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 고기, 피망, 고기, 소시지.

 오늘 하루 부족했던 고기를 보충하려는 것처럼 야나미의 기세는 멈추지 않는다.

 참고로 나는 양배추, 양파, 옥수수 다음, 소중히 굽고 있던 고기를 옆에서 야나미에게 빼앗기는 꼴이었다.

"잠, 그거 아직 덜 구워졌──"

"괜찮아 괜찮아, 누쿠미즈 군도 참. 보기보다 까탈스럽네"

 피가 뚝뚝 떨어지는 고기를 맛있다는 듯이 입안 가득 쑤셔 넣는 야나미.

 ……고기는 설익어도 신경 쓰지 않는 파와 푹 익히는 파 사이에 넓고도 깊은 골이 있다. 이른 시점에서 패배를 예감한 나는 초조하게 인삼을 씹으면서 다른 부원들의 모습을 살핀다.

"맛있어! 이 고기, 멕시코산이야?"

 호쾌하게 볼이 미어터져라 우물거리는 야키시오의 입가에서 새빨간 육즙이 흘러 떨어진다.

"신타로, 이쪽 다 익었어. 자, 접시 내밀어 봐"

"부, 부장, 이쪽도 익었, 어요"

"고마워. 역시 밖에서 먹는 것도 맛있네"

 타마키 부장은 쁘띠 하렘을 구축 중. 여전히 부러운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나도 잘 모르겠다.

"누쿠미즈, 너 먹고 있어? 이 고기 맛있다구. 팍팍 먹어"

"응, 뭐 그럭저럭"

 뭘까. 이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위화감은. 주위를 둘러본 나는 어떤 사실을 깨달았다.

 ……왜 다들 고기를 먹고 있는 거지?

 이상하게 생각하는 내 앞에서 야나미는 집게로 짜각짜각 소리를 내면서 고기를 철판에 올린다.

"레몬쨩, 이 육질은 아르헨티나가 아닐까나. 수입 소고기는 역시 아메리카 대륙이 제일이야"

"헤에~, 야나쨩 잘 아네. 아르헨티나라면 분명……어, 그러니까, 무지 먼 곳이지? 숙성육이란 건가?"

 감탄한 듯 고기를 입으로 옮기는 야키시오를 향해 츠키노키 선배는 어깨를 으쓱인다.

"야키시오쨩, 숙성육이란 게 뭔지 내가 맛보여 줄게"

 이 인간, 3학년이지? 내년에도 문예부에 있을 셈인가.

"소, 소고기, 오랜만이다……"

 코마리도 감격한 것처럼 소고기를 한입 가득. 야나미가 방금 철판에 올린 고기는 이미 모두의 위 속으로 들어갔다.

 ……틀림없다. 이 녀석들 모조리 『설익은 고기도 신경 쓰지 않는 파』다.

 설마 주변이 전부 적일 줄이야. 그렇다고 가만히 앉아서 죽음을 기다릴 수는 없다. 나는 어느 음식을 시야에 넣었다.

 이거라면 날로도 먹을 수 있다. 나는 철판에 올린지 얼마 안 된 소시지로 젓가락을 뻗었다.

"눗 군, 그거 이제 막 올린 거잖아. 조금 정돈 익는 걸 기다리자구"

"게, 게걸스러운 녀석, 이네"

 뭐? 이런 말도 안 되는 경우가. 날고기를 처먹는 이 녀석들이 어째서 그런 말을. 불합리한 비난을 받는 나에게 야나미가 고기를 집은 집게를 내민다.

"누쿠미즈 군, 배가 많이 고픈 모양이구나. 자, 이거 다 익었어"

 야나미가 내민 설익은 돼지고기를 피해 접시를 품 안으로 숨긴다. ……뭐지, 이 데자뷔는.

 옆에서 츠키노키 선배가 접시를 내민다.

"배고프면 이거 먹어"

 접시 위에는 주먹밥이. 그것도 팥이 들어간 주먹팥밥이다. 

"어라, 이건 어디서 난 거예요?"

"근처 부스 사람이 나눠줬어. 갓 지은 거래"

 헤에, 그렇구나. 깨소금으로 간을 내서 맛있다.

"중학생 정도 되는 귀여운 애였지. 보답으로 고기를 가져다주고 싶은데, 보이질 않아서 말이야"

 무심코 주위를 둘러봤지만 낯익은 얼굴은 없었다.

 ……아니 설마. 나는 날아드는 벌레를 손으로 쫓아내면서, 주먹팥밥을 크게 베어 물었다.


 

 하늘이 노을빛으로 물들고, 어둠이 주위에 깔리기 시작했다.

 벌레 소리와 개구리의 울음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온다. 술렁이는 나무들. 새삼 귀를 기울이자, 산의 밤은 의외로 소란스럽다.

 츠키노키 선배가 쭉 뻗은 팔 너머로 지통에서 노란 빛줄기가 포물선을 그린다. 노란색에서 녹색으로 바뀐 빛이 마지막에는 붉은 화약을 반짝반짝 뿌리면서 사라져간다.

 츠키노키 선배는 순진무구하게 웃었다. 그 미소가 향하는 끝에는 타마키 부장. 하지만 부장은 선배에겐 눈길 한번 안 주고 불꽃놀이 세트에서 폭죽을 고르고 있었다. 선배는 조용히 부장의 등에 발길질을 먹인다.

"조금 정돈 불꽃을 보라고"

"그러니까 지금 다음 터뜨릴 폭죽을 찾고 있잖아"

"에, 아니……. 봐, 이런 건 크니까 혼자선 무리잖아! 내가 같이 해줄게!"

"혼자서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야, 알았으니까 그만 좀 차!"

 뭘까, 이 두 사람. 어서 결혼해 주지 않으려나.

 나는 한숨을 쉬면서 남은 고기를 철판에 올렸다. 이번에야말로 차분하게 키워 보자. 좋아, 이름은 세츠코라고 짓자.

 펑펑하고 폭죽이 터지는 소리가 들린다. 소리가 난 쪽을 보니, 화포를 마구 뿌려대는 야키시오와 비명을 지르며 도망 다니는 코마리가 보였다.

"두 사람 완전히 친해졌네~"

 야나미는 남은 피망을 생으로 아삭아삭 씹는다.

 사이가 좋은 건가. 음, 뭐……, 그런 걸로 해두자.

"야나미 씨는 불꽃놀이 안 해?"

"먼저 디저트부터 구우려고"

"아, 바비큐에서 굽는 디저트라고 하면"

"후후훗, 이거!"

"머쉬멜──"

"호르몬 믹스!"

 만면의 미소로 팩을 꺼내는 야나미. 그렇게 나왔나.

"울 집에선 고기 구워 먹고 디저트라면 바로 이거거든─"

 야나미가에 대해선 딴지 엄금이다. 여기선 그냥 흘려넘기자.

 자 그럼, 세츠코는 한 면이 딱 알맞게 익었다. 인간이라면 초등학교 입학식을 맞이할 무렵이다. 빨간 란도셀이 무척 잘 어울린다. 자, 뒤집어서 안까지 확실히 익도록──

"아, 이거 먹어 치울게"

 한창 키우던 고기를 야나미가 잽싸게 젓가락으로 납치한다.

"세츠코!?"

 지금까지 소중히 키워온 세츠코가. 망상 속 추억이 주마등처럼 흘러간다.

"세츠코?"

"아니, 그냥……"

 야나미는 심술궂게 웃으면서 나에게 젓가락을 내밀었다.

"먹고 싶으면 말하면 될 텐데. 자, 아~앙"

"헉?! 엑?"

 아무도 보고 있지 않음을 확인한 뒤 흠칫흠칫 입을 연다. 피와 기름 맛이 입안에 퍼진다.

"맛있지?"

"으, 응……"

"그래서, 얼마 쳐줄 거야?"

 ──윽?! 그렇게 나왔나. 이 자식, 순수한 소년을 가지고 놀았겠다.

 아니 그래도 굳이 가격을 붙인다면,

"치, 칠배──"

"아이참, 농담이라니까"

 깔깔 웃는 야나미.

"어라, 지금 뭔가 말하려고 하지 않았어? 어? 700엔?"

"아, 아무 말 안 했는데……"

 얼굴을 제대로 마주 보지 못하고 떨구는 나. 야나미가 히죽거리는 얼굴을 들이민다.

"헤─, 내 앙~은 그만큼 가치가 있구나. 헤─에~"

"아니, 그러니까. 여자애는 함부로 그런 짓을 하면 안 되니까. 레어도라고 할까, 아무튼 그런 거니까. 어디까지나 그런 것뿐이라고"

"응응, 그렇구나. 아, 한 번 더 앙~ 해줄까? 싸게 해줄게"

 완전히 놀림당하고 있다. 분하지만 도저히 이길 수 없을 것 같다.

 나는 말 없이 불꽃놀이를 즐기는 부원들에게로 시선을 향했다.

 화포를 모조리 써 버린 야키시오가 환성을 지르면서 양손에 폭죽을 안고 빙글빙글 돌고 있다. 빛의 알갱이가 그녀 주변에서 반짝반짝 흩어져 간다. 여전히, 멀리서 보기만 할 뿐이라면 밝고 귀엽게만 보인다.

 코마리로 말하자면, 아까부터 불꽃으로 지면을 태우는데 전념하고 있다. 지면에 원수라도 졌나.

 즐기는 방법은 저마다 다른 법이다. 야나미는 불꽃놀이보다 고기에 취했고.

 자 아무튼, 세츠코의 생애도 막을 내렸다. 야나미는 고기에 정신이 팔렸으니 나도 불꽃놀이를 해 볼까.

 자리에서 일어나 대량의 불꽃놀이 세트로부터 작은 폭죽을 꺼냈다. 손잡이가 총 모양으로 만들어진 싸구려지만, 어릴 적에는 이걸 가장 좋아했었던 기억이 있다.

 총을 쏘는 느낌으로 지면 위의 작은 돌을 쬐면서──뭔가 코마리랑 똑같네.

 나는 폭죽에 불을 붙이면서 슬쩍 코마리의 상태를 살핀다.

 새하얀 불꽃 너머로 코마리는 큼직한 통 모양 폭죽에 불을 붙이고 있었다. 불도 제대로 못 붙이는 바람에 몇 번이나 같은 행동을 반복한다. 마침내 불이 붙은 폭죽이 불을 뿜었다.

 만, 곧바로 폭죽이 멈춘다.

 폭죽이 눅눅해서 그랬을까. 멍하니 그런 걸 생각하고 있자, 코마리는 폭죽을 빙글 자기 쪽으로 돌려서 입구를 들여다보았다.

"바!"

 보가! 내가 소리를 지르기도 전에 파앙 하고 화약이 터지는 소리가 났다.

 빛에 한순간 눈이 아찔해진다.

 시야가 원래대로 돌아오자, 그곳에는 폭죽을 손에 쥔 부장의 모습이. 얼굴을 찌푸리면서 손으로 짜부라트린 폭죽을 내던진다.

"코마리쨩, 다치진 않았어!?"

"괘, 괘차──"

"아픈 곳은?"

 부장은 코마리의 손을 꼼꼼히 살피고는, 마지막으로 얼굴을 붙잡아 눈동자를 들여다본다.

"눈은 잘 보이지? 아픈 곳도 없는 거 맞지?"

"네, 네. ……아, 아무렇, 지도, 않아요"

"다행이다……. 얼굴에 상처라도 나면 어쩔 뻔했어"

 간신히 안심한 듯한 표정으로 긴장을 푸는 부장.

"제, 제 얼굴 같은 거, 상처, 생겨도…….그런 것보다 부장, 손……상처……"

"바보냐. 괜찮을 리가 없잖아"

 부장은 폭죽을 잡았던 손을 은근슬쩍 주머니에 집어넣는다.

"그, 그치만, 제 얼굴 같은 거 아무도, 안 보……"

"적어도 네가 보잖아"

"에……. 네, 뭐, 뭐어……"

"네가 매일 거울로 자신의 얼굴을 볼 때마다, 싫은 일을 겪게 되는 거잖아. 나는 그게 싫어"

"부, 부장……"

"그러니까 그런 말 하지 말고 제대로 자신을 소중히 하도──"

"탓, 타마키 부쟛!" 

 휙 뒤집힌 커다란 목소리가 밤하늘에 울려 퍼진다.

 코마리가 커다랗게 숨을 들이마시는 소리가 나에게까지 들려왔다. 다음 순간.

"조, 좋아, 합니다!"

 갑작스러운 고백에 시간이 멈췄다.

 야나미가 고기를 뒤집는다. 드래곤 폭죽이 덩그러니 서 있는 야키시오의 뒷머리를 태운다.

 깜짝 놀라 굳어졌던 부장이 입을 열었다.

"코마리쨩? 저기, 무슨──"

 코마리는 다시 한번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속사포처럼 말을 토해낸다.

"저기, 그러니까, 좋아해요! 부장을요! 저, 저는 계속 좋아, 했어요!"

 코마리의 입에서 말이 둑을 터뜨린 것처럼 흘러넘치기 시작한다.

"저, 저를, 제대로 봐 주셔서, 기뻐서! 부장을 좋아, 하니까! 사귀어, 주세요!"

 넘쳐 흐른 말의 마지막 목소리는 갈라지고 쉬어서. 말을 끝내자 모든 걸 쥐어 짜낸 것처럼 코마리는 울 것 같은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눈앞의 광경에 츠키노키 선배는 돌처럼 굳어 있었다.

 고기를 먹는 야나미. 살짝 탄 뒷머리를 털어내는 야키시오. 이 녀석들은 도대체 뭐지?

"……아니, 저기. 갑작스런 이야기라 깜짝 놀랐어"

 기나긴 침묵을 깨며 부장이 말을 꺼냈다. 단어를 고르는 것처럼 몇 번인가 입을 열었다가 다시 닫는다.

 그리고 간신히 꺼낸 말에 멈춰있던 우리의 시간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조금 생각할 시간을 줘"

 코마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한순간, 츠키노키 선배를 겁먹은 듯이 보고는 그 자리를 도망치듯 떠나갔다.

 ……어라. 이거.

 말없이 시선을 나누는 3명의 방관자 앞. 천천히 츠키노키 선배가 부장에게로 다가간다.

"……신타로. 왜 그랬어?"

"코토. 왜 그랬냐니……아무리 그래도 너무 갑작스러웠잖아"

 츠키노키 선배는 부장의 손을 억지로 주머니에서 끄집어내서 페트병의 물을 뿌린다.

"미안. 재가 묻은 것뿐이야. 별로 화상이 심한 것도 아니니까"

"……그러니까, 생각할 시간을 달라는 게 뭐야. 괜히 기대하게 만드는 식으로 말하면 코마리쨩이 가엽잖아"

 솜씨 좋게 손수건을 손에 감겨주는 츠키노키 선배.

"야, 코토"

"확실하게 거절해 주는 게 상냥한 거라고!"

 손을 붙잡고 부장의 눈을, 키 차이로 인해 밑에서부터 노려본다.

"잠깐만, 코토"

"왜! 왜 거절하지 못하는 거냔 말이야!"

 츠키노키 선배의 호소에 부장은 거북한 듯 시선을 피한다.

"……받아들이는 것도 거절하는 것도, 나랑 코마리쨩의 문제야. 네가 정할 일이 아니잖아"

 다시 한번 찾아오는 침묵. 벌레들의 울음소리 사이로 호르몬의 기름이 튀는 소리만이 때때로 툭툭 울린다.

"……그렇지. 나랑 신타로는 단순한 소꿉친구일 뿐이니까"

 고요한 말투로 그렇게 말한 뒤 한순간 침묵이 흐르고, 크게 휘두른 팔이 부장의 뺨을 때렸다.

"그저 소꿉친구니까!"

 다시 한번 그렇게 외치면서 그 자리를 박차고 떠나갔다. 우두커니 서 있는 타마키 부장.

 야키시오의 발밑으로 스물스물 뱀 모양의 폭죽이 꿈틀거리고 있다.

 ……좋겠다. 나도 그냥 다 잊어버리고 불꽃놀이 하고 싶다. 현실도피 하려는 나에게 야나미와 야키시오가 재촉하듯 눈짓을 주었다. 나더러 타마키 부장한테 말을 걸어 보라는 건가.

 잔뜩 겁을 집어먹은 나에게 야나미와 야키시오가 「가라, 가랏」 하면서 입을 빠끔빠끔하며 부추긴다.

"저기, 부장"

 공허한 눈동자가 나를 돌아본다.

"누쿠미즈……. 미안하다. 기껏 즐거운 합숙이었는데"

"괘, 괜찮아요. 이쪽은 저희가 정리할 테니, 저기, 쫓아가 주세요"

"어느 쪽을?"

 맘대로 하라고. 반사적으로 튀어나올 뻔한 말을 간신히 집어삼킨다.

"그건 스스로 정하셔야 해요"

 굳이 집어삼킬 필요도 없었나.

"알았어. ……미안, 그럼 뒤는 부탁할게"

 휘청휘청 어둠 속으로 사라져가는 부장의 뒷모습.

 남겨진 우리는 저마다 커다란 숨을 토해냈다. 아니, 설마 갑자기 이런 전개가 될 줄이야.

"저기……얘들아. 슬슬 불 꺼야 하는데, 정리 좀 해줄래?"

 조심스럽게 말을 걸어온 것은 캠프장의 직원이었다. 무지 거북한 듯한 표정이 가슴에 스며든다.

 분명 말 걸 타이밍을 못 잡고, 우리들이 옥신각신하는 걸 멀리서 보고 있던 게 틀림없다.

"죄송합니다. 금방 치울게요"

"미안해. 여러모로 정신없는 와중에"

 어쩜 이리 착한 사람일까. 우리는 서둘러 접시를 치우기 시작했다.

"알았어요"

 야나미는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금방 전부 먹어 치울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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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슬럼픈가??


진도가 존나게 안 빠지네 꾸역꾸역 붙잡고 3시간 넘게 했는데 이거밖에 못했음 6500자...


후... 너희들은 이런 거 하지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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