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 1학기 최종일.

종업식을 끝내고 들뜬 우리에게 아마나츠 선생님이 교탁 위에서 소리를 높인다.

"자, 출석번호 순으로 가지러 와라─"

이름과 얼굴이 일치하지 않는 듯한 느낌이 물씬 풍기는 아마나츠 선생님으로부터 받아든 통지표. 자리로 돌아와 열어본다.

고등학교 최초의 성적표는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느낌. 그런 것보다 시선이 가는 것은 소견란이다.

『위원회 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음』

……누구랑 착각하고 있는 거야. 그렇다는 건 누군가가 내 대신에 『반에 친구가 없는 것 같습니다. 집에서는 어떻습니까?』라고 쓰여 있는 건가. 그렇다면 오늘 밤 가족회의가 열리겠군.

턱을 괴며 통지표를 서로 보여주고 있는 반 녀석들을 딴 세상처럼 바라본다.

소란스럽다 싶더니만 야키시오 녀석이 책상에 푹 엎드려 머리를 감싸 안고 있었다. 저 녀석도 가족회의로군.

"누쿠미즈 너, 국어랑 수학이 특기였구나"

내 통지표를 엿본 것은 하카마다다.

"아…… 응, 그래도 나머진 영 시원찮아"

"난 수학 보충이야. 여름방학 때도 학교에 가야 한다니, 좀 봐줬으면 좋겠어"

"어라, 하카마다 귀가부였어?"

의외인데. 친근감 포인트 +1이다.

"난 부활동 안 하는 대신에 사회 클라이밍 팀에 들어가 있거든"

어, 뭐야 이 자식. 학교만으론 만족 못 하고 학교 밖에서도 그런 걸 하는 거야? 어제부터 쌓이기 시작한 친근감 포인트가 순식간에 다 날아갔다.

"그럼 다음에 다 함께 노래방이라도 가자고"

그렇게 말하며 히메미야의 자리로 향한다. 이런 평범한 사교 사회의 겉치레에 그만 반해버릴 것만 같다. 진정한 인싸란 성격이 좋다는 게 사실이구나. 무지막지하게 무신경한 녀석이긴 하지만.

문득 곁눈질로 야나미의 모습을 쫓는다. 친구와 통지표를 서로 보여주면서 까불거리고 있는 모습은 평소의 야나미와 다를 바 없었다.

"그래─, 다들 떠들만큼 떠들었으면 자리에 앉아라. 안 그러면 여름방학이 늦어질 거다─"

다들 한차례 떠들고 진정될 타이밍에, 아마나츠 선생님의 커다란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그것을 들은 전원이 서둘러 자리에 앉았다. 모두가 자리에 앉는 것을 기다렸다가, 아마나츠 선생님은 작은 몸으로 거듭거듭 말하기 시작했다.

"너희들에게 여름방학의 마음가짐을 알려주마"

어흠, 헛기침.

웬일로 진지한 태도에 모두의 시선이 집중된다.

"앞으로 약 40일. 그저 허무하게 보내는 것이 아니라, 목적의식을 지니고 지내길 바란다. 하루하루는 이어져 있으며, 오늘과 같은 하루하루가 2년 후의 수험에도 영향을 끼칠 테니까"

뭔가 멀쩡한 말을 하고 있다. 신묘한 기분으로 다음 말을 기다리고 있자, 아마나츠 선생님은 무거운 어조로 말을 이어간다.

"선생님은 여름방학이 길어서 좋겠네요~, 같은 소릴 하는 녀석이 있다만"

뭔가 괴로운 기억이라도 떠올렸는지, 갑자기 주먹으로 교탁을 내려친다.

"애초에 평범하게 근무한단 말이다! 공무원이라고! 그보다 보충도 있고, 이 시기에 연구수업 준비나 교재 작성, 회의에 공부회나 부활동 원정에 교무 정리 같은 것도 해둬야──"

갑자기 흘러넘치는 아마나츠 선생님의 어둠. 교실은 물을 끼얹은 것처럼 고요해졌다.

"2학기의 난 VTuber 돼 있을 거다!? 너희들 통신 데이터 싹 다 증발할 거라고!?"

그땐 피처폰 쓰겠습니다.

"오봉 때 휴가 쓰면 비아냥 당하는 그 기분을 알아?! 다른 시기에 휴가를 써도 역시나, 다들 바쁜데 좋으시겠어요~ 같은 비아냥을 듣는단 말이다?!"

불평이다. 완전히 불평이었다. 선생님, 그건 학생들에게 들려줄 말이 아닌 것 같은데요.

"그러니까 즉! 여름방학! 오봉의 동창회에 선생님은 승부를 걸 계획이다! 부디 비행이나 음행, 혹은 음행으로 선생님의 귀중한 유급 휴가를 낭비하게 하지 마라! 순서를 똑바로 지키란 뜻이다!"

……선생님, 무슨 이야기를 하시는 겁니까.

결국 우리들은 틴에이져. 젊은이다. 선생님의 기세에 완전히 삼켜진 탓에 정적이 감도는 교실.

거친 숨을 정돈하며 아마나츠 선생님은 출석부로 교탁을 두드려, 타앙─ 하고 메마른 소리를 터뜨린다.

"말이 좀 많았다만, 선배의 노파심이라 생각해라. 그럼 너희들! 여름방학 시작이다!"



마침내 이번 학기도 끝났다. 손목시계를 보니 아직 점심 전이다.

나는 떠들썩한 교실에서 도망쳐 나와, 구교사의 비상계단에서 여름 느낌이 물씬 풍기는 구름을 바라보고 있었다. 오늘은 부활동도 대부분의 쉬는 모양이라, 운동장에도 사람이 적다.

평소 버릇대로 구매한 우유팩을 손으로 갖고 논다. 자, 그럼 이제부터 어쩔까.

분명 『모험자가 되기 위해 여행에 나선 쌍둥이 여동생이 무서운 갸루가 되어 돌아왔다』의 신간이 나왔을 거다. 우선은 그걸 사서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느긋하게──

"아, 이런. 이, 있었구나"

반쯤 예감하고 있긴 했다. 분명 오늘 같은 화사한 날에 압도당했을 거라고. 모습을 드러낸 코마리가 가방을 무거운 듯 바닥에 내려놓는다.

"무슨 일이야, 안 돌아가?"

"자, 잠깐 시간 좀 때우려고"

바스락바스락 버터 롤을 꺼내는 코마리. 아마 어제 먹다 남은 걸 거다.

나는 우유를 코마리에게 내민다.

"줄게. 아직 입 안 댔어"

"에, 아, 아니, 재촉하려던 건 아닌"

말과는 정반대로 눈을 반짝이는 코마리.

"오, 오늘은 특농……10엔, 비싼 녀석……"

잘도 알아챘네. 먹이로 길들이는 보람이 있는 반응이다.

"종업식이잖아"

"……그, 그래도 미안하니, 이거"

그녀가 내민 손바닥에는 1엔과 10엔 동전을 주체로 한 잔돈들.

"어? 됐어, 괜찮아"

"그, 그치만 누쿠미즈, 어제 그 녀석에게 돈, 빼앗겼잖아?"

"안 뺏겼거든"

"그, 그럼 다른 걸……빼앗겼다거나?"

무슨 이유로 눈을 그렇게 반짝이는 거냐. 멋대로 끓어오르지 마.

"몸도 마음도 안 뺏겼거든"

아니, 마음은 반쯤 빼앗겼을지도 모르겠지만.

내 안의 망설임을 꿰뚫어 보았는지, 코마리는 본 적 없는 웃음으로 나를 쭉 훑어보았다.

"여, 역시, 수, 수상하다고 생각했었어. 어, 언제부터, 그랬어?"

반짝반짝 빛나는 눈동자. 달뜬 뺨.

뭐야, 잠깐만. 왠지 모르게 그냥 평범하게 귀여운데. 지껄이는 내용은 머리가 이상한 것 같지만.

"그렇게 쳐다봐도 아무것도 안 나와. 됐으니 빵이나 먹어"

"후헤헤……이, 이렇게 맛있는 이야기를, 노, 놓칠 줄 알고"

위험한 녀석에게 위험한 걸 들키고 말았다. 츠키노키 선배에게 한 마디 따져야……아니, 그러면 반드시 악화한다.

난처해하고 있자, 계단 밑에서 속 편하게 밝은 목소리가 들려온다. 야키시오다.

"헤─, 이런 곳이 있었구나. 바람이 기분 좋아~"

계단을 올라온 야키시오는 우리를 보더니 당황한 것처럼 등을 돌린다.

"잠깐만 야나미쨩, 위험해. 뭔가 두 사람 분위기가 엄청 좋다니까?"

실화냐. 어떻게 봐야 그렇게 보이는 건데.

……그보다 지금, 야나미쨩이라고 말하지 않았어?

"잘 모르겠지만 괜찮아. 그야 누쿠미즈 군이잖아"

실례되는 소릴 하면서 야나미가 모습을 드러냈다.

"어, 야나미 씨. 어떻게 여기에"

"어떻게냐니. 여기, 내가 먼저 발견한 곳이잖아?"

계단을 올라온 야나미는 심술궂은 얼굴로 나를 본다.

"어라, 진짜로 좋은 분위기를 방해한 건가?"

"바보 같은 소리하지 마. 그럼 내가 자리를 옮길까?"

"홀몸들끼리 사이좋게 지내자고"

완전히 놀리는 말투로 웃는 야나미. 우리의 대화를 듣고 있던 야키시오가 눈을 반짝인다.

"어? 눗 군도 뭔가 있었어? 설마하니 지금? 지금?"

야키시오, 왜 그렇게 기뻐하는 거야. 그런 점이라고.

"그런 것보다 두 사람 모두 이런 곳에는 뭐하러 온 거야?"

"난 육상부 사람들이랑 만나기로 했는데 아직 시간이 남아서, 야나미쨩의 비밀기지에 안내받아 온 거야"

어지간히 높은 장소를 좋아하는 건지, 야키시오는 난간에 몸을 기대어 운동장을 바라본다. 야, 떨어지지 마라.

야나미가 내 옆에 나란히 앉는다. 너무 가깝지도, 너무 멀지도 않은 미묘한 거리로.

"누쿠미즈 군. 문예부는 여름방학에 뭐 해?"

"어디 보자……츠키노키 선배가 모여서 뭔가 하자고 말하긴 했는데"

난간에 배를 걸치고 다리를 붕 띄운 야키시오가 손을 번쩍 든다.

"좋은데, 나도 불러줘! 여름이니 매미라도 잡자구"

정말로 잡고 싶은 거야? 매미를?

그나저나 숙박으로 해수욕과 바비큐를 했나 싶더니, 이번에는 여름방학에 다 함께 놀자고 한다. 완전히 인싸다. 도저히 문예부라곤 생각되지 않는다.

문예부니 어두컴컴한 방구석에서 고독하게 원고를 쓰는 게 올바른 모습 아닐까?

붕 뜬 다리를 흔들흔들 흔드는 야키시오를 보면서 야나미가 반걸음, 나에게 가까워진다.

"저기, 저번 합숙 엄청 즐거웠어. 이번에는 뭘 할지 기대된다"

"그래도 부장도 츠키노키 선배랑 사귀게 됐잖아. 내가 뻔뻔하게 얼굴을 내밀어도 괜찮은 걸까?"

"그─니─까─. 저번에는 모두가 있어서 즐거웠던 거라니까. 그 안에는 누쿠미즈 군도 있단 말이야"

기가 막히다는 듯이 말하는 야나미. 나는 거북해서 눈을 내리깐다.

"뭐어……그렇긴 한데. 그래서, 저기……"

"응? 왜?"

"딱히 대단한 이야기는 아닌데. 아니 뭐……지금은 됐어"

……우리의 모습을 흥미 깊게 바라보는 코마리.

의미심장하게 눈을 깜빡이더니, 야키시오의 교복을 꾹꾹 잡아 당긴다.

"응? 코마리쨩, 왜 그래?"

야키시오가 정면에서 바라보자, 코마리는 저도 모르게 스마트폰으로 손을 뻗는다.

"저, 저기……나, 나, 러닝이라도, 시작, 해, 보려고"

코마리는 얼굴을 숙이면서 스마트폰을 살며시 주머니에 집어넣는다.

"포, 폼이라든가, 아, 알려주면, 좋겠, 어"

한순간, 눈을 휘둥그레 뜨며 놀란 야키시오는 환하게 웃는 얼굴로 코마리의 손을 잡았다.

"맡겨줘!"

"힉?!"

"함께 100m 12초 끊는 걸 노려보자!"

"뭐? 나, 난, 좀 더 긴 거리가, 적성이 맞을, 것 같은, 데"

"그런 거라면 안심해! 내가 고안한 야키시오 메서드란 게 있거든"

"야, 야키시오……메서드?"

코마리의 표정이 딱딱해졌다. 단어로부터 보건대, 안 좋은 느낌이 풀풀 풍긴다.

"100m를 전력 질주할 수 있다면 그걸 15번 계속하는 거야. 그럼 1500m도 똑같이 달릴 수 있는 거잖아? 그걸 검증하는 거야"

"아, 아무튼, 좀 더 초보자에게, 맞는……재, 재활 치료 레벨의, 운동량으로……"

"그러면 야키시오 메서드 제2네. 아무튼, 하루종일 달리다 보면 1500m가 100m로 느껴지지 않느냐하는 걸 검증하는 거거든. 우선은 살짝 달려볼까!"

야키시오에게 질질 끌려가며 퇴장하는 코마리가 나를 지나쳐 가면서 속삭인다.

"……비, 빚 하나, 진 거야"

네, 다음번에는 우유를 리터 단위로 준비해 두겠습니다.

두 사람이 모습을 감춘 계단을 바라보던 야나미가 툭 하니 중얼거린다.

"저 두 사람, 뭔가 사이좋네"

"음─, 뭐 그럴지도"

그 착각을 굳이 정정할 필요는 없겠지.

"뭔가 신기하네"

자그맣게 속삭이는 야나미.

"응? 뭐가?"

야나미는 난간에 팔꿈치를 붙이고, 이번에는 내 얼굴을 신기하다는 듯 바라본다.

"그야 나, 코마리쨩도 누쿠미즈 군도 여태껏 접점이 없었잖아? 문예부 역시 합숙할 때까지 뭘 하는 부인지 감도 못 잡았었고──"

진짜냐, 이 녀석. 잘도 합숙에 참가했네.

"소설을 써 보니 제법 즐겁더라. 코마리쨩이 추천한 책은 재밌었고. 좋잖아, 소설이란 거──"

운동장에서 떠드는 학생을 애틋하게 바라보는 야나미.

뭐가 어떻든, 부활동을 통해 긍정적인 감정을 느꼈다면 다행이다. 그래, 양질의 독서 체험은 마음과 인생을 풍부하게──

"읽다 보니 괴로운 현실 같은 것도 모조리 잊어버릴 수 있고. 뭣하면 소설 속에서 뭐든 맘대로 할 수도 있잖아"

정정. 훌륭할 정도로 부정적이다.

"어─ 저기, 야나미 씨. 너무 깊게 생각하지 않는 편이. 이번 방학에 출가 체험이라든지 단식 도장 같은 곳에 가보는 게 어때?"

내 말에 야나미는 얼굴 앞으로 파닥파닥 양손을 젓는다.

"잠깐만, 나 그렇게 묵혀놓지 않았거든! 게다가 단식이라니 진짜 말도 안 되는데. 응, 단식은 안 된다구, 누쿠미즈 군!"

단식을 향한 강한 거부감. 다행이다. 평소의 야나미다.

어제 하카마다와의 사건으로 여러 가지 거북해지지 않을까 불안했는데, 의외로 평범하게 대화가 통한다.

좋아, 이 타이밍이라면──

"음─? 무슨 일이야?"

야나미가 커다란 눈을 끔뻑거린다. 나는 가슴에 손을 대고 커다랗게 심호흡을 한다.

"……야나미 씨. 잠시 할 이야기가 있어"

"하아"

기운 빠지는 대답.

두 번 정도 눈을 깜빡인 뒤, 야나미는 무언가 짐작 가는 바가 있는 듯 등줄기를 쭉 편다.

"헥?! 이야기? 지금부터?! 여기서?!"

"응. 이런 식으로 둘이서 이야기할 기회는 좀처럼 없으니까"

야나미는 당황한 것처럼 머리를 매만진다.

"잠깐 기다려, 기다리라구! 누쿠미즈 군, 다시 한번 잘 생각해 보는 편이 좋지 않을까?! 세상만사에는 적절한 타이밍이란 게──"

내 진지한 태도가 간신히 전해졌나.

야나미는 머리, 교복, 리본, 스커트 자락── 순으로 정돈하고는 귀염성 있게 헛기침.

"어, 음─, 그, 그럼……일단 들어는 볼게"

이렇게 새삼 태도를 바로 잡으니 나도 긴장된다. 다시 한번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토해낸 나는 야나미와 정면으로 마주섰다.


삽화


"야나미 씨. 나랑────"

"네, 넷……"

긴장으로 입안에 바짝 마른다.

나는 마지막 용기를 쥐어짜내, 야나미를 향해 반걸음 내디딘다. 그녀의 어깨가 흠칫 떨린다.


"──친구가 되어 주지 않을래!?" "미안! 너와는 친구로──"


갑작스레 겹치는 두 사람의 대사.

……찾아오는 침묵.

바다직박구리가 한 마리. 난간에 내려앉아서 구슬픈 울음소리를 흘린다.

마침내 경직시간이 풀렸는지, 야나미가 까닥 고개를 갸웃거린다.

"……친구?"

나는 끄덕이며 수긍한다.

"……응"

"…………"

야나미는 말없이 난간에 양 팔꿈치를 붙이고, 길고 긴 한숨을 토해냈다.

"……그런가아─"

바다직박구리가 날아가는 소리에 섞여 흩어질 것처럼 자그마한 중얼거림.

……어라, 뭐지 이 분위기. 이건 설명이 좀 필요한 상황인 것 같다.

"봐 봐, 빌려준 돈도 모두 받았으니, 같이 밥 먹을 일도 없어졌잖아. 분명 우리는 단순한 동급생에 같은 부활동을 하고 있긴 하지만, 그러니까, 그게 있잖아, 친구라면──"

손짓 발짓을 섞어가면서 빠른 말로 역설하는 와중, 나는 중요한 것을 간신히 깨달았다.

"……음? 야나미 씨, 잠시만 기다려봐"

"아까부터 계속 기다리고 있잖아?"

"뭔가 조금 전의 나……고백도 안 했는데 차이지 않았어?"

"에─, 뭐, 굳이 말하자면 차였지"

야나미는 석연치 않은 얼굴로 끄덕이며 내 어깨에 툭 하고 손을 올린다.

"어서와, 차인 인간들의 세계에"

"안 차였거든. 애초에 고백한 적도 없고. 야나미 씨, 자의식과잉인 것 아니야?"

내 말에 야나미는 억울하다는 듯한 얼굴을 한다.

"아니, 잠깐만! 지금 그 흐름은 완전히 그런 흐름이었잖아?! 그래서 내가 그걸 차서 완성이 된 거고!"

"야나미 씨, 진정해. 잘 들어, 고백이란 건 그런 게 아니라고"

"뭣……나, 누쿠미즈 군에게 연애에 대한 설교를 듣고 있는 거야……?"

그치만 생각해 보길 바란다. 0승 1패인 야나미보다 0승 0패인 내가 통산 성적이 좋지 않은가. 연애에 관해서라면 내가 한 수 위라는 사실이 올바르게 성립된다.

"우선은 말이지, 고백에 앞서 2, 3년 정도는 친구로서 관계를 쌓는 게 필요하잖아. 서로를 알아가며 호의를 확인한 뒤에, 추억이 새겨진 장소 같은 곳에 불러내야 비로소 조건이 갖춰지는 게 아니겠어?"

"그건 프로포즈잖아"

그런 느낌도 들긴 하네.

"즉, 3년 후에 나는 누쿠미즈 군에게 프로포즈 받는다는 소리? 지금 미리 거절해도 돼?"

"안 할 거라고. 그 예약은 캔슬해 둬"

변함없이 실례되는 녀석이다. 그나저나 지나치게 자연스러워서 그냥 넘길 뻔했는데, 내 친구신청은 어떻게 된 걸까?

"저기……그래서……"

"응?"

"치, 친구가 되어 달란 부탁은……어떻게 됐나 싶어서……"

말하면서 저도 모르게 목소리가 작아진다.

"뭘 또 그렇게 중얼중얼 말하는 거야……. 애초에 우리는 친구잖아"

"어……그래?"

"그게 아니면 도대체 뭔데……"

야나미는 양 팔꿈치를 난간에 기대며, 흐늘하게 웃는 얼굴로 나를 보았다.

"……왜? 내 얼굴에 뭐라도 묻었어?"

"그런 점이라구, 누쿠미즈 군"

"어떤 점이냐구, 야나미 씨"

야나미는 이 질문에 대답하는 대신 쿡쿡, 즐거운 것처럼 웃었다.

나는 어색하게나마 웃는 얼굴을 만들어, 야나미와 마주 웃었다.


……지금도 외톨이가 나쁘다곤 생각하지 않는다.

나 자신이 주변을 어떻게 접하며 지낼 것인지, 스스로 정하면 되는 거다.

다만 나는 야나미와 나란히 보내는 이런 시간이 좋다.

"고마워, 야나미 씨"

진심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솔직한 감사의 말.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미소에 야나미는 잠깐 놀란 뒤, 마찬가지로 웃어 주었다.

"천만의 말씀"

야나미는 나를 향해 주먹을 내민다.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고, 실연한 동지"

나는 야나미의 가벼운 말투에 웃으면서 주먹을 톡 마주쳤다.


"난 안 차였거든"




















작가 후기


처음 뵙겠습니다, 이번에 제15회 소학관 라이트노벨 대상으로 가가가상을 받은 아마모리 타키비토라고 합니다.

이 책을 집어 주셨다는 건 틀림없이 패배 히로인에게 흥미를 느끼신 신사 숙녀분들이시리라 생각합니다(단언)

사랑하는 소녀의 허세나 눈물, 그리고 실연의 아픔을 극복하고 사랑하는 남자의 등을 웃는 얼굴로 밀어주는 건강함…… 패배 히로인은 러브코메디의 모든 것이 담겨 있습니다. 본작인 패배 히로인, 즉 패배인의 매력이 조금이라도 전해지길 바라겠습니다.


그리고 데뷔작의 특권으로서 감사 인사를 늘어놓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본 작품을 뽑는데 관여하신 모든 분들. 여러분께서 봐 주시지 않으셨다면 이 책을 낼 수는 없었을 겁니다.

게스트 심사관이신 카를로 젠 선생님. 첫 원고작업 중에 받은 조언이 이정표가 되었습니다. 대단히 감사드립니다.

등장인물들에게 근사한 모습을 부여해주신 이미기무로 선생님. 이런 멋진 세계에서 누쿠미즈나 야나미 일행이 유쾌한 나날을 보낸다는 사실이 그저 기쁠 따름입니다.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그 외, 이 책의 제작이나 판매에 관여해주신 여러분. 판매점의 모든 분들. 이 책을 독자분들께 전해드릴 수 있었던 건 모두 여러분의 덕분입니다.

투고작을 썼을 무렵, 서두 부분을 읽고 감상을 주셨던 I선배, D씨. 두 사람의 의견이 이 작품의 방향성에 등불을 비춰 주었습니다.

가장 처음에 완성된 초고도 초고. 그것을 마지막까지 읽고 감상을 주셨던 T선배, N씨, W씨. 3명의 의견이 없었더라면 이 이야기는 다른 형태를 맞이했을지도 모릅니다.

WEB에서 작품을 발표했을 때 읽어주신 모든 분들. 그때 받은 감상이나 평가로 작가로서의 기초를 다질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작가와 독자의 관계로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본작을 담당해주신 편집의 이와아사 씨. 너무 늦게 데뷔한 신인 작가를 끈기 있게 상대해 주셔서 뭐라 감사를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새삼 생각해 보면, 아무것도 모른 체하고 있던 작업 하나하나가, 실제로 문고 형태의 원고가 되니 『이런 의미였구나!』 하며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프로 세계의 입구에 이제 막 선 햇병아리입니다만, 그 등을 보며 배운 경험을 앞으로도 잘 활용하겠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 옛날, 라노벨 작가를 꿈꾸던 무직이었던 무렵, 아무 말 없이 집에 있게 해 주셨던 천국의 아버님에게 이 책을 바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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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났다고 씨발놈들아~~~~~~~


코마리 쎾쓰하는 법 삽니다~~~~~~시발 쎾쓰~~~~~~





작가 후기 뒤에 있는 짤에 야나미 스탠딩샷 삽화나 캐릭터 이미지랑 다르게 괜히 성숙해 보임 어색하다


코마리 스탠딩은 ㄹㅇ 개찐따노 ㅋㅋㅋㅋ




롤드컵 마저 보러 간다



모니터 뭐 살지 계속 고민하는 중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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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PDF 작업 끝나고 다른 사이트 퍼 갈거면 이하 본문도 같이 퍼가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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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러여배우 아역전생 웹판 번역 작업하실 분 계시면 연락 주세요

삽화 이미지 정리해서 드림



경험 있는 너와 경험 제로인 내가 사귀는 이야기

2~3권은 다른 분이 작업하기로 했습니다



사일런트 위치

블로그 검색해 보시면 작업 하시는 분 계십니다

번역 리스트에서 제외합니다.


니시노

번역 못하겠습니다 낙태합니다



다음 작업은 다나카 11권 작업하신 분에 이어서 제가 12권 작업합니다


즐감하십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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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