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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트기 직전, 나는 나무에 등을 기대고 앉아 있었다. 몸에서 나는 시큼한 땀 냄새가 거슬리기 시작했고, 이 냄새가 너무 멀리까지 퍼지지 않을까 걱정되기 시작했다. 현장에서의 두 번째 밤이었고, 적의 흔적은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 마치 예전처럼 목표로 곧바로 침투하던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았다. LZ 사전 정리도 없고, 상공에 항공기들도 별로 없던, 정말 옛날 말이다. 우리는 지상 사격을 전혀 받지 않고 LZ에서 무사히 벗어났다. 추적병도 신호 사격도 아무것도 없었다. 정글은 평소의 리듬으로 돌아갔고, 우리는 LZ와 거리를 벌리기 위해 꾸준한 속도로 이동했다. 우리는 목표 구역의 북쪽 중앙까지 간 다음, 남쪽 끝까지 지그재그로 구역을 훑을 계획이었다. 해 질 녘 즈음 우리는 그 지점에 도착했고, 정상 부근의 거의 수직에 가까운 능선에서 튀어나온 바위턱에 RON을 설정했다.


RON으로 들어와 밤을 보낼 준비를 마친 뒤에도 우리는 극도로 조심했다. 하지만 여전히 적과의 접촉은 없었다. 어제 남쪽에서 총성이 들렸지만, 우리는 그것이 신호 총성이 아니라 사냥꾼들의 총성이라고 생각했다. 이제 밤이 물러가고 낮이 시작되는 그 짧은 몇 분 동안, 우리는 모두 경계 태세를 갖추었다. 야행성 포식자들과 피식자들이 제 굴과 보금자리로 돌아가고 있었고, 곧 우리도 RON에서 나와 은밀하게 정찰을 시작할 것이었다.


기습이나 함정에 걸려들지 않기 위해 우리는 최대한 고지대를 따라 이동하며 하루를 시작할 것이었다. 이곳 지형은 꽤 괜찮은 편이었고, 우리는 1km 이상을 이동하면서도 안전지대에서 벗어날 필요가 없었다. 이동하다 보면 오늘 밤쯤에는 고원지대에 도착할 것이고, 만약 이곳에 적의 주둔지나 군사 시설 같은 곳이 있다면, 머지않아 그 외곽 지역을 발견하게 될 그런 지역을 가로지르게 될 것이었다. 우리는 사방으로 시선을 굴리며 고지대에서 관측할 수 있는 것들을 최대한 눈에 담고 있었다. 어쩌면 오늘은 하루 종일 아래쪽의 개활지를 감시하며 적의 활동이 있는지 지켜볼지도 몰랐다. 이 정도면 거의 더할 나위 없는 최상의 조건이었다.


밤은 손가락 끝의 감각이 무뎌질 정도로 추웠다. 나는 소리를 내지 않고 천천히 입김을 불어 혈액 순환을 시키려 애썼다. 왼쪽을 보니 방이 나를 쳐다보고 일었는데, 마치 내가 끔찍한 대역죄라도 짓고 있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는 마치 치코 마르크스의 축소판처럼 생겼다. 곤충처럼 커다란 눈을 가졌고, 부니햇 챙을 바짝 잘라 쓰고 다녔다. 주변 초목 때문에 그의 머리와 어깨 일부만 겨우 보였다.


우리는 기다렸고, 정글이 점차 잠에서 깨어나며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긴장이 풀어지거나 피로가 몰려와 감각이 무뎌지는 이 희미한 여명의 시간이야말로 적들이 습격해 오기 아주 좋은 시간이었다. 대부분의 일반 병사들이라면 이제 막 잠에서 깨어나거나, 낭심을 긁적이며 찌뿌둥한 몸을 풀고 있을 시간이니까 말이다. 나는 혹시라도 일어나 뛰어야 할 상황에 대비해 조용하면서도 격렬하게 다리를 주물렀다. 왼쪽 발이 저렸는데, 만약 이 상태에서 도망쳐야 한다면 한쪽 다리를 질질 끌며 뛰어야 할 판이었다. 정말이지 끔찍했다. 그러다 근육에 전기 충격 같은 느낌이 오며 피가 다시 돌기 시작했다. 이 찌릿한 감각은 마비됐을 때만큼이나 끔찍했다. 특히 그 발로 뛰어야 한다면 더욱 최악이었다. 그때 방이 작은 소리를 냈고, 다리를 주무르다 말고 고개를 들어보니, 그가 손을 내밀고 있었다. 방의 손바닥에는 머리가 검고 몸통은 하얗게 부풀어 오른 커다란 애벌레 여러 마리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그는 나에게 이 '고급 요리'를 맛보라고 권하고 있었다. 어제 우리가 걸어오면서 붙은 녀석들이거나, 밤사이에 정글 바닥에서 잡아낸 놈들인 것 같았다. 나는 지난번에 그가 건네준 별미가 썩은 생선 맛이 났던 기억을 떠올리며 그의 호의를 정중히 거절했다.


빛이 더 밝아졌다. 이제 그림자 속 사물들의 윤곽이 보이기 시작했고, 나는 고개를 움직이지 않은 채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3m씩 주변을 훑었다. 정글에서 위치를 탄로 나게 만드는 것은 바로 움직임이었다. 우리는 각자 정해진 사선 및 관측 구역을 맡아 자리를 잡고 있었다. 일단 정지 상태에 들어간 뒤로는 절대 갑작스러운 움직임을 보여서는 안 됐다. 모든 움직임은 나무늘보처럼 느릿하게 해야 했다.


이제 15m 정도 밖까지 보였고, 동시에 우리는 정글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만약 적들이 있다면 지금이 움직일 타이밍이었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수류탄 소리를 듣는 것만큼 하루를 망치는 일도 없었다. 이전에 그런 적이 있었다. 새벽 직전에 RON에서 공격을 받았다. 적들이 우리를 포위하고 있었는데, 누군가 긴장한 나머지 로켓을 발사했었다. 하지만 우리는 놈들이 포위망을 좁히기 전에 필사적으로 싸워서 간신히 빠져나올 수 있었다. 당시 우리는 포위망의 기저부를 돌파하여 탈출했다. 놈들을 초토화시킨 뒤, 우리는 멈추고 싸우기를 반복하며 4시간 동안 미친 듯이 달렸다. 그날 이후로 나에겐 RON으로 들어가거나 RON에서 떠날 준비를 할 때가 가장 끔찍한 시간대가 되었다.


나는 아주 천천히 수통을 꺼내 입으로 가져가 시원한 물을 길게 한 모금 들이켰다. 물은 내 몸만큼이나 차가웠다. 맥이 작은 신호를 보내자, 몽타냐드들은 두 개를 제외한 모든 크레모아를 회수하기 시작했다. 하나는 우리가 이동할 때 후방사수가, 다른 하나는 포인트맨이 회수할 것이었다. 맥이 다시 신호를 보내자, 그와 쿠만, 투아가 북쪽을 향해 먼저 이동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그들 뒤를 따라 종대 대형으로 늘어섰고, 앞 사람들이 남긴 흔적을 살피며 좌우 측면을 경계했다. 모두에게는 번호가 지정되어 있었는데, 이 번호는 자신이 어느 측면을 경계해야 하는지를 나타냈다. 짝수는 오른쪽, 홀수는 왼쪽을 경계했다. 누군가 죽거나 다치면 모두 자신의 번호에 1을 더하여 대열에 빈틈이 생기지 않도록 했다. 나는 후방 사수들과 함께 이동하며 우리 발자국을 지우고 후방을 경계했다. 티티와 쌈팟은 이 일에 능숙했다. 그리고 내 바로 뒤에는 M203을 든 방이 있어서, 만약 유탄이 필요한 상황이 오면 우리에게 덤벼드는 것들은 무엇이든 날려버릴 수 있었다.


이동을 시작하자 느린 속도임에도 몸이 서서히 풀리기 시작했다. 너무 빨리 움직이면 정글은 기괴한 적막에 빠졌다. 때문에 우리는 그 임계점에 맞춰 이동했다. 우리는 몽타냐드들처럼 정글을 최대한 건드리지 않고 움직이는 법을 배웠다. 정글은 항상 건드려졌을 때를 알았다. 이 정글은 항상 우리를 감시하고 있었다. 왜 아니겠는가? 이 바닥의 모든 생명체들은 포식자와 피식자로 나뉘어 있었다. 어떤 소리가 나든, 혹은 아무런 소리가 나지 않든, 제정신을 유지하려고 애쓰는 것은 그야말로 신경을 쥐어짜는 일이었다.


이제 몸이 풀리고 찌뿌둥함도 가셨다. 거의 한 시간쯤 이동한 후, 우리는 주기적인 청음 휴식보다 조금 더 긴 휴식을 가졌다. 맥은 이번 휴식지로 아주 좋은 장소를 찾았다. 움푹 들어간 지형이라 몸을 숨기기 좋으면서도, 전방 우측과 좌측으로 200m 밖까지 훤히 트여 있어서 주변 일대를 훤히 내다볼 수 있었다. 우리는 팀의 절반은 식량을 먹고 나머지 절반은 경계를 서는 방식으로 식사를 했다. 나는 경계를 서는 동안 몽타냐드들이 먼저 먹도록 했다. 그들은 식사를 마치자마자 나에게 수신호를 보냈고, 나는 PIR 식량을 꺼내는 데 집중했다. 밥과 말린 생선은 맛있었다. 다 먹은 후에는 부스러기나 쓰레기가 남지 않았는지 확인한 뒤, 빈 비닐 용기를 배낭 안쪽 덮개에 집어넣었다. 우리에게는 3일 치 식량이 있었지만, 2일 정도는 더 버틸 수 있었고, 정 안 되면 현지에서 자급자족할 수도 있었다.


내가 식사를 막 끝마쳤을 때쯤, 맥이 다가와 내 옆에 쪼그리고 앉아 지도를 펼쳤다.


"우리가 지금 여기 있어." 그가 나뭇가지로 지도 위의 대략적인 위치를 가리켰다. "이 지형을 따라가다 보면 이 구역까지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아." 그는 우리 남동쪽으로 약 500m 떨어진 지점을 가리켰다. 그쪽을 바라보니 온통 오래된 화전 흔적들이 가득했다. 지금은 버려진 땅이라, 오래된 화전 터에 새로 자란 수풀들은 거의 2m 높이에 달했다. 정글이 이 작은 공터들을 감싸안고 있는 형세였다. 나는 맥을 바라보며 크라바트로 얼굴과 목을 닦아냈다.


"맥, 여기처럼 텅 빈 곳은 처음 보거든? 월맹군이 우글거리는 곳을 발견한 것만큼이나 으스스한데, 왜 그런지 짐작 가는 거 있냐?" 맥도 나만큼이나 긴장한 게 보였다. 우리 목표 지역에 이렇게 아무것도 없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게다가 헬기에서 내린 이후로 몽타냐드들은 계속 경계 태세를 취하고 있었다. 적들이 들이닥치기 직전보다 훨씬 더 예민해진 것 같다.


맥은 내가 테이블로 쓰던 바위에 기대앉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일단 알아둬. 쿠만이 말하길 여기는 '뱀 부족' 때문에 적들이 없다는군. 쿠만에게서 알아낸 바로는, 그들도 몽타냐드들이긴 한데 좀 다른 부족인가 봐."


"어떻게 다른데?" 나는 불안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RON에 있었을 때 몽타냐드들이 평소보다 더 경계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었다. 그리고 그들은 평소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하던 식량 채집도 거의 안 하고 조심스럽게 움직이고 있었다. 뱀 부족? 도대체 그게 뭐지? 어떤 영적인 존재나 과거부터 내려온 전설 속 존재일 수도 있고, 씨족 이름일 수도 있었다. 나는 그들이 그저 방언을 쏟아내거나 신앙을 증명하겠다고 뱀을 맨손으로 만져대는 오순절 광신도들이기를 바랐다. 하지만 지난 이틀 동안 내 직감이 계속해서 나를 괴롭히고 있었다. 뭔가 잘못됐다. 물론 여기가 1~2개 사단급 병력이 숨기에 적당한 곳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너무 기이할 정도로 조용했다.


맥은 풀잎을 씹으며 말을 이었다. "쿠만과 봉 말로는 '자기네들과 비슷하지만, 조금 다르다'라고만 하더군." 맥이 쿠만의 억양을 흉내 내며 말했다. "내가 파악한 바로는 그들은 수줍음을 많이 타는 폐쇄적인 부족인 것 같아." 그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장갑 낀 손으로 입을 가리고 조용히 트림을 내뱉었다. "짐작건대 브루족이나 세당족과 친척 관계인 것 같은데, 그렇다고 그쪽 사람들은 아니야. 아예 다른 부족이고, 내가 의미를 제대로 파악한 게 맞다면, 놈들은 아주 사나운 전사들이야."


월맹군을 이곳에 발도 못 붙이게 할 만큼 사납다라, 나는 생각에 잠겼다. 결코 유쾌한 상상은 아니었다. 월맹군을 겁에 질리게 할 정도라면, 그들에겐 정말 무서운 무언가가 있다는 뜻이었다. 우리 편에서 싸우는 것도 아니고, 월맹군을 겁먹게 만들며, 몽타냐드들은 그들의 존재를 알면서도 그들과 교류를 나누거나 통혼을 하지 않았다. 거기에는 그만한 이유가 분명 있을 것이었다. 그리고 그 이유가 무엇인지 딱히 알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쿡이 다가오더니 우리 옆에 쪼그려 앉았다. 그의 얼굴은 잔뜩 찌푸려져 있었고, 나만큼이나 지쳐 보였다. 날은 따뜻했고, 방금 밥을 먹어서인지 잠깐 눈을 붙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몽타냐드들은 모두 제 위치를 지키고 있었고, 쿠만과 투아가 주변을 돌아다니며 그들을 확인하고 있었다. 쿡이 우리 둘을 바라보며 낮고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몽타냐드들이 뭔가에 겁먹었어. 뭐 때문인지 짐작 가는 거 있어? 봉에게 물어봤더니, '여기 너무 오래 있으면 안 돼, 뱀 부족 와'라고만 하더라고." 맥은 아까 쿠만에게서 들은 얘기를 쿡에게 설명해 줬다. 그동안 나를 계속해서 괴롭히던 불길한 생각이, 차마 입 밖으로 내뱉고 싶지 않았던 불길한 말을 찾아내고야 말았다. 나는 부정하고 싶었지만, 이미 입 밖으로 튀어나와 버린 뒤였다.


"혹시 머리 사냥꾼을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나는 맥을 쳐다보았고, 맥은 우리를 훑어보더니 몽타냐드들을 쓱 둘러보고는 대답했다.


"그럴 수도 있고, 어쩌면 더 심할 수도 있어. 식인종일 수도 있지." 쿡을 쳐다보니, 그도 이 끔찍한 정보에 나와 똑같은 경악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괜히 지레 겁먹지 말고 계속 경계하도록 해. 놈들이 무엇이든, 혹은 누구든 간에, 결국 월맹군처럼 총 맞으면 죽는 놈들일 테니까."


고지대의 작은 은둔지에 사는 원시인들에 대한 소문은 예전부터 있었다. 프랑스군이 이곳에 있었을 때 예수회 선교사들도 접근하지 못했을 만큼 원시적인 사람들이라고 말이다. 당혹스럽거나 불길한 주제들이 늘 그렇듯, 몽타냐드들은 빙빙 돌려 말할 뿐, 결코 그들의 진짜 이름을 입에 담지 않았다. 뱀 부족? 그 고립된 먼 친척들을 부르는 그들만의 통칭이 분명했다. 그들의 진짜 이름을 말하는 것만으로도 끔찍한 액운 같은 걸 불러온다고 믿는 모양이었다.


뭐, 몽타냐드 녀석들이 공황 상태에 빠진 건 아니니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들과 맞닥뜨리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건지, 아니면 그냥 두려움을 숨기고 있는 건지는 상관없었다. 우리는 그냥 임무를 끝마칠 수만 있으면 됐다. 식인종? 젠장! 내 이성은 그 사실을 받아들이기를 거부했다. 세당족과 브루족 중 일부가 불과 얼마 전까지 머리 사냥을 하기는 했지만, 식인종이라니? 그건 너무 석기시대 같은 이야기라 믿고 싶지 않았다.


맥이 자리에서 일어나 쿠만에게 신호를 보냈고, 우리는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는 우리가 남긴 흔적을 지우고 기동하는 데 몰두하느라 방금 나눈 대화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지만, 티티와 쌈팟이 유독 조심스럽게 우리 발자국을 은폐하고 있다는 것만큼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정글은 평소와 다를 바 없어 보였지만, 전에는 없었던 긴장감이 우리 팀 전체에 감돌고 있었다.


우리는 짧은 청음 휴식을 가지며 약 두 시간 동안 이동했다. 마침내 지형이 점점 가팔라지고 수풀이 우거지는 지역에 도달했다. 우리는 정기 청음 경계 시간이 되기도 전에 이동을 멈췄다. 나는 팀의 후미 대원들과 함께 대기했다. 그리고 쿡이 뒤쪽으로 다가오더니 내게 귓속말을 건넸다.


"전방에서 트레일을 발견했어. 큰길은 아니고 발길이 잦은 곳도 아니지만, 분명히 트레일이야. 이 능선들의 틈을 따라 위쪽으로 이어져 있어." 쿡이 앞쪽의 오르막을 가리키며 말했다. "맥이 이 트레일과 평행하게 이동하자고 하네. 발자국을 찾았는데, 오래된 맨발 자국이야. 몽타냐드 녀석들이 또다시 잔뜩 겁먹었어."


쿡은 다시 앞으로 스르륵 돌아갔고, 몇 분 후 우리는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우리는 트레일을 가로질러 반대편으로 건너갔고, 아주 먼 옛날에 낙석으로 생긴 듯한 비탈길을 따라 올라갔다. 길을 가로지르며 보니, 이 길이 오래되긴 했지만 그렇게 오래되지는 않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쿡의 말대로 흙바닥 위에는 맨발이 지면의 수풀을 짓눌러 만든 발자국들이 남아 있었다. 발자국은 작았고, 그 주인은 장비를 많이 챙기지도 않은 것 같았다. 발자국은 며칠 된 것처럼 보였다.


우리는 흔적이 거의 남지 않도록 트레일을 건넌 지점을 철저하게 위장했다. 우리는 일정한 속도로 천천히 움직였고, 정글이 조금씩 옅어지기 시작했다. 여전히 수풀이 뒤엉켜 있긴 했지만 15m 앞까지는 시야가 확보됐다. 우리는 낙석 지대의 가장자리를 따라 큰 바위들을 피해 가며, 서로를 순차적으로 엄호하며 바위에서 바위로 이동했다. 더 높이 올라갈수록 우리는 다시 고원 지대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정상부에 다다르기 직전, 우리는 다시 멈춰 섰고 쿡이 나에게 앞쪽으로 오라고 손짓했다. 나는 앞쪽으로 20m 정도 이동했다. 맥과 쿠만이 서 있었고, 그들의 정면 좌측에는 동굴이 있었다. 그다지 깊지는 않지만 너비는 약 20피트, 높이는 그 절반 정도 됐다. 그리고 잘라낸 나뭇가지로 만든 썩어가는 기둥들이 보였고, 그 기둥들에는 작은 동물의 두개골과 인간의 손가락뼈, 갈비뼈처럼 보이는 것들로 엮은 토템들이 매달려 있었다. 기둥 아래 바닥에는 정체 모를 뼈 무더기들이 쌓여 있었는데, 온통 녹색 곰팡이로 뒤덮여 있었다. 동굴 안쪽 바위에는 곰의 두개골처럼 보이는 것이 놓여 있었다.


정글이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속도를 고려하더라도, 이건 꽤 오랫동안 이곳에 있었던 것 같았다. 내가 다가갔을 때 맥은 쿠만 옆에 쪼그리고 앉아 있었다. 나는 맥의 옆에 쪼그려 앉고 속삭였다. "이게 뭐야?" 맥은 나를 쳐다보았는데, 장난기 없는 진지한 표정이었다.


"쿠만이 말하길 일종의 경고라는군."


"당장 꺼지라는 경고야, 아니면 여기 들어오지 말라는 경고야? 도대체 무슨 종류의 경고인데?"


쿠만의 표정은 마치 제 무덤을 밟은 사람처럼 사색이 되어 완전히 굳어 있었다. 그는 그저 "여긴 나쁜 곳이야, 지금 가야 해"라고만 말하며 고원 지대가 시작되는 위쪽을 계속 올려다보았다. 나는 다시 동굴을 돌아봤다. 최근에 누군가 다녀간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쿠만이 행동하는 걸 보면 마치 누군가가 동굴 안에서 우리에게 "당장 꺼져!"라고 외치고 있는 것 같았다. 동굴 입구에 파수꾼처럼 서 있는 기둥의 절반 이상은 이미 썩어 쓰러져 있었고, 정글은 빠르게 그 기둥들을 부식토로 만들고 있었다.


나는 동굴 입구에서 10피트쯤 떨어져 있었다. 동굴의 깊이는 6~8피트 정도밖에 안 됐고, 안쪽에서 두개골이 나를 빤히 노려보고 있었다. 문득 맨 안쪽에 있는 기둥에 금속 물체 같은 것들이 매달려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고, 나는 그게 뭔지 알아내려고 애썼다. 고글이나 안경의 잔해처럼 보였다. 그게 무엇이든 간에, 누구 하나 확인해 보려고 앞으로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


"저건 도대체 뭐야?" 나는 맥에게 그 물체들을 가리키며 물었다. "안에 뭐가 있는지 한번 확인해 볼까?" 내가 일어나려고 하자, 쿠만이 "젠장, 넘버 10!"이라고 나직하게 외쳤고, 맥은 내 팔을 잡아채며 나를 제지했다.


"이제 이동할 거야, 대열 밀착시켜." 맥이 말했다. 나는 몸을 돌려 뒤로 돌아갔지만, 몽타냐드들에게 대열 간격을 좁히라고 지시할 필요도 없었다. 그들은 이미 모두 서로 살이 맞닿을 정도로 바짝 붙어 있었다. 다시 이동하기 시작하면서 그들은 모두 그 동굴을 쳐다보았고, 그 후 나는 몽타냐드들이 다시 조금씩 간격을 벌리게 만드느라 진을 빼야 했다.


계속 이동하면서 우리는 더 많은 발자국을 발견했지만, 역시 오래된 흔적이었다. 신발은 신은 자국은 없었다. 즉, 이곳을 돌아다니는 녀석들은 월맹군이 아니었다. 동굴에서부터 반 마일쯤 이동했을 때, 우리는 고원 지대에서 항공기 잔해로 보이는 것을 발견했다. 피스톤 엔진의 잔해와 수풀이 자란 날개 일부가 널브러져 있었다. 그리고 주변 지형은 점점 더 탁 트인 개활지로 변해갔다. 우리는 더 많은 항공기 부품들을 발견했지만, 동체 잔해를 발견하기 전까지는 그 기체가 어떤 기종인지 알아볼 수 없었다. 마침내 찾아낸 동체는 엔진이 있던 앞부분이 완전히 부러져 나갔으며, 꼬리 날개 역시 결합부 앞부분에서 툭 끊어진 형태였다. 1940년대 경의 단발 엔진 전투기로 보였다. 짙은 녹색 페인트 도색이 아직 군데군데 남아 있었다.


맥은 잔해 위에 올라서서 조종석 안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계기판과 각종 지시계는 비교적 온전하게 남아 있었고, 좌석도 그대로 있었다. 나는 좌석 아래에 있는 수납공간을 열어보려 했다. 우리 항공기들에는 보통 이 좌석 팩에 생존 장비가 들어 있었다. 여기에는 비상 탈출 시 탈출 자금으로 쓸 수 있도록 금목걸이나 금화 등이 포함되기도 했다. 보관함은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며 저항했지만, 나는 나이프를 쑤셔 넣어 억지로 비틀어 열었다. 안에는 종이와 가죽 조각들이 썩어 뭉쳐진 끈적끈적한 덩어리만 가득했다. 나는 그것들을 모두 긁어내 조종석 바닥으로 치웠다.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금화, 권총, 나침반은 물론 기념품이 될 만한 것은 전혀 없었다. 그때 쿡이 동체 근처의 나무 밑동에서 군화와 낙하산 하네스의 일부처럼 보이는 것을 찾아냈다. 하지만 우리는 그 아래에 시신이 묻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땅을 파보지는 않았다. 이 비행기는 2차 대전이나 인도차이나 전쟁 시절의 유물이었다. 우리 물건도 아니었고, 이곳에 아주 오랫동안 방치되어 있었던 게 분명했다.


우리가 상황을 파악하려고 애쓰던 중 코비가 무전으로 연락해 왔다. 맥은 현재 상황을 보고하고 우리가 발견한 것들을 알렸다. 코비는 자산들이 준비되는 대로 즉시 철수할 수 있도록 LZ로 이동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한편 나는 계속해서 조종석 내부를 샅샅이 뒤지며 쌓인 잔해를 긁어냈다. 그때 좌석과 벽 사이에 끼어 있는 주머니칼 하나가 눈에 띄었다. 몇 번 두드리자 칼이 빠져나왔다. 녹슬었지만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는 아니었다. 칼날을 펴보려 했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흙과 녹을 긁어내자 칼자루에 새겨진 문양이 보았다. 'Laguiole', 즉 '꿀벌'이었다. 라기올은 나폴레옹 시대부터 프랑스군의 공식 칼 제조업체였으니, 이것은 프랑스 항공기일 것이었다. 내가 이걸 아는 유일한 이유는 삼촌도 라기올에서 만든 접이식 나이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아름답고 잘 만들어진 칼이었다. 이 추락한 비행기를 조종하던 사람은 프랑스인이거나, 칼을 보는 안목이 좋은 사람이었을 것이다. 나는 그 나이프를 주머니에 넣었다.


우리는 다시 이동했다. 이번에는 코비가 발견한 LZ를 향해 서쪽으로 이동했다. 몽타냐드들은 여전히 겁에 질려 있었고, 우리는 빠르지만 조심스럽게 속도를 내어 이동했다. LZ까지는 약 두 시간이 걸렸고, 우리는 LZ로 접근하여 주변을 정찰했다. 아무런 흔적도, 기척도 없었고, 우리와 정글뿐이었다. 팀이 철수 준비를 마치자 코비가 상공에 나타났다. 자산들이 오는 중이었으며 우리는 자리를 잡고 대기했다.


이때가 또 다른 위험한 순간이었다. 철수를 눈앞에 두면 긴장이 풀리고 느슨해지기 마련인데, 바로 그때 찰리 놈들이 나타나 공격해 왔다. 내가 배낭에 등을 기대고 앉아 내 담당 구역을 경계하던 중, 코비가 다시 우리 머리 위로 날아왔다. 그리고 저 멀리서 헬기 소리가 들려왔다. 자산들은 남쪽에서 다가오고 있었는데, 먼저 약간 동쪽으로 SPAD 편대들이 스쳐 지나가더니, 이어서 헬기들이 진입했다. 첫 번째 헬기가 착륙하자 몽타냐드 두 명과 쿡이 서둘러 올라탔다. 헬기가 이륙하자, 나는 티티, 쌈팟, 봉과 함께 두 번째 헬기에 올라탔다. 우리가 이륙하는 동안 맥의 헬기가 접근했다. 맥과 마지막 세 명의 몽타냐드들이 서둘러 탑승하자 헬기가 떠올랐다. 내가 맥의 헬기를 돌아보던 중, 봉이 내 팔을 잡으며 LZ를 가리켰다.


LZ 가장자리에 두 명의 몽타냐드들이 수풀에 몸을 숨기고 서 있었다. 그들은 확실히 현대식 옷은 하나도 걸치지 않은 야생인이었다. 한 명은 프랑스제 MAT 49 기관단총처럼 보이는 것을 들고 있었고, 다른 한 명은 쇠뇌를 들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을 제대로 보기도 전에 우리 헬기가 AO를 떠나기 시작했다. 그들은 그저 떠나는 헬기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봉은 나를 쳐다보며 고개를 저었는데, 마치 그 두 명의 야생인들을 본 것이 무언가를 확인시켜 주기라도 한 것 같았다.


우리는 더 높은 고도와 차가운 공기 속으로 상승했고, 곧 발진 기지를 향해 날아갔다. 적과의 접촉은 없었으며, 이런 적은 처음이었다. 사흘 동안 현장에 있었지만 아무도 우리에게 총을 쏘지 않았다. 그동안 나는 추락한 비행기와 동굴을 떠올렸다. 그 둘이 서로 연결된 것 같았지만, 도대체 어떻게 연결된 건지는 알 수 없었다. 파일럿은 비행기와 함께 추락했을까, 아니면 살아남아 잔해에서 빠져나왔을까? 그리고 시신을 찾지 못했는데, 그렇다면 동굴에 있던 갈비뼈는 누구의 것이었을까? 너무 많은 우연이 겹쳤다. 어쩌면 파일럿은 낙하산으로 탈출해 나중에 걸어서 빠져나왔거나, 아니면 잔해 근처까지는 겨우 도달했을 것이다. 하지만 내 마음 한구석에는 쿠만이 말했던 뱀 부족이 그를 발견했을 거라는 의심이 들었다. 만약 그들이 머리 사냥 문화가 있는 부족이거나 식인종이었다면, 그의 최후는 정말 끔찍했을 것이다.


발진 기지에 도착한 우리는 우리가 본 것들에 대해 간략히 보고했다. 프랑스 전투기의 좌표를 제출하고 동굴에서 본 것과 지면의 맨발 발자국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사후보고가 끝난 뒤, 나는 맥의 팔을 붙잡고 우리가 철수했을 때 본 것을 말했다. 맥은 미소를 지으며 우리가 비행기 잔해를 떠난 후 쿠만이 누군가 우리를 미행하는 것을 봤다고 말했다. 봉도 마찬가지였다. 그 미행자들이 적대적인 행동을 하지 않았기에 우리도 그냥 내버려두었던 것이었다.


그 후 며칠 동안 우리는 복귀 준비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고, 모래주머니를 채우고 꽝찌 발진 기지의 벙커를 보수하는 등의 잡무들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늦은 오후, 우리는 다낭으로 복귀하기 위해 카리부 수송기에 몸을 실었다.


몽타냐드들은 마치 영혼의 세계와 접촉했다가 호되게 당한 사람들처럼 풀이 죽어 있었다. 우리가 복귀한 날, 그들은 막사 아래에서 일종의 '정화 의식'을 치렀다. 그때 우리는 그 야생 몽타냐드들이 얼마나 바짝 접근했었는지 알게 되었다. 티티가 우리 흔적을 지우다가 고개를 들었는데, 그들 중 한 명이 손만 뻗으면 닿을 거리에 서 있었다고 했다. 그리고 티티는 절대 눈을 마주치지 않고, 마치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는 듯 시선을 깔았다. 아마 뱀 부족과 눈을 마주치면 영혼을 빼앗기거나, 성기가 떨어져 나가거나, 뭐 그런 원시적인 금기가 있는 것 같았다.


몽타냐드들은 티티를 정화하고 그와 봉을 함께 이틀 동안 격리했다. 나 역시 그들을 보았기에 두 사람과 함께 끌려가 몇 시간 동안 향초 연기 속에서 몇 시간 동안 온갖 기묘한 의식을 견뎌내야 했다. 그동안 봉은 영혼이 빠져나갔는지 확인해 보려 한다며 내 얼굴을 계속 빤히 쳐다보았다. 나는 그 오래된 나이프에 대해서는 절대 말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성기 전체에 사마귀가 생기거나 하는 끔찍한 일이 생길지도 모를 일이었지만, 나는 오늘날까지도 그 나이프를 간직하고 있다. 나쁜 여자나 지독한 불운과 같은 상황 때문에 신세를 한탄하고 싶어질 때마다 그 모든 게 그 나이프 때문이라고 생각하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내 성격에 결함이 있다는 것보다는 나이프 탓을 하는 게 훨씬 마음 편했다.


맥은 이 주술 소동을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맥과 쿡은 나를 두고두고 놀려댔는데, 참다못한 내가 '봉에게 너희 둘이 뱀 부족과 대화 나누면서 몽타냐드들 이름을 싹 다 알려주는 것을 똑똑히 봤다'고 말하겠다고 협박하고 나서야 겨우 입을 다물었다. 이상한 곳, 이상한 시대, 모든 게 혼란스러웠다. 내가 아는 거라곤, 응우옌 녀석들조차 발을 들이지 않는 곳이 여전히 존재하며, 현실의 이해를 넘어서는 것들이 저 밖에 도사리고 있다는 사실뿐이었다. 내가 본 그 야생인들의 얼굴에는 소용돌이 문신이 있었다. 마치 다른 시간대로 통하는 문의 문지기처럼, 그 작은 공터 가장자리에 서 있던 그들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게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