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야나미 안나
"역시 그런 거야! 그 여자는 소스케의 몸이 목적이었어……"
야키시오 레몬
"코우키 녀석, 역시 머리 좋은 여자를 좋아하는 건가……"
코마리 치카
"귀, 귀귓, 귀엽다고. 부장, 말했어, 말해, 줬어. ……에헤헤"
누쿠미즈 카쥬
"오라버니, 꽤 힘내셨네요. 네, 장하다 장해"
~패로인 온 더 비치~
1교시 프로 소꿉친구 야나미 안나의 장렬히 패배하는 모습
인터미션 - 아뇨 배가 고파도 신처럼 착한 아이였습니다
2교시 약속된 패배를 그대에게 야키시오 레몬
인터미션 - 찝찝함의 정체 선생님이 가르쳐 줄.게.
3교시 싸우기 전부터 패배하고 있다 코마리 치카의 철수전
인터미션 - 돌아보지 않아도 거기에 있어
4교시 패배히로인을 엿볼때 패배히로인 역시 당신을 엿보고 있는 것이다
등장인물 소개
야나미 안나 - 고등학교 1학년. 밝은 먹보 여자
누쿠미즈 카즈히토 - 고등학교 1학년 달관 외톨이 소년
야키시오 레몬 - 고등학교 1학년 육상부 에이스로 기운 찬 여자.
코마리 치카 - 고등학교 1학년 문예부. 약간 부녀자 느낌.
츠키노키 코토 - 고등학교 3학년 문예부 부부장.
누쿠미즈 카쥬 - 중학교 2학년 모든 걸 해내는 퍼펙트 여동생
타마키 신타로 - 고등학교 3학년 문예부 부장
시키야 유메코 - 고등학교 2학년 학생회 임원. 걸어다니는 시체계 갸루
코누키 사요 - 양호선생. 아마나츠와는 과거의 동급생.
아마나츠 코나미 - 사회과 교사. 1-C반 담임교사.
1학기 기말시험도 오늘로 끝이다.
여름방학까지 열흘을 남긴 금요일의 점심이 지날 무렵, 나는 굳이 학교에서 떨어진 옆 마을의 패밀리레스토랑에서 음료수와 감자튀김 곱빼기를 주문했다.
손수건으로 뺨에 흐르는 땀을 닦으면서 느긋하게 가게 안을 둘러본다.
중요한 점은 초조해하지 않는 것이다. 감자튀김이 오는 것을 기다리면서 천천히 음료수를 가지러 간다.
"자아, 시작해 볼까……"
주변에 같은 학교 교복이 없는 것을 확인한 뒤, 가방에서 책을 꺼낸다.
산 지 얼마 안 된 [연상의 여동생에게 어리광부려도 괜찮나요?] 의 신간이다.
콜라 & 감자튀김 & 라노벨, 자, 파티타임의 시작이다──
~1교시~ 프로 소꿉친구 야나미 안나의 화려하게 패배하는 모습
[오빠는 정말 열심히 했어. 힘들었지. 오빠가 열심히 하는 건 전부 알고 있으니까, 쿠루미에게 원하는 만큼 어리광부려도 된다구]
……히로인이기도 한 여동생의 대사에 나는 무심코 눈물을 머금는다.
어떤 때라도 주인공을 어리광부리게 해주는 쿠루미 쨩의 포용력에는 온몸이 떨릴 따름이다. 시리즈 항례인 20페이지에 걸친 어리광 신을 탐독하고 나는 조용히 책을 덮었다.
절절하게 표지의 쿠루미쨩을 바라본다.
아아, 나도 이런 사랑이 하고 싶다. 이 부드러워 보이는 허벅지에 무릎베개를──
"안된다구 소스케! 이런 곳에서 어물쩍거릴 때가 아니란 말이야!"
옆 테이블에서 들려오는 외침에 내 망상이 날아가 버렸다. 한 쌍의 커플이 아무래도 다투고 있는 모양이다.
참 나, 하여튼 이러니까 인싸란 놈들은……. 조금은 어리광 받아 주기 천사란 이명을 지닌 카시타니 쿠루미쨩을 본받아라.
자 그럼, 다음은 멜론 소다라도 마시면서 삽화 신을 지긋하게 다시 읽어보실까.
"윽!?"
드링크 바로 향하려던 나는 당황해서 다시 앉는다.
방심했다. 옆자리의 커플은 같은 고등학교 학생. 그뿐이랴, 클래스메이트다.
외치는 목소리의 주인은 야나미 안나.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귀염 계열로 반에서 인기가 많은 여자다.
맞은편에 앉은 하카마다 소스케. 이쪽도 눈에 띄게 명랑한 미남이다. 언제나 둘이 함께 있는데, 역시 사귀고 있는 건가.
그나저나 왜 또 이런 곳에서 치정극을 벌이고 있는 거지. 나는 책을 바라보면서 귀를 쫑긋 기울인다.
"어서 데리러 가지 않으면 카렌쨩 영국으로 가 버린다구. 그래도 괜찮아?"
"하지만 카렌 녀석, 나한테 잘 있으라고──"
"그런 거 데리러 와 달라는 의미인 게 당연하잖아!"
……뭐야, 그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이야기. 내가 라노벨을 한 권 읽은 사이에 이 녀석들의 이야기도 클라이맥스에 돌입하고 있었네.
아까부터 언급되는 카렌이라는 거……얼마 전에 전학 왔던 여자애를 말하는 건가. 분명 히메미야 카렌이라 그랬던가.
전학 첫날에 자기소개를 시작하기 무섭게 [아─앗! 넌 그때의 치한남!] 같은 말로 하카마다랑 싸웠던 것 같은 기분이 든다만.
아니 그보다 벌써 전학 가는 거야? 영국? 전개 너무 빠르지 않아?
"어째서 그런 걸 아는 거야?"
"알고말고! 그야, 나도 줄곧 소스케를……"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숙이는 야나미.
"안나, 나는──"
"아냐, 괜찮아"
아냐미는 기운차게 고개를 들더니, 일어나서 자전거 열쇠를 테이블에 두었다.
"어서 가 줘. 카렌쨩이 기다릴 거야"
"……괜찮아?"
"카렌쨩은 좋은 아이인걸. 행복하게 해주지 않으면 가만 안 둘 거야"
"고마워. 나, 카렌에게 마음을 전하고 올게"
"힘내. 차이면 내가 불평 정돈 들어줄 테니까"
"……미안, 안나"
그렇게 말하며 하카마다는 뛰쳐나갔다. 야나미에겐 눈길 한번 안 주고.
한동안 마냥 서 있던 야나미는 힘없이 주저앉더니 툭 하니 중얼거린다.
"……사과하지 말라구, 바보"
그나저나 난 도대체 무슨 상황을 맞닥뜨린 거지. 인연 없는 인싸 세계의 사건이긴 해도 나에게도 인정이란 게 있다. 여기는 못 본 척하자.
메뉴판으로 얼굴을 숨기고 시간이 지나가길 바라는 나는 그만 눈을 의심하고 말았다.
──윽?! 설마, 설마 그런 짓을!
지금 막 차였던 소녀, 야나미 안나. 그녀가 천천히 컵으로 손을 뻗는 것이었다.
자신을 막 차버린 남자, 하카마다 소스케의 컵으로.
──그만둬! 그런 슬픈 짓은 멈추라고!
내 필사적인 바람도 닿지 않는다. 야나미는 양손으로 컵을 들고, 망설이면서도 빨대를 물었다.
……아악, 결국 해버리고 말았다.
문득 그 눈동자가 무언가에 빨려드는 것처럼 한 점을 바라보았다. 그 시선 끝에 있는 건──나네.
큰일났다, 눈이 마주쳤어.
최후의 희망은 야나미가 나를 눈치채지 못하는 건데──
아, 야나미의 얼굴이 새빨갛게 물든다. 그리고,
푸핫! 있는 힘껏 커피를 뿜었다. 격렬하게 사레 걸린 야나미 안나.
……이러니까 삼차원은.
그렇게 됐으니 철저하게 못 본 척하자. 나는 불지도 못하는 휘파람을 불면서 메뉴를 읽는 척 가장한다.
그런 내 배려도 덧없이 야나미는 이쪽으로 와 맞은편 자리에 앉았다.
실화냐. 왜 날 가만두지 않는 건데.
"같은 반인 누쿠미즈 군, 맞지?"
"으, 응. 야나미 씨, 있었구나.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어"
우와, 완전 국어책 읽기잖아.
"이, 이 일은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아줘!"
"그, 그래. 나는 아무것도 못 봤어. 괜찮아"
"그래, 그렇다구! 누쿠미즈 군은 아무것도 보지 않았으니까!"
야나미는 어색한 듯 눈을 피하며 일어선다.
왠지 내가 엿본 것처럼 취급하는데, 너희들이 뒤늦게 와서 멋대로 떠들었거든.
뭐 됐다. 나는 상관 않고 드링크 바로 향한다. 어디 보자, 한 잔만 더 차가운 주스로 머리를 식힐까.
멜론 소다를 손에 들고 돌아오니, 야나미는 아직도 테이블 옆에 서 있었다. 왠지 벌벌 떨면서 지갑의 잔돈을 세고 있는데, 설마 돈이 부족한 건가?
무시하고 자리로 돌아가려고 했는데, 테이블 앞에서 우왕좌왕하고 있으니 무시하려 할 수가 없다.
……하는 수 없지. 우아한 방과 후를 지키기 위해서다. 만약을 위해 마음속으로 10 정도를 세고서 말을 건다.
"어, 음─, 돈이 부족한 거야?"
"헤?"
반쯤 울면서 허둥거리고 있던 야나미가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한다.
야나미의 손에서 전표를 받는다. 진짜 얼마나 먹은 거야.
하카마다 녀석, 스테이크 세트 같은 걸 주문 했잖아. 야나미는 야나미 대로 허세 부리듯 샐러드랑 수프만 주문했나 싶더니, 아무래도 부족했던 듯 햄버그 세트랑 디저트를 추가 주문했잖아. 뭔데 이 무계획성.
"됐어, 내가 대신 낼 테니까 월요일날 돌려줘"
아아, 집에 가는 길에 라노벨 한 보따리 사들이려고 했는데.
그렇긴 하지만 나도 사정을 듣고 말았으니 클래스메이트를 내다 버릴 정도로 박정하지도 않다.
"어, 괜찮아? 너에 대한 건 이름 정도밖에 모르는데"
됐어. 얼른 돌아가 주길 바라는 것뿐이니까.
……그런데 어찌하여 이 녀석은 내 테이블에 다시 앉는 거냐.
"어─ 저기, 왜 다시 앉는 거야?"
"고마워. 미안해, 누쿠미즈 군에 대해 조금 오해했던 것 같아"
아까부터 아무렇지 않게 실례되는 소릴 하고 있지 않냐. 참고로 이 녀석 도와준 걸 지금 살짝 후회하기 시작한 건 비밀이다.
"그래서, 아무튼 지금 왜 다시 앉은 거냐고"
중요한 일이니까 두 번 말했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나미는 양손을 마주 잡으며 어딘가 먼 곳을 보는 눈을 한다.
"소스케는 말야, 내 소꿉친구야"
이 녀석, 뭔가 말하기 시작했어.
"어릴 적에 소스케가 클로버로 반지를 만들어 줬었거든. 신부로 삼아주겠다면서……. 신부……"
야나미의 눈에서 눈물이 주륵 흐르기 시작한다.
"우와아아아! 잠깐 야나미 씨, 괜찮아!?"
아─, 진짜 뭐냐고 이 녀석. 주변의 시선이 아프다.
나는 드링크 바로 도망쳐 적당히 티백을 골라 차를 탄다.
"아, 아무튼 이거라도 마시고 진정해"
"고마워. 이거, 맛있다……"
"그거 다행이네. 로즈힙티래"
그러고 보니 종이에 효능이 적혀 있었지. 어디 보자, 분명.
"피부미용 효과가 있대"
"피부미용……"
돌연 자조 섞인 웃음을 흘리는 야나미.
"보여줄 상대도 없는데요"
하지마, 너무 생생하잖아. 자, 그것만 마시고 어서 돌아가 주라.
무슨 말을 해서 돌려보낼까 생각하고 있는데,
"감자튀김 곱빼기 기다리셨습니다─!"
"어?"
감자튀김이 눈앞에 떡하니. 게다가 왠지 요금이 내 계산서에 추가됐고.
"저기, 이건 도대체"
"카렌쨩은 소중한 친구라고. 하지만, 하지만 있잖아? 그녀는 5월에 막 전학 온 참이라구? 있잖아, 소스케랑 내 12년간은 도대체 뭐였던 걸까?"
패앵. 야나미는 종이냅킨으로 코를 풀면서 감자튀김을 우걱우걱 먹기 시작했다.
"다시 한번 묻겠는데, 이 감자튀김은 야나미 씨가 주문한 거야?"
"소스케도 날 신부로 삼아준다고 말했는데, 지독하지 않아? 거짓말쟁이지"
지금 내가 받는 취급도 지독하지 않냐.
하지만 뭐 올라탄 배다. 나는 한숨을 견디면서 다리를 꼰다.
"신부라니, 언제적 얘기야?"
"초등학교 올라가기 전이니까 4, 5살쯤인가"
그건 노카운트잖아.
"이건 바람피우는 거 맞지? 좀 귀엽고 가슴이 큰 전학생이 왔다고 갈아타다니 말이야"
갈아타? 헤에, 하카마다도 상큼한 얼굴을 하고는 바람 같은 걸 피우는구나.
확실히 전학생인 히메미야 카렌은 찍소리도 못할 미소녀다.
야나미도 귀여움으론 밀리지 않겠지만, 게임이나 애니메이션의 메인 히로인을 맡을 정도의 화려함──그것만큼은 타고나야 하는 법이다.
나는 야나미에게 다소나마 친근감을 느끼면서 위로하는 말투로 묻는다.
"역시 야나미 씨랑 하카마다 사귀고 있었구나"
"뭐? 시, 싫다, 그렇게 보였을라나. 쬐끄맸던 시절부터 잘 어울린다고 들었거든. 역시 외부에선 그렇게 보이는구나. 에헤헤"
붉어진 뺨을 부끄러운 듯 손으로 덮는 야나미.
어, 그 말은 즉……?
"사귀지 않았던 거야? 그럼 바람도 뭣도 아니잖아"
내 말에 야나미의 얼굴빛이 변한다.
"엥?! 그, 그러니까 반쯤 사귀는 거나 마찬가지였던 거라, 그 젖소녀가 나타나지만 않았어도 지금쯤 잘 됐을 거라구!"
소중한 친구는 어디 갔냐.
"거기에 아직 승부는 나지 않았달까. 소스케가 막상 변심하거나 그러진 않을까?"
"……아니, 승부는 깔끔하게 났잖아"
겉멋으로 대량의 러브코메를 읽은 게 아니다. 이 녀석에게 역전의 찬스는 없다.
나는 슬픈 마음으로 멜론 소다를 마신다.
"사실을 말하면 있잖아, 이건 비밀이야. 나, 소스케랑 욕실에 들어간 적도 있다구"
"그것도 4, 5살 때의 이야기겠지"
그 녀석들도 조만간 같이 욕실에 들어갈 테니 각오해 둬라.
"그리고 또 있잖아! 서로가 양친 공인이라는 사실도 크지 않겠어? 결혼이라는 건 아무래도 집안과 집안의 사귐이 있어야──"
일방적으로 이야기를 계속하는 야나미의 눈에서 또다시 눈물이 투둑투둑 흐르기 시작한다.
"우와, 또 왜 그래!"
"……결혼식……신부……내가 입었어야 할 드레스를……젖소녀가 이거 보란 듯이……"
연적의 웨딩드레스 모습을 상상해버린 모양이다. 아 진짜, 차인 직후의 여자란 건 이렇게나 불안정한 건가.
"……알고 있어. 좀 더 빨리 용기를 냈더라면 다른 결과가 됐을지도 모른다고"
"그, 그렇지. 한 잔 더 마실래? 민트티도 추천할게"
"그거 치약 맛 나니까 싫어……"
한바탕 울어서 진정된 걸까. 눈물을 닦으면서 생긋 웃음 짓는다.
"미안해, 흐트러진 모습 보여서"
"아니, 그건 괜찮아"
나한테 사과해야 할 부분은 그게 아닌 것 같거든.
"나는 됐어. 소스케가 웃을 수만 있다면 나는 그걸로. 그의 최고의 친구로 있을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해"
"그, 그러냐……"
하지만 뭐지, 야나미의 호쾌하게 차이는 이 꼴은.
야나미의 이야기는 계속된다. 나는 감자튀김으로 손을 뻗으면서 동정으로 가득한 눈으로 야나미를 바라본다.
그러고 보니 세상에선 이 녀석 같은 여자를 나타내는 말이 있다.
……야나미 안나. 그래, 이 녀석이야말로 [패배 히로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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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정도 봤는데 재밌음
윾쾌함
씹덕 저격하는 속성 덩어리 캐릭터들이 다 맘에 듬
보면서 번역 할까 말까 고민하다가 하기로 마음 먹었음
비처녀 1권 끝내고 로시데레 2권 끝내면 8월 중반 시즌부터 작업할 거임
그 때 작업 시작하면 주에 한두 편씩 후순위로 천천히 작업할 예정
담달엔 진자 니시노 다나카랑 온몸 비틀 예정
맛보기 프롤로그
고맙다
물론안보고존버할거지만
파란색이 주인공 소꿉친구가 아니라 패배한 소꿉친구였노 개꼴리네
주인공은 그냥 지켜보고 휘말리고 도와주는 그런 포지션인듯 히로인들 다 좋아하는 남자가 따로 있고 다들 사랑에 실패한 패배자들임
아니 여자거든
로시데레랑 비처녀 덕분에 잘 봤습니다. 이런 메타적인 개그물 좋아해서 이것도 존버
보는 김에 너에 대한 거라면 뭐든지 알고 있는 내가 여자친구가 되어야 해도 봐주세오 재밋어요...
비처녀 ㄱㄱ
오우야 가보자가보자 ㅋㅋㅋㅋ - dc App
굿
라노벨갤의 보배
념금 띄움
패배견자
표지보고 바로 내렸다
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