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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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올렸던 게 7월 20날
오래 되서 못 본 사람 있을까봐 링크 챙겻읍니다^^






 그런 일이 있고 나서 3일 후. 월요일 학교.

 나는 물이 흘러넘치는 입가를 닦으면서 수도꼭지를 잠갔다.

 도시의 수돗물은 맛이 없다고, 아니 최근에는 오히려 맛있다고들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같은 건물에 있는 수돗물의 맛이 다르다는 걸 알고 있는 사람은 적다.

 나는 츠와부기 고등학교 1학년 C반, 누쿠미즈 카즈히코── 『그런 걸 아는』 인간이다.


"역시 오전에는 이곳의 수돗물만 한 게 없지……"

 내가 3교시 쉬는 시간에 선택한 것은 신축교사 1층 도서실 앞에 있는 세면장.

 옥상의 물탱크에서 가장 거리가 멀고, 염수 함유량이 적다. 점심 전인 위의 부담을 고려한 판단이다.

 자, 그럼 교실로 돌아가 볼까.

 물을 배불리 마신 나는 남은 시간과 거리를 계산하면서 귀로에 오른다. 너무 빨리 돌아가면 내 자리에 누군가 앉아 있는 귀찮은 사태에 대처할 수가 없다.

 어슬렁어슬렁 복도를 걸으면서 지난주에 있었던 일을 떠올린다.

 야나미 안나. 학년에서도 상당히 귀여운 편이라 입학식에서 남자가 은근히 떠들썩했던 느낌이 든다. 나는 처음부터 인연이 없는 존재인지라 시야에 들이지 않도록 했었지만.

 지난주에 결국 그녀의 속이 풀릴 때까지 이야기 상대를 해야만 했었다. 여자와 그렇게 이야기를 나눈 게 얼마 만인지.

 웃는 얼굴과 눈물, 휙휙 바뀌는 그녀의 표정에 넋을 잃거나, 애간장이 타기도 했다.

 뭐, 결국은 서로 계급이 다른 주민이다. 빌려준 돈만 받으면 이 작은 인연도 끝나겠지. 그렇게 생각하니 썩 나쁘지 않은 추억의 한 가지다.

 손목시계를 확인하면서 교실에 들어가니, 종소리가 울리기 30초 전. 완벽하다.

 ……작게 혀를 찬다. 내 자리에 선객이 있었다.

 앉아 있는 건 야키시오 레몬. 육상부 여자로 적당하게 탄 피부가 돋보이는 체육계 소녀다.

 녀석에 대한 건 중학교 때부터 알고 있다. 밝고 귀여운 인기인으로, 그녀의 주변에는 늘 사람이 모여 있다. 내버려 두면 종이 울릴 때까지 움직이지 않겠지.

 나는 빙 돌아서 내 자리를 지나치며, 이런 때를 위해 준비해 둔 영수증을 쓰레기통에 버렸다. 노렸던 타이밍에 종이 울린다.

 이걸로 야키시오도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겠지. 자, 나도 자리에 앉도록 할까.

"……?"

 위화감에 걸음을 멈춘다. 뭐지? 아무도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질 않잖아.

 설마 하며 나는 칠판으로 시선을 옮겼다.

『4교시 세계사 수업 개시가 10분 늦어집니다. 그때까지 자습』

 ──아차, 그런 건가. 반 녀석들은 쉬는 시간이 10분 늘어난 거로밖에 생각 안 하잖아.

 자, 어떡할까. 이마의 땀을 닦으면서 게시판 앞에 선다.

 ……헤. 요번 달, 고등학교 총체 장행식이 있는 건가. 양궁부가 3년 연속 전국 출장한다는 것 같다. 굉장하네.

 나는 관심도 없는 고등학교 총체 일정표를 제목부터 읽어 나간다.

 개회식 7월 22일, 배구 여자 22일~25일, 카누 경기 7월 28일~31일──

"──그럼 점심은 셋이서 먹자!"

 유독 잘 들리는 밝은 목소리가 내 집중을 날려버렸다.

 이 목소리는 히메미야 카렌이다.

 슬쩍 상황을 엿보니, 그녀는 야나미와 하카마다랑 셋이서 담소 중. 화려한 미모와 명랑함으로 그야말로 진히로인 느낌을 물씬 풍기는 미소녀다. 그리고 확실히 크구만…….

 보니까 야나미는 밝은 표정을 휙휙 바꾸면서 웃고 있다.

 ……요전 번에 건으로 야나미가 마음에 걸렸다만, 왠지 건강해 보인다. 찰싹 달라붙거나 떨어지면서 스킨십하는 건 분명 인싸에게 흔히 있는 일들이겠지.

"나는 사양해 둘게. 두 사람의 방해꾼이 되고 싶진 않은걸"

 야나미는 놀리는 것처럼 웃어 보였다.

"그런 거 신경 쓰지마, 그야 우리는 친구잖아"

"맞아, 그런 눈치를 보다니, 너 답지 않다고"

"소스케야 말로 조금은 카렌쨩에게 신경을 써주는 게 어때?"

 사양하듯 하카마다를 쿡쿡 찌르는 야나미.

"얘, 안나"

"왜 그래, 카렌쨩──"

 갑자기 히메미야 카렌이 야나미를 꼭 껴안았다.

"어, 갑자기 왜 그래?"

"고마워. 역시 안나는 내 절친이야"

 그 녀석, 널 젖소녀라고 불렀는데.

"차암, 카렌쨩. 여긴 교실이라구?"

 야나미는 그렇게 말하며 히메미야 카렌의 어깨를 톡톡 두드린다.

 뭐, 야나미도 마음을 정리했다면 그걸로 됐겠지.

 ……안심하던 나는 눈치채고 말았다.

 히메미야에게 안긴 야나미의 다리가 부들부들 떨리고, 뒤로 돌려 주먹 쥔 손에 힘이 과하게 들어가 하얗게 변색되어 가는 것을.

 우와, 이 녀석 마음 정리 하나도 못 했잖아.

"그럼 점심은 안뜰에서──"

"어, 그러니까. 저기"

 웃는 얼굴로 팍팍 밀어붙이는 히메미야에게 야나미의 안색이 창백해져 간다.

 나는 무심코 세 명에게 다가가 과감하게 말을 걸었다.

"저기, 야나미 씨"

"""엥"""

 멍청하게 나를 바라보는 세 사람.

 이거다. 이 표정이다. 미안하게 됐구만, 배경 캐릭터가 말을 걸어서.

 곧바로 마음이 꺾일 것 같았지만, 평정을 가장하며 미리 준비해 놓은 대사를 말한다.

"야나미 씨, 당번이지? 아마나츠 선생님이 인쇄실로 도우러 와 달라고 전해달래"

"어. 아~, 그렇구나. 고마워. 금방 갈게"

 야나미는 안심한 얼굴로 히메미야의 팔에서 빠져나온다. 그대로 교실을 나가려다 무언가 생각난 듯 나를 돌아보았다.

"그럼 누쿠미즈 군도 좀 도와줄래?"



 어쩌다 보니 야나미와 나란히 복도를 걷게 됐는데, 자 그럼 무슨 이야기를 해야 좋을까.

 나는 야나미를 곁눈질로 관찰한다.

 야나미 안나.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머리 모양으로 여자력이 높아 보이는 소녀다.

 살짝 처진 눈이나 순진하고 귀여운 느낌이 드는 작은 얼굴 등, 남자에게 먹히는 요소가 모여 있다.

 ……아니, 이 녀석 귀엽지. 하카마나 소스케 자식, 왜 이 녀석을 찬 거지. 소꿉친구이기도 하니 이 녀석으로 하면 되잖아.

 분명 히메미야 카렌은 더 귀엽고 가슴이 크고 화려하지만──

"음? 내 얼굴에 뭐라도 묻었어?"

 야나미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무방비하게 내 얼굴을 엿보았다.

"어? 아, 아니."

 ……이런, 살짝 실례되는 생각을 하고 말았다.

 허둥대는 내 꼴을 깨닫지 못했는지, 그녀는 자연스럽게 거리를 좁히며 나에게만 들릴 듯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누쿠미즈 군, 혹시 날 도와준 거야?"

"아니 뭐, 곤란해 보였으니까. 쓸데없는 참견이었다면 미안해"

"아니야, 고마워. 그대로 있었다간 카렌쨩의 가슴을 움켜쥘 참이었거든"

 진지한 얼굴로 무슨 소리 하는 거야, 이 녀석.

"어디 가는 거야? 선생님이 도와달라는 건 거짓말이지?"

"아마나츠 선생님이 자습시키는 건 높은 확률로 자료 인쇄를 잊은 경우니까. 이왕 이렇게 된 거 도와드릴까 싶어서"

 사회 과목 교사며 우리의 담임, 아마나츠 코나미.

 매번 지각하긴 하지만, 결코 불성실한 사람은 아니다. 자주 수업시간을 착각하거나 교재를 까먹거나, 교실을 착각하거나 그럴 뿐인 거다.

 그리고 칠판에 자습 시간이 적혀 있었다는 건 주로 자료 인쇄를 까먹는 패턴이다.

 인쇄실의 문을 열자 예상대로 그곳에는 선생님의 모습. 이,

"우왓, 이 난장판은 뭐야?"

 책상이나 바닥 곳곳에 종이가 흩어져 있다.

 참상의 한가운데 복사기와 격투하고 있는 것은 예상했던 대로 아마나츠 선생님. 교복을 입어도 먹힐 법한 작고 귀여운 선생님이지만, 뭐라고 할지.

"어라, 야나미. 어쩐 일이야? 수업 시작했──우꺅!"

 종이를 밟고 미끄러져 프린트를 쏟아버리는 아마나츠 선생님.

 덜렁이라고 하면 듣기엔 귀엽지만, 아무튼 손이 엄청나게 많이 가는 사람이다.

"저, 뭔가 도와드릴 건 없나 해서요"

"오오, 고맙군. 그럼 자료를 반 인원수만큼 복사해줘"

 바닥을 한가득 메운 프린트. ……그래서, 복사할 자료는 뭔데.

 결국, 셋이서 자료를 찾아낼 무렵엔 자습 시간인 10분이 한참 전에 지나고 말았다.

"이번 자료는 심혈을 기울였으니 기대해 줘"

 확실히 아마나츠 선생님의 자료는 매번 정성이 들어가 있다. 나는 별생각 없이 내용물을 보았다.

"선생님, 이거 수업 범위 틀린 것 같은데요? 오늘부터 중국사 들어간다고 들었거든요"

"야야, 누군진 모르겠는데 정신 좀 차려라. 2학년은 7월부터 비잔틴 제국이야. 모에 포인트를 꼼꼼하게 가르쳐 주마"

"선생님, 지금부터 1학년 C반 수업이에요"

 그리고 난 당신이 담당하는 반의 학생이고요.

"뭐어엇!?"

 후두둑. 모처럼 모은 프린트를 떨어뜨리는 아마나츠 선생님.

"괜찮아, 아직 40분 남았으니 그 안에는 자료를 준비할 수 있어! 잠시만 기다려라!"

 그러면 수업 끝나는 거 아니야?

 한 번 더 넘어지면서 허둥지둥 인쇄실을 뛰쳐나가는 아마나츠 선생님.

 ……태풍은 떠나갔다. 선생님의 기세에 삼켜졌던 우리는 간신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아무튼, 인쇄실부터 정리할까"

"그러게. 아마나츠 선생님은 여전하시네"

 말없이 인쇄실을 정리하고 있으려니, 왠지 모르게 거북하다. 여자와 둘이서 인적 없는 인쇄실. 뭐라도 말하는 편이 좋으려나.

 ……그러고 보니 중요한 용건이 있었지. 나는 한 차례 헛기침하면서 야나미에게 말을 걸었다.

"저기 말이야, 금요일에 빌려줬던 돈 말인데"

"아, 그랬었지. 지금은 지갑이 없으니까 점심시간에 구교사 옆의 비상계단으로 와줄 수 있어?"

"뭐? 알았어. 돌려주기만 한다면야"

 교실에서 수수한 나와 엮이는 모습을 다른 녀석들에게 보이기 싫은 거겠지. 하물며 자기를 찬 남자의 앞이라면 더욱이.

 나는 저절로 위축되면서 모은 프린트를 야나미에게 건네주었다.

 야나미는 모은 프린트를 통통 두드려 정돈하면서,

"……누쿠미즈 군도 눈치챘어? 그 두 사람, 사귀기 시작했대"

 억양 없는 말투로 그렇게 말했다.

 보아하니 야나미는 하이라이트가 사라진 눈으로 기계처럼 프린트를 계속해서 통통 두드리고 있었다.

"어, 음, 어렴풋하게는. 그 프린트 그만 두드려도 될 것 같은데?"

"두 사람한테 점심 같이 먹자고 권유받는 것도 들었지? 그런 상황에서 보통 권유하나?"

 프린트를 쥔 손에 점점 힘이 들어간다.

"……이거, 괴롭히는 거야? 나한테 과시하려는 걸까?"

 마침내 종이뭉치를 쥐어 뭉개는 야나미.

"아니, 저기, 하카마다랑은 조별 학습에서 같이했던 적이 있는데, 엄청 좋은 녀석이었거든? 그런 짓 할 녀석은 아닐 거야"

"그렇지. 소스케는 그럴 사람이 아니지"

"응, 그렇고말고"

"소스케, 천사처럼 고귀함이 엄청나다구. 어릴 적 사진을 보면 있잖아, 왜 천사가 찍혀 있는 거지? 싶을 정도라, SNS에 올리면 검색어 1위 찍어버릴 정도로 사랑스럽거든. 에헤헤"

 황홀하게 눈을 감고서 추억의 세계로 여행을 떠나는 야나미.

 얼마나 지났을까. 다시 눈을 뜬 야나미의 눈동자에는 시커먼 불꽃이 일렁이고 있었다.

"……그렇구나. 즉, 카렌쨩. 카렌쨩이 바로 악마란 말이구나"

"뭐?"

"자기 남자에게 다가가지 못하도록 내 마음을 꺾으려는 속셈인 거야"

"어─저기, 그건 지나친 생각인 게"

"절친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오만방자하게 자란 몸뚱이로 소스케를 홀린 게 틀림없어……"

 저번 주부터 생각했던 건데, 너희들 진짜 절친 맞냐?

"그 커다란 가슴 주머니 속에는 질척질척한 악의로 가득 차 있을 거야. 저기, 누쿠미즈 군도 그렇게 생각하지?"

 나한테 동의를 구하지 마. 나에게 있어선 꿈과 희망이 담긴 주머니니까.

 아아, 선생님. 빨리 돌아오지 않으려나. 도움을 구하듯 시선을 움직이자, 타이밍 좋게 열리는 문.

"다행이다. 선생──"

"비바·비잔틴!"

 굉장히 높은 텐션으로 아마나츠 선생님이 들어왔다. 안 좋은 예감밖에 안 든다.

 "선생님 무슨 일이세요?"

"그게 말이야, 가만 생각해보니 애초에 1학년 수업 준비를 안 해놨더라고. 그래서 직원실에 틀어박혀서 종이 치길 기다리려고 했는데"

 어째서 웃는 얼굴로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거지. 이 사람, 사회인 맞지?

"그러다, 자료가 없더라도 1학년 애송이들에게 비잔틴 제국의 모에를 전하는 건 가능하다는 걸 깨달았지. 자, 당장 교실로 돌아가자고"

"……선생님, 제대로 수업 해주세요"

 나, 왜 이 사람이 돌아오길 간절히 바랐더라.

"2학년 수업 내용이라면 준비 완벽하다구?"

"수업은 교과서를 써서 하자고요. 네? 선생님이라면 분명 할 수 있어요"

"뭐~, 그치만 준비도 없이 할 수 있을까?"

"할 수 있을까? 가 아니라, 하는 거예요"

 내 적당한 격려가 왠지 마음속 깊이 울렸나 보다. 아마나츠 선생님은 자그마한 주먹을 꾹 쥐었다.

"알았어, 선생님이 해볼게. 교과서는 두고 왔지만"

"아니, 그건 가지고 오셔야죠"

"너, 친절하구나. 그치만 수업 시작했으니 반으로 돌아가라"

"전 선생님 반이에요"

 ……선생님. 저, 딴죽걸기도 힘든데 그만 돌아가도 될까요.



 그날의 점심시간, 나는 약속장소인 비상계단에 앉았다.

 학교에 이런 곳이 있었구나. 감탄하면서 주위를 둘러본다.

 외부의 시선을 방어하는 데다 왕래도 없는 프라이빗 공간. 입학하고서 4개월, 슬슬 수돗물도 질리기 시작했으니, 쉬는 시간의 대피소로는 안성맞춤이다.

 야나미 녀석이 언제 올지도 모르니 빵이라도 먹어볼까.

"아, 누쿠미즈 군 여기 있었구나"

 위층에서 야나미가 내려온다. 별생각 없이 올려다본 나는 시야에 펼쳐지는 하얀 허벅지에 당황하며 얼굴을 돌렸다.

"윽! 아니, 저기, 그럴 생각은"

 당황하는 나에게 상관 않고 야나미는 옆에 앉는다.

"도와줘"

 앉자마자 그런 말을 꺼내는 야나미.

"방과 후에 셋이서 노래방을 가재, 카렌쨩이"

 ……노래방. 인싸님들의 가창 유희다. 도움이 필요하다니, 역시 위험한 놀이임에 틀림이 없구나.

"어. 가면 되잖아"

 내 당연한 대답에 야나미는 절망하는 표정으로 머리를 감싼다.

"그 두 사람이 듀엣으로 부르는 걸 들려주는 거라구! 누쿠미즈 군, 나한테 죽으라는 말이야?!"

 아, 글쎄 모른다니까, 그런 거.

"난 노래방 같은 데 가본 적 없어서 그런 건 잘 몰라"

"앗"

 야나미의 표정이 흐려진다.

"저기……. 미안해, 난 그런 줄도 모르고……. 진짜로 미안해. 어떻게 사과해야 좋을지……"

 어, 잠깐만. 그렇게 사과하지마. 야, 그만두라고. 눈물 날 것 같으니까 그만해.

"진짜, 그건 신경 쓰지 마. 그럼, 어, 저번에 빌려준 돈 말인데"

"두 사람은 신경 쓰지 말고 평소처럼 하라고 말하는데"

 뭐지, 야나미 녀석. 도시락을 개봉하셨는데. 여기서 밥 먹을 생각인가.

"하아. 뭐,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그러면 되잖아. 저기, 그래서, 돈을……"

"돈을 빌렸던 그 날, 늦은 밤에 두 사람이 정식으로 사귀기로 했다는 보고를 받았어"

 으직으직. 젓가락으로 있는 힘껏 토란을 찢어발긴다.

"……그런 늦은 시간까지 어디서 뭘 하고 있던 걸까"

"어, 아니, 어쩌다 보니 우연히 연락이 늦어진 것뿐이잖아?"

"그날 밤, 소스케네 언니한테 문자가 왔거든. 소스케랑 연락이 안 되는데 같이 있어? 라고"

"헤에……"

 살려줘.

 나는 눈앞의 카레빵을 그저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연락되지 않을 만한 짓을 했던 걸까─, 걸까─"

 계속해서 분쇄하는 토란이 가루가 된다.

"부, 분명 스마트폰 배터리가 다 된 거 아닐까? 나도 자주 그러거든"

"응, 그렇지. 내가 믿어야 하는 거겠지. ……뭘 믿어야 하는진 모르겠지만"

 나도 이 시간이 도대체 뭔지 잘 모르겠다.

 한동안 말없이 숙이고 있던 야나미가 이윽고 고개를 든다.

"미안해, 혼자 멋대로 떠들어대서"

"아~, 응. 괜찮아. 이야기 정도라면 얼마든지 들어줄게"

"고마워, 누쿠미즈 군. 이런 이야기는 친구나 아는 사람에겐 들려줄 수 없으니 정말로 기뻐"

 난 아직 아는 사람도 아니었구나.

"점심시간 끝나기 전에 밥부터 먹을까"

 아는 사이조차 아닌 우리의 공통 화제는 러브러브 커플과 눈앞의 점심밥뿐이다. 내 제안에 야나미는 지친 것처럼 웃어 보였다.

"……그렇지. 밥, 먹어야지"

 말없이 시작되는 점심 식사.

 빠르게 카레빵을 먹어치운 나는 힐끔 야나미를 보았다. 나, 왜 여자랑 나란히 밥 먹고 있는 거지.

 카스트 상위인 녀석들은 차거나 차이는 일이 빈번하게 있을 테지.

 야나미도 이렇게나 귀엽다. 차는 입장이었던 적도 있음이 틀림없다. 그리고 이번에는 그녀가 차이는 입장이 된 것이다.

 그것은 분명 그녀의 인생에서 피할 수 없는 일이며, 앞으로도 비슷한 일은 몇 번이고 일어나겠지. 나와는 다르게 말이다.

"저기, 야나미 씨는"

 무심코 말이 나온 것에 스스로 놀란다. 그보다 뒷내용 생각 안 했는데.

"음, 그러니까, 남자한테 엄청 인기 많으니까, 그……, 분명 히메미야 씨보다 팬이 많지 않을까. 응. 맞아. 분명 그래"

 야나미는 한순간 이상하다는 듯 나를 보았다. 또 이 얼굴이다. 분명 텔레비전에서 갑자기 자기 이름을 불렸을 때, 사람은 이런 얼굴을 할 거다.

"어, 그러니까. 나를 위로해 주려고 그러는, 거야?"

"아─, 응. 미안, 이상한 소릴 했지. 잊어주라"

 우와, 저질렀다. 역시 배경에서 나오지 말았어야 했어.

 후회하는 나에게 쿡쿡 웃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야나미의 부드러운 미소에 쑥스러워서 무심코 눈을 돌린다.

"고마워. 누쿠미즈 군을 아직도 오해하고 있었던 것 같아"

 말하면서 아직 무사한 토란을 입으로 옮긴다.

 ……오해는 뿌리가 깊었다. 내 인상이 도대체 어땠길래.

"그러면 슬슬 돈을 돌려줄 수 있을까. 이거, 저번 주 영수증"

"응, 그때는 고마웠어. 덕분에 정말로 살았──"

 받아든 야나미의 움직임이 딱 멈춘다.

"왜 그래?"

"어라라, 금액이 늘지 않았어?"

"야나미 씨, 추가로 스카이 팬케이크 주문했잖아. 아이스 토핑 추가해서"

"응"

"그리고 플러스알파로 돼지 샤브샤브 샐러드 우동을"

"그치만 샐러드는 살 안 찌잖아"

 샐러드에 대한 이 신뢰감. 싫진 않다고.

 납득해준 것 같으니 이번에야말로 돈을 받아 보실까.

 내가 내민 손과 영수증을 교대로 바라보던 야나미는 무언가 다짐한 것처럼 고개를 끄덕인다.

"……만에 하나 예를 들면 말인데. 누쿠미즈 군이 싫지만 않으면 돈 대신에 다른 걸로 대신하는 건 어떻겠어?"

"다른 거라니?"

 글쎄, 뭐지.

 야나미는 꾸물꾸물 얼굴을 붉히면서 젓가락으로 닭고기 조림을 집었다가 도로 떨어뜨린다.

"나, 내가, 그다지 잘하는 건 아니니까 만족해 줄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그게, 돈이 없으니까 이런 것밖에 할 수 있는 게 없거든. 소스케도 옛날엔 기뻐해 줬었고──"

"하아"

 그러니까 하고 싶은 말이 뭔데. 수줍어하는 야나미의 젓가락 끝, 미끈미끈 젖은 닭고기를 멍하니 바라본다.

 부끄러운 듯 얼굴을 숙이는 야나미──미끈미끈 빛나는 닭고기──

 어? 어? 어라아?! 설마……미끈미끈한 방면의 이야기!? 이런 급전개가?!

 나는 전력으로 고개를 젓는다.

"뭐, 아니아니아니! 위험하잖아! 여긴 학교라고!"

"나, 요리는 별로 특기가 아니지만, 도시락 정도라면"

"……뭐? 도시락?"

"응. 저기, 왜 그래?"

 야나미는 맑은 눈동자로 고개를 기울인다.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아~ 도시락 말이지"

 ……이런, 내가 도대체 무슨 생각을. 마음을 다잡고 영수증 금액을 바라본다.

"하지만 도시락 하나로 이 금액은"

 점심값을 쪼개서 차곡차곡 저축했던 내 비장의 자금이라고.

"응, 그러니까 매번 값을 매겨서 영수증 금액이 될 때까지 만들어 오도록 할게"

 여자의 수제 도시락. 이런 일이라도 아니면 평생 먹어볼 수 없는 물건이다. 게다가 그만큼 점심값이 절약되니까 확실히 빌려준 돈을 돌려받는 거라고 말하지 못할 것도 아주 없지는 않다.

 하지만 뭐라고 해야 하나. ……귀찮다.

 남들 눈을 피해서 도시락을 받고 도시락값을 매긴다니.

"음, 저기, 역시 난"

"그럼 내일부터 여기서 기다릴게"

 이걸로 해결이라는 양 야나미는 활짝 웃었다. 기쁜 듯 닭고기를 베어 무는 그녀의 모습에, 나는 그저 이렇게 말하는 수밖에 없었다.

"……응, 기대하고 있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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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말투가 하는 짓이랑은 다르게 남자처럼 좀 딱딱한 그런 종류의 말투임


애니같은데서 약간 남자같은 말투 쓰는 여캐들이랑 비슷한 그런 말투



선생님 귀여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