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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1 신은 말했다



트럭에 치여 죽었다.
그리고, 소녀의 모습을 한 신과 만났다


[주...사망하신 걸 축하합니다! 아, 이게 아니지, 위로 말씀을 드립니다...! 들리시나요? 들리시는거죠? 그럼 저기, 일단 죄송합니다만, 당신의 사후 처리에 대해서 설명드릴게요]


옅은 핑크색의 머리를 길게 늘리고, 하얀 턴으로 전신을 감싼 고대 그리스 사람같은 복장을 한 소녀가, 허둥지둥 두꺼운 책페이지를 넘긴다
나는 멍하게 그것을 바라보았다.
해방감에 잠긴 것이다.
최악의 인생이 겨우 끝을 알린, 해방감에.


[그러니깐..생전의, 큰 악행은 보이지 않네요. 고작해야 여자의 호의에 눈치 못한 것 정도? 그리고-아아. 18세경에, 양친이 교통사고로..굉장히 고생하셨겠네요...]


신님소녀는 슬픈 듯이 눈을 깔았다
그런 표정을 안해줬음 좋겠다.
대단한 것이 아니다, 그 정도 일은.


[당신같이 은혜받지 못하신 분은, 내세에서의 우대대우를 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유복한 가정, 예쁜 용모, 우수한 재능, 추가로 기억계승에 이를때까지요! 당신이 새로운 인생을 행복하게 보낼 수 있도록, 보너스가 붙습니다!]


필사적으로 설명을 하는 소녀의 모습이, 왠지 그립다고 생각했다. 그렇다, 어릴 적 여동생이 이런 느낌이였다. 낮가림쟁이에, 뭔가 이야기를 하려면 금방 빨개져서...


[다만, 지구인류가 아닌, 다른 세계의 전생이 될거라... 일반적으로, 생전의 지인과 재회하긴, 힘들거에요. 그래도, 저기.. 저기 말이죠. 그 지인이 돌아가셔서, 같은 세계에 전생한다던가 하는 이야기는 별개로--]


훈훈하게 신님소녀를 지켜보던 나는, 거기서 처음으로, 이야기의 내용이 걸리기 시작했다.
생전의 지인과 재회?
그런게 가능한거야?
같은 세계에 전생한다면?


[-------------여동생은?]
[느,눼에!?]


갑작스레 달려든 나에게, 신님소녀는 움찔하고 어깨를 떨었다


[나랑 함께 트럭에 치인 여동생은!? 혹시, 그녀석하고 재회할 수 있는건.....!?]
[아, 그게, 네. 그거 말인데요, 여동생씨하고는 앞전에 만나서...]


신님소녀는 어색하게, 씨익하고 미소를 만들었다


[오빠하고 같은 세계에 전생시켜달라고 해서 기쁘게 승낙을 했습니]
[----무슨 짓을 한거야!!!!!]


목이 찢어질 정도의 노성, 신의 멱살을 쥐어 잡는다.


[너 모르는거야!? 신이잖아! 전지전능하잖아! 그럼 알고 있을거잖아!! 그 녀석이.. 그 여동생이, 대체 어떤 녀석인지........!!!]


어려보이는 얼굴이 공포로 구겨졌지만, 알바가 아니다
전생이라고? 내세의 우대라고?
잘도 쓸데없는 짓을!!
겨우-----겨우,겨우,겨우------그 악마같은 여동생한테, 해방되었다고 생각했는데...!!


[그럼 싫어! 전생따위 사양이다! 천국이던 지옥이던 그쪽으로 보내줘!!]
[죄, 죄송해요..! 안되요, 무리라구요..! 당신을 꼭 전생시키지 않으면, 제가------]


뭐? -----제가?


[에잇!]


신의 말에 신경을 뺏긴 순간, 눈 앞에 뿌옇게 되기 시작했다.
전신이 나른해지는 감각과 부유감이 펼쳐지며
소녀의 모습이 순백으로 사라져간다--
두근, 두근
----귀 안쪽에서 어딘가 안심되는 소리가 울려퍼진다.
이건, 설마- 모친의 심장소리?
나의 의식이, 태아에 깃들기 시작한건가...?


[어, 어쨌든, 도망치세요...!]


신의 목소리가 멀리 저편에서 들린다


[숨고, 흘려보내서, 절대 들키지 않도록! 저는 계속, 당신을 지켜볼테니깐요----!!]


소리는 의식의 저편에서 희미하게 사라졌다.
---도망쳐라.
숨고, 흘려보내서, 절대 틀키지 않게--
.....그런게, 나한테, 가능한건가?
나느 그 여동생에게, 5년동안이나 감금당했었는데.



챕터2. 멋진 용모보다도, 우수한 재능보다도



[--네네, 잭님. 아넬리는 여기에 있답니다]


딸랑딸랑하고 종이 울리는 듯한 귀여운 목소리가, 내 귀에 스며든다.

여기는... 어디지...?
눈이 잘 보이지 않는다.
물 속에 있는 것 같이 뿌옇다.
흐릿하게 사람의 얼굴로 보이는 모습이, 내 얼굴을 바라보고 있다.
잘 모르는채로 그것에 손을 내미니,


[후훗,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금방 깨끗하게 해드릴테니깐...]


갑자기 하반신이 개방적이 되었다
...어!? 나, 나는..지금..팬티가 벗겨진거야!?
혼란과 경악에 굳어져 있는 사이에, 무섭게 거대한 손이 엉덩이를 들어올렸다
거, 거인!?
제법 반들반들한 손에, 차가워서 느낌은 좋지만.. 마치, 10대 소녀 같은.
보들보들한 천이 엉덩이에 닿아, 부드럽게 문질러지기 시작한다.
수치라고도 공포라고도 할 수 있는 감각이 슬금슬금 전신을 돌아, 나는 손발을 허우적댔다.


[오늘은 활발하시네요, 잭님? 하지만 조금만 얌전하게 계셔주세요]


들리는 목소리는, 역시 10대... 그것도 전반정도의 여자의 것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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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강한 빛을 느끼는 방향으로 손을 뻗는다.

시야 한 가운데에, 단풍잎같은 작은 손이 나타났다.
쥔다. 편다. 쥔다. 편다.
작은 손이지만, 그렇게 된다.
아기다.
나는, 아기가 되어 있었다.
혼란스러운 뇌가, 겨우 마지막 기억을 떠올린다--새하얀 공간에서, 신과 같은 소녀와 만나, 나의 내세가 어쩌구저꺼구 이야기했다.
거기에, 우대사항으로 기억계승이 어쩌구...
나는, 정말로, 기억을 가지고 다시 태어난 것인가.
그리고 지금... 아마도 10대전반 정도의 여자아이에게 엉덩이를 닦이고 있는 것인가.
어리둥절해야할지, 창피해해야할지, 사고가 따라가질 못하겠다


[자, 깨끗해졌네요]


엉덩이 구석구석이라고 해야할지 앞쪽까지- 아무래도 나는, 다시 남자로 태어난 모양이다- 남은 것 하나 없이 닦인 후, 겨우 팬티같은 걸 입혀지게 되었다.


[슬슬 젖 시간이에요. ....제가 드렸으면 좋겠지만, 이것만큼은 어쩔 수 없으니깐 말이죠. 사모님한테 가시죠]


나의 몸이 부드럽게 안아 올려지고, 따스한 체온에 감싸졌다. 오른쪽 반신에 물컹하고 닿는 이건, 혹시 이 소녀의 가슴인건가. 반사적으로 그 둔덕을 쿡쿡 찔러보니,


[앙. ...간지럽다구요?]


웃음기가 섞긴 소녀의 목소리는 그렇게 말했다.
말의 의미는, 어쨌든 알겠다. 하지만 그것은 분명 일본어가 아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이런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언어를 배운 것이다.
아마도, 모국어로서.
나는 정말로, 전생한 것이다.
기억 그대로, 완전 다른 사람으로서---지구와 다른, 이세계에.

달콤한, 크림 같은 향기가 난다.
이상하게도 안심되는 그것에 둘러싸여, 나는 지금, 아마도, 유두를 빨고 있다
물론, 이 세계에 있어 진짜 모친의.
그래서인자, 음탕한 기분은 전혀 없이, 마치 그런 것이 당연한 듯 유두를 입에 넣고, 모유를 먹고 있는 것이다.
제법 맛있군.


[배가 고팠던 모양이구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담어지고 있다. 시선을 올려도, 시력이 아직 약한지, 얼굴의 모양새를 잘 모르겠다.
하지만, 미소를 짓고 있는 것이겠지.
아무튼, 그것만큼은 알겠다.
눈을 떴을 때 본 여자아이는, 아무래도 하인인지 뭔지 하는 모양이였다--즉 하인을 고용할 만큼의 큰 집에 나는 태어난 것이다.
신님소녀가 말했던 우대사항중에 "유복한 가정"이라는 것이 있던 걸 떠올린다.


[0살 되서 마델린의 젖을 빨 수 있다니 복받은 녀석. 나도 몇 년이나 걸렸는ㄷ[]


다른, 힘있는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쪽이 아마도 나의 부친이겠지.


[....여보? 잭 앞에서 상스러운 이야기는 하지 말아주겠어요. 여자 엉덩이나 쫓아다니는 저질스러운 아이로 자라면 어쩔려고요? 어디 누군가 처럼요]
[이, 이봐!? 그거 혹시 나야!?]
[글쎄요, 누굴까요? 그리고보니, 몇 번 보지도 못한 여성의 방에 매일 찾아와 꼬실려고 한, 굉장히 밝히는 남성이 어딘가 계셨던 것 같은?]
[나잖아!? 그거 나잖아!?]


키득키득하고 여성이 웃는다. ....사이가 좋은건 좋은데, 자신의 부모라고 생각하니 왠지 거북감이 몰려온다.


[...흥, 상관없어. 잭은 내 아이니깐 말이지. 여자 하나도 못꼬시는 겁쟁이로 자라는건, 내가 용서못하지]
[삐지지 좀 마세요, 애들도 아니고. ...이 아이는 분명, 건강하게 자랄거에요. 그리고 행복하게 될 겁니다. 저는 왠지, 알 것 같아요]
[그렇다면, 내 마누라가 죽을 뻔해서 낳은 보람이 있는 것이겠지. 마을 모두에게도 가슴을 필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난 행운남으로 자라주지 않으면 안될거야]


얼굴조차,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잭, 이라고 익숙하지 않은 이름으로 부르는 그 목소리에는, 분명한 자비로움이 깃들어있었다
그들은 분명, 나의 행복을 자신들의 행복이라고 생각해 준다고, 순수하게 느껴졌다...
...아아, 역시 신은 알아준 것이다.

내가 원했던 것은, 바로 이거다.
나의 행복을 기뻐해주는 상냥한 가족---이 이상 바라는 것 따위, 있을리가 없다.
아직 현실로 받아들이기 힘든.
꿈을 보고 있는 것 같이 폭신폭신한 기분이다.
그렇지만, 하나의 결의가, 자연스럽게 마음 속에서 떠오르기 시작했다.
혹시라도 나는, 순수한 의미로서의 그들의 자식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것뿐만이 아니라, 그 자리를 뺏은 약탈자일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나는 잭이 되겠어.

하다못해,
혹여 혼이 가짜라도, 마음가짐만큼은.
진정한, 그들의 가족이 될 것이라고---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나의 이름은 잭 리버
---라에스왕국다임크루드백작 카람 리버의 장남


부서져서 둘 순 없다. 이 가족을, 전세처럼은.



챕터3. 단 하나의 무기



도망쳐, 숨어, 흘려보내. 결코 들키지 않도록---
그 소녀의 모습을 한 신의 말을, 난 깊게깊게 가슴에 새겼다.
당연히 생각해보면, 그건 그렇게 어렵진 않을 터이다--무려 나는 전생을 했으니깐.
얼굴도, 이름도, 입장도, 전부 바뀌어버렸으니깐.
나를 나라고 특정할 수 있는 재료는, 기억정도 밖에 없다.

즉, 내가 들어내지만 않는다면---
---예를들어, 어릴 적부터 상식외의 개능을 발휘한다던가
---예를들어, 전세의 지식을 구사해 영지를 번영 시킨다던가
---예를들어, 세계를 구하는 영웅이 된다던가

그렇게 "저는 전생자입니다"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은 일만 없다면, 그 여동생이 나를 찾아낼 순 없을터이다
다만 한가지 걱정되는 건... 그 여동생이, 일반적인 상궤를 벗어날 정도로 우수하다는 것.
생각지도 못한 방법으로, 나를 찾아낼 가능성이 있다는 것... 나를 지킬 수단이 필요하다.
그 악마같은 여동생에 대항하기 위해, 나를 지킬 수단이.
다행이도 그건, 그 신이 준비해 주었다.
내가 철이 들고난 후 3개월째--생후 9개월 시점에서, 그것이 드러났다.

왠지, 평소보다 천장이 가까운ㄷ[.
최초의 인식은 그 정도뿐이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서서히 상황을 알게 되었다.
등에 침대의 감촉이 없다.
몸을 움직이면 빙글하고 몸이 돌았다.

---뭐야? 뭐야? 뭐야?

무서워져서 아둥바둥하고 있으니, 멀리 밑에서 내가 누워있던 아기침대가 보였다.
혹시------나, 떠있는건가?


[아... 아아....!]


머리를 트윈테일로 한 14세 정도의 메이드가, 놀란 표정으로 나를 올려보고 있었다
나의 돌봄역의, 이름은 아넬리라고 하는.
그녀가 기저귀를 갈려고 하는 순간에, 나의 몸이 둥실둥실 떠오른 것이다
결국, 나는 지금, 하반신을 드러낸 상태로, 풍선같이 떠올라 있는지라.
저기...빨리 입혀주시면 안될까요?
그런 생각을 담아 아넬리를 향해 시선을 보내봤지만, 나의 제2의 모친이라고 해도 좋을 소녀에겐, 안타깝지만 전해지진 않은 것 같다.


[주...주인님!!!! 사모님!!!]


그렇게 외치며, 아넬리는 방을 뛰쳐나갔다.
하반신을 드러낸채로 공중에 떠있던 나는, 작은 몸에 식은땀을 줄줄 흘렸다.
어 그러니깐... 뭐였더라?
"어릴적 부터 상식을 벗어난 재능을 발휘한다"라던가, 그런거 하면 안되지 않았나?


[-------오오, 굉장해! 굉장하군, 우리들의 아이는!]

[네..! 이 나이에 정령술을 발현시킬 줄은...]


아넬리가 데려온 양친은, 둥실둥실 떠있는 나를 보며, 경악과 기쁨을 반반 비쳤다.
정령술? ....라고 했나, 지금?


[나도 처음 썼을 때가 4살쯤이였는데...]
[희귀하게 태어나자마자 쓸 수 있는 아이가 있다곤 들었는데... 이 아이는, 정령에게 사랑받고 있는 것 같네요..]


희귀라는 건, 나 뿐만은 아닌건가? 그럼 세이프? 세이프인가?
어쨌든, 잘은 모르겠다.
나는 설명을 구하고자, 양친에게 손을 내밀고 [아-, 아-] 라고 말했다.


[그래, 무서웠겠지. 이리오렴, 착하지]


나는 모친, 마델린에 붙잡혀, 따스한 팔과 풍만한 가슴에 안겼다
그러자, 부친 카람이 나의 얼굴을 보며, 들으란듯이 말했다


[알았지, 잭. 우리들은 전부, 정령의 분령--아이 같은 것들이 깃들여있단다. 당연히 너에게도 말이지. 너의 신재를 띄어올린 것, 너에게 잠든 정령의 힘에 의한 것이란다]


아아, 그런가---정령의 힘에 의한 술법이니깐, 정령술이라고 하는 거였군.


[정령의 힘은 누구에게도 잠들고, 손발을 움직이듯이 자연스럽게 다루게 된단다. 하지만 저는 확실히 특별하지! --애비는 정했다, 잭. 저의 그 힘을 나는 전력으로 갈고닦게 해줄거다. 그리고 세상을 위해 사람들을 위해 사용해주렴]


나의 새로운 양친은, 나를 중심으로 웃음소리를 냈다
아아, 전해져와요-- 아버지
나는 이 힘을, 세상을 위해 사람을 위해 쓸거에요.
그래---그 무서운 여동생으로 부터, 세상과 사람을 지키기 위해서.


[자아, 책 읽을 시간이에요, 잭님]


나는 지금도, 이 세계의 인쇄물이라 것을 본 적이 없다. 책이라고 하면 전부 손으로 배낀 사본으로 종이도 현대일본정도만큼 좋지도 않다
하지만 리버저택에는 서가가 있다.
커다란 책장에 빽빽하게 나열된 책들 하나하나에는 얼마만큼의 가치가 있을까.
분명 일반민중에겐 손도 못댈 가치겠지. 귀족의 집에 태어난 어드벤티지를, 나는 속으로 실감했다.
이것도 신이 준 찬스다.
써먹지 않으면 안되겠지.
돌봄역의 트윈테일메인드 아넬리가, 책장에서 3권정도 뽑아서, 내 앞에 둔다.
문자는 거의 대부분 읽을 수 없다. 하지만 "정령"을 의미하는 문자만큼은, 몇 번이고 들었던 시간 덕에 추측할 수 있었다.
타이틀에 "정령"이라고 들어간 책을 찰싹찰싹하고 손으로 때린다.


[이 책 말인가요? 잭님은 진짜로, 정령하고 인연이 있으신가보네요]


아직 아기니깐 적당히 고르는 것이겠지라고 생각하는 것이겠지.
무엇을 하던 운명에 이끌리는 것 같이 보인다.
왠지 인생의 허들을 은근슬쩍 올리는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조금 무섭다
아넬리는 나를 안아올리고, 자신의 무릎 위에 앉혔다.
후두부 언저리에 아직 발육중인 부드러운 감촉이, 다행이라고 해야할지, 이런저런, 그런쪽의 욕구는 사라져있다.
아기니깐 그런걸까- 아니면, 그 5년때문인가.
뭐, 그렇지 않으면, 전세의 나보다도 연하로 보이는 모친의 유두를 매일 빨진 못했겠지. 오히려 다행이다.
아담한 가슴을 목베게대신 하니, 아넬리는 나를 안듯이 팔을 앞으로 향하고 책을 펼친다.
귀전에는 상냥한 목소리가 흘러내린다.


[----"예전 한 사람의 왕이 있었다. 왕은 그 위대한 지혜와 신의 반지를 통해, 자연스럽게 여러 정령이 따르게 되었다"--]


내가 고른 책은 "정령왕창세록"이라고 하는, 이 세계에서 말하는 성서 같은 것이였다.


[----"어느 때, 세계는 허공이 가득차게 되었다. 하지만 문이 열리고 왕이 나타났다. 왕은 귀를 기울여, 파도소리를 듣고 파악했다. 창세의 첫번째로다. 왕은 허공에 반지를 집어던졌다. 그 안에는 눈깜짝할 사이에 물이 흘러넘쳐, 바다가 되었다. 창세의 두번째이니라. 계속해서 정령들이 몰려들었다. 정령들은 땅, 하늘, 물, 바람, 이것저것의 고삐를 잡아당겨, 서로에 맞춰 세계의 법칙을 부여했다. 창세의 세번째이니라"---]


이 책에 써있는 것이 어디까지가 진실일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 세계의 인간은, 이 세계관 앞에 태어난 모양이다.
아넬리가 교사같은 말투로 말한다.


[정령은 세계 그 자체이면서, 또한 매일 같이 서로 돕는 이웃이기도 해요]


아넬리는 가는 손가락을 내 눈 앞에 세웠다.
옅은 핑크색 손톱 끝에, 팟, 하고 반딧불같은 불이 핀다. 이것이 아넬리의 정령술이였다.


[저도 언제나, 요리때는 정령--<아임>>의 힘을 빌리고 있어요. 인간은 정령의 힘으로 살아가고, 정령은 인간을 곁드는 나무로서 존재한답니다. 그렇게 몇천년이나, 세상은 계속되어 온거에요]


창세록 왈, 정령은 전부 72주 존재한다.
엘프나 드워프등을 포한한 모든 인류는 그 분령--요약하면 양산형----이 곁든다는 모양이다.
그리고 정령마다 다른 정령술이 발현해, 그 힘을 써서, 인간들은 살아간다.
불을 다루는 정령술로 불을 피우고, 물을 다루는 정령술로 갈증을 채우고, 같은 식으로.
신경쓰이는 것은, 인간은 정령의 힘으로 살아가고, 정령은 인간을 곁드는 나무로서 존재해 간다는, 관계성이다
혹시 그것이 사실이라면 양산형인 분령뿐만이 아니라 오리지널인 정령본체--본령도 부를 수 있는 존재이며, 어딘가의 인간에게 곁들어 있는 것일까.
그렇다고하면, 세계에 겨우 72인밖에 없는 것일까...


[잭님에게 곁든 것은, <안드레아르푸스> 라고 하는 정령이에요]


아넬리는 손톱 끝의 불을 끄고, 상냥한 목소리를 말했다


[그 힘은 <둥지를 떠나는 투명한 날개> ----자신의 신체나 만진 것의 무게를 없앨 수 있는 정령술이랍니다. 멋대로 둥실둥실 날아가지 않도록, 조심해주세요?]


그리고, 나를 그 자리에 붙들어메듯이, 꾸욱하고 부드럽게 껴안았다.
꽃 같이 달콤한 향기가 코끝을 간질거린다.
보담으로 작은 손으로 아넬리의 볼을 쓱쓱 만지니깐, 아넬리는 가렵다는 듯이 키득키득 웃었다.
곁든 정령에 대해서, 쓸 수 있는 정령술은 거의 완전하게 결정된다.
정령이 72주이기에 전부에 72종류. 많다고 해도 그 뿐이다.
하지만 숙련도에 의해 효과가 강해지거나 하는 것도 있는 모양이다.
여기로부터 멀리 떨어진 왕도에는 정령술을 다루는 법을 배우는 학교가 존재한다는 이야기였다
아버지는 나에게 정령술의 영재교율을 시킬 모양이다만, 아무래도 말도 못하는 아기한테 가정교사를 붙여주진 못한 모양이다.
하지만, 그 여동생이 언제 나를 찾아낼지 모른다.
시험하고, 파악하고, 강하게한다.
나에게 주어진 단 하나의 무기를.


전승을 이야기해보자.


과거 세계에는 하늘과 땅의 구별은 없었다.
누구나 자유롭게 산을 넘어, 세계 속 사람들과 이야기하는게 가능했다.
하지만 그 결과 다른 말, 다른 사상, 다른 신앙이 충돌해, 누구도 자기 생각대로 살아갈 수가 없게 되었다.
그것을 걱정한 정령 <안드레아르푸스>는 사람들을 보이지 않는 사실로 대지에 묶고, 간단하게 산을 넘을 수 없도록 했다고 한다.
지나친 자유는 부자유와 비슷하다는 교휸의 이야기지만, <둥지를 떠나는 투명한 날개>의 힘에 눈을 뜬 나에게는, 그냥 옛날이야기로 일축할 순 없었다.

사슬이 보인다.

나무쌓기놀이로 놀던 때였다. 손에 쥔 나무조각에, 크고 작은 무수한 사슬이 얼키설키 엮여져 있었다- 아니 실제로 눈에 보이는 것은 아니였다.
그저 어째서인지, 그런 이미지가 들었다.
오감으로 그냥 "그것"을 감지하는 감각이 생겨난 것 처럼.
보이지 않는 사슬은 나무조각을 감고 잡아당기고 있었고, 그 중 가장 두꺼운 것이 지면방향으로 늘어나 있는 사슬이였다.
혹시, 이게 중략인가?
이미지 중에서, 지혜의고리를 풀듯이. 감긴 사실을 푼다.
그렇게 하니 나뭇가지에서 무게가 사라졌다.
역시 이 사살은 중력을 의미하는 건가---응?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손에 있는 나무조각으로부터 중력은 커녕 감각마저도 사라져 있었던 것이다

만지고 있는 감각조차없다--마치 공기를 쥐고 있는 것 같다.
손을 펴니, 나무조각이 둥실둥실하고 그 자리에 떠있다.
눈 앞에서 부유하는 그것을, 어째서인지 나는 굉장이 멀리 있는 것 처럼 느껴졌다.
예를 들면, 그래, 모니터 넘어로 보이는 듯한 감각이다.
바로 앞에 보이는데도, 바로 거기엔 없다.
이걸... 만지는 어떻게 되지?
괜히 신경 쓰여서, 아무렇지도 않게 손을 뻗는다. 그러니 역시나 잡는 감각은 없고---
----팅, 하며 당구공처럼 날아갔다
나무조각은 벽과 천장을 마구잡이로 튕기고, 나는 허겁지겁 머리를 낮췄다.
아차... 어떻게 해서 멈추는거지, 이거!?


[잭님~ 일어나셨나요~? 꺄악]


이러고 있는 사리에 찰칵하고 문이 열리고 아넬리가 모습을 드러내---콩 하며 그 이마에 나무조각이 격돌한다
괜찮은걸까하고 순간 움찔했지만, 아넬리는 아픈 것 같지도 않게, 눈을 동그랗게 뜬다


[어라? 지금, 뭔가 맞았나요...?]


맞았는지도 모른다고...? 나무조각에 부딪힌 아넬리의 이마는 붉지도 않았다. 뭔가에 부딪치지도 않은 듯이.
털컥하는 소리가 났다
쳐다보니, 나무조각이 바닥에 딩굴고 있다.

나는 거기까지 영차영차 이동한다. 나무조각은, 그렇게나 벽과 천장에 튕겼는데도 불구하고 상처하나 없다.
부유중 물체는 , 어떻게 부딪쳐도 대미지를 입지 않는반면, 대미지를 주지도 못하는 건가?
나는 아기침대에 뭔가 작업하는 아넬리를 보며, [아우아우]하고 옹알거렸다


[무슨 일이신가요, 잭님? 배가 고프신가요?]


역시나 아넬리, 나의 의도를 바로 알아주는군.
스륵하고 나를 들어올려, 가슴 안은 아넬리는 후훗하고 미소짓는다.


[어리광쟁이시네요. 그럼 같이 주방으로 가시죠]


그렇게, 아넬리가 주방에서 이유식을 만드는 사이 시험해보고 싶은 걸 시험해보았다.
부유시킨 사과는 식칼을 박아넣을려고 해도 미끄러졌지만 부유시킨 냄비에는 확실히 불이 통했다--부유중의 물체는, 형태가 있는 물건에게서 충격을 전부 흘려버리지만, 불이나 바람의 영향은 받게 된다.
그렇게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즉, 나를 부유시킨다면, 화상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상처를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남은건 공격적인 부분이겠다만--부유시킨 것을 부딪치거나 할 순 없는 이상 부딪치는 순간 무게를 원래대로 돌릴 필요가 있다.
이것에는 힌트가 있었다. 아까, 아넬리가 부딛친 나무조각은, 나의 주의가 아넬리의 이마로 옮겨져 있을 때였다.
즉, 의식이 나무조각에서 벗어나 있었다---대상물에 의식을 계속 향하지 않으면, 부유는 유지할 수 없는게 아닐까
아이방에 돌아와 다시 나무조각을 띄워보고, 바로 알았다
방치하면, 풀어진 사슬이 하나 돌아왔던 것이다
방치하면 약 3초만에 모든 사슬이 부활하지만, 집중하면 1분 정도는 띄워두는 것이 가능했다.
계속 반복해보니, 2분, 3분씩 시간이 늘어간다.
이것은 얼마 만큼 띄울 수 있는 것일까. 갯수에 한계는 있는걸까
그렇게 생각한 나는, 2개째, 3개째의 나무조각에 손을 뻗어---


[---오오!]


잠시 후 아버지가 들어와, 감탄의 소리를 내었다
총 10개의 나무조각이 아이방 공중에 펼쳐져 있는 것을 봤기 때문이다


[이 나이에 이 정도로 술법을 사용할 줄이야.. 역시 너는 천재다!]

아버지는 매우 기뻐하며 나를 안아올린다.
떠있는 나무조각들이 떨어져간다.

우아아아, 진짜! 신기록이였는데!!

도미노를 누가 멋대로 쓰러트린 기분이 된 내 옆에서 아버지는 볼에 볼을 비비기 시작한다
까끌까끌해서 아파! 수염 좀 잘라요! 수염 좀!
항의의사를 담아 봄을 떼찌떼찌 때리니 아버지는 슬픈 표정을 하며 떨어졌다. 그런 얼굴 좀 하지 마요...
그런 식으로 별거 없는, 평범한 가족으로서 지내고 있으니, 마치 사슬 같은, 마치 쇠사슬 같았던 그 나날의 기억이 떠오른다.
18세 경
고등학교 졸업과 거의 동시에 시작된 악몽의 나날이.



챕터4. 악몽의 나날

내가 고등학교를 좋업하고 거의 동시에, 부모님이 돌아가셨다
사고였다.
경찰의 손이 닿을 것도 없이, 아무일도 아닌 것 처럼 처리되었다.
그로부터, 나는 여동생과 둘이서 살게 되었다.
그리고---존재 전부를 지배당했다.


[자요, 오빠. 아-앙♥]


반쯤 벌려진 나의 입에, 여동생의 혀가 비집고 들어온다.
타액과 함께 밀어닥친것은, 씹힌 먹을 것이였다.
밀려 올라오는 구토감을 참아가며, 나는 그것을 필사적으로 넘긴다
여동생을 입술을 떼고 젖은 입술을 손가락으로 만지며 희미하게 웃는다.


[맛있었나요, 오빠? 봄야채로 만든 스튜, 여동생의 타액 토핑이에요♥]


19세가 된 해의 봄을 기점으로, 나의 식사는 전부 여동생이 입으로 전해주었다.
딱히 묶여있는 것은 아니다. 손도 발도, 자유롭게 움직인다.
그래도, 나의 손과 발은 움직일 수 없다.
....움직여선 안된다고, 나는 알고 있다.

[아아, 오빠, 토해내면 안되죠, 아깝잖아요. 먹을 건 소중히 다루지 않는 오빠에겐-벌칙,이겠죠?]

하지마, 라고 외치기전에, 여동생은 방을 나간다.
쫓아갈려고 했지만, 발이 접질려서 넘어졌다.
일어날려고 해도, 팔에 힘이 안들어간다.
떨었다. 공포였다. 머리 속까지 마비된 것 같은 공포가, 전신을 묶는다.
나는, 알고 있는 것이다.
그 여동생에게 거역하면 어떻게 될지...이 눈으로 몇번이고몇번이고, 봤으니깐....
여동생이, 뭔가를 질질 끌면서 돌아왔다.
그것은, 양손발이 묶이고, 입을 틀어막은, 여자.
고등학교 시절, 내가 들어갔던 부활동의, 매니저였다.


[그러니깐.. 카와고에 레나양?]


공포에 젖은 얼굴로 자신을 올려다보는 카와고에 옆에, 여동생은 쭈그려 앉는다.
그 손에는, 은빛이 쥐어져 있었다.
커튼 사이에서 비추는 빝으로 날카롭게 빛나는... 그것은, 날카롭게 갈린, 식칼이였다.


[저 봣거든요?]


여동생은 씨익하고, 어쩌면 상냥하게조차 느껴지는 표정으로 죄를 읊기 시작한다.


[작년 7월 27일, 오후3시 46분 32초부터 56초--무려 24초동안이나, 오빠를 발정한 암캐같은 눈으로 보셨죠?]


카와고에는 필사적으로 고개를 저었다.
그것은, 자신의 종말을 눈앞에 둔 자의, 거짓없는,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의 부정이였다.
하지만--그런데도.


[거짓말하시면 안되죠]


막무가내였다.
여동생이, 카와고에의 손을 억누르고---


[--------------------------------------------으으읍!!!!!]


카와고에는 입이 틀어막힌채로 절규한다. 눈에서, 입에서, 피같은 액체를 흘리면서, 움찔움찔하고 전신을 떨었다.
마치 살충제가 뿌려진 벌리처럼.
거무스름한 액체가, 천천히 바닥에 퍼저단다.
그 안에 떠올라 있는 것을, 나는 봤다
이젠 따스함도 없고, 움직일 일도 없는---손톱이 붙은 고기조각.
몇 초전까지 카와고에의 손에 붙어있었을 터인, 그것.


[오빠를 사랑해도 되는 건, 저 뿐]


격통에 떠는 카와고에를 내려다보며, 여동생은 선고한다.


[다른 여자의 애정이 끼어들 여지따위, 어디에도 없답니다. 그런데도, 당신은 사랑했다. 사랑해버렸습니다. 어째서 그런 죄를 범해버리신거죠? 아시겠어요?]


여동생은 카와고에의 얼굴을 쥐고, 억지로 위를 보게 했다.


[눈이 있어서 그런거에요]


희미하고 희미한, 구토감을 유발하는 웃음


[당신따위의 인간에게, 이런 훌륭한 눈알이 두 개나 붙어있으니깐, 오빠의 전무후무하게 멋있는 용모를 보고 발정해 버리는 것이에요. 그러니깐----]


여동생이 꺼내든 도구.
그것을 본 순간, 오열과 구토감이, 목구멍에 한꺼번에 밀려든다.
T자 모양의, 드릴 형태의 된 끝.
본래라면, 즐거운 파티에서나 등장할 법 한 그것은--하지만 이 장소에선, ...완전 별개의, 무서운 용도를 ....부정할 수 없이, 상기시켰다.


[------제가. 파드릴게요?]


그것은 와인오프너.
와인병의 마개를 뽑아내기 위한, 일반 가정집 부엌에 있는, 평범한 와인오프너.
하지만, 지금부터 뽑아내기 위한 것이 코르크마개가 아니라는 것은, ...나의 눈에도, 카와고에의 눈에도, 명백한 것이였다...
여동생은 손에 쥔 그것을, 카와고에의 눈앞에 가져간다.
....결코, 위협이 아니였다.
딱딱한 코르크마개에도 쉽게 파고드는, 비틀리고, 뾰족한 끝을----코르크마개에 비하면 훨씬 부드럽고 충혈된 한구에, 찔어넣기 위래서다.
카와고에는, 아마도, 얼굴을 돌릴려고 했다.
그 비틀린 끝에, 눈을 피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 전에, 그 얇은 팔이라곤 생각할 수 없는 힘으로, 여동생은 머리를 고정시켰다.


[....그만...]


제지하는 외침은, 목 끝에서 눌러 사라졌다.
막을려고 하면, 이 여동생은, 나의 친구나 지인을 또납치해서, 내 눈앞에서 고통을 준다.
그래서, 나는 움직일 수 없다, 움직이지 않는다.
와인오프너의 비틀린 끝이, 닫혀진 카와고에의 오른쪽 눈에, 천천히 다가간다...
그 눈이, 최후의 순간, 내쪽을 봤다고 생각했다---


[---오빠가 얌전히 있는다면, 다른 사람한테 손을 대지 않는다. 그런 약속이였죠]


일이 끝나, 움직이지 않게된 카와고에를 처분하고, 여동생은 나에게 말했다.


[그러니깐, 얌전하게 계셔주세요, 오빠? 저도, 이런 일로 오빠와의 시간을 빼앗기는건, 싫으니깐요--]


여동생은 나에게 천천히 다가오며, 턱하고 스커트를 바닥에 떨어트렸다.
그리고, 블라우스의 단추를 똑똑하며 하나씩 풀어간다.
여동생은,금새 전라가 되어, ....나에게 기대며 달콤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쭉, 이대로 있자구요, 오빠...]


----나는 겁쟁이다.
변명만 할 뿐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비겁하고 비열한 쓰레기새끼였다.
내 눈 앞에서 살해당한 인간은 몇 명이나 될까.
다섯명까진 셌었지만, 이젠 기억도 나지 않는다.
이것이야 말로 증거다.
피의 냄새가, 단말마의 절규가, 이렇게나, 이렇게나 혼을 태우고 있건만---그들의 얼굴만큼은, 아무래도 떠오르지 않는다.
나는, 피해자인척하며, ....자신의 모습에, 변명을 한 뿐이였다.
이름도 떠오르지 않는 그들.
컴컴한 방에 피어오르는 피냄새, 의 주인.
그들을 죽인 것은, 나의 여동생이다.
그들을 죽게 방치한 것은, 바로 나다.
----그들이, 반정도는 나에게 살해당한 것이다.


5년간---경찰의 도움은, 전혀 오지 않았다.
나의 인격은 마모되고, 의식이 있을 뿐의 시체같이 되어, ...방어본능인지, 감금되기 전의 기억이 부서진 동영상 데이터처럼 또렷해지지 않게 되고---최후에는, 시간의 흐름조차 느끼지 못하게 되었다.
감기에 걸렸을 때 본 악몽처럼, 싫어하는 것만이 무수히 습격했다 사라져가는 매일.
...5년, 이라는 세월마저, 사실 대략적인 추측일지도 모른다.
과거가 깎히고, 미래가 닫혀, 어디에도 도망갈 것이 없게 되었다.
그런 나날 중, 어느 순간, 하나의 작은 소리에 의해, 갑작스레 끝을 알리게 되었던 것이다.


----찰칵


하는 그건... 자물쇠가 열리는 소리였다.
여동생의 기척은 없다.
쇼핑이나 뭔가의 이유로 외출한건가... 그렇다면, 여동생이 돌아온 것인가.
악몽의 이어짐이 다시 시작하는건가..
그러나, 잠시 기다려봐도, 누가 들어오거나 하는 모양새는 아니였다.
의식이 점점, 각성한다.
돌연 나타난 희망을, 조심조심 의식한다.
나는 저리는 발을 옮겨, 비틀거리며 현관으로 달렸다.
자물쇠는, 역시나 열려있다.
열린채로, 방치되어 있다.
마치 나에게, 손을 뻗어 밀라는 듯이.
떨리는 손으로, 손잡이를 잡았다.
오른쪽으로 돌렸던가, 왼쪽으로 돌렸던가, 그런 것도 떠올리지 못한채 몇 번이나 철컥철컥 돌리며.
문을 열었다.
5년만의 밖의 공기를 빨아들였다.
초목의 향기가 났다.
차의 소리가 들려온다.
기억과 조금 다른 마을모습을, 창 밖에서 보듯이 봤다.
좌우로 펼쳐진 맨션의 복도에는 사람의 모습은 없었다.
나 혼자.
오직, 나 혼자뿐.
여기에, 그 여동생은 없다.
나는 신발을 신지도 않은때 뛰쳐나갔다.
약해진 발이 고통을 호소했지만, 그것에 신경쓰지도 않은채.
태양의 빛이 눈을 찌른다.
살이 탈 것처럼 느껴졌다.
따스한 바람이, 목덜미를 어루만진다


[-------하하]


도망쳤다.


[하하하]


도망쳤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도망쳤다!!!!
갈 곳 없이 뛰면서도, 나는 미친듯이 웃었다.
아아, 너무 멋져.
여동생이 없다니, 너무 멋져!
생각해보면 나는, 진작에 이상해져버린 것이였겠지--악몽같은 세계에 5년이나 갇혀서, 마음이 완전히 부서져 있던 것이겠지.
그렇지 않고서야, 쓸데없이 뛰어다니지 않고 바로 경찰에게 달려갔을터다.
그랬다면, 분명---발견되지 않았을텐데.


[...못된아이시네요, 오빠]


여동생이, 내 앞길을 가로막고 서있었다.
그 옷에는, 또 새로운, 누군가의 피가 묻어있었다.
나는 몸을 움추렸다.
그 모습이, 그 피가, 나를 한순간에 악몽 속으로 끌어당겼다.


[자, 돌아가요? 이제 외출은 충분하잖아요?]


목소리만큼은 상냥하게, 여동생은 나의 손목을 강하게 붙잡는다.
몇 분전의 나라면 순순하게 따르는 것 외의 선택기를 생각하지 못했겠지.
하지만, 지금의 나는----여동생이 없는 세계를 떠올린 나는.


-------싫다


그런 악취미의 악몽같은 매일은.
친했었터인 사람들이 죽어가는 것을 바라보는 나날은.
무력함과 겁에 질려 어쩌지도 못했던 자신의 빌어먹을 점을 보는 것도, 이젠...이젠이젠이젠이젠...!!
그 때-- 그야말로 천운이였다.
바로 옆 도로에 트럭이 달려오기 시작한 것이다

-----할 수 밖에 없어.
이 악마에게 한 방 먹일려면, 지금 밖에 없어.

이 악몽을 끝내기 위해선, -----지금 밖에 없어!!


나는 여동생을, 전력으로 들이박았다.

피를 나눈 친여동생.
같은 집에서 태어나, 때로는 서로 도우며 자라왔던, 단 하나의 여동생.

----관계 있을까 보냐.

지금은, 나에게서 모든 것을 빼앗아간, 그저 악마다.
여동생의 몸이, 거대한 트럭 앞에 놓여졌다.
무시무시한 크락션이, 전신을 울린다.
이걸로, 끝난다.
나쁜 꿈에서, 겨우 깰 수 있어.....
이렇게, 안도했다.

---여동생이, 나의 손목을 놓지 않은 것을 깨달은 것은, 한 순간이였다.


[함께------]


여동생은, 웃고 있었다.
기뿐듯이 웃고 있었다.
나는 여동생에게 잡아당겨져, 도로에 끌려져 나왔다.
트럭의 거체가, 맹렬하게 눈 앞에 다가와----
----아, 그래도.
이걸로, 누군가의 단말마도, 더이상 듣지 않아도 된다면----
그렇게, 충격이 모든 것을 날려버렸다.



챕터5. 일어선 나를 나만이 안다--



[[[1살 생일, 축하해--------!!]]]


라는 고로, 1살이 되었다.
생일자리에 앉은 나를 둘러싸고, 부모님과 하인들이 전부 나와 왁자지껄하는데 이제와선 나랑은 관계없잖아 레벨이였다.


[잭이 태어난지도 벌써 1년인가.. 태어난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이렇게나 크다니.. 이 상태라면 손자 얼굴 보는 날도 멀지 않았겠어!]
[그건 너무 이르잖아요, 여보. 그 전에 일단 며느리겠죠?]


아니, 그것도 너무 일러요 어머니.
이런 농담 같은 호화스러운 생일파티도 그렇고, 이 부부의 자식사랑에는, 자식으로서 멋적은 기분이 든다.


[포스워드씨네가 작년, 따님이 태어났다는 모양이더군--]
[왕도쪽 이야기론, 오스틴가의 5번째 아이가 여자아이라고--]


혼약자후보를 진심으로 거론하기 시작한 뒤로하고, 나는 눈 앞에 매쉬포테이토를 작은 스푼으로 떠서 입으로 옮겨 오물오물 씹는다.
최근, 겨우 이유식에서 해방되기 시작했던 것이다.


[잭님, 입가에 묻으셨어요]


돌봄역인 아넬리가 쓱쓱하고 내 입가를 닦는다.
나도 이젠 익숙해졌기에, 그냥 있는다.
보답의 의미를 담아 그녀의 손가락을 쥐자, 아넬리도 부드럽게 미소짓는다.
그 표정의 상냥함은, 어머니한테도 지지 않는다.


[아넬리. 너도 1년간, 잭을 잘 돌봐주었구나]


아버지가 미소지은 표정으로 말하자, 아넬리는 화들짝 손을 흔든다


[그, 그런그런...! 저는 대단한 일을 한게 결코...!]
[아뇨. 네 덕분에, 나도 남편도 많이 편했답니다. 마침 좋은 기회기도 하니 한번 쯤은 부모님께 얼굴을 보여드리면 어떤가요?]
[어...? 괘, 괜찮으신가요...?]
[물론이죠. 귀성수당도 제대로 드릴게요]
[감사합니다! ...하지만..]


아넬리가 다시 나를 보더니, 슬쩍 입가를 누그러트렸다.


[...정말로, 힘들었다고 생각하진 않았습니다. 잭님은...뭐랄까..저에게 있어, 소중하신 분이라]


부드러운 손가락이 나의 볼을 스윽하고 만진다.
간지러워서, 나는 자연스레 웃음이 나왔다


[역시나 내 아들, 방심할 수 없겠는걸! 이렇게나 빨리 여성을 꼬시는 법을 배웠을 줄이야!]
[어머나.. 장래, 여자를 울리거나 하는 남자가 안되었으면 좋겠는데]
[괜찮아요! 제가 제대로 지켜볼테니깐요!]


아넬리가 가슴을 피고 선언하자, 다시 한 번 밝은 웃음꽃이 피어올랐다.
나도, 지금만큼은 뭐든 잊고, 따스한 그 목소리에 몸을 맡겼다.


[자, 잭님. 산책시간이에요]


생일잔치 다음 날, 정오경이 되서, 나는 아넬리에게 침대에서 안아올려졌다.
그녀에게 안겨 저택 주변을 산책하는게 최근 일과인 것이다.
나에게 있어 그다지 없는 외출의 기회인지라, 제법 기대되는 시간 중 하나였다.
아넬리는 나의 볼을 콕콕 찌르면서, 후후하고 웃었다
마음에 드신건 다행입니다만, 조금 창피한데요 아넬리양.
아넬리는 저택을 나와 앞뜰 걸어 문을 빠져나왔다
저택 옆에는 활엽수의 숲이 펼쳐져 있다.
예전엔 야생견이나 멧돼지, 곰같은 것이 나와 위험했다는 모양이지만 지금은 피크닉도 가능하게 되었다나 하는 숲이다.
아넬리는 나를 안은 채 길가를 걸으면 그 숲으로 향했다.


[잭님]


아넬리가 걸으면서 말한다.


[저... 내일부터, 가족단란하게 지낼 생각이에요. 그동안 쭉... 쭉 오랜기간동안.. 이야기를 못했거든요.]


그 얼굴이 쓸쓸해 보였길래, 나는 손을 뻗어, 그녀의 볼을 쓱쓱 만졌다

[후후, 위로해 주시는건가요? 잭님은 정말 여성을 잘 다루시네요. 하지만, 하지만 괜찮아요--이제부턴, 계속 함께니깐요]

아버지와 어머지는, 그녀가 가족과 만나고 싶어하는걸 눈치채신걸까?
그렇다면 역시나라고 해야할지, 아무래도 전세의 나와는 동세대라곤 생각할 순 없겠어.
가로수길 같이 된 나뭇가지 아래를, 나를 안고 아넬리는 걸어간다
바람이 불고, 잎사귀 흔들리는 소리가 사악하고 퍼진다.


[바람이 기분 좋게 부네요]


나무 사이로 듬성듬성하게 비치는 햇살이 닿아 따듯하다
반 년간 경험에서 봤을 때, 여기 토지에는 확실한 사계절이 있다
조금 전까지는 추웠으니, 지금은 봄이겠지.
나의 생일은, 겨울과 봄의 경계선 정도가 되는 것이다.
....이런, 졸리기 시작했다.
아기란 존재는 역시 금방 졸린다.
이 것이 제법 성가시다.
뭔가 생각할려고 해도, 금방 사고가 흐트러지게 되어....


[--------------♪]


콧소리가 들린다.
휴가전이라서 그런지, 오늘 아넬리는 기분이 좋아보인다.
그런데 이 멜로디... 왠지 들은 적이 있는 것 같은...대체, 어디서....?


[--------------♪]


------나는 거실에 있었다.
여기는... 그렇군.
전세에서의 나의 집.
아직 아버지와 어머니도 살아계셨던, 평범히 살았던 때의...
내가 부활동에서 돌아왔을 때, 에나멜 가방을 등에서 벗었다.
양친은 같이 일을 하셔서, 이 시간에 돌아올 일은 거의 없기에--- 저녁 준비는 언제나 그녀석의 일이였다.


[--------------♪]


부엌에서, 콧노래가 들린다
탕탕하고 리듬 좋게 섞이는 것은 식칼의 소리
세일러복 위에 에이프론을 입은 여동생이, 야채를 자르는 소리에 맞춰 콧노래를 부르고 있었던 것이다.
리듬에 맞춰, 에이프론과 프릴스커트의 소매가, 흔들흔들 흔들린다...
아직 아무것도 몰랐던 나는, 그 모습의 귀여움에 입가를 풀었다.
그리고 그 무시무시함을 눈치채지 못한채, ...여동생의 등뒤로 물어봤다.

-----기분이 좋은 것 같네. 무슨 노래였더라 그거?


[알프스 하이디 동요에요. 가사는 오리지널이지만요]


-----아니, 콧노래니깐 가사는 모르잖아


[후후. 언젠가 가사도 가르쳐 드릴게요. 오빠한테만 특별히]


그리고 배경이, 그 "언젠가"로 시프트했다
카텐이 쳐진 암흑의 방
닦을 수 없을 정도로 벽과 바닥에 스며든 피의 냄새.
바닥에 엎어진채로 움직일 수 없게 된 나.
묶여진채로 굴러다니는 후배 여자아이와------
----그 오른쪽 눈에, T자 와인오프너를 박아넣은 여동생.


[♪ 셋셋셋-영차영차 ♪]
[♪ 아닌 척하면서 음탕한 수단을 쓰는 ♪]
[♪ 걸레년을 죽여버리죠 ♪]
[♪ 란란란란란란란란란 ♪]
[♪ 란란란란란란란란란 ♪]
[♪ 란란란란란란란란란 ♪]
[♪ 란란란란란.... ♪]


의식은, 점점 선명하게 되었다--당연하지, 그딴 꿈을 꾼다면.
젠장... 그 무시무시한 개사곡이, 귀 속에 붙어있다
알프스 하이디 동요하는 곡이, 이 세계에 있을리가 없는데--머리속에서 아직도 멜로디가 울린다.
그것으로부터 도망치듯이 주변에 눈을 돌리니, ........어라? 라고 생각했다.
숲 속에 작은 길이 있는건 분명하다. 그런데 나무들의 배치, 바위의 모양, 언제나 다니던 산책루트의 풍경과는 세세한 점이 결정적으로 다르다.
나는 아넬리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그녀는, 아직 노래를 부르고 있다.


[♪ 셋셋셋-영차영차 ♪]
[♪ 이대로 쭉 숲을 빠져나가면 ♪]
[♪ 나와 오빠의 도원향----- ♪]


........이건, .........환, 청........?

머리속과 꼭 닮은 그 노래가... 우연인지, 아넬리가 부르고 있는 것 처럼 들려-------
------아니야. 아니야!!
나는, 계속, 진짜로 이 노래를 듣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 꿈을 본것이다.
아넬리가 계속-----그 여동생과 같은 노래를, 부르고 있었으니깐.
-----가족단란하게 지낼 생각이에요.
-----그동안 쭉... 쭉 오랜기간동안.. 이야기를 못했거든요.
어째서, 그 말이 지금, 떠오르는거지...?
아니, 나는 분명 알고 있어...!
진작에 알고 있었어...!
하지만, 이해를 거부하고 있었을 뿐이다.
눈을 돌리려고 했을 뿐이다.
------오랜기간, 만나지 못했던 가족.
혹시.
그것은.


[....일어나셨나요?]


아넬리는 나의 얼굴을 본, 그 순간---얼어붙을 듯한 공포심이, 전신을 휘감았다


[겨우----제대로 재회하게 되었죠?]


머리를 트윈테일로 묶은 메이드는.
1년간, 나의 돌봄역을 맡았던 아넬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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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만이네요--------오빠]




진심으로 행복해 보이는 얼굴로 웃으며, 그렇게 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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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갤럼들아, 여기에 처음 글 쓴다.


아마 번역기던 뭐든 웹연재판으로 본 갤럼들 많겠지만 정식 서적판은 내일 발매라 서적판 버전을 손으로 써봤어. 오역,의역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