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들어와! 우리 00이, 왔어?

(단결)

어어, 앉어 앉어, 응 편하게 앉아. 음료수 먹을래? 커피가 좋아? 박카스가 좋아? 알았어, 자. 어어, 편하게 먹어.

(감사합니다)

요새 잘 지내냐? 어, 그래, 뭐 별 일 없지? 그래, 뭐 나한테 말할 게 있다고? 평소엔 잘 찾아오지도 않더니. 장기니까 나한테 뭐 잘 보일 필요 없지 하하하, 장난이야, 장난.

아, 사제장비 이야기냐?, 어휴, 이거 뭐 그렇게 큰 문제라고 자꾸들 찾아오는지 이해가 안되네. 그래, 뭐, 한 번 해봐, 어, 그 때 말했던 그 미군 무늬 조끼 가져왔어? 야~ 신기하다, 신기해. 응, 이것저것 많이도 가져왔네. 어, 보급품도 들고왔어? 어, 뭐가 좋고 왜 필요한지, 그거 얘기하려는 거야?

야, 근데 이거 얼마짜리냐? 한...10만원 넘어가나?

(파우치, 방탄판까지 총 300정도 들었습니다)

허..방탄판도 직접 산 거였어?...야, 300? 이게? 이 쪼그만 게? 와.. 너 월급을 다 이런 데에다가 쓰는구나..  요새 애들, 부사관들 월급 적다 적다 해도 그게 또 아닌가보네.. 여자친구는 있었나, 너가? 아 없다고? 없는 이유를 알겠다야, 하하하하하..  아 장난이야 장난, 응. 준비한 거 한 번 해봐. 우리 00이 열심히 준비했을텐데, 또 이 지휘관이 들어줘야지.

(네, 제가 들고 있는 이 조끼는 AVS라고 하는 물건입니다. 미군의 그린베레, 저희와 성격이 유사한 부대에서도 매우 많이 활용됩니다. 어.. 보급 제품과 비교해보겠습니다..(중략)....)

오케이, 잠깐만, 거기까지. 음..야, 지휘관이 들어보니까 이해가 안 되는 게 있네. 니가 말한 보급품이 그렇게 불편한거야? 그러면, 보급품 잘 쓰고있는 우리는, 다른 사람들은 뭐가 되지? 우리는 뭐, 바보여서, 어? 비전투적인, 행정군인이어서, 그래서 안 쓰는거야? 우리는 불편한 점이 없어서 보급품을 쓰는 건가? 똑같이 불편한데, 참고 쓰는 거잖아?

장교면, 나 혼자만 좋은 거 써서 편할 게 아니라, 우리 부하들이 어떤 것에 불편함을 느끼는지, 똑같이 체험하고, 어,  똑같이 느껴야 하는 거야. 어? 동고동락해야지, 부하들이랑. 그래서, 나중에 높이 올라가서, 그걸 기억했다가 개선하는 게 장교야.

그리고, 야, 이게 전투에 못 입고 나갈 정도야? 그 정도야? 어?

(그 정도는 아닙니다, 그렇지만..)

아니잖아. 어? 아니, 당장 입을 수 있고, 불편한 점이 일부 있어도, 다 같이 쓰는 거잖아. 응? 0중위 말에 의하면, 이거를 쓰는 건, 보급품이 작전 투입하기에 제한된다는 게 아니라, 어? 순전히 네 편의를 추구한다는 이유로, 그런 이유로 쓰겠다는 소리로 들리는데?  이게 가볍고, 저게 편하고.. 안 그래? 어?

0중위처럼 불편한 거 느껴도, 그거 살 돈 없는 사람들은 어떻게 해? 0중위처럼 300만원씩 쓸 여력이 없는 부하들, 특히 우리 하사들은? 위화감을 안 느낄까? 아, 나도 불편한데 나는 돈이 없어서 못 쓰네. 어? 우리 초급간부들, 집에 전화해서, 엄마, 나도.. 그 이름이 뭐라고? 그래, 나도 AVS 사 주세요. 그런 현상이 과연 없을까?

뭔가, 남들과 다른, 그런 걸 하려면, 어? 그게 없는 사람들, 그걸 못 하는 사람들의 형평성, 그..박탈감도 고려를 해줘야 한다는 말이야. 어. 지휘관이 0중위 말을 너무 들어주고 싶어도, 지휘관으로서, 어? 부대관리 측면에서 리스크가 너무 크다.

그리고, 군인이, 어? 제일 각 잡히고 절도 있어야 하는 군인이, 나는 이거 불편하니까 내 거 사와서 쓸게요~ 이래도 될까? 어? 그럼, 왜 k1 k2는 안 불편해? 응? 불편하면 총도 하나 사올 수 있는 거 아니야? 미군도 그러는 거야? 지휘관도 미군이랑 근무해 봤는데, 그런 건 듣도 보도 못 했는데? 지휘관이 봤을 때, 그건 아닌 것 같다.

또 말이야, 설명한 거 들어봤는데, 어? 잘 들었는데, 근데 나는 이게 대체 뭐가 그렇게 다르다는 건지, 이해가 안 되는데? 야, 봐봐, 저기 지휘관 방탄복 가져와 봐. 어, 야. 이거 봐, 똑같이 여닫고, 어깨끈, 방탄판 넣는 곳. 어? 조금씩의 그, 뭐냐, 디테일만 다르고, 다 같은 거 아니야? 이 조준경도 봐. 크기나 무게도, 별 차이 없는데? 어? 홀스터도, 보급품 봐봐, 잘만 꽂히고 빠지잖아?

야, 다 좋아. 우리 0중위 말이 맞다고 쳐. 어? 맞다고 치자. 근데 0중위, 너 장교잖아. 부사관 아니잖아. 어? 현장에 나가서, 싸우는 것도 좋지만, 어? 장교는 부대를 운영하는 게 더 중요하단 말이야.

0중위가 아직 군생활을 덜해서, 부대관리에 대해서 깊이가 좀 없는 것 같은데, 어? 부대관리의 핵심은 군기야. 장교는 부대 군기를 관리하는게, 그게 우선의 임무라고. 어? 야, 부대의 군기를 관리하는, 규정 준수를 관리 감독해야 해는 장교가, 자기 불편하다고, 어디 이상한 그런 거 사와서 입고 다니면, 밑에 부하들이 어떻게 그런 사람 말을 따르겠어? 어떻게 군기를 유지하겠냐고. 아, 우리 장교님도 입고 디니니까, 우리도 해도 되겠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겠어? 어? 맞아, 아니야? 아 저는 미군 무늬가 편해서 입고 다닙니다. 부중대장님도 입고 다니는데 뭐가 문제입니까? 어?

하나 더, 사제장비가 뭐, 좋고 안 좋고를 다 떠나서, 지휘관이 정식적으로, 공식적으로 쓰지 말라고 말을 했는데도 자꾸 다른 말이 새어나오고, 심지어는 지시를 안 따르는 사람들이 있는 이유가 궁금하다. 어. 지금이 2주 째야. 0중위, 또 그 누구냐, 건들건들한 중사 하나, 내가 미치겠어 아주.

법에 봐봐. 어? 지휘관의 말은, 불법인 것을 제외하고는 따라야 하는 거잖아. 그게 마음에 안 들어도, 당장 싫어도, 따라야지, 어? 이걸 안 따르고, 자꾸 지휘관과 신경전을 하는 저의가 궁금하단 거야. 뭐, 떼 쓰면 다 들어줄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싶기도 해, 가끔은. 0중위 이야기는 아니야, 어. 무슨 말인지 알지?

충분히 지휘관에게 불만 표출하지 않고도, 우리가 갖고 있는, 그런 계선을 통해서도 건의할 수 있잖아? 훈련할 때 마다 개선소요 쓰고, 어, 전투실험 하잖아. 어? 저번에도 다른 곳에서, 그 뭐냐, 미군들 쓰는 눈알 4개짜리 야간투시경 가져와서, 이게 침투에 적합한가 실험했잖아. 기억나? 그때도, 무거워서 영 불편하다고, 난리가 났드만. 어? 걔네가 쓰는 게 좋아보여도, 우리 임무에는, 우리 장비, 우리가 가진 04k가 제일 좋다는 거야. 원래가 남의 떡이 커 보이는 법이라고. 미군들 어? 하는 거 다 좋아 보여도, 막상 까보면, 별 차이 없는거야, 우리랑. 내가 미군이랑 근무해보니 그렇더라고.

어쨌든, 어? 상급부대에서도 우리가 올리는 것들, 하나하나 다 보고, 이건 단기계획이다, 이건 중기계획이다. 다 반영을 해서, 추진을 해 준다고. 어? 그래서 나온 게 이 워리어 플랫폼 아니야. 애들이 자꾸 정식적인, 규정된 계선을 벗어나서 원하는 걸 이루려 하면, 어? 군대가 돌아갈까? 아니잖아.

이런 건 개인한테도 불이익이야, 어? 본인은 좋은 마음으로 했는데, 결과가 아닐 때도 있다고. 이 지휘관은 그런 성격 아니라서, 우리 부하들 건의 듣는 것 좋아해서 신경 안 쓰는데, 나중에 다른 지휘관한테 그러다가, 평정에 이렇게 쓰이는 거야, '개인의 편의를 위해 지휘권에 도전함' 어. 0중위 영어반도 가고 위탁도 가야되는 거 아니야? 그러려면 자력관리 해야되니까 지휘관이 충고해주는 거야, 어.

이거는 0중위한테 하는 말이 아니고 개인적인 생각인데, 그렇게 사제 장비를 쓰고 싶으면, 어? 707을 지원해서 가면 되잖아. 안 그래? 미사여구를 붙여도, 어? 결국에 걔네처럼 멋있어 보이고 싶은 거 아니야? 맞잖아. 어? 멋있게 건물, 문 뻥뻥 차고, 레펠 하고. 어? 좋다는 장비 딱 끼고.. 우리는 우리만의 환경이 있고, 우리 장비를 써서 우리 길을 가야 하는거야. 걔네랑은 임무가, 이 환경이, 다르다고. 멋있게 차려입고 가서, 북한, 고립무원의 적지종심에 들어가서, 어? 전사해서 장비 다 빼앗기면 어쩔거야? 어? 그런 것도 다 세밀하게 고려를 해서, 정책으로 만들 일인거야, 이런거는.

0중위도, 앞으로는, 아쉽겠지만 지휘관 지시사항 잘 따르자. 어. 어쨌든, 우리 0중위 의견은 지휘관이 잘 들었어. 어. 소중하게 기억하고 있다가, 지휘관이 잘 올라가서,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생기면, 그때 노력해볼게, 어. 고맙다. 더 하고싶은 말 있어?

(아닙니다)

어 그래, 가 봐. 수고했다. 아, 참. 야 00팀장 좀 오라 그래라. 연통에, 면담기록이 계속 밀려있는데 한 마디 좀 해야겠다. 어.




* 픽션임.
* 그치만 내가 지금까지 듣고 보고 당한 모든 사례를 모은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