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공중전의 판도를 바꿀 이른바 '전투기 협업 무인전투기(CCA)'가 내년 미 공군의 실제 전력화를 앞두고 베일을 벗고 있다. 막대한 비용을 들여 물리적 성능을 끌어올리던 과거의 방식에서 벗어나, 스마트폰처럼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만으로 전투기의 임무와 성능을 진화시키는 ‘소프트웨어 정의 전쟁(Software-Defined Warfare)’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최근 열린 2026 공군 인공지능 발전 컨퍼런스에서 국방부과학연구소 정소영 부장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현재 무기체계 개발의 핵심 화두는 단연 ‘AI-First’ 아키텍처다. 전통적인 항공 군수 체계에서는 수명 주기 내내 기체 하드웨어와 내부 시스템이 강하게 결합되어 있어, 대규모 성능 개량에 최소 수년에서 십수 년이 걸렸다.
하지만 새로운 CCA 체계는 컴퓨터 소프트웨어 공학에서 널리 쓰이는 마이크로서비스 아키텍처(MSA)와 유사한 느슨한 결합(Loose Coupling) 구조를 무기체계에 도입하고 있다. 실제로 미 공군은 기체(General Atomics 등)와 그 안에 탑재되는 자율 소프트웨어(Shield AI 등)를 아예 독립적으로 발주하는 실험적 획득 방식을 추진 중이다. 뼈대인 하드웨어는 그대로 두되, 몇 주나 몇 달 만에 핵심 두뇌인 소프트웨어를 갈아 끼워 새로운 전술을 구사하는 개방형 생태계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무인 전투기에 인공지능을 탑재한다고 할 때 가장 먼저 제기되는 우려는 ‘통제 불능의 킬러 로봇’에 대한 거부감이다. 스스로 판단해 방아쇠를 당기는 치명적 자율 무기 시스템을 어떻게 신뢰할 수 있느냐는 본질적인 질문이다.
이에 대해 군 당국은 철저한 ‘역할 기반 접근 제어(RBAC)’ 철학을 시스템에 이식했다. 무인기가 단독으로 작전을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후방의 유인 전투기(쿼터백) 조종사나 공중조기경보통제기(AWACS) 지휘관의 명확한 통제 루프 안에서 움직이도록 설계된 것이다. 엄격한 교전 수칙(ROE)이 강제되며, 인가된 지휘관이 부여한 권한과 통제 메시지만을 수용해 표적을 타격하는 안전장치가 촘촘히 마련되어 있다.
가장 흥미로운 기술적 도전은 '비행 안전'과 'AI 성능 진화'라는 상충하는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는 아키텍처의 구조다. 항공기의 생명인 감항성(Airworthiness)을 보장하려면 보수적이고 안정적인 제어가 필수적이지만, 전술 AI는 지속적인 배포와 진화(DevSecOps)를 거듭해야 하기 때문이다.
개발진은 이를 '비행 자율화(Flight Autonomy)'와 '임무 자율화(Mission Autonomy)' 영역을 엄격히 분리(Isolation)하는 방식으로 풀어냈다. 교전과 전술 판단을 내리는 임무 AI가 혹여 기체의 물리적 한계를 넘어서는 무리한 기동을 명령하더라도, 기체 제어를 담당하는 비행 AI가 검증기(OMS Isolator)를 통해 이를 단호히 방어한다. 나아가 비행 AI는 단순히 명령을 기각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체가 안전하게 수행할 수 있는 최적의 우회 경로를 역제안하며 임무 AI와 '협력적 경쟁'을 벌이도록 설계되었다.
정 연구원은 이러한 CCA의 아키텍처 설계 철학을 손자병법의 ‘수정출기(守正出奇)’라는 고사성어에 비유했다. 비행 안전이라는 엄격한 '정도(正)'를 굳건히 지키면서도, 인공지능이 창출하는 전술적 '기이함(奇)'을 전장에서 마음껏 발휘하도록 만들겠다는 의미다.
수만 개의 부품이 맞물려 돌아가는 거대한 물리적 장비였던 전투기. 이제 그 물리적 한계를 유연한 소프트웨어 아키텍처로 돌파하는 거대한 패러다임 전환이 우리 눈앞의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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