다. 파일럿이 출력을 최대한 높이며 헬기가 공중으로 솟구치자 우리는 기체 바닥에 처박혔다. 헬기는 왼쪽으로 기울더니, 기수를 아래로 향한 채 속도와 고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측면 뒤쪽을 내다보니 세 번째 철수 헬기가 날아왔고, 맥, 투아, 쿠만이 서둘러 올라탔다. 엄청난 지상 사격이 쏟아지자, 다른 코브라 한 대가 세 번째 철수 헬기의 바로 앞을 가로질러 비행하며 미니건으로 지면을 갈아엎었고, 마침내 맥이 탄 헬기도 이륙하며 그곳에서 철수했다.
마지막 코브라는 연기를 내뿜으면서도 고도를 높이며 우리와 함께 빠져나왔다. 그 코브라는 우리로부터 약 100m 앞에서 비행하고 있었고, 다른 헬기들은 주의 깊게 그 코브라를 살피고 있었다. 결국 그 코브라는 고도를 잃더니, 오래된 화력 기지처럼 보이는 평평한 원형 공터에 내려앉았다. 코브라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와중에 두 번째 휴이가 그쪽으로 날아갔고, 추락한 코브라에서 두 명이 급히 빠져나오더니 두 번째 헬기로 옮겨 탔다. 그리고 휴이는 다시 이륙하여 고도를 높였다. 헤드셋을 통해 무전을 들으니, 코비는 불타고 있는 코브라를 파괴하기 위해 언덕으로 패스트 무버들을 투입하려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럴 기회도 없었다. 헬기가 화염에 휩싸이며 탑재된 무장들이 폭발을 일으켰다.
45분 후, 우리는 발진 기지에 착륙했다. 우리는 헬기에서 내려 장비를 끌고 나왔다. 3일 동안 정글에 있었던 탓에 찌든 땀 냄새가 온몸에서 진동하고 있었다. 나는 배낭을 챙기고 TOC로 향했다.
임무는 망쳤지만, 그래도 발각되기 전까지 하루치 정도의 통신 내용은 확보했다. 나는 발진 기지 담당 부사관인 버드로우에게 녹음테이프를 넘겼고, 우리는 돌아가서 팀원들을 쉬게 하고 밥을 먹일 준비를 했다. 다른 팀을 위해 브라이트 라이트 임무를 수행해야 할 경우를 대비해 재무장하고 대기해야겠지만, 그 외에 이번 임무에서 우리가 할 일은 여기서 끝이었다. 우리는 다낭으로 돌아가는 비행편을 잡고, 휴식을 좀 취할 것이었다. 사이공 녀석들이 뭐라고 생각하든, 목표 지역에는 엄청난 수의 월맹군들이 떼거리로 돌아다니고 있었다. 아마 조만간 그곳에 폭격을 가할 가능성이 높았다. 나는 그 테이프에 가치 있는 내용이 있기를 바랐다. 그 경사면에서 9개의 목숨 중 8개를 다 써버린 것 같았으니까 말이다.
맥, 쿡, 나는 그 월맹군들이 우리를 어떻게 찾아냈는지 알아내려고 애썼다. 통신선에 부하 손실이 발생해서 교육 중에 발각된 것일까? 아니면 그 두 명의 병사들이 애초에 무언가를 눈치채고 떠들었던 것일까? 아니면 그저 지독하게 운이 없었던 것일까? 하지만 운이라고 하기에는 적들은 너무 빨리, 그것도 정예 추격조들을 데리고 나타났다. 나중에 이런 임무를 다시 맡게 될지도 모르니 확실히 알고 싶었다.
내 첫 도청 임무였고, 어쨌든 수확은 있었다. 맥이 찍은 사진들도 현상하기 위해 테이프와 함께 보내졌다. 그 결과물에 무엇이 담겨 있든 이제 우리 손을 떠난 상황이었지만, '파피' 버드로우 덕분에 사진 복사본은 몇 장 챙길 수 있을 것이었다. 우리는 그를 '파피'라고 불렀지만, 머리에 혹이 나고 싶은 게 아닌 이상, 직접적으로 그렇게 부르지는 않았다.
약 4시간 후, 우리는 창고에서 시원한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맥이 나를 냉소적인 표정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네가 정찰 역사에 한 획을 그을 수도 있도록 그냥 거기에 좀 더 있을 걸 그랬어." 나는 그를 쳐다보며 대답했다. "오, 어떻게 말이지?"
"글쎄, 예전에 우리 대원 중에 유창하게 베트남어를 구사하고 외모도 그럴듯했던 녀석이 있었지. 그 녀석은 대담하게 적 베이스캠프에 슬쩍 들어가서 뻔뻔스럽게도 훈련 과정에 참여했었어. 게다가 다른 병사들과 함께 관중석에 앉아 있었다고도 하더라. 그게 어떻게 가능했겠어? 같은 군복에 같은 바타 부츠를 신고, 베트남 사람처럼 생겼고 말도 그렇게 했으니까지. 심지어 사진까지 찍어왔다니까. 그 정도는 돼야 배짱이 있다고 할 수 있지."
"그래? 그래서 요지가 뭐야?"
"그러니까, 그때 그냥 일어나서 질문이라도 하나 던지지 그랬냐고. 그랬으면 여기서나 월맹군 사이에서나 전설이 됐을 텐데 말아야." 맥은 혼자 낄낄거렸다.
"나는 베트남어 쥐뿔도 못 한다고. 게다가 전설이 되고 싶은 생각도 없거든. 그랬으면 칠면조처럼 온몸에 총알구멍이 났겠지. 그리고 중요한 건, 난 그때 지릴 뻔했다고."
"그건 상관없어. 쿡은 네가 뭔가 굉장한 일을 해내서 자기 친구들한테 네가 얼마나 멋있는 놈인지 자랑하고 싶어 했거든."
"그럼 다음번에는 직접 내려가 보라고 해, 나는 네가 말한 대로 되도록 그 털북숭이 엉덩이에 비비탄총을 갈겨줄 테니까 말이야. 아니면, 그냥 네가 해보는 건 어때?"
"난 안 돼." 맥은 담배를 꺼내 불을 붙이며 말했다.
"왜?" 나는 맥주를 천천히 들이켜며 그 쌉쌀한 맛을 음미하며 물었다. 그동안 쿡은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우리 둘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리더십의 절제력을 보여줘야 하거든." 그는 다시 낄낄거렸다. "게다가 너 그 상황을 꽤 즐기고 있던 것 같던데? 아마 놈들이 처음 나타났을 때 네 괄약근이 닫히는 소리를 듣고 우리 위치를 눈치챘을걸. 우리가 있던 저 위쪽까지 그 소리가 다 들렸거든. 다음에 또 이런 일을 하게 되면 소음 방지용으로 생리대라도 준비해 줘야겠군."
부정할 수 없었다. 그가 아무리 농담처럼 가볍게 말해도, 나는 정말 죽을 만큼 무서웠다. 뭐, 그래도 새로운 사건이 터지기 전까지는 침팬지 같은 내 두 동료 녀석들이 즐겁게 떠들 이야깃거리 하나는 생긴 셈이었다.
코브라 낭만 뒤지네 ㅋㅋ
이번 정찰임무 발각도 에이전트 프랑수와 동지의 정보 유출 탓은 아닐지....
그냥 도청 자체가 잘 들키는 임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