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무 서두르는 것도 좋진 않은 것 같아"
흐트러진 옷매무새를 고치면서 하야사카 씨가 말한다.
"그야 우리는 달리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니까"
"그러게"
그로부터 우리는 냉정함을 되찾고, 자세를 바로잡으며 침대 위에 앉아 있었다.
나에게 타치바나 씨가 있는 것처럼, 하야사카 씨에게도 달리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
두 번째로 좋아한다는 감정은 고귀하지만, 서로가 첫 번째 사랑에 결론을 매듭지을 때까지 일선을 넘는 것은 망설임이 있었다.
"두 번째라서 그런 걸까?"
하야사카 씨가 말한다.
"엄청 적극적으로 움직이게 돼. 가장 좋아하는 사람이 상대였더라면, 좀 더 착한 척 굴면서 아무것도 못 했을 것 같아. 하지만 이런 건 잘못된 거지. 키리시마 군에게도 미안한걸"
확실히 두 번째라서 상대를 접하는 마음에 가벼움이 있는 걸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룰을 추가하는 편이 좋겠어"
우리는 서로 가장 좋아하는 사람을 두고 사귀기로 정했을 때, 두 가지 룰을 만들었다.
그 첫 번째, 우리가 사귀고 있는 것을 서로 가장 좋아하는 사람에게 들켜선 안 된다.
그 두 번째, 어느 한쪽이 가장 좋아하는 사람과 사귀게 됐을 때, 우리의 관계를 없었던 것으로 한다.
즉, 첫 번째를 우선한다는 뜻.
가장 좋아하는 사람과 사귈 수 있다면 그보다 좋은 일은 없을 테니까.
"어떤 룰을 추가할 거야?"
"……키스 이상의 행위는 하지 않기"
"그렇구나. 그러는 편이 좋겠어"
우리는 불건전하지만, 서로를 값싸게 취급할 생각은 없다.
"그럼 슬슬 가볼게"
"아, 잠깐만"
돌아갈 준비를 하는데, 하야사카 씨가 자신의 스마트폰을 보여주었다. 아까 전의, 노래방 기획에 참가하는 멤버 그룹의 메시지다. 아이콘이 하나 늘어나 있다. 미국의 코믹 히어로.
"누구 아이콘인데?"
"타치바나 씨의 남친. 참가하는 것 같아"
"아, 그래"
같은 학년이니 뭐, 그럴 수도 있는 거겠지.
"키리시마 군, 갈 수 있겠어?"
이대로 노래방에 가면 타치바나 씨와 그 남자친구의 친밀한 현장을 보게 된다. 하지만.
"아무 문제 없어. 오히려 괜찮지. 기대될 정도야"
"그렇게 떨면서 말해도 좀"
왠지 좀 춥다. 시야가 일그러진다. 나도 감긴가.
"당일에 해산하면, 들키지 않게 몰래 합류하자"
하야사카 씨가 뒤에서 안아주었다.
"잔뜩 위로해 줄게"
◇
노래방 기획 당일, 노래방엔 제법 인원이 모여 있었다. 이 기획이 노자키 군의 사랑을 위한 모임이라는 걸 아는 사람은 적다. 많은 이들이 그저 즐거운 이벤트라고 생각하고 있다.
점심이 지난 무렵, 역 앞에서 집합한 것이 약 스무 명. 이렇게나 많아도 괜찮은 건가 싶었지만, 마키가 솜씨 좋게 안내하며, 모두를 파티룸에 집어넣었다.
나는 처음에 아무 생각 없이 앉았는데, 모두의 배치를 보고서 마키 옆으로 이동한다.
"역시 하야사카는 인기 많네"
마키 옆에 앉자, 그가 귓속말을 해온다.
"엄청 들러붙네"
하야사카를 보니, 양 사이드로 남자들이 진을 치고 있다.
오타쿠 서클의 공주님 같은 느낌이다.
"하야사카 씨는 어떤 노래를 주로 불러?"
"사복도 귀엽다"
"음료수 가져다 줄까?"
건너편에서도 말을 걸어오는 바람에 하야사카 씨는 몸을 위축시키고 있다.
"……음, 나는, 저기, 그게, 그러니까, 아하하──"
하야사카 씨는 주목을 받을수록 내성적이어서, 아양 떠는 듯한 웃음밖에 만들지 못한다.
정말로 인형 같다. 하지만 본질적인 하야사카 씨를 나는 알고 있다. 손을 잡고 싶어 하는 하야사카 씨, 스스로 혀를 넣어오는 하야사카 씨, 좀 더 해달라며 졸라대는 하야사카 씨.
"저 남자 놈들, 이 악물고 꾸미고 왔구만"
마키가 말한다.
"확실히 주역인 노자키 군보다 눈에 띄네"
"그런 점에서 키리시마는 참 장해. 제대로 시원찮은 꼴을 하고 왔잖아"
"……아, 응, 바로 그렇지"
평범하게 차려입고 온 건데.
그건 그렇고, 라며 마키가 말한다.
"하야사카는 진짜 천사 같네. 저렇게 흑심 풀풀 풍기는 녀석들에게도 상냥한 거 봐"
"의외로 본인은 민폐라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르지"
"그래? 너무 순해서 이상한 남자한테 낚이지나 않을까 걱정되는데"
"그렇게 보일 뿐이잖아"
"어라, 뭔가 좀 정색하는 거 같은데? 설마 하야사카 옆에 앉고 싶었어?"
"그런 거 아니라니까"
"그치? 키리시마는 저쪽에 앉고 싶었을 테니"
소란스러운 방에서 혼자 시원스러운 얼굴로 컵을 만지작거리고 있는 여자가 있다.
타치바나 씨다.
어깨가 드러난 원피스를 깔끔하게 소화하며 앉아 있는 자세도 단정하다.
"남자 놈들도 역시나 저쪽으론 안 가나"
"그야 못 가겠지"
타치바나 씨는 벽 쪽에 앉았으며, 그 옆자리에는 남자친구가 있다. 이가 반짝 빛날 정도로 상큼한 호청년으로, 집안도 훌륭하다는 것 같다. 체격도 괜찮고 안경도 쓰지 않았다.
즉, 나와는 전혀 다른 타입.
"가드 치고 있는 것 같아서 왠지 열받네"
"아니, 남친이 옆에 앉는 건 자연스러운 거잖아. 부러워서 죽을 것 같지만"
그런 대화를 하고 있자니, 문득 타치바나 씨가 얼굴을 들었다.
유리 세공같은 눈동자와 눈이 맞는 바람에 나는 무심코 얼굴을 숙였다.
"키리시마, 왜 갑자기 고개를 처박고 그래? 망막에 제대로 새겨두라고"
"됐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볼 수 있으니"
"남친 계정 경유해서 말이지"
타치바나 씨의 남자친구는 타치바나 씨의 사진을 SNS에 매일 업로드 한다. 세큐리티 의식이 낮다.
"잘도 보러 가네. 그런 건 그냥 자랑이잖아"
"그러게, 왜 그럴까. 그렇게 보면 가슴이 아파져 오는데, 그래도 매일 보지 않으면 견딜 수가 없어"
"맛이 갔구만"
그건 그렇고 저 두 사람, 잘 돼 가는 중인가, 라며 마키가 말한다.
"아는 여자가 그랬는데, 저번에 임해학교 있었잖아?"
밤, 여자 방에서도 사랑 이야기가 꽃을 피웠다는 모양이다.
그때, 타치바나 씨는 같은 방의 여자에게 진지한 얼굴로 이렇게 물었다고 한다.
"『두근거린다는 게 무슨 느낌이야?』라더라"
◇
막상 노래방이 시작되니, 제법 괴로운 전개였다.
타치바나 씨를 무심코 보게 되는데, 남자친구에게 부탁받은 곡을 부르고, 남자친구가 노래할 땐 손뼉도 치고 있었다.
뭐야, 이거.
뭐가 즐거워서 좋아하는 여자의 이런 장면을 봐야 하는 건데.
타치바나 씨는 여전히 무표정이다. 하지만 남자친구와 단둘이 있을 땐 웃겠지.
나는 자포자기 하듯 실연 송을 불렀다.
내가 부르고 있을 때 타치바나 씨는 줄곧 음료수 잔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이쪽을 보지 않았고, 손뼉도 치지 않았다.
비참하다. 노래가 끝나니 다들 반응하기 곤란한 듯 미묘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역시 곡을 잘못 고른 모양이다. 그런 와중, 한 소녀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나, 나는 괜찮았다고 생각해!"
하야사카 씨다.
"개성적이랄까, 전위적이랄까. 그런 해석도 있구나 싶었어!"
그렇게 해석하지 않길 바랐다.
그런 것보다 하야사카 씨가 나를 칭찬한 것에 주목이 쏠린다.
『왜 하야사카 씨가 키리시마 편을 들지?』
그런 의문을 모두가 느낀 것 같았다.
하야사카 씨도 그 낌새를 느끼며 서둘러 양손을 휘휘 젓는다.
"아니, 그런 거 아니야. 음치도 도가 지나치면 오히려 그럴싸하게 들리는 것 같다고 말하고 싶었던 것 뿐이야. 키리시마 군의 노래는 확실히 돼지 멱따는 것 같았다구?"
그래, 그거면 된 거야, 하야사카 씨.
우리의 관계를 모두에게 들켜선 안 된다. 하지만 돼지 멱따는 소리 들어 본 적 없잖아.
"키리시마, 넌 참 좋은 녀석이야"
마키가 등을 두드려 주었다.
"일부러 분위기 띄우려고 웃기게 부른 거지?"
"……맞아. 이걸로 노자키 군이 잘 부르는 것처럼 보일 것 아냐. 그래, 전부 일부러 그런 거라고"
말하면서 스마트폰으로 하야사카 씨에게 메시지를 보낸다.
『생판 남인 척해도 돼』
나와 사귀고 있다는 사실이 들켜서, 하야사카 씨가 가장 좋아하는 사람에게 소식이 전해지면 큰일이다.
메시지를 눈치챈 하야사카 씨가 고개를 들어 손가락으로 동그라미를 만든다.
『타치바나 씨도 있으니까』라는 답장도 온다.
모두가 한 차례 노래를 부른 뒤 잡담 타임이 시작된다.
누가 꺼낸 말인지, 첫사랑 이야기를 하는 흐름이 되었다. 분위기를 띄우기 위한 단골 화제다.
말을 잘하는 남자가 재밌고 우스꽝스러운 에피소드를 피로한다.
순번이 돌고 내 차례가 되어, 나는 초등학생 때의 이야기를 했다.
"여름방학 때 친척 집에 머물렀거든. 일주일 정도 있었는데, 근처에 사는 여자애랑 친해져서──"
무척 예쁜 여자아이라, 내 머릿속은 그 아이로 가득 찼다.
즉, 사랑을 한 것이다. 첫사랑이다.
매일 공원에서 함께 놀면서 행복했다. 하지만 어느 날, 그 여자아이가 다른 남자랑 사이좋게 노는 모습을 보고, 나는 왠지 모를 괴로움을 느껴서 이렇게 말하고 말았다.
"나 말고 다른 남자랑은 친하게 지내지 마"
지금이라면 그것이 질투라는 것을 안다. 하지만 그때는 자신이 품은 감정의 정체를 몰랐고, 억누를 수도 없었다.
"아마 싫었던 거겠지. 다음 날부터 그 여자아이는 공원에 오지 않았어"
뻔한 첫사랑의 실패담. 맘껏 웃으라는 느낌으로 그럭저럭 먹혔다.
나는 타치바나 씨의 모습을 살폈지만, 무반응 무표정이었다. 딱히 감상은 없는 모양이다.
일부 여자들은 분위기를 띄우고자 농담 섞어 나를 놀린다.
"남자의 질투란 꼴불견이야" "싫다 정말" "역겨워~"
뭐, 그렇겠지.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여자들의 그런 태도를 웃어넘기지 못하는 여자도 있었다.
"…………그렇지 않은걸"
하야사카 씨다.
"……나도 좋아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이랑 친하게 지내면 질투하는걸"
또다시 나를 감싸기 시작했지만, 이번에는 하야사카 씨의 『좋아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이랑 친하게 지내면 질투하는걸』이라는 말에 주목이 쏠렸다.
"하야사카 씨도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
"질투한 적 있어?"
"나도 하야사카 씨한테 질투 받고 싶은데!"
남자들의 질문 공세에 하야사카 씨는 눈이 빙글빙글 돈다.
"조, 조, 조, 좋아하는 사람? 그, 그런 거, 잘 몰라요!"
의도치 않게 청순파 아이돌 같은 대답을 하고 있다.
"잠깐, 남자들, 너무 물고 늘어진다!"
여자들이 소리를 높인다.
"더 이상 질문은 안 받습니다~. 매니저를 통해주세요~"
그런 식으로 남자들을 놀리면서 시끌벅적 떠들기 시작한다.
그나저나 하야사카 씨, 평소보다 심하게 고물 같아서 걱정이다.
나는 재차 스마트폰으로 메시지를 보낸다.
『난 신경 안 써도 된다니까!』
스마트폰을 본 하야사카 씨가 「ㅇㅋ!」라는 답장과 함께 기세 좋게 손가락으로 동그라미를 만든다.
이쪽을 향해 리액션 하는 시점에서 이미 글러 먹었다.
그런 느낌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자, 갑자기 같은 반의 여자가 말을 걸어왔다.
"그러고 보니 키리시마는 미스터리 연구부였지?"
내가 계속 입 다물고 있으니 배려해 주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녀의 오빠는 이 학교의 졸업생이며, 미스터리 연구부의 OB라고 한다.
"지금이라면 그 첫사랑 상대도 꼬실 수 있는 거 아니야?"
"왜?"
"그게 있잖아, 미스터리 연구부의 사랑 매뉴얼"
"아하, 연애 노트 말이구나"
미스터리 연구부에는 과거 연애를 테마로 미스터리 소설을 쓰려고 했던 OB가 있다.
그는 우선 미스터리의 세 가지 구성요소, How, Who, Why에 주목했다.
어떻게, 누가, 왜, 그 범행을 저질렀나.
그것을 연애에 적용한 것이다.
How, 어떻게 좋아하게 됐는가.
Who, 누구를 좋아하는가.
Why, 왜 좋아하는가.
그는 연애 미스터리를 쓰고 싶었지만, 사춘기 탓인지, 그저 연애에 관해 연구했을 뿐인 오의서를 완성시켰다. 그것이 미스터리 연구부에 대대로 전해지는 연애 노트다.
"여자를 꼬시는 방법도 적혀 있지?"
연애 노트의 『How』의 항복이다. 단순접촉효과도 거기에 쓰여 있었다.
"그보다 울 오빠 말이, 그거 만든 사람이 IQ180의 천재래"
"너무 뜬금없어서 믿기 힘든데"
심리학이나 행동과학에 따른 연구도 있지만, 바보 같은 내용도 많다.
"어, 뭐야 뭐야? 연애 매뉴얼 책 같은 게 있어?"
우리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다른 남자가 대화에 끼어든다.
"키리시마, 그걸 읽었어? 개 웃기는데"
나와 연애라는 단어의 조합이 웃기는 모양이다. 한층 분위기가 고조된다.
"연애 매뉴얼 책 같은 걸 읽다니, 아무리 그래도 너무 애쓰잖아"
"그보다 그런 걸 연구 하고 있으면 좀만 더 미남이 돼도 괜찮지 않아?"
"아니, 책 읽어도 얼굴은 안 바뀌잖아"
제법 조롱을 당한다. 나도 평소부터 스스로 비실비실 안경 남을 컨셉으로 삼고 있으니 이렇게 되는 것도 당연한 흐름이다. 모두에게 악의는 없다.
하지만 나를 꼴사나운 캐릭터로 다루는 이 흐름이 마음에 들지 않는 여자가 한 명 있었다.
"…………그렇지 않은데"
물론 하야사카 씨다. 아무래도 내 메시지는 눈곱만큼도 전해지지 않은 모양이다.
자그맣게 중얼거렸다고 생각한 다음 순간, 평소라면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한 말투로 말한다.
"키리시마 군은 꼴사납지 않아!"
스커트 자락을 꾹 쥐고 있다.
하지만 방이 고요해지는 것을 깨닫고는 당황하며 말을 고친다.
"아니, 그런 게 아니라, 그, 왜, 있잖아, 그렇게까지 말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할지, 연애에 대해 진지한 것도 성실한 느낌이 들어서 좋잖아, 게다가 키리시마 군 외모도 그냥 평범하고……"
하야사카 씨는 거기서 더이상 말이 이어지지 않더니, 꾸물꾸물하다가,
"난 키리시마 군의 그런 부분 좋아하고……"
라고 말했다. 이건 진짜로 안 좋은데. 하야사카 씨, 너무 당황했어.
당연히 방 전체가 크게 시끄러워진다.
"뭐, 지금, 키리시마를 좋아한다고 했어?"
"진심? 장난이지?"
하야사카 씨가 누구를 좋아하는 지는 남자들에게 최대의 관심사다.
『어서 부정해』
나는 스마트폰으로 전하는 것도 번거로워서 눈으로 호소했다. 하야사카 씨는 기세 좋게 고개를 끄덕인다.
"어, 그러니까, 그런 게 아니라. 키리시마 군을 좋아한다는 건 캐릭터가 취향이라는 의미로……"
하야사카 씨의 말에 여자가 반응한다.
"아, 진짜 남자들 너무 소란 떠네! 좋아한대도 연애감정이 아닌 게 당연하잖아. 여배우가 개그맨 좋아하는 그런 느낌 말하는 거지?"
여성진 중에서 한 명이 그렇게 묻자 하야사카 씨는 「아, 응. 그런 느낌……」 이라며 끄덕인다.
"그치. 키리시마는 성실해 보이는데 의외로 분위기도 잘 띄우고 개그맨 같잖아"
"……그렇지……재밌지……"
"뭔가 해달라고 할까?"
"어?"
"아카네쨩, 키리시마가 해줬으면 하는 재주 있어?"
"……뭐야, 그게"
하야사카 씨가 진지한 얼굴이 된다. 고개를 숙여서 눈매가 보이지 않는 와중에,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기 시작한다.
"다들 키리시마 군을 말이야, 그런 식으로 무시하는데……사실 난 너희들 죄다 어찌 되든 상관없고, 키리시마 군이……키리시마 군만이……"
뭔가 위험한 분위기로 엄청난 소리를 꺼내기 시작했다.
다들 평소와 다른 하야사카 씨의 낌새를 깨닫고, 어쩌면 좋을지 몰라 우왕좌왕한다.
이 상황을 수습할 수 있는 건 이제 나밖에 없다. 그러니까──.
"하야사카, 말해 봐!"
나는 있는 힘껏 분위기를 띄운다.
"뭐든 말해 봐! 나는 지금 맹렬하게 모두를 웃겨주고 싶은 기분이야!"
"뭐, 뭐어~?"
하야사카 씨가 당황한다.
"키, 키리시마 군, 그런 캐릭터였어?"
"그래!"
하야사카 씨는 감정을 조절하는데 살짝 실패한 것뿐이다. 내가 놀림감이 되는 것을 보고, 그것이 단순한 커뮤니케이션이지만, 하야사카 씨는 자신에게 이미지를 억압해 오는 모두에게 불만이 쌓여 있던 탓에, 나를 계기로 화가 폭발하고 만 것이다.
뭐가 됐든 나는 이 자리의 분위기를 띄워 모든 걸 얼버무릴 생각이다.
"그러니 지금 당장 뭐든 좋으니 말해 봐!"
"가, 갑자기 그래도──"
하야사카 씨의 눈이 빙글빙글 돌기 시작한다. 하지만 내 텐션에 이끌려 표정이 밝아져 간다. 그걸로 됐다.
"뭐든 좋아! 하지만 살짝 봐줘도 돼!"
이쪽이 진심이다. 살짝 삽질하는 정도라면 괜찮지만, 너무 무모한 요구는 곤란한다.
「음~, 으음~」 하고 신음하는 하야사카 씨.
내 의도는 전해졌을 테지만, 하야사카 씨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고물이었다.
"어……그럼, 랩?"
엄청난 게 왔네.
나한테 힙합 요소를 느꼈던 적이 한 번이라도 있었어?
하야사카 씨는 『어라? 뭔가 저질렀나? 어? 어어?』라고 말하는 것처럼, 아무것도 모르는 얼굴로 당황하고 있다. 아니, 좀 더 무난한 건 없었어?
하지만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다. 각오를 다지자.
"음악 없어도 되지!?"
분위기가 안 좋은 쪽으로 흐르는 걸 느꼈는지, 마키가 절묘하게 어시스트 해온다.
프리스타일 랩인가. 좋았어, 그것도 괜찮겠지.
나는 직접 마이크를 손에 쥐고 말한다.
"남자 한 마리 아카펠라 승부, 키리시마 합니다 노래 합니다"
원, 투, 마이크 체크, Ah, Ah.
"그 아이가 좋아 스다 마사키, 처럼 될 수 없는 나는 쓰디쓴 헛소리, 투성으로 재미 없는 남자라 생각될지도 가슴 속 쓰림. 그런 사랑의 고민, 그 아이는 무언, 웃기기 위해 손에 쥔 이 마이크로폰!"
다들 내 랩에 분위기를 탄다.
"안경 랩!"
"분위기 잘 타네~"
"쓸데없이 잘하네!"
방 전체에 즐거운 분위기가 싹튼다.
다들 하야사카 씨가 나를 좋아한다고 했던 말이나, 감싸주었던 것을 점점 잊어간다.
하야사카 씨의 첫 번째 사랑을 위해서라도 이거면 됐다.
나는 체면을 버리고 어려운 곡을 입력한다. 아무튼, 서툰 노래를 부르자.
노래를 부른 뒤, 모두가 나를 놀리면 그걸로 모두 원상복구다.
모두 자초한 일이다.
하지만 노래하고 있을 때 타치바나 씨가 시야에 들어와서 살짝 슬퍼졌다.
가장 좋아하는 여자 앞에서 계속 익살 떠는 건 좀 괴롭다.
타치바나 씨는 평소와 다름없는 무표정으로 이쪽을 보고 있다. 감정은 읽을 수 없지만, 멋있다고 생각할 리가 없다. 슬슬 누가 좀 멈춰 줬으면 좋겠다. 그렇게 생각했다.
차라리 웃어주지 않으려나.
아니, 그게 아니다.
내가 타치바나 씨에게 받고 싶은 감정은 그런 게 아니다.
내가 타치바나 씨를 생각하는 것처럼, 타치바나 씨도 나를 생각해 주었으면 한다.
역에서 무심코 그 뒷모습을 찾아보거나, 학교 복도에서 그 모습을 눈으로 좇거나, 밤에 잠들기 전에 가슴이 괴로워지길 바란다. 지금 있는 이곳은 그런 감정으로부터 너무나도 멀다.
하지만 뭐, 어차피 타치바나 씨는 남자친구가 있고, 지금 그 남자친구가 바로 옆에 있지만. 게다가 이런 상황이라면 새삼스럽게 멋있네 어쩌네 할 것도 없다.
그렇게 단정 지으며 기쁨조 역할에 힘을 넣으려던 그때였다.
누군가가 연주 정지 버튼을 눌렀다.
하야사카 씨, 또 저질렀구나──.
그렇게 생각하며 새로운 변명을 준비한다.
하지만 연주 정지 버튼을 누른 것은 하야사카 씨가 아니었다. 훨씬 의외인 인물이었다.
대화에 끼지도 않고, 만사에 무관심한 얼굴을 하고 있었을──.
타치바나 히카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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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나카 30프로
겉표지 봤을 땐 하야사카 젖 커서 별로 였는데 하는 거 보면 존나 꼴림 시발련
지 감정 주체 못하는 거 개꼴림
댕청한 멘헤라 하야사카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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ㅊㅊㅊㅊㅊㅊ
감정이입 은근잘댬
몰압이라해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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