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화 좋아하는 거 아니야?
"이상하진 않아?"
약속 시간에 맞춰 온 하야사카 씨가 부끄러운 듯 말한다.
물색 셔츠에 무릎까지 내려오는 새하얀 스커트. 그야말로 온실 속 화초처럼 키워졌다는 분위기의 차림이다.
나는 저도 모르게 뚫어져라 쳐다보고 말았다.
"좀. 무슨 말이라도 해줘, 키리시마 군"
"……귀엽, 다고 생각해. 지극히 자중해서 표현한 거야"
「다행이다아」 라고 말하면서 하야사카 씨는 가슴을 쓸어내린다.
토요일, 오전 중의 일이다.
함께 쇼핑하자. 그것이 오늘 데이트 컨셉이었다.
좀 못난 생각이지만, 하야사카 씨와 함께 걷는 건 기분이 좋다. 스쳐 가는 사람의 주목이 하야사카 씨에게 모인다. 그런 여자가 내 여자친구라는 사실은 굉장히 자랑스럽다.
「미녀와 야수네」 「요즘 저런 커플이 많더라」 「여자의 남자 취향은 천 갈래 만 갈래라니까」
그런 목소리가 들려오지만, 뭐, 환청이겠지.
"그럼 가볼까"
우리는 역의 빌딩 안으로 들어간다.
"키리시마 군, 이런 거 괜찮은 타입이구나"
레이디즈 패션 가게를 한차례 둘러본 뒤 하야사카 씨가 말한다.
"남자는 이런 곳 거북해하는 줄 알았어. 혹시 익숙한 거야?"
"아니, 전혀. 오히려 처음이야"
여자의 쇼핑에 어울려 주는 것에 긴장을 느끼는 남자의 마음을 아주 잘 알았다. 세련된 공간에 점원 누님도 화사한데, 나만이 분위기를 깨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이다.
"완전히 긴장하고 있었는데. 꼴사나운 건 꼴사나운 거지. 폼 잡아봤자 소용없잖아"
"꼴, 사나웠나?"
하야사카 씨는 고개를 옆으로 젓는다.
"아니, 키리시마 군은 훨씬 멋있어질 수 있어"
내 소매를 붙잡고 생활잡화점으로 끌고 간다.
"이런 거 써 보면 괜찮을 것 같아"
하야사카 씨가 선반에서 손에 집은 것은 왁스였다. 견본품을 손에 발라서 내 머리를 그러올리거나 옆으로 흘리거나 해본다. 거울을 보니 머리가 정돈된 내가 있다. 당연한가.
"내일부터 써볼게"
"아, 하지만 너무 멋있어지면 안 돼"
"왜?"
"키리시마 군이 인기 많아지면 불안해지는걸"
"마치 지금은 인기가 없다고 말하는 것 같은데"
그 말대로라 어쩔 수 없긴 하지만, 하야사카 씨 너무 솔직하잖아.
그로부터 하야사카 씨는 잡화점에서 에이프런을 샀다. 최근 요리 연습을 시작했다는 모양이다.
"키리시마 군은 뭔가 좋아하는 거 있어?"
"가지 조림"
"열심히 해볼게!"
주먹을 꾹 쥐는 하야사카 씨. 1000점 만점인 연인이다. 그 이후로도 우리는 다양한 가게를 돌아다녔다.
"잠깐만, 키리시마 군"
액세서리 가게 앞을 지나가던 때, 갑자기 하야사카 씨가 내 옷자락을 잡아당긴다.
"지금, 다른 여자 봤지?"
"무슨 소리 하는 건지 잘 모르겠는데"
봤다. 무척이나 스타일이 좋은, 무심코 가슴 언저리로 시선이 끌리고 마는 점원 누님이 있었다. 그러나.
"짐작 가는 게 하나도 없긴 한데, 역시 인간도 동물이니까. 움직이는 걸 보면서 자연스레 시선이 유도되었을지도 모르지"
"키리시마 군이 이론을 거들먹거릴 땐 대체로 회피하려고 할 때더라"
"회피고 뭐고 나는 결백해. 연애 재판을 한다면 무죄가 뜰걸"
"정말 그럴까!"
하야사카 씨는 말하면서 내 팔을 껴안는다. 「가슴이라면 나도」라고 주장하는 것만 같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스스로 해놓고는 혼자서 새빨개진다.
꿈처럼 즐거운 시간이었다.
하지만 하야사카 씨가 손목시계를 신경 쓰는 것을 보면서 현실로 되돌아온다.
"시간은 괜찮아?"
선수 쳐서 내가 묻자 하야사카 씨는 「미안해」라고 말하면서 안았던 팔을 스윽 놓아 주었다.
데이트는 오전만. 그 뒤에 하야사카 씨는 가장 좋아하는 상대와 만난다.
"앞으로 한 시간 정도"
"어디서 커피라도 마실까"
그런 흐름으로 플로어를 걷고 있을 때였다.
서점에서 나온 여자가 우리 앞을 가로지른다. 그 여자는 한 번 지나쳤다가, 뒤늦게 눈치챘다는 듯 걸음을 멈추고 이쪽을 돌아보았다.
"부장이잖아"
타치바나 씨였다.
반소매 블라우스에 숏팬츠, 평소의 고요한 느낌과는 정반대로 여름의 소년 같은 느낌이 난다. 하지만 짧은 바지로부터 뻗어 나온 다리는 새하얗고 부드러운 데다, 어깨가 훤히 드러난 팔도 무척이나 여성스러워서 나는 묘하게 두근거리고 말았다.
그런 타치바나 씨는 나와 하야사카 씨의 얼굴을 교대로 보며 고개를 기울인다.
"아, 아니야!"
하야사카 씨가 당황하며 부정한다.
"우연히 만난 것뿐이거든. 그래서, 그냥 같이 쇼핑하고 있던 것뿐이야"
"그래?"
타치바나 씨가 나를 본다.
"왁스 사러 왔거든. 나는 잘 모르니까 상담을 좀 받았어"
나는 쇼핑 봉투를 어필한다.
"나는 에이프런이랑 젤네일!"
하야사카 씨도 나와 같은 행동을 하지만 눈이 헤엄치고 있다. 연기가 서툴다.
"흐응"
타치바나 씨는 하야사카 씨의 쇼핑 봉투를 들여다 본다.
"귀여운 무늬네"
타치바나 씨의 얼굴이 가까운 탓인지, 하야사카 씨가 얼굴을 붉힌다. 타치바나 씨는 동성마저 부끄럽게 만드는 타입의 여자다.
"저, 저기, 타치바나 씨. 모처럼이니 셋이서 차라도 마시지 않을래?"
하야사카 씨가 말한다.
"그래도 돼?"
타치바나 씨가 묻는 상대는 나였다.
"방해되는 거 아니야?"
그렇게 묻는 타치바나 씨 너머로 하야사카 씨가 어색한 미소와 함께 손가락을 두 개 세우고 있다.
『나, 두 번째 여자친구라도 좋으니까』
그런 메시지.
단둘만의 데이트였는데, 상황이 이렇게 되어 면목 없다.
하지만 반대 입장이었다면 나 역시 그렇게 했을 거라 생각한다.
그리하여 셋이서 차를 마시게 되어, 역의 빌딩 최상층에 있는 커피숍에 들어간다.
나는 평범한 커피, 하야사카 씨는 홍차, 타치바나 씨는 달달해 보이는 이름의 마실 것에다가, 점원에게 부탁하여 다양한 토핑을 추가했다.
둥근 테이블을 셋이서 둘러싼다.
"타치바나 씨는 서점에서 뭘 샀어?"
하야사카 씨가 묻는다. 타치바나 씨랑은 썩 친하지 않을 텐데도 이렇게 제대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니 붙임성이 참 좋다.
"악보랑 미스터리 소설. 부활동 때 읽으려고"
"그렇구나. 타치바나 씨, 미스터리 연구부에 들어갔었지"
"하야사카 씨가 그걸 어떻게 알고 있어?"
"어?"
"미스터리 연구부에 들어간 거, 나는 남한테 말한 적 없어"
그 말을 듣고 하야사카 씨는 「어, 그러니까, 그건──」이라고 말을 질질 끌면서 눈을 빙글빙글 돌기 시작한다.
부장이랑 사이가 좋구나. 뭐, 상관은 없는데. 라면서 타치바나 씨는 화제를 방금 샀던 책으로 돌린다.
"실은 전자서적 파인데, 그러면 부장이 읽을 수 없으니까 요즘에는 종이책으로 사고 있어"
그러고 보니 타치바나 씨는 책을 읽고 나면 책장에 두고 간다. 그건 나에 대한 배려였던 모양이다.
"태블릿을 빌려주면 안 되는 거야?"
어떻게든 침착함을 되찾은 하야사카 씨가 묻자, 「부끄럽잖아」라며 타치바나 씨는 고개를 돌린다.
"내가 산 책이 다 보일 거 아니야. 소녀만화 같은 것도 있으니까"
"타치바나 씨, 소녀만화 읽어?"
"연애에 흥미가 생겼거든"
이제 와서? 라고 딴지를 걸고 싶은 듯한 얼굴의 하야사카 씨.
"그래서 읽는 사이에 이것저것 알게 됐는데"
소녀만화로 도대체 뭘 배웠는지 묻고 싶지만, 그 전에 타치바나 씨가 터무니없는 소리를 입에 담았다.
"하야사카 씨, 부장을 좋아하지?"
"됴엣?"
홍차를 뿜을 뻔한 하야사카 씨. 동요로 손에 든 컵이 달칵달칵 떨린다.
"어, 어, 어, 어째서?"
"왠지 모르게. 그냥 그런 느낌이 들었어"
"아니야, 타치바나 씨가 착각한 거라구"
"그래, 아니구나. 내 감은 제법 잘 맞는 편인데"
그럼 있잖아, 라며 타치바나 씨는 말한다.
"이런 걸 봐도 아무렇지 않겠네?"
갑작스레 타치바나 씨가 내 손을 붙잡는다.
하야사카 씨는 딱딱히 굳어서 반응조차 하지 못했다. 나조차 놀랐다.
"타치바나 씨, 이런 건──"
"부장은 입 다물고 있어"
타치바나 씨는 한술 더 떠서 연인처럼 깍지 끼기를 하거나, 조신한 느낌으로 팔을 껴안기도 했다. 그 위치가 아까 하야사카 씨가 안았던 부분과 완전히 일치했다. 감 진짜 좋네.
"……별로 좋아하는 것도 아니니, 완전 괜찮은데?"
하야사카 씨의 미소가 딱딱하게 굳어있다.
하야사카 씨, 그런 얼굴을 하면 안 돼. 타치바나 씨는 연애에 흥미를 이제 막 갖기 시작한 여자다. 이른바 연애 뉴비로, 우리를 관찰하면서 배우려는 것뿐이다.
"난 따로 좋아하는 사람 있거든"
하야사카 씨가 어깨를 떨면서 말한다. 그러자 타치바나 씨의 눈동자가 호기심으로 반짝인다.
타치바나 씨처럼 쿨한 사람이라도 사랑 이야기는 텐션이 오르는 모양이다.
"어떤 사람?"
"음, 한 살 위인 선배"
"연상? 뭔가 굉장하네"
타치바나 씨가 놀라고 있다. 연상은 의식 바깥쪽에 있던 것 같다.
"보기에 어떤 느낌?"
"외견? 키가 크고 말랐지만, 스포츠를 하고 있으니 의외로 근육질이고, 얼굴은, 뭐라고 해야 하지, 늠름한 느낌이려나"
"성격은?"
"믿음직한 데다, 모두를 이끌어 주는 그런 느낌"
"부장이랑은 완전히 다르네"
"응, 키리시마 군은 완전히 달라"
이 두 사람, 제법 가차가 없네.
"하야사카 씨는 그 사람이랑 있으면 두근거려?"
"그렇지, 긴장해. 하지만 두근거린다기보다는, 멍하니 바라보게 되는 느낌. 동경하고 있거든"
"흐응, 그런 사랑도 있구나"
그로부터 우리는 교실에서 할 법한 이야기를 약 한 시간 정도 했다. 시험이 어떻다든가, 생활지도부 선생님이 무섭다든가, 추천하는 영화가 있다든가.
대화를 하면서 알게 된 사실인데, 나와 타치바나 씨는 공통되는 취미가 있었다. 심야 라디오를 좋아하고, 겨울 올림픽에선 반드시 컬링을 체크한다. 그런 마이너한 취미가 일치한다는 게 제법 기쁘다.
"그럼 난 슬슬 가볼게"
손목시계를 보면서 하야사카 씨가 일어선다.
그리고 말할지 어떨지 고민하다가 타치바나 씨를 향해 말했다.
"이제부터 그 사람이랑 놀 거야"
"뭐? 굉장하네"
"아니, 전혀 굉장할 것 없어. 그야 사람이 많이 모이는 모임이거든"
"그래도 잘 됐으면 좋겠다"
"고마워"
떠나기 전에 하야사카 씨는 나를 향해 사과했다.
"어수선하게 굴어서 미안해"
오전 중 데이트를 끝내고 가장 좋아하는 사람 곁으로 가는 것을 미안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거다.
그러니까 나는 손가락을 두 개 세운다.
『나, 두 번째 남자친구라도 좋으니까』
그런 메시지.
결과, 나와 타치바나 씨가 남는 꼴이 됐다.
"부장, 기운이 없네"
"그렇지 않은데"
"하야사카 씨가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러 가서 그렇잖아?"
아직 내가 하야사카 씨에게 연애감정을 품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뭐, 그렇긴 하지만.
"여기서만 하는 말인데"
뜸을 들이면서 나는 말한다.
"하야사카 씨가 좋아하는 사람은 내 중학교 시절 선배야"
산뜻하고 성격도 좋은 데다 꽃미남이기까지 하다.
"그럼 하야사카 씨가 그 선배랑 사귀어도 상관없어?"
"그야 물론이지"
하야사카 씨는 모르겠지만, 하야사카 씨가 선배와 놀 수 있도록 손을 쓴 것은 무엇을 숨기랴, 바로 나다. 그러니까 이제 와 새삼스럽게 그것을 후회하진 않는다.
"흐응"
타치바나 씨는 납득이 안 가는 모양이다.
"그러면 그 선배 얼굴을 떠올려 봐"
"떠올렸어"
"하야사카 씨가 그 선배랑 서로 껴안거나 키스하는 걸 상상해 봐"
"상상했어"
"그때 하야사카 씨, 부장에게는 보여준 적 없는 얼굴을 하고 있을 거야. 넘치는 행복 속에서 안심하고 있어. 학교에 있을 때와는 달라. 선배에게만 보여주는 얼굴. 굉장히 달콤해. 어때?"
"완전 끄떡없어"
"입에서 커피가 줄줄 흐르고 있어"
나는 두 번째로 좋아한다는 감정을 얕보고 있던 걸지도 모른다. 상상해 보니 상당히 괴롭다.
내가 타치바나 씨와 부활동을 하는 동안 하야사카 씨도 이런 기분을 느꼈던 걸까.
지금 내 눈앞에는 타치바나 씨가 있다. 굉장히 기쁜 상황이다.
하지만 무슨 말을 하더라도 타치바나 씨에게는 남자친구가 있다.
남자친구가 있는, 나의 첫 번째인 타치바나 씨.
서로 껴안거나 키스할 수 있지만 달리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나의 두 번째인 하야사카 씨.
나는 자신의 감정을 어느 쪽으로 향하면 좋을지 알 수 없었다. 평범하게 생각하면 어느 쪽을 선택하더라도 미래가 없다. 타치바나 씨와 사귀지 못하고, 하야사카 씨도 떠나간다. 그런 미래를 상상한다.
"부장, 돌아가게?"
"응. 여름인데 왠지 좀 추워서"
"그래. 그럼 나는 옷이라도 보러 갈까"
타치바나 씨를 남겨 두고 역의 빌딩을 뒤로한다.
앞으로 어떻게 될까. 하지만 생각해 봤자 아무 소용 없을 듯한 느낌이 든다.
그런 폐색적인 마음을 품은 채로 전차에 올라타 시트에 주저앉는다.
그때, 스마트폰에 메시지 알람이 울렸다.
하야사카 씨가 가장 좋아하는 사람인 야나기 선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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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번역속도 불붙었노 개추개추
아 졸잼이다 ㅅㅂ
ㅊㅊㅊㅊㅊㅊㅊㅊㅊㅊㅊㅊ
하야사카꼴림
아침부터 기분 딱! 좋습니다
이거 타치바나는 남친도있고 약혼자도따로있는거임?
ㅇ
오올 넘 잼나요 ㅋㅋㅋ 번역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