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과 후의 복도를, 아리사는 유키의 뒤를 따라 걷고 있었다.
유키에게 회의에 참가해 주길 바란다는 명목으로 따라 나온 아리사지만, 그것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정도로 아리사는 둔하지 않았다.
유키가 자신을 데리고 나온 데는 다른 이유가 있었고, 그 이유도 아리사는 어렴풋이 헤아리고 있었다. 하지만 유키의 등에서는 스스로 이야기를 시작하려는 의지가 느껴지지 않았다.
(그렇네……이건, 내가 먼저 이야기를 꺼내야 하는 거겠지)
한순간 눈을 감고서 각오를 정한 아리사는 앞을 걷는 유키에게 말을 걸었다.
"유키 씨, 잠깐 이야기할 수 있을까?"
역시라고 해야 할까, 돌아본 유키의 얼굴에 놀라는 기색은 없다. 고요한 미소를 머금으며 아리사의 말에 수긍한다. 달리 아무런 의문도 입에 담지 않으며 옆을 향하여, 그 시선으로 근처의 교실을 가리킨다.
"좋아요. 여기서는 좀 그러니, 이쪽의 빈 교실을 빌릴까요"
"그래"
유키가 먼저 빈 교실에 들어가고 뒤를 따르듯 아리사가 들어가 문을 닫는다. 저녁노을이 비추는 교실에서 서로 마주하는 두 사람. 먼저 입을 연 것은 역시 아리사였다.
"나, 쿠제 군과 함께 회장 선거에 입후보하기로 했어"
마치 노려보는 듯한 표정으로 똑 부러지게 선언하는 아리사. 거기에 유키는 변함없는 웃음을 머금은 채로 수긍한다.
"네, 알고 있어요. 어제 마사치카 군에게 직접 들었으니까요"
"……그래"
유키의 말에 한순간 눈썹이 움직이면서도 짤막하게 긍정하는 아리사. 그대로 입을 다문 아리사에게 유키가 고개를 살짝 기울인다.
"음 저기, 그것뿐인가요?"
"……그래. 별로 뒤가 켕기는 건 아무것도 없으니 사과할 생각은 없어. 그저, 내가 직접 확실히 말하고 싶었던 것뿐이야"
"후후, 그런 거였나요"
아리사의, 듣기에 따라선 싸움을 거는 것처럼 들리기도 하는 말투에 유키는 이상하다는 듯 웃음을 흘린다.
"그럼요, 아무것도 사과할 필요는 없다고요? 모든 건 마사치카 군이 스스로 선택하는 거니까요. 거기에 제가 불평할 생각은 없고, 아랴 씨에게 불만을 토로할 생각도 없어요"
그렇게 딱 잘라 단언하면서 살짝 장난기를 담아, 「절 선택하지 않은 건 유감이지만 말이에요」라며 웃는 유키. 그것이 달관한 웃음이라는 것을 깨달은 아리사가 저도 모르게 묻고 말았다.
"유키 씨는……쿠제 군을……"
"?"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입에 담고선 곧바로 선을 넘었다고 반성하며 전언 철회한다. 하지만……
"사랑하고 있어요. 이 세상의 그 누구보다도"
"윽!?"
올곧은 표정으로,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돌아오는 답변에 아리사는 놀랐다.
"……누, 누구보다도?"
"네. 어머님보다도, 아버님보다도, 이 세상 누구보다도. 저는 마사치카 군을 사랑하고 있어요"
주저도 부끄러움도 없이 당당히 마사치카를 향한 사랑을 논하는 유키. 그 당당하고 진격 적인 사랑 고백에 아리사는 저도 모르게 한 걸음 물러나고 말았다. 그런 아리사의 동요를 파고드는 것처럼 유키가 틈을 주지 않고 묻는다.
"아랴 씨는 어떠세요?"
"뭐?"
"아랴 씨는, 마사치카 군을 어떻게 생각하고 계시는가요?"
"나, 난……"
반사적으로 단순한 친구라고 대답하려다가, 유키의 올곧은 눈동자에 고개를 돌린다. 유키의 한없이 올곧으며 정진한 고백 뒤에 그런 얼버무리는 대답으로 괜찮은가 싶은 망설임이 태어난 것이다
"쿠제 군은……친구야. ……어, 엄청, 소중한"
결과, 아라사는 눈을 피하고 뺨을 붉게 물들이면서도 어떻게든 그 말을 쥐어 짜냈다. 직후, 확 하고 등줄기가 뜨거워지는 것을 느끼며 꼬물꼬물 몸을 흔들거리는 아리사였지만……고작 그 정도 대답을 끌어낸 정도로 만족할 유키가 아니었다.
"좋아하시는 건가요?"
"으엑!?"
돌직구다운 추격에 기성을 지르며 앞을 바라보는 아리사. 그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면서 가차 없이 거리를 좁히는 유키.
무심코 뒤로 물러서는 아리사였지만, 유키는 사양 없이 거리를 좁혀 온다.
정신을 차리니, 교실 문을 등지고 완전히 막다른 길로 몰리고 말았다.
작은 체구의 유키와 훤칠한 신장의 아리사로는 신장 차이가 20센티로, 이토록 가까운 거리가 되면 유키가 완전히 아리사를 올려다보는 형태가 된다. 하지만 그런 구도에 반해 실제로 기백에 압도당하고 있는 건 아리사였다.
"어떠신가요? 좋아하시나요?"
"좋아……한다든가, 그런 건……"
"전 사랑한다고 말했어요! 아랴 씨도 확실하게 말해주세요!"
"으, 으우……"
유키의 가차 없는 질문에 사랑 이야기와는 연이 없던 아리사의 뇌가 오버히트를 넘어섰다.
그 결과, 생각이 정리되지 않는 채로 유키를 향한 저항심과 승부욕이 불타오르는 기세만으로 입을 열고 말았다.
"좋아……한다든가, 그런 건 몰라……하지만! 쿠제 군은 너, 넘겨주지 않을 거야!!"
저도 모르게 마구 토해내는 느낌으로 외치는 아리사에게 유키는 천천히 눈을 깜빡이더니, 몸을 뒤로 물렸다.
"……그렇습니까. 후훗, 아무튼 오늘은 그 말을 들었으니 이 정도로 해둘까요"
그렇게 말하며 쿡쿡 웃는 유키는 평소처럼 온화한 미소를 띠며 아리사를 재촉한다.
"그럼 미술부로 가볼까요. 너무 기다리게 만드는 것도 죄송하니까요"
"어, 으응……"
그 놀라울 정도의 태세 전환을 앞에 두고, 다소 곤란해하면서도 아리사는 유키와 함께 교실을 나온다. 미술부를 향해 걸으면서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은 조금 전 있었던 일.
(나, 나……아까, 뭐라고? 뭔가 터무니없는 소릴 떠벌렸던 것 같은데……아니 그런 것보다, 사랑? 뭐, 사랑??)
정보 처리가 따라가지 못하는 바람에 눈이 빙글빙글 도는 아리사를 곁눈질로 본 유키는 태연한 움직임으로 아리사로부터 얼굴을 돌리곤, 그야말로 아주 못돼먹은 웃음을 만면에.
(『엄청 소중』에 『넘겨주지 않을 거야』, 라……흐음~? 오빠도 제법이잖아~♪)
그 발걸음은 가볍고, 아리사와는 대조적으로 춤이라도 출 것처럼 즐거운 것이었다.
◇
"마샤 씨, 이 부분 말인데요"
"응? 아~, 잘못 적혀있구나"
"아, 역시 그런가요. 제가 수정해 둘까요?"
"응, 부탁해~"
한편 그 무렵, 마샤와 함께 학생회 업무에 임하고 있던 마사치카는 예상외의 사태를 직면하고 내심 경악하고 있었다. 그게 사실은……
(아니, 이 사람……무지막지하게 일 잘하는데!?)
미묘하게, 아니 상당히 실례되는 태도로 깜짝 놀라는 마사치카.
허나 실제로 마리야의 일 처리 능력은 마사치카의 예상을 아득히 상회하는 것이었다. 그녀가 두른 분위기는 변함없이 온화한데, 일을 처리하는 속도는 무서울 정도로 빠르다.
솔직히 마리야는 실무적인 면이 아니라, 그 인망을 의지하는 이미지적인 타입이리라 생각했기에, 마사치카는 그 예상을 뛰어넘는 유능한 여자력에 한 방 먹은 것이다.
(음, 그래서, 다른 한쪽은……)
슬쩍 앞에 앉은 다른 한 명의 선배에게 시선을 옮기는 마사치카.
"어라…… 이거 아까 어딘가에서……어라라? 어디였더라?"
"치사키쨩. 아까 정리한 저쪽의 파란색 파일 아니야?"
"어? 아~, 그렇구나. 저건가"
마리야의 말에 벽 측 선반에 나란히 꽂아 넣은 파일 쪽을 향하는 치사키. 하지만 「저건가」라고 말하면서도 어떤 것인지 잘 모르는 모양새라, 정리된 파일들을 모조리 꺼내고는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
(생각했던 것보다 일 못하는구만! 까놓고 말하면 실례겠지만! 실례가 되겠지만!)
아무래도 치사키는 데스크 워크가 서툰 것 같다. 그렇다기보다는, 마사치카가 보기에 정리정돈 자체가 서툰 것처럼 느껴진다.
"……, ~~……? ~~~~"
그리고, 뭐……심플하게 차분함이 없다. 서류 작업을 시작하고 아직 20분 정도인데, 벌써부터 근질근질 들썩거리기 시작했다.
(한창 놀고 싶은 남자 초딩인가……)
아직 계속하는 거야? 벌써 질렸는데? 같은 느낌으로 힐끔힐끔 주변을 둘러보는 치사키에게 마사치카는 애써 모르는 척하면서 저도 모르게 흐리멍텅한 눈을 하고 만다.
척 보기에 일을 못 할 것 같은 치유계 담당의 둥실둥실 포근한 여자와 딱 보기에 척척 일 잘할 것 같은 커리어우먼 같은 미남 스타일의 여자.
하지만 그 일 처리 솜씨는 외견으로 품는 인상과 정반대.
(사람을 겉모습으로 판단하면 안 되는구나……)
그런 것을 절절히 실감하고 있자, 보다 못한 토우야가 치사키에게 말을 걸었다.
"아~~……치사키. 그러고 보니 오늘 도서실 쪽에서 대량의 책 반입이 예정되어 있을 텐데 말이야"
"! 뭐? 일손이 필요한 거야!?"
"그래, 도서위원은 여성 비율이 높으니까 말이지. 책을 반입하는 건 제법 중노동이야. 잠시 상태를 보고 와주지 않겠어?"
"맡겨줘!"
토우야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물 만난 고기처럼 희희낙락한 표정을 띄우면서 순식간에 학생회실을 뛰쳐나가는 치사키. 어지간히도 데스크 워크가 고통스러웠던 모양이다. 저 상태라면 한동안 돌아오지 않겠지.
"미안하군, 쿠제. 뭐, 치사키는 늘 저런 느낌이다. 저래 봬도 위원회나 부활동회의 회의에선 누구보다 도움이 되거든. 너그러이 봐줘라"
"아뇨, 뭐……적재적소라는 거죠. 하하"
쓴웃음을 띄우면서 치사키를 대변하는 토우야에게 마사치카도 쓴웃음으로 답한다. 실제로 무척 의지 되는 멋진 선배라는 건 확실하겠지.
아리사를 위해 화를 냈다는 점에서도 그 점은 충분히 알 수 있다. 만……저렇게나 어린아이다운 모습을 보여서야, 뭐라 반응하기 곤란할 따름이다.
"하지만 그런 부분도 사랑스럽지 않나?"
"아니, 『헤헷 이게 또 귀엽거든』이 아니라고요. 자연스럽게 염장 지르지 마세요"
"오오, 제법이군. 쿠제. 작금의 학생회에 태클 역할은 중요하지. 앞으로도 그 기세로 팍팍 태클을 넣어줘라"
"오히려 얼빠진 사람밖에 없는 학생회라니요"
"좋아! 널 권유한 건 역시 틀리지 않았었군!"
"어느 부분에서 실감하는 거냐고~"
저돌적으로 시작하는 콩트. 그 가운데 마리야는 「즐거워 보이네~」라는 느낌으로 흐뭇하게 웃으면서 완전히 익숙한 모습으로 치사키가 어질러놓은 서류를 정리하고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작업을 이어갔다.
(엄청 유능하잖아. 이 사람……)
마사치카는 그런 마리야를 보는 인상이 크게 변하는 것이었다.
◇
그로부터 일을 계속하기를 약 40분. 마침내 일이 일단락되어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참고로 그동안 치사키는 역시나 돌아오지 않았다.
"그럼 홍차를 준비할게~"
"아, 뭐라도 도와드릴게요"
"괜찮아 괜찮아~ 앉아서 기다려 줘~? 나, 홍차 타는 거 좋아하거든"
그런 말을 들으면 참견하기도 쉽지 않은 일이다. 게다가 포트와 컵을 데우고 있는 모습을 보아하니 의외로 본격적인 것 같다. 초보자가 끼어들 분위기가 아니다.
"쿠제 군은 홍차는 밀크 파? 아니면 설탕 파? 아, 잼도 있다구?"
"잼……이라니, 혹시 러시안티인가요?"
"일본에선 그렇게 부르는 것 같네. 아쉽지만 레몬티는 아니야"
"……그럼 모처럼이니 잼으로"
"응~, 아, 회장은 프로틴이면 돼?"
"아니 안 되는데?"
"푸흡"
갑자기 은근슬쩍 디스하는 마리야의 천연덕(?)스러움에 무심코 뿜는 마사치카. 그 후 토우야가 진지한 얼굴로 지적하는 모습이 또 우스워서 가볍게 웃음이 터져버린다.
(진짜냐, 이 사람 이런 농담도 하는 거야!? 아니, 혹시 천연인가……? 잘 모르겠지만, 어느 쪽이든 너무 쩔잖아……풉크큭)
의자에 앉은 채로 가볍게 정신이 나가버리는 마사치카.
"이봐, 너무 웃잖나 쿠제"
"죄송함다……그치만……크큭"
토우야가 살짝 어처구니없어했지만, 찔끔 눈물이 나올 정도로 웃은 뒤에야 간신히 진정되었다.
"아아~……위험했다. ……근데, 어라? 러시아에선 홍차가 겨울 음료 아니었나요?"
선배 앞에서 폭소한 것이 부끄러워서 얼버무리는 것처럼 그렇게 질문하자, 마리야는 찻잎을 넣은 컵에 기세 좋게 뜨거운 물을 따르면서 고개를 갸웃한다.
"음~? 집마다 다르지 않을까? 적어도 우리 집은 여름에도 홍차를 마셨다구? 뭐, 어머니가 홍차를 좋아했던 것도 있지만……"
"아, 어머님은 일본인이셨죠. 그런가……"
어린 시절의 식생활에 다대한 영향을 끼치는 모친이 일본인이라면 러시아에 태어나더라도 일본과 식문화가 겹치는 부분이 있을 테지. 그렇게 납득하는 마사치카에게 마리야는 등을 향한 채로 별 것 아닌 느낌으로 물어왔다.
"쿠제 군은 러시아에 대해 잘 아나 봐?"
"아뇨, 꼭 그렇지만도 않아요……그냥, 러시아 영화를 몇 편인가 본 정도라서요"
"흐~음 그렇구나"
사실은 몇 편 정도가 아니지만. 러시아를 좋아하는 친가 쪽 할아버지 덕분에 적어도 20편은 보았다. 결과적으로 그것이 러시아어의 리스닝 능력 향상에 커다란 도움이 된 것이다. 덕분에 고등학생이 된 지금도 어디의 누구 씨의 데레를 확실히 들을 수 있다고! 잘 됐구나!
"? 왜 그러지, 쿠제. 먼눈을 하고는"
"아뇨 그냥……"
세상살이 무엇이 행복이고 무엇이 불행이 될는지 알 수 없는 것이라 생각하고 있자, 마리야가 스윽 마사치카의 앞으로 홍차와 잼이 담긴 작은 접시를 두었다.
"자~, 기다리셨습니다"
"아, 감사합니다"
"회장도 여기요"
"오, 고맙군"
아무래도 토우야는 설탕, 마리야는 잼인 것 같다.
(흠, 이건 어떻게 해야 하나……)
잼이 담긴 작은 접시를 앞에 두고 잠시 생각하다가 일단 홍차를 그대로 한 입 맛본다.
"옷! 맛있다……"
"그래? 고마워"
평소 마시고 있는 팩 타입 홍차와는 향부터 해서 모든 것이 달랐다. 입에서부터 코로 꿰뚫는 선명한 향. 깊은 맛. 그리고……왠지 그리운 기억이 되살아나는 맛이었다.
(아아, 그러고 보니……)
그 어머니도 홍차를 좋아했었다. 살짝 쓴맛을 늘린 홍차에 뺨을 느슨하게 만들면서 힐끔 곁눈질로 마리야 쪽을 살핀다.
그러자 마리야는 스푼으로 잼을 입에 옮기고, 그 후에 홍차를 마시고 있었다.
"? 왜 그래?"
"아~ 아뇨……잼 말이에요, 홍차에 넣는 게 아닌가 보네요"
"그건 사람마다 다르다구? 제……할아버지는 홍차에 잼을 넣었었지~. 그치만 나는 어느 쪽이냐 하면 오챠즈케? 같은 느낌으로 마시니까"
"헤에~……"
양갱과 녹차 같은 느낌으로 납득하면서 마사치카도 아무튼 마리야의 흉내를 내어 잼을 한 입 먹어 보았다.
"윽, 달아……"
예상 이상의 단맛에 입술을 비틀면서 서둘러 홍차를 입에 머금는다. 그러자, 잼의 단맛이 적당하게 중화되며 또 다른 맛이 되었다.
"과연……"
홍차의 꽃과 같은 향과 잼의 단맛이 더해져, 한층 복잡한 맛이 된다. 만……
(음~ 쿠키나 케이크랑 다르게 입속에서 완전히 녹아 섞이는 바람에, 뭔가 완전히 다른 음료가 되어버리는 듯한 느낌도 드네……)
이건 이것대로 맛있지만, 본래의 홍차가 그만큼 맛있기에 따로 즐기는 편이 좋은 느낌도 든다. 하지만 모처럼 준비해 준 상대 앞에서 남기는 것도 내키지 않았다.
(다음에는 나도 설탕으로 부탁하자)
남몰래 그렇게 결의하면서 마사치카는 잼과 홍차를 홀짝홀짝 교대로 맛보았다.
(그나저나 새삼 냉정히 생각해 보니……)
이 선배, 엄청 미인에다 스타일도 발군.
성격도 상냥하고 사교성도 좋은 데다, 남녀 가리지 않고 많은 사람이 따르고 있다.
덤으로 성적 상위자로서 복도에 게시되는 학년 상위 30위 이내에 매번 들어가 있다고 하니, 머리도 좋은 거겠지.
운동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이 성격이라면 다소 운동을 못하더라도 오히려 매력적으로 느껴질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일을 잘하고 차를 끓이는 것도 능숙하다.
(어라? 이거 혹시 나무랄 데가 없는 거 아닌가?)
가까운 곳에 완벽초인으로 유명한 아리사가 있고, 마리야의 평소 분위기가 분위기인지라 천연덕스럽다는 의식밖에 없었는데, 새삼 잘 생각해 보니 그녀도 충분히 완벽초인이었다.
한 번 그렇게 인식하기 시작하니 마사치카는 왠지 묘하게 진정되지 않음을 느끼기 시작했다.
온화한 웃음을 품고서 천천히 찻잔을 입가로 옮기는 마리야의 자연스러운 모습에서 매력적인 연상의 누님 같은 분위기가 강하게 드러나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렇군, 이건 확실히 성모 같네. 모든 남자를 무조건적으로 쇼타화 시켜버릴 것 같다고……)
바보 같은 걸 생각하면서 오타쿠 방면으로 의식을 유도하려고 하지만, 시선을 눈치챈 마리야가 미소를 머금으며 고개를 살며시 갸웃거리자, 강제적으로 의식이 제자리로 돌아온다.
그저 「무슨 일이야?」라는 느낌으로 상냥하게 미소를 향해오는 것만으로, 가슴이 무척이나 소란스러워진다.
신기한 감각이었다. 진정하려야 진정할 수가 없다.
조심하지 않으면 익숙한 가족을 대하는 것처럼 무방비하게 본 모습을 드러낼 것만 같아서 방심할 수가 없다.
조심해야 한다고, 그렇게 생각하는데……마리야의 상냥한 미소를 보고 있으면 경계심이나 자제심과 같은 것들이 순식간에 풀어져 버릴 것만 같다. 그녀가 두르고 있는 온화하고 기분 좋은 분위기에 몸을 맡길 것만 같……
"지금 막 돌아왔습니다"
"……다녀왔습니다"
"아~ 아랴쨩 유키쨩 어서와~"
그 순간, 회의에 나갔던 유키와 아리사가 돌아오면서, 순식간에 마리야의 표정이 헤벌레 무너졌다.
그때까지 보여주던 포용력 넘치는 상냥한 누님의 분위기는 단숨에 흩어져 사라지고……그곳에 있는 것은 그저 여동생을 아주 좋아하는 포근한 누나였다.
(아니, 뭐냐고 이 격차!?)
너무나도 급격하게 김이 쑥 빠져나가는 느낌에 무심코 태클을 걸 뻔한 마사치카.
그런 마사치카를 신경 쓰는 기색도 없이, 마리야는 둥실둥실 해맑게 웃으면서 식기나 홍차가 들어있는 선반으로 향했다.
"두 사람도 홍차 마실래?"
"아, 잘 마시겠습니다"
"……마실래"
"그래~, 조금만 기다려~?"
흥흥 기분 좋은 듯 콧노래를 부르면서 홍차를 준비하는 마리야. 그 등을 미묘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자니, 옆에 앉은 아리사가 의자 채로 몸을 가까이 접근시킨다.
돌아보니 왠지 묘하게 가까운 위치에 앉은 아리사가 「무슨 불만이라도?」라는 말이라도 하는 듯한 눈으로 이쪽을 노려본다.
"……왜?"
"아니……왠지 좀 가깝지 않아?"
따지듯 묻는 아리사에게 솔직하게 대답하자, 아리사는 반대 측을 힐끔 보면서 말했다.
"……러시아에선 젊은 여성이 구석에 앉는 건 운세가 나빠진다구"
"뭐, 그래?"
"그래"
그렇게 말하면서 다시금 드드득 의자를 이동시켜 마사치카와 팔꿈치가 맞닿을 법한 거리에 앉는다. 그리고 어딘지 모르게 선제하는 듯한 눈으로 유키를 보았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너무 가깝잖아! 그리고 뭔데 그 눈빛! 어, 수라장? 수라장이야?)
왠지 경계하는 기색으로 유키를 바라보는 아리사. 그 아리사를 감정을 읽을 수 없는 아케익 스마일로 받아치는 유키.
두 사람 사이에 일순간 불꽃이 튄 듯한 느낌이 들어서, 마사치카는 거북한 분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자리를 벗어나려고……했지만, 그 움직임을 알아차린 아리사에게 의자 팔걸이에서 뻗은 오른팔이 소매를 꼭 붙잡혔다.
책상 밑에서, 옆자리의 여자아이가 「가지 마」라고 말하는 것처럼 소매를 붙잡는다. 이렇게만 들으면 굉장히 모에 한 시츄에이션이라 할 수 있겠지.
하지만 실제로 그 상황에 휘말린 마사치카의 심정으로 말하자면……
(싫어어어──! 놔줘───!! 이 분위기, 이 몸은 견딜 수 없다고오오오오───!!)
그러면서 양다리 걸치던 두 여성이 서로 맞부딪힌 것만 같은, 바람피우다 걸린 남자의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이 자리에서, 이 분위기에서 전력으로 도망치고 싶었다.
(뭐냐고! 어쩌다 이런 상황이 된 건데!? 살려줘 마샤 씨~!)
견디지 못하고 배후를 돌아보면서, 마사치카는 홍차를 끓이는 마리야에게 말을 걸었다.
"……라고 아랴가 말하고 있는데요, 그런 징크스 같은 게 있나요?"
"있다구~? 정확히는 운세가 나빠지는 게 아니라, 혼기가 늦어진다고 해"
그렇게 말하면서 마리야는 뭐가 그리 기쁜지 만면에 흘러넘치는 미소로 돌아보고는, 아리사를 반짝이는 눈으로 보았다.
"그건 그렇고, 아랴쨩이 그런 걸 신경 쓸 줄이야……설마 결혼하고 싶은 상대가 생기기라도 했어!?"
"……그럴 리가 없잖아. 그냥 그런 기분이야"
"뭐어~? 정말루~?"
"끈질겨"
"아랴쨩도 참~"
뺨을 볼록 부풀리면서 다시 홍차에 집중하는 마리야. 그쪽을 일별하면서 아리사는 마사치카의 소매를 쥐고 있는 자신의 손으로 시선을 떨어뜨리곤, 아주 자그마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결혼은, 아직 일러】
정말로 자그마한 목소리. 하지만 이 거리에 있는 마사치카에겐 확실히 들리고 말았다.
(글치~ 아직 15살인걸~? 뭔가~ 말투가 신경 쓰이긴 하지만,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결혼은 아직 이르지~? 아니, 네가 누나라도 되냐!!)
뒤에 러시아어를 아는 누나가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공격하는 자세(?)를 무너뜨리지 않는 아리사에게 마사치카는 전율한다.
그러는 사이 마리야가 찻잔을 뚜껑으로 덮는 소리가 들리고, 아리사가 팟 하고 손을 놓는다. 곧이어 마리야가 아리사와 유키 몫의 홍차를 옮겨 왔다.
"자~, 아랴짱. 먼저 받아~"
그리고 우선 아리사의 앞에 작은 접시를 둔다. ……거의 한 병 통째로 사용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잼이 듬뿍 담긴 작은 접시를.
"……뭐야"
"아니, 그냥……"
스윽 시선을 피하며 시치미 떼는 얼굴로 얼마 남지 않은 잼을 홍차에 넣는 마사치카.
스푼으로 딸깍딸깍 저은 뒤, 단숨에 마신다.
(……응, 역시 완전히 다른 음료네)
잼의 배분이 많았던 모양이라, 입안에 달달함이 잔뜩 남아서 입가를 비튼다. 거기서 문득 유키가 입을 열었다.
"저어……사라시나 선배는 어디에 가셨나요?"
"어? 아……그러고 보니 그 사람 언제 돌아오는 거야?"
시계를 확인하면서 고개를 갸웃거리자, 찻잔을 내려둔 토우야가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치사키는 도서위원을 도우러 갔어. 뭐……배가 고파지면 돌아오겠지"
"아니, 꼬꼬마냐고"
마사치카가 저도 모르게 태클을 넣는 순간, 학생회실의 문이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열렸다.
"뭔가 좋은 냄새가 나!"
"진짜루 꼬꼬마자너"
눈을 반짝반짝 빛내면서 뛰어 들어온 치사키에게, 마사치카는 저도 모르게 태클을 넣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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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끝
이제 30프로...
보다 질 좋은 피뎊 이펍을 위해 오타나 오역 어색한 문장처럼 눈에 거슬리는 거 있으면 지적 좀 많이 '해줘'
이랴 몸매가 거의 코르셋 키운급이노
나도 아랴 몸매 무지 불편해,,, 유키 몸매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