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야사카 씨는 가장 좋아하는 상대에 대해 나에게 말한 적이 없다. 하지만 나는 그 사람을 알고 있다.
야나기 선배.
같은 중학교였다.
상대가 누구라도 차별하지 않고 축구를 잘한다. 체육대회에서 같은 팀이 됐을 때, 남을 잘 돌봐주는 선배가 운동치인 나를 그냥 놔두지 못했다. 그때를 계기로 친해졌다.
진학한 학교는 다르지만 지금도 연락을 하고 있다.
선배는 중학 시절부터 프로 축구 클럽의 유소년팀에 소속되어 있다. 하지만 고등학교 2학년 겨울에 은퇴했다. 줄곧 관둘 타이밍을 재고 있던 것 같다. 고등학교 3학년이 된 지금은 수험을 준비하면서, 주말에는 취미 삼아 풋살을 하고 있다.
딱 한 번, 그 풋살 시합에 참가한 적이 있다. 사람이 부족해서 남녀 혼합으로 하는 시합이니 초보자라도 괜찮다길래 참가했다.
야나기 선배는 엄청나게 인기가 많다. 그 시합에도 많은 사람에게 응원을 받고 있었다. 그렇게 응원하는 사람들 속에, 아직 나와 연인이 되기 전인 하야사카 씨가 있었다.
"저 애는 우리 학교 동급생이예요"
"아, 하야사카쨩"
"자주, 오나 봐요?"
"제법 응원하러 와 주지"
"누구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있는 건가"
"상대가 누군지 알려주면 도와줄 텐데"
야나기 선배는 인기가 많지만 엄청나게 둔감하다.
시합 중, 하야사카 씨는 줄곧 야나기 선배를 보고 있었다. 내가 있던 것도 눈치채지 못했다.
그 후의 5월, 역의 홈에서 하야사카 씨는 말했다.
"키리시마 군은 타치바나 씨를 좋아하지?"
나는 그때 말을 해야 할지 엄청나게 망설였다.
『그러는 하야사카 씨는 야나기 선배를 좋아하지?』
하지만 결국 내 입에서 나온 말은 「두 번째는 하야사카 씨야」였다.
그렇게 해서 사귀게 된 후로 딱 한 번, 하야사카 씨가 가장 좋아하는 사람에 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나는 어려울지도 몰라, 첫 번째 사랑"
하야사카 씨는 조금 쓸쓸한 듯 말했다.
"멀리서 보는 것밖에 못 하거든. 엄청나게 긴장해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
그날 밤, 나는 야나기 선배에게 연락을 했다.
"하야사카 씨 기억해요?"
"키리시마의 동급생이지?"
"그 애를 팀에 참가시켜 줬으면 좋겠어요. 풋살을 하고 싶어 하던데, 낯가림이 심해서 말을 못 하나 봐요"
"알았어. 연락처 알려줘 봐"
"제가 부탁했단 말은 하지 마세요"
잠시 시간이 지난 뒤 야나기 선배에게 연락이 왔다.
"권유해 봤는데, 『아와와와와와』라면서 끊어버리던데"
"엄청 부끄럼쟁이거든요. 다시 한번 전화해 보세요. 이번에는 하야사카 씨가 진정되는 걸 기다렸다가 말을 꺼내는 느낌으로"
다음날 하야사카 씨는 싱글벙글이었다.
"살짝 좋은 일이 있었거든"
그리하여 하야사카 씨는 풋살에 참가하게 된 것이다.
내가 스스로 자처한 일이고, 애당초 첫 번째로 좋아하는 상대가 있다는 전제로 사귀고 있는 거다. 그러니까 데이트를 일찍 끝내고 그쪽으로 가 버리는 것도 전혀 상관없다. 오히려 응원하고 있다.
하지만 어째설까, 하야사카 씨를 배웅할 때 가슴이 괴로웠다.
나에게 안겨드는 하야사카 씨, 키스를 졸라오는 하야사카 씨, 평소 남들에게는 절대 보여주지 않는 살짝 불건전한 하야사카 씨.
두 번째일 텐데, 나는 하야사카 씨를 점점 더 좋아하게 된다.
◇
시트에 앉으면서 나는 야나기 선배에게 온 메시지를 바라보고 있다.
『키리시마, 혹시 하야사카쨩을 좋아해?』
열차는 좀처럼 출발하지 않는다. 창문으로부터 역 앞의 커다란 전기점이 보인다. 그 빌딩 옥상에서 하야사카 씨는 지금부터 즐겁게 풋살을 할 테지.
나는 스마트폰을 조작해서 답장을 보낸다.
『갑자기 왜요?』
『하야사카쨩이 엄청나게 인기가 많거든』
풋살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하야사카 씨를 노리는 사람이 많은 모양이다.
『키리시마가 좋아한다면 다른 녀석이 접근하지 못하게 할 건데』
『아뇨, 별로 좋아하는 건 아니예요』
『진짜야? 키리시마, 넌 네가 골 넣을 수 있는 순간에도 패스하는 타입이잖아』
『축구랑 연애는 다르죠』
『플레이 방식에 성격이 나오는 법인데. 뭐, 아무튼 네가 그렇다면 됐어. 그럼 연습 시작할 테니, 키리시마도 내키면 언제든 와라』
내 마음은 복잡하다.
하야사카 씨가 가장 좋아하는 상대와 잘 풀리길 바란다. 하지만 동시에 내 곁으로 돌아오길 바라는 마음도 있다. 감정이 왔다 갔다 해서 왠지 지친다.
어서 집으로 돌아가 자고 싶다.
그렇게 생각하지만, 전차는 이 역이 기점이라 좀처럼 발차하지 않는다.
한동안 정차해 있다가 마침내 발차하는 벨이 울린다.
열차 문이 닫히는 그때였다.
산뜻한 발걸음으로, 머리를 기른 여자가 열차에 오른다.
"모처럼이니"
타치바나 씨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태연스럽게 내 옆자리에 앉으며 말한다.
"부활동 하자"
"……오늘 휴일이야"
"휴일 연습"
그렇군. 타치바나 씨, 성실하네.
◇
타치바나 씨는 새하얀 스트랩의 여름 느낌이 물씬 풍기는 샌들을 신고 있다. 굽이 두껍다. 좀 더 낮은 신발을 신어주지 않으면 나란히 섰을 때 내 체면이 서지 않는다. 그런 쓸데없는 걸 생각한다.
"부장, 역시 기운 없네"
"무슨 소리 하는 거야. 엄청나게 기운차거든. 지금 당장이라도 춤을 추고 싶을 정도야"
타치바나 씨는 차창으로 보이는 풍경을 바라보고 있다.
시원한 얼굴을 하고 있지만, 나를 쫓아왔다고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전차는 우리 집을 향하고 있으며, 타치바나 씨의 집과는 방향도 노선도 다르다.
"타치바나 씨, 부활동 하자고 그랬는데, 어디서 할 셈이야?"
"학교"
"환승해야 되겠네. 그건 상관없는데, 우리 사복이야. 위험하잖아"
"뒷문으로 들어가면 돼. 누가 본다 해도 선생님에게 이르진 않을 거야"
확실히 타치바나 씨에게 불리해질 만한 일을 하는 학생은 없다. 연애는 뉴비지만 본래 주위를 압도하는 분위기를 지닌 여자다.
새삼스레 타치바나 씨의 옆얼굴을 본다. 가늘고 섬세한 머리카락, 얇은 눈꺼풀, 긴 속눈썹, 쭉 뻗은 콧날, 새하얀 뺨. 마키는 타치바나 씨를 페라리로 비유했는데, 과연. 확실히 특별한 사람이다.
현실감이 없어서 계속 보고 있어도 진정되지 않는 느낌이다.
하야사카 씨는 안심감을 준다.
타치바나 씨는 두근거림을 준다.
그런 느낌.
그렇게 옆얼굴을 바라보고 있자, 불현듯 타치바나 씨가 기대어 온다.
"타치바나 씨!?"
"어깨톡"
자그마한 머리를 내 왼쪽 어깨에 싣는다. 나는 좌반신으로 타치바나 씨의 늘씬한 신체를 느낀다.
"부장, 살짝 기운 난 얼굴이 됐어"
"아니, 그야 뭐"
아마 타치바나 씨가 부활동을 하자고 했을 때부터 나는 이런 것을 마음속 어딘가에서 기대하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어깨톡을 당한 나는 이대로 타치바나 씨를 안고 싶다든가, 키스하고 싶다든가. 그런 충동에 휩싸인다. 그 언젠가 하야사카 씨에게 했던 것처럼.
그렇다.
구제할 길이 없는 나는 하야사카 씨가 풋살 하러 가 버린 외로움을 메우기 위해 첫 번째였을 터인 타치바나 씨를 하야사카 씨 대신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정말로 되먹지 못했다.
가볍게 자신의 머리를 때린다.
"부장, 왜 그래?"
"아니, 못된 생각을 해서 말이야"
"뭔데?"
"말 못 해. 타치바나 씨에 관한 생각이었으니까"
"그래"
타치바나 씨는 잠시 호흡을 두었다가 말한다.
"나는 별로 상관없는데"
유리구슬 같은 눈동자가 나를 바라보고 있다.
마치 내 비열한 마음 따윈 전부 꿰뚫어 보고 있는 것만 같았다.
하야사카 씨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타치바나 씨를 안는다.
──나는 그래도 별로 상관없는데.
그런 말을 하는 듯한 기분이 드는 건, 나에게 형편 좋은 망상일까.
열차는 규칙적인 소리를 자아내며 나아간다.
타치바나 씨는 다시 한번 말한다.
"나, 부장이라면 진짜 괜찮은데"
◇
사복으로 몰래 숨어들듯이 학교에 들어가는 건 살짝 스릴 있었다.
부실에 들어온 뒤, 왠지 우스워서 웃어버리고 말았다.
타치바나 씨도 목덜미의 땀을 핸드타올로 닦으면서 「후후」하며 즐거워 보였다.
"목말라"
"잠깐 기다려 봐"
나는 냉장고에서 보리차를 꺼낸다. 컵을 건넬 때 일부러 손가락을 부딪친다. 타치바나 씨는 딱히 싫어하는 기색도 없이 받아들었다.
"책은 여기에 둘게"
타치바나 씨는 역의 빌딩에서 샀던 책을 책장에 꽂는다.
그로부터 우리는 읽다 말았던 소설을 각자 무언으로 읽는다.
나는 소설보다도, 건너편에 앉은 사복 차림의 타치바나 씨만을 바라보고 말았다.
숏팬츠도 민소매도 모두 교복보다 기장이 짧아서 평소보다 새하얀 피부가 많이 노출되어 있다. 여름 휴일의 타치바나 씨. 무척 귀중한 오프샷이다.
"지금쯤이면 좋아하는 사람이랑 같이 운동하고 있겠네"
내 시선을 알아차렸는지, 타치바나 씨가 책을 내려두고 이어서 말한다.
"하야사카 씨, 잘 됐으면 좋겠다"
"그러게"
"풋살이란 건, 몸이랑 몸이 부딪히지?"
"뭐, 그렇지"
"하야사카 씨, 두근두근하겠지?"
"그럴지도"
"부장, 떨고 있어"
"이 부실 에어컨이 너무 세서 그래……"
"응원하는 거라면 하야사카 씨에게 이걸 알려주는 게 어때?"
타치바나 씨의 손에는 연애노트의 다음 권이 있었다.
전부 해서 13권 있는 연애노트 중, 13번째인 금서에 해당하는 노트다.
저자가 고안한 게임의 갖가지가 수록되어 있다.
"아니, 그건 망상의 산물이거든"
남녀가 친밀해지기 위한 게임으로서 소개되어 있지만, 그것을 구실로 여자랑 는실난실 거리고 싶다는 저자의 욕망이 노골적으로 드러나 있다.
아무래도 저자는 연애연구를 하는 사이에 우선은 본인이 여자랑 어떻게든 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마지막 노트에 이르러 마침내 폭주한 게 아닌가 싶다.
"미팅에서 흑심 있는 남자가 할 법한 게임뿐이야"
"그래도 남자가 여자랑 하고 싶은 게임인 거지?"
지당하신 말씀.
"그러면 하야사카 씨가 이걸 해주면 그 선배도 기뻐하지 않겠어?"
"글쎄, 어떨까. 효과가 있을는지 수상쩍은데"
"그러면 시험해 보자"
"시험?"
"나랑 부장, 둘이서 실험해 보자"
펼친 페이지에는 『귓가에 미스터리』라는 게임이 소개되어 있다.
하고 싶다.
미스터리 연구부의 선배들이 봉인한, 금지된 남녀 게임을 타치바나 씨와 해보고 싶다.
하지만 그래도 역시, 타치바나 씨에게는 남자친구가 있다. 두 번째끼리의 연인을 인정한 주제에 그런 세간의 상식을 신경 쓰는 내가 있어서, 간단하게 승낙의 말이 나오지 않는다. 그러니까──.
"오늘은 그만 가자. 너무 늦었다"
"아직 3시야"
밖은 구름 한 점 없이 맑았고, 매미가 요란스레 울고 있다.
"그치만, 알겠어. 돌아갈게. 왠지 미안한 부탁을 한 것 같네"
미간에 주름을 만들며 연애노트를 덮는 타치바나 씨.
"미안할 건 없는데"
"부장, 난처한 얼굴이었어"
내 탓이지, 그런 말을 한다.
"이젠 부탁하지 않을게"
쓸쓸한 표정으로 부실을 떠나려고 한다.
마치 내가 상처 입힌 것 같아서 가슴이 아프다. 어디선가 본 듯한 전개지만, 이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나는 양손으로 자신의 뺨을 두드리며 스위치를 넣는다.
"야, 기다려!"
나는 타치바나 씨의 옆에 앉는다. 그리고 곧장 그녀의 귓가에 속삭인다.
"셜록 홈즈의 모험"
그 타이틀을 듣고서 이번에는 타치바나 씨가 내 귓가에 속삭인다.
"아서 코난 도일"
귓가로 타치바나 씨의 속삭이는 목소리를 듣고 저도 모르게 등골에 쾌감이 달린다. 타치바나 씨의 목소리는 아름답다.
"부장, 분위기 잘 타잖아"
얼굴을 뗀 타치바나 씨가 웃음을 머금으며 말한다.
"그럼 할까"
"그래, 해보자"
귓가에 미스터리.
그런 흐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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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근데 진짜 씹쓰레기같은글을 싸질러놓은걸 번역까지하네
예아안될거뭐있노?
재밋는데왜그래
저런거보면 참 일본급식들도 답이없어 일본도 희망이 없다. 동조선이다그냥.
언제 히로인들한테 첫번째됨? 자꾸 두번째라는 언급나와서 힘들어
제목이 두번째니 끝까지 두번째지 ㅋㅋ
아니 그건그런데 언제히로인이 남주만 바라봐
ㄱㅅㄱㅅ
ㅈㄴ 재밌다... 항상 고맙게 잘 읽고 있다
역 NTR 헤으응
진짜장르떠나서 자극적인요소잘쓰는게 재밌음 니시노이후로 간만에재밌네 - dc App
번역 고맙다 게이야 ㅎㅎ 요즘 이거 보는 맛에 산다 ㅋㅋㅋ
ㄳ 꿀잼임
ㅊㅊㅊ