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어져서 죄송합니다. 올해는 엄청 바빠질 것 같아서 갱신 페이스가 더 늦어질 것 같습니다. 내년이 되면 괜찮아질 것 같으니 잘 부탁드립니다.




타이틀 아무 것도 안떠오름




아침, 강한 빛이 눈시울을 태운다. 아무래도 드물게 일찍 일어난 것 같다.

어제 본 그 악몽이 재래하는 일도 없이 무척 건강한 숙면이었기 때문일까, 개운하게 잠에서 깨어났다.

가볍게 늘어지는 졸음 기운을 하품으로 떨쳐내면서 거실로 향한다. 그러자 안쪽의 부엌으로부터 부엌칼이 도마를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오빠, 오늘은 일찍 일어나셨네요. 이른 아침부터 오빠의 얼굴을 봐야만 한다니 ……」


일찍 일어났다고 혼나는 경우가 있어?


거실과 이어져 있는 부엌을 들여다 보니, 역시나 "17"을 띄우고 있는 아키하의 냉기 서린 눈빛. 노골적으로 거절하는 빛을 띤 안광에 이른 아침부터 추욱하고 기분이 다운됐다.


「이제 곧 아침식사 준비가 되니 앉아 계세요」

「뭐, 뭐라도 도와줄까?」


새삼스럽지만 여동생의 비위를 맞추려고 애쓰는 오빠란 거, 한심하지 않아? 뭐, 진짜로 새삼스럽네.


「하? 오빠에게 가사를 시킬리 없잖아요. 조금만 생각해 봐도 알 수 있지 않아요?」


칼날같은 두 눈동자를 한층 가늘게 만들면서 토해내듯 꾸짖는다. 신뢰가 희미하다는 건 알 수 있겠습니다.


「거기에 오빠의 손이 닿은 요리를 먹는다니, 상상한 것만으로도 떨려요」

「……어, 너무하지 않아?」


진지한 얼굴을 새파랗게 만들고 전율하는 아키하에게 오빠는 떨릴 것 같아.

 

눈가를 축축하게 만들면서 테이블 의자에 앉는다.

부엌칼의 통통거리는 리듬 이외의 소리가 없는 거북한 공기를 남기고, 시계의 바늘이 애태우듯 천천히 나아간다.


잠시후, 아키하는 백미나 된장국이나 물고기 등을 가져와 익숙한 손놀림으로 식탁에 차리기 시작한다.

오늘은 일본풍 아침식사인 모양이다.


역시 나도 미안하다는 생각에 도우려고 허리를 들었다.

……만, 아키하에게 무시무시한 안광으로 제지당해 말없이 다시 앉았다. 무서워.


눈앞에 늘어지는 다양한 일식에 거북함을 억누르는 수밖에 없었다.


「…………」


또다시 침묵의 시간이 지나고 간신히 아침식사 준비가 모두 완료.

아키하도 나의 대각선 앞에 앉는다. ……그렇게 떨어져 앉지 않아도 괜찮지 않아?


확실하게 테이블 위에서 가장 먼 자리에 자리를 잡은 아키하.

자연스러운 일상의 혐오가 실제로는 제법 마음에 긁힌다. 정말로 마음속 깊이 거절한다는 것을 태도로 보여주는 것 같다.


「……뭘 보고 있습니까, 빨리 드세요」

「그, 그래」


식사를, 누군가가 일가단란의 장소라든가 말했다. 그 녀석은 이 광경을 앞에 두면 뭐라고 할까.

무언.

슬픈 듯이 울리는 젓가락 소리, 그것이 울릴 정도의 침묵이었다.

이 무슨 숨막히는 장소냐.

그저 오로지 거북할 뿐인 식사를, 나는 늘 하던대로 재빠르게 쓸어담아 모조리 먹어 치웠다.


「잘 먹었습니다……」


허둥지둥 식기를 부엌까지 가져간다.


「──오빠」

「……왜?」


식사 중에 아키하가 말을 걸어 온다니, 너무 드문 일이라 반응이 늦어지고 말았다.


「식기는 거기 놔 두세요. 멋대로 씻어도 민폐에요」


이제는 이 집에서 내가 해도 좋은 일을 찾는 것조차 어려울 것 같다. 여기, 내 집이기도 할텐데.


「아, 네.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저자세. 저자세를 의식하는 거다.

일단 저자세만 유지한다면, 사람으로서 소중한 것을 제외하곤 아무것도 잃지 않고 끝난다.

헤헤헷, 그렇게 옅은 웃음을 흘리면서 컵에 마시다 남은 차를 싱크대에 버렸다.


「──앗」


마시다 만 차가 수도에 떨어지는 소리에 뒤섞여 무척 가냘프고 여자아이다운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어? 뭐야, 지금 그 목소리. 아키하인가? 아니, 냉철을 압축해서 굳힌 것 같은 아키하가 그런 소리를 낼까? 그치만 확실하게 들렸단 말이지.


「……뭘 멍청히 서있습니까. 이 이상 오빠랑 같은 공간에 있는 건 한계이니 어서 방으로 돌아가 주세요」


이쪽으로는 시선조차 향하지 않은 채, 아키하는 품위 있게 젓가락을 움직이고 있었다.

그 모습에 가냘픔 따위는 조금도 없다. 당당하고 늠름한 모습이시다.

역시 조금 전의 목소린 내가 헛들은 모양이다. 아직 잠이 덜 깼는지도.

집을 나설 때까지는 아직 시간이 있다. 방으로 돌아가 한 숨 더 자자.



■■■



「──오빠……♡」


오빠가 거실을 뒤로 한 순간, 나는 얼굴 근육의 제어를 손놓았다.


……위험해라. 앞으로 조금만 더 있었더라면 오빠 앞에서 천하게 녹아버린 얼굴을 드러낼 뻔 했어요.


오빠가 같은 공간에 있다. 그것만으로도 자연스레 몸이 반응한다.

특히 그 순간, 내가 약삭빠르게 오빠의 마시다 만 차를 확보하려고 꾀하고 있을 때.

마치 나의 마음을 간파하고서 멸시하며 비웃는 것처럼 차를 싱크대에 버렸다.

내가 미치도록 탐내며 바란 것을 눈앞에서 간단하게 뿌려버리는 오빠.

이성이 오빠의 변덕에 휘둘리고 있다.

그것을 이해한 순간, 나는 하찮은 송사리라는 사실을 재인식 당하여, 저도 모르게 오빠의 발밑에 도게자 굴복 선언을 하려고 생각했다.

허나 행복인지 불행인지, 나는 그 때 전신에 흐르는 쾌락의 전류에 허리가 빠져 있었다. 도게자 이전에 의자에서 움직이는 것조차 뜻대로 되지 않았던 것이다.

만약 허리가 빠지지 않았더라면 나는 지금쯤 오빠의 발밑에서 무참하게 넙죽 엎으려서 발을 핥고 있었겠지. 혹은 네 발로 엎드려 의자가 되어 있었을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쌓인 울분을 풀고자 샌드백이 되는 일도…….

최고의 망상이 머릿속을 맴돌지만 신체에는 직접적인 자극이 없는 탓에 말라 죽는 느낌이다.


애타는 마음을 강제당한다. 아마도 이 신체의 흥분은 학교에 간 뒤에도 한동안 계속 되겠지. 미쳐버릴만큼 배의 안쪽이 쑤시는데, 그것을 거두어내지 못한 채 오늘 하루를 지내라고 말하는 거다. 고문과도 같은, 생지옥과도 같은 하루가 시작된다.


하지만, 허나 그럼에도 이 괴로움도 오빠가 부여한 것이라고 의식하면 뱃속이 한층 더 꾸욱하고 단단히 조여져버리는 것이었다.




■■■



전신주 위에 날개를 쉬고 있는 비둘기가 한 마리.

아래의 담에는 그 태평한 모습을 몇 마리의 고양이가 응시하며 꼬리를 흔들고 있다.

평화로운 광경을 바라보면서, 가면을 취한 덕분에 평소보다 선명해진 머리로 평소의 통학로를 걸어간다.

지옥의 아침식사로부터 약 한 시간. 지독하게 풀이 죽었던 마음도 지금은 아주 좋아졌다.


마침 그 때였다. 평소보다 가벼운 발걸음인 내 앞으로 무언가가 맹스피드로 육박해 왔다.


「──어어언・・・・・・배애애애애애애!!」


조금 왜소한 인영의 목에는 개목걸이로 착각할 만한 사이즈의 초커가 형형하게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몇 초후의 비극을 예견하여 숨이 멈춘다.


「──커억」


맷돼지같은 헨와 나츠미의 안면 다이브는 아무런 감속도 없이 나의 배에 꽂혔다.


「나오키 선배애애애애애애!!」


받아들이지 못하고 뒤로 쓰러지는 나의 가슴팍에 추격을 가하는 것마냥 호감도 "15"의 불량 헨와 나츠미는 뺨을 비벼온다.


「스───읍────하아악♡♡♡♡ 앙♡♡ 아우 아우우우♡♡♡♡ 나오키 선배애애♡♡ 나오키 선배애애애♡♡♡♡」


쓰러진 채로 푸른 하늘을 바라본다. 이건 무슨 상황이지. 새로운 능욕 플레인가. 통행인 모두가 5번 정도 보고는 떠나간다.

이건 이 아이 나름의 괴롭힘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면 감성이 일그러졌다고 밖에 할 말이 없다.


「와우우우♡♡♡나오키 선배애애♡♡♡♡ 안녕하심까♡♡♡♡ 오늘도, 오늘도 강아지 놀이 잔뜩 해줬음 함다♡♡♡♡」


아무래도 강아지 놀이가 상당히 마음에 드신 모양이다. 헨와 나츠미의 호감도 업은 제법 간단하게 이룰 수 있을 것 같다.


「그래, 좋은 아──」


──오빠, 몇 번을 말해야 됩니까. 그 여자랑은 절대로 엮이지 마세요.


좋은 아침, 이라고 나츠미에게 인사하려고 했, 는데, 때마침 그 때 아키하가 어제 했던 말이 뇌리를 스쳤다.

나오려던 말이 되삼켜진다.


둘이서 등교하는 모습 같은거 들키면 나 살해당하는 거 아니야?

아키하의 차가운 시선이 떠오른다. 같은 공간에 있으면 항상 나에게 향해 오는, 그 사람이라도 죽일 것만 같은 눈.

기억에 눌러붙는 아키하의 안광의 차가움이 나의 입을 단단하게 붙들었다.


「? 왜 그러심까, 나오키 선배?」


갑작스레 말문이 막힌 나에게 의문을 느낀 나츠미가 가슴에 묻은 얼굴을 들어 올린다.

허나 나는 그 질문에 응하지 않는다. 그녀와 이야기를 나눴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집안에서 나의 취급은 물벼룩을 크게 밑돌고 말겠지. 그런 사태만은 피해야 한다.

이 절망적인 일상 속에서 비교적 어깨에 힘을 뺄 수 있는 장소를 잃어버릴 순 없다.


그렇기에 내가 선택한 것은 침묵. 바로 무시다. 허나 상대는 불량소녀. 분개하여 얻어맞을 확률이 대단히 높다. 그러니 그 때는 미안 멍때리고 있었어란 변명으로 극복해 보자.

지나치게 낙관적인 사고 아래, 나는 시치미 떼는 얼굴로 무시하기로 했다.


「나오키 선배? 나오키 선배?」


내 배 위에서 고개를 갸웃거린다.

강아지 같네, 입에 담으면 얻어맞을 만한 것을 생각한다.


머리에 물음표를 띄우고 내 이름 ──아니, 잘못 읽은 거지만──을 연호하거나 갑자기 내 가슴팍에 뺨을 비비거나, 그 상태로 너무 깊게 들이 마셔서 죽는게 아닌가 걱정될 정도의 심호흡을 반복하는 둥, 자유로운 천성 그 자체의 헨와 나츠미.

그런 그녀가 뭔가 떠올렸는지 심호흡을 중단했다.


나츠미는 자기 가방을 뒤졌다.

그리고 꺼낸 것은 한 개의 붉은 끈이었다. 끝은 원으로 되어 있는 것이 마치 개목걸이의 손잡이 같다.

무슨 짓을 하나 싶어 가만히 지켜보는 내 앞에서 나츠미는 목에 감겨진 초커, 라고 해야 하나 목걸이라고 하는 편이 자연스러운 크기인 그것의 바로 정면에 위치한 쇠장식 부분에 그 끈을 달았다.

이어서 내 손을 잡는다.

안좋은 예감을 오싹오싹하게 느낀 나는 전력으로 주먹을 쥐었지만, 그 숨결이 난폭한 미소는 아무런 변화도 없이 간단하게 내 손가락을 하나 하나 펴 갔다.

억지로 펼쳐진 내 손바닥에 끈의 손잡이를 올려 놓는다.

지면에 버릴 생각이었는데 이번에는 손을 쥐어졌다. 압도적인 힘에 나는 저항조차 뜻대로 되지 않았다.


이렇게 해서 목줄이 달린 헨와 나츠미와 그녀의 목줄을 쥔 내가 완성되고 말았다.


여동생은 커녕 보통 사람에게 보여지는 것만으로도 사회적으로 말살되는 건 틀림없다.


아니, 벌써 여러 명의 통행인들이 싸늘한 시선이 이쪽을 향하고 있었다. 아침 통학시간이다. 주변에 사람이 있는 건 당연하겠지.


아, 잠깐 기다려 위험해, 저 사람 휴대폰 꺼내서 통보하려고 하고 있잖아.


내 시선 끝에는 이쪽을 의아스런 눈으로 바라보면서 서둘러 휴대폰을 조작하는 샐러리맨의 모습.

큰일났다, 내 인생이…….


「──힉」


갑자기 샐러리맨이 숨을 멈췄다.

안색이 순식간에 새파래지고 늑대에게 몰린 토끼마냥 몸이 딱딱하게 굳었다.

숨 쉬는 방법마저 잊었는지 뻐끔뻐끔 입을 의미없이 위아래로 움직이고, 직후 그의 손에서 휴대폰이 툭하고 떨어졌다.

지면에 떨어진 휴대폰, 그 소리로 정신을 차렸는지 샐러리맨은 휘청이면서도 쏜살같이 도망쳐 버렸다.



일련의 흐름을 이유도 모른 채 바라보고 있었다만 한 가지 알 수 있는 게 있었다.

그 아저씨는 무언가에 심상치 않은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단 거다.

그리고 그가 보고 있던 것은 나와 나츠미다. 그래, 십중팔구 나츠미가 뭔가 했겠지.


흠칫거리면서 아직도 나를 자빠트리고 있는 나츠미에게 눈을 향해 보니, 예상과는 달리 만족스런 미소를 띄운 얼굴이 있었다. 훨씬 무서운 얼굴을 하고 있을 줄 알았는데.

꼬리라도 있었더라면 무지막지 살랑거리고 있었을 듯한 미소에 안도하며 숨을 내쉰다.


「자, 나오키 선배 가시는 검다!」


나츠미가 기운차게 일어선다. 설마 이 아이, 이대로 등교할 생각은 아니겠지?


목걸이에 끈을 연결한 채로 당당히 걷는 그 등을 솔직히 제정신인지 의심한다.


그 때, 비극이 일어났다.


……가만 서 있는 나를 신경쓰지 않았던 나츠미의 걸음, 목에 연결된 끈, 그리고 그걸 쥔 나.


「──커흑♡♡♡♡」


뭐, 그렇게 되겠죠


목이 끈에 걸려 당겨진다.

단단히 조여진 목에서 새어나온 비명은 고통에 물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억제할 수 없는 기쁨이 잔뜩 묻어 있는 음색이었다.


……허나, 야바이노 스구쿠루는 눈치채지 못한다. 그녀의 욕정을 깨닫지 못한다

이 남자, 둔감하다. 그 이전에 커뮤니케이션 장애다. 호감도가 보이니 안보이니 이전에 사람의 본질을 보려고도 하지 않는다.

그러니 지금도 나츠미가 어깨를 떠는 달콤한 숨결을 분노의 발로라고 오인하고 눈을 꾹 감았을 뿐이다.


자신의 주위를 둘러싼 맹수들조차 깨닫지 못하고 오늘도 평소의 하루가 스타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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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이 이야기의 착지점을 잃어버렸는데 어쩌지.



원문 : https://syosetu.org/novel/246702/





이걸로 연재분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