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T 캔자스가 죽어가고 있었다. 그들의 고통과 비극이 무전기를 통해 흘러나와, 현장에 있지 않은 우리들에게까지 고스란히 전달되고 있었다. 밖은 덥고 후텁지근했으며 우리 모두 정문 근처 임시 TOC 역할을 하는 통신 차량 주변에 모여 있었다.
다낭에 있던 우리 모두는 중대에 하달된 긴급 메시지를 받고 모여들었고, 곧이어 메인스를 비롯한 모든 중대 간부진들이 지휘부로 달려가는 광경이 이어졌다. 나와 쿡, 맥이 함께 도착했을 때는 이미 여러 팀이 밖에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는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처절한 교전 상황을 들으며 현장의 상황을 머릿속으로 그려내고 있었다.
토니, 헤이건, 클라우스, 오린, 버그, 윌리 퀸, 제시로 이루어진 RT 캔자스는 포로를 생포하기 위해 오래된 화력 기지에 투입되었다. 작전 계획은 꽤 괜찮았지만, 공격을 받거나 악천후가 닥칠 경우 생존 가능성은 희박한 임무였다. 그들은 다른 팀이 철수하는 타이밍에 맞춰 바로 그 지점에 투입됐는데, 이는 월맹군이 무슨 일인가 싶어 병력을 보낼 것이라는 점을 노린 것이었다. 그들의 투입 지점은 옛 화력 기지가 있는 산 정상이었다. RT 캔자스는 밤새 낡은 벙커들을 보강했고, 현장을 살피러 올 월맹군들을 기다리며 매복을 준비했다.
월맹군은 우리가 포착된 지역은 반드시 확인하러 왔다. 이 지역 일대에는 적 병력들이 밀집되어 있었으며, 프랑스 식민지 시절부터 쓰이던 수많은 작전의 잔해인 통신선들이 수 마일에 걸쳐 깔려 있었다. 놈들은 우리가 이런 통신선에 도청 장치를 설치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놈들은 통신선 추적조와 정찰병을 보내 우리가 우리가 다녀간 흔적이 있는지 조사했다. 놈들은 또한 우리가 무언가를 설치해 두지 않았는지도 수색했다. 하지만 우리는 어느 재수 없는 녀석이 밟거나 주워가도록 부비트랩이나 특수 탄약을 남겨뒀기 때문에 그 임무를 맡은 녀석들에게는 여간 곤혹스러운 일이 아니었다. 이는 보통 숙련된 대정찰 부대가 맡았는데, 그들은 소모품이나 다름없는 이등병 몇 명을 탐지병으로 내세워서 보내곤 했다.
이들은 상급 사령부에 직접 보고했기 때문에 하노이 출신의 어설픈 녀석들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알고, 더 많은 것을 본 자들이었다. RT 캔자스는 소규모 팀이 버티기에 적합하게 밤새도록 전투 진지를 보강하고 구축하며, 화력 기지 주변 경계를 강화했다.
그곳에는 기관총 2정과 박격포 1문을 갖춘 14명의 대원들이 있었다. 그러한 화력과 고지대라는 이점을 활용하면 적에게 큰 피해를 입힐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쌀로 연명하는 녀석들이 먼저 선제공격을 가하고 머릿수로 몰아붙이기 시작한다면, 조만간 끔찍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었다. 이른 아침, 호치민과 그의 친구들은 정확히 그렇게 움직였다. 아침 안개가 채 걷히지도 전, 토니와 다른 대원들은 언덕 아래에서 수많은 움직임을 감지했다. 게다가 멀리서 트럭들이 올라오는 소리까지 들렸다. 우리에게 이는 춤출 상대를 찾는 것이 아닌, 화가 머리끝까지 난 수많은 병력들이 몰려오고 있다는 뜻이었다.
RT 캔자스가 준비 태세를 갖추자마자, 안갯속을 뚫고 날아온 RPG 로켓 한 발이 버그가 있던 벙커에 명중하며 벙커를 무너뜨렸다. 그 직후, 그들의 경계선으로 네 발의 로켓이 더 날아들었다. 나머지 로켓들은 벙커를 비껴갔지만, 이 로켓을 신호로 적들의 대대적인 공격이 시작되었다.
RT 캔자스는 알지 못했지만 약 1개 대대 전체가 역 'V'자 대형으로 언덕을 오르며 맹공을 퍼붓고 있었다. 3면이 동시에 공격받고 있었기 때문에 토니와 헤이건은 팀이 전열을 정비할 시간조차 없음을 직감했다. 진지 안팎으로 날아드는 탄환 때문에 언덕 정상 전체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요동쳤다. 하지만 RT 캔자스는 맞서 싸웠고, 첫 번째 공격을 모래주머니 방어선 바로 앞에서 간신히 막아냈다. 이에 월맹군은 물러났다가 재정비한 뒤 빠르게 재차 공격을 시도했다.
첫 번째 공격 당시 버그는 사망한 것으로 추정됐다. 벙커가 완전히 무너진 데다 버그가 그 안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B40이 벙커 총안구로 날아와 폭발했으니, 만약 그 안에 있었다면 틀림없이 사망이었다. 몽타냐드 세 명이 부상을 입었고 한 명은 사망했다. 헤이건은 무전기를 잡았고, 곧 코비가 그들의 머리 위로 날아왔다. 하지만 짙은 안개 때문에 코비는 상공에 도착한 항공기들의 공습을 유도할 수 없었다. 대신 항공기들은 트럭이 멈췄던 도로 교차점을 폭격했고, 2차 폭발이 일어났다.
안개가 걷히기 시작할 무렵, 두 번째 공격이 시작됐다. 헤이건은 토니에게 버그의 상태를 확인하고 방어선을 좁히겠다고 말했다. 헤이건은 몽타냐드 한 명과 동행하여 진지를 가로지르는 언덕 정상의 작은 오르막 너머로 향했다.
그때 그는 클라우스가 지면에 얼굴을 묻고 무릎을 꿇은 채 두 발의 치명적인 총상을 입고 죽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오린 역시 박격포 진지 근처에 죽어 있었다. 오린이 사망한 뒤에도 얼마나 많은 총탄이 쏟아졌는지, 그의 시신 주변은 처참하게 짓이겨져 있었다. 박격포는 일시적으로 작동 불능 상태였지만, 윌리와 몽타냐드 두 명이 어떻게든 포탄을 쏘아 올리려 애쓰고 있었다. 헤이건은 버그의 벙커에 도달하기도 전에 총에 맞았다. 그는 몸에 관통상을 입고 쓰러졌지만, 다시 일어나 진지를 돌아다니며 남은 팀원들에게 계속 싸우라고 지시했다. 치명상을 입었음에도 그는 침착하고 냉정하게 방어를 지휘하고 있었다.
하지만 헤이건은 끝내 토니가 있는 곳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결국 머리에 총을 맞고 쓰러져 숨을 거두었다. 그와 동행했던 몽타냐드는 살아 돌아와 토니에게 이 모든 상황을 전달했다. 채 20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 동안 미군 3명과 몽타냐드 1명이 사망했고, 또 다른 몽타냐드 2명이 중상을 입었다.
두 번째 공격은 월맹군 완편 대대가 동원할 수 있는 화력이 동원되며 진행되었다. B40 로켓, 수류탄과 함께 300여 정의 자동화기의 굉음이 울려 퍼졌다. 이 모든 화력이 소규모 팀의 방어선에 집중되었다. 그럼에도 RT 캔자스는 버텨냈고, 모래주머니 바로 앞까지 기어 올라온 월맹군들을 쓰러뜨리며 두 번째 공격까지 격퇴해 냈다. 진지 내부까지 들이닥친 적들을 소총과 야전삽으로 때려죽인 끝에 얻어낸 결과였다. 진지 앞 경사면에는 죽거나 죽어가는 월맹군들로 뒤덮여 있었다.
안개가 걷히며 언덕 정상을 에워싼 수백 명의 월맹군들의 모습이 드러나자, 코비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에 코비는 상공의 항공 자산들을 지휘하기 시작했다. 적들이 집결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위치를 알리는 토니의 쉰 목소리가 들린 뒤 짧은 정적이 흘렀다. 그동안 코비는 다른 주파수로 폭격기들에게 정보를 전달했다. 우리는 코비가 RT 캔자스의 대원들에게 엎드리라고 말하는 소리를 들었고, 뒤이어 무전기 너머로 큰 폭발음이 들려왔다. 하지만 적들이 다시 올라오고 있다는 토니의 목소리가 흐릿하게 들렸다. 이것이 그들이 하나의 팀으로서 버틸 수 있는 마지막 전투가 될 것이었다.
월맹군은 마치 소 떼처럼 그들을 덮칠 것이었다. 운 좋게 살아남은 소수의 대원도 그 지옥 같은 곳을 벗어나려다 죽거나, 포로로 잡힐 것이었다. 월맹군에게 그렇게 큰 피해를 입혔으니, 포로로 잡혀도 오래 살지는 못할 것이었다. 그 자리에서 7.62mm로 즉결 처형당하거나, 소총 개머리판에 맞아 죽을 가능성이 더 컸다.
마침내 건쉽들이 도착했지만, 그들이 마주한 광경은 처참했다. 우리 악몽에 단골로 등장하는 그 장면, 즉 죽어가는 정찰팀의 모습이었다. 고지 정상의 상황은 처참했다. 살아남은 대원들은 박격포 진지 주변에 모여 엎드린 채 고개조차 들지 못하고 있었다. 수류탄이 그들에게 던져지고 있었고, 그들은 그 수류탄을 다시 던져 내고 있었다. 그들은 진지 위로 총만 간신히 올려놓고는, 선두 제대를 쓸어버리기 위해 부채꼴 모양으로 30발가량을 난사해 댔다.
그동안 카스티요와 가스트의 브라이트 라이트 팀이 투입되고 있었다. 그들은 월맹군의 마지막 공세가 RT 캔자스를 집어삼키기 직전에 진입했다. 우리는 카스티요가 코비와 교신하며 진입하는 동안의 상황을 설명하는 것을 들었다. 건쉽들이 투입 헬기 바로 옆에 붙어 있었고, 무전기 너머로 미니건의 꾸준한 스타카토 같은 총성이 들렸다. 그때 토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우리 위치로 쏴라, 놈들이 진지 안까지 들어왔다." 잠시 후 카스티요와 그의 팀이 지상에 내렸다. 그들은 포화를 뚫고 RT 캔자스가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그들이 보탠 추가 화력이 공중 지원과 결합되면서, 마침내 월맹군들의 공격 기세가 완전히 꺾였다. 녹색 전투복을 입은 적들은 부상병들을 끌고 언덕 아래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놈들 역시 RT 캔자스를 제압하려다 끔찍한 대가를 치른 것이었다.
카스티요는 침착하게 공습을 유도했다. 캠프에 있던 우리들은 쥐 죽은 듯 조용히 서서 무전을 들었다. 쥐가 솜뭉치에 오줌을 싸는 소리조차 들릴 정도의 적막이었다. 모두가 숨을 죽인 채, 자신이 저 곤경에 처한다면 어땠을지 상상하며 무전에 귀를 기울였다. 카스티요가 토니와 나머지 생존자들에게 도달했다. 브라이트 라이트 팀이 생존자들에게 응급 처치를 하는 동안, 카스티요는 무전으로 체이스 메딕에게 상태가 심각한 부상자들부터 먼저 태우겠다고 말했다. 사실상 팀원 모두가 부상을 입은 상태였다.
브라이트 라이트 팀은 상태가 가장 심각한 부상자들을 첫 번째 헬기에 실어 보냈고, 남은 생존자들은 두 번째 헬기에 태웠다. 이어서 클라우스와 오린, 그리고 몽타냐드 3명의 시신까지 다음 헬기에 싣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월맹군의 공격이 여전히 거셌기 때문에, 그들은 언덕에서 철수하기로 했다. 버그의 시신은 수습할 수 없었지만, 전투의 잔혹함을 증언하듯 쓰러져 있던 헤이건의 시신은 찾아낼 수 있었다. 마지막 헬기가 이륙하자, 카스티요는 상공에 있던 항공기들에게 고지 정상에 모든 화력을 쏟아부으라고 지시했다.
모든 헬기에 총알구멍이 났지만, 브라이트 라이트 팀과 생존자들은 가까스로 빠져나왔다. 그들이 발진 기지로 돌아가는 동안, 코비는 공군에게 고지 정상과 그 주변에 모든 무장을 쏟아부으라고 지시했다. 헬기들이 무사히 귀환해 재정비하자마자, 그들은 다시 돌아가 시신을 수습하기로 결정했다. 공중 지원 자산들은 그들이 떠난 후에도 언덕 정상뿐만 아니라 주변 일대에 쉴 새 없이 공습을 가하고 있었다. 이내 또 다른 항공 자산들이 이륙하며 현장 상공에 진입 중이던 전투기들과 합류했다. 이번엔 강한 타격이 될 것이었다. 고지 주변 능선들을 빙하기 시절 수준이 되도록 대대적인 폭격을 가한 뒤, 시신 수습팀을 투입할 계획이었다. 토니는 대략적인 치료를 받자마자, 그 끔찍한 전투를 치렀음에도 브라이트 라이트 임무에 자원했다. 하지만 아무도 반대하지 않았다. 그곳에 그의 이는 팀원들이 쓰러져 있었으니, 이는 그의 당연한 권리였다.
우리는 그들이 현장에 다시 진입하는 것을 듣고 있었다. 지상 사격은 거의 없었고, 폭격기들이 그 지역을 집중적으로 두들기고 있었다. 그리고 두 번째 브라이트 라이트 팀이 지상에 내렸다. 그들은 실종된 버그를 찾기 위해 진지를 샅샅이 뒤졌다. 언덕 정상에 널려있던 월맹군의 시체들은 팔다리 같은 신체 파편들을 제외하고는 모두 사라져 있었다. 브라이트 라이트 팀은 헤이건 중위의 시신을 발견했다. 그의 시신은 목까지 파묻혀 있었는데, 폭격의 여파인지 월맹군이 급하게 매장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버그가 있던 벙커는 부분적으로 파헤쳐져 있었다. 브라이트 라이트 팀은 벙커를 수색했지만, 버그의 시신을 찾을 수 있는 흔적은 찾지 못했다. 그들은 헤이건 중위의 유해를 수습했고, 전체 작전은 한 시간 만에 끝났다. 언덕으로 올라가는 길목에는 여전히 수십 구의 월맹군 시체가 널려있었다. 나중에 들은 바로는, 월맹군이 전장을 정리하기 전에 FAC가 진지 주변에서 300구 이상의 시체를 확인했다고 한다.
브라이트 라이트 팀은 꽝찌로 돌아오고 있었다. 이제 모든 것이 종료됐다. 상황이 마무리되자, 우리 모두 정찰 중대 구역으로 서서히 돌아가기 시작했다. 침묵 속에서 우리는 각자 우리의 친구이자 전우였던 그들에 대한 생각에 잠겨 있었다. 산 자와 죽은 자들 모두가 우리 머릿속을 맴돌았다. 이것이 우리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순간이었다. 시간이 다하여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순간 말이다.
팀의 절반은 그 언덕에서 살아 돌아오지 못했고, 생존자들의 상태도 별로 좋지 않았다. 총상, 파편상 투성이에, 쇼크 상태에 빠져 있었지만, 그들은 어쨌든 살아 돌아왔다. 나는 그 기분을 잘 알았다. 살아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다음 날은 인생에서 가장 영광스러운 날이 됐다. 방금 전까지 용의 아가리 속에서 춤을 추다가 기어이 빠져나왔으까 말이다. 세상 모든 것이 더 찬란하고 생생하게 느껴지며, 평소에는 무심코 지나쳤던 냄새조차 해일처럼 밀려왔다.
RT 캔자스의 남은 대원들은 내일 다낭으로 돌아올 것이다. 카스티요의 팀도 같이 올 것이며, 사망자들의 유해와 함께 복귀할 것이었다.
***
다른 녀석들은 클럽으로 갔고, 나는 홀로 막사에 앉아 있었다. 우리는 이틀 뒤면 격리에 들어갈 것이었기 때문에, 평소 같았으면 떠들썩할 시간이었다. 하지만 캠프 전체에 침울한 분위기가 드리워져 있었다. 2주도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두 팀이나 전멸 직전까지 몰렸다. 나는 과거의 레이드 임무들과 여러 작전에서 함께 했던 헤이건을 기억한다. 그는 노스다코타 출신이었다. 키 크고 잘생긴 외모에 조용한 능력을 갖춘 그는 그야말로 전투 지휘관의 전형이었다. 그리고 그와 토니는 잘 어울리는 한 쌍이었다. 헤이건에게 부족한 점이 있으면, 토니가 특유의 동물적인 본능과 대담한 용기로 보완해 주곤 했다.
그리고 브루스 버그와 나는 롱탄에서 정찰팀 리더 과정을 함께 수료한 동기였다. 당시 우리의 평가관은 무스 먼로였다. 1-0 코스는 과거 정찰팀들이 배운 교훈들을 집대성한 것으로, 대원들이 팀을 이끌 수 있도록 준비시키는 과정이었다. 팀을 지휘하기 전에 반드시 수료해야 하는 필수 관문이었다.
1-0 코스의 마지막 단계는 워존 D에서의 실제 작전이었다. 많은 적들이 돌아다녔지만, 월남 북쪽에 비하면 장난 수준이었다. 우리는 별 탈 없이 투입되었고, 둘째 날에 적들의 흔적을 발견했다. 그 흔적을 따라가 보니, 나무를 베는 사람들이 보였다. 우리는 그들을 지켜보고 사진을 찍은 뒤 계속 임무를 진행했다. 그날 오후 늦게 어디선가 총성이 들렸는데, 무스는 신호 총성이라기보다는 누군가가 사냥감을 잡는 소리라고 판단했다. 우리는 약간 경사진 언덕 측면으로 이동했고, 그곳에서 우리는 RON을 설정하기로 했다.
그날 밤늦게 비가 아플 정도로 세차게 내렸다. 나는 경량 판초 아래에 웅크리고 있었는데, 그때 버그가 판초 후드를 뒤집어쓴 채 적색등을 켜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나는 속으로 '참 성실하기도 하네, 벌써부터 정찰 보고서를 쓰고 앉아 있군'이라고 생각했다. 그때 그가 발로 나를 툭 건드렸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그의 신발 끈 사이에 쪽지가 끼워져 있었다. 나는 그 쪽지를 빼내어, 판초 속으로 들어가 적색 펜라이트를 켰다. 뭔가 엄청나게 중요한 메시지일 거라고 생각했다. '적들이 너무 가까이 있어서 속삭일 수도 없다' 같은 내용일 줄 알았다. 하지만 쪽지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그는 바위처럼 단단해진 자신의 물건을 그녀의 부드럽고 순종적인 살결 속으로 밀어 넣었다..." 이 녀석은 현장 한복판에서 포르노를 쓰고 있던 것이었다. 정말 골 때리는 녀석이었다.
고개를 들어보니 그는 마치 월척이라도 낚은 낚시꾼처럼 웃고 있었다. 다음 날 우리가 철수할 때쯤, 우리는 아주 친한 친구가 되어 있었다. 나는 그 녀석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이제 그는 폭발과 함께 사라지고 말았다. 영원히 말이다.
***
나는 일어나 기지개를 켰다. 시간만 축내고 있을 수는 없었다. 클럽으로 가서 추모식에 합류하는 것이 낫겠다 싶었다. 오늘 밤 우리는 술잔을 부딪치며 그들과의 추억을 떠올릴 것이었다. 사실, 우리 추모식은 아일랜드식 추도식을 침례교 예배처럼 보이게 할 정도로 광란적이었다.
밖으로 나가자마자 왁자지껄한 소리가 들렸다. 클럽에 들어서니 술의 바다 속에서 그들의 영혼이 기려지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게 참 나쁜 점이었다. 영원히 살 수 없다는 것을 자각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 사이에서 맥과 쿡이 보였다. 저 녀석들이 술을 시킬 때마다 내 몫의 술도 주문해 둔 덕분에, 내가 의자에 앉자 코냑 대여섯 잔 정도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자, 마셔. 한참 뒤처졌잖아." 쿡은 마치 내가 어떤 신성한 맹세의 의무를 저버린 것처럼 나를 노려보았다. 남부인들 특유의 절제력이 한계의 다다른 순간이었다.
"그 녀석들은 내일 11시에 도착한다더라. 다낭에서 헬기로 데려올 거라고 하더군." 쿡이 트림을 해가며 혀 꼬인 소리로 중얼거렸다. 나는 속으로 '개판이구만'이라고 생각했다. 이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곤 곧 클럽을 뒤덮을 슬픔과 술의 파도에 몸을 맡기는 것뿐이었다. 나 역시 본격적으로 술을 들이켰고, 30분 뒤에는 나 또한 다른 녀석들만큼이나 거나하게 취해 있었다. 오늘 밤 시내에 나갈 녀석은 질척한 유흥 속에서 현실을 잊으려는 섹스 중독자들 말고는 아무도 없었다. 일단 나는 아니었다. 나는 몽타냐드 막사로 걸어가 그대로 곯아떨어졌다.
아침이 밝자 우리 모두 헬기 착륙장으로 모였다. 헬기들이 도착하자, RT 캔자스의 생존자들과 카스티요의 팀이 내리기 시작했다. 우리 모두 다가가 그들을 도왔다. 그들은 완전히 녹초가 되어 있었다. 공허한 눈빛은 여전했다.
늦은 오후, 우리는 토니 및 다른 대원들과 함께 클럽에 앉아 있었다. 그들은 행정적인 사후 처리들을 모두 끝마쳤고, 내일 토니는 몽타냐드의 시신을 마이록으로 운구할 것이었다. 슬픈 일이었지만, 이는 몽타냐드들에 대한 예우였다. 그들은 부족 사회였고,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은 모욕이었다. 게다가 이 작은 친구들은 우리에게 가족이나 다름없었다. 그들을 잃는 것은 형제를 잃는 것과 같았다.
토니는 투입된 순간부터 시작하여 전투 상황을 하나하나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는 먼저 AST(Area Support Team)로부터 받았던 정보들을 자세히 이야기했다.
육안 정찰 단계에서는 옛 화력 기지 주변에 대규모 병력의 징후가 포착되지 않았고, 적들이 그렇게 압도적인 무력으로 대응할 것이라는 징후 역시 없었다고 한다. 토니의 기억에 따르면, 월맹군은 팀을 전멸시키고 포로를 잡고 싶어 했던 것 같았다. 하지만 그보다는 이 구역에 얼씬도 하지 말라는 경고의 의미로 그들을 죽이려 했을 가능성이 더 컸다. 어쨌든 경고 하나는 확실히 남긴 셈이었지만, 그 대가로 놈들도 처절한 대가를 치러야 했다. 토니는 가짜 철수 때 팀이 포착된 것이 확실하며, 그 결과 적 지휘관이 밤새 공격을 준비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지역에 정통했던 적 지휘관은 아침 안개가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될지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동안 팀이 공중 지원을 효과적으로 쓰지 못할 테니까 말이다. 우리는 이런 방식으로 임무를 분석했다. 상대방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파악하는 것이었다. 이어서 윌리(Willie)가 적 전술과 첫 번째 공격의 맹렬함에 대해 말을 보탰다. 월맹군은 첫 번째 공격 때 팀을 완전히 압도할 의도가 분명했다고 한다. 대원들 모두 첫 번째 공격에 투입된 적들이 노련한 병사들이었다는 데 동의했다. 월맹군은 종종 정규군과 본격적인 전투를 벌이기 전에 신병들을 단련시키기 위해 이런 공격에 병사들을 투입하곤 했다. 하지만 놈들도 이제 슬슬 깨닫고 있었을 것이다. 우리가 규모에 비해 훨씬 더 무서운 상대라는 것을 말이다.
RT 캔자스는 안개 속에서 적들이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첫 번째 공격의 기세를 완전히 꺾어 놓았다. 토니는 월맹군이 자신과 헤이건이 기관총을 배치해 둔 위치를 파악하려고 했지만, 안개가 너무 짙어서 한 곳만 파악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곳이 버그의 벙커였고, 월맹군은 기관총을 무력화시켰다고 판단하고 공격을 감행했다. 하지만 RT 캔자스에게는 또 다른 M60 기관총이 하나 더 남아 있었다.
우리는 이어서 헤이건과 클라우스가 어떻게 사망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그들은 팀의 생존을 위해 해야 할 일을 하다가 목숨을 잃었다. 그런 포화 속에서도 일어나서 움직여야만 했다. 한자리에 처박혀 있어서는 전장을 볼 수도 없고 지휘할 수도 없기 때문이었다.
RT 캔자스에는 두 명의 빙햄이 있었다. 클라우스 빙햄와 오린 빙햄이었다. 두 명 모두 사망했고, 둘 다 팀의 생존을 위해 사투를 벌이다가 사망했다. 오린은 박격포를 방렬하고 근접 사격을 가하려다가 사망했다.
두 번째와 세 번째 공격은 첫 번째 공격과 마찬가지였다. 팀이 재정비할 틈을 주지 않기 위해 매우 빠르게 이루어졌다. 적들이 격퇴당하면서도 매번 다시 공격해 왔다는 사실은, 적어도 상당한 고위급 지휘관이 공격을 지휘했다는 증거였다. 언덕 위와 주변에서 확인된 시체 수로 미루어 볼 때, RT 캔자스는 대대급이 아닌 최소 연대급 규모 부대를 상대한 것으로 보였다.
토니는 마지막 공격 상황을 설명하며 월맹군이 그 언덕 위로 얼마나 많은 총탄을 쏟아부었는지, 머리를 조금이라도 내밀었다가는 바로 죽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마지막 순간에는 적들이 진지 가장자리까지 들이닥쳤고, 닥치는 대로 사격을 가해야 했다고 한다. 당시 적의 포화가 너무 격렬했던 나머지, 일부 월맹군 병사들은 자기네 지원 사격에 맞았다고 했다.
"월맹군 병사 한 명이 진지 바로 앞까지 다가왔어. 녹색 카키색 군복에, 중국제 56식 AK 소총을 들고 있었지. 그리고 AK 조끼를 매고 있었는데, 옆 파우치에는 수류탄이 하나 달려 있었어. 녹색 피스 헬멧과 바타 부츠도 신고 있었지. 나는 놈을 쐈어."
간결하고 직설적인 설명이었다. "내가 여기서 영웅이었다" 따위의 허세는 없었다. 그저 사실만을 말할 뿐이었으며, 극도로 겁에 질려 있었다는 솔직한 심정을 고백하듯이 이야기했다.
윌리와 다른 녀석들도 비슷하게 말했다. 그들 모두 자신들이 죽은 목숨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한 헤이건과 토니가 없었다면 아무도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라는 점에도 이견이 없었다. 이는 최고의 찬사였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제정신을 잃지 않고 모든 걸 잘 해냈다고 동료들이 말해주는 것, 그것은 명예훈장보다 더 값진 것이었다.
결국 헤이건 중위는 명예훈장을 수훈했고, 윌리 퀸과 토니 앤더슨은 수훈십자장을 받았다. 다른 미군 대원들도 영웅적인 행동을 인정받아 은성 훈장을 수훈했다.
***
카스티요가 합류하며 자신의 브라이트 라이트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카스티요가 이야기를 마치자, 나는 그를 바라보며 맥과 내가 DM-10 목표로 다시 들어갈 계획인데, 그와 트란테넬라가 우리 브라이트 라이트 팀을 맡아줄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그는 나를 쳐다보며 특유의 작은 고갯짓을 하더니, 나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좆까. 너희들은 저 녀석들보다 더 골치 아프다고. 물론 너랑 맥, 쿡이 가진 금목걸이를 모두 우리한테 맡긴다면, 계약을 고려해 보지." 그러고는 낄낄거렸다.
"꿈도 꾸지 마, 이 수전노 새끼야. 몸에 지니고 있을 테니, 네가 직접 와서 가져가든가." 내가 정곡을 찔렀다고 생각하며 대답했다.
"아니, 그 정도로 금이 탐나진 않아. 네 시체가 운구되기 전에 네 관물대나 털면 그만이지. 그 안에 현금이나 자질구레한 물건들 정도는 충분히 나올 테니까 말이야. 게다가 방콕에 가면 온스당 35달러에 금을 살 수 있는데, 굳이 총 맞을 위험 감수하며 뭐하러 그러냐." 그러고 나서 카스티요는 능글맞게 웃었다.
"이 교활한 스페인 새끼, 분명 네 그 검은 자본주의자 심장 때문에 카스트로가 너네 가족을 쿠바에서 쫓아낸 거겠지. 영광스러운 혁명을 네 탐욕으로 더럽히지 말라고 말이야. 진심으로 우리한테 구조 비용을 청구하겠다고? 우리한테? 이 세상에 있는 네 유일한 친구들한테?"
"한마디로 말해줘? 응. 사실 너희한테는 두 배로 받을 거야. 나중에 내가 너희 같은 녀석들을 구해줬다는 걸 남들 앞에서 인정해야 할 수도 있으니까 말이야." 카스티요는 자신의 음흉한 유머에 스스로 낄낄거렸다.
"뭐? 구조 요금표라도 책정해 놨냐?" 나는 일부러 분개한 척했다.
"당연하지, 우린 공식 구조대니까. 내가 널 직접 업어야 하거나, 네 피가 나나 내 장비에 묻으면 200달러 추가야. 흠, 이거 아주 좋은 생각인데? 체이스 메딕들을 조직해 봐야겠어. 신용카드가 없으면 선불도 가능해. 금이나 현금, 아니면 네 여자 친구를 담보로 맡겨도 되고... 혹시라도 부족할 경우를 대비해서 금니나 은니까지 전부 기록해 둬야겠어."
카스티요 녀석은 선불제 브라이트 라이트라는 아이디어에 완전히 꽂혀서 신나게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그렇게 우리는 이후 30분 동안 그 개념을 구체화시켰다. 적어도 죽음 같은 심각한 문제 대신 집중할 수 있는 좋은 아이디어였다. 우리는 완전히 신이 났다. 그동안 쿡은 우리를 한심하다는 듯이 쳐다봤다. 징크스를 부르는 재수 없는 짓거리라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그에게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싸우는 진짜 이유라고 설명해 주었다. 유일무이한 진정한 이념인 자본주의가 그 추악한 본색을 드러내고 있는 것뿐이었다. 사실 너무 좋은 아이디어라서, 아예 사이공 지휘부한테 투입되는 조건으로 임무당 수당을 달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러면 우리 스스로를 구한다는 명목으로 이중으로 돈을 챙길 수도 있을 것이었다.
토니와 다른 녀석들은 하나둘씩 자리를 떴다. 그들은 완전히 망가진 상태였고, 다시 제정신을 차릴 때까지 며칠은 걸릴 것이었다. 남은 우리들은 유료 작전의 세부 사항에 대해 논의하고 있었다. 메인스 같은 녀석들에게는 파운드당 무게 요금을 청구하면 될 것 같았다. 버틀러의 경우엔 그를 구하러 가지 말아 달라고 사회가 지불할 금액만큼 챙기면 될 것이고, 볼튼에게는 무게당 요금뿐만 아니라 정신과 학교에 교육용 교보제로 경매에 부칠 수도 있을 것이었다. 맙소사, 우린 지금 금광을 발견한 셈이었다. 하지만 카스티요 녀석이 나를 쳐다보는 눈빛이 마음에 안 들었다....
그때 엘든이 지나갔기에, 우리는 이 아이디어를 슬쩍 자랑해 보았다. 그는 우리를 쳐다보더니 '캐치-22'나 좀 읽어보고, 전문적인 도움을 받아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나도 그 책은 읽어보았으니, 어쩌면 월맹군과 협상을 해볼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책에서처럼, 우리가 투입돼서 다리를 폭파하고 총질을 해대면 놈들이 우리를 쫓아다니는 척하는 것이다. 그러다가 다 같이 그늘 아래에 모여서 바비큐 파티나 하며, 돈이 도착하기를 기다리면 될 것이었다.
아, 안 될 것 같다. 월맹군 쪽에도 메인스나 버틀러 같은 인간들이 있을 테니까 말이다. 아니다, 아예 맞교환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월맹군들에게 버틀러와 메인스를 넘겨서 그쪽 유전자 풀을 정화해 주는 것이다. 게다가 빌리 워까지 덤으로 던져주면, 몇 달 안에 그쪽에서 평화협정을 요구할지도 몰랐다. 그리고 우리는 월맹군 측의 삼총사를 받아다가, 멕시코에서 투견과 싸우는 싸움꾼으로 훈련시켜 큰돈을 벌면 됐다. 엘든은 이내 우리를 보고 고개를 저으며 멀어져 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대화를 불쾌하게 여기겠지만, 우리는 이런 기괴한 소리들을 늘어놓으면서 힘든 일을 넘기곤 했다. 군화 속 쪽지 사건 이후 원제로 스쿨에서 버그가 내게 했던 말이 기억났다. 내가 그에게 월남에 도대체 왜 온 거냐고 물었을 때였다.
그러자 버그는 늘 짓던 냉소적인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바라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유머 감각 좀 키워보려고 왔지."
***
추모식은 계속됐고, 우리는 저녁 8시쯤에서야 시내로 향했다. 우리 모두 두돈반 한 대와 몇 대의 지프에 나누어 올라탔다. 목적지는 우선 핑크 하우스였고, 그다음은 차이나 나이트였다. 시내에 도착할 때쯤 나는 술이 깼다. 카스티요도 마찬가지였다. 아마도 프랭크 풀리가 운전하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충돌 시 주마등을 제대로 보기 위해서라도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있어야만 했다. 프랭크는 두돈반 앞을 가로막을 수 있는 장애물 따위는 없다는 철학을 가진 인간이었다. 작은 혼다 오토바이를 탄 민간인들이 기겁을 하며 길을 비키는 모습들이 스쳐 지나갔다. 운전에 관해서 프랭크는 토니보다 더 미친놈이었다. 그는 모든 주행이 '문샤인 런(밀주 운반)'의 재현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가장 최악은 제시 톰슨이었는데, 그 녀석은 운전을 올림픽 스포츠 종목으로 생각하는 놈이었다.
곧 우리는 핑크 하우스 옆 주차장에 차를 댔다. 우리는 차에서 내리고 상쾌한 사우나를 즐기러 계단을 올랐다. 우리는 갈아입을 새 옷을 준비했고, 다음 임무까지는 이틀의 시간이 남아 있었다. 여주인은 우리가 오는 것을 보며 규칙을 읊어댔다. "사격 금지, 싸움 금지, 여기는 좋은 곳이야. 넘버 10 짓거리하지 마." 우리가 나쁜 녀석들일 리가 없지 않은가. 분명 다른 녀석들을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우리를 보며 역겹다는 듯이 낄낄거리더니, 우리가 누구인지 다 알고 있다며 상기시켰다. 카스티요와 쿡, 나는 계단을 따라 위로 올라갔다. 사실 핑크 하우스는 공식적으로 한국군 장교들을 위한 휴양소로 등록되어 있었다. 우리가 계단을 올라가던 중, 해병대 무리가 내려오고 있었다.
그들에게는 타이밍이 좋지 않았다. 쿡이 앞장서고 있었는데, 그는 길을 비켜주지 않았다. 당연히 해병대는 이 무례함에 불쾌감을 드러냈다. 다들 젊은 장교들이었다. 한 명이 그 '레인저 괴물'에게 비키라고 손짓을 하다가 계단 아래로 내동댕이쳐졌다. 이후 짧은 주먹질과 발길질이 오갔고, 우리는 그들을 지나쳐 올라갔다. 우리는 사우나로 도착해 옷을 벗고 상자처럼 생긴 스팀 배스 안으로 들어갔다. 열기가 기분 좋았다. 그리고 한 여자가 쟁반에 바미바 맥주와 얼음 잔을 들고 들어왔다. 완벽했다. 그때 쿡이 자기 스팀 배스에서 고개를 내밀었다. 한쪽 눈이 부어오른 모습으로 말이다.
"그 녀석들이 그리울 거야."
"우리 모두 마찬가지야. 하지만 인생이란 게 다 그렇지. 어떤 날은 곰을 잡기도 하지만, 어떤 날은 곰의 먹이가 되기도 하는 법이니까."
"죽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본 적 있어?" 쿡이 물었다.
"저 녀석은 죽음에 대해 생각할 만큼 똑똑하지 않아." 건너편에서 카스티요가 끼어들었다.
"전에는 그랬지만, 지금은 너무 바쁘니 그런 생각도 안 나." 나는 증기가 근육을 풀어주는 것을 느끼며 대답했다.
"그래, 나도 그런 것 같아." 이야기가 너무 진지해지고 있었다. 이에 나는 침을 뱉고 쿡에게 말했다.
"그런데 저기 있는 카스티요 녀석은 워낙 재수 없는 새끼인 탓에 늘 죽음에 대해 생각하지."
"네 누이(sisters)는 그렇게 말 안 하던데." 건너편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가 아는 여자들이라곤 자로 네 좆이나 때리던 수녀(sisters)들뿐이잖아, 누구한테 헛소리하는 거야?" 내가 맞받아쳤다.
"그래봤자 나는 맥주 심부름꾼 딸린 방에 혼자 있고, 너희 둘은 싸구려 방에 있거든."
쿡이 스팀 배스에서 나와 몇 분 동안 자리를 비우더니 다시 들어왔다. 다시 스팀 배스에 들어가는 쿡에게 나는 "어디 갔다 왔냐?"라고 물었다. 그는 내 맥주를 다시 채워주고 잔에 얼음을 더 넣어주며 말했다.
"저 쿠바 놈 스팀 배스 온도를 최대로 올렸어. 곧 소리가 들릴 거야." 우리 둘 다 반쯤 삶아진 카스티요를 상상하며 낄낄거렸다. 나는 쿡을 쳐다보며 "쿠바인들은 돼지고기 맛이 날까?"라고 농담조로 물었다.
하지만 그는 "그 녀석들이 정말 그리울 거야."라고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우리 모두 그럴 것이다. 그리고 오늘날까지도 여전히 그립다.
(RT 캔자스, 뒷줄에 있는 대원들이 브루스 버그와 로렌 헤이건이다)
(로렌 D. 헤이건 1946, 2, 25~1971, 8, 7)
(브루스 A. 버그 1950, 4, 22~1971, 8, 7)
(오란 L. 빙햄 1941, 7, 8~1971, 8, 7)
*로렌 헤이건은 위 퓨 21장에서 등장했었다. 본문 속에서 언급되는 레이드 임무란 21장에서의 레이드 임무 훈련 가능성을 의미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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